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했던 음식이 배달되었다. 난정이 술과 안주를 탁자위에 올려놓는 동안 민식은 쇼윈도의 전등을 끄고, 앞 유리창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민식과 오붓하게 탁자를 마주하고 앉은 난정이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민식도 그녀 앞에 잔을 놓으며 술을 따랐다.
“웬일로 처제가 술을 사달라고 하나?”
“그냥, 외로워서 형부하고 술 한 잔 하려고요.”
“하하.......! 처제도 그런 날이 있어?”
“그럼요. 형부니까요.”
민식은 따라놓은 잔을 단숨에 꿀꺽 비웠다. 잔을 반쯤 비운 난정이 그의 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였다. 민식이 회를 집어 삼키며 물었다.
“처제는 정말 재혼 안 할 거야?”
“호호.......! 형부 같은 남자가 있다면요.”
“하하......! 일단 기분은 좋은데.”
“정말예요. 언니는 형부 같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민식이 난정을 뚫어지게 보면서 또 한잔 술을 마셨다. 난정은 그가 술잔을 비울 때마다 술을 채워 주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민식이 눈동자를 껌벅거렸다.
“처제도 마셔! 술 마시고 싶다며?”
“네! 많이는 못 마시잖아요.”
난정은 의도적으로 블라우스 위 단추 하나를 풀고 앞섶을 벌렸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브래지어와 젖가슴의 윗부분이 들어났다. 그녀는 형부의 눈치를 살피며 상체를 굽혀 나머지 술잔을 비웠다. 그녀는 형부의 시선이 젖가슴을 향하는 것을 의식했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외면을 했다.
“형부! 저 한 잔 더 주세요.”
“응.......? 응!”
고지식하고 보수적 성격인 민식은 막상 단 둘이 있게 되니 난정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술잔이 비워질수록 그의 시선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향했다.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배시시 웃었다.
“형부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그, 그거야 뭐....... 나만 좋으면 뭘 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죠?”
“처, 처제를 왜 싫어해. 사, 사랑스럽지........”
민식은 당돌한 난정의 질문에 말을 더듬었다. 난정은 어느 정도 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형부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
“가게 안이 춥네요!”
“응......!? 그, 그래.......”
민식의 옆에 다가 앉은 난정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른 날보다 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다가앉는 그녀에게서 진한 여인의 체취를 느끼고 당황스러웠다.
난정이 형부의 앞에 상체를 굽히며 빈 잔을 채워주었다. 민식은 순간 심호흡을 했다. 그의 아내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그런데 처제의 벌어진 블라우스 속에 들어난 젖가슴은 실핏줄이 들어날 정도로 백옥처럼 투명하고 매끄러워 보였다.
".........."
뿐만 아니라 난정의 젖가슴은 아담하면서도 누르면 터질 것처럼 탄력이 넘쳐 보였다. 민식은 결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술을 따르면서 형부의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시선을 의식했다. 술을 따른 그녀는 슬며시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형부! 살기가 힘들어요. 힘들고, 외로운 심정은 형부만 알아주는 것 같아요.”
“그, 그럼. 난 처제가........안타까워.”
난정은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자세로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심장소리가 덜컹거렸다. 그는 그녀가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거듭 들어 마셨다. 그녀는 곁눈질로 형부의 표정을 살폈다.
“언니가 부러워요!”
“왜.......!?”
“형부는 자상하고 따뜻한 성격이잖아요. 그리고 가정밖에 모르잖아요.”
“그런 걸 언니가 몰라주니 답답하지.”
“나도 형부 같은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
“처제는 예쁘고 상냥해서 살다보면 좋은 남자 만날 거야. 실망하지 마.”
“저는 형부가 좋아요.”
“음........!? 나, 나도 체제가 좋아........”
술을 연거푸 마신 민식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그는 표정관리를 하기 어색하였다. 난정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를 느끼고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게 처제의 행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녀가 슬며시 그의 손을 잡아 쓰다듬었다.
“..........!?”
