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영애의 이야기]
198X년 여름.
짙은 색상의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맵시가 잘 어울린다.
긴 다리의 어여쁜 아가씨가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어간다.
초록색 긴팔 남방에 하얀 도트 무늬, 그리고 산뜻한 하얀 운동화.
화사한 원색의 색감들이 시각적으로 톡톡 튀는 상큼함을 발산한다.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이쁜 체형에 잘 어울리는 캐쥬얼한 색상이 아름답다.
옅은 분홍색의 헤어밴드를 단정하게 착용하고
룰루 랄라♬ 행복한 미소를 짓는 미소녀.
입을 벌려 노래하는 그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예쁜 얼굴 만큼이나 노래하는 모습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잊는다는 슬픔보다.. 잊어야 한다는 이유가..
내겐 너무도 서글픈.. 아픔이었네...
잊어야 하는 마음을.. 가을비는 아는 듯이..
내게 찾아와.. 조용히.. 손짓을 하네..]
빨간색 바탕의 몸체와 하얀색 옆면의 디자인.
STEREO가 고딕체로 써져 있고 선홍색, 노랑색, 하얀색 3색의 동그란 버튼..
몸체의 오른쪽에는 검은색의 타원형도 아닌 것이..
재밌게 일그러진 원형의 액정으로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S전자에서 80년대 초반 일본 소니의 워크맨을 견제하기 위해 출시한 ‘마이마이’
80년대의 젊음을 상징하는.. 다소 투박하지만 정겨운 모양의.. 추억이 서린 카세트.
긴 이어폰 줄을 예쁜 귀에 잇고, 소녀는 나긋 나긋한 목소리로 귀엽게 따라 부른다.
정류소의 큰 전신주에는
하얀 팻말에 투박한 빨간 글씨로 ‘얼음’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사랑스러운 음색으로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따라 부르던 소녀..
가만히 그 얼음 이라는 글씨를 보고 있더니, 쿡쿡- 웃음을 참지 못한다.
더워서 손으로 파닥 파닥 부지런하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사이..
파란 지붕에 하얀 차체의 20번 시민자율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후... 아직 여름은 여름인가봐.. 아침에는 그래도 좀 쌀쌀하더니 왜이리 덥니..’
아리따운 자태의 늘씬한 소녀가 깡총, 버스에 올라탔다.
운 좋게도 한자리 비어있어서, 얼른 쪼로록- 종종 걸음으로 다가가 앉는다.
후텁지근.. 그래도 창문을 여니, 버스가 달릴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두 정거장이나 갔을까.
건장한 체격의 하얀 반팔 티와 통이 큰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 올라 탔다.
검정색 큰 가방을 양 어깨에 지고, 빈 자리가 있나 버스 안을 둘러 보던 청년.
어라? 오른쪽 창가 뒤에서 한칸 앞자리에 앉은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반가운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오는 청년.
소녀는 귀에 꼽은 음악에 집중하느라 누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웃으며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남자.
“어? 준구 오빠? 왠일이예요?”
“왠일은 무슨.. 하하하. 어디가니 영애야?”
“호호. 버스에서 만나니까 반갑네.. 종로에 볼일 있어서 가고 있어요.
우리 할아버지께 갖다 드릴 물건이 있어서 전해드리러요..”
“그래? 말 잘듣는 착한 아이네 흐흐흐”
“칫- 오빤 맨날 나만 보면 어린 아이 취급하셔.. 호홋..
뒤에 짊어진 가방은 뭘 담았길래 그렇게 커요?”
“이거? 별 것 없어. 곧 있으면 대학교 중간 고사 기간이라, 난 도서관에 가는 길이거든.
전부 책만 들었지 뭐 하하. 교재랑 사전같은거.. 으 무거워 죽겠다 사실은.. 쿡”
“킥킥킥 그랬구나.. 날도 더운데 오라버니 참 열심히 하시네요 공부..”
“하이구~ 더운 날씨라면서 긴팔 남방만 고집하는 건 어디의 누구신가요 키킥.
너 그렇게 입으면 덥지 않니? 옷은 아주 이쁘고 귀엽다만..”
“응응. 괜찮아요. 요즘엔 일교차도 좀 있고..”
“크크. 그것보다는, 제 아무리 더워도 패션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라는 고집이 아닐까 싶은데~ 하하.
근데, 무슨 음악을 듣고 있어?”
준구 라는 이름의 듬직한 청년은 영애가 건네주는 이어폰 한쪽을 가만히 들어본다.
오.. 아주 좋아하는 이지연의 노래다. 귀가 쫑긋해지며 열심히 듣게 된다.
“이지연 노래구나.. 나도 아주 좋아하는데.. 이거 작년 노래 아니야?”
“맞아요. 신곡은 테이프가 없어서.. 그리고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워낙 좋아해요..
가사가 맘에 들어.. 멜로디도 따듯해서 아주 좋아하는 노래예요.. 히히”
“하하 그래.. 네 밝은 이미지랑도 잘 어울린다 영애야..”
“후훗.. 듣기 좋은 말만.. 오빤 어디까지 가는거예요 그래서?”
“으음~ 세 정거장이면 내려. 학교에 가기 전에 대형 서점에 또 한번 들러야해서”
“복잡하구나.. 바쁘게 공부하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호호”
“짜식... 그렇게 봐주니까 고맙다만, 실상은 피로에 쩔은 고학생이란다 흐흐”
오랜만에 서로 만났는가 보다.
