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우가 희정을 내려놓고 껴안았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쌍꺼풀이 짙게 드리워져있었다. 그녀는 점점 아들의 여자가 되고 있었다.
열기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떠올려졌다. 그녀는 또 다시 아들에게 휘말리게 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하지만 종우는 더욱 팔에 힘을 주어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가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그만........ 놔!”
“싫어! 안고 있을 거야.”
“나, 화장실 가야 돼.”
“크 크 ~ ! 엄마가 귀엽다.”
“못 됐어!”
마지못해서 종우는 껴안고 있는 엄마를 놓아 주었다. 아들의 가슴에서 풀려난 희정은 눈을 흘기며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종우도 엄마를 따라서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희정이 돌아 앉아 세면대야에 물을 받아 허벅지 사이를 세척하는 동안 종우는 옷을 벗고 샤워기 밑에 서서 샤워를 했다. 종우의 우람한 페니스를 힐끔 바라 본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종우는 물을 뒤집어 쓴 후 바로 세면장을 나갔다. 아들의 건장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희정은 몸속에 남아 있는 열기를 느끼고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녀는 세탁기를 돌리고 뒤늦게 세면장을 나왔다. 집안이 조용하고 종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아들의 방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피곤한지 종우는 침대위에 잠이 들어 있었다.
침실로 들어간 희정은 외출복을 벗어 걸고 편한 복장으로 화장대 앞에 앉았다. 화장을 지우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정말 젊어 졌을까. 아들이 정말 여자로서 나를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성욕의 대상물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희정은 시간이 갈수록 아들과의 성관계를 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점점 육체의 희열에 중독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성공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아들을 훌륭하게 뒷바라지 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이었다. 부정적인 혼란을 떨쳐 버리고 싶은 그녀는 현실의 행복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행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종우가 그녀를 괴롭히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첫눈이 내릴 것처럼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한 날씨였다. 그녀의 반복적인 일상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아침식사를 한 남편과 아들이 집을 나간 후에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집안 청소를 하고 한숨을 돌린다. 찾아온 여동생 난정과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헬스클럽에서 나온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먼저 아들을 위해 해줄 일부터 생각했다. 그녀는 우선 아들이 마시는 보약을 끓이기 위해 약탕기에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 약이 끓는 동안 그녀는 소파에 앉아 여성잡지를 뒤적였다. 소파 탁자에 놓인 전화 벻 소리에 그녀는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다.
“네. 연희동입니다.”
“조 희정 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XX경찰서 최 경장인데요. 아드님이 송 종우 학생이지요.”
“네, 맞는데요!”
희정은 경찰서라는 말에 왠지 불안감을 느껴 벌떡 일어섰다. 딱딱한 남자의 목소리에 위압감마저 들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누군가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드님이 사고를 쳐서 경찰서까지 나오셔야겠는데요.”
“사고라니요? 무슨 사고를.........”
“학생들끼리 싸움을 했는데, 일단 나오시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희정은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외출복을 걸쳤는지도 모르게 집을 나온 그녀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종우는 누구와 싸운 일이 없기에 희정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일이 처음이기에 그녀는 무척 당황하였다.
경찰서로 들어간 난정은 전화를 걸었던 최 경장을 찾았다. 얼굴에 각기 상처가 들어나 보이는 세 명의 남학생이 박 경장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한 학생은 불만이 가득하고 두 학생은 의연한 자세였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학생이 희정을 힐끔 돌아보았다. 종우였다. 희정은 얼른 종우에게 다가가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종우야! 얼굴이 이게 뭐니? 왜 그런 거야?”
“미안해 엄마! 내 잘못 아니야.”
“그럼 우리 아들 얼굴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어?”
그때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작성 중이던 최 경장이 희정에게 의자를 권하며 앉으라고 했다. 최 경장이 권하는 의자 옆자리에는 중년여인과 나이가 듬직하고 앞이마가 벗겨진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귀걸이와 목걸이로 치장한 여인이 힐끔 희정을 바라보고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애,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댁의 아들만 다친 줄 알아! 우리 아들 얼굴 어떻게 할 거야? 최 경장 당장 저놈을 형사 처벌하도록 해요.”
“뭐라고요! 우리 아들은 절대 싸우지 않은 성격에요. 그래요!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법대로 합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희정은 마주대고 악을 썼다. 중년부인이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희정도 지지 않으려고 한 걸음 나섰다. 그때 최 경장이 일어나서 중년 부인과 희정 사이를 가로 막고 섰다.
“아! 여기서 그러지들 마세요. 피시방 CCTV카메라를 확인하니 철진 학생과 영호 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더군요. 피차 이러면 학생들만 피해를 봅니다.”
씨근덕거리던 중년부인이 마지못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중년부인은 철진이라는 학생 어머니였다. 최 경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쌍방 간 과실이 크니 서로 합의하기를 종용했다.
최 경장이 말하는 사건경위는 종우와 선미라는 여학생이 피시방에서 놀고 있는데 철진과 영호 학생이 들어와 주먹질을 하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종우가 반격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시비를 걸었던 철진과 영호가 더 많이 다쳤던 것이었다.