난정의 손에 잡힌 민식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더욱이나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서 앞가슴에 올려놓았다. 블라우스 위로 전달되는 그녀의 체온과 보드라운 살결의 느낌! 순간 그는 정신이 아득했다. 그녀가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젖가슴 속으로 끌어넣는 것이었다. 당황한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처, 처제! 술, 술취하나봐........”
“아뇨! 형부가 좋아서요. 그냥 가만히 있어 주세요.”
민식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의도가 전혀 아닌데 손아귀에는 처제의 젖가슴이 쥐어져 있었다. 온 몸에 짜릿한 감각이 퍼지는 그는 소름이 돋았다. 평소에 그는 아내가 처제 같으면 졸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관계가 되지 않아 안타까우면 그는 처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에 들어온 젖가슴을 더듬었다.
난정은 젖가슴을 더듬는 형부의 손길을 느끼며 희소를 흘렸다. 그들은 동시에 마른 침을 삼켰다. 젖가슴을 더듬던 그의 손끝이 젖꼭지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젖꼭지를 어루만지는 형부의 손을 문질렀다.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키며 그의 손가락에 돌돌 말려졌다. 그녀는 젖가슴에서 전달되는 촉감이 허벅지 사이까지 전달되는 짜릿함을 느꼈다.
“난, 형부가 정말 좋아요.”
“나, 나도 그래.........”
흥분하기 시작한 민식은 떨고 있었다. 아내와 부부관계를 하고 싶어도 잘 흥분이 되지 않던 그였다. 소파 옆의 스토브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그들의 얼굴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난정은 의도적으로 형부를 유혹하지만 젖꼭지가 애무당하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그녀는 형부의 목을 끌어안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웠다.
“음.......!”
술 몇 잔에 취한 민식의 얼굴에 스토브에 반사되는 불길이 너울거렸다. 그의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여전히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쥐고 비스듬히 눕는 처제를 내려다보았다. 반쯤 입술을 벌린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처제의 행동에 그는 두려움도 잊었다. 그는 블라우스가 단추가 모두 풀어진 처제의 젖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급히 숨을 들이마신 민식은 난정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돌기를 일으키며 돋아난 젖꼭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처제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혀로 핥았다.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려 들였다. 그녀가 왈칵 그의 목덜미에 팔을 감았다.
“아! 형부.........”
“.........”
난정의 젖꼭지가 민식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처제의 표정을 바라보는 그의 가슴에 불같은 욕구가 치솟았다. 아내에게서 느낄 수 없는 여자의 야릇한 표정이었다. 하복부의 페니스가 발기하는 것 같은 그는 입속으로 빨아 당긴 젖꼭지를 혀로 문지르며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음.......!”
매끄러운 난정의 허벅지 살결에 민식은 감타했다. 그는 아내와 부부관계를 하면서 페니스가 발기했을 때 빨리 삽입해야 가물에 콩 나듯이 오르가즘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급히 처제의 손바닥만한 팬티를 끌어내려 벗겼다. 그는 손바닥에 촉촉해진 처제의 보지를 느꼈다. 갑자기 숨결이 거칠어진 그는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었다.
눈을 감고 있는 난정은 급하게 서두는 형부보다 마음이 더 급했다. 어찌되었든지 형부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반신을 벗은 민식은 처제의 허벅지를 벌리고 급하게 페니스를 보지 구멍으로 들이댔다. 하지만 발기하려던 페니스가 힘이 없었다. 처제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불같으나 그의 육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시들어가는 페니스를 보지구멍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거친 숨만 흘렸다.
“음......! 으.........”
“아! 혀, 형부........”
신음을 흘리는 난정은 형부가 보지구멍을 벌리고 밀어 넣으려는 페니스를 느끼며 안타까웠다. 어찌됐던 그녀는 형부의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받아드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페니스 귀두만 보지구멍 입구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형부의 허리를 잡아 당기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마에 땀방울만 흘리고 있었다.
“아 후.......!”
“..........!?”