잘생긴 얼굴의 건강한 청년과 소녀는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런데 대화를 하는 중에,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번개같은 아이디어...
“아..!” 뭔가 떠오른 준구가 영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있잖아. 너 혹시 괜찮으면.. 다다음주 주말쯤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다다음주요? 토요일 쯤에? 특별한 선약은 없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한참이나 남은 날짜를 물어보나요? 쿄쿄”
“으응.. 얘길 그냥 해도 되나 이거? 흐흐흐.
내 아는 과 동기놈 세명하고, 끼리끼리 4대 4로 미팅하기로 했거든 크크크”
“엥??? 오빠, 좀 전에 지금 시험 기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아, 그러니까 시험 끝나자마자 쌈빡하게 놀기로 했거든 크하하.
그때가 되면 시험 끝나고 한산해질 때야~.
영애야, 그래~ 왜 니 생각을 못했을까?? 니가 딱이다...
대학생 오빠들하고 언니들 미팅하는 자린데..
한 자리가 마침 모자라서 내가 요새 곤란했거든? 자리 좀 빛내주라 하하”
“......그.. 그런 걸 갑자기 정하기도 그렇고.. 미팅은 전 부담스러운데..”
“에이, 말하는 느낌을 보니까 그래도 막 싫지는 않은거 같은데? 키키..
괜찮아, 짜식. 다 내가 엄선한 믿을만한 놈들만 골랐어.
쓸만한 녀석들이니까, 이렇게 친한 영애 너한테도 서슴없이 권하는 거 아니겠니?”
“흐음.... 글쎄요... 나이대도 나랑 안맞구요.. 별로 생각이..”
“제발 좀..! 응..?? 너만큼 이쁘고 괜찮은 애가 없어..
요즘은 왜 이리 이쁜 여학생들 찾기가 힘든지..
그래~! 너만한 애가 없어 아주 그냥 캬캬.. 니가 와주면 자리가 아주 빛이 날거야.
영애 너 이쁜 거야 동네방네 소문 났으니까 흐하하.
아참, 그리구 거기 오는 여자애들도 대학생이 아니란다. 다 너 또래야”
“네? 그러면.. 대학생 오빠들하고 여고생들이랑 단체 미팅을 하는 거예욧? 쿠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흐흐. 맞아, 이 얘기부터 했어야 됐어..
그래야 니가 좀 솔깃하고 마음을 놓지.. 하하..
어이쿠, 야~ 나 내려야겠다.
영애야!! 일단 생각은 해봐? 오빠가 내일 쯤에 집으로 전화할테니까. 오키?”
“아 뭐야..? 자기 혼자서 따다다 신나게 말해버리고.. 키키.
알았어요, 저녁 시간에 전화하세요”
알았다는 말을 대신하며, 준구는 싱긋 웃으며 영애와 정겹게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해맑게 웃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손을 흔드는 청년.
부웅~ 버스가 출발하자, 영애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팅이라구..? 너무 오랜만에 듣는 생소한 단어라..
기분이 묘하네. 호호.. 내가 2학년에 올라오고 나서는 한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준구의 돌발 제안에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넉살 좋은 그의 사람 좋은 웃음과, 말할 때 자꾸 손과 어깨를 가만히 못 있고
웃겨 죽겠는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에, 영애는 계속 생각나서 웃음이 터졌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친하게 알고 지내던 준구 오빠.
주먹도 아주 잘 쓰고, 동네 어린 아이들의 골목대장으로 군림해온 사람.
서글 서글하게 잘 생긴 쾌남 정준구..
영애보다 두 살이 많은, 현재 대학교 1학년이다.
국민학교 다닐때부터 자연스럽게 친분이 있던 사이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만큼
여전히 푸근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준구 오빠의 부탁이라서.. 단칼에 무 자르듯 거절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영애도 이미 어느 정도는 마음이 동한 눈치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도 없고
그저 순진하게 들입다 책만 파고 공부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믿음직한 오빠의 도움을 받아, 경험삼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준구의 과한 몸짓과 명랑한 행동거지를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
목적지인 종로 3가에 도착하자, 경쾌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랜만에 친할아버지를 만나 뵈러 가는 날이라서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만난 준구로부터 미팅을 하자는 제안을 받으니
소녀 영애의 신나는 기분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즐겁고 행복 가득한 표정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금은방이 보인다. 이쪽 거리로 들어오면 죄다 금은방 아니면
시계집 뿐이던데.. 하두 오랜만의 길이라 이마에 손을 얹고 이쪽이 맞나..?
기억을 떠올려본다. 청바지에서 주섬 주섬, 작게 구겨진 하얀 종이를 꺼낸다.
지도랍시고.. 그림을 대략 그려온 모양인데.. 좀 어설프다.
“끙.. 이래 갖고는 알아보기 어려운데..
누가 그린 건지 참.. 괴발새발로도 그렸네.. 후후.
내가 이렇게 그림 그리는 손재주가 없다니..-_-.. 그림은 어려워~ 휴우..”
아버지의 기막힌 손재주를 물려 받아.. 그림 실력은 영 꽝이다 (...)