희정은 종우가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웠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종우는 상처만 났지만 철진 학생은 이마가 찢어졌고 영호는 골절상을 입어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했다.
“서로 보상을 하는 차원에서 합의를 보시고 교무주임이 오셨으니 경찰에서 보다는 학교 폭력 차원에서 처리했으면 하는 제의견인데 어떠세요?”
최경장의 제안에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고 서로 눈치만 살폈다. 철진 어머니 옆에 있던 남자는 학교의 교무주임을 담당하고 있는 곽 성두 선생이었다. 영호라는 학생 부모님은 지방에서 농사를 하고 있기에 올라 올수가 없다고 했다. 노발대발하던 철진 엄마는 여전히 씨근덕거리고 있었다. 결국은 최 경장의 제안을 받아 드리고 모두 경찰서를 나왔다.
희정은 철진 어머니와 같이 교무주임을 따라 학교로 갔다. 학교에 온 철진 어머니는 더 의기가 양양하여 팔짝 뛰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철민의 아버지가 대기업 사장이고 학교에 제일 많은 후원금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다. 더욱이나 철민은 연예인을 꿈꾸는 아역 탤런트 출신이었다.
“형편없는 사람들과 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교무주임을 봐서 그냥 갈 테니 교칙대로 종우 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던지 알아서 하세요.”
철진 어머니는 안하무인격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희정은 사회 권력이 막강한 사람들 앞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기력한 자신보다는 이럴 때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은 도움도 주지 않지만 도리어 아들을 질타할 것이다. 교무주임은 입장이 난처한 모습으로 희정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떡하지요?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리면 종우가 다른 학교로 가던지 큰 타격을 당할 텐데요.”
“우리 아들만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일단 다른 학생들이 더 많이 다쳐서 병원비도 들어야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철민 학생 아버지를 학교에서 다루기 힘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희정은 종우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한 바라는 마음이었다. 교무주임 권 선생이 사고 경위를 작성하던 서류를 볼펜으로 톡톡 쳤다. 고민스러운 희정은 볼펜 두드리는 소리가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권 선생이 작성하던 서류는 학교 폭력위원에 제출할 서류였다.
아들의 징계를 다루는 서류를 작성중이기에 희정은 두려웠다. 그녀는 서류를 작성하는 권 선생을 빤히 쳐다봤다. 앞이마가 벗겨진 얼굴의 이미지는 무척 음흉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권선생의 시선이 그녀의 앞가슴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아들만을 생각하던 그녀는 젖가슴이 희끗 보일정도로 벌어져 있는 것조차 몰랐다.
희정은 얼핏 앞가슴을 여미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권 선생이 몸을 흔들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희정은 권선생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잇을 것 같았다. 이글거리는 남자의 눈빛은 여체를 탐하는 짐승이었다. 불쾌한 기분에도 희정은 아들을 생각해서 권 선생에게 말했다.
“교무주임께서 잘 선처해서 처리 해주세요.”
“글쎄요. 철민 어머니가 저렇게 나가니 위원회에서 처리 할 도리 밖에 없네요.”
“그건 안돼요. 우리 아들 장래를 망칠 수 없어요.”
“저도 종우를 무척 아낍니다. 공부도 잘하고 척실해서, 이번 논술대회에도 종우를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논술 대회라고요! 전 어떤 방법이라도 우리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어떻게 좀 해 주세요. 네?! 제발.........”
희정은 애원하듯이 말했다. 더욱이나 논술대회에 나간다면 대학 입학 성적평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는가. 희정은 권 선생의 말을 듣고 더욱 애가 탔다. 다리를 흔들며 바라보던 권 선생이 엉뚱한 말을 했다.
“종우 어머니께서는 나이보다 젊고 아름다우시네요.”
“감사합니다. 종우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해주세요. 논술대회에도 꼭 나갔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징계를 받으면 논술 대회는 생각도 못해요.”
희정은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양손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꼭 쥐었다. 시간이 흘러도 희정이 원하는 대답이 권 선생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종우는 결과를 기다릴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희정은 초조하기만 했다. 그때 마주하고 있던 권선생이 책상위에 모으고 있는 희정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그녀는 흠칫 놀라서 손을 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러.......?”
“방법이 있기는 있는데 종우 어머니 하기 달렸는데........”
“뭔데요?”
권 선생 말에 희정은 바짝 다가앉았다. 그녀는 빤히 쳐다보는 권 선생의 음흉한 눈빛이 역겨웠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그녀의 입장이 아니었다. 권 선생이 느글느글한 눈빛으로 다시 희정의 손을 잡았다.
“저는 홀아비 신세입니다. 나이 들어서 주책이지만 종우 어머니 같은 분을 사모합니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허지만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한번만 제 소원을 들어 주실 수 있어요? 그러면 모든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황당한 교무주임의 말에 희정은 어의가 없었다. 손을 잡고 있는 교무주임의 손을 뿌리쳤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심정인 그녀는 아들이 떠올랐다.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교부주임을 노려았다. 하지만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녀를 도리어 설득하듯이 말했다.