결국은 지쳐버린 민식이 난정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쓰러졌다. 그들은 희열의 쾌감도 느끼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난정은 자신을 황홀하게 만들었던 종우를 떠올렸다. 잠시 거친 숨을 진정시키던 민식이 그녀의 몸에서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처제! 역시 난, 안 돼.........”
“..........”
난정은 형부가 바지를 추켜 입는 것을 보고 일어났다. 돌아서서 발목에 걸린 팬티를 끌어 올리는 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만약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녀는 형부에게 천박한 여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녀는 다시 덕기를 품었다.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은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형부만 불쌍해요.”
“불쌍하긴! 내가 못나서 그렇지.”
“그게 아니고, 언니에게 속고 사는 형부가 안타깝다고요.”
“언니가 뭘 속여? 그런 사람은 아냐.”
난정은 형부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매달렸다. 민식은 정말 처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살다보니 처제가 남자가 그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난정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손을 젖가슴으로 끌어 들였다. 그녀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니까, 형부만 불쌍하죠. 언니가 종우를 왜 끔찍하게 생각하는 줄 아세요?”
“그야! 외아들이니까 그렇지.”
민식은 손에 닿은 처제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난정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형부가 모르고 있는 것이 그거예요. 종우는 형부의 자식이 아녜요.”
“그게....... 무슨 말.........?”
“언니가 두 번이나 자궁외임신 했잖아요.”
“한번이 아닌가.......!?"
"아녜요. 형부는 모르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민식은 술기운이 깨며 정신이 확 들었다. 순간 난정은 입술을 벌렸다. 놀란 그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여 젖가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는 그를 보며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언니는 시댁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시부모와 형부를 속안 가예요. 갓 태어난 아기를 입양하고 병원에서 퇴원했어요. 그래서 언니는 임신을 못해요.”
“그, 그럴 리가.......!? ”
“형부가 좋고,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니, 못 믿으면 DNA 검사해보세요.”
“..........”
민식은 난정의 젖가슴에서 손을 빼내고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났다. 소파 주위를 맴도는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난정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형부가 그렇게 놀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언니가 종우한테 집착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무슨........!?”
“종우는 언니의 남자예요!”
“무슨...... 말을.........!?”
서성거리던 민식이 난정 앞에 서서 눈동자를 부라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형부의 눈빛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핏발이 그리고 관자놀이에는 핏줄이 돋아있었다. 난정은 형부가 당장 언니에게 가서 이혼하자는 말을 하는 광경을 떠올렸다. 그녀는 눈에 독기를 뿜어냈다.
“무슨 말인지 몰라요? 발가벗은 언니와 종우가 침대에서 엉켜 잇는 것을 내 눈으로 봤어요. 그래서 언니가 종우한테 집착하는 것이라고요.”
“뭐라고!? 그 개새끼! 개잡년이.......”
별안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떠는 민식은 눈동자에 불을 켰다. 그는 미친 듯이 가게 안을 맴돌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카키색 파커를 걸치고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난정은 기겁을 했다. 창고에서 나온 민식의 손에는 엽총이 들려져 있었다. 그가 이따금 친구들과 사냥을 다니며 사용한 것이었다.
“형부...........”
새파랗게 질린 난정이 와들와들 떨었다. 민식은 엽총과 함께 들고 나온 탄약 상자를 파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탄약하나를 장진하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마치 사냥개처럼 가게를 뛰어 나갔다.
“이게, 아니었는데........”
몸을 웅크리고 더덜 떨던 난정은 혼잣말을 흘리며 형부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녀는 바람처럼 사리진 형부의 그림자가 언니의 아프트로 향하는 골목으로 접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하든지 형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에 차도록 뛰었다. 그러나 성난 들소 같은 남자를 쫓아가기는 무리였다.