글씨체는 참 예쁘고 여성스럽게 잘 쓰는데, 자기가 생각해도
그림 실력만큼은 어째서 요 모양 요 꼴인지 이해가 안 간다.
사람마다 가진 달란트와 실력이 다르니까 뭐..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인 소녀는 쿡쿡, 미소를 지우며 익숙한 골목길을 걸었다.
‘호오~ 작년에만 해도 여기에 한약방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생겼네??
냄새 좋다.. 이런 약재 냄새 정말 좋아.. 후후.. 아 향긋해..♡ 기분 좋아’
맛있기로 소문난 칼국수 집을 기웃거리며,
잠시 출출해져서 저기라도 들러 요기를 해결할까.. 싶은 충동이 몰려온다.
손목 시계를 보니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한 낮의 점심 시간인데도, 가게 안은 그런대로 한산했다.
오후 한시 반 정도의 한가한 타임.
시원한 식당 구석 의자에 앉아, 구수한 된장 찌개를 시켜놓고 tv를 기웃거린다.
오늘 날짜가.. 아, 그러고보니 벌써 9월 말이구나..
tv에서는 거의 끝물을 향해가는 서울 올림픽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수영 경기장의 커다란 장내가 브라운관을 가득 메운다.
영애는 헤에~ 호기심에 채널을 키다가, 건장한 체격의 웃통 벗은 남정네들이
출발 선상에 서서 수영모를 가다듬는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수영 경기라.. 우리 나라에서 주최하는 경기라면 꼭 가서 직접 보고 싶은데..
파앙-! 총성 터지는 신호와 함께, 근육질의 남자들이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든다.
시원스럽게 물살을 사각- 사각- 촤촤촤촤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그 소리 역시도 무척 호쾌하고 근사했다.
‘에효.. 공부만 한답시고..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인데..
아무리 공부할 때라고 해도 저런 곳은 여러번 가봐야 하는데 말야..
이제 곧 있으면 올림픽도 폐막할텐데.. 몇번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히잉..’
그렇게 내 나라에서 열리는 영광스런 스포츠 제전의 행사를,
흥미가 잔뜩 돋는 얼굴로 빤히- 구경하는 귀여운 영애다.
음식이 바로 나오고, 영애는 호오 호오 뜨거운 것을 식히며
맛있게 찌개를 먹는 내내 예쁜 시선은 브라운관에서 떼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기분 좋은 식사 후 쯔라차차~ 기지개를 쫘아악 키고 가게를 나선다.
어라, 아까 들어왔던 골목인데..
본 적 없는 영화관으로 붐비는 영화거리가 영애의 시선에 쏙 들어왔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친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보문고의 모습도 정겹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개발이 빠르게 진행된 모양인지, 가는 곳곳마다
놀랍도록 변모해가는 종로 3가의 모습이 생경하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다.
영애는 아까의 한약방 앞길을 다시 찾아서, 지도를 보며 가는 길을 재 점검해본다.
할아버지를 만나뵌 날로부터 열흘 뒤 영애의 집.
영작문 과제를 붙잡고 낑낑- 대며 씨름하다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에이.. 짜증나~ 안해~ 하면서 책을 던져 놓고
좋아하는 소설책을 탁! 들고 침대 위로 발라당 드러눕는다.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사다 놓고서 아직 일부만 읽었나보다.
좋아, 오늘 머리도 지끈거리고 공부도 안되는데.. 요 책이나 읽으며 시간 떼워야지.
소녀 영애는 두근 거리는 맘으로 깨끗한 새 책의 책갈피를 펼친다.
그때, 모처럼 느긋하게 뒹굴며 책 좀 몇페이지 보려 했더니..
아래층에서 엄마가 큰 목소리로 전화왔다고 부른다.
누가 이 늦은 저녁 시간에 전화를?
책을 읽으려다 방해받는 게 싫어서, 얼굴이 뾰루퉁해서 계단을 내려온다.
“얼른 좀 내려오지 않고~. 호호. 자 받아봐”
“엄마, 누군데?”
“준구 오빠야. 오늘 전화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는 구나?”
“아..... 고마워요!
응. 전화 바꿨어요 오빠~”
“그래 영애야! 전화가 많이 늦었지?
미안하다 하하하.. 시험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어..”
“호호호. 괜찮아요.. 그 다음날 전화하기로 해놓고..
하루라는 말의 사전적인 정의가 10일이라는 걸, 그 때는 미처 몰랐지만요? 후후”
“에이~ 정신 놓고 연락 못한 나 때문에 화가 났었구나?
서운했나보네.. 미안하다 야.. 하하.. 사과할게.
뭐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번 주 주말인데, 전에 이야기한 미팅은 생각 좀 해봤지?”
“아 맞다.. 까먹고 있었네..? 호호..”
“엥...?? 흐미.. 이제 와서 기억이 나면 어쩐댜...
우리끼리는 이미 아주 신나서..
특급 미소녀 한분이 오신다고 만반의 준비를 잔뜩 해놓고 있었구마이~~”
“우리끼리? 쿠쿠쿠 뭐야~ 김칫국을 그렇게 드시면 안되어요~
장난이었구요. 당연히 오라버니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너무 소식이 뜸하길래 뿔이 좀 나던 참이었어요.. 후후”
“헤헤.. 미안해.. 내가 맛있는 밥 사줄게.. 기분 풀어, 영애야..
