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낸다고? 나를? 왜?’
혼낸다던 그녀가 무릎을 모아 껴안은 채 앉아서는 죽을 먹는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
고 있었다. 불안했다. 도대체 무얼 가지고 나를 혼내야겠다고 하는지... 찔리는 게 너무 많아
서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야! 강성현! 이불에 흘리면 어쩌려고 그렇게 돌돌 싸매고 먹는건데?”
그렇게 천사의 미소로 바라보던 그녀가 아예 이불을 헤집으며 나의 몸에서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아.. 아... 누나... 아... 안돼... 아직도 부러질 듯 커져있다 말이야...’
마음 같아선 거칠게 솟아 오른 자지를 발랑 까놓고 먹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았
다. 야설에서는 이럴 때 못이기는 척 거대해진 자지를 보여주고 누나는 ‘어쩜 이렇게 훌륭
한 것을...’이라고 말하며, 자지를 입에 물고 살 때까지 빨아주겠지만 지금은 현실이었다.
‘아~ 뭐지? 혹시 내가 훔쳐본 걸 알아버린 건가?’
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속절없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양이었다.
‘하긴, 어제 저녁도 쫄쫄 굶었고... 점심시간도 훌쩍 지난 시간이니....’
무엇보다도 누나의 음식솜씨는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김치찌개며, 끓여온 죽 역시 내 입
맛에 너무도 잘 맞았다. 하긴 그녀가 해주는 그 어떤 게 맛이 없으랴... 그녀의 귀여운 웃음
사이로 다가올 꾸지람도 달콤할 것만 같았다.
“물!”
물컵을 내밀며 옴지락거리는 도톰한 입술을 마구 빨고 싶었다. 그녀의 입술을 마음껏 유린
하는, 또 그 입술에 마음껏 자지를 들이미는 지난밤의 그가 다시 부러워지고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여학생들만 가입을 한다는 합주부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합주부의 역할은
학교 행사마다 큰북과 작은북, 실로폰, 심벌즈와 오르간, 그리고 아코디언과 멜로디언을 불
며 애국가나 교가 같은 것들을 합주해주는 동아리 같은 것이었다. 선생님 말씀에 괜한 토를
달며 까불다가 들어간 합주부엔 오로지 나 홀로 남자였는데, 그 날 하굣길에 창피함과 서러
움에 울고불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다. 4학년 때 처음 들어간 합주부에서 나의 악기는 단연
멜로디언이었다. 4학년생은 거의 대부분 멜로디언이었고 실력이 조금 되는 아이들은 아코디
언을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 5, 6학년 누나들은 작은북과 큰 북 그리고 리더가 있었다.
죽기보다도 하기 싫었던 합주부 활동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리더는 다른 합주부원보
다 화려한 깃털이 꽂혀진 모자와 금색 수술이 멋진 단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탐이
났던 건 1m남짓 되는 합주봉을 화려한 기술로 돌려대며 은색의 호루라기를 부는 모습이었
다. 결국 초등학교 역사 최초로 나는 합주부의 남자리더를 했고 아마도... 합주부의 남자 리
더는 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건 합주부 시절을 떠올린 이유는 동급생이었던 ‘이유진’이라는 여자아이 때문이었다. 그
때 당시 우리학교로 전학을 온 유진이는 남들보다 수려한 외모를 가진 아이였는데, 유독 입
술이 가장 먼저 눈에 띌 만큼 예쁜 아이였다. 그녀가 그의 자그마한 자지를 입에 힘껏 물었
을 때 나는 유진이의 입술이 떠올랐다. 강하게 물고 힘차게 튜브를 불던 유진의 입술만큼
그녀의 입술이 탐 날 정도로 예뻤기 때문이었다.
물잔을 내려놓자 그녀는 작은 상을 끌어 자신의 뒤쪽으로 옮긴 뒤 나를 새초롬하게 째려보
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강성현! 너 누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없어?”
이런 게 제일 싫다. 그냥 혼내면 될 것을... 엄마도,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랑스런 누나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이런 식의 추궁과 분위기 잔뜩 잡고 얘기 좀 하자
는 말... 괜히 사람을 너무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잘.... 못한거요?”
시간을 벌기 위해 되물어 놓은 뒤 머리를 굴렸지만 내가 그녀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한 두
가지인가? 어제 그녀의 광기 어린 쾌락을 훔쳐본 것, 그녀의 속옷을 훔친 것, 그리고 그녀
의 속옷을 입은 것, 이것저것 다 따지면 그녀를 좋아한 것부터가 잘못일 수도 있었다.
“있어 없어?”
“......................”
그녀의 말투는 마치 어린 아이를 다그치는 말투였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용하면
서도 엄했다. 나도 모르게 숙여지는 머리가 아예 방바닥에 닿을 듯 했고 쓸데없이 발가락만
매만지고 있었다.
“콩!”
그 때 그녀의 작은 주먹이 나의 머리를 때렸다. 조막손 같은 그녀의 흰 주먹이 어찌나 매운
지 정신이 번쩍 들어왔다. 그녀에겐 난 아직 어린 아이였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으
니 나의 머리를 그렇게 야멸차게 쥐어 박았으리라...
아픈 내색도 하지 않았고, 떨군 고개도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미안했다. 콕 집어 뭘 잘못했
는지도 몰랐지만 그냥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성현아~ 호기심으로 그런거지?”
쥐어박을 땐 언제고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붙잡아 주었다. 따뜻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이미 커진 자지는 그런 그녀의 작은 스킨십에도 울컥하며 투명의 진득한 눈물을 내뱉고 있
었다.