난정이 언니의 아파트 입구를 보이는 곳에 당도했을 때 형부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막상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서 헐떡거리는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밤공기를 울리는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몇 번인가 들렸다. 넋이 나간 상태의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난정의 큰 눈동자에서 눈물이 맺혀 주르르 흘러내렸다. 눈물로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에 아파트 층계를 뛰어 오르는 경비원과 주민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다. 잠시 후 긴급 사이렌 소리에 이어서 경찰과 구급차가 조명등을 번쩍이며 도착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언니 집으로 올라가려고 층계를 뛰어 올라갔다.
희정의 집이 있는 복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려는 난정을 경찰이 제지하였다. 정신이 업는 상태에서 그녀는 수갑을 찬 형부가 형사에게 끌려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곁을 지나는 형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흰 천으로 덮인 피투성이 시체 두 구가 구급대원에게 들려 나왔다.
난정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은주가 자신의 방에서 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죄책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형부와 언니의 이혼만을 원했던 것이었다. 형부의 행동은 그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인간은 타인에게서 받는 악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싸우지만 자기 마음속의 악과는 싸우려 하지 않는다. 언니의 말에 분노한 난정은 이기적인 판단의 불길에 휘말렸던 것이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어난 사태에 충격을 받은 난정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조차도 두려운 그녀는 방구석에 웅크리고 꼼짝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난정을 찾아와 질문을 했다. 조 희정의 동생인지, 부부사이가 안 좋았는지, 평소 자주 부부싸움을 했는지, 송 민식이 아들을 미워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는 수사관에게 난정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것은 조카 종우는 언니가 입양한 외아들이라는 사실과 형부를 속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원인을 알려준 것이었다.
난정이 수사관에게 제공한 정보는 사실 절반뿐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사건수사가 확대되어 자신까지 수사대상이 될 것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닷새 후 언론에는 입양한 아들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으로 분노한 남편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난정은 형부도 언니와 종우의 성관계 사실은 은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던 난정은 언니와 조카의 장례식에 참여했다. 장례식은 민식의 남동생 송 민기의 주관으로 치러졌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면역 속에 고통과 행복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행복을 향해 질주하며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난정은 고달픈 인생을 멈추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 간절했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조차 막막해진 내일을 생각하는 그녀는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웬일로 처제가 술을 사달라고 하나?”
“그냥, 외로워서 형부하고 술 한 잔 하려고요.”
“하하.......! 처제도 그런 날이 있어?”
“그럼요. 형부니까요.”
민식은 따라놓은 잔을 단숨에 꿀꺽 비웠다. 잔을 반쯤 비운 난정이 그의 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였다. 민식이 회를 집어 삼키며 물었다.
“처제는 정말 재혼 안 할 거야?”
“호호.......! 형부 같은 남자가 있다면요.”
“하하......! 일단 기분은 좋은데.”
“정말예요. 언니는 형부 같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민식이 난정을 뚫어지게 보면서 또 한잔 술을 마셨다. 난정은 그가 술잔을 비울 때마다 술을 채워 주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민식이 눈동자를 껌벅거렸다.
“처제도 마셔! 술 마시고 싶다며?”
“네! 많이는 못 마시잖아요.”
난정은 의도적으로 블라우스 위 단추 하나를 풀고 앞섶을 벌렸다.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브래지어와 젖가슴의 윗부분이 들어났다. 그녀는 형부의 눈치를 살피며 상체를 굽혀 나머지 술잔을 비웠다. 그녀는 형부의 시선이 젖가슴을 향하는 것을 의식했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외면을 했다.
“형부! 저 한 잔 더 주세요.”
“응.......? 응!”
고지식하고 보수적 성격인 민식은 막상 단 둘이 있게 되니 난정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술잔이 비워질수록 그의 시선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향했다.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배시시 웃었다.
“형부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그, 그거야 뭐....... 나만 좋으면 뭘 해.”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죠?”
“처, 처제를 왜 싫어해. 사, 사랑스럽지........”
민식은 당돌한 난정의 질문에 말을 더듬었다. 난정은 어느 정도 형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형부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
“가게 안이 춥네요!”
“응......!? 그, 그래.......”
