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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란 이름으로 - 12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48 1,490회 0건
12부





한참동안 두사람은 내 시선에 눈을 떼지 못하고 벙어리마냥 굳은 얼굴로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자 그녀의 긴장된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녀는 놀란 눈동자를 바삐 움직이며 불규칙한 호흡을 계속 뿜어내며 숨을 가누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로부터 전해오는 불길한 예감이 내촉을 곤두서게 합니다.

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그자리에 더 이상 서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 버릇 남 못준단 것인가?"

그녀가 그녀의 정혼자를 배신하고 내게 다가온것 처럼 또 한번의 배신의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 지는것

같았습니다.

아무말 없이 그 길로 차를 몰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터라 오히려 그동안의 내 행동들을 곱씹으며 나로 인해

이런 슬픔과 분노를 느꼈을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생기더군요.

종착지를 정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달려가는 차속에서 그녀와의 날들이 스치듯 지나갑니다.

무음으로 돌려 놓은 핸드폰은 반짝이는 불빛으로 내 시선을 간지렵혔지만 구태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죠.

이미 그녀는 또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내 영혼까지 어루어주었던 달콤함을 그에게 전했을 텐데...

오히려 불편한 변명을 참기 보다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올림픽대로를 지나 이미 미사리 끝자락까지 내달린듯 합니다.

주위를 보니 수많은 카페 불빛과 흐르는 강물이 시선에 들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그녀와 처음 같이 갔던 카폐가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시작했으니 그곳에서 그녀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던걸까요?

얼마를 더 달려 카페에 도착하니 평일이라 그런지 여전히 한적한 분위기가 그나마 내 마음에 위안을

주는것 같았습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하고 핸드폰을 탁자위에 올려 놓으니 어지러운 메세지들이 화면에 가득합니다.

메세지 창을 열어 보니 그녀의 메세지가 눈에 들어 옵니다.


"오빠 그렇게 가시면 전 어떻해요?"


그녀가 보낸 걱정스런 여러통의 메세지속에 마지막 메세지 내용 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화을 내가 만든것처럼 나를 원망이라도 하는듯 느껴졌습니다.

그와중에 현수 녀석은 1통의 부재중 통화로 녀석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습니다.


"개새끼....이렇게 된거 할말없다 이건가?"


카페 여사장의 노련한 서빙으로 위스키 한병과 심플한 안주가 내 앞에 놓여졌습니다.

온더락스로 두어잔을 비워내자 진정되었던 취기가 다시 돌아와 그동안 요동치던 가슴을 조금은

달래 주는듯 했습니다.

얼음 몇개를 유리잔에 더 채우고 술을 따르는데 카페 여사장이 어느샌가 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너무 급하게 드시는거 아니에요? 무슨일 있으신가 보다...."


그녀는 술잔을 들이키는 일련의 행동에 시선을 두고는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 보았습니다.


"혼자시면 저도 한잔 주세요"


그녀가 건네는 작은 잔에 술을 따라주며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보았습니다.

자리에 앉을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평범하지 않은 외모와 기분좋은 목소리가 의외라 생각됐습니다.

그후 몇잔의 술을 더 비울때까지 그녀의 조용하지만 끊김없고 적절한 매너의 언변이 나의 공허한 시간을

함께해 주었습니다.


"그때 그분하고 문제있으세요?"


여사장은 그날의 그녀와 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매칭이 안되는 나이와 분위기 그리고 그날의 진한 스킨십을 기억해 내어 듣고 있던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죠.

하지만 여사장은 내게 창피를 주기보다는 그런 겁없는 모양새의 만남을 위로해주고 도닥여 주는것 같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부끄럽기 보다는 나를 이해해주는 조력자처럼 여사장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이미 나는 그녀와의 처음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여사장에게 털어 놓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듣고 있던 여사장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죠.

그냥 술 한잔을 다시 권하며 내게 해줄 말이라도 생각하는 것처럼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금 전화해 보세요..."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여사장이 내게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를 하였습니다.