암튼 간에, 이번주.. 아니다, 내가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수요일 날 너희 학교 정문 앞으로 갈게. 어때?”
“여고 앞으로 오빠가 오신다구요..? 괜찮겠어요?
여자애들만 가득한 장소에 호호..”
“하하. 괜찮아, 어차피 너만 살짝 보러 갈 건데 잠깐의 쪽 팔리는 것 쯤이야..
학교가 오후 세시반쯤에 끝나지? 그럼 그때 보자, 수요일 학교 정문 앞에서!”
그리고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토요일 약속한 미팅 당일이 되었다.
영애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옷장에 있는 옷들을
작은 침대 위에 쫘악- 늘어 놓고 뭘 입고 가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고 어제 생각을 좀 해놓긴 했지만,
역시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옷을 고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아! 이걸로 정했어.. 오늘은 그냥 수수하게~
지극히 여성스럽고 호호..
사랑스러운 느낌 충만한 컨셉으로 가는 거야, 영애야!
아.. 떨리는 걸...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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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년전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잠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잔잔한 눈웃음을 짓는 영애..
현준은 그런 영애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정말..
눈 부시게 아름답다.... 그 생각 하나뿐이다.
잠깐 타임 캡슐을 타고 머릿속으로 시간 이동을 다녀오는 사이,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영애의 앞에 앉은 현준은..
아까부터 예쁜 누나가 긴 상념에 잠겨..
우수 어린 깊은 눈빛을 띄우는 걸 보고
무언가 생각할 일이 있는가보네.. 하고서 눈치껏 차만 홀짝이고 있다.
그러다가 영애가 현준의 기색을 보고, 미안해서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호호. 현준아,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해져서.. 좀 서운했지?
미안해.. 너하고 음악 이야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련한 옛날 추억이 생각이 났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는. 하하.
누나가 생각에 빠져 있는 그 예쁜 모습도 좋아요.
어떤 얼굴을 해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정말 완벽하고 이쁜 얼굴이거든요..”
“......우리 현준이가 아주 립 서비스 솜씨만큼은 탁월하구나.. 후후”
“어~ 진짜라니까~ 누나는 내가 외모 칭찬해주면 잘 믿지 못하나봐. 하하하”
“호호. 아니야.. 고맙기도 하고, 내가 부끄러워서 그러지 얘..
히힛.. 차 다 마셨니?”
“네. 이제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고.. 우리 슬슬 일어날까요?”
“벌써..? 애매한 시간인데.. 지금이..
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담? 8시 10분이 넘었어..”
“그럴만 해요. 아까 우리가 여기 들어올때가 이미 여섯시 사십분이었으니까.
누나랑 나랑 재밌게 얘기하다보니까 시간 간줄도 몰랐네요 크크”
“그러네? 마음 맞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까..
한시간 반이 훌쩍~ 가버린 것도 몰랐나봐..호호”
영애의 말은 사실이다.
서로의 나이 차이와 세대 간의 벽을 뛰어 넘어서,
영애는 현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눠 볼수록..
희안하게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여러 가지로 정서가 비슷하고.. 생각하는 가치관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느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도, 마음이 잘 맞고
서로의 생각과 기호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세월의 간극이야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 생각해 보니.. 조금 전 추억에 빠져 있던.. 그 오빠와의 첫 만남때..
그때와 현준이가 태어난 시기가.. 거의 겹치는 때구나.. 재밌네..
영애는 사소한 우연의 일치에도, 작은 의미부여를 하며
눈 앞의 듬직한 청년에게.. 더욱 큰 호감이 드는 것이었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사르륵- 다가와 얼굴을 간지럽힌다.
선선하고 기분 좋은 공기의 상쾌함...
영애는 까페를 나서고 살짝 거리를 두고 현준과 걸어가다가,
현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싶기는 한데..
또 뭐가 쑥스러운지 용기를 못내고 있는 걸 보았다.
이 녀석도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지,
크고 두꺼운 손을 살짝 떨면서 영애의 이쁜 손만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키득 키득.. 너 너무 재밌어.. 그냥 손 잡으면 되지, 현준아”
“하하.. 어떻게 내가 손 잡고 싶은 걸 알았죠? 역시 센스 있으신 누나셔.. 흐흐.
누나,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글쎄용~ 나는 현준씨한테 모든 걸 맡겨볼래요.. 오늘 만큼은 히히”
“허얼.. 이게 왠 떡.. 아니 왠 일이래요?
그렇게 나를 안 만나주고..
지난 일주일 동안 애간장을 태우던 누님께서..? 헤헤”
“에공.. 그 얘기는 이제 그만 좀 하라니까.. 미안하게 자꾸..
히히.. 여러번 계속 사과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어..? 호호..”
“큭큭 장난이죠. 누나가, 나보고 다 결정해도 좋다고 하니까.. 기분도 좋고
실감이 안나서 하는 말이예요~ 음.... 그러면 어떻게 한다..?
역시.. 산책을 좀 하다가.. 그.. 우리가 즐거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모테..엘쪽으로 기쁜 맘으로 향해볼까요? 흐헤헤”
“나 주먹 은근히 센데... 맞으면 덩치 좋은 너라도 은근히 아플지도 몰라...”
