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우웅.
중후하면서도 반면에 파워가 넘치는 무르시엘라고의 배기음이 바탕으로 깔리니 무언가 모르게 분위기가 로맨틱하게 가라앉는다.
민수의 차량에 탑승을 할 때만 하더라도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민애는 몹시 혼란스러운 심정이다. 더욱이 교통사고가 났던 트럭 운전자와 몹시도 닮았다는 것이 그녀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내가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겠지? 슬슬 찔러 보실까"
"저번에도 트럭하고 부딪히더니 오늘은 또 펑크가 나셨네요? 참 희한하죠?"
그녀가 몸을 뒤틀면서까지 소스라치게 놀란다.
"네?"
"그 때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고아원에 가는 길이였는데 막내가 아프다는 말에 기분이 안 좋았었거든요"
"네?"
"여기에서 고아원에 대해서 질문을 해줘야 하는데 정신이 없나보네. 먼저 물어볼 때까지 계속 얘기를 해야겠구만"
민수가 그녀에게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 후 말을 잇는다.
"제가 아직 총각이라 애를 안 키워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애들은 정말 미울 때는 정말 밉고 예쁠 때는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으흠... 저번의 경우도 그래요. 애들을 만나고 집에 가는 길이였는데 갑자기 고아원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글쎄 막내 녀석이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하더라구요. 때마침 엄마, 아빠가 주말이라 식용품을 사러 마트에 간 사이에 말이죠"
민수가 말을 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앞 거울로 힐끔 힐끔 살펴보며 말을 잇는다.
"보통 감당치 못할 역경이 닥쳤을 때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 때는 말이죠. 정말 눈앞이 캄캄 하더라구요. 그래서 난폭하게 운전을 해서인지 그렇게 사고가 났었나 봐요"
사고 당시 그녀는 역주행, 민수는 정상 주행이였지만 민수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니 그녀의 표정이 한결 풀린다.
"그렇게 무례를 범하고 고아원에 급하게 가보니 글쎄... 막내 요녀석이 제가 보고 싶다고 거짓말을 한거더라구요. 6살짜리 꼬마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치약을 물고 거품을 냈다나... 저는 그 것도 모르고 이렇게 매력적인 분께 무례를 쓰고 왔는데 말이죠"
민수가 말을 끝내고 그녀를 향해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네 차례다"
민수의 말을 끝으로 대화가 한창이나 중단되고 적막함이 감돌았지만 민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생각조차 없는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운전에만 전념한다.
장시간의 적막함이 감돌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과 미안함으로 바뀌고 있다.
"고... 아원 다니세요?"
"네, 주말마다 애들 필요한 걸 갖다 주고 있어요"
"아... 그럼 봉사하시러?"
그녀가 말을 하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급히 입을 가린다.
어떻게 본다면 민수 같은(?) 사람에게 "봉사"라는 표현이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민수는 굳이 그 것을 트집 잡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낮춘다.
"봉사는 무슨... 저는 그렇게 바른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애들하고 놀아주러 가는 것 뿐이죠"
"아..."
"그런데 저녁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식사 안 하셨죠?"
"네"
"근처에 식사하기 괜찮은 곳이 있는데 같이 가시죠"
민수의 식사 요청에 그녀가 자신의 얼룩진 드레스를 보고는 한숨을 쉰다.
"후..."
"싫지는 않나보네"
"드레스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자주 가는 곳은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조용히 먹을 만한 곳이거든요. 아, 저기에요"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식당으로 추정되는 목적지를 향해 핸들을 꺾은 민수가 곧 건물의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여기는..."
그녀가 번호판을 가리는 용도의 고무판들이 주차장 입구에 다닥다닥 걸려있는 것을 보고는 의문을 내비친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선배가 운영하는 모텔이라서 자주 놀러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도..."
그녀에게 설명하는 와중에 건물 안에서 어떤 남성이 민수의 람보르기니로 접근한다.
"설명은 제3자를 통해 듣는 게 설득력이 있지... 훗"
곧 그 남성의 얼굴에 미소가 생기는가 싶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성은 뛰어오고 민수도 급하게 나가 서로 부둥켜 안는다.
"선배!"
"민수야! 이게 얼마만이냐"
"선배 아직도 괜찮죠?"
