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가 들고 있는 난정의 휴대폰 진동이 끊어졌다가 다시 울리기를 반복했다. 민기는 왠지 아내의 휴대폰을 받기가 두려워 망설였다. 잠간 사이에 그의 머리에 각가지 상상이 떠올랐다. 그는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조 난정이 전화 아닙니까! 당신 누구요?”
무척 흥분한 남자목소리였다. 그런데 남자는 아내의 이름을 대면서 민기가 묻고 싶은 말을 묻고 있었다. 민기는 상대가 어찌해서 아내에게 한 밤중에 전화를 했는지 알려면 흥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 난정의 남편입니다. 왜 그러시죠?”
“뭐라고.......!? 당신, 꽃뱀하고 짜고 사기 친 거야?”
“무슨 말씀 입니까!?”
“나한테 그년이 혼자라면서 같이 살다가 사기 치고 도망갔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민기는 피가 끓어올랐다. 찰나의 순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아내가 대전이라고 속이고 충주에 내려가서 했을 행동이 필름처럼 돌아갔다. 그동안 다른 남자의 여자로 지내면서 간병인을 한다고 속인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아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말이야. 당신 이름이 뭐야? 두 사람 모두 간통죄로 집어넣게!”
“난, 당한 사람이야. 그런데.........”
민기가 남자의 발악하는 소릴 듣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새파랗게 질린 아내가 잠옷차림으로 미친 듯이 뛰어 나와 그가 통화하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왜, 남의 핸드폰을 갖고 그래요. 주세요!”
난정은 발악을 하며 남편의 손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휴대폰을 빼앗길 리가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손에 밀려 벌렁 나자빠졌다. 그녀는 잠결에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간병인 센터와 통화하다가 배터리를 빼놓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고 혼비백산해서 뛰어 나왔던 것이었다.
“부부사이에도 개인의 인권은 존중해야 해요. 빨리 주세요.”
“인권이라고!? 충주에 이 남자 누구야? 말하면 줄게.”
벌떡 일어선 난정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였다. 그녀는 모든 사실이 밝혀진 것 같아서 남편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남편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 아내 노릇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당신하고 못살아요. 지금 나갈래요.”
“누구 마음대로! 정당하게 밝히고 당신이 행복한 길을 택하는 건 말리지 않아”
난정은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여행 가방에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는 그녀는 가방 속에 무엇을 집어넣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민기는 거실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다른 남자의 성기를 보지 속에 넣고 허우적거렸을 상상을 하니 불같이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낙심하는 민기의 마음 한편에는 자신이나 아내가 총각 처녀로 만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싶었다. 아내의 과거도 인정하기에 실수이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어쩌면 오늘이라는 시간도 지나면 과거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만은 믿고 있었던 아내가 모든 것을 속였다는 것에 배신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부는 무엇보다도 서로를 신뢰해야하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고통과 역경을 이겨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부부가 이혼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다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어려운 난관이 있고 행복한 인생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는 지금까지 공들인 금전적인 손해와 노력이 아쉬웠다.
방문이 열리고 난정이 여행 가방을 끌고 나왔다. 그녀는 가방을 거실에 뇌두고 은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잠들어 있는 은주를 깨웠다. 은주는 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엄마와 아저씨가 싸우는 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 눈을 부비고 일어난 은주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왜, 난리를 치고 그래........!?”
“가자!”
“어딜 가! 왜, 이러는데.......?”
“이집에서 못살아. 빨리 일어나.”
민기는 물끄러미 아내와 은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며시 일어난 그는 싱크대에서 양주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은주의 방으로 들어가서 아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더라도 애기 좀 하고 가.”
“놓으세요. 난 할 말이 없어요.”
하얗게 질린 난정이 잡힌 손목을 뿌리쳤다. 그녀도 격한 감정에 흥분한 상태였다. 민기가 다시 아내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말없이 한손에는 양주병, 다른 손에는 아내의 손목을 잡아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을 잠그고 양주병을 방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방을 나가지 못하게 방문에 기대앉았다.
“당신 지금까지 내가 준돈 지금 내놓을 수 있어?”
“..........벌어서 값을 게요.”
침대에 걸터앉은 난정은 고개를 외면했다. 민기가 양주병을 들고 꿀꺽 거리며 마셨다. 잠시 침묵이 지나고 민기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서로 의지하고 나머지 인생을 살자고 약속했지?”
“난 자신 없어요. 혼자 살고 싶어요.”
난정은 물론 용서 받을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나올지 무서웠다. 차라리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면 그녀 나름대로 조치를 할 방법을 강구하겠는데, 남편의 차분한 모습에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민기는 다시 양주 한 모금을 마셨다.
“난 당신이 어떤 남자와 인생을 살았던 당신의 과거를 모두 이해해. 그리고 나는 나하고 살았던 여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지금 당신이 충주 남자와 어떻게 된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오늘도 과거로 돌리고 싶어.”
“..........”