“.................”
나는 그저 고개만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 그렇다. 그녀도 나의 나이를 지나봤을 것이고, 남편에게 혹
은 그녀의 남자에게, 또는 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리고 이제 그녀라는 이름을 마음속에서 동네 아줌마로 바꿔 써야 할 때가 왔다는 걸을 예감
하고 있었다. 아직 그녀와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하다못해 짧은 입맞춤 한 번 하지 못
했는데 그런 그녀를 동네 아줌마로 치부해 버리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언제까
지 채영이라는 여자로 인해 피폐해지는 영혼으로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말했듯이 공부해
서 좋은 대학도 가야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먼저 포
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될지는 의문이었다.
“녀석....”
어찌 보면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내 스스로가 이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한다고 그녀가 두 다
리를 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의 볼을 잡아 꼬집는다. 그리고는
여린 손바닥으로 볼을 만져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그녀를 눕히고 그 위를 올라탈 걱정
을 했어야 했는데, 왠일인지 학교 선생님이 귀여워 해주는 것 같이 정말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정말... 누나를 이제는 포기를 해야 하는 건가?’
싫었다. 지금처럼 그녀를 마음에 품은 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평소처럼 그녀를 바라보다
가도 밤이 되면 그녀를 훔쳐볼 것이었고, 그녀의 다리 사이를 오가는 남자들을 증오할 것이
며, 그럴수록 나는 그녀를 더욱 깊은 곳에 숨기고 가두어 괴로워할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
다. 더구나 그녀의 남자가 아닌 남자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 ‘설마 나도?’라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아~ 누나와 한 번만 할 수 있다면... 정말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는데...’
내 마음이었지만 나 조차도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머리로는 잊으라, 포기하라 하는데
마음만은 그녀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나의 손과 볼에서 손을 뗀 그녀가 뒤쪽에서 무언가를 끌어왔다. 종이 쇼핑백이었다. 그리고
가까이 앉은 그녀와 나 사이에 쇼핑백 안의 물건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윽~~~’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맨 처음 꺼내진 건 어제 입었던 남색반팔 티셔츠였고 그
위로 회색 반바지가 올려졌다. 세탁을 했는지 섬유유연제 향기와 함께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옷가지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입고 있던 그녀의 팬티가 예쁜 모양으로 개
어져 올려졌다. 빨간 팬티라인이 예쁜 디자인의 속옷에서는 처음 가져왔을 때처럼 섬유유연
제 향기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누... 누나...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사과의 말이 튀어 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가 정말 화를 낼 것만 같았
다.
“속옷이 자꾸 없어진다 했는데... 범인이 너였구나?”
“................”
입에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니?”
“...............”
“왜 그랬어? 응? 말해 봐...”
“.................”
그녀가 다그쳐왔다. 목소리는 분명 평소에 듣던 목소리보다 훨씬 낮은 톤이었지만 저음에서
밀어닥치는 압박감만은 보통이 아니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자꾸만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입은 얼어붙은 것처럼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애꿎은 방바닥만 손가락으로 후벼 파고 있었
다. 그녀의 얼굴은 무슨 표정일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왠지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면 무릎
이라도 꿇게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해줘... 호기심이었다고”
그녀의 강한 어조가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처럼 장난이
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장난이라 말하
고 이 상황이 끝나버린다면 나는 그녀에게 그저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날 사랑해요’라고 죽도록 말하고
싶었다. 말도 되지 않는 삼류영화라면 나와 같은 남자주인공은 수줍게 고백을 할 것이고,
그럼 누나와 같은 여주인공은 놀라다가 남자주인공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키스를 나눠줄테지
만 현실에서는 통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누나의 음성이 점점 차갑게 얼
어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강성현! 너 정말 아무런 말도 안 할거야?”
재차 들려온 그녀의 음성은 몰라보게 고음으로 변해있었다. 아니 뇌리 속에 깊이 박힌 그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점차 죽어가던 자지도 재차 힘을 받아 다시 꼿꼿해졌지만 나는 그런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내뱉고도 놀란 나였지만 그녀에
게 혼난다는 느낌이 들자 괜한 부아가 치밀었다. 나는 그녀에게 혼나는 것이 싫었다. 혼난
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선생님도 아니었고 부모님도 아니었다. 내
안에 그녀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이성일 뿐이었고 사랑하는 여자일 뿐이었다. 게다가 한창
예민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추궁에 순순히 따르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자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어댔고 그
녀가 너무도 약하게만 느껴졌다.
“...............”
“뭘 그렇게 궁금해 하는 거냐고!”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디에서 나온 용기인지도 모른 채 반말까지 해가며 그녀를 윽박
질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나를 남자로 봐주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
자 전세가 뒤 바뀌어 이번에 그녀가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
었다.
“너... 너...”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는지 그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더듬어대고 있었
다. 놀란 그녀를 당장에 끌어안아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고
있었다.
“이깟 팬티? 이게 왜 내가 갖고 있는지가 궁금해? 아니면 내가 왜 내가 이 팬티를 훔쳤는지
가 궁금해? 궁금한 게 뭐야!!!”
“서... 성현...아... 지... 진정해....”
그녀는 놀라 뒤로 나자빠질 듯이 상체가 기울어 있었다. 내가 움찔하기라도 하면 잽싸게 도
망칠 준비 자세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했다. 아마 내 눈알이
돌긴 돌았나보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내 본적이 없었다는 걸 비로
소 깨닫는 나였다. 하지만 높아진 이 자세를 다시 아래로 깔아뭉개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겁을 먹었지만 분명 그녀의 눈에서는 나를 어린아이로 보던 눈빛은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
다.
