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부 인가요? 제 졸작을 읽고 추천도 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야설이라기 보다 소설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중년 남자이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평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특이한 소시민이고 그러다보니
만나게 되는 사건들을 1인칭 시점으로 적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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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여고생 현주의 집 담을 넘은 날로부터 며칠 후에 일어났다.
당시 난 김양의 자살 사건이 있은 후부터 6개월 동안 면 소재지 00다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방 사장인 성수 형님은 청년회 회장이었고 자율방범대원인터라 평소에도 파출소에 자주 오는 관계로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다방 내에서 아가씨가 자살을 한 일이 영업에 도움이 될리가 없어서 형님에게 내심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만 성수 형님은 내 앞에서 단 한번도 그 일을 화제에 올리시질 않았고 그렇게 그 사건은 내 인생에서 지워져가고 있었다.
오후 근무 시간 중에 별달리 할 일도 없고해서 동료인 김순경과 같이 면소재지에 순찰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순찰차를 세워 둔 곳이 00다방 입구가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쪽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서 쳐다 보았더니 성수 형님이 어떤 할머니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오지랖이 넓은 김순경이 차에서 내려 그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고 내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다방 입구쪽으로 가자 성수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 무슨 말씀 이신지는 알겠는데 전 그런 사람 본적 없어요. 그리고 유서까지 써 놓고 자살했는데 그 사람 찾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이거 차비하시고 내려가세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그 불쌍한 것이 죽기 얼마전에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할메한테 전화해서 자랑까지 했었는데..."
난 성수 형님을 향해 걸어가는 상황이라 할머니의 뒷 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형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성수 형님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가라고 손짓을 한다. 난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그 손짓이 날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했는데 성수 형님이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하며 다시 가라고 손짓을 해서 순찰차를 향해 돌아섰다. 허튼 이야기를 할 사람은 아니고 김순경이 갔으니 나중에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잠깐 들은 말이지만 직감적으로 김양의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나서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순찰차 안에 들어가 앉아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몇 분 후에 할머니가 돌아서더니 순찰차 앞쪽을 지나 쓸쓸히 걸어 가셨다. 김양의 고향은 경상남도 남해라고 들었는데 6개월이 지난 후에 거기서 여기까지 오셨던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차에서 내려 다방으로 갔다.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는 전화를 했었다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부정해왔지만 그게 설마...
다방 안엔 김순경과 성수 형님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김순경 옆에 앉았다.
"형님 아까 저한테 가라고 한 거 맞죠? 무슨 일 있어요?"
"동생.. 그게.."
성수 형님이 말을 더듬길래 다시 물었다.
"아까 그 할머니 혹시 김양 할머니 아니예요?"
"맞아.. 아까 들었었나?"
"예. 무슨 일인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보세요. 저만 모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음.. 그래.. 아까 본 할머니가 김양. 아니 미정이 외할머니야. 결혼도 하지 않았던 엄마가 혼전 임신으로 애를 배서 낳은 애가 미정인데 미정이 엄마는 미정이가 어렸을 때 금방 찾으러 온다고 외가에 맡기고 가서는 어디가서 죽었는 지 살았는지 아직도 연락이 없대. 물론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외할아버지라도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든 미정이 엄마를 찾아 봤겠지만 할머니 혼자서 애를 키우다 보니 그럴 여력도 없었다는군.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히 애를 키우셨는데 미정이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서울에 취직이 되서 돈을 벌러 간다고 올라 갔대. 그게 다방인지는 꿈에도 생각 못하셨고. 하긴 미정이는 다른 애들하고는 좀 달라. 미리 빚을 내서 땡겨 쓰고 온 애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다방에 취직한 애거든.
화성시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던 앤데 우연히 후배를 통해 알게 되서 내가 월급을 더 주기로 하고 데리고 왔었어. 착실하고 빚도 없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서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거든. 자네도 알겠지만 이 바닥이 좋은 아가씨 구하기가 쉽질 않아. 겨우 구했다 싶으면 빚도 안 갚고 몰래 도망가기도 하고 밤마다 술마시고 아침에 속이 쓰려 일 못하겠다고 생떼 쓰기도 하고...
