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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즐기기 - 아내덕분에 - 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26 1,587회 0건
정확히 5분만에 커피熾?도착해 창가쪽에 자리를잡곤 라떼를주문했다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그녀는말했지만 난 1분1초라도 먼저와서 기다리고싶었다
아니,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상관없었다
그녀를 볼수있다면 오늘밤 날밤이라도 샐수있다고 내자신을 다독였다
40분쯤 지나선가 택시가한대 멈춰섰고 회색원피스에 검정가디건을 두른 그녀가 내렸다
얼른일어나 밖으로나가 그녀에게 손짓했다

< 여기예요 윤주씨>

나를 알아본 그녀의표정은 변화없이 가볍게 고개를숙여 목례한다
어딘지모르게 어두운얼굴이었고 천천히 내걷는 발걸음에 그녀를 부축하고싶었지만 주위를의식해 싫어할까봐 커피숍 문만 열어주었다

< 안색이 많이 안좋아보여요... 괜찮으세요?>
< 이제좀 살만한걸요...오래 기다리셨죠?>
< 3일만큼 하겠어요?>
< .......>
< 병원은 가보셨어요?>
< 오늘아침에.... 겨우...>
< 죄송해요... 전 윤주씨가 아픈지도모르고 이생각저생각... 저참 바보같네요>
< 네? 무슨생각요?>
< 아니예요... 이렇게 얼굴보니 다 풀렸어요 후후>

그녀의얼굴은 정말 아파보였다
핏기가 전혀없는 얼굴에 목소리도 겨우 들릴만큼 나즈막히 대답했고 어깨춤은 풀죽어 우는아이처럼 쳐져있었다
마주잡아 깍지끼고있는 손이 오늘은 더 작아보였다

쪼르르르르륵~~~~

그녀배에서 그녀의몸을닮은 소리가났다
순간 그녀가 배를가리며 부끄러워 어쩔줄몰라했고 난 이상황을 자연스레 짐작했다

< 앗! 윤주씨 배고프세요? 우리 뭐 먹으러갈까요?>
< 그날이후.... 아무것도....>
< 이런.... 나갑시다>

나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의자를잡아빼려하며 일어나라고 부추켰고 마지못해 탁자위의 휴대폰을 집어들며 힘없어 따라 일어났다
이건 부축이야.... 내자신을 합리화시키고 그녀의손을 덥석잡았다
작고 앙증맞은 그녀의손이 주먹을꼭쥔채 내손에서 떨고있었다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않고 이정도로 살아있다는게 신기했고 그래서인지 그녀는 손하나를 내게내주곤 너무나쉽게 내게 끌려왔다
계산을한후 밖으로나와 차에태우고 무작정 죽집을찾아 돌아다녔다
다행히 근처에 죽집을발견했고 주차위반 딱지를 떼건말건 대충 차를세운후 그녀쪽문을열어 내리게했다

< 이리로와요.. 죽이라도 먹읍시다>
< 괜찮은데....>
< 괜찮긴요 어떻게 그런몸으로...>

음식점안엔 한쪽테이블에 애기를안고 죽을 나눠먹는 젊은 애기엄마뿐이었고 주인여자가 자리를 안내했다

< 호박죽하나 소고기야채죽하나 주세요>

그녀를 자리에앉히고 재촉하듯 메뉴판도안보고 외쳤다
마주앉아 컵에 물을따라 그녀앞에 놓으니 백짓장같이 하얗고 힘없어보이는 손으로 컵을잡아 조심스레 입으로가져간다

< 병원부터 가야할까 여기부터 와야할까 생각했는데 우선 기운부터 차리고 같이 병원가시죠>
< 오전에 병원은 다녀왔어요... 여기 약도받았구...>
< 네... 다행이네요 몸살... 이래요?>
< 그런것같다고.. 특별한건 없었으니까요..>
< ......미안해요 윤주씨.. 저때문에.....>
< 아니예요.... 가끔.. 가끔 아파요........... 혼자.....>
< .........>

