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우야. 이게 무슨 말이니?”
엄마가 오늘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가져온다.
“아 그 참 귀찮게.. 잘 읽어보면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어. 올만에 tv 보는데 말좀 걸지마.”
“-,.-... 너어.. 너희들한테는 쉬운 내용일지 몰라도 엄마는 어렵단 말이야.. 흐흥”
“킥킥. 어쨌든 난 몰라. 이거 봐야돼. 말 시키지마.”
거실에서 한가로이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고 티비를 시청중인 녀석은 그 말대로
오랜만의 예능 프로에 푹 빠져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엄마는 귀찮아하는 아들의 말투에 내심 서운했지만, 다시금 찬찬히 통신문의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1주에 한 회씩 특활 시간에 초빙.. 가만 초빙이라는 표현은
극진한 예를 표하는 용어 아니었어? 우후훗.. 재밌당. 음 그러니까..
돌아가면서 자신있는 역할을 내세워 교육해달라. 이 말인가?’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잘 이해되지 않는 통신문을 들여다보다가,
에이 귀찮아~ 내일 일은 그때 가서~ 하는 생각으로 저녁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아휴.. 미치겠네 풉. 재능기부 라는 단어에서 막혔구나?
말 그대로야. 쉽게 생각하자고 엄마.
예를 들어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를 그날 하루를 활용해서 애들한테 가르쳐주는 거지.
근데 아주 전문적일 필요는 없는 거야.”
“아하.. 그래 맞아. 재능기부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어..
그럼 요리같은 파트도 쉽게 강의해도 되는 거니?”
“그렇겠지. 간단한 레시피 같은걸 미리 짜와서 애들한테 알려준다든가..
근데 여학생들은 몰라도 남자들이 좋다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킥킥.”
“푸하하. 그러네.. 모르지 뭐. 너 기준으로 꼭 생각하지는 마”
“큭큭. 쨌든 그런 개념이야. 아, 엄마는 영문과 전공자니까
일상회화 같은거나 헷갈리기 쉬운 문법을 짤막하게 가르쳐도 되겠네.”
“후아...@.@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마라.. 지금 와서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요..”
식탁에 아들 둘과 정겹게 모여 앉아 맛있는 샤브샤브 요리를 먹고 있는 그녀.
큰 아들하고만 계속 얘기하자 옆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던 작은 놈이
소외감을 느꼈는지, 칭얼거리며 자기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보챈다.
그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아빠 오셨다. 지우야 대강 이해했으니까~ 걱정말어. 엄마가 또 적응력이 아주 탁월하잖니? 오호호호”
“... 그래.. 한번 믿어 볼게..”
동생 선우는 아버지를 무척 반기는데, 장남인 지우는
대하기 조금 껄끄러운 아버지에게 뻘쭘하게 인사하고는 방으로 슥- 사라져 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옷을 옷장에 정리해주며 다정한 말투로 피로에 지친 그에게 식사를 차려 주었다.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먼저 누워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잠시 시집을 읽고 있는 아내.
남편이 거실에서 쉬다가 방을 기웃거린다.
“영애야. 이거~ 내일 가는 거야?”
“응.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좀 걱정이예요. 아까도 지우한테 물어봤잖아.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고. 근데 이 녀석이 통 귀찮아해요.. 하아..”
“풉.. 알만하다.. 우리 여보야 성격상 이런 일은 꼼꼼하게 완벽을 기하곤 하니까..
흐흐 뭐 자세한 것은 다시 설명할테니까 머리 아파하지 말라구.
그리고 이것 때문에 내일 너무 이쁘게 모양내면 안돼~ 알았지? 큭큭”
“뭐야 그게 호호. 누구한테 질투하는 거예요? 대상은 누구야”
“아니 그냥.. 내 마누라가 애들 선생이나..
또 남학생들한테 너무 돋보이게 될까봐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흐흐.
또 원판이 보통 뛰어난 게 아니잖아~”
“아이 닭살스럽게도 참.. 그만 비행기 띄워요 호호.”
“헤헷.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오랜만에 한번~?”
“끄응 피곤한데.. 내일은 참관 수업 때문에 일찍 준비해야죠..”