"나야 항상 똑같지.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냐?"
민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자 선배가 짐작을 한 듯 말을 잇는다.
"또 밥 먹으러 왔냐?"
"항상 그렇죠..."
"으휴... 그래 주문 해두마. 어서 올라가"
두 남성의 대화로 경계심이 풀렸는지 민수의 손짓에 그녀가 따라온다.
모텔 안으로 진입하자 모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녀의 경계심이 다시 생겼나보다. 민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뒤에서 슬금슬금 따라온다.
"아까 대화 들으셔서 대충은 아시겠지만 여기가 선배가 운영하는 곳이라 자주 놀러왔었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끼니를 여기서 해결할 때가 많았는데 세상에!!!"
민수의 순간적인 악센트에 그녀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네?"
"여기 근처에 중국집 짜장면이 정말 맛있어요"
"풉..."
남녀 간의 관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빠져서 인지 그녀의 경계심이 완전히 풀리는 게 그녀와 민수와의 거리로 증명된다.
"얼마나 맛있는지 잊지를 못해서 친구들하고 그 중국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흑흑흑... 배달 전문점이더라구요"
"풉..."
"그래서 길바닥에서 시켜 먹을까 하다가 결국 여기에 와서 시켜 먹었죠"
어느덧 민수와 민애는 방안에 들어오고 민수가 자연스럽게 외투를 벗는다.
똑. 똑. 똑.
"근처라서 배달은 정말 빨라요"
민수가 노크 소리에 문을 열고 계산을 끝내고 짜장면 두 그릇을 들고 오자 그녀가 크게 웃는다.
"그렇게 웃겨요? 모텔에 밥 먹으러 오는 게?"
"풉... 아니요... 큭큭..."
"한 젓가락 드셔 보시면 마음이 확 바뀔 걸요?"
포장을 벗긴 짜장면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한 젓가락을 권유하자. 그녀가 마지못해 한 가닥을 조심스럽게 먹는다.
"아..."
"거봐요. 맛있죠?"
"네, 맛있긴 하네요"
"제가 이제 이해가 가죠?"
"풉..."
사실상 처음만난 남녀가 둘만의 공간에서 말을 해봤자 얼마나 말을 하겠는가. 짜장면이 줄어들수록 분위기가 다운된다.
후루룩. 후루룩. 쪽. 쪽.
어느 순간 대화는 중단되고 오직 서로의 짜장면을 먹는 소리만 들려오고 이제야 주변 풍경이 민애의 눈에 들어온다.
지금 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는 작은 테이블,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 건장한 남녀 3쌍은 들어갈 정도로 큰 침대.... 푹신 푹신해 보이는 침대... 새하얀 침대...
"지금 그 표정 뭐에요? 설마 저 덮치시려고?"
"네?"
"그러시면 안 되요... 저 쉬운 남자 아니에요..."
민수의 이어진 말로 그제서야 농담임을 눈치 챘는지 그녀가 웃으며 대꾸한다.
"큭큭큭... 덮치기는 누가 덮친다고 그래욧!"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선수 안 쳤으면 짜장면 다 먹고 저한테 "누나 믿지?" 이런 말을 했을 거 아니에요"
"아니에욧!"
"애초에 여기에 데려오는 게 아니였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아니라니까욧! 빨리 다 먹었으면 빨리 밖으로 나가요"
그녀의 독촉에도 민수의 엉덩이는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쪽하고 발가벗고 침대에 뒤엉켜서 서로의 몸을 탐한다는 건 저는 생각하기도 싫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이성에게 "침대에 뒤엉켜서..." 이러한 말을 듣는다면 본인은 의도치 않아도 상상하게끔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사과를 떠올 리면 사과의 모습과 맛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거와 같은 이치일까?
또 한 번 의도적인 침묵이 있고 민수가 손짓을 한다.
"이제 가죠.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민수의 말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민수를 향해 다가온다.
"아, 핸드폰을 놓고 갈 뻔했네"
다가오는 그녀를 교차하며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을 가지러 가는 민수가 순간 어디에 발이라도 걸렸는지 큰 포물을 그리며 앞으로 크게 고꾸라진다.
"어!"