혼자라는말이 내귀에 계속 맴돌았다
분명 남편의 도움도 받지못하고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게 육체적고통과 씨름했으리라
남편이란사람은 도대체 어떤사람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도, 물어볼자격도없는 내자신이 한없이 뒤에있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뒤에 서는것도싫었고 앞에서는것도 싫었다
나란히.... 그녀와 나란하게... 동등하게 대해주고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기운없이 힘들게 며칠을 앓고있었지만 아무것도해줄수없는 나였고 그녀의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 이제부터 제가 챙길께요....>
< ........>
< 아프지마세요....>
< ........>

무엇을 어떻게 챙긴다는말인가
이제 고작 두번째만남에서 챙겨주겠다는말로 남편의몫을 하겠다는 감언이설에 그녀의반응이 더 우스웠다

< 고마워요.....>

고맙다는말은 직접적인 허락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남자는 무엇이든지 자기생각대로, 자신이 유리한쪽으로 결론지어버리지만 챙겨준다는말에 고맙다고하는것은 분명 나를 인정하는것이리라

< 어느쪽으로 드릴까요?>

주인여자가 테이블에 반찬을 먼저놓으며 호박죽을 들곤 묻는다

< 네 이리로...그것도 이리로 주세요>

그녀앞에 놓여진 몇가지반찬을 좌우로 치우고 두그릇을 전부 그녀앞에 놓게했다

< 저보고 이걸 다먹으라구요?>
< 취향을몰라서... 드시고싶은거부터 드시고싶은만큼 드세요... 대신 전부드셔야합니다 후훗>
< 호호... 하나는 지훈씨드세요... 많이 못먹어요>
< 윤주씨가 남겨주시면 먹을께요. 얼른 먼저드세요>

그녀가 미소지으며 못이기는척 수저를들고 죽그릇에 가져간다

< 동치미....>

3일간 아무것도 들어가질않은 상태라 몸에 거부반응이 날까 겁이나 동치미국물부터 마시라했고 죽그릇옆으로 밀어주었다
나를한번 올려다보곤 밀어준 동치미를 한수저 떠먹은뒤 예의 밝은미소로 말한다

< 참 시원하네요....>

나는 혹시나 그녀가 부담될까봐 더이상 얼굴을 마주치지도, 말도 하지않고 휴대폰을 만지며 마치 볼일이 많은사람처럼 딴청을부렸다
죽을떠먹는 그녀의 동작이 조금씩 안정을찾았고 이젠 양쪽의 죽 두그릇을 자유롭게 번갈아가며 먹는듯했다
별로 씹을게없을텐데도 그녀는 죽한수저, 동치미한수저를 오몰조몰 우아하고 단아한모습으로 천천히 삼키어갔다

< 이제 다먹었어요>

휴대폰으로 오늘의기사를 유심히살펴보는척 하다가 그녀의말에 고개를들었다
두개의 죽그릇중 호박죽이 조금더 비어있었다

< 조금더 드시지않구요...>
< 제가 남겨야 지훈씨 드신다면서요? 호호>
< 풉... 그럼 잘먹겠습니다>

사실 생각했던것보다 그녀는 양쪽의죽을 많이먹은듯했다
걱정했던것보다는 상태가 좋아보여 마음이 놓였다

< 아주머니 호박죽하나 포장해주세요>

넋을빼고 티비를보던 주인여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녀가먹던 죽그릇을 내쪽으로가져와 큼직하게 한숟갈씩 입에부었다

< 어머.. 수저 제껀데...>
< 암우여며 어퇴여... 수가라은 수까락이지...>

그녀가 황급히 수저통에 손을대곤 놀란 토끼눈을하며 말했다
입안 가득히 음식이 차있어 똑바로 말은 안나왔지만 별로 중요하지않았다

< 음식남기면 나중에 지옥가서 남긴음식 다먹어야된대요...>
< 풉~>

한움큼 죽을삼키고 한말에 그녀의얼굴이 활짝피며 밝게웃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니 건물안에서 황급히 나오는 그의모습이보였다
반갑고 설레이는마음이 두려움보다, 몸살의고통보다 컸지만 태연한척 그를맞았다
테이블로 안내하곤 의자를빼어 나를앉혀준다
태어나 처음받아보는 남자의 행동이었다
그동안 나를 많이 걱정해준것같아 한편으론 고마웠고 한편으론 뒤늦게 연락한것에 미안했다
그가 편안한걸까?
이제겨우 두번째만남이었지만 그의 은은한미소, 자상한행동과 말투에 긴장이 사라지고 어깨춤에 잔뜩 들어가있던 힘을빼니 전신이 노곤노곤해진다