“종우 어머니는 아직 젊어 보이시지만, 짧은 인생을 고통스럽게 살 필요가 있습니까. 주부들은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살다보면 지나간 인생을 후회하기 마련이지요.”
“그런 말 들으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잖아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요?”
“사랑하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 아닙니까! 종우 어머니도 더 늙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가꾸실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을 위해 한 가지 비밀들은 지니고 있습니다.”
“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살다보면 남자나 여자나 호감이 가는 상대를 만나기도 하지 않습니까. 나는 지금 모든 걸 바치고 싶은 여자를 보고 있는 겁니다.”
“...........”
교무주임은 마치 인생 상담을 하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희정은 감추어야할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 말하는 교무주임의 말이 조금은 신뢰가 가서 침묵으로 들었다.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그는 더 적극적인 표현을 했다.
“선생이기 전에 인간으로 말하자면 종우 어머니를 보는 순간 제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나를 바람둥이라고 하는 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자모회 다른 여사님과 연애도 해봤습니다.”
“.........”
“강요한 적도 없고, 거짓말이나 사기로 상대를 마음 아프게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랬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을 겁니다. 종우 문제는 내가 깨끗이 해결하겠습니다. 논술대회도 꼭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을 안 지키면 여사님이 고소를 해도 좋지만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이 직장을 놓칠 수 없으니까요 이상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조 여사님을 안아 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입니다.”
“뭐라고요? 내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어떻게 교무주임이란 선생이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어요. 더 이상 있을 필요 없으니 난 가겠어요.”
교무주임이 희정의 손을 다시 잡으려고 했다. 토할 것만 같은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하얗게 질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는 생각 같아서는 침을 뱉어주고, 들고 있는 손가방으로 후려치고 싶었다. 두말없이 그녀가 출입문 쪽으로 향하던 그녀의 뒤에서 권 선생의 목소리기 들렸다.
“그럼, 종우의 일로 다시 뵐 필요는 없겠군요.”
“..........!?”
희정은 아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뭔가 해결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의자에 앉았다. 다시 되돌아 앉았다는 자존심으로 그녀는 권 선생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매스꺼운 권선생의 눈빛을 보기 싫었다. 권 선생이 희죽 웃으며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차원의 거래입니다. 지금 얘기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것만도 서로 자폭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겠죠! 그리고 양쪽 학생 치료비 오백만원씩은 준비해야 제가 처리 할 겁니다.”
“..........”
“물론 지금은 힘드실 겁니다. 일단 제가 조사를 한다고 며칠 시간을 만들 테니, 마음의 결정되시면 전화를 주십시오.”
“...........”
권 선생이 명함을 희정 앞에 내밀었다. 권 선생이 의도하는 바를 알았기에 희정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권 선생의 눈빛이 그녀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 같아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얀 상태에서 그녀는 응접실을 빠져 나왔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교무주임의 명함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나온 희정은 차도 안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을 한없이 걸었다. 모든 것을 모르는 것처럼 무시하고 말아야 하는지. 그냥 다른 엄마들처럼 아들을 운명에 맡겨야 하는지. 그러면 지금까지 공들여 온 노력이 너무나 허무하고 아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며 아찔했다.
그 시간에 종우는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일단 잘못이 없었기에 분했다. 하지만 엄마를 실망시킨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엄마는 그에게 엄마로서 그치지 않고 육체적인 영혼까지 같이하는 여자였다. 그가 우왕좌왕하는데 희정이 집으로 돌아왔다,
희정은 아무런 어떤 방안도 내리지 못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종우를 보자 우울한 표정이던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를 기다리던 종우가 반가움에 거실로 들어오는 그녀를 껴안았다.
“미안해 엄마! 그렇지만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게네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덤벼들잖아.”
“배고프지. 밥 차려줄게.”
“어떻게 됐어?”
“응........! 염려하지 마.”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희정은 아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라며 속으로 ‘내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라고 자문하였다. 종우는 자신 때문에 엄마가 속상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눈치만 살폈다. 그녀가 저녁식사준비를 끝낼 무렵 남편이 들어왔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오자마자 남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어디 갔어? 사고 쳤다면서?”
“당신이 어떻게........!?”
남편의 성난 표정에 희정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민식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 개자식 나오라고 그래!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더군. 어떻게 나한테 그런 자식이 태어난 거야.”
“당신.......알면서도 경찰서에 안 갔어요?”
“가면 뭘 해! 이젠 싸움질까지 하고 다녀?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 했는데, 결과가 이런 거야! 벌써 싹부터 노랬는데 뭘 바래?”
희정은 어떻게 하던지 남편의 노기를 달래고 싶었다. 아니면 결국 종우에게 분풀이를 할 것이 뻔했다. 그녀는 남편 옆에 앉으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편의 손을 잡으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도 화가 나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잖아요. 앞으로 또 사고를 치면 나도 종우를 자식으로 생각 안할 거예요.”