“조금만 하자.. 자기 오늘 꽤 섹시한데 못 참겠는걸..”
“킥킥. 알았어요. 먼저 씻고 와요. 냄새나니까..”
남편 준호는 약간 삐친 표정으로 할수없이 욕실로 향한다.
짜릿한 밤을 불태울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물줄기를 트는 남자.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신이 나서 침실로 돌아왔는데..
어라... 아내가 기다리다 못해 잠들었는지 조그맣게 코 고는 소리를 내며 새근 새근 자고 있다.
‘-_-... 역시나 이렇게 되는군.. 에잇...’
준호는 김이 새버려서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영애는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 놓고..
간단히 집안 정리를 마친 후, 시계를 힐끗 보고는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우의 고교 입학후 처음 참가하는 참여수업일인 만큼, 무엇 하나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제 대략 머릿속으로 어떤 코디를 할지 정해놓았기에, 복장을 정하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옅은 그레이 컬러의 베이직 슬림 라인 스커트로 늘씬한 하체의 고혹적인 라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연출에,
상의는 레이스 달린 블랙 트리온 블라우스를 입는다.
옷의 특성상- 팔과 쇄골 부분까지 은은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속살이 투명하게 비춰보여서..
새하얀 피부톤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뽀얀 속살의 미끈한 느낌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단정한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유혹하는 듯한 메시지를 .. 의도치 않게 보내고 있었다.
하기사 옷걸이가 워낙에 좋은 몸매인지라, 무엇인들 걸쳐도 크게 문제 있겠냐마는.
할때는 확실히 매듭짓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꼼꼼하게 옷 여기저기를 살펴 본다.
그리고는 검정색 스타킹을 조심스럽게 신고, 그간 자기도 모르게 살이 너무 찐 것 같아서..
스커트가 불편하게 꽉 죄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쭉 뻗은 미끈한 하체 라인을 내려다보았다.
‘이정도면 뭐.. 그렇게 크게 꿀리진 않으려나 호호..
처녀때 같을 순 없어도 그런대로 만족해야지 모..’
시계를 체크하며 기타 악세서리류, 가방을 맞춘 후
마지막으로 검정색 오픈 토트임 슈즈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미니 쿠퍼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영애는 입학식 이후로
처음 가보는 아들의 학교를 네비에 입력하고 향했다.
그런데 잘 가다가.. 그냥 가라는 대로 이끌려가면 되는데,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던 길을 헤메며 독자적인 루트를 찾고 있었다.
‘아 씨.. 시간 없는데 여긴 왜이리 막히는 거얏.. 이 길 맞아??
오다가 네비가 또 고장이라도 난 모양인데.. 으으 불안해..’
곧 죽어도 본인의 실수는 아니라고 굳게 자기 최면을 걸며.. 다행이도 제법 여유 있게 학교에 도착한다.
아들 지우의 학교는 서울 송파에 위치한 모 사립고교.
고급 아파트 단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전망이 괜찮은 재건축 예정부지라서 꽤 인기 좋은 학교다.
“후우.. 늦지는 않은 것 같네.. 장하다 황영애! 오호호호”
영애는 스스로의 깔끔한 주차실력에 안심하며 또각, 소리를 내면서 구두를 내딛었다.
너무 눈에 띄게 하이힐 같은 걸 신고 참석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다고 생각했는지..
비교적 굽이 낮은 슈즈를 신고서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마냥 조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여인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명랑하고 화통하다.
다만 얼굴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외모에서 느껴지는..
무척 세련되고 스타일 좋은 아우라가 그것을 감싸주고 있을 따름이지.
아름다운 외양에 걸맞게(?) 여인의 마인드는 매우 긍정적이고 유머감각도 넘친다.
오죽하면 두 아들이 제발 나이값좀 해달라며 연예인 이야기 할 때 엄마의 너무나 젊은 감각을
반 장난으로 나무라는 편인데, 옷 입는 방식부터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엄마를 향한 잣대가 각기 달랐다.
둘째 선우야 엄마가 아가씨처럼 예쁘고 섹시하게 입는 걸 좋아하고
‘우리 엄마 멋있다!’라고 칭찬해주는 일이 다반사지만..