미정이가 그렇게 죽고 나서 그 때도 미정이 할머니를 뵙기는 했는데 내가 장례비조로 약간의 보상금을 드리면서 잘 달래서 보냈었어. 미정이 유품도 모두 챙겨 가셨고. 그런데 미정이 유품 중에 핸드폰이 있었는데 며칠전에 할머니가 몸이 아파서 방문한 간호사가 그걸 보고 뭐냐고 물어봤었대. 할머니가 핸드폰도 있으시냐고. 죽은 손주꺼라고 했는데 핸드폰 안에 사진이 있을 텐데 충전해 보시라고 해서 겨우 겨우 읍내에 있는 대리점에 가서 충전을 해 보신거야. 거기서 남자 사진이 여러장 나왔는데 모두 같은 사람이었어.
미정이 유서 내용에 남자가 싫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 미정이를 화장해놓고 충격때문에 앓아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도대체 어떤 일이 손주딸에게 있었는지, 그 남자를 만나서 물어보고 알아보기라도 해야 죽기 전에 한이 안된다고 여기 까지 오셨다더군. 난 그 사진보고 그런 사람 모른다고 돌아가시라고 했지. 이제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냐고. 아까 그러던 중에 그걸 자네가 본거야."
성수 형님은 나보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렇다면 그 사진 속의 남자는 나라는 이야기 인데... 내가 미정이와 사진을 찍었던가? 아니 미정이가 핸드폰으로 내 사진을 찍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그럼 그게 제 사진이란 말인가요?"
"..."
이런 경우 침묵은 긍정이란 이야기인데..
"몇 장이나 되던가요?"
"열 장 정도. 윗도리를 모두 벗은 사진도 있어.. 그런데 이상한 건 정면에서 찍은 건 두장 밖에 없어. 사진 속에 자네 표정을 보면 아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거든. 미정이가 자네 모르게 찍은 것 일수도 있지."
"다른 남자 사진은 없던가요?"
"응. 남자는 자네 혼자야. 미정이가 본인을 찍은 사진도 있고 미정이랑 같이 일했던 아가씨들과 찍은 사진도 있긴 한데 남자는 없어."
그 때 김순경이 끼여 들었다.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본인이 우울증 같은 걸로 자살한 건데.. 뭐..
조순경 들어 가자. 할머니는 고향으로 가셨을 것이고 다 끝난일인데.. 저녁 때 소주나 한 잔 할까?"
김순경은 나보다 두기수 선배다. 워낙 경찰관을 많이 채용하던 시절에 들어와서 2기 차이가 6개월 밖에 안되고 나이도 한살 차이라 서로 말을 놓다시피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다방을 나와 순찰차를 함께 타고 면소재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파출소로 갔다. 그런데 미정이 할머니가 파출소 앞 도로변에 서 있다. 아마 옛날 분이라 파출소가 겁이 났는 지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망설이는 듯 했다. 할머니가 파출소를 찾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잘 이야기해서 보낼께. 조순경은 조금 있다 들어와."
파출소로 들어가서 핸드폰 사진을 보게 되면 부소장이 알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서 만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할머니가 궁금한 건 아마 미정이가 왜 자살을 했는 지 그 이유일 것이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일이었는데... 할머니를 만나면 내게 이렇게 물을 것 같았다.
"도대체 그 애한테 어떻게 했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어떻게 했길래?"
내가 어떻게 했지? 난 그애에게 무얼 했을까?
김순경이 순찰차에서 내려 할머니에게 걸어갔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모시고 파출소로 들어 갔다. 부소장도 날 아껴주는 분이라 어지간하면 일을 덮으려고 할 것이고 그 사진 속에 인물이 경찰이고 우리 파출소에서 같이 근무하다는 말은 아마 하지 않을 것이다.
난 순찰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강으로 가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강 언저리에 있는 언덕에서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문득 생각이 난건 죽음이었다. 미정이는 왜 죽으려고 했을까? 그 절망을 미정이에게 준 게 나라면, 그 이유가 오직 나로 인한 것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천천히 미정이와의 일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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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무렵 오후 파출소에서 혼자 소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따뜻한 차를 가지고 미정이가 왔었다. 어려보이는 데다가 얼굴이 착하고 예쁘게 생겨서 내심 반가왔던 나는 가끔 회의를 하는 탁자에 미정이를 앉게 한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 왔나 보네. 반가워.."
"예.."