“...............”
“................”
그녀도 나도 잠시 아무런 말없이 그저 서로를 살폈다. 나는 그녀가 이대로 도망가지 못하도
록 애써 달아오른 흥분을 삭혀냈고 그녀는 여전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진정시키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싸움을 하다 떨어진 아이처럼 가슴을 들썩거리며 씩
씩대고 있는 나였다. 그리고 맑은 피부와 맑은 얼굴을 가진 그녀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흥분은 가시고 있었다.
“.................”
“서.. 성현아... 진정해... 네 나이 땐 다 그럴 수 있어... 호기심에...”
“호기심 아니야...”
“............. 그래... 그래... 누나는 다 이해해....”
도대체 뭘 이해한다는 건지... 단순히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인지, 아니면 정말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알고 있었어...”
“..............”
“성현이가 내 속옷을 가져간 것도,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도”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지금껏 모른 척 해주었던 것이었
나 보다. 지금 나를 찾아온 이 기분이 창피함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
만 한 가지 기분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후련함이 들어왔다.
“알...고..... 있었어?”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모른
척 지내고 있었던 그녀가 야속하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생
각 들었다. 알았다고 한 들 그녀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
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연상에 대한 잠시간의 호기심이나 풋사랑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그녀가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아 앉으며 종전보다는 편안하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
다,
“언제부터 알았어?....요?”
바보같이 다시 존댓말을 하는 나였다. 폭풍같이 몰아치던 감정이 한 번 휩쓸려나가고 나니
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성현아~ 여자는 남자하고 달라... 약간의 감정이 흐트러지기만 해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육감이라는 게 있거든...”
육감? 난 육감이라는 게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의 감정
변화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게 무당이나, 신내림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평
범한 여자가 그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육감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화내서...”
“아니야... 괜찮아... 그래도 기분은 좋은 걸? 아직도 내가 어린 네게도 통하는 젊음을 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나, 어리지 않아요!”
“푸흣~~ 그래.. 그래.. 성현이도 다 컸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다 큰 지?”
“왜 몰라~ 다 알지...”
그녀가 굳었던 얼굴을 풀어내고 다시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착한 미소를 품
은 그녀에게 화를 냈던 내 자신이 미워지고 있었다.
“근데요... 누나...”
“응?”
동그랗게 뜬 눈으로 화사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다시 가슴이 뛰고 뜨거운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느낌에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저... 누나 좋아하면 안돼요?”
뭐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또 있을까? 이미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데,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안 된다고 하면 깨끗이 포기할 것도 아니면서......
“안 된다고 하면? 안 좋아할거야?”
“아... 아니요! 그래도...”
“피~”
그녀가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끌고 와 다시 나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올 때
마다 오줌을 지릴 것처럼 온 몸이 떨려왔다. 크지 않은 가슴이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자
연스런 출렁임이 느껴졌고 그녀의 고운 미소가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누... 누나....”
그녀가 점점 다가오는 게 싫지는 않았지만 나는 은근슬쩍 뒷걸음질이 쳐졌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뒷걸음질 보다 빨리 다가온 그녀가 다
시 나의 손을 포근하게 잡아주었다.
‘드... 드디어... 야설에서만 보던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내게도?’
온갖 상상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온 몸이 굳어버릴 듯 움직여지지 않는 그 기분
은 마치 망부석이라도 되고 있는 듯 했다.
“성현아... 누나는 남편도 있고 나이도 많잖아... 지금은 네가 어려서 잘 모르나본데 조금만
더 크면 알게 될거야... 그 땐 나 같은 아줌마를 왜 좋아했을까? 하면서 후회를 할 걸?”
지금에서야 그녀의 말이 아주 틀린 말이 아니란 걸 알지만 어렸던 내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이 세상에 여자는 그녀 뿐이었고, 내 눈에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후회 안 해! 후회 안 한다구요... 나 정말 누나 사랑해요”
“.............그래... 그래...”
허전했던 손등이 그녀의 포근함으로 감싸졌다. 마지못해 하는 대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허락을 얻어낸 것 같은 기분에 하늘이라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를 좋아한다
고 해서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살짝 포옹이라도 해주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내 앞에 놓인 옷가지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퍼부어대던 빗줄기가 가시
고 나니 곧 뜨거운 태양 볕이 드러났고 그 뜨거움은 이 옷가지들을 바짝 말려주었나 보다.
‘채영아... 누나....’
그녀가 가고 나니, 무언가를 잃은 듯 한 허탈함만이 남아 있었다. 분명히 그녀와 대화를 나
누며 화를 내고, 사과도 했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아내었지만 무언
가 찝찝한 마음이 계속해서 날 괴롭혀댔다.
나는 버릇처럼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버리고 그녀가 손수 세탁해 온 팬티를 입었다. 불안했
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조금씩 변태가 되어가는 건가?’