지우는 엄마가 보다 정숙하고 은은한 스타일만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자기 엄마의 매력을 다른 남자들에게 빼앗기고 싶거나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의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아들로서의 엄마를 향한 묘한 독점욕이라고 할까..
여하튼 간에 오늘의 영애는 아주 아름답고 근사하다.
그렇잖아도 서른 일곱이라는 자기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에..
피부도 탱탱하고 윤기가 흐르는 고운 살결의 감각이 눈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미끈하게 뻗은 시원스러운 긴 다리.
아름다운 여인의 나이스 바디는 세월을 비껴가기라도 하듯.. 젊었을 때의 눈부신 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혹시 큰 아들에게 한소리 들을까봐서.. 평소에 즐겨 입는 타이트한 미니가 아닌
무릎을 살짝 덮는 베이직 라인으로 스커트를 입었고
화장 한 듯 안한 듯, 티 안나게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다.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가 물씬 돋보이는 얼굴..
선이 매우 가늘고 엷은 느낌의 예쁜 마스크는 처녀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양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과 뭇 성인남성들이 힐끗 힐끗..
어떤 이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여인의 수려한 미모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 모습을 은근하게 곁눈질하는 영애는 ‘내가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호호’하며
뿌듯한 기분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것이었다.
“요 녀석 지우, 엄마를 허구헌날 집에서 물로 봤겠다아~?
오늘은 확 바뀐 매력을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선사해주지. 오호호호-”
그저 틈만 나면 아들에게 평소에 놀림당한 것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만회할까..
그 생각뿐인 장난꾸러기 모친이다.
혼자서 방긋 방긋 유쾌한 상상을 하며.. (누가 볼세라 푼수 같은 모습을 간신히 숨겨가며)
영애는 이제야 교문에 들어섰다.
“흐음~ 오랜만이네..! 내가 왔단다 얘들아 쿡쿡”
=============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묘사하는데 우선 초점을 두었습니다.
다음 회 부터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할 계획입니다~
“지우야. 이게 무슨 말이니?”
엄마가 오늘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가져온다.
“아 그 참 귀찮게.. 잘 읽어보면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어. 올만에 tv 보는데 말좀 걸지마.”
“-,.-... 너어.. 너희들한테는 쉬운 내용일지 몰라도 엄마는 어렵단 말이야.. 흐흥”
“킥킥. 어쨌든 난 몰라. 이거 봐야돼. 말 시키지마.”
거실에서 한가로이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고 티비를 시청중인 녀석은 그 말대로
오랜만의 예능 프로에 푹 빠져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엄마는 귀찮아하는 아들의 말투에 내심 서운했지만, 다시금 찬찬히 통신문의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1주에 한 회씩 특활 시간에 초빙.. 가만 초빙이라는 표현은
극진한 예를 표하는 용어 아니었어? 우후훗.. 재밌당. 음 그러니까..
돌아가면서 자신있는 역할을 내세워 교육해달라. 이 말인가?’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잘 이해되지 않는 통신문을 들여다보다가,
에이 귀찮아~ 내일 일은 그때 가서~ 하는 생각으로 저녁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아휴.. 미치겠네 풉. 재능기부 라는 단어에서 막혔구나?
말 그대로야. 쉽게 생각하자고 엄마.
예를 들어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를 그날 하루를 활용해서 애들한테 가르쳐주는 거지.
근데 아주 전문적일 필요는 없는 거야.”
“아하.. 그래 맞아. 재능기부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어..
그럼 요리같은 파트도 쉽게 강의해도 되는 거니?”
“그렇겠지. 간단한 레시피 같은걸 미리 짜와서 애들한테 알려준다든가..
근데 여학생들은 몰라도 남자들이 좋다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킥킥.”
“푸하하. 그러네.. 모르지 뭐. 너 기준으로 꼭 생각하지는 마”
“큭큭. 쨌든 그런 개념이야. 아, 엄마는 영문과 전공자니까
일상회화 같은거나 헷갈리기 쉬운 문법을 짤막하게 가르쳐도 되겠네.”