“에이~! 더러운 팔자군. 자식 하나 있는 게 저러니. 내쫓아 버려.”
“종우가 당신 닮으면 차분할 텐데. 저를 닮았나 봐요. 이번만 당신이 이해해줘요.”
“에이~! 정말 성질나서........”
희정은 남편이 화를 누그러트리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얼굴을 바짝 대며 눈웃음을 쳤다. 그녀가 이제까지 남편에게 하지 않은 애교였다. 입맛을 다신 민식이 툭 쏘아붙였다.
“그래! 어떻게 됐어?”
“두 학생이 많이 다쳤는데 병원비로 오백만원씩 주기로 합의 봤어요.”
“돈을 벌어 와도 시원치 않은데, 천만 원씩이나........밥이나 줘.”
한마디를 남긴 민식이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희정은 남편의 구박을 받을 것 같아서 종우를 부르지 않았다. 남편과 식사를 끝내고 그녀는 별도로 종우를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엄마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인지 종우는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설거지를 마친 희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하여 일찍 침실로 들어갔다. 모포를 들추고 들어가니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그녀를 껴안았다. 얼마 만에 남편이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지 까마득했다. 종우를 대신한 죄책감에 그녀는 순순히 남편에게 몸을 맡겼다.
민식은 역시 부부관계를 금하게 서둘렀다. 그는 거칠게 아내의 잠옷을 벗기고 끌어안았다. 그리고 젖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잠시 주무르다가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래도 남편이 젖꼭지를 빨고 있을 때 온몸이 짜릿짜릿했다. 그만큼 아들을 통해 성감이 민감해진 것이었다.
아들의 떡 벌어진 체구에 안겼던 희정은 남편의 몸이 너무 가냘프다고 느꼈다. 남편의 손끝이 우악스럽게 보지를 애무할 때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흥분이 되고 보지가 촉촉하게 젖었다. 아내의 보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본 민식이 중얼거렸다.
“당신, 요즘 몸 관리 하더니 금방 물이 나오네. 민감해진 모양이군.”
“...........”
희정은 남편의 말에 식상감이 들어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남편이 간신히 세운 페니스를 보지 속에 우격다짐으로 넣을 때 안타까웠다. 작은 페니스가 보지 속을 드나들 때 그녀는 더 깊이 받아 드리려고 남편의 엉덩이를 잡아끌었다. 안타까운 그녀는 보지를 가득 채우고 뼈끝까지 닿았던 아들의 페니스를 상상했다. 예식장에 다녀오던 날 벽에 의지한 채 아들의 허리에 매달렸던 순간의 치명적인 환희를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희열을 느낀 그녀는 신음을 흘렸다.
“으 하! 자, 자기야........”
“헉, 헉, 헉.......! 당신 무척 좋아하네........”
민식은 아내의 교감어린 신음소리를 들으며 헐떡거렸다. 그는 아내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깊숙이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보지 속으로 넣어도 그 깊이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는 버둥거리다가 제풀에 시정을 하였다. 아내의 몸에서 내려온 그는 혼자 투덜거렸다.
“나이 드니까, 당신 보지가 커진 거 아냐?”
“.........”
희정은 큭! 하고 터지는 웃음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결혼하고 남편이 보지 속을 가득 채운 적은 없었고 오르가즘을 느낀 것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아들을 통해 이미 육체의 희열에 대해 극치를 느꼈던 그녀는 더욱 불만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들이 간절하였다.
희정은 남편이 종우 문제로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교무주임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종우에게도 염려하지 말라고 했고, 남편에게는 병원비까지 받으며 해결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동안 이틀이 지났다.
남편과 종우가 나가고 집안은 썰렁 하기만 했다. 며칠 동안은 몸이 아프다면서 마사지도 헬스클럽도 동생 난정이 혼자 보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집안을 배회하는데 전화 벨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무심코 받아든 전화를 받고 보니 교무주임의 탁한 목소리였다.
“종우 어머니시죠?”
“..........네.”
“내일까지 밖에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
“어디 세상에 남녀가 한번 쯤 외도를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도 아들을 위해 눈 한 번 감으면 되는 것인데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모합니다.”
“.........”
“강요는 안합니다. 다만 조 여사님이 보고 싶어서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이것도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
“종우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마십시오. 조 여사님이 결정 한 일이니까요.”
희정은 소리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할 일은 단 두 가지 방향이었다. 다시 교무주임에게 전화를 하던지 무시해 버리던지 하는 것이었다. 교무주임을 무시한다면 종우가 당할 것이고 무척 상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종우의 미래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아니 그녀 자신이 더 괴로울 것이다.
안개비처럼 겨울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거리였다. 정오 시간에 빌딩 사이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택시에서 내린 희정은 우산을 펴들었다. 그녀는 멀리 호텔 간판들이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 그녀는 결국 교무주임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희정은 단 한 번의 희생으로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만나는 시간도 식구들의 눈치를 받지 않는 정오를 택했다. 누구인가 의혹을 갖는다면 친구를 만나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간다. 그런데 멀기만 보였던 약속장소가 어느새 눈앞에 보였다.-----------------
열기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떠올려졌다. 그녀는 또 다시 아들에게 휘말리게 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하지만 종우는 더욱 팔에 힘을 주어 허리를 껴안았다. 그녀가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그만........ 놔!”