겉으론 상처난 자존심의 분노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속마음은 더이상의 사실을 알아버리면

그녀를 놓칠것만 같은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죠.

여사장은 내 속내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려우세요? 그럼 어떻게 하실건데요? 이렇게 끝내시려고? 시시한데요..ㅎㅎ"


여사장의 목소리가 더이상 기분좋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채권자 앞에서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처럼 그녀의 여유 앞에 나의 조급함을 들키고 말았던 거죠.

여사장의 말 한마디에 머리속이 다시 헝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자리에 놔두고 온 그녀생각에 내 이성이 컨트롤 되지 않았습니다.


"전화해 보세요..그래야 답이 나와요"


여사장은 학습지 선생님처럼 친절하게도 내게 하나하나 스텝을 알려 줍니다.

연거푸 비워지는 술잔을 채워 주는 여사장의 알수 없는 압박을 더이상 버틸수는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여사장의 응원을 받으며 핸드폰을 손에 쥐었습니다.

널뛰는 심박을 억누르며 심호흡을 뒤로하고 그녀에게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의 연결음에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녀의 상황이 더욱 궁금해 졌습니다.


"집으로 잘 들어갔나? 잠을 자나? 아니면?.....설마..."


현수녀석과 그녀가 같이 있을거란 의심도 해봤지만 불쾌한 희박한 가능성을 점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왜 전화 안받아요?"

"그러네요...집에 들어갔나보죠.뭐.."

"친구분은요? 친구분한테 전화해보세요...오히려 친구분이 제일 중요한 위치죠..."


생각하기도 싫은 현수녀석에게 통화를 종용하는 여사장에게 짜증이 느껴졌습니다.

자꾸만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 넣는것 같아 위기감이 짜증으로 표출됐습니다.

적당히 얼버무리곤 여사장과의 대화를 끝내려 했습니다.


"여자분 좋아하시 잖아요.난 그냥 걱정되서 그래요.오히려 정확한 상황을 아는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요?"


여사장의 꺽이지 않는 의지에 보란듯이 현수 녀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도 받지마라...받지마.."


통화음이 왜이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순간 끊으려 했지만 여사장의 눈치에 그냥 핸드폰을 들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수 없어...블라블라~"


현수 녀석과의 통화도 불발이 되자 안심보다는 생길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점치게 되어 버렸습니다.

여사장의 눈빛도 이전의 궁금함 보다는 어떤 의미를 인정하는 듯 보여 집니다.

불발된 그녀와 녀석의 통화로 인해 복잡한 마음이 더욱 심란해 졌습니다.

여사장은 내눈치를 살피다 화제를 바꾸며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넋나간 사람처럼 무성의하게 돌아오는 반응에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정막을 깨는 핸드폰의 불빛에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며 핸드폰을 낚아 챘습니다.


그녀 입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시한번 심호흡으로 쓸어내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여보세요..오빠?.."

"어...나야...집이야?"

"...네...집..이요..."

"전화 안받길래 집인가 했는데...미안해...언제 들어갔어?"

"............."

"여보세요?"

"......네....오..빠...하..읍..."

"여보세요?...여보세요...."

"........네...오...빠....미안....해..요.. 내일...전화..할께...으읍.....할께요..."

"왜...그래? 무슨일 있어?"

"....아..니..그냥...오빠..걱정..했는데..저 이제..자..려구..요...내일....통..화..해요..."


"후...아......좋아? 그래? 후~우"






현수녀석입니다.

분명히 현수녀석의 속삭임이 전화를 끊는 그녀의 목소리 뒤로 들렸습니다.

눈앞이 막막해지고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습니다.

걱정하는 카페 여사장을 제치고 미친듯이 그녀와 녀석을 남겨 두었던 가라오케로 차를 몰았습니다.

자꾸만 눈앞이 아득해져 왔지만 그럴수록 핸들을 잡은 손아귀에는 힘이 들어갔습니다.






"현수 이...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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