“지금부터 다시 출발하는 거야. 그래도 떠나고 싶어?”
“..........”
난정은 남편이 분노를 억제하느라고 굳어지는 표정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민기가 다시 말했다.
“당신이 정말 행복한 길이라면 얼마든지 놔주겠어. 그런데 당신 나를 떠나서 행복할 자신 있어?”
“..........!”
난정은 대답대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비로소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 용서 받기에는 너무도 자존심이 상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민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왜 이래야 되는 거야! 서로 의지하고 살아도 힘든 세상인데,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해. 그런데 당신은 사랑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
난정은 갑자기 슬픔이 북 받쳤다. 그녀는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남편을 진정으로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사랑하고, 남편이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남편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간절함을 느꼈다. 침대에서 내려앉은 그녀는 남편의 목에 매달렸다.
“여보! 잘못했어. 용서해줘요.”
“...........!”
민기는 눈물로 얼룩진 아내를 빤히 쳐다봤다. 어느 부부든지 갈등은 있었다. 바람피우는 남편을 용서하며 사는 아내도 있었다. 그는 남편도 아내의 부정을 과거로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부부는 신뢰가 제일 중요해.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충주에 대해 말해 줘.”
“..........”
난정은 그러나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지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민기가 간절한 눈빛을 하였다.
“내 마음을 몰라!? 오늘 지나면 과거로 돌릴게. 남자가 바람 피워도 솔직하면 여자가 용서 할 수 있잖아. 마찬가지 아닌가.”
“몇 달만 돈 받으려고 했어요.”
“어리석게.....그게 가능해......!? 돈을 얼마 버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 걸 몰라!”
“그 남자가 모두 거짓말이라. 그만 둔 거예요. 그런데 자꾸 전화를 해서.........”
“왜 전화를 하는데? 같이 살자고?”
“약속한 돈을 안줘서 그 남자 통장에서 돈을 인출했고, 카드로 김치 냉장고를 샀는데, 그 남자가 경찰에 고소했어요.”
“아 후~! 당신 참 못났다.”
민기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는 이혼한 아내도 그렇지만 도저히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보다는 곽 태식의 잘못을 남편에게 이해시키고 싶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검찰에서는 그 남자 잘못이래요. 그런데 벌금 때문에.........”
“벌금!? 무슨 벌금을 내?”
“그 남자 돈은 안 갚아도 벌금 내야 한데요.”
“.........얼마인데?”
“오백만원........요.”
난정은 모든 걸 털어 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벌금을 남편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민기는 마음을 정리하였으니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싶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다시 아내 문제를 떠올리기도 생각하기도 싫었다.
“벌금은 내가 해 줄 테니, 제발 서로 신뢰받는 행동만 하고 의지하고 살아.”
“여보! 고마워요. 사랑해요.”
난정은 남편의 가슴에 왈칵 매달렸다. 그녀는 입술을 내밀어 남편의 입술을 찾았다. 민기는 눈물로 얼룩진 아내의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애틋하였다. 그는 아내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녀의 눈에서 이불로 흘러내린 눈물이 짭짤하게 느껴졌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들은 성욕의 불길에 휩싸였다.
민기는 아내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혔다.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발가벗은 몸으로 침대위에 올라갔다. 신혼 첫날밤의 감정으로 아내의 잠옷을 벗기고 끌어안았다. 슬픔과 번민이 욕정의 불씨로 살아났다. 난정은 남편의 손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편의 페니스를 보지 속에 가득채운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여, 여보! 어떡해. 사랑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난정은 다리를 들어 올려 남편의 허리를 휘감으며 안간힘을 썼다. 민기는 쾌감을 느끼는 아내의 눈빛이 더욱 교태가 가득한 것을 느꼈다. 문득 그는 아내의 보지 속에 페니스를 넣고 허덕거렸을 충주 남자를 떠올렸다. 그는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집어넣은 상태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그 남자하고 하니 좋았어?”
“아, 아니야.......”
“그럼.......!?”
“세 번......! 그 남자가 억지로 했어. 그런데 발기도 안 돼서 입구에 싸 놓기만 했어.”
“그 말을 믿으라고?”
“난.......! 당신 아니면 못 느껴. 사랑해. 정말이야.”
난정이 남편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남편과의 관계에 정신마저 혼미했다. 민기는 다른 남자의 페니스가 아내의 보지 속을 헤집는 상상을 떠올리고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는 아내를 믿으려고 하지만 정말 믿어야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남자는 언제나 아내가 자신만의 여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허영심이라고 한다. 여자는 빈틈없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피시방 유리창 밖의 길에는 사람들이 어깨를 웅크리고 걸어간다. 겨울로 다가서는 계절에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그는 쓸쓸함을 느꼈다. 아내가 기어코 간병인 일을 다시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일을 나가는 대신 지금까지 아내에게 주던 생활비를 반으로 줄이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아내가 집안 살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은주의 유학비가 지출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구점을 넘겼기에 민기는 단지 피시방 영업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는 증권 투자와 은행 저축을 하고 있지만 생활비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잠시 고심하더니 그의 조건을 받아 들였다. 그는 아내와 다투기도 싫었고 부부 사이에 신뢰가 중요하다고 자신이 말해놓고 아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기는 아내를 믿어야할지 불안했다. 이미 아내는 여러 남자를 거친 과거가 있고, 서로 의지하고 살자고 하더니 배신을 했기에 그로서는 신뢰할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쉬는 그로서는 최선을 다할 도리뿐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다른 생활에 그는 허탈감에 젖어 비어있는 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막막하기만 한 그는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넣고 눈을 감았다.