쪼르르르르르륵~~

조금전부터 뱃속에서 신호가왔을때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늦었다
민망함에 고개를 들수가없었지만 그가 깜짝놀라 나를 일으킨다

< 이런.... 나갑시다>

마치 의자에 불이라도 난것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내의자마저 빼고 손을잡아채 그의쪽으로 당긴다
서있을힘조차 없었기에 그에게 몸을맡긴채 차에올랐다
어디로가는건지 의아했지만 궁금증은 금방풀렸다
길가에있는 죽집앞에 세우곤 다짜고짜 죽 두그릇을 시킨다
호박죽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두어번 이곳에서 사먹은 기억이 있었다
혹시나 나를 알아볼까 쓸데없는 걱정을했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기우였다
젊은 애기엄마가 아이를안고 먹으며 나를한번 흘깃쳐다본다

( 우리관계를 어떻게볼까...)

그가 의자에 앉기도전에 우렁찬목소리로 죽을주문했고 내컵에 물을따라주었다
아무말없는 분위기가싫었지만 내가먼저 말을걸기엔 아무래도 어색해 괜시리 물을 마시는척이라도 해야했고 다행히 그가 정적을깨주었다

<가끔.. 가끔 아파요........... 혼자.....>

중간에 멈칫했지만 난 혼자라는말을 끝까지 하고싶었다
이로써 남편과의 사이가 어느정도라는지 그가 알아주길바랬고 설령 눈치못챘더라도 남편에대한 서운함을 외간남자에게 고자질하는것같아 속이 시원했다
내말을 끝으로 한동안 물컵만 바라보다 그가 입을열었다
아프지말라고....
이제부터 자신이 챙겨준다고...
그말에 왈칵 눈물을 쏟을뻔했지만 허벅지를 뒤틀며 억지로참아야했다
남편에게받은 서러움이 이정도까지일줄은 나도알지못했고 내앞의남자에게 들키고싶지않았다
또한, 아이에게 죽을 떠먹이며 연신 우리쪽을 힐끔거리는 애기엄마에게도 사연있는 여자로 비쳐지기가 싫었다

< 고마워요....>

지금 날 챙겨주는사람이니 당연히 고마웠고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의표현을 하고싶었다
주인여자가 음식을내오고 그는 내앞에 음식그릇을 모조리 밀어놓았다

< 취향을몰라서... 드시고싶은거부터 드시고싶은만큼 드세요... 대신 전부드셔야합니다 후훗>
< 호호... 하나는 지훈씨드세요... 많이 못먹어요>

나도모르게 웃음이나왔다
평소엔 많이먹지않는 식습관이었지만 지금상태로는 이것도 모자랄지경으로 먹음직스러웠다
며칠굶은사람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내딴엔 숟가락 가득 푹푹떠서 한입가득 입에넣어 허겁지겁 삼켰지만 그릇안의 죽은 내려갈지몰랐다

< 동치미....>

그가 그릇들사이로 맑은 동치미그릇을 밀어놓는다
아무래도 급히먹는 모양새가 그에게도 추하게보였나보다
국물을 한수저마시니 식도부터 시원함을 느끼게해주었다
그는 내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내내 휴대폰을만지고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했다
배려심.....
멀뚱멀뚱 먹는모습을 쳐다보면 잘먹지못할거라는 생각에 이남자는 지금 최대한 나를 배려하고있는중이리라
그의선심에 응답하듯 좌우의 주그릇을 번갈아가며 입에담았다
하지만 많이먹지않던 습관때문인지, 며칠동안 곡기를먹지못한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질 않았다