“싫어! 안고 있을 거야.”
“나, 화장실 가야 돼.”
“크 크 ~ ! 엄마가 귀엽다.”
“못 됐어!”
마지못해서 종우는 껴안고 있는 엄마를 놓아 주었다. 아들의 가슴에서 풀려난 희정은 눈을 흘기며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종우도 엄마를 따라서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희정이 돌아 앉아 세면대야에 물을 받아 허벅지 사이를 세척하는 동안 종우는 옷을 벗고 샤워기 밑에 서서 샤워를 했다. 종우의 우람한 페니스를 힐끔 바라 본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종우는 물을 뒤집어 쓴 후 바로 세면장을 나갔다. 아들의 건장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희정은 몸속에 남아 있는 열기를 느끼고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녀는 세탁기를 돌리고 뒤늦게 세면장을 나왔다. 집안이 조용하고 종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 없이 아들의 방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피곤한지 종우는 침대위에 잠이 들어 있었다.
침실로 들어간 희정은 외출복을 벗어 걸고 편한 복장으로 화장대 앞에 앉았다. 화장을 지우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정말 젊어 졌을까. 아들이 정말 여자로서 나를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성욕의 대상물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희정은 시간이 갈수록 아들과의 성관계를 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점점 육체의 희열에 중독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성공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아들을 훌륭하게 뒷바라지 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이었다. 부정적인 혼란을 떨쳐 버리고 싶은 그녀는 현실의 행복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행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종우가 그녀를 괴롭히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첫눈이 내릴 것처럼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한 날씨였다. 그녀의 반복적인 일상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아침식사를 한 남편과 아들이 집을 나간 후에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집안 청소를 하고 한숨을 돌린다. 찾아온 여동생 난정과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헬스클럽에서 나온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먼저 아들을 위해 해줄 일부터 생각했다. 그녀는 우선 아들이 마시는 보약을 끓이기 위해 약탕기에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았다. 약이 끓는 동안 그녀는 소파에 앉아 여성잡지를 뒤적였다. 소파 탁자에 놓인 전화 벻 소리에 그녀는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다.
“네. 연희동입니다.”
“조 희정 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XX경찰서 최 경장인데요. 아드님이 송 종우 학생이지요.”
“네, 맞는데요!”
희정은 경찰서라는 말에 왠지 불안감을 느껴 벌떡 일어섰다. 딱딱한 남자의 목소리에 위압감마저 들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누군가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드님이 사고를 쳐서 경찰서까지 나오셔야겠는데요.”
“사고라니요? 무슨 사고를.........”
“학생들끼리 싸움을 했는데, 일단 나오시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희정은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외출복을 걸쳤는지도 모르게 집을 나온 그녀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종우는 누구와 싸운 일이 없기에 희정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일이 처음이기에 그녀는 무척 당황하였다.
경찰서로 들어간 난정은 전화를 걸었던 최 경장을 찾았다. 얼굴에 각기 상처가 들어나 보이는 세 명의 남학생이 박 경장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한 학생은 불만이 가득하고 두 학생은 의연한 자세였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학생이 희정을 힐끔 돌아보았다. 종우였다. 희정은 얼른 종우에게 다가가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종우야! 얼굴이 이게 뭐니? 왜 그런 거야?”
“미안해 엄마! 내 잘못 아니야.”
“그럼 우리 아들 얼굴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어?”
그때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작성 중이던 최 경장이 희정에게 의자를 권하며 앉으라고 했다. 최 경장이 권하는 의자 옆자리에는 중년여인과 나이가 듬직하고 앞이마가 벗겨진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귀걸이와 목걸이로 치장한 여인이 힐끔 희정을 바라보고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애,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댁의 아들만 다친 줄 알아! 우리 아들 얼굴 어떻게 할 거야? 최 경장 당장 저놈을 형사 처벌하도록 해요.”
“뭐라고요! 우리 아들은 절대 싸우지 않은 성격에요. 그래요!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법대로 합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희정은 마주대고 악을 썼다. 중년부인이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희정도 지지 않으려고 한 걸음 나섰다. 그때 최 경장이 일어나서 중년 부인과 희정 사이를 가로 막고 섰다.
“아! 여기서 그러지들 마세요. 피시방 CCTV카메라를 확인하니 철진 학생과 영호 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더군요. 피차 이러면 학생들만 피해를 봅니다.”
씨근덕거리던 중년부인이 마지못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중년부인은 철진이라는 학생 어머니였다. 최 경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쌍방 간 과실이 크니 서로 합의하기를 종용했다.
최 경장이 말하는 사건경위는 종우와 선미라는 여학생이 피시방에서 놀고 있는데 철진과 영호 학생이 들어와 주먹질을 하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종우가 반격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시비를 걸었던 철진과 영호가 더 많이 다쳤던 것이었다.