난 업소 종사원 명부를 기록하는 대장을 가지고 와서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기재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81년생이면 스무살이네.. 원래 고향은 어디야?"
"경상남도 남해예요."
"음. 멀리서 왔구나. 남해는 바닷가지?"
"예."
"수영 잘하겠네? 좋겠다."
"조금요. 오빠는 젊어 보이는데 의경이예요?"
그때 내 나이가 29살이었다. 젊어 보인다니 기분은 좋았지만 의경은 너무 했다.
"군대 제대한 지는 좀 됐고 난 경찰관이야. 작년에 채용됐으니 신임 순경. 크크."
"정말요? 와 멋있다."
미정이는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키도 크고 늘씬해서 길거리에 나가면 남자들이 군침 깨나 흘릴 외모였다. 난 미정이가 가지고 온 칡차를 다 마시고 나서 파출소를 나가는 그애에게 말했다.
"앞으로 파출소에서 차 시키면 무조건 미정이가 와. 알았지?"
"왜요?"
"그냥 오라면 와. 성수 형님, 아니 사장님에게 가서 조순경이 그러라고 시켰다고 해."
"사장님도 아세요?"
"응 자주 만나. 이런 저런 일때문에.. 무조건 미정이가 오는 거다. 알았지?"
"예.. 그런데 다른 데 배달 가 있으면 못 올수도 있어요."
"응. 그럴 때 어쩔 수 없고.."
난 미정이가 파출소에 배달을 올 때 마다 가서 아는 척을 했고 며칠 후에 넌지시 말했다.
"나 이번 주 토요일 비번인데 같이 밥 먹을래?"
"저 그날 일해야 되요. 안되는데..."
"응 내가 티켓 끊을께.. 저녁 7시에 보자. 시간당 2만원이지?"
"예? 오빠가 티켓비를 내주신다고요?"
미정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덩달아 나도 놀랐다. 애는 왜 이리 놀라는 거지? 티켓 끊고 남자들과 술을 마신 적이 한번도 없나?
"응. 그런데 왜 그리 놀라? 난 미정이하고 밥 먹으면 안돼?"
"아니요.. 알았어요. 토요일이라고 하셨죠?"
"응 내가 그날 낮에 다시 전화할게. 핸드폰 번호 좀 불러봐."
난 미정이가 불러주는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후 그 애를 보냈다. 경찰관이 되서 00면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다방에 새로 온 아가씨들과 잔게 미정이 전에도 4~5명 정도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 하면 대충 알아 듣는데.. 술 한잔 하다가 나 오늘 비번이라 모텔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근할 거라고 이야기 한 후 맥주 몇 병 사 가지고 술 한잔 더하러 가자고 모텔로 잡아 끌면 그때 까지는 100프로 모두 성공했었다.
티켓비를 10만원 정도 주면 12시 까지 같이 있다가 가는 애들도 있고 간혹 다음 날 아침까지도 있어 주는 아가씨도 있었지만 미정이의 반응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그때 난 토요일 날 미정이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아가씨와 좀 다르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토요일 저녁 난 다방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미정이를 내 차에 태우고 근처에 있는 촌닭을 파는 산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날 미정이는 청바지에 난방, 그리고 빨간색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전혀 다방 레지처럼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난 대학교 시절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었었던 것 같다. 난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닭을 먹으며 술을 마셨고 연신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미정이는 키가 몇이야? 170정도 돼?"
"168cm예요. 고2때 이후론 안커요. 그때도 이 키 였는데.."
"너랑 같이 시내 나가면 남자들이 많이 쳐다볼 것 같아.. 대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 놈들이 부러웠었는데..
언제 한번 같이 안산으로 영화보러 가자."
"오빠는 안산을 잘 알아요?"
"응. 중,고등학교 때 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 미정이는 가본 적 있어?"
"이 곳에 오기 전에 화성에서 두달정도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한번 가본 적이 있어요. 잘은 몰라요."
"그랬구나.. 영화 보는 건 좋아해?"
"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영화관에 가서 기다리고 팝콘 먹고 이러는 거 좋아해요. 오빠가 보여줄거죠?"
"응. 영화표는 내가 끊을테니 팝콘은 니가 사."
"정말요? 음 그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지."
"뭘 다시 생각해? 팝콘 사라고 했다고 영화를 안보겠다는 거야?"