< 이제 다 먹었어요>

그가 고개를들어 그릇을 쳐다보곤 겨우 그거먹었냐는듯 물으며 내가먹던 죽을 그대로 퍼먹기 시작했다

< 어머.. 수저 제껀데....>

입안가득 우겨넣고 뭐라고 말을하지만 무슨말인지 또렷하게 들리지않았지만 허물없이 털털한 그의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 음식남기면 나중에 지옥가서 남긴음식 다먹어야된대요...>

풉~ 웃음이나왔다
그런 그의모습이 그냥.... 보기좋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를 집까지 태워다주고싶었지만 남의눈에 띈다며 걸어서 집에 간다고했다
차에앉아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왠지모를 연민의정이 흐른다
며칠만에보고.. 한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만남속에 나눈대화조차 손가락에 꼽을정도였지만 우린 눈빛과 마음으로 많은것을 주고받았고 서로의마음을 읽은듯했다
어서빨리 예전의몸으로 돌아와 밝은목소리로 전화하길 바랬고 바람대로 그녀에게 연락이온건 의외로 다음날 오후였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그의말을 뒤로한채 음식점을나와 터벅터벅 걸었다
집까지는 20분정도 걸어야했지만 그의차에 타고내릴때 아는사람이라도 만날까 두려웠다
유부녀의 현실을 느끼는순간이었다
3일만에본 그의얼굴은 초조해보였고 온통 내걱정으로 지낸사람처럼 느껴졌다
잘어울리는 정장의 옷차림이나 말끔하게 면도한얼굴, 특히 나를 배려하는 매너있는 몸짓하나나에선 와이프외의 다른여자라서가 아닌 평소 몸에 베어있는듯했다
갑자기 그의 와이프가 부러웠다
내남편과는 너무도 상반된 그의행동이 저절로 그의와이프의 이미지까지 투영되어 그려진다

( 이쁘겠지....)

사고났을때 창문넘어로 얼핏봤지만 자세한 생김새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볼수없었다
나보다 더 이쁘면 어쩌나...
직장생활을 한다니 몸매도 나보다 훨씬 좋을꺼야...
나같이 집에서 살림만하는 여자완달리 옷차림이나 악세사리, 세련된 헤어스타일, 자신있는 말투... 드라마에서본 전형적인 도시의 직장인여성상이 떠올랐다
그런 와이프를둔 남자가 왜....
새로운 여자라면 물불안가리는게 남자라더니 그남자도 같은걸까?
혹시 그져 내몸을 갖기위한 제스쳐뿐이었을까?
밑도끝도없는 생각을하며 한참을 걷는데 나를 부르는소리가 들렸다

< 사모님! 차 안찾아가세요?>

아차! 차....
그날이후 몸도마음도 여유가없던터라 차를맡기곤 까맣게 잊었었다

< 아... 네. 지금요... 찾으려구요...>
< 하하하 새차까지 해놨읍니다>
< 감사합니다... 얼마였죠?>
< 25만원이구요.. 저쪽사무실에 가시면 됩니다>

그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서서 돈을지불하고 키를받아 한쪽에 세워둔차로 향했다
차는 깨끗하게 고쳐져있었고 내부까지 세차한듯 좋은향기가 났고 잠시 가라앉은 내마음을 다스리는데 충분히 도움이되는듯했다

여전히 남편의 귀가시간은 9시였다
빨라야 5분, 늦어야 5분, 알람시계라도 달아놓고 퇴근하는지 매일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생활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현관을 들어서는 남편의시선이 아주잠깐 나를스치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것역시 똑같은 반복이었다
이젠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고 좋아지든 최악의경우로가든 결판을 짓고싶었다

< 여보 얘기좀해요>

짧지만 단호한말투로 남편에게 말했다
방문을 열어둔채 옷을벗던 남편이 나를한번 쳐다보곤 역시 아무말없이 하던일을한다
난 주방으로가서 물을한잔 받아들고 소파로왔다