“사장님 자나 봐요?”
“........!”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뜬 민기가 고개를 돌렸다. 항상 오전 시간에만 왔던 고 신애였다. 타이트한 스커트를 걸쳤기에 그녀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평범한 미모지만 호감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 인상이었다. 그의 옆 좌석에서 의자를 당겨 앉은 그녀가 고개를 까닥거렸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손님이 많네요.”
“어서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오늘 일이 없어서요.”
“아......!”
고개를 끄덕인 민기는 게임을 실행시켰다. 자리에 앉은 고 신애도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들은 말없이 게임에 몰두했다. 그들은 수시로 서로 상대의 캐릭터를 곁눈질했다. 짓궂은 생각이 든 그가 자신의 캐릭터를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캐릭터를 공격했다.
힐끔 쳐다보고 눈을 흘긴 고 신애도 지지 않으려고 마우스를 쥔 손놀림을 빠르게 했다. 한동안 그들은 빠른 손놀림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캐릭터가 쓰러지고 말았다. 마우스를 던진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몰라요. 죽었잖아요.”
“하하하........!”
“정말 못됐어요.”
“잘하지 그랬어!”
“사장님은 아이템이 빵빵하잖아요.”
“그렇지도 않은데.”
신애가 곱게 눈을 흘겼다. 친숙해진 그들은 아이들처럼 가끔 장난도 쳤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를 이따금 곁눈질해서 보았다. 짧은 스커트 밑으로 윤기가 흐르는 그녀의 허벅지가 선정적이었다. 한동안 게임을 하던 그녀가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사장님! 오늘 술 한 잔 사주실래요.”
“한 잔만!?”
“호호......! 그럼 올 나이트해요.”
“술을 잘 못해서........”
“지난번에 보니. 잘 하시던데. 사 줄 거예요?”
“하하......! 글쎄.........!”
“왜요!? 사모님 눈치 보여서요?”
“우리 주말 부부인 걸.”
“그럼, 괜찮은 거죠?”
민기는 대답대신 빙긋이 웃음을 흘렸다. 아내에 대한 원망을 떠 올리는 그도 술을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의 마주친 눈빛은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언의 약속이었다. 유리창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고 신애와 게임을 하느라고 그는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 생각으로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집에 잠간 들어갔다 나올게.”
“그럼, 길 건너 삼겹살 파는 식당에서 기다릴게요.”
고 신애도 따라 일어섰다. 민기가 카운터 알바에게 그녀의 요금은 받지 말라고 했다. 그를 따라 나선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흘렸다. 피시방을 나온 그녀는 횡단보도로 다가갔고 그는 집으로 향해 갔다. 집안에는 은주가 거실에서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는데 은주가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보다가 일어섰다.
“아저씨! 또 어디가려고!?”
“친구를 만나서 식사 같이 하려고. 넌, 식사 안하니?”
“밥 먹기 싫은데.........”
“그럼, 먹고 싶은 거 사먹던지........”
지갑을 꺼낸 민기는 오만 원권 지폐 한 장을 은주에게 건네주었다. 지폐를 손에 쥔 은주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그는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현관으로 나가 그는 구두를 신는 그의 앞에 다가선 그녀가 토라진 목소리를 흘렸다.
“일찍 들어 올 거죠?”
“글쎄.......! 술이라도 마시면 모르겠는데.”
“정말 친구 만나는 건가?”
“그렇다니까........”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서는 민기는 왠지 변명이 어설펐던 것만 같았다. 그가 아파트를 나가서 올려다보니 은주가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 꼭지가 간지러운 것 같은 그는 은주의 시선을 피하느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삼겹살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 신애가 생글거리며 미소를 흘렸다.
“내가 미리 시켰어요.”
“잘 했어.”
고 신애는 미리 주문한 삼겹살을 석판위에 올려놓고 뒤적이고 있었다. 민기가 마주보고 앉으니 그녀가 서슴없이 소주병을 들어 술잔을 채워 주었다. 고기는 이미 먹기 좋을 만큼 익은 상태였다. 그녀가 술잔을 들어 내밀었다.
“제가 원래 성질이 급해요.”
“내숭떠는 것 보다 활달한 성격이 좋지.”