"팝콘이 얼마나 비싼줄 알아요? 빅사이즈 사려면 5,000원 정도 줘야 되는데..."
"너 완전 깍쟁이구나.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쫌순이 처럼 보이더구만.."
"뭐요? 쫌순이.. 말 다했어요?"
"말 다했다. 어쩔래?"
미정이가 눈을 흘긴다. 난 대학생이 다시 된듯한 기분이었다.
"농담이야. 크크크. 내가 영화도 보여주고 팝콘도 사주고 또 맛있는 스파게티도 사주께. 넌 시간만 내.."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더니 빙그레 웃었다.
"소주 한잔 줄까? 술 마실줄 알아?"
"잘 못마셔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구.. 두잔 마시면 인사불성."
"마시기 싫으면 싫다고 해. 두잔 마시고 인사불성 되는 사람이 어딨냐? 그럼 친구들하고 술자리 같은 거는 아예 못하겠네.."
"진짜예요. 술자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아요. 안주먹고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시간만 때우거든요. 나 마시고 정신 잃으면 오빠가 책임 질거예요?"
당근이지. 책임진다.
그 날 미정이는 소주 2잔을 마시고 무언가 횡설수설하면서 잠이 들었다. 뭐가 이렇게 쉽지? 미정이는 좀 공을 들여야 할줄 알았는데.. 겨우 촌닭집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모텔로 데리고 갔다. 모텔로 미정이를 업고 들어가자 아줌마가 좀 놀란 듯 하더니 방키를 내밀었다. 그리고 방으로 데리고 가서서 침대에 눕혀도 그 애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이런 여자도 있구나.. 나도 처음 있는 일이라 난 씻고 와서 TV를 보다가 미정이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잠이 든 미정이의 옷을 난 벗기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그 애가 정말로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정이가 술에 취했지만 의식이 있었다면 난 천천히 옷을 벗기고 쌓여 있는 내 욕정을 풀어내려고 달려 들었겠지만 미정인 잠을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자는 스무살 여자아이 옆에 누워서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난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져 버렸다. 그냥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같이 덮고 누워 있다가 그 따뜻한 기운에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이다.
이 글은 야설이라기 보다 소설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중년 남자이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평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특이한 소시민이고 그러다보니
만나게 되는 사건들을 1인칭 시점으로 적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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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여고생 현주의 집 담을 넘은 날로부터 며칠 후에 일어났다.
당시 난 김양의 자살 사건이 있은 후부터 6개월 동안 면 소재지 00다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방 사장인 성수 형님은 청년회 회장이었고 자율방범대원인터라 평소에도 파출소에 자주 오는 관계로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다방 내에서 아가씨가 자살을 한 일이 영업에 도움이 될리가 없어서 형님에게 내심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만 성수 형님은 내 앞에서 단 한번도 그 일을 화제에 올리시질 않았고 그렇게 그 사건은 내 인생에서 지워져가고 있었다.
오후 근무 시간 중에 별달리 할 일도 없고해서 동료인 김순경과 같이 면소재지에 순찰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순찰차를 세워 둔 곳이 00다방 입구가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쪽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서 쳐다 보았더니 성수 형님이 어떤 할머니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오지랖이 넓은 김순경이 차에서 내려 그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고 내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다방 입구쪽으로 가자 성수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 무슨 말씀 이신지는 알겠는데 전 그런 사람 본적 없어요. 그리고 유서까지 써 놓고 자살했는데 그 사람 찾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이거 차비하시고 내려가세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그 불쌍한 것이 죽기 얼마전에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할메한테 전화해서 자랑까지 했었는데..."
난 성수 형님을 향해 걸어가는 상황이라 할머니의 뒷 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형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성수 형님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가라고 손짓을 한다. 난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그 손짓이 날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했는데 성수 형님이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하며 다시 가라고 손짓을 해서 순찰차를 향해 돌아섰다. 허튼 이야기를 할 사람은 아니고 김순경이 갔으니 나중에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잠깐 들은 말이지만 직감적으로 김양의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나서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순찰차 안에 들어가 앉아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몇 분 후에 할머니가 돌아서더니 순찰차 앞쪽을 지나 쓸쓸히 걸어 가셨다. 김양의 고향은 경상남도 남해라고 들었는데 6개월이 지난 후에 거기서 여기까지 오셨던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차에서 내려 다방으로 갔다.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는 전화를 했었다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부정해왔지만 그게 설마...