본능적으로 넘어지지 않게 무언가 잡을 것을 찾았음 일까? 민수가 그녀를 감싸고 그녀와 함께 옆에 있는 침대로 넘어진다.
왜 하필 그 때 민수가 넘어 졌는지, 하필 그녀를 안고 넘어 졌는지 그 모든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순간은 젊은 남녀가 침대에 부둥켜안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녀가 침대를 등지고 민수에 깔려 사시나무 떨듯이 온몸을 떤다. 하지만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그녀의 침 삼키는 소리만 요란하다.
"꿀꺽"
민수가 자신의 아래에 깔려있는 그녀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눈으로 그녀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만져보지 않아도 그녀의 살과 함께 하나로 만져질 것 같은 부드러워 보이는 드레스, 건장한 남성이 위에서 압박을 줌에도 전혀 흐트럼 없이 오히려 민수의 가슴을 밀어내 명치 부근에 빈 공간을 만드는 탄력적인 가슴, 민수가 넘어지면서 의도를 했는지 한껏 벌어져 정상위로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다리.
민수가 자신을 훑는 시선을 느꼈음인지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서로 맞닿은 둔부에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 의도적으로 민수가 침대의 떨림으로 느껴질 정도로 미세하게 허리를 흔들어 자신의 성기로 그녀의 둔부를 자극하는 것이다.
민수의 은밀한 행위가 계속 될수록 그녀의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심장의 떨림이 격렬해진다.
그 떨림이 신호 일까? 민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서서히 도킹을 시도하려 다가온다.
30cm, 20cm, 10cm, 5cm 그녀를 향해 민수의 입술이 다가 갈수록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떨림이 더욱 격렬해진다.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로 살짝만 움직여도 맞닿는 입술. 순간 민수가 고개를 그녀의 귀로 돌린다.
"후..."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의 한숨 소리가 민수의 귓가에 울리고, 민수 또한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몰랐는데 당신 은근히 매력 있네요"
말을 끝으로 민수가 일어나더니 그녀를 반 강제로 일으키고 문 밖으로 안내한다.
"밤이 늦었는데 빨리 가죠"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중후하면서도 반면에 파워가 넘치는 무르시엘라고의 배기음이 바탕으로 깔리니 무언가 모르게 분위기가 로맨틱하게 가라앉는다.
민수의 차량에 탑승을 할 때만 하더라도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민애는 몹시 혼란스러운 심정이다. 더욱이 교통사고가 났던 트럭 운전자와 몹시도 닮았다는 것이 그녀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내가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겠지? 슬슬 찔러 보실까"
"저번에도 트럭하고 부딪히더니 오늘은 또 펑크가 나셨네요? 참 희한하죠?"
그녀가 몸을 뒤틀면서까지 소스라치게 놀란다.
"네?"
"그 때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고아원에 가는 길이였는데 막내가 아프다는 말에 기분이 안 좋았었거든요"
"네?"
"여기에서 고아원에 대해서 질문을 해줘야 하는데 정신이 없나보네. 먼저 물어볼 때까지 계속 얘기를 해야겠구만"
민수가 그녀에게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 후 말을 잇는다.
"제가 아직 총각이라 애를 안 키워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애들은 정말 미울 때는 정말 밉고 예쁠 때는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으흠... 저번의 경우도 그래요. 애들을 만나고 집에 가는 길이였는데 갑자기 고아원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글쎄 막내 녀석이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하더라구요. 때마침 엄마, 아빠가 주말이라 식용품을 사러 마트에 간 사이에 말이죠"
민수가 말을 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앞 거울로 힐끔 힐끔 살펴보며 말을 잇는다.
"보통 감당치 못할 역경이 닥쳤을 때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 때는 말이죠. 정말 눈앞이 캄캄 하더라구요. 그래서 난폭하게 운전을 해서인지 그렇게 사고가 났었나 봐요"
사고 당시 그녀는 역주행, 민수는 정상 주행이였지만 민수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하니 그녀의 표정이 한결 풀린다.