그들은 술잔을 부딪고 단숨에 마셨다. 민기가 신애의 술잔을 채워주고 그녀도 그의 술잔을 채웠다. 그녀는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고기를 덥석 집어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꾸물거리는 남자가 싫어요.”
“남자들이 꼼짝 못하겠네.”
“호호호......! 그렇지도 않아요. 보기보다 남자들에게 순종적인 걸요.”
“긍정적인 성격이니 그렇지.”
신애는 사귀었던 남자들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를 이해하고 희생적이었던 자신의 성격을 강조했다. 식당 안에는 술이 취한 손님들이 떠도는 시끄러운 소음에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민기는 주로 신애의 말을 듣고 있는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니 흥을 돋아 말했다.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그녀는 재킷을 벗고 민소매 차림이 되어 친구들의 얘기들에 관한 얘기를 했다.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 세 병을 마신 상태가 되니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녀가 그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사장님! 오빠라고 불러도 되요?”
“나야! 좋지.”
“오빠! 오빠는 카리스마도 있고, 미남에 동안이야.”
“그렇게 봐주니, 기분 좋네. 신애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이야.”
“남자한테 질렸고, 시원치 않은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시집가려고?”
“난 시집 안가요. 오빠 술 더 마셔요.”
“술, 잘 마시네.”
민기가 종업원을 불러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눈웃음을 친 신애는 종업원이 가져온 소주로 그의 빈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도 채웠다. 그녀의 언성이 높아가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추가로 가져온 소주병이 바닥나고 그녀가 탁자에 팔을 고이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오빠! 우리 이차 가요.”
“취하지 않았나! 어딜.......?”
“오빠하고 나이트 가고 싶다. 호호......!”
“그래도 괜찮겠어?”
“오빠가 괜찮으면 난 좋지요.”
민기는 일찍 들어오느냐고 물었던 은주가 떠올랐다. 망설이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치루는 사이에 신애는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오니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를 보고 전화를 끊고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짓을 했다.
“내가 아는 곳으로 가도되죠?”
“........!”
민기는 특별히 아는 곳이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신애가 손을 들어 세웠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택시 뒷좌석에 먼저 올라타서 운전기사에게 연신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팔짱을 꼈다. 어색했던 그는 그녀의 활달한 성격이 오히려 편했다. 그가 슬며시 물었다.
“결혼 안 해?”
“결혼 요......!? 결혼했으면 후회 했을 거예요.”
“왜.......!?”
“결혼 약속하고 동거하던 남자에게 배반당하고, 이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어요.”
“상처가 깊었던 모양이군?”
“그렇지도 않아요. 다만 즐겁게 살고 싶어요.”
“부모님이 걱정 안하나?”
“부모님....... 얼굴도 몰라요.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괜한 걸 물어봐서 미안해.”
“괜찮아요. 지금 오빠하고 있는 순간만 생각하고 싶어요.”
신애는 마치 연인처럼 민기의 어깨에 기대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서 젊은 여자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아도 그녀는 태연스러웠다. 자동차 물결을 피해 달린 택시는 짧은 시간에 연신내에 도착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간 나이트클럽은 고층 건물의 지하였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니 번쩍이는 조명등이 휘황찬란한 가운데 보컬그룹의 시끄러운 연주가 귀청을 울렸다. 스테이지 앞에는 젊은 남녀들이 몸을 흔들고 있고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스테이지 가까운 좌석에 가서 앉았다. 민기의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맥주와 안주를 가득 담은 쟁반을 들고 왔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그들은 대화를 할 수도 없었다. 신애가 눈웃음을 하며 잔을 채웠고 그들은 시산을 마주치며 술잔을 비웠다. 빈 잔을 채우며 술을 마시던 그녀가 민기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 앞의 젊은 남녀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녀는 풍만한 몸매를 흔들며 흥을 돋았다.
시끄러운 록 연주가 끝나고 여가수가 나와 발라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글거리며 웃음을 흘린 신애가 주저하지 않고 민기의 가슴에 안겼다. 키가 큰 편인 그녀의 눈동자가 그의 코밑에서 깜박거렸다. 사람이 많아서 스텝조차 밟을 수 없었고 그는 그녀를 끌어안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그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괜찮아요. 난, 오빠 같은 남자가 좋아요.”
“..........!”
신애는 스스로 민기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그는 그녀의 하복부에서 전달되는 체온을 느끼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그녀의 하복부에 잇닿은 페니스가 불끈 거리는 것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하복부를 그에게 밀착하였다. 그녀는 그의 페니스가 발기되어 허벅지를 찌르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몽롱한 눈빛이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의 목에 매달리며 입술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흠칫하던 민기는 입술로 신애의 입술을 덮었다. 짧은 키스이지만 그들의 혀가 엉켰다 떨어졌다. 발라드 노래가 끝나고 여가수가 빠른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다시 좌석에 와서 맥주를 마셨다. 말이 없으나 눈빛을 교환하며 맥주를 마신 그들은 다시 스테이지 앞에 나가 춤을 추기를 반복했다.--------------------
“여보세요!”
