토요일 저녁 9시. 약속한 시간에 이모가 왔다.
평소와 달리 초인종을 누른다. 자기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의미가 무엇일까?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이모가 사 준 내 아파트지만 이제 제 집 드나들듯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 되었다.
초인종을 누르는 이모를 보며 문을 열어주는 미애를 보며 이모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잊어야 하는가.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이모가 작은 방 문은 스스로 열고 들어갔다. 미애는 소파로 돌아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리모컨을 만지며 TV에 시선을 꽂았다.
미애가 리모컨을 뺏어 가더니 TV를 껐다. 세상이 조용하다.
이모가 암캐가 되어 작은 방에서 나왔다. 발가벗고 sm 가방을 입에 물고
네 발로 기어서 거실로 달려와 내 사타구니에 머리를 박았다.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서운한 감정과 아쉬운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모가 내 무릎사이에 머리를 디밀었는데 나는 가만히 있었다.
미애가 이모의 귀를 잡더니 자기 무릎 사이로 끌고 갔다.
“사장니임. 저녁은 드셨어요?”
“예. 먹었습니다.”
미애가 이모의 뺨을 가볍게 때렸다.
“사장니임. 저 피팅걸 미애에요. 왜 존대를 하셔요?”
미애가 도 이모를 교육시키고 있었다. 이모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원래 미애가 주인이었으면 이모는 예전에 미쳐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애가 암캐 이모의 주인 이였으면 진작에 이모의 피를 날렸을 것이다.
“사장님. 미애야 해 보셔요.”
“미애야.”
“어머! 잘하시네. 저녁은 뭐 드셨에요?”
“갈비탕.”
“어이구 갈비탕 드셨어요? 맛 있었어요?”
“응.”
“사장님. 말이 짧네요. 말하기 싫으세요? 짖으실래요?”
미애가 말은 나긋나긋 했지만 자세는 억압적이었다.
내가 암캐 이모의 입장이래도 잔뜩 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니야. 미애야. 말하는 거 안 아낄게.”
“그래요? 됐어요. 사장님. 세면장 가서 깨끗이 씻고 오셔요.”
“응. 암캐 이모 미애 시키는 대로 깨끗이 목욕하고 올게.”
이번에는 이모가 제대로 말을 많이 했다. 미애가 까르르 웃었다.
“큐.”
미애가 이모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탁 치며 소리쳤다.
큐 소리에 이모는 세면장을 향해 네발로 기어갔다.
이모가 세면장으로 가고 미애는 대본을 점검하고 있었다.
대본이래야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역할지정이었다.
여고생은 이모를 어떻게 다룰 것이며 이모는 어찌 반응해야 하는지
분담이 되어 있었다. 여고생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군림할 것이며
이모는 어떤 역할로 어떻게 복종해야 하는지가 명시되어 있었다.
나는 카메라와 컴퓨터를 점검했다. 지금까지 자료는 많지만 마지막으로
이모와 나의 관계를 저장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언젠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미애는 내가 카메라와 컴퓨터를 확인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미애는 내가 저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보는 줄로만 안다.
이모가 세면장에서 나왔다. 발가벗은 채 기어서 소파 앞까지 왔다.
미애가 엎드린 이모의 턱을 손으로 슬면서 말했다.
“사장님. 오늘 이별 잔치에요. 아시죠?”
“예. 응. 미애.”
“오늘 주인님을 기쁘게 해 주고 떠나셔야 해요.”
“응. 미애.”
“여고생이라 깔보지 말고 주인님을 기브게 해드린다만 생각하셔요.”
“으응. 미애.”
“여고생이 시키는 대로 다해야 해요. 사장님.”
“응. 미애.”
조근조근 지시하는 미애 앞에서 이모는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낑낑대며 대답하고 있었다.
꽁지를 빼는 느낌도 들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만히 누워서 다리만 벌리고 있던 서울 모텔에서와 달리
어린 아이에게 밤새 시달려야 함이 두려운지도 모른다.
“여고생은 여왕이고 사장님은 말잘 듣는 짐승이에요. 명심하세요.”
“응. 미애님.”
이모의 입에서 미애 뒤에 님자를 붙였다. 미애가 까르르 웃었다.
“여고생을 힘들게 하면 주인님이 화낼 거예요. 사장님.”
“으응. 잘할게 미애. 걱정 마.”
“믿어요. 사장님. 지금까지도 잘 해 왔잖아요?”
“으응. 미애. 나는 짐승이야. 주인님을 기쁘게 해 주는.”
미애가 손바닥으로 이모의 머리를 쓸고 있었다.