"그렇게 무례를 범하고 고아원에 급하게 가보니 글쎄... 막내 요녀석이 제가 보고 싶다고 거짓말을 한거더라구요. 6살짜리 꼬마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치약을 물고 거품을 냈다나... 저는 그 것도 모르고 이렇게 매력적인 분께 무례를 쓰고 왔는데 말이죠"
민수가 말을 끝내고 그녀를 향해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네 차례다"
민수의 말을 끝으로 대화가 한창이나 중단되고 적막함이 감돌았지만 민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생각조차 없는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운전에만 전념한다.
장시간의 적막함이 감돌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과 미안함으로 바뀌고 있다.
"고... 아원 다니세요?"
"네, 주말마다 애들 필요한 걸 갖다 주고 있어요"
"아... 그럼 봉사하시러?"
그녀가 말을 하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급히 입을 가린다.
어떻게 본다면 민수 같은(?) 사람에게 "봉사"라는 표현이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민수는 굳이 그 것을 트집 잡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낮춘다.
"봉사는 무슨... 저는 그렇게 바른 사람이 아니에요. 단지 애들하고 놀아주러 가는 것 뿐이죠"
"아..."
"그런데 저녁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식사 안 하셨죠?"
"네"
"근처에 식사하기 괜찮은 곳이 있는데 같이 가시죠"
민수의 식사 요청에 그녀가 자신의 얼룩진 드레스를 보고는 한숨을 쉰다.
"후..."
"싫지는 않나보네"
"드레스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자주 가는 곳은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조용히 먹을 만한 곳이거든요. 아, 저기에요"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식당으로 추정되는 목적지를 향해 핸들을 꺾은 민수가 곧 건물의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여기는..."
그녀가 번호판을 가리는 용도의 고무판들이 주차장 입구에 다닥다닥 걸려있는 것을 보고는 의문을 내비친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선배가 운영하는 모텔이라서 자주 놀러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도..."
그녀에게 설명하는 와중에 건물 안에서 어떤 남성이 민수의 람보르기니로 접근한다.
"설명은 제3자를 통해 듣는 게 설득력이 있지... 훗"
곧 그 남성의 얼굴에 미소가 생기는가 싶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성은 뛰어오고 민수도 급하게 나가 서로 부둥켜 안는다.
"선배!"
"민수야! 이게 얼마만이냐"
"선배 아직도 괜찮죠?"
"나야 항상 똑같지.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냐?"
민수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자 선배가 짐작을 한 듯 말을 잇는다.
"또 밥 먹으러 왔냐?"
"항상 그렇죠..."
"으휴... 그래 주문 해두마. 어서 올라가"
두 남성의 대화로 경계심이 풀렸는지 민수의 손짓에 그녀가 따라온다.
모텔 안으로 진입하자 모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녀의 경계심이 다시 생겼나보다. 민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뒤에서 슬금슬금 따라온다.
"아까 대화 들으셔서 대충은 아시겠지만 여기가 선배가 운영하는 곳이라 자주 놀러왔었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끼니를 여기서 해결할 때가 많았는데 세상에!!!"
민수의 순간적인 악센트에 그녀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네?"
"여기 근처에 중국집 짜장면이 정말 맛있어요"
"풉..."
남녀 간의 관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빠져서 인지 그녀의 경계심이 완전히 풀리는 게 그녀와 민수와의 거리로 증명된다.
"얼마나 맛있는지 잊지를 못해서 친구들하고 그 중국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흑흑흑... 배달 전문점이더라구요"
"풉..."
"그래서 길바닥에서 시켜 먹을까 하다가 결국 여기에 와서 시켜 먹었죠"
어느덧 민수와 민애는 방안에 들어오고 민수가 자연스럽게 외투를 벗는다.
똑. 똑. 똑.
"근처라서 배달은 정말 빨라요"
민수가 노크 소리에 문을 열고 계산을 끝내고 짜장면 두 그릇을 들고 오자 그녀가 크게 웃는다.
"그렇게 웃겨요? 모텔에 밥 먹으러 오는 게?"
"풉... 아니요... 큭큭..."
"한 젓가락 드셔 보시면 마음이 확 바뀔 걸요?"
포장을 벗긴 짜장면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한 젓가락을 권유하자. 그녀가 마지못해 한 가닥을 조심스럽게 먹는다.
"아..."
"거봐요. 맛있죠?"
"네, 맛있긴 하네요"
"제가 이제 이해가 가죠?"
"풉..."