“조 난정이 전화 아닙니까! 당신 누구요?”
무척 흥분한 남자목소리였다. 그런데 남자는 아내의 이름을 대면서 민기가 묻고 싶은 말을 묻고 있었다. 민기는 상대가 어찌해서 아내에게 한 밤중에 전화를 했는지 알려면 흥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 난정의 남편입니다. 왜 그러시죠?”
“뭐라고.......!? 당신, 꽃뱀하고 짜고 사기 친 거야?”
“무슨 말씀 입니까!?”
“나한테 그년이 혼자라면서 같이 살다가 사기 치고 도망갔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민기는 피가 끓어올랐다. 찰나의 순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아내가 대전이라고 속이고 충주에 내려가서 했을 행동이 필름처럼 돌아갔다. 그동안 다른 남자의 여자로 지내면서 간병인을 한다고 속인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아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말이야. 당신 이름이 뭐야? 두 사람 모두 간통죄로 집어넣게!”
“난, 당한 사람이야. 그런데.........”
민기가 남자의 발악하는 소릴 듣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새파랗게 질린 아내가 잠옷차림으로 미친 듯이 뛰어 나와 그가 통화하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왜, 남의 핸드폰을 갖고 그래요. 주세요!”
난정은 발악을 하며 남편의 손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휴대폰을 빼앗길 리가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손에 밀려 벌렁 나자빠졌다. 그녀는 잠결에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간병인 센터와 통화하다가 배터리를 빼놓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고 혼비백산해서 뛰어 나왔던 것이었다.
“부부사이에도 개인의 인권은 존중해야 해요. 빨리 주세요.”
“인권이라고!? 충주에 이 남자 누구야? 말하면 줄게.”
벌떡 일어선 난정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였다. 그녀는 모든 사실이 밝혀진 것 같아서 남편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남편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이상 아내 노릇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당신하고 못살아요. 지금 나갈래요.”
“누구 마음대로! 정당하게 밝히고 당신이 행복한 길을 택하는 건 말리지 않아”
난정은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여행 가방에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는 그녀는 가방 속에 무엇을 집어넣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민기는 거실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다른 남자의 성기를 보지 속에 넣고 허우적거렸을 상상을 하니 불같이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낙심하는 민기의 마음 한편에는 자신이나 아내가 총각 처녀로 만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싶었다. 아내의 과거도 인정하기에 실수이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어쩌면 오늘이라는 시간도 지나면 과거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만은 믿고 있었던 아내가 모든 것을 속였다는 것에 배신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부는 무엇보다도 서로를 신뢰해야하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고통과 역경을 이겨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부부가 이혼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다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어려운 난관이 있고 행복한 인생을 같이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는 지금까지 공들인 금전적인 손해와 노력이 아쉬웠다.
방문이 열리고 난정이 여행 가방을 끌고 나왔다. 그녀는 가방을 거실에 뇌두고 은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잠들어 있는 은주를 깨웠다. 은주는 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엄마와 아저씨가 싸우는 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 눈을 부비고 일어난 은주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왜, 난리를 치고 그래........!?”
“가자!”
“어딜 가! 왜, 이러는데.......?”
“이집에서 못살아. 빨리 일어나.”
민기는 물끄러미 아내와 은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며시 일어난 그는 싱크대에서 양주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은주의 방으로 들어가서 아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더라도 애기 좀 하고 가.”
“놓으세요. 난 할 말이 없어요.”
하얗게 질린 난정이 잡힌 손목을 뿌리쳤다. 그녀도 격한 감정에 흥분한 상태였다. 민기가 다시 아내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하고 말없이 한손에는 양주병, 다른 손에는 아내의 손목을 잡아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을 잠그고 양주병을 방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방을 나가지 못하게 방문에 기대앉았다.
“당신 지금까지 내가 준돈 지금 내놓을 수 있어?”
“..........벌어서 값을 게요.”
침대에 걸터앉은 난정은 고개를 외면했다. 민기가 양주병을 들고 꿀꺽 거리며 마셨다. 잠시 침묵이 지나고 민기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서로 의지하고 나머지 인생을 살자고 약속했지?”
“난 자신 없어요. 혼자 살고 싶어요.”
난정은 물론 용서 받을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나올지 무서웠다. 차라리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면 그녀 나름대로 조치를 할 방법을 강구하겠는데, 남편의 차분한 모습에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민기는 다시 양주 한 모금을 마셨다.
“난 당신이 어떤 남자와 인생을 살았던 당신의 과거를 모두 이해해. 그리고 나는 나하고 살았던 여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지금 당신이 충주 남자와 어떻게 된 것인지 솔직히 말하면 오늘도 과거로 돌리고 싶어.”
“..........”
“지금부터 다시 출발하는 거야. 그래도 떠나고 싶어?”
“..........”
난정은 남편이 분노를 억제하느라고 굳어지는 표정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민기가 다시 말했다.