“후아...@.@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마라.. 지금 와서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요..”
식탁에 아들 둘과 정겹게 모여 앉아 맛있는 샤브샤브 요리를 먹고 있는 그녀.
큰 아들하고만 계속 얘기하자 옆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던 작은 놈이
소외감을 느꼈는지, 칭얼거리며 자기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보챈다.
그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아빠 오셨다. 지우야 대강 이해했으니까~ 걱정말어. 엄마가 또 적응력이 아주 탁월하잖니? 오호호호”
“... 그래.. 한번 믿어 볼게..”
동생 선우는 아버지를 무척 반기는데, 장남인 지우는
대하기 조금 껄끄러운 아버지에게 뻘쭘하게 인사하고는 방으로 슥- 사라져 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옷을 옷장에 정리해주며 다정한 말투로 피로에 지친 그에게 식사를 차려 주었다.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먼저 누워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잠시 시집을 읽고 있는 아내.
남편이 거실에서 쉬다가 방을 기웃거린다.
“영애야. 이거~ 내일 가는 거야?”
“응.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좀 걱정이예요. 아까도 지우한테 물어봤잖아.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고. 근데 이 녀석이 통 귀찮아해요.. 하아..”
“풉.. 알만하다.. 우리 여보야 성격상 이런 일은 꼼꼼하게 완벽을 기하곤 하니까..
흐흐 뭐 자세한 것은 다시 설명할테니까 머리 아파하지 말라구.
그리고 이것 때문에 내일 너무 이쁘게 모양내면 안돼~ 알았지? 큭큭”
“뭐야 그게 호호. 누구한테 질투하는 거예요? 대상은 누구야”
“아니 그냥.. 내 마누라가 애들 선생이나..
또 남학생들한테 너무 돋보이게 될까봐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흐흐.
또 원판이 보통 뛰어난 게 아니잖아~”
“아이 닭살스럽게도 참.. 그만 비행기 띄워요 호호.”
“헤헷.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오랜만에 한번~?”
“끄응 피곤한데.. 내일은 참관 수업 때문에 일찍 준비해야죠..”
“조금만 하자.. 자기 오늘 꽤 섹시한데 못 참겠는걸..”
“킥킥. 알았어요. 먼저 씻고 와요. 냄새나니까..”
남편 준호는 약간 삐친 표정으로 할수없이 욕실로 향한다.
짜릿한 밤을 불태울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물줄기를 트는 남자.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신이 나서 침실로 돌아왔는데..
어라... 아내가 기다리다 못해 잠들었는지 조그맣게 코 고는 소리를 내며 새근 새근 자고 있다.
‘-_-... 역시나 이렇게 되는군.. 에잇...’
준호는 김이 새버려서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영애는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 놓고..
간단히 집안 정리를 마친 후, 시계를 힐끗 보고는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우의 고교 입학후 처음 참가하는 참여수업일인 만큼, 무엇 하나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제 대략 머릿속으로 어떤 코디를 할지 정해놓았기에, 복장을 정하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옅은 그레이 컬러의 베이직 슬림 라인 스커트로 늘씬한 하체의 고혹적인 라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연출에,
상의는 레이스 달린 블랙 트리온 블라우스를 입는다.
옷의 특성상- 팔과 쇄골 부분까지 은은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속살이 투명하게 비춰보여서..
새하얀 피부톤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뽀얀 속살의 미끈한 느낌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단정한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유혹하는 듯한 메시지를 .. 의도치 않게 보내고 있었다.
하기사 옷걸이가 워낙에 좋은 몸매인지라, 무엇인들 걸쳐도 크게 문제 있겠냐마는.
할때는 확실히 매듭짓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꼼꼼하게 옷 여기저기를 살펴 본다.
그리고는 검정색 스타킹을 조심스럽게 신고, 그간 자기도 모르게 살이 너무 찐 것 같아서..
스커트가 불편하게 꽉 죄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쭉 뻗은 미끈한 하체 라인을 내려다보았다.
‘이정도면 뭐.. 그렇게 크게 꿀리진 않으려나 호호..
처녀때 같을 순 없어도 그런대로 만족해야지 모..’