< 뭔데?>

잠옷으로갈아입은 남편이 반대편소파로 앉으며 귀찮다는듯 말한다

< 지금 이건뭐죠? 우리집안이 왜이렇게 추워졌어요? 난 대체 이유를 알수가없어요. 당신혹시 여자생겼나요? 아니면 말못할 병이라도 걸렸어요?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거예요? >
< 이사람이 왜이래?>
< 말해봐요. 이러는 이유가뭔지. 민준이 유학가면서부터예요. 정확히말해 민준이가고 두달있다가 걱정된다며 당신이 미국으로 삼일 다녀온뒤부터라구요. 거기서 무슨일있었어요? 난 처음엔 그냥 아들보내고 걱정반 허전함반으로 적응하면 나아지겠지 했어요. 근데 이건 갈수록 더심해지잖아요. 내가 아파서 며칠동안 꼼짝못할때 당신 나를 거들떠보기나했나요? 어떻게 15년을 같이산 사람을 남편이라는사람이 그렇게 대할수있죠? 지나가는 강아지도 자기친구가 아프면 떠나지않고 주위를 지켜준다네요. 내가 강아지만도못한 여자인가요?>
< 입 안닥쳐? 말이면 단줄알아? 남편이 밖에서 어떤일을하는지 알지도못하면서 왜 칭얼대는거야?>
< 그러니까 그 잘난 이유좀 들어보자구요>

짝!!!!

난데없이 그의손이 정확히 내 오른뺨을 때렸다

< 이여편네가 어따대고 대들어?>

급속도로 화가난 남편의 말투였다
이상황이 진정되지않았다
남편에게 손찌검을 당하다니...
이제껏, 아니 태어나서 남에게 맞아본게 처음이었다
분노와 공포심과 서러움이 엇갈리면서 두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 배부르고 등따시니까 눈에 뵈는게없냐?>

남편의 격앙된말투는 하늘을 찌른다
난 어서빨리 이놈의 몹쓸분위기에서 벗어나고싶었다
그것은 이혼이었다
남편한테 한대맞아서가 아니라 이제 더이상 예전의부부로 돌아갈수 없다는걸 짧은시간에 느꼈기때문이다
친정엄마 얼굴이 스친다
자상한 미소로 나를반기는 아빠의모습도 지나간다
민준이가 슬픈표정으로 다가온다
이제 모든것이 끝난거라 판단되고 되도록빨리 정리해야만 할거같았다
볼을넘어 입술까지흐른 눈물을 한번에 닦아내고 남편에게 말한다

< 이혼해요>
< 그래 이혼해. 나도 너랑 못살아>

쾅!

문이 부서져라 팽개치듯 닫고 작은방으로 남편이 들어간다
좀전보다 두배는 더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서러웠다
이제껏 남부럽지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이혼은 남의집 얘기인줄만 알았던 나에게도 비켜가질 않는구나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이 배가됐다
무엇부터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건지 막막했다
직장생활 한번 한적없고 세상물정모르는 전형적인 가정주부들이 자식키우며 이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방법이 없을것이다
그래서 열명의 일곱여덟은 능력있는 남자와의 재혼을 선택하지만 난 남자를 만나볼 기회도없었고 소개받을 용기도없었다
문득 지훈씨얼굴이 생각났다
이상황에 바람핀남자를 떠올리는것조차도 방금싸운 남편에게 미안한일이라고 느끼는 내가싫었다
그남자라면.... 몇번 지훈씨가 남편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려려면 그도 와이프와 이혼해야하고... 그의아들과 내아들이 형제가되고...
정말 쓸데없는 상상이었다
이혼할때 하더라도 그에겐 말하지않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혼녀라는 낙인은 아직 우리사회에선 수근거림의 대상이자 뭔가 문제있는 여자로 찍힐것이다
또한 지훈씨에게 부당주고싶은 마음도 없었다

( 내가 무슨 생각을....)