희정은 종우가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웠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종우는 상처만 났지만 철진 학생은 이마가 찢어졌고 영호는 골절상을 입어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했다.
“서로 보상을 하는 차원에서 합의를 보시고 교무주임이 오셨으니 경찰에서 보다는 학교 폭력 차원에서 처리했으면 하는 제의견인데 어떠세요?”
최경장의 제안에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고 서로 눈치만 살폈다. 철진 어머니 옆에 있던 남자는 학교의 교무주임을 담당하고 있는 곽 성두 선생이었다. 영호라는 학생 부모님은 지방에서 농사를 하고 있기에 올라 올수가 없다고 했다. 노발대발하던 철진 엄마는 여전히 씨근덕거리고 있었다. 결국은 최 경장의 제안을 받아 드리고 모두 경찰서를 나왔다.
희정은 철진 어머니와 같이 교무주임을 따라 학교로 갔다. 학교에 온 철진 어머니는 더 의기가 양양하여 팔짝 뛰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철민의 아버지가 대기업 사장이고 학교에 제일 많은 후원금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다. 더욱이나 철민은 연예인을 꿈꾸는 아역 탤런트 출신이었다.
“형편없는 사람들과 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교무주임을 봐서 그냥 갈 테니 교칙대로 종우 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던지 알아서 하세요.”
철진 어머니는 안하무인격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희정은 사회 권력이 막강한 사람들 앞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기력한 자신보다는 이럴 때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은 도움도 주지 않지만 도리어 아들을 질타할 것이다. 교무주임은 입장이 난처한 모습으로 희정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떡하지요?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리면 종우가 다른 학교로 가던지 큰 타격을 당할 텐데요.”
“우리 아들만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일단 다른 학생들이 더 많이 다쳐서 병원비도 들어야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철민 학생 아버지를 학교에서 다루기 힘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희정은 종우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한 바라는 마음이었다. 교무주임 권 선생이 사고 경위를 작성하던 서류를 볼펜으로 톡톡 쳤다. 고민스러운 희정은 볼펜 두드리는 소리가 가슴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권 선생이 작성하던 서류는 학교 폭력위원에 제출할 서류였다.
아들의 징계를 다루는 서류를 작성중이기에 희정은 두려웠다. 그녀는 서류를 작성하는 권 선생을 빤히 쳐다봤다. 앞이마가 벗겨진 얼굴의 이미지는 무척 음흉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권선생의 시선이 그녀의 앞가슴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아들만을 생각하던 그녀는 젖가슴이 희끗 보일정도로 벌어져 있는 것조차 몰랐다.
희정은 얼핏 앞가슴을 여미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권 선생이 몸을 흔들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희정은 권선생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잇을 것 같았다. 이글거리는 남자의 눈빛은 여체를 탐하는 짐승이었다. 불쾌한 기분에도 희정은 아들을 생각해서 권 선생에게 말했다.
“교무주임께서 잘 선처해서 처리 해주세요.”
“글쎄요. 철민 어머니가 저렇게 나가니 위원회에서 처리 할 도리 밖에 없네요.”
“그건 안돼요. 우리 아들 장래를 망칠 수 없어요.”
“저도 종우를 무척 아낍니다. 공부도 잘하고 척실해서, 이번 논술대회에도 종우를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논술 대회라고요! 전 어떤 방법이라도 우리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어떻게 좀 해 주세요. 네?! 제발.........”
희정은 애원하듯이 말했다. 더욱이나 논술대회에 나간다면 대학 입학 성적평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는가. 희정은 권 선생의 말을 듣고 더욱 애가 탔다. 다리를 흔들며 바라보던 권 선생이 엉뚱한 말을 했다.
“종우 어머니께서는 나이보다 젊고 아름다우시네요.”
“감사합니다. 종우에게 피해 가지 않게 해주세요. 논술대회에도 꼭 나갔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징계를 받으면 논술 대회는 생각도 못해요.”
희정은 기도를 하는 마음으로 양손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꼭 쥐었다. 시간이 흘러도 희정이 원하는 대답이 권 선생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종우는 결과를 기다릴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희정은 초조하기만 했다. 그때 마주하고 있던 권선생이 책상위에 모으고 있는 희정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그녀는 흠칫 놀라서 손을 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러.......?”
“방법이 있기는 있는데 종우 어머니 하기 달렸는데........”
“뭔데요?”
권 선생 말에 희정은 바짝 다가앉았다. 그녀는 빤히 쳐다보는 권 선생의 음흉한 눈빛이 역겨웠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그녀의 입장이 아니었다. 권 선생이 느글느글한 눈빛으로 다시 희정의 손을 잡았다.
“저는 홀아비 신세입니다. 나이 들어서 주책이지만 종우 어머니 같은 분을 사모합니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허지만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한번만 제 소원을 들어 주실 수 있어요? 그러면 모든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황당한 교무주임의 말에 희정은 어의가 없었다. 손을 잡고 있는 교무주임의 손을 뿌리쳤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심정인 그녀는 아들이 떠올랐다.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교부주임을 노려았다. 하지만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녀를 도리어 설득하듯이 말했다.