민식의 옆에 다가 앉은 난정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른 날보다 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다가앉는 그녀에게서 진한 여인의 체취를 느끼고 당황스러웠다.
난정이 형부의 앞에 상체를 굽히며 빈 잔을 채워주었다. 민식은 순간 심호흡을 했다. 그의 아내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그런데 처제의 벌어진 블라우스 속에 들어난 젖가슴은 실핏줄이 들어날 정도로 백옥처럼 투명하고 매끄러워 보였다.
".........."
뿐만 아니라 난정의 젖가슴은 아담하면서도 누르면 터질 것처럼 탄력이 넘쳐 보였다. 민식은 결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술을 따르면서 형부의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시선을 의식했다. 술을 따른 그녀는 슬며시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형부! 살기가 힘들어요. 힘들고, 외로운 심정은 형부만 알아주는 것 같아요.”
“그, 그럼. 난 처제가........안타까워.”
난정은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자세로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심장소리가 덜컹거렸다. 그는 그녀가 권하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거듭 들어 마셨다. 그녀는 곁눈질로 형부의 표정을 살폈다.
“언니가 부러워요!”
“왜.......!?”
“형부는 자상하고 따뜻한 성격이잖아요. 그리고 가정밖에 모르잖아요.”
“그런 걸 언니가 몰라주니 답답하지.”
“나도 형부 같은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았을 텐데........”
“처제는 예쁘고 상냥해서 살다보면 좋은 남자 만날 거야. 실망하지 마.”
“저는 형부가 좋아요.”
“음........!? 나, 나도 체제가 좋아........”
술을 연거푸 마신 민식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그는 표정관리를 하기 어색하였다. 난정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를 느끼고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게 처제의 행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녀가 슬며시 그의 손을 잡아 쓰다듬었다.
“..........!?”
난정의 손에 잡힌 민식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더욱이나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아서 앞가슴에 올려놓았다. 블라우스 위로 전달되는 그녀의 체온과 보드라운 살결의 느낌! 순간 그는 정신이 아득했다. 그녀가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젖가슴 속으로 끌어넣는 것이었다. 당황한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처, 처제! 술, 술취하나봐........”
“아뇨! 형부가 좋아서요. 그냥 가만히 있어 주세요.”
민식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의도가 전혀 아닌데 손아귀에는 처제의 젖가슴이 쥐어져 있었다. 온 몸에 짜릿한 감각이 퍼지는 그는 소름이 돋았다. 평소에 그는 아내가 처제 같으면 졸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관계가 되지 않아 안타까우면 그는 처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에 들어온 젖가슴을 더듬었다.
난정은 젖가슴을 더듬는 형부의 손길을 느끼며 희소를 흘렸다. 그들은 동시에 마른 침을 삼켰다. 젖가슴을 더듬던 그의 손끝이 젖꼭지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젖꼭지를 어루만지는 형부의 손을 문질렀다. 젖꼭지가 돌기를 일으키며 그의 손가락에 돌돌 말려졌다. 그녀는 젖가슴에서 전달되는 촉감이 허벅지 사이까지 전달되는 짜릿함을 느꼈다.
“난, 형부가 정말 좋아요.”
“나, 나도 그래.........”
흥분하기 시작한 민식은 떨고 있었다. 아내와 부부관계를 하고 싶어도 잘 흥분이 되지 않던 그였다. 소파 옆의 스토브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그들의 얼굴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난정은 의도적으로 형부를 유혹하지만 젖꼭지가 애무당하면서 흥분하고 있었다. 그녀는 형부의 목을 끌어안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웠다.
“음.......!”
술 몇 잔에 취한 민식의 얼굴에 스토브에 반사되는 불길이 너울거렸다. 그의 손은 그녀의 젖가슴을 여전히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쥐고 비스듬히 눕는 처제를 내려다보았다. 반쯤 입술을 벌린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처제의 행동에 그는 두려움도 잊었다. 그는 블라우스가 단추가 모두 풀어진 처제의 젖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급히 숨을 들이마신 민식은 난정의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돌기를 일으키며 돋아난 젖꼭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처제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혀로 핥았다.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려 들였다. 그녀가 왈칵 그의 목덜미에 팔을 감았다.