다방 안엔 김순경과 성수 형님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김순경 옆에 앉았다.
"형님 아까 저한테 가라고 한 거 맞죠? 무슨 일 있어요?"
"동생.. 그게.."
성수 형님이 말을 더듬길래 다시 물었다.
"아까 그 할머니 혹시 김양 할머니 아니예요?"
"맞아.. 아까 들었었나?"
"예. 무슨 일인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보세요. 저만 모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음.. 그래.. 아까 본 할머니가 김양. 아니 미정이 외할머니야. 결혼도 하지 않았던 엄마가 혼전 임신으로 애를 배서 낳은 애가 미정인데 미정이 엄마는 미정이가 어렸을 때 금방 찾으러 온다고 외가에 맡기고 가서는 어디가서 죽었는 지 살았는지 아직도 연락이 없대. 물론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외할아버지라도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든 미정이 엄마를 찾아 봤겠지만 할머니 혼자서 애를 키우다 보니 그럴 여력도 없었다는군.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히 애를 키우셨는데 미정이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서울에 취직이 되서 돈을 벌러 간다고 올라 갔대. 그게 다방인지는 꿈에도 생각 못하셨고. 하긴 미정이는 다른 애들하고는 좀 달라. 미리 빚을 내서 땡겨 쓰고 온 애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다방에 취직한 애거든.
화성시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던 앤데 우연히 후배를 통해 알게 되서 내가 월급을 더 주기로 하고 데리고 왔었어. 착실하고 빚도 없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서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거든. 자네도 알겠지만 이 바닥이 좋은 아가씨 구하기가 쉽질 않아. 겨우 구했다 싶으면 빚도 안 갚고 몰래 도망가기도 하고 밤마다 술마시고 아침에 속이 쓰려 일 못하겠다고 생떼 쓰기도 하고...
미정이가 그렇게 죽고 나서 그 때도 미정이 할머니를 뵙기는 했는데 내가 장례비조로 약간의 보상금을 드리면서 잘 달래서 보냈었어. 미정이 유품도 모두 챙겨 가셨고. 그런데 미정이 유품 중에 핸드폰이 있었는데 며칠전에 할머니가 몸이 아파서 방문한 간호사가 그걸 보고 뭐냐고 물어봤었대. 할머니가 핸드폰도 있으시냐고. 죽은 손주꺼라고 했는데 핸드폰 안에 사진이 있을 텐데 충전해 보시라고 해서 겨우 겨우 읍내에 있는 대리점에 가서 충전을 해 보신거야. 거기서 남자 사진이 여러장 나왔는데 모두 같은 사람이었어.
미정이 유서 내용에 남자가 싫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 미정이를 화장해놓고 충격때문에 앓아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도대체 어떤 일이 손주딸에게 있었는지, 그 남자를 만나서 물어보고 알아보기라도 해야 죽기 전에 한이 안된다고 여기 까지 오셨다더군. 난 그 사진보고 그런 사람 모른다고 돌아가시라고 했지. 이제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냐고. 아까 그러던 중에 그걸 자네가 본거야."
성수 형님은 나보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렇다면 그 사진 속의 남자는 나라는 이야기 인데... 내가 미정이와 사진을 찍었던가? 아니 미정이가 핸드폰으로 내 사진을 찍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그럼 그게 제 사진이란 말인가요?"
"..."
이런 경우 침묵은 긍정이란 이야기인데..
"몇 장이나 되던가요?"
"열 장 정도. 윗도리를 모두 벗은 사진도 있어.. 그런데 이상한 건 정면에서 찍은 건 두장 밖에 없어. 사진 속에 자네 표정을 보면 아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거든. 미정이가 자네 모르게 찍은 것 일수도 있지."
"다른 남자 사진은 없던가요?"
"응. 남자는 자네 혼자야. 미정이가 본인을 찍은 사진도 있고 미정이랑 같이 일했던 아가씨들과 찍은 사진도 있긴 한데 남자는 없어."
그 때 김순경이 끼여 들었다.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본인이 우울증 같은 걸로 자살한 건데.. 뭐..