시계를 체크하며 기타 악세서리류, 가방을 맞춘 후
마지막으로 검정색 오픈 토트임 슈즈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미니 쿠퍼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영애는 입학식 이후로
처음 가보는 아들의 학교를 네비에 입력하고 향했다.
그런데 잘 가다가.. 그냥 가라는 대로 이끌려가면 되는데,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던 길을 헤메며 독자적인 루트를 찾고 있었다.
‘아 씨.. 시간 없는데 여긴 왜이리 막히는 거얏.. 이 길 맞아??
오다가 네비가 또 고장이라도 난 모양인데.. 으으 불안해..’
곧 죽어도 본인의 실수는 아니라고 굳게 자기 최면을 걸며.. 다행이도 제법 여유 있게 학교에 도착한다.
아들 지우의 학교는 서울 송파에 위치한 모 사립고교.
고급 아파트 단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전망이 괜찮은 재건축 예정부지라서 꽤 인기 좋은 학교다.
“후우.. 늦지는 않은 것 같네.. 장하다 황영애! 오호호호”
영애는 스스로의 깔끔한 주차실력에 안심하며 또각, 소리를 내면서 구두를 내딛었다.
너무 눈에 띄게 하이힐 같은 걸 신고 참석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다고 생각했는지..
비교적 굽이 낮은 슈즈를 신고서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마냥 조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여인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명랑하고 화통하다.
다만 얼굴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외모에서 느껴지는..
무척 세련되고 스타일 좋은 아우라가 그것을 감싸주고 있을 따름이지.
아름다운 외양에 걸맞게(?) 여인의 마인드는 매우 긍정적이고 유머감각도 넘친다.
오죽하면 두 아들이 제발 나이값좀 해달라며 연예인 이야기 할 때 엄마의 너무나 젊은 감각을
반 장난으로 나무라는 편인데, 옷 입는 방식부터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엄마를 향한 잣대가 각기 달랐다.
둘째 선우야 엄마가 아가씨처럼 예쁘고 섹시하게 입는 걸 좋아하고
‘우리 엄마 멋있다!’라고 칭찬해주는 일이 다반사지만..
지우는 엄마가 보다 정숙하고 은은한 스타일만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자기 엄마의 매력을 다른 남자들에게 빼앗기고 싶거나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의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아들로서의 엄마를 향한 묘한 독점욕이라고 할까..
여하튼 간에 오늘의 영애는 아주 아름답고 근사하다.
그렇잖아도 서른 일곱이라는 자기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에..
피부도 탱탱하고 윤기가 흐르는 고운 살결의 감각이 눈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미끈하게 뻗은 시원스러운 긴 다리.
아름다운 여인의 나이스 바디는 세월을 비껴가기라도 하듯.. 젊었을 때의 눈부신 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혹시 큰 아들에게 한소리 들을까봐서.. 평소에 즐겨 입는 타이트한 미니가 아닌
무릎을 살짝 덮는 베이직 라인으로 스커트를 입었고
화장 한 듯 안한 듯, 티 안나게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다.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가 물씬 돋보이는 얼굴..
선이 매우 가늘고 엷은 느낌의 예쁜 마스크는 처녀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양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과 뭇 성인남성들이 힐끗 힐끗..
어떤 이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여인의 수려한 미모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 모습을 은근하게 곁눈질하는 영애는 ‘내가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호호’하며
뿌듯한 기분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것이었다.
“요 녀석 지우, 엄마를 허구헌날 집에서 물로 봤겠다아~?
오늘은 확 바뀐 매력을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선사해주지. 오호호호-”
그저 틈만 나면 아들에게 평소에 놀림당한 것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만회할까..
그 생각뿐인 장난꾸러기 모친이다.
혼자서 방긋 방긋 유쾌한 상상을 하며.. (누가 볼세라 푼수 같은 모습을 간신히 숨겨가며)
영애는 이제야 교문에 들어섰다.
“흐음~ 오랜만이네..! 내가 왔단다 얘들아 쿡쿡”
=============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묘사하는데 우선 초점을 두었습니다.
다음 회 부터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할 계획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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