쓰러진 나를 발견한 건 그녀였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그리고 비가 새벽녘에 그쳤기에 망
정이지 자칫하면 나는 더운 여름에 동사를 할 수도 있을만한 사건을 지나고 난 후였다. 출
근준비를 하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나를 방으로 옮긴 뒤 출근을 했고, 젖은 옷과 몸을 추슬
러 준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사실은 그냥 넘어가려고도 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녀가 솔직히 말을 해줘서 더욱 고마웠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난밤의 일이 궁금해
서 속으로 끙끙 앓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이건 우연이건 남편이라고 말을 했지
만, 결코 남편이 아닌 그 아저씨의 자지보다 내 자지가 훨씬 크다는 걸 몸소 확인을 해주었
다는 게 작은 성취를 이뤄낸 것처럼 기뻤다. 원래는 창피하여야 하는데 왜 그런 감정이 들
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솔직히 그녀에게 나의 성난 자지도 드러내주고 싶었다.
그녀의 촉촉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팬티를 입자마자 자동으로 몸을 부풀린 자지를 몇 번
훑어낸 후에 나는 다시 침대로 몸을 뉘였다.
‘내 자지를 본 누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만져봤을까? 크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 아저
씨의 자지처럼 입에 한 번 머금었을지도... 아니야 그렇지는 않았을거야...’
나의 자지를 입에 무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결국엔 고개를 흔들어 허황된 상상에서
깨어났다.
‘아~ 그 아저씨는 누구였냐고 물어볼 걸 그랬나?’
잠시 잊었다가 생각 난 지난밤의 그 영웅을 떠올렸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동네의 배불
뚝이 아저씨의 인상이었지만 내겐 거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나의 그녀를 그토록 처참이
침몰시켜버린 남자 중의 남자로 새롭게 각인된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누굴까? 누나는 왜 그런 남자에게 반한거지?’
어여쁜 그녀와는 결코 한 그림 안에 가두어질 수 없는 몸매와 얼굴이었다. 섹스를 하기 전
에 그녀와 그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빼앗았는
지, 그녀의 마음 안으로 어떻게 파고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어찌되었건 섹스는 그 다음에
이뤄지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되고 싶었다. 그처럼 자유롭게 그녀의 은밀한 곳을 점령하고 싶었고 그처럼 그녀를 쾌
락의 사지로 몰아넣고 싶었다. 실제로 목격한 지난밤의 광경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불과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그녀가 인상을 찌푸린 표정이 감은
눈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고약한 감기 몸살에 걸린 몸이지만 정말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를 안고 싶었고 그녀를 가지고 싶었다... 그처럼......
나는 떠오르는 지난밤을 애써 지우지 않았다. 가랑이를 마음껏 벌리고 그의 단단한 자지를
받아내던 그녀를 떠올리며 자위를 시작했다. 기침이 나고 아직 몸에는 열이 떨어지지도 않
았지만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오로지 그 방법밖엔 없었다. 그녀를 생각하기만 해도 돌덩
이처럼 굳어지는 자지 때문에 괴로웠고, 그녀와 멀리 떨어지기만 해도 불안해지는 마음 덕
분에 친구를 만날 수도, 집 앞을 산책 할 수도 없었다. 학교를 가야 하거나, 불가항력적으로
또는 사회적, 신분적으로 꼭 지켜야 할 일들이 아닌 이상 나는 단 몇 분도 그녀와 함께 하
는 이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끄윽!”
몸이 안 좋은 탓인지 정액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시원치 않았다. 뿜어져 나온다기 보다는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정도의 진한 정액이 손등 위로 흐르고 있었다. 점도도 짙었고 그
색도 거의 샛노란색과 비슷할 정도로 진했다. 그리고 심하게 맥박이 뛰던 자지는 사정과 동
시에 금세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허탈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 아저씨도 싸고 난 뒤에 허탈함이 들까? 아니야... 엄청난 만족감에 젖어 있었겠지?’
그녀의 질속에 엄청난 양의 사정을 하고 난 뒤 흐르는 땀을 주체 못하고 담배를 찾아 물던
그가 보였다. 한바탕 엄청난 전투를 승리를 이끌어내고 하얀 연기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이
마치 전사와도 느껴졌었다.
만화를 보다보면 아이디어나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 머리 옆엔 노란 전등이 켜지곤 한다.
나 역시 그 남자가 담배를 피워내던 장면이 떠오르자마자 불현 듯 머리 옆으로 노란 전구가
켜졌다. 흘러내린 정액을 휴지로 닦아내고 안방으로 갔다. 그리고 지난 밤 그랬던 것처럼
아빠의 길다란 담배 두 개피를 꺼내어 현관으로 나섰다. 땀은 흐르지 않았지만 누나의 몸을
탐하고 난 뒤의 그처럼 나는 벌거벗은 채 힘 죽은 자지를 덜렁거리며 현관의 턱에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엉덩이엔 대리석의 차가움이 잠시 느껴졌다.
현관에 앉은 나는 담배에 불을 당겼다. 파지직하며 불이 붙은 담배에서는 종이와 담뱃잎이
타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담배연기를 삼켰었지?’
그녀의 남자처럼 나 역시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였다. 혀까지 불씨의 뜨거움이 느껴질 만
큼 힘껏 빨아들였다. 그리고 입안에 그 하얀 연기들을 머금었다가 폐부 깊숙이 연기를 넘겼
다.
“콜록! 콜록! 콜록! 카악~ 퉷!”
폐가 쓰라리다는 느낌이 뇌리를 쳤다. 동시에 엄청난 기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다시 한 번 연기를 빨아들였고 역시나 폐의 쓰라림을 느끼며 기침이 토해지고 있었다. 아무
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이런 것을 왜 피우는거지? 라는 의문만이 들 뿐 조금은 까진
친구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머리가 띵해지지는 않았다. 그저 난 어젯밤
영웅처럼 보이던 그 아저씨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일 뿐이었다.