이모의 대답에, 이모의 태도에 미애는 만족하는 눈치였다.
미애가 sm 가방을 열었다. 개 목줄을 꺼냈다.
“이제 사장님 목에 개줄 맬 일도 없겠네요.”
미애는 개 줄을 이모 목에 걸었다. 자물쇠를 채웠다.
무릎 보호대를 채우고 손에 벙어리장갑을 씌우고 호크를 잠갔다.
수갑, 족갑을 채우고 허리 벨트를 두르고 족갑을 허리에 걸었다.
미애가 개 줄을 잡고 일어섰다.
“사장님. 작은 방에서 대기 하세요. 여고생 오면 안방으로 갈 거예요.”
“으응. 미애.”
미애가 이모의 목줄을 잡고 작은 방으로 향했다.
이모는 발목을 허리에 달고 손에 장갑을 끼고 무릎걸음으로 미애를 따라 갔다.
“갑갑하니까 여우 가면은 나중에 씌워 드릴게요. 지금은 대본이나 숙지하세요.”
미애가 벌거벗고 개줄 찬 이모를 작은 방에 넣어두고 문을 닫고
소파로 와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는 9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었다. 인터폰에 앳된 여자 얼굴이 보였고 미애가 달려 나갔다.
여고생이 10분 전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미애가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컴퓨터 화면을 내리고 얼른 베란다로 몸을 피했다.
미애와의 약속이었다. 별 해괴한 짓을 남자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여고생이 부끄러워서 못 할 것이라는 미애의 주장에 내가 동의 했다.
사람을 동물 취급하라 해 놓고 몰래 훔쳐본다는 것을 알면
여고생이 거부하거나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미애의 의견에 동의 했다.
“어서와. 약속 칼 같이 지키네.”
“칼이 아니죠. 10분이나 일찍 왔는데.”
“그래. 그래. 고마워. 너는 회사에서도 약속은 잘 지키기로 소문났으니까.”
미애와 여고생이 대화를 하며 소파까지 왔다.
“털 없는 짐승은 왔나요?”
여고생이 물었다. 이모를 털 없는 짐승이라 했다. 느낌이 야릇하다.
“그럼. 얼마나 말 잘 듣는데. 기다리고 있지.”
“떨린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까?”
“못하면 수고비도 없어. 잘하면 보너스도 줄 수 있고.”
“돈은 미리 주세요.”
여고생이 미애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애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니 통장에 넣어 뒀어. 확인 해 봐.”
여고생이 폰을 꺼내더니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애가 여고생에게 자기가 써 놓은 대본을 내밀었다.
“이 거 보고 역할을 네 능력으로 소화 하면 돼.”
여고생이 조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미애에게 물었다.
“혹시나 털 없는 짐승이 말 안 듣고 물거나 할퀴는 건 아니죠?”
“걱정 마. 순종밖에 몰라. 괴롭혀 줄수록 좋아서 질질 싼다구.”
“호 호. 여자 싸는 거 재밌겠다. 한 번도 못 봤는데.”
“오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암캐가 좋아 죽을 거야.”
“알 써. 어디서 해?”
여고생이 대본을 뒤적거리며 미애에게 물었다.
미애가 안방을 가리켰다. 그리고 손으로 여고생의 등을 두드렸다.
여고생은 안방으로 들어가고 미애는 작은 방으로 이모를 데리러 갔다.
나는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컴퓨터에 네트워크카메라 창을 띄웠다.
여고생은 안방 침대에 엉덩이만 붙이고 앉아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예쁘다. 키도 늘씬하고 몸매도 적당히 곡선이 있었다. 쭉쭉 빵빵 이었다.
근데 낯이 익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어디서 봤을까?
여고생이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고 옷을 벗었다.
털 없는 짐승 이모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인 것 같았다.
어디서 보았을까? 어디서도 본 기억은 없다. 낯이 익을 뿐.
그래도 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어 머리를 굴렸다.
한 번도 못 봤는데 낯이 설지 않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어디서 보았을까? 내가 일했던 쇼핑몰들을 떠올렸다. 같이 일한 기억이 없다.
길가다 보았나? TV에서 보았나? 아니면 야구장 치어리더인가?
스쳐간 여인이 무척 많은데 기억이 난다는 것은 무슨 썸씽이 있어야 했다.
스쳐간 여인 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다.