“히익... 농담이라구요.. 아야.. 때리진 마세요.. 흑...”
장난으로 영애와 토닥거리면서도, 마음씨 착한 그녀가 이런 농담으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걸 알고 있는 현준이다.
정말로 화를 낸다거나 불쾌해 할 사람 같으면,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지도 않겠지만.
여하튼 현준의 맘 속에는 반드시 누나를 은근하게..
최대한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하는 선에서..
어떻게든 모텔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파 속을 헤집으며 손을 꼬옥 잡고 걷고 있는 연인..
영애는 이제 현준에게 가까이 붙어서 걷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이지만..
앞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영애는 청년과.. 몸보다 심리적으로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져 있고
깊은 동질감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 마당에..
그를 향한 부끄러움이.. 많이 희석되어 있는게 맞을 것이다.
상대는 특히, 처음 봤을 때부터 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니까..
오히려 지금은 현준이 영애를..
그 날 그녀의 집에서 살갑게 포옹하고 입 맞추고..
욕정에 못이겨서 그런 걸 짖궂게 요구하는 등..
보다 은밀한 스킨쉽을 조금씩 노골적으로 요구했으면서,
아까 커피숍에서 나온 뒤부터는 뭐가 그렇게 쑥스러운지..?
바보같이 쭈빗 쭈빗하며 적극적으로 영애를 만지지 못한다.
아마도 현준이 영애의 황홀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홀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낮에 그녀를 보았을 때와, 어두운 저녁에 새하얀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여인의 슬림한 바디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시각적 쾌감을 주고 있다.
현준은 동공이 약간 풀려있다.
입을 헤- 벌리고.. 조금 전 커피숍에는 앉아 있어서 눈여겨 보지 않던
영애의 근사한 스타일링에 다시 정신을 뺏겨 버린다.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들 것 같은..
짙은 코발트 블루의 깔끔한 쉬폰 블라우스가 매우 귀엽다.
가슴은 깊게 파이지 않았는데, 라운드 주변에 은은하게 박혀 있는
은빛 구슬같은 펄 문양이.. 한결 여성스럽고 옷의 세련미를 돋보이게 한다.
은은하게 흩날리는 옅은 소라색.. 이사벨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여인.
무릎 위를 살짝 덮는 차분한 스커트에, 하얀 자수를 정성들여 새겨 놓았다.
풍성한 A라인으로 차분한 볼륨감을 드러내는 스커트가 아주 예쁘다.
하얀 가죽으로 된 끈벨트의 한가운데에는 귀여운 나비 모양으로 된
금빛 브로치가 반짝, 거리는 광택으로 빛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금빛 시계의 은은하게 빛나는 매력도, 산뜻한 옷차림과 조화를 이룬다.
캐주얼하면서도 단아한 세미정장의 느낌을 주는 힘은.. 시계 덕분일지도..
바깥으로 나오자 낮게 깔리는 하얀 조명을 받아,
영애의 차분하고 밝은 스타일은 더욱 화사한 빛을 발하였다.
정신을 잃고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넋이 빠진 얼굴로 근사한 여인의 얼굴과 멋진 옷차림, 그리고 길고 예쁜 다리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훑어보는 것은 현준 뿐만이 아니었다.
붐비는 인파 속에 걸어다니는 싱글남들은 물론이고,
버젓이 옆에 여친과 팔짱을 끼고 걷는 남자들도.. 자석에라도 끌리듯이
영애의 화사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몽롱한 눈빛이다.
현준은 꿀꺽, 마른 침을 계속 삼키면서..
그 남자들의 자기 여자를 향한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우월한 쾌감을 맛보았다.
‘새끼들... 보는 눈은 다 같구나.. 그래 니들도 얼마나 설레겄냐.. 으하하..’
영애는 슬그머니- 장난이 치고 싶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현준의 팔을 꼬옥 붙잡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 사이에 안기도록 끼운다.
그러자 소년은 여인의 따스한 미소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살짝 웃었다.
전보다는 분명히 적극적으로 변하는 그녀의 행동이 아주 기쁜데,
왠지 티는 잘 못내겠고.. 그저 기분만 즐겁다.
스윽- 왼 팔을 뻗어 사랑스러운 여인의 어깨를 감싸주는 순간,
삐리리리리~~ 영애의 휴대폰이 울린다.
헉... 아들 지우다.
지우의 이름을 보자,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어.. 어떡하지..? 그냥 받아도 돼?”
“받아야죠 그럼? 흐흐. 그렇게 당황할 것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받아요.. 하하”
“알았어..... 후-... 응, 그래 아들아~ 히히.. 어디야?”
현준은 자기 어깨로 편안하게 감싸고 있는 영애의 부드럽고 따듯한 속살을
은근하게 만지며.. 바로 가까이에서 젼해져 오는 은은한 여인의 체취를 느낀다.
향수 같은 것에 전혀 지식이 없기는 해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 느낌은..
달콤한 살구 냄새 같기도 하고.. 시원한 박하향이 나는 것도 같다.
누나한테 향수 쓰는 법이나 상표같은 것도 차차 배워봐야지.. 생각이 든다.
통화를 끊고 나자 영애는 조금 무거운 얼굴이 되었다.
현준은 그 눈빛을 보고 어라, 일이 잘 안풀리나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애는 은근한 눈길로 자신을 안아주는 현준의 눈치를 슬금- 살핀다.