“뻑! 후우~~~우~~~~”
혀에는 쌉싸름한 담배연기의 향이 느껴졌다. 덕분에 입안에는 마치 쓰디 쓴 약초를 씹은 것
처럼 침이 베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침을 모아 현관의 잔디 위로 침을 뱉어낸 후 다시 조
금씩 담배연기를 목안으로 삼켜내기 시작했다.
“콜록!”
역시 기침이 나오기는 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나름 멋지게 보이기 위해 엄지와 중지
에 담배를 끼우고 담배 마저 약간 대각선으로 물어 멋을 내보았다.
“후우우우우우우~”
담배가 거의 필터에 와 닿자 담배가 무척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빠나 그 아저씨처
럼 빨아들인 연기를 모조리 폐부로 넘긴 건 아니었지만 감안을 한다 해도 길다란 담배가 짧
게 느껴지는 여운이 남았다. 나는 다시 한 개피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뻑! 후우~~~”
호기심으로는 늦은거라 해도 고1 짜리의 흡연은 결코 늦은 시작이 아니었다.
그늘진 현관 앞에서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하얗게 부셔져 흩어지고 있었다. 왠지 나의 모습
이 궁금했다. 그 남자가 건네는 담배 한 모금을 아주 맛있게 빨아들인 그녀의 모습도 스쳐
지나가며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내가 피워내는 담배 한 모금을 나눠주리라 생각하니 왠지 우
쭐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려면 멋지게 담배를 피워내는 모습을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
았다. 나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리에 박차고 일어섰다.
‘어?... 어?’
갑자기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머리가 핑 돌며 순간적으로 헛구역질이 났다. 지난 밤 그녀의
방에 불이 꺼지고 난 뒤 일어설 때의 느껴졌던 어지러움과 비슷한 현기증이었다. 나는 현관
의 기둥을 잡고 버티다가는 다시 앉았던 현관의 턱에 철푸덕 주저앉고 말았다.
‘뭐지? 이 느낌은?’
마약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발끝까지 전해지는 나른함에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은 기분이었
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점차 어지러움은 사라져갔고 이내 괜찮아지고 있었다. 신기했
다. 담배 한 개피가 주는 신체의 변화가 이리도 몽롱하면서도 나른한 느낌인지... 기분이 좋
기도 했고 반대로 뒤 끝이 개운한 편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나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벽면에 걸린 거울 앞에 서
서 여전히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방금 전 느꼈던 그 나른하면서도 어지러운
느낌이 진하게 남아 있었고 또 다시 그런 현기증을 느끼고 싶었다. 그 뒷끝이 개운하지 않
은 현기증은 나름 중독성이 있었다.
“뻑! 후우~~~”
나름 멋지게 느껴지는 내 모습이었다. 코로 뿜어지는 담배 연기며, 이젠 제법 기침도 하지
않는 실력이 담배에 소질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채영아~ 너도 한 모금 해야지?”
나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른 내게 담배를 물려주었다. 북 치고 장구 치며 혼
자 하는 쇼였지만 그녀가 나의 담배를 입으로 빨아들이는 상상을 하며 늘어진 자지를 우왁
스레 붙잡아 주물렀다.
“조금만 기다려! 나의 자지로 너의 음탕한 구멍을 마구 헤집어 줄테니까!!”
마치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하는 내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채영이라
는 그 여자를 내 품으로 안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두 번째 담배를 비벼 끌 때 까지 처음처럼 강렬한 현기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하얀 연
기가 눈앞을 가로막은 것처럼 머릿속엔 하얀 안개가 가득 낀 듯 불투명한 느낌만이 지속됐
다.
오후가 지나 저녁시간이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나는 여전히 벌거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
병든 사람처럼 늘어져 있었다. 틈이 나는 대로, 그리고 생각이 나는 대로 나는 아빠의 담배
한 갑을 거의 다 비워버렸고 방안은 금세 담배 냄새로 찌들어버렸다. 그녀로 인해 자위라는
것을 시작했고, 그녀로 인해 담배마저 배워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죄책감 따윈 들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한 것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모든 것이 그
녀를 위한 것이 아님에도 나는 그녀를 위해 나쁜 짓도 가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
런 행동이 진정한 남자만의 전유물인양 그렇게 헤메고 또 헤메었다.
“아~ 배도 고프고, 누나도 보고 싶은데?”
나는 일어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옷가지들을 주워 입었다. 그리고는 계단을 밟아 내려
가며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떨림은 없었다. 오로지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가
야 할지 고민할 뿐이었다.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나는 그녀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
찌되었건 자주 만나고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똑! 똑! 누나~~~”
거침없이 노크를 했지만 집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 똑! 똑! 누나~~~ 누나!!”
슬그머니 문을 밀어 열었다. 집안에는 환한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잠시 무
얼 사러 나갔는지 그녀의 집 안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누나~”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지만 역시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문을 잠그고 나가지 않
은 걸로 보아하니 가까운 곳에 잠시 나간 걸로 추측할 수 있었다.
‘잠깐 나간건가?’