탑성 라이온즈의 제일 예쁜 치어리더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치어리더들은 학생이 아닐 텐데. 학생을 치어리더로 쓸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컴퓨터 화면으로 안방에서 옷을 벗고 있는 여고생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눈에 익은 인상이다. 누구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여고생과 직접 대면은 처음인데 내가 아는 누구와 닮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닮은 누군가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화면의 여고생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 때 작은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미애의 고함소리였다. 분위기로 보아 이모를 두들겨 패는 것 같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작은 방으로 뛰어 갔다. 문을 덜컥 열었다.
벌거벗은 이모는 팔로 배를 감싼 채 잔뜩 웅크리고
미애는 이모의 목에 걸린 개 줄을 당기며 발로 이모를 걷어차고 있었다.
내 머리에 피가 거구로 솟았다. 눈앞이 노래졌다. 퍼뜩 떠오르는 생각.
아기! 내 새끼. 나는 미애의 손에서 개 줄을 뺐고 미애의 목덜미를
잡고 작은 방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거실에 내동댕이쳤다.
임신한 여자를 발로 차고 때리다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미애는 이모의 임신을 모르지만 나는 미애의 폭행에 이성을 잃었다.
넘어진 미애의 뺨을 후려 갈겼다.
“말로 하지 왜 때리냐? 두들겨 맞고 징징 짜면서 플이 되겠냐?”
나의 고함에 미애가 대들지는 않았다.
“말을 안 듣잖아. 이제 자리만 옮기면 되는데.”
“사람이 입은 왜 달고 있는데. 대화하라고 달린 입이야.”
“알았어. 자기가 말로 잘 달래 봐. 때려도 안 듣는데 말로 잘도 듣겠다.”
컴퓨터로 보니 여고생이 벌거벗고 밖이 시끄러우니 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나는 얼른 작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 아이가 무사한가를 확인해야 했다.
“이모. 괜찮아? 배는 안 맞았어?”
“엉덩이만 맞았어요. 주인님.”
대답을 하고 이모는 갑자기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내 무릎에 엎어져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나는 그래도 미애가 이모의
배는 때리지 않았다하니 안심이었다. 아이에게 충격은 가지 않았겠지.
나는 이모와 마주 앉아 수건으로 이모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만 울어. 이래서 오늘 이별잔치 하겠어?”
“오늘은 안돼요. 주인님. 그냥 보내 주세요.”
미애가 화내고 때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안방에서 여고생이
벌거벗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모가 오늘은 안 된다하니 기가 찰 일이었다.
“아냐. 눈 질끈 감고 안방에 들어 가. 앞으로 안 괴롭힐게.”
이모는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제발. 제발요. 주인님. 오늘은 그냥 보내 주세요.”
“하아! 왜? 다된 밥에 재 뿌리려고 그래. 힘들어도 오늘은 협조해 줘.”
나는 이모의 기분을 무시한 채 내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이모는 생각을 하는 듯 가만히 있었고 나는 자꾸 재촉했다.
“주인님. 민주 하고는 안 돼요. 민주는 주인님 동생이에요.”
흐느끼며 울먹이는 이모의 말을 나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에이. 내 동생이 어디 있어? 나는 고안데. 나는 형제가 없어.”
“아니에요. 주인님. 민주는 주인님 아빠가 낳은 딸이에요.”
나는 이모의 말에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럼 저 방에.
“그럼 여고생이 이모 딸 민주란 말야?”
“예. 주인님. 이모가 고아원에 맡겨놓은 불쌍한 딸이에요.”
“얼굴도 안 보고 어떻게 알아? 내다 봤어?”
“목소리 듣고 알았어요. 딸에게 유린당하는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모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천륜을
그르치는 죄악을 저지를 뻔한 것 아닌가? 엄마와 딸을 씹 붙이다니.
“민주에게 죄를 짓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오빠가 시켜서 엄마를 유린하는
죄를 짓게 하고 싶지 않아요. 용서해 주세요.“
딸의 목소리만 듣고도 알다니 엄마는 과연 엄마인 갑다.
나는 천륜을 거스르는 죄를 짓고 싶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민주에게 천륜을 거스르는 죄를 짓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작은 방 문을 열고 거실을 내다보았다. 미애는 없었다.
내가 이모를 달래는 동안 여고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이모의 개목줄을 풀어 주었다. SM 도구들을 제거해 주었다.
“옷 입어 이모. 나가자.”
일단은 엄마와 딸을 떼어 놓아야 했다. 미애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했다.
나는 옷을 입은 이모를 데리고 아파트를 빠져 나왔다. 미애 몰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소리 날까봐 닫지 않았다. 까치걸음으로
열린 문을 그대로 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 왔다.
코란도에 이모를 태우고 내가 몰았다. 강변도로를 향해 질주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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