생각에 꼬리가꼬리를물고 한번 떠올린 지훈씨생각이 좀처럼 가시질않은 내모습이 추하게 느껴진다
욕실로들어가 찬물에 세수하고 치약을 한움큼짜내 벅벅소리내며 양치했다

( 나를 가정부취급하는 저남자안에서 이대로 늙어죽을순없어.... 어떻게든 내인생을 살겠어)

욕실을나오며 이선택이 결코 지훈이라는 남자를 알게되서가 아닌 오래된 체증을 밀어내는 예정된수순이라 자위하고 당당하게 잠자리에든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뜨니 남편이 옷을갈아입고 있었다
난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려 그를 외면한다

< 변호사가 접수하고 당신한테 연락할거야. 변호사가 하라는데로 해>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였지만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로 남편이말한다
이게 시작인가 끝인가....
결혼15년동안 좋았던일이 더 많았지만 지금의남편, 아니 이남자는 당장 자신의 회사에서의 입장이 중요했고 같이 살대고 살았던 와이프의존재는 까맣게 잊은듯했다
이제부터는 현실과의 싸움이다
민준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수있을때까지 뒷바라지를 하기위해선 나도 돈벌이를 해야한다
아니, 이전의삶을 지우고 새로운여자로 다시 태어나기위해선 뭔가를 도전해야하고 결정해야할것이다
아빠의회사로 들어가긴싫다
제법큰 식품 유통회사였지만 그곳엔 작은아빠와 조카, 심지어 고등학교동창을 소개해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나의 치부를 전부 들여보이기 싫었다
마음이 바빠지고 당장 무엇이라도 움직여야할듯 싶다
일단 이 지옥같은집에서 나가고싶었다
침대,소파,천정,TV,방문... 그 무엇하나를 쳐다만봐도 남편의냄새, 얼굴이 떠오른다
통장을꺼내 액수를 확인해봤다
한개에는 4천7백만원, 다른통장에는 2천만원이 들어있었고 엊그제 남편의 급여가 들어왔을테니 천여만원이 플러스되어 있겠다고 계산한다
서랍안쪽 깊숙한곳에 밀어넣어두었던 조그만 손지갑을열어 또다른 통장2개를 꺼내 손에 꼭쥐었다

( 1억3천이었지....)

결혼후 1년에 천만원씩 남편몰래 모아두었던 나만의 비자금이었다
언젠간 남편도 퇴직할것이고 사업자금이든 장사밑천이든 그때가서 남편에게 선물할요량으로 모아두었던 돈이었지만 남편의 무관심속에 제작년부터 모으는것을 중단했었다

간단히 샤워를하고 나오자 휴대폰이 울렸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철민씨의 변호사입니다. 조윤주씨 맞으시죠?>
< 네. 그런데요?>
< 말씀드린걸로 압니다. 협의이혼에관해 직접뵙고 말씀드리려구요. 언제 시간이 괜찮으신지요?>
< ........>

남편의행동은 이렇듯 늘 일사천리였다
출근한지 세시간밖에 안된시간에 변호사한테 연락이온다는건 사전에 준비가 분명 있는듯했다

< 협의이혼이라고 하셨나요? 혹시 이혼소송 준비하시던거 아니었어요?>
< ....>

남자는 당황한듯 선뜻 말을 꺼내지못한다

< 상관없어요. 협의든 소송이든... 어쨋거나 협의로간다니 조건이나 들어봅시다>
< .... 전화로 괜찮으시겠어요? 만나서.....>
< 꼭 봐야 협의가되는건가요?>
< 그런건... 아닙니다만... 좋습니다 말씀드리죠>

전화속의 남자는 처음 사무적인 말투에서 어느덧 순종적인 말투로 바뀌었다

< 먼저 김철민씨와 조윤주씨는 협의이혼하시는겁니다. 협의된 내용은 동산,부동산 합계 18억원중 20%인 3억6천만원을 부인에게 분할하구요. 아드님은 성인이될때까지 부인이 양육권을 갖게됩니다. 매달 양육비로 5백만원을 지급할거구요. 대신 친권은 남편분 김철민씨로 지정하겠습니다>

< 알겠는데 합계가 18억뿐이라고요? 남편주식은요? 임원이라 꽤많은 주식이 있을텐데 그건왜 빼는거죠? 그리고 지금 이집만 시가가 15억이 넘고 영종도땅, 강남 오피스텔, 삼척의 별장가격을 전부 포함한건가요? 그리고 20%라뇨? 15년동안 애낳아주고 살림해주고 뒷바라지해준게 그거밖에 안되나요?>
< 아... 그건............. 제가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자의전화는 끊겼고 나는 속이 부글거리는걸 속으로 삼켜야했다

( 나쁜새끼.... 갖고있는 주식만 10억이 넘겠다...)