“당신이 정말 행복한 길이라면 얼마든지 놔주겠어. 그런데 당신 나를 떠나서 행복할 자신 있어?”
“..........!”
난정은 대답대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비로소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 용서 받기에는 너무도 자존심이 상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민기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왜 이래야 되는 거야! 서로 의지하고 살아도 힘든 세상인데,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해. 그런데 당신은 사랑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
난정은 갑자기 슬픔이 북 받쳤다. 그녀는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남편을 진정으로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사랑하고, 남편이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남편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간절함을 느꼈다. 침대에서 내려앉은 그녀는 남편의 목에 매달렸다.
“여보! 잘못했어. 용서해줘요.”
“...........!”
민기는 눈물로 얼룩진 아내를 빤히 쳐다봤다. 어느 부부든지 갈등은 있었다. 바람피우는 남편을 용서하며 사는 아내도 있었다. 그는 남편도 아내의 부정을 과거로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부부는 신뢰가 제일 중요해.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충주에 대해 말해 줘.”
“..........”
난정은 그러나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지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민기가 간절한 눈빛을 하였다.
“내 마음을 몰라!? 오늘 지나면 과거로 돌릴게. 남자가 바람 피워도 솔직하면 여자가 용서 할 수 있잖아. 마찬가지 아닌가.”
“몇 달만 돈 받으려고 했어요.”
“어리석게.....그게 가능해......!? 돈을 얼마 버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 걸 몰라!”
“그 남자가 모두 거짓말이라. 그만 둔 거예요. 그런데 자꾸 전화를 해서.........”
“왜 전화를 하는데? 같이 살자고?”
“약속한 돈을 안줘서 그 남자 통장에서 돈을 인출했고, 카드로 김치 냉장고를 샀는데, 그 남자가 경찰에 고소했어요.”
“아 후~! 당신 참 못났다.”
민기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는 이혼한 아내도 그렇지만 도저히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보다는 곽 태식의 잘못을 남편에게 이해시키고 싶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검찰에서는 그 남자 잘못이래요. 그런데 벌금 때문에.........”
“벌금!? 무슨 벌금을 내?”
“그 남자 돈은 안 갚아도 벌금 내야 한데요.”
“.........얼마인데?”
“오백만원........요.”
난정은 모든 걸 털어 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벌금을 남편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민기는 마음을 정리하였으니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싶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다시 아내 문제를 떠올리기도 생각하기도 싫었다.
“벌금은 내가 해 줄 테니, 제발 서로 신뢰받는 행동만 하고 의지하고 살아.”
“여보! 고마워요. 사랑해요.”
난정은 남편의 가슴에 왈칵 매달렸다. 그녀는 입술을 내밀어 남편의 입술을 찾았다. 민기는 눈물로 얼룩진 아내의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애틋하였다. 그는 아내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녀의 눈에서 이불로 흘러내린 눈물이 짭짤하게 느껴졌다. 혀와 혀가 엉키고 그들은 성욕의 불길에 휩싸였다.
민기는 아내를 번쩍 들어 침대 위에 눕혔다.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발가벗은 몸으로 침대위에 올라갔다. 신혼 첫날밤의 감정으로 아내의 잠옷을 벗기고 끌어안았다. 슬픔과 번민이 욕정의 불씨로 살아났다. 난정은 남편의 손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편의 페니스를 보지 속에 가득채운 그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여, 여보! 어떡해. 사랑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난정은 다리를 들어 올려 남편의 허리를 휘감으며 안간힘을 썼다. 민기는 쾌감을 느끼는 아내의 눈빛이 더욱 교태가 가득한 것을 느꼈다. 문득 그는 아내의 보지 속에 페니스를 넣고 허덕거렸을 충주 남자를 떠올렸다. 그는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집어넣은 상태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그 남자하고 하니 좋았어?”
“아, 아니야.......”
“그럼.......!?”
“세 번......! 그 남자가 억지로 했어. 그런데 발기도 안 돼서 입구에 싸 놓기만 했어.”
“그 말을 믿으라고?”
“난.......! 당신 아니면 못 느껴. 사랑해. 정말이야.”
난정이 남편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남편과의 관계에 정신마저 혼미했다. 민기는 다른 남자의 페니스가 아내의 보지 속을 헤집는 상상을 떠올리고 더욱 흥분이 되었다. 그는 아내를 믿으려고 하지만 정말 믿어야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남자는 언제나 아내가 자신만의 여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허영심이라고 한다. 여자는 빈틈없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피시방 유리창 밖의 길에는 사람들이 어깨를 웅크리고 걸어간다. 겨울로 다가서는 계절에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그는 쓸쓸함을 느꼈다. 아내가 기어코 간병인 일을 다시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일을 나가는 대신 지금까지 아내에게 주던 생활비를 반으로 줄이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아내가 집안 살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은주의 유학비가 지출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구점을 넘겼기에 민기는 단지 피시방 영업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는 증권 투자와 은행 저축을 하고 있지만 생활비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잠시 고심하더니 그의 조건을 받아 들였다. 그는 아내와 다투기도 싫었고 부부 사이에 신뢰가 중요하다고 자신이 말해놓고 아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기는 아내를 믿어야할지 불안했다. 이미 아내는 여러 남자를 거친 과거가 있고, 서로 의지하고 살자고 하더니 배신을 했기에 그로서는 신뢰할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쉬는 그로서는 최선을 다할 도리뿐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다른 생활에 그는 허탈감에 젖어 비어있는 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막막하기만 한 그는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넣고 눈을 감았다.