나도 모르게 이미 슬리퍼를 벗고 그녀의 집안으로 발을 들인 나였다. 주인이 없는 집에 그
렇게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의 나는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나의 발길이 머문 곳은 소파 정면으로 걸려진 그녀의 결혼사진이었다. 환하게 웃
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다시 봐도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녀를 마
주본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역시 지난 밤 그녀의 보지를 농락하던 남자는 아니었다. 분명
히 낮에 나의 방을 다녀간 키가 컸던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누나... 그럼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어리다면 어린 내겐 현실로 다가오는 충격이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비로소 눈으로 확
인까지 하고 나자 그녀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그런 착한 얼굴을 해가지고.....’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왜, 도대체 뭐가 모자라서 그런 볼품없는 배
불뚝이 아저씨에게 몸을 내맡기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정신적 혼란이 오고 있었다. 설마 우리 엄마도 그녀처럼 그런 건지, 세상 모든 여자가 그렇
게 다른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는 게 자연스러운건지... 결혼에 대한, 아니 여성과 섹스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지만 최소한 알고 배운 것에 여자의 바람기라는 과목은 존재하지 않았
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꽃무늬 이불이 인상적인 그녀의 침대를
바라보자 그녀가 숨을 헐떡대며 누워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진한 땀 냄새가 풍겨오
는 느낌도 들었다. 온통 머릿속엔 그녀 생각뿐인 내게 그녀의 보금자리는 온통 야한 생각과
몹쓸 생각뿐이었다.
‘아~ 누나~~~~’
나는 그녀의 침대로 몸을 날렸다. 삐걱하는 쇳소리가 들리며 매트리스는 나를 포근하게 감
싸 안아주었고 그녀가 덮는 이불과 베개에서는 그녀의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그녀가 없
는 그녀의 침실에서 뒹굴고 있으니 왠지 모를 떨림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작은 소리에
도 민감해졌고 작은 움직임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두껍지 않은 여름 이불은 무척이나 보들 거렸다. 그녀를 안으면 그녀의 알몸이 그토록 부드
러울 것 같았다. 나는 어느 순간에 이미 커져버린 자지를 꺼내 이불에 마구 비벼 댔다. 흥
분이 된 탓인지 일찍이 사정감이 들어오고 있었다. 부드럽고도 포근한 이불에 자지를 마구
비비적대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느끼는 것만 같았다.
“하아... 누나... 누나......”
어린 영혼이 타락하고 있었다. 느껴졌다. 어린 내게도 내가 점점 이상해져만 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겁이 났다. 이대로 변태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이대로 영영 유부녀인 그녀
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멈춰보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멈춤이라는 건 도저히
나의 의지대로 감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반바지의 앞섬을 내려 불알과 자지를 그녀의 이불에 마구 비벼대다가 귀두가 뜨거워지는 느
낌에 나는 잠시 멈추었다. 조금만 더 비비적거리면 또 다시 걸쭉한 정액을 쏟아낼 것 같았
기 때문이다. 이대로 싸버리기가 너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나는 그녀의 침대에서 일어섰고 다시 주방 겸 거실로 발길을 옮겼다. 저
녁 때가 다 되었는데 식탁은 말끔했다. 가스렌지에 올려진 찌개며, 반찬도 차갑게 식어 있
었다.
‘오늘은 저녁 얻어먹기 다 틀렸네... 밥 먹으면서 좀 놀다가려했는데...’
저녁도 얻어먹을 겸, 그녀의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눌 겸 해서 내려왔지만 그녀의 향기만
그득 안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팬티라도 한 장 더 가져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녀가 왠지 내게 실망을 할 것 같아 유혹을 뿌리치는 중이었다.
‘어?’
갈등을 하고 있었다. 내려오더라도 다시 내려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대로 기다려도 될
듯 하지만 주인 없는 집을 마음대로 들어왔다는 것에 그녀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기 때
문이었다. 괜히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뒤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방금 전 타 놓은 듯한 그녀의 커피잔이 보였다. 얼음이 띄워진 그 냉커피잔
은 얼음을 우물거리던 그 잔과 같은 잔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잔을 집어들은 나는 먼저 한 모금을 입에 넣었다. 시원함이 갈
증 내던 속을 달래주는 듯 했지만 커피 맛은 엄청나게 쓰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설탕은 전
혀 넣지 않는 듯 뒷맛이 엄청나게 텁텁해지고 있었다.
요즘처럼 원두나 아메리카노가 아닌 진한 인스턴트 블랙 커피였다.
‘이렇게 쓴 걸... 좀 부드럽게 해줘야겠지?’
좋은 생각이 난 사람처럼 나는 얼른 반바지를 적당히 내리고 사정직전인 자지를 붙잡았다.
이미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는 자지를 먼저 차가운 커피에 담갔다. 커피를 쏟지 않
으려고 바짝 약이 오른 자지를 끌어내리자 고통이 느껴졌지만 차가움이 느껴지자 그나마 그
고통도 쾌락이 되고 있었다.
“하아..... 후우....”
자지 끝에서 흘러나오는 쿠퍼액이 느껴졌다. 평소보다도 많은 양이었다. 나는 서둘러 자지
를 흔들어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액이 아예 말라버릴 것 같은 걱정도 들었지만 멈추고 싶
지는 않았다. 멀리 보이는 사진 속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머리에 담으며 세찬 마찰운동을
하기 시작한지 1분도 되지 않아 아랫배가 꼬일 듯한 느낌과 함께 자지전체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찾아왔다. 잠시 멈추었다가 즐기며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
는 생각과 금방이라도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예감에 잔의 입구에 자지 구멍을
조준하고 있었다.
“끄으으.... 싸... 싼다... 누나... 내 좆물 다 받아먹어....”
낮에 자위를 했을 때와는 달리 정액 한 줄기가 쭉 뻗으며 커피잔으로 정확하게 입수를 했
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이뤄지는 정액 줄기 역시 커피잔으로 세차게 뿌려져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정액까지 쥐어 짜 털어 넣고는 다시 자지를 끌어내려 시원한 커피에 씻은 후
바지를 바로 입었다.