작년이맘때쯤 친구하나가 남편과 이혼소송을하면서 얻어들은 기본상식이 있어 거침없이 말할수있었다
문득 그친구의 안부도생각나고 이것저것 물어볼요량으로 전화를걸었다

< 어머! 니네가 왜 이혼을해?>
< 그렇게됐어... 그나저나 지금 협의이혼하면 내 퍼센테이지는 얼마나되니?>

친구는 깜짝놀라며 믿기지않는다는듯 물었다

< 15년 살았으면 최소 40%정도는 되야지 않을까? 나야뭐 5년도 안살아서 그정도도 감지덕지지.... >
< 남편의 주식은?>
< 니남편 회사주 갖고있니? 얼마나? 대박이다.... 근데 그건잘 모르겠네 소송할땐 전부 도마위에 올려놓고 분할대상인데 협의라니까 서로 양심에 맡겨야 되지싶어... 잘모르겠어>

본인의경우와 다른다는말로 자신없어하며 변호사를 쓰라고하며 끊었다
머리속에 계산기가 그려지고 대충 숫자를더했다
집15억,땅4억,오피스텔3억,별장9억.... 거기에 주식10억... 대충 40억정도였고 40%라면 16억이 내몫이라는건데 고작 3억6천으로 떨어져라 이거지?
그나마 실낱같이 붙어있던 정나미마져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 아... 남편분과 다시 상의했는데 착오가좀 있었나봅니다.... >

복잡하게 계산을마칠때 변호사라는 남자한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우선, 회사주식은 분명 남편분의 소유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개인양도되지 않았기에 재산에 포함할순 없습니다. 또한 모든 부동산은 남편 김철민씨의 명의로 되어있어 부인이 주장할 권리는 없다는판단이구요... 대신 20%에서 30%로 적용해 5억4천에 협의하라는 남편분의 말씀이셨습니다>

치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비록 서류상으로 번거로울거같아 땅도, 오피스텔도 모두 남편명의로 해버린게 후회되었다
오기가생겨 발악하듯 상대남자에게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린다

< 됐구요! 이 모든걸 현금화시키면 40억이고 그중 40%인 16억을 안주면 소송으로 갈거라고 전해주세요!>

비록 상대방은 남편의 변호사였지만 남편을 대신한다는 생각에 속이후련했다
과연 남편이 어떻게나올지 궁금했다
나와의이혼은 분명한 이유가있을테지만 그것이 불륜이든 어떤 다른사유이든 캐내고싶지않았다
나역시 불과 사나흘전 외간남자와 몸을섞지 않았던가...
이대로 내요구를 들어주고 순순히 절차를 밟아주길 마음속으로 희망하며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다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지금 내게처한입장을 마음놓고 수다떨고싶었지만 그럴사람도, 친구도없었다
다만 따뜻한 눈빛으로 내얘길 받아줄거란 막연한생각에 지훈씨에게 전화를건다

< 앗! 윤주씨.... 괜찮으세요?>

내전화를받은 그의목소리가 흥분에겨워 내이름을 불러댄다
요즘들어 내이름을 부르는사람이 갑자기 늘었지만 능글거리는 변호사의 목소리보단 한결 부드러우면서 활기차보여 기분이좋았다

< 네.... 날씨가 너무좋네요>

난 창밖의 활짝개인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전 지금막 식사했어요. 윤주씨는요? 죽은 다 드셨어요?>
< 네...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러고보니 뱃속이 또다시 쪼르륵거릴까봐 내심 챙피했다
한시간후 만나자는 약속을하고 그가포장해준 호박죽을데워 한입물었다
그의 체취가 죽속에서 슬금슬금 꼬물거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랜시간이 지났어도 많은분들이 기억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틈나는대로 폰에 몇줄씩 쓰고 저장하는데 저도가끔 앞뒤내용이 안맞을때가 있어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바우님, 바다향기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드리구요
댓글, 추천해주신분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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