“사장님 자나 봐요?”
“........!”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뜬 민기가 고개를 돌렸다. 항상 오전 시간에만 왔던 고 신애였다. 타이트한 스커트를 걸쳤기에 그녀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평범한 미모지만 호감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 인상이었다. 그의 옆 좌석에서 의자를 당겨 앉은 그녀가 고개를 까닥거렸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손님이 많네요.”
“어서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오늘 일이 없어서요.”
“아......!”
고개를 끄덕인 민기는 게임을 실행시켰다. 자리에 앉은 고 신애도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들은 말없이 게임에 몰두했다. 그들은 수시로 서로 상대의 캐릭터를 곁눈질했다. 짓궂은 생각이 든 그가 자신의 캐릭터를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캐릭터를 공격했다.
힐끔 쳐다보고 눈을 흘긴 고 신애도 지지 않으려고 마우스를 쥔 손놀림을 빠르게 했다. 한동안 그들은 빠른 손놀림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캐릭터가 쓰러지고 말았다. 마우스를 던진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몰라요. 죽었잖아요.”
“하하하........!”
“정말 못됐어요.”
“잘하지 그랬어!”
“사장님은 아이템이 빵빵하잖아요.”
“그렇지도 않은데.”
신애가 곱게 눈을 흘겼다. 친숙해진 그들은 아이들처럼 가끔 장난도 쳤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를 이따금 곁눈질해서 보았다. 짧은 스커트 밑으로 윤기가 흐르는 그녀의 허벅지가 선정적이었다. 한동안 게임을 하던 그녀가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사장님! 오늘 술 한 잔 사주실래요.”
“한 잔만!?”
“호호......! 그럼 올 나이트해요.”
“술을 잘 못해서........”
“지난번에 보니. 잘 하시던데. 사 줄 거예요?”
“하하......! 글쎄.........!”
“왜요!? 사모님 눈치 보여서요?”
“우리 주말 부부인 걸.”
“그럼, 괜찮은 거죠?”
민기는 대답대신 빙긋이 웃음을 흘렸다. 아내에 대한 원망을 떠 올리는 그도 술을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의 마주친 눈빛은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무언의 약속이었다. 유리창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고 신애와 게임을 하느라고 그는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 생각으로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집에 잠간 들어갔다 나올게.”
“그럼, 길 건너 삼겹살 파는 식당에서 기다릴게요.”
고 신애도 따라 일어섰다. 민기가 카운터 알바에게 그녀의 요금은 받지 말라고 했다. 그를 따라 나선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흘렸다. 피시방을 나온 그녀는 횡단보도로 다가갔고 그는 집으로 향해 갔다. 집안에는 은주가 거실에서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는데 은주가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보다가 일어섰다.
“아저씨! 또 어디가려고!?”
“친구를 만나서 식사 같이 하려고. 넌, 식사 안하니?”
“밥 먹기 싫은데.........”
“그럼, 먹고 싶은 거 사먹던지........”
지갑을 꺼낸 민기는 오만 원권 지폐 한 장을 은주에게 건네주었다. 지폐를 손에 쥔 은주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그는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현관으로 나가 그는 구두를 신는 그의 앞에 다가선 그녀가 토라진 목소리를 흘렸다.
“일찍 들어 올 거죠?”
“글쎄.......! 술이라도 마시면 모르겠는데.”
“정말 친구 만나는 건가?”
“그렇다니까........”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서는 민기는 왠지 변명이 어설펐던 것만 같았다. 그가 아파트를 나가서 올려다보니 은주가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 꼭지가 간지러운 것 같은 그는 은주의 시선을 피하느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삼겹살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 신애가 생글거리며 미소를 흘렸다.
“내가 미리 시켰어요.”
“잘 했어.”
고 신애는 미리 주문한 삼겹살을 석판위에 올려놓고 뒤적이고 있었다. 민기가 마주보고 앉으니 그녀가 서슴없이 소주병을 들어 술잔을 채워 주었다. 고기는 이미 먹기 좋을 만큼 익은 상태였다. 그녀가 술잔을 들어 내밀었다.
“제가 원래 성질이 급해요.”
“내숭떠는 것 보다 활달한 성격이 좋지.”