“......지우한테.. 좀 혼났어...히잉”
“...풉... 프하하... 한창 심각해서 무슨 일 있나 했더니...
고작 아들한테 혼난 걸로 풀이 죽은 거예요, 지금?”
“고작이라니..? 이게 얼마나 큰 일인데 나한테는... 치잇...
요녀석 안되겠어.. 요즘 엄마가 너무 잘 대해주기만 하니까..
너무 기어오른단 말이야 흥..”
“큭큭큭. 웃기다.. 그래서 말해봐요. 뭐라고 혼났는데요?”
“응.. 왜 빨리 안 들어오고.. 전시회 갔었다는 사람이 이 시간까지 쏘다니냐고...”
“그 말이 맞긴 맞네요. 연락도 못해줬으니.. 그래서요? 지금 오래요?”
“응, 오라고 성화야. 근데 내가 거기다 대고 살짝 뭐라고 했어..
그냥 당하고 있을 순 없잖아..?
후후. 엄마 동창 모임 있으니까, 버릇없이 그러지 말라고..”
“잘 둘러대시네요.. 그런 거짓말 센스는 어디서.. 순발력이 대단해요 하하”
“치이 너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호호”
“헤헤, 그럼 이제 시간을 좀 번거예요? 같이 더 있어도 될 만큼?”
“아니.. 그게.. 내가 좀 열받아서 쏘아 붙여주긴 했는데.. 너무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아..
우리 남편도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온다고 그랬거든... 둘째 애도 이제 집에 와 있을 거야..”
“아.... 뭐야.. 아쉽네요... 휴... 희망을 가졌는데..”
“호호.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우리 이제 앞으로 자주 만나서 데이트하면 되지 뭐..
내가 이제는.. 그렇게 연락 피하고, 못된 행동 안할게. 현준아.. 믿어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의 모질게 군 모습들은 용서해줘.. 다시 사과하고 싶어”
“그거는 진작에 용서해드렸어요.. 흐흐. 그리고 난 누나를 믿어요.
아까 정말로 미안해하시는 얼굴이었고,
남편 분을 생각하면 도저히 연락을 할 수 없었다는 그 말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는 되구요..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게 착하게 생각해줘서 정말 고마워.. 넌 참.. 대견한 아이야..”
“흐흐 쑥스럽네요.. 꼭 우리 엄마한테 칭찬받는 것 같다..
자, 그럼 누나! 누나 집 근처까지 같이 차 타고 이동해요”
“에..?? 지금? 아직... 바로 가야할 정도로 시간이 없는 건 아닌데..?”
“알아요. 그래도 미리 누나 차를 타고 집 근처에 도착한 다음,
거기서 조금 얘기 더 하고, 그러고 헤어지면 되죠. 나는 전철타고 집에 오면 되니까”
“너 집이 바로 이 근천데.. 뭐하러 번거롭게 그래..? 내가 미안해서 그러기 싫어”
“하하하. 그냥 제 말대로 하세요 누나.
일찍 집에 보내드리는 조건으로,
오늘은 같이 있을 마지막까지 그렇게 해요”
“그래.. 알았어.. 호호.. 고마워, 현준아”
기특한 생각은 맞는데, 현준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만약 이대로 영애가 하자는 대로 혼자 차를 타고 가게끔 보내주면,
오늘 손 잡고 살짝 어깨만 스쳤을 뿐, 제대로 된 포옹도 못해봤고..
키스도 안했고.. 하고 싶은 스킨쉽을 하나도 못했지 않은가?
영애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지고 싶은 건 그 때문이다.
밤바람이 어느 새 제법 차가워졌다.
아마도 호숫가를 스쳐 지나게 되니,
물가의 기운 덕분에 바람이 불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 모른다.
영애는 현준의 조언대로, 집 근처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 서호의 송파 나루공원 주차장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현준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영애의 벨트를 풀어 주고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영애는 현준의 품이 따듯하고 기분 좋다.
“좋아... 역시 좋아해 현준아...”
“그냥, 좋아하기만 할 뿐이예요? 그런 표현은 감정이 없는 상대에게도 할 수 있잖아요..”
“치잇..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래애.. 어떤 말이 듣고 싶은 건데요?”
“하하. 아니에요. 누나 마음이 어떤지는 아니까요 이제는.. 확인했으니까요..
저는 누나를 정말 사랑해요.. 처음부터 사랑했구요..”
“후훗... 잠깐만, 그렇게 대충.. 고백하고 떼울 셈이야.. 너어?”
“엥?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흐흐”
영애는 현준이 꽤 진지하게 무게를 잡으려고 하는 걸 보자
괜히 웃음보가 터졌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녀의 앳된 장난기가 발동한 것은 물론이다..
“내 말은.. 기왕 고백을 제대로 할거면.. 남자답게.. 언제 날을 잡아서..
화끈하게 하시라.. 이 말이지요. 현준씨.. 호호호”
“아.. 그말이군요? 영애씨.. 캬캬.. 알겠어요..
우리가 완전하게 연인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직 아니니까.. 하긴 그러네요”
“음.... 연인은... 맞는 것 같은데...? 쿡쿡”
“아~ 뭐야.. 종잡을 수가 없어.. 하하하. 나랑 사귀는 사이예요, 그럼?”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행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후훗..”