“종우 어머니는 아직 젊어 보이시지만, 짧은 인생을 고통스럽게 살 필요가 있습니까. 주부들은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살다보면 지나간 인생을 후회하기 마련이지요.”
“그런 말 들으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잖아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요?”
“사랑하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 아닙니까! 종우 어머니도 더 늙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가꾸실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을 위해 한 가지 비밀들은 지니고 있습니다.”
“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살다보면 남자나 여자나 호감이 가는 상대를 만나기도 하지 않습니까. 나는 지금 모든 걸 바치고 싶은 여자를 보고 있는 겁니다.”
“...........”
교무주임은 마치 인생 상담을 하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희정은 감추어야할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 말하는 교무주임의 말이 조금은 신뢰가 가서 침묵으로 들었다.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그는 더 적극적인 표현을 했다.
“선생이기 전에 인간으로 말하자면 종우 어머니를 보는 순간 제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나를 바람둥이라고 하는 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자모회 다른 여사님과 연애도 해봤습니다.”
“.........”
“강요한 적도 없고, 거짓말이나 사기로 상대를 마음 아프게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랬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을 겁니다. 종우 문제는 내가 깨끗이 해결하겠습니다. 논술대회도 꼭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약속을 안 지키면 여사님이 고소를 해도 좋지만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이 직장을 놓칠 수 없으니까요 이상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조 여사님을 안아 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입니다.”
“뭐라고요? 내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어떻게 교무주임이란 선생이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어요. 더 이상 있을 필요 없으니 난 가겠어요.”
교무주임이 희정의 손을 다시 잡으려고 했다. 토할 것만 같은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하얗게 질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는 생각 같아서는 침을 뱉어주고, 들고 있는 손가방으로 후려치고 싶었다. 두말없이 그녀가 출입문 쪽으로 향하던 그녀의 뒤에서 권 선생의 목소리기 들렸다.
“그럼, 종우의 일로 다시 뵐 필요는 없겠군요.”
“..........!?”
희정은 아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뭔가 해결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의자에 앉았다. 다시 되돌아 앉았다는 자존심으로 그녀는 권 선생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매스꺼운 권선생의 눈빛을 보기 싫었다. 권 선생이 희죽 웃으며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차원의 거래입니다. 지금 얘기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것만도 서로 자폭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겠죠! 그리고 양쪽 학생 치료비 오백만원씩은 준비해야 제가 처리 할 겁니다.”
“..........”
“물론 지금은 힘드실 겁니다. 일단 제가 조사를 한다고 며칠 시간을 만들 테니, 마음의 결정되시면 전화를 주십시오.”
“...........”
권 선생이 명함을 희정 앞에 내밀었다. 권 선생이 의도하는 바를 알았기에 희정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권 선생의 눈빛이 그녀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 같아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서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얀 상태에서 그녀는 응접실을 빠져 나왔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교무주임의 명함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나온 희정은 차도 안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을 한없이 걸었다. 모든 것을 모르는 것처럼 무시하고 말아야 하는지. 그냥 다른 엄마들처럼 아들을 운명에 맡겨야 하는지. 그러면 지금까지 공들여 온 노력이 너무나 허무하고 아들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며 아찔했다.
그 시간에 종우는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일단 잘못이 없었기에 분했다. 하지만 엄마를 실망시킨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엄마는 그에게 엄마로서 그치지 않고 육체적인 영혼까지 같이하는 여자였다. 그가 우왕좌왕하는데 희정이 집으로 돌아왔다,
희정은 아무런 어떤 방안도 내리지 못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종우를 보자 우울한 표정이던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를 기다리던 종우가 반가움에 거실로 들어오는 그녀를 껴안았다.
“미안해 엄마! 그렇지만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게네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덤벼들잖아.”
“배고프지. 밥 차려줄게.”
“어떻게 됐어?”
“응........! 염려하지 마.”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희정은 아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라며 속으로 ‘내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라고 자문하였다. 종우는 자신 때문에 엄마가 속상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눈치만 살폈다. 그녀가 저녁식사준비를 끝낼 무렵 남편이 들어왔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오자마자 남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어디 갔어? 사고 쳤다면서?”
“당신이 어떻게........!?”
남편의 성난 표정에 희정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가 궁금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민식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 개자식 나오라고 그래!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더군. 어떻게 나한테 그런 자식이 태어난 거야.”
“당신.......알면서도 경찰서에 안 갔어요?”
“가면 뭘 해! 이젠 싸움질까지 하고 다녀?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 했는데, 결과가 이런 거야! 벌써 싹부터 노랬는데 뭘 바래?”
희정은 어떻게 하던지 남편의 노기를 달래고 싶었다. 아니면 결국 종우에게 분풀이를 할 것이 뻔했다. 그녀는 남편 옆에 앉으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편의 손을 잡으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도 화가 나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잖아요. 앞으로 또 사고를 치면 나도 종우를 자식으로 생각 안할 거예요.”