사실상 처음만난 남녀가 둘만의 공간에서 말을 해봤자 얼마나 말을 하겠는가. 짜장면이 줄어들수록 분위기가 다운된다.
후루룩. 후루룩. 쪽. 쪽.
어느 순간 대화는 중단되고 오직 서로의 짜장면을 먹는 소리만 들려오고 이제야 주변 풍경이 민애의 눈에 들어온다.
지금 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는 작은 테이블,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 건장한 남녀 3쌍은 들어갈 정도로 큰 침대.... 푹신 푹신해 보이는 침대... 새하얀 침대...
"지금 그 표정 뭐에요? 설마 저 덮치시려고?"
"네?"
"그러시면 안 되요... 저 쉬운 남자 아니에요..."
민수의 이어진 말로 그제서야 농담임을 눈치 챘는지 그녀가 웃으며 대꾸한다.
"큭큭큭... 덮치기는 누가 덮친다고 그래욧!"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선수 안 쳤으면 짜장면 다 먹고 저한테 "누나 믿지?" 이런 말을 했을 거 아니에요"
"아니에욧!"
"애초에 여기에 데려오는 게 아니였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아니라니까욧! 빨리 다 먹었으면 빨리 밖으로 나가요"
그녀의 독촉에도 민수의 엉덩이는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쪽하고 발가벗고 침대에 뒤엉켜서 서로의 몸을 탐한다는 건 저는 생각하기도 싫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이성에게 "침대에 뒤엉켜서..." 이러한 말을 듣는다면 본인은 의도치 않아도 상상하게끔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사과를 떠올 리면 사과의 모습과 맛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거와 같은 이치일까?
또 한 번 의도적인 침묵이 있고 민수가 손짓을 한다.
"이제 가죠.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민수의 말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민수를 향해 다가온다.
"아, 핸드폰을 놓고 갈 뻔했네"
다가오는 그녀를 교차하며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을 가지러 가는 민수가 순간 어디에 발이라도 걸렸는지 큰 포물을 그리며 앞으로 크게 고꾸라진다.
"어!"
본능적으로 넘어지지 않게 무언가 잡을 것을 찾았음 일까? 민수가 그녀를 감싸고 그녀와 함께 옆에 있는 침대로 넘어진다.
왜 하필 그 때 민수가 넘어 졌는지, 하필 그녀를 안고 넘어 졌는지 그 모든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순간은 젊은 남녀가 침대에 부둥켜안고 있는 게 중요하다.
그녀가 침대를 등지고 민수에 깔려 사시나무 떨듯이 온몸을 떤다. 하지만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그녀의 침 삼키는 소리만 요란하다.
"꿀꺽"
민수가 자신의 아래에 깔려있는 그녀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눈으로 그녀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만져보지 않아도 그녀의 살과 함께 하나로 만져질 것 같은 부드러워 보이는 드레스, 건장한 남성이 위에서 압박을 줌에도 전혀 흐트럼 없이 오히려 민수의 가슴을 밀어내 명치 부근에 빈 공간을 만드는 탄력적인 가슴, 민수가 넘어지면서 의도를 했는지 한껏 벌어져 정상위로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다리.
민수가 자신을 훑는 시선을 느꼈음인지 그녀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서로 맞닿은 둔부에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 의도적으로 민수가 침대의 떨림으로 느껴질 정도로 미세하게 허리를 흔들어 자신의 성기로 그녀의 둔부를 자극하는 것이다.
민수의 은밀한 행위가 계속 될수록 그녀의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심장의 떨림이 격렬해진다.
그 떨림이 신호 일까? 민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서서히 도킹을 시도하려 다가온다.
30cm, 20cm, 10cm, 5cm 그녀를 향해 민수의 입술이 다가 갈수록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떨림이 더욱 격렬해진다.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로 살짝만 움직여도 맞닿는 입술. 순간 민수가 고개를 그녀의 귀로 돌린다.
"후..."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의 한숨 소리가 민수의 귓가에 울리고, 민수 또한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몰랐는데 당신 은근히 매력 있네요"
말을 끝으로 민수가 일어나더니 그녀를 반 강제로 일으키고 문 밖으로 안내한다.
"밤이 늦었는데 빨리 가죠"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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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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