영애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현준의 입술을 덮었다.
적극적인 그녀의 행동에, 현준은 자기도 모르게 슬쩍 몸이 뒤로 쳐졌다.
달콤한 키스가 매우 따스하다..
일주일만에 맛보는 영애의 촉촉하게 젖은 앵두는
얼마나 달고 맛이 좋은지.. 상큼한 꿀물이 흘러나온다..
늘 수분을 담고 있는 여인의 귀여운 입술..
사랑스러운 촉촉함이 은은하게, 기분좋게..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숨결의 가운데
차가운 체액이 여인의 혀를 통해.. 청년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영애가 허리를 구부리고 조금 무리한 자세로 현준에게 상체를 의탁해오자
현준은 땡 잡은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알아서 안겨오다니..
어떻게 무드를 잡고, 잔잔한 작업 멘트를 던질까..
열심히 자갈을 굴릴 필요가 없이, 이렇게 다가와주는 것은
현준의 어깨 짐을 가볍게 내려주고..
영애에게 감사한 기분과 함께 큰 감동을 느끼게 하였다.
‘오늘은... 상쾌한 과일 향기.. 이건 무슨 향이지..
음 딸기..? 그래 딸기같아.. 진짜 달고 맛있는 딸기 맛 입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달고 부드러운 딸기향..
달콤한 입맞춤을 즐기며 청년의 팔이 여인의 늘씬한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여인은 약간 무리해서 허리를 구부리며 사내의 어깨를 안고 있었는데
현준이 그렇게 허리를 아래쪽에서 살며시 당기자,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 흔들리며 상체가 넘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현준은 조금 뒤로 물러나 창문에 등을 단단히 기대고
중심을 잃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몸을 안전하게 받아주며 껴안는다.
“우응.... 쪼옵.... 잠..깐만.. 현준아.. 아.. 나 허리 아파..”
“아.. 미안해요. 나 때문에 무리했구나.. 괜찮아요? 이쪽으로 몸이 너무 기울어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헤헷.. 키스하고 싶어서 너무 몸을 기댔어..
이런 자세는 좀 어렵겠다. 허리에 무리가 와..”
“머리를 써야죠. 그럴땐~ 흐흐.. 누나, 차가 좁긴 한데, 제가 시트를 젖혀 놨으니까..
그냥 누나가 제 위로 건너오세요. 그게 훨 낫겠어요”
“건너오라니...? 위로...?”
“네. 말 그대로예요. 헤헤. 자꾸 가운데 기어 때문에 누나 허리랑 몸도 다치고..”
“아무리.. 그래도.. 이 좁은 실내에서.. 그리고 부끄러...”
“하하하. 얼굴 빨개지긴.. 어서 와요. 큭큭..
뒷자리는 좁아서 거의 눕지도 못할 거고.. 아니면 제가 거기 핸들까지 달려서
거추장스러운 운전석으로 갈까요? 어느 쪽이 낫겠어요?”
“씨잉.... 꼭 치사하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선택하게 하더라..
알았어, 뒷자리는 좁아서 안되고.. 내가 건너 갈게.. 끄응차..”
현준은 영애가 순순히 말을 잘 듣자, 신나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영애는.. 옷이 구겨질까봐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건너가지.. 고민하던 그녀는,
아! 좋은 생각이 났어, 하는 얼굴로 따칵- 운전석 문을 열더니
쿡쿡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뛰어 현준의 조수석 앞으로 돌아왔다.
“야, 얼른 문열어”
콩콩 창문을 두들기는 장난스러운 모습에 현준도 푸학- 웃음보가 터진다.
“완전 귀여워요. 캬캬캬. 그런 재치를 발휘하다니.. 머리 좋아요. 하하”
“오호호.. 어쩔 수 없잖아욧.. 좁아서 이동하기 어려운데.. 끙차~ 어떻게 하지?
현준아, 그러고 있지 말고 그냥 뒤로 누워버려. 쿡쿡쿡”
영애 진짜 귀엽다... 장난기 가득한 소녀같은 저 천진 난만함..
두근 두근- 거리는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현준은 마른 침을 삼킨다.
영애가 현준의 위에 무사히 ‘낑차-’ 안착하자 현준이 문을 닫았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푸하하~ 웃음을 못 참는 두 사람..
그러면서 현준이 자꾸 큭큭큭 웃기만 하고..
용기를 내서 올라온 영애를 제대로 안아 주지 않자,
그녀는 약간 삐친 입술로 귀엽게 칭얼거리는 것이다.
“뭐야.. 난 지금 되게 많이 용기낸건데.. 반응이 뭐가 이래..? 쳇, 나 갈래”
“기, 기다려요. 하하하- 잘못했어요 누나. 너무 귀엽고, 놀라서 그랬어요. 저도 기분 좋아요..
자, 이리 오세요.. 따듯하게 안아줄게요. 하하하”
“쿡쿡.. 진작 그렇게 해줬어야지.. 히힛”
“아후.. 귀여워 미치겠네 진짜. 큭큭큭. 서른 일곱 맞아요? 흐흐”
“헤헷- 아, 어후 야아.. 그렇게 세게 안지마..♡”
현준은 영애의 따스한 온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여인의 사랑스러운 여체를 꽈아악- 힘 주어 안아주었다.