커피잔의 안쪽 벽면으로 정액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게 보였다.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
지 않는 정액을 잔째 흔들다가 곧 씽크대 위에 있는 티스푼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의 정액은 하얗게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검은색의 커피와 하얀색의 정액, 마치 꼬질꼬질
한 손을 씻은 물에 하얀 콧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한눈에도 부쩍 티가 나고 있었다.
‘섞여라! 좀... 섞여라!!’
주문을 외 듯 스푼을 휘젓자 처음보다는 덩어리가 작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액의 모습
그대로 얼음과 함께 묻어남을 보였다.
‘이대로라면 눈치를 챌 텐데...’
나는 더욱 빠른 손놀림으로 커피를 휘저었다. 그 때였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곧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나는 커피잔을 원래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고
슬리퍼를 찾아 신었다. 그리고 잽싸게 문을 열고 나가 마치 지금 내려온 사람처럼 노크를
하며 그녀를 부르는 척 했다.
“똑! 똑!! 누나~~~~”
대문으로부터 누나의 집 현관까지는 건물을 거의 돌아오는 것이었기에 느린 발걸음으로는
꽤나 지체가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괜히 떨리는 심장을 붙들어 맨 채 그녀가 올 길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곧 정원등에 비쳐진 검은 그림자가 보였고 나는 다시 문을 두드리며 그녀
를 불렀다.
“똑똑! 누, 누나~”
“어머? 성현아~”
하얀색 비닐봉투를 든 그녀가 활짝 웃으며 나를 불렀다. 언제 보아도 저 미소, 남자를 녹여
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미소였다.
“누나~ 어디 갔다와요?”
“응... 요 앞에... 기다렸니?”
그렇다는 끄덕임으로 대신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예민한 반응이
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만의 고운 체취가 마구 헝클어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나의 정액냄새가
집안에 은은히 풍겨지는 느낌이었다.
“들어 와~ 덥지? 시원한 거 한 잔 줄까?”
나는 그녀의 행동을 살피면서 조용히 소파에 다가가 엉덩이를 붙였다.
“성현이도 어른이니까 커피 한 잔 줄까? 아님, 콜라 마실래?”
냉장고 문을 열며 이미 콜라를 꺼내고 있는 그녀를 보자 커피맛도 모르는 애의 이미지로 보
였던 어제일이 떠올랐다. 역시 그녀 앞에서는 어린 아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나였다.
“아뇨! 커피 주세요!”
그녀가 1.5리터 페트병의 콜라 마개를 돌리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묘한 미소를 흘리며 다시 콜라를 냉장고에 집어넣고 말을 이었다.
“이거, 내가 방금 타 놓은 건데... 이거 먼저 마셔!”
나는 눈이 동그래질 수 밖에 없었다. 몰랐다면 마셨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그녀 손에 들
린 커피는 그녀를 위해 좋은 로열젤리를 넣어 준 커피였기에 양보를 해야만 했다. 그것은
오로지 세상의 단 한사람, 정채영이라는 여자만을 위해 제조한 특제 커피였기 때문이었다.
“으~윽! 그... 그건 너무 진해요.... 그냥 코.. 콜라 주세요...”
“피~ 거 봐... 아직 애기 맞잖아...”
“누나! 나 애기 아니라구요! 아까도 누나가 말했잖아요... 다 컸다고...”
“어이구? 그러다 아까처럼 또 성질 내겠다?”
“그... 그러니까 자꾸 애기 애기 하지 말라구요~”
“알았어... 알았어... 쬐깐한 게 승질은...”
잊지 않고 얼음까지 담아 온 그녀가 콜라를 내밀며 어제와 같이 내 옆자리로 앉았다. 여전
히 그녀의 손에 나의 사랑과 정열이 듬뿍 든 정액커피가 들려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허옇게
둥둥 떠 있어야 할 나의 분신들이 녹아내렸는지 눈에 띄게 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안도하는 나를 보며 괜히 그녀가 눈치를 챌까 내색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
는 커피잔을 유심히 바라봤다. 거의 티가 안날 정도로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내겐 남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괜히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나는
속으로 외쳐댔다.
‘마셔! 마셔 누나!’
나의 외침이 통했는지 드디어 그녀가 커피잔으로 입을 가져가고 있었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온몸의 모든 세포가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었다. 발가락이 잔뜩 오그라들어 그녀의 목넘
김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누... 누나....’
그녀의 목젖이 움직이고 있었다. 갈증이 났었는지 단번에 커피잔의 절반을 비워내고는 더
시원해지도록 잔을 빙글 돌려 얼음과 액체가 고루 섞이도록 움직였다. 가슴 깊은 곳으로 부
터 만족감이 샘솟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아주 맛있게 나의 정액을 그 남자의 정
액처럼 맛있게 들이켜 버린 것에 대한 만족감과 왠지 모를 정복감 마저 감돌고 있었다.
“누.. 누나... 커피 맛있어요?”
“응.. 아주 시원해... 한 모금 마셔볼래?”
그녀가 아주 귀엽게 잔을 내밀었다. 그런 그녀를 어쩌지 못하는 게 너무도 아쉬웠다. 귀엽
게 입맛을 다시며 나의 정액을 마신 그녀에게 달려들어 진한 키스를 나눠주고 싶은 마음을
그냥 삭여내야만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뇨... 전 그냥 콜라 마실래요~”
“그래... 애기는 콜라 마셔야지, 나처럼 어른들만 이런 커피를 마시는거야... 헤헷!”