조순경 들어 가자. 할머니는 고향으로 가셨을 것이고 다 끝난일인데.. 저녁 때 소주나 한 잔 할까?"
김순경은 나보다 두기수 선배다. 워낙 경찰관을 많이 채용하던 시절에 들어와서 2기 차이가 6개월 밖에 안되고 나이도 한살 차이라 서로 말을 놓다시피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다방을 나와 순찰차를 함께 타고 면소재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파출소로 갔다. 그런데 미정이 할머니가 파출소 앞 도로변에 서 있다. 아마 옛날 분이라 파출소가 겁이 났는 지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망설이는 듯 했다. 할머니가 파출소를 찾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잘 이야기해서 보낼께. 조순경은 조금 있다 들어와."
파출소로 들어가서 핸드폰 사진을 보게 되면 부소장이 알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서 만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할머니가 궁금한 건 아마 미정이가 왜 자살을 했는 지 그 이유일 것이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일이었는데... 할머니를 만나면 내게 이렇게 물을 것 같았다.
"도대체 그 애한테 어떻게 했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어떻게 했길래?"
내가 어떻게 했지? 난 그애에게 무얼 했을까?
김순경이 순찰차에서 내려 할머니에게 걸어갔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모시고 파출소로 들어 갔다. 부소장도 날 아껴주는 분이라 어지간하면 일을 덮으려고 할 것이고 그 사진 속에 인물이 경찰이고 우리 파출소에서 같이 근무하다는 말은 아마 하지 않을 것이다.
난 순찰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강으로 가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강 언저리에 있는 언덕에서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문득 생각이 난건 죽음이었다. 미정이는 왜 죽으려고 했을까? 그 절망을 미정이에게 준 게 나라면, 그 이유가 오직 나로 인한 것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천천히 미정이와의 일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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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무렵 오후 파출소에서 혼자 소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따뜻한 차를 가지고 미정이가 왔었다. 어려보이는 데다가 얼굴이 착하고 예쁘게 생겨서 내심 반가왔던 나는 가끔 회의를 하는 탁자에 미정이를 앉게 한 후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 왔나 보네. 반가워.."
"예.."
난 업소 종사원 명부를 기록하는 대장을 가지고 와서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기재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81년생이면 스무살이네.. 원래 고향은 어디야?"
"경상남도 남해예요."
"음. 멀리서 왔구나. 남해는 바닷가지?"
"예."
"수영 잘하겠네? 좋겠다."
"조금요. 오빠는 젊어 보이는데 의경이예요?"
그때 내 나이가 29살이었다. 젊어 보인다니 기분은 좋았지만 의경은 너무 했다.
"군대 제대한 지는 좀 됐고 난 경찰관이야. 작년에 채용됐으니 신임 순경. 크크."
"정말요? 와 멋있다."
미정이는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키도 크고 늘씬해서 길거리에 나가면 남자들이 군침 깨나 흘릴 외모였다. 난 미정이가 가지고 온 칡차를 다 마시고 나서 파출소를 나가는 그애에게 말했다.
"앞으로 파출소에서 차 시키면 무조건 미정이가 와. 알았지?"
"왜요?"
"그냥 오라면 와. 성수 형님, 아니 사장님에게 가서 조순경이 그러라고 시켰다고 해."
"사장님도 아세요?"
"응 자주 만나. 이런 저런 일때문에.. 무조건 미정이가 오는 거다. 알았지?"
"예.. 그런데 다른 데 배달 가 있으면 못 올수도 있어요."
"응. 그럴 때 어쩔 수 없고.."
난 미정이가 파출소에 배달을 올 때 마다 가서 아는 척을 했고 며칠 후에 넌지시 말했다.
"나 이번 주 토요일 비번인데 같이 밥 먹을래?"
"저 그날 일해야 되요. 안되는데..."
"응 내가 티켓 끊을께.. 저녁 7시에 보자. 시간당 2만원이지?"
"예? 오빠가 티켓비를 내주신다고요?"
미정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덩달아 나도 놀랐다. 애는 왜 이리 놀라는 거지? 티켓 끊고 남자들과 술을 마신 적이 한번도 없나?
"응. 그런데 왜 그리 놀라? 난 미정이하고 밥 먹으면 안돼?"
"아니요.. 알았어요. 토요일이라고 하셨죠?"