“아! 형부.........”
“.........”
난정의 젖꼭지가 민식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처제의 표정을 바라보는 그의 가슴에 불같은 욕구가 치솟았다. 아내에게서 느낄 수 없는 여자의 야릇한 표정이었다. 하복부의 페니스가 발기하는 것 같은 그는 입속으로 빨아 당긴 젖꼭지를 혀로 문지르며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음.......!”
매끄러운 난정의 허벅지 살결에 민식은 감타했다. 그는 아내와 부부관계를 하면서 페니스가 발기했을 때 빨리 삽입해야 가물에 콩 나듯이 오르가즘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급히 처제의 손바닥만한 팬티를 끌어내려 벗겼다. 그는 손바닥에 촉촉해진 처제의 보지를 느꼈다. 갑자기 숨결이 거칠어진 그는 허겁지겁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었다.
눈을 감고 있는 난정은 급하게 서두는 형부보다 마음이 더 급했다. 어찌되었든지 형부를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반신을 벗은 민식은 처제의 허벅지를 벌리고 급하게 페니스를 보지 구멍으로 들이댔다. 하지만 발기하려던 페니스가 힘이 없었다. 처제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불같으나 그의 육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시들어가는 페니스를 보지구멍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거친 숨만 흘렸다.
“음......! 으.........”
“아! 혀, 형부........”
신음을 흘리는 난정은 형부가 보지구멍을 벌리고 밀어 넣으려는 페니스를 느끼며 안타까웠다. 어찌됐던 그녀는 형부의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받아드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페니스 귀두만 보지구멍 입구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형부의 허리를 잡아 당기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마에 땀방울만 흘리고 있었다.
“아 후.......!”
“..........!?”
결국은 지쳐버린 민식이 난정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쓰러졌다. 그들은 희열의 쾌감도 느끼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난정은 자신을 황홀하게 만들었던 종우를 떠올렸다. 잠시 거친 숨을 진정시키던 민식이 그녀의 몸에서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미안해. 처제! 역시 난, 안 돼.........”
“..........”
난정은 형부가 바지를 추켜 입는 것을 보고 일어났다. 돌아서서 발목에 걸린 팬티를 끌어 올리는 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만약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녀는 형부에게 천박한 여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녀는 다시 덕기를 품었다.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은 형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형부만 불쌍해요.”
“불쌍하긴! 내가 못나서 그렇지.”
“그게 아니고, 언니에게 속고 사는 형부가 안타깝다고요.”
“언니가 뭘 속여? 그런 사람은 아냐.”
난정은 형부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매달렸다. 민식은 정말 처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살다보니 처제가 남자가 그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난정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손을 젖가슴으로 끌어 들였다. 그녀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니까, 형부만 불쌍하죠. 언니가 종우를 왜 끔찍하게 생각하는 줄 아세요?”
“그야! 외아들이니까 그렇지.”
민식은 손에 닿은 처제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난정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형부가 모르고 있는 것이 그거예요. 종우는 형부의 자식이 아녜요.”
“그게....... 무슨 말.........?”
“언니가 두 번이나 자궁외임신 했잖아요.”
“한번이 아닌가.......!?"
"아녜요. 형부는 모르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민식은 술기운이 깨며 정신이 확 들었다. 순간 난정은 입술을 벌렸다. 놀란 그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여 젖가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는 그를 보며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언니는 시댁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시부모와 형부를 속안 가예요. 갓 태어난 아기를 입양하고 병원에서 퇴원했어요. 그래서 언니는 임신을 못해요.”
“그, 그럴 리가.......!? ”
“형부가 좋고,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니, 못 믿으면 DNA 검사해보세요.”
“..........”
민식은 난정의 젖가슴에서 손을 빼내고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났다. 소파 주위를 맴도는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난정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형부가 그렇게 놀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언니가 종우한테 집착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무슨........!?”