그녀가 놀리려는 듯 말을 했지만 나는 다른 때보다 화가 난다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대는 나를 보며 또 다시 잔에 입을 댄 그녀는 눈까지 지긋이 감으며
남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마지막엔 끝내 섞이지 못한 나의 분신덩어리들이 줄지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성난 나의 욕정에 더욱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누나!”
나도 모르게 그녀를 끌어안고야 말았다. 비록 앉은 자세에서 그녀를 안은 것이라 많은 신체
가 접촉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얄쌍한 상체와 생각보다 푸근한 느낌의 가슴살이 나의 가슴
에 뭉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
그녀는 단발의 탄식 섞인 감탄사를 내뱉고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굳은 몸은 금세 풀려났고 곧 나의 뒷통수 부터 등까지 부드러운 손길이 스쳐가는가 싶더
니 그녀는 나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밀쳐냈다.
“깜짝이야! 이 녀석이!”
그녀가 나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쥐어박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잔을 소파 앞 테이블에
내려놓고 다리 한 짝을 끌어올려 접어 앉으며 나를 바라봤다.
“이러려고 온 거야?”
그녀의 음성이 무서웠다. 결코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어린놈이 오냐오냐 해줬더니
기세 좋게 기어오른다는 느낌이었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다시 나의 고개는 바닥이 어딘지 확인 하려는 듯 푹 꺼져 내려가고 있었다.
“성현아... 네 마음은 알겠는데... 이러는 건 안 돼, 아무리 네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옳고 그
른건 판단 할 수 있는 나이 아니니?”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얹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옳고 그른 것, 분명 나는 그른 방향으로 치
닫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줄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이미 그녀가 자신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것을 알고 있는 내겐 웃
기는 소리와도 같았다.
“누나... 나 못참겠어~”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저 내숭을 잔뜩 떨고 있는 색 밝히는 여자라고
만 생각될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그녀를 안으며 소파 위로 넘어졌다. 자연스럽
게 그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남자인 나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성현아! 왜 이래! 이러면 안 돼!”
한껏 높아진 음성으로 몸부림을 치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헝클어진 긴
생머리 아래로 붉은 계열 남방셔츠 사이로 분홍빛의 브래지어 끈이 눈에 들어왔다. 몸부림
을 치며 반항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 끈은 느슨해져서는 목덜미 부근까지 밀려와 있었고 가
볍게 출렁이는 그녀의 윗가슴살에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되고, 난 왜 안 돼? 나도 누나 좋아한다고!”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러려고 누나에게 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강제로 범하고 싶
었던 마음도 없었거니와 단 한 번도 그런 상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녀는
나의 몸뚱이 아래에 깔려 바둥대고 있었다. 눈빛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채, 그리고 나를
경멸스런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아차! 실수다... 이건 실수야...’
그녀의 눈빛을 보고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고 있었다. 실수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실수였다. 그렇지만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명백히 내가 하고 있는 짓은 강간이었다.
“무...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이라니?”
그녀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그 남자의 정체를 내
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떨리는 눈빛을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다 봤어, 누나 남편한테 다 말할까?”
나는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잡으며 말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벌어져버
린 일이라 도대체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빌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내키지 않았다.
‘뭉클, 몽글.... 그리고 탱탱...’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칠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온몸에는 힘이 빠
져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 힘은 오로지 몸의 중앙부위로 가득 몰리는 기분 외엔 공중에 붕
떠버린 느낌만이 가득했다.
‘이런... 건가? 여자의 가슴이란 게?’
말로 표현 할 수 없을만한 촉감과 양감이 손가락과 손바닥에 느껴져 왔다. 난생처음 느껴본
뭉클함이었다. 여리면서도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부드러운 탱탱함이었다.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녀의 가슴과 나의 손 사이에 이물감을 주고 있는 옷가지와 그녀의 브래지어가 아
쉬울 뿐이었다.
“쿵!”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소파 옆으로 튕겨져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잽싸게 현관문 쪽
으로 뛰어가 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을 생략하지 않았다. 그
녀를 놓쳤다는 아쉬움보다 더 큰 두려움이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미쳤었던 내 자신에 후회
를 하고 있었지만 그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미친놈!”
그녀가 외쳤다.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여자가 내게 미친놈이라며 소리쳤다. 그 소릴 듣자
정말 내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내 것으로 만들
고 싶어 했던 생각부터가 미친 것이었다.
“그래! 나 미쳤다!”
복잡한 머리를 쥔 채 괴로워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괴로웠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
는 채영이라는 여자를 갖지 못하는 괴로움과 아무리 그리워하고 좋아해도 그녀의 자리를 벗
어나지 않는 것이 괴로웠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의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럼 정말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수컷의 욕정 때문에 그
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도 괴로울 뿐이었다.
“나... 나가!”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엔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거의 없는 그녀였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찢어질 듯 한 고성이 집안을 울렸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정신이 정상으로 되돌
아왔다.
“누... 누나... 내... 내가 미쳤었나봐...”
“나가! 당장 나가!”
“미안해 누나... 누나가 너무 예뻐서....”
“듣기 싫어! 두 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소름끼쳐.....”
처절하리만치 강렬한 고성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맑고 착하던 그녀가 화를 낼 줄도 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벌레를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아주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
라보던 그녀의 말이 귓가를 계속 울리고 있었다.
‘소름끼쳐...’
‘소름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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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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