“에이~! 더러운 팔자군. 자식 하나 있는 게 저러니. 내쫓아 버려.”
“종우가 당신 닮으면 차분할 텐데. 저를 닮았나 봐요. 이번만 당신이 이해해줘요.”
“에이~! 정말 성질나서........”
희정은 남편이 화를 누그러트리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얼굴을 바짝 대며 눈웃음을 쳤다. 그녀가 이제까지 남편에게 하지 않은 애교였다. 입맛을 다신 민식이 툭 쏘아붙였다.
“그래! 어떻게 됐어?”
“두 학생이 많이 다쳤는데 병원비로 오백만원씩 주기로 합의 봤어요.”
“돈을 벌어 와도 시원치 않은데, 천만 원씩이나........밥이나 줘.”
한마디를 남긴 민식이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희정은 남편의 구박을 받을 것 같아서 종우를 부르지 않았다. 남편과 식사를 끝내고 그녀는 별도로 종우를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엄마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인지 종우는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설거지를 마친 희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하여 일찍 침실로 들어갔다. 모포를 들추고 들어가니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그녀를 껴안았다. 얼마 만에 남편이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지 까마득했다. 종우를 대신한 죄책감에 그녀는 순순히 남편에게 몸을 맡겼다.
민식은 역시 부부관계를 금하게 서둘렀다. 그는 거칠게 아내의 잠옷을 벗기고 끌어안았다. 그리고 젖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잠시 주무르다가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래도 남편이 젖꼭지를 빨고 있을 때 온몸이 짜릿짜릿했다. 그만큼 아들을 통해 성감이 민감해진 것이었다.
아들의 떡 벌어진 체구에 안겼던 희정은 남편의 몸이 너무 가냘프다고 느꼈다. 남편의 손끝이 우악스럽게 보지를 애무할 때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흥분이 되고 보지가 촉촉하게 젖었다. 아내의 보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본 민식이 중얼거렸다.
“당신, 요즘 몸 관리 하더니 금방 물이 나오네. 민감해진 모양이군.”
“...........”
희정은 남편의 말에 식상감이 들어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남편이 간신히 세운 페니스를 보지 속에 우격다짐으로 넣을 때 안타까웠다. 작은 페니스가 보지 속을 드나들 때 그녀는 더 깊이 받아 드리려고 남편의 엉덩이를 잡아끌었다. 안타까운 그녀는 보지를 가득 채우고 뼈끝까지 닿았던 아들의 페니스를 상상했다. 예식장에 다녀오던 날 벽에 의지한 채 아들의 허리에 매달렸던 순간의 치명적인 환희를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희열을 느낀 그녀는 신음을 흘렸다.
“으 하! 자, 자기야........”
“헉, 헉, 헉.......! 당신 무척 좋아하네........”
민식은 아내의 교감어린 신음소리를 들으며 헐떡거렸다. 그는 아내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깊숙이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보지 속으로 넣어도 그 깊이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는 버둥거리다가 제풀에 시정을 하였다. 아내의 몸에서 내려온 그는 혼자 투덜거렸다.
“나이 드니까, 당신 보지가 커진 거 아냐?”
“.........”
희정은 큭! 하고 터지는 웃음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결혼하고 남편이 보지 속을 가득 채운 적은 없었고 오르가즘을 느낀 것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아들을 통해 이미 육체의 희열에 대해 극치를 느꼈던 그녀는 더욱 불만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들이 간절하였다.
희정은 남편이 종우 문제로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교무주임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종우에게도 염려하지 말라고 했고, 남편에게는 병원비까지 받으며 해결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동안 이틀이 지났다.
남편과 종우가 나가고 집안은 썰렁 하기만 했다. 며칠 동안은 몸이 아프다면서 마사지도 헬스클럽도 동생 난정이 혼자 보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집안을 배회하는데 전화 벨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무심코 받아든 전화를 받고 보니 교무주임의 탁한 목소리였다.
“종우 어머니시죠?”
“..........네.”
“내일까지 밖에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
“어디 세상에 남녀가 한번 쯤 외도를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도 아들을 위해 눈 한 번 감으면 되는 것인데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모합니다.”
“.........”
“강요는 안합니다. 다만 조 여사님이 보고 싶어서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이것도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
“종우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마십시오. 조 여사님이 결정 한 일이니까요.”
희정은 소리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할 일은 단 두 가지 방향이었다. 다시 교무주임에게 전화를 하던지 무시해 버리던지 하는 것이었다. 교무주임을 무시한다면 종우가 당할 것이고 무척 상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종우의 미래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아니 그녀 자신이 더 괴로울 것이다.
안개비처럼 겨울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거리였다. 정오 시간에 빌딩 사이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택시에서 내린 희정은 우산을 펴들었다. 그녀는 멀리 호텔 간판들이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 그녀는 결국 교무주임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희정은 단 한 번의 희생으로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만나는 시간도 식구들의 눈치를 받지 않는 정오를 택했다. 누구인가 의혹을 갖는다면 친구를 만나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간다. 그런데 멀기만 보였던 약속장소가 어느새 눈앞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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