“종우는 언니의 남자예요!”
“무슨...... 말을.........!?”
서성거리던 민식이 난정 앞에 서서 눈동자를 부라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형부의 눈빛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핏발이 그리고 관자놀이에는 핏줄이 돋아있었다. 난정은 형부가 당장 언니에게 가서 이혼하자는 말을 하는 광경을 떠올렸다. 그녀는 눈에 독기를 뿜어냈다.
“무슨 말인지 몰라요? 발가벗은 언니와 종우가 침대에서 엉켜 잇는 것을 내 눈으로 봤어요. 그래서 언니가 종우한테 집착하는 것이라고요.”
“뭐라고!? 그 개새끼! 개잡년이.......”
별안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떠는 민식은 눈동자에 불을 켰다. 그는 미친 듯이 가게 안을 맴돌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카키색 파커를 걸치고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난정은 기겁을 했다. 창고에서 나온 민식의 손에는 엽총이 들려져 있었다. 그가 이따금 친구들과 사냥을 다니며 사용한 것이었다.
“형부...........”
새파랗게 질린 난정이 와들와들 떨었다. 민식은 엽총과 함께 들고 나온 탄약 상자를 파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탄약하나를 장진하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마치 사냥개처럼 가게를 뛰어 나갔다.
“이게, 아니었는데........”
몸을 웅크리고 더덜 떨던 난정은 혼잣말을 흘리며 형부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녀는 바람처럼 사리진 형부의 그림자가 언니의 아프트로 향하는 골목으로 접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하든지 형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에 차도록 뛰었다. 그러나 성난 들소 같은 남자를 쫓아가기는 무리였다.
난정이 언니의 아파트 입구를 보이는 곳에 당도했을 때 형부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막상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서 헐떡거리는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밤공기를 울리는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몇 번인가 들렸다. 넋이 나간 상태의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난정의 큰 눈동자에서 눈물이 맺혀 주르르 흘러내렸다. 눈물로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에 아파트 층계를 뛰어 오르는 경비원과 주민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다. 잠시 후 긴급 사이렌 소리에 이어서 경찰과 구급차가 조명등을 번쩍이며 도착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언니 집으로 올라가려고 층계를 뛰어 올라갔다.
희정의 집이 있는 복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려는 난정을 경찰이 제지하였다. 정신이 업는 상태에서 그녀는 수갑을 찬 형부가 형사에게 끌려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곁을 지나는 형부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흰 천으로 덮인 피투성이 시체 두 구가 구급대원에게 들려 나왔다.
난정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은주가 자신의 방에서 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죄책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형부와 언니의 이혼만을 원했던 것이었다. 형부의 행동은 그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인간은 타인에게서 받는 악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싸우지만 자기 마음속의 악과는 싸우려 하지 않는다. 언니의 말에 분노한 난정은 이기적인 판단의 불길에 휘말렸던 것이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어난 사태에 충격을 받은 난정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조차도 두려운 그녀는 방구석에 웅크리고 꼼짝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난정을 찾아와 질문을 했다. 조 희정의 동생인지, 부부사이가 안 좋았는지, 평소 자주 부부싸움을 했는지, 송 민식이 아들을 미워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는 수사관에게 난정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것은 조카 종우는 언니가 입양한 외아들이라는 사실과 형부를 속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사건의 원인을 알려준 것이었다.
난정이 수사관에게 제공한 정보는 사실 절반뿐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사건수사가 확대되어 자신까지 수사대상이 될 것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닷새 후 언론에는 입양한 아들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으로 분노한 남편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난정은 형부도 언니와 종우의 성관계 사실은 은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던 난정은 언니와 조카의 장례식에 참여했다. 장례식은 민식의 남동생 송 민기의 주관으로 치러졌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면역 속에 고통과 행복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행복을 향해 질주하며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난정은 고달픈 인생을 멈추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 간절했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조차 막막해진 내일을 생각하는 그녀는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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