그들은 술잔을 부딪고 단숨에 마셨다. 민기가 신애의 술잔을 채워주고 그녀도 그의 술잔을 채웠다. 그녀는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고기를 덥석 집어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꾸물거리는 남자가 싫어요.”
“남자들이 꼼짝 못하겠네.”
“호호호......! 그렇지도 않아요. 보기보다 남자들에게 순종적인 걸요.”
“긍정적인 성격이니 그렇지.”
신애는 사귀었던 남자들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를 이해하고 희생적이었던 자신의 성격을 강조했다. 식당 안에는 술이 취한 손님들이 떠도는 시끄러운 소음에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민기는 주로 신애의 말을 듣고 있는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니 흥을 돋아 말했다.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그녀는 재킷을 벗고 민소매 차림이 되어 친구들의 얘기들에 관한 얘기를 했다.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 세 병을 마신 상태가 되니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녀가 그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사장님! 오빠라고 불러도 되요?”
“나야! 좋지.”
“오빠! 오빠는 카리스마도 있고, 미남에 동안이야.”
“그렇게 봐주니, 기분 좋네. 신애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이야.”
“남자한테 질렸고, 시원치 않은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시집가려고?”
“난 시집 안가요. 오빠 술 더 마셔요.”
“술, 잘 마시네.”
민기가 종업원을 불러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눈웃음을 친 신애는 종업원이 가져온 소주로 그의 빈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도 채웠다. 그녀의 언성이 높아가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추가로 가져온 소주병이 바닥나고 그녀가 탁자에 팔을 고이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오빠! 우리 이차 가요.”
“취하지 않았나! 어딜.......?”
“오빠하고 나이트 가고 싶다. 호호......!”
“그래도 괜찮겠어?”
“오빠가 괜찮으면 난 좋지요.”
민기는 일찍 들어오느냐고 물었던 은주가 떠올랐다. 망설이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치루는 사이에 신애는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오니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를 보고 전화를 끊고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짓을 했다.
“내가 아는 곳으로 가도되죠?”
“........!”
민기는 특별히 아는 곳이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신애가 손을 들어 세웠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택시 뒷좌석에 먼저 올라타서 운전기사에게 연신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팔짱을 꼈다. 어색했던 그는 그녀의 활달한 성격이 오히려 편했다. 그가 슬며시 물었다.
“결혼 안 해?”
“결혼 요......!? 결혼했으면 후회 했을 거예요.”
“왜.......!?”
“결혼 약속하고 동거하던 남자에게 배반당하고, 이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어요.”
“상처가 깊었던 모양이군?”
“그렇지도 않아요. 다만 즐겁게 살고 싶어요.”
“부모님이 걱정 안하나?”
“부모님....... 얼굴도 몰라요.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괜한 걸 물어봐서 미안해.”
“괜찮아요. 지금 오빠하고 있는 순간만 생각하고 싶어요.”
신애는 마치 연인처럼 민기의 어깨에 기대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서 젊은 여자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아도 그녀는 태연스러웠다. 자동차 물결을 피해 달린 택시는 짧은 시간에 연신내에 도착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간 나이트클럽은 고층 건물의 지하였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니 번쩍이는 조명등이 휘황찬란한 가운데 보컬그룹의 시끄러운 연주가 귀청을 울렸다. 스테이지 앞에는 젊은 남녀들이 몸을 흔들고 있고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스테이지 가까운 좌석에 가서 앉았다. 민기의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맥주와 안주를 가득 담은 쟁반을 들고 왔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그들은 대화를 할 수도 없었다. 신애가 눈웃음을 하며 잔을 채웠고 그들은 시산을 마주치며 술잔을 비웠다. 빈 잔을 채우며 술을 마시던 그녀가 민기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 앞의 젊은 남녀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녀는 풍만한 몸매를 흔들며 흥을 돋았다.
시끄러운 록 연주가 끝나고 여가수가 나와 발라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글거리며 웃음을 흘린 신애가 주저하지 않고 민기의 가슴에 안겼다. 키가 큰 편인 그녀의 눈동자가 그의 코밑에서 깜박거렸다. 사람이 많아서 스텝조차 밟을 수 없었고 그는 그녀를 끌어안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그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괜찮아요. 난, 오빠 같은 남자가 좋아요.”
“..........!”
신애는 스스로 민기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그는 그녀의 하복부에서 전달되는 체온을 느끼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그녀의 하복부에 잇닿은 페니스가 불끈 거리는 것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하복부를 그에게 밀착하였다. 그녀는 그의 페니스가 발기되어 허벅지를 찌르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몽롱한 눈빛이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의 목에 매달리며 입술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흠칫하던 민기는 입술로 신애의 입술을 덮었다. 짧은 키스이지만 그들의 혀가 엉켰다 떨어졌다. 발라드 노래가 끝나고 여가수가 빠른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다시 좌석에 와서 맥주를 마셨다. 말이 없으나 눈빛을 교환하며 맥주를 마신 그들은 다시 스테이지 앞에 나가 춤을 추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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