"응 내가 그날 낮에 다시 전화할게. 핸드폰 번호 좀 불러봐."
난 미정이가 불러주는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후 그 애를 보냈다. 경찰관이 되서 00면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다방에 새로 온 아가씨들과 잔게 미정이 전에도 4~5명 정도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 하면 대충 알아 듣는데.. 술 한잔 하다가 나 오늘 비번이라 모텔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근할 거라고 이야기 한 후 맥주 몇 병 사 가지고 술 한잔 더하러 가자고 모텔로 잡아 끌면 그때 까지는 100프로 모두 성공했었다.
티켓비를 10만원 정도 주면 12시 까지 같이 있다가 가는 애들도 있고 간혹 다음 날 아침까지도 있어 주는 아가씨도 있었지만 미정이의 반응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그때 난 토요일 날 미정이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아가씨와 좀 다르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토요일 저녁 난 다방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미정이를 내 차에 태우고 근처에 있는 촌닭을 파는 산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날 미정이는 청바지에 난방, 그리고 빨간색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전혀 다방 레지처럼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난 대학교 시절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었었던 것 같다. 난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닭을 먹으며 술을 마셨고 연신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미정이는 키가 몇이야? 170정도 돼?"
"168cm예요. 고2때 이후론 안커요. 그때도 이 키 였는데.."
"너랑 같이 시내 나가면 남자들이 많이 쳐다볼 것 같아.. 대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 놈들이 부러웠었는데..
언제 한번 같이 안산으로 영화보러 가자."
"오빠는 안산을 잘 알아요?"
"응. 중,고등학교 때 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 미정이는 가본 적 있어?"
"이 곳에 오기 전에 화성에서 두달정도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한번 가본 적이 있어요. 잘은 몰라요."
"그랬구나.. 영화 보는 건 좋아해?"
"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영화관에 가서 기다리고 팝콘 먹고 이러는 거 좋아해요. 오빠가 보여줄거죠?"
"응. 영화표는 내가 끊을테니 팝콘은 니가 사."
"정말요? 음 그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지."
"뭘 다시 생각해? 팝콘 사라고 했다고 영화를 안보겠다는 거야?"
"팝콘이 얼마나 비싼줄 알아요? 빅사이즈 사려면 5,000원 정도 줘야 되는데..."
"너 완전 깍쟁이구나.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쫌순이 처럼 보이더구만.."
"뭐요? 쫌순이.. 말 다했어요?"
"말 다했다. 어쩔래?"
미정이가 눈을 흘긴다. 난 대학생이 다시 된듯한 기분이었다.
"농담이야. 크크크. 내가 영화도 보여주고 팝콘도 사주고 또 맛있는 스파게티도 사주께. 넌 시간만 내.."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더니 빙그레 웃었다.
"소주 한잔 줄까? 술 마실줄 알아?"
"잘 못마셔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구.. 두잔 마시면 인사불성."
"마시기 싫으면 싫다고 해. 두잔 마시고 인사불성 되는 사람이 어딨냐? 그럼 친구들하고 술자리 같은 거는 아예 못하겠네.."
"진짜예요. 술자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아요. 안주먹고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시간만 때우거든요. 나 마시고 정신 잃으면 오빠가 책임 질거예요?"
당근이지. 책임진다.
그 날 미정이는 소주 2잔을 마시고 무언가 횡설수설하면서 잠이 들었다. 뭐가 이렇게 쉽지? 미정이는 좀 공을 들여야 할줄 알았는데.. 겨우 촌닭집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모텔로 데리고 갔다. 모텔로 미정이를 업고 들어가자 아줌마가 좀 놀란 듯 하더니 방키를 내밀었다. 그리고 방으로 데리고 가서서 침대에 눕혀도 그 애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이런 여자도 있구나.. 나도 처음 있는 일이라 난 씻고 와서 TV를 보다가 미정이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잠이 든 미정이의 옷을 난 벗기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그 애가 정말로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정이가 술에 취했지만 의식이 있었다면 난 천천히 옷을 벗기고 쌓여 있는 내 욕정을 풀어내려고 달려 들었겠지만 미정인 잠을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자는 스무살 여자아이 옆에 누워서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난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져 버렸다. 그냥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같이 덮고 누워 있다가 그 따뜻한 기운에 깜박 잠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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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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