영애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약간 엉거주춤한 포즈로 무릎을 꿇고 그의 교복바지 위에 걸터 앉긴 했는데..
단지 신발 때문에 편하게 그의 몸 위로 올라타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잠깐만.. 나 구두를 아예 벗을게. 걸리적 거려서 불편해”
“아 그러네요. 하이힐 신으셨네.. 후후. 하얀색이 참 이뻐요 구두도..”
“후훗.. 고마워. 영차~ 짠~ 벗었다. 히히.. 이제 편안해졌어”
“누나 발톱이.. 매니큐어 색이 바뀌었네요? 그새.. 이쁘다..”
“그런가..? 그냥 하얀색으로 칠했는데.. 수수하지.. 히히.. 고마워 현준아”
“이쁜데요.. 뭐든지 다 잘 어울리지만, 세련된 느낌이라 더 좋아요..
발가락.. 뽀뽀하고 싶다..”
“킥킥, 우리 지우도 내 발만 보면 자꾸 만지고 뽀뽀하려고 하는데..
남자들은 다 비슷한가..? 호호”
“그래요? 캬캬. 이쁜 여자의 발은 매력덩어리니까요. 지우도 그런 취미가 있구나. 흐흐”
“후후. 자, 어쨌든 다시 뒤로 누우셔요♡ 에고- 옷 구겨진다..”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영애의 예쁘고 섹시한, 곧은 발가락.
현준의 시야에 사랑스러운 그녀의 발가락과 귀여운 발등이 포착되자,
지우와 비슷한 반응이 현준의 이글거리는 눈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말은 뽀뽀하고 싶다고만 했지만.. 어서 저 예쁜 발을 핥아주고 싶었다..
영애는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뒤로 누운 현준의 가슴 팍을 의지하고 눕는다.
큰 키의 미녀를 가득, 품 안에 올려 놓고 감싸안아주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행복한 기분을 맛보며..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에서 흘러 나오는
향긋한 사과향의 달콤한 체취가.. 사내의 기분을 더욱 들뜨고 행복하게 해준다.
꿀꺽..... 절로 입에 침이 고이며, 아랫도리에도 힘이 불끈.. 솟아 오른다.
“나 무겁지 않아, 현준아?”
“후후, 신경 쓰여요? 전혀 무겁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하하 솜털처럼 아주 가벼워요”
“그래..? 호호.. 그렇다면 안심이야.. 그리고 쫌 무겁더라도,
현준이 네가 워낙 체격도 좋고 힘이 세 보이니까.. 막 위에서 눌러도 괜찮을 듯? 쿠쿠쿠”
“윽... 나도 사람이예요 누나.. 흑흑 그렇다고 막 누르면 아파요.. 키킥”
“장난이쥐 호호... 그리고 너 가슴이 아주 따듯해.. 불이라도 난 것 같아..”
현준은 영애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조용하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이자,
자꾸만 응큼한 생각만 들고.. 아래가 빳빳해져서 이거 참 큰일이었다.
누나는 로맨틱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저렇게 애먹어가며 품에 안겨온건데
이 순간 자기는 자꾸 누나를 어떻게든 범하고 싶다는 욕망만 들고 있으니..
늑대같은 이 녀석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에이, 이런 잡생각 좀 사라져라..!’하고 머리를 살짝 흔든다.
그리고는 촉촉하게 젖은 귀여운 눈망울로.. ‘??’
자길 보고 있는 여인의 작은 머리를 한 손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영애의 상체는 현준이 당기자 조금 더 위로 끌려가고..
현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다른 손으로 꽉- 안아주며
입술로는 뜨거운 입맞춤을 다시 즐기기 시작한다..
쪼옥.. 쪼옵...♥ 쪽... 쭈줍... 쪼옥..♥ 쪽...
사랑하는 두 연인의 달콤하고 찌릿 찌릿- 심장을 흔드는 입맞춤이 이어진다.
키스가 이어지자, 현준의 뜨거운 가슴은 차분하게 떨림이 사그러들었다.
영애와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이..
눈부신 미녀, 품에 안고 싶던 미녀를 드디어
몸에 담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초조한 떨림의 정서는 사라지고 없었다.
뜨거운 키스를 5분 정도 즐기고 나서, 영애는 쭈옵...♥
가벼운 흡착음을 내며 입술을 떼었다.
영애의 붉은 기운이 감도는 앵두빛 입술이.. 현준의 침으로 젖어
무척이나 요염하게 반짝 빛난다..
그 모습을 보니 현준은 방금 전까지 뜨거운 딥키스를 나누었는데도,
유혹하는 느낌의 붉은 입술을 보며 음란한 마음이 또 솟구친다.
후훗.. 짧게 웃으며 입가에 묻은 침을 느끼고
요염하게 살짝 웃으며, 붉은 혀로 자기 입가를 스윽- 훔치는 영애.
현준은 자기 침을 누나가 맛있다는 얼굴로 혀로 핥으며 움직이자,
그 모습이 진짜 야하게 느껴졌다. 생각도 못했던 영애의 음탕함을...
짧은 순간 발견한 기분에, 사타구니가 팽팽-하게 빳빳해진다.
‘기분 탓이겠지..? 왜 이렇게 색녀처럼 보일까 흐흐..’
그러자 영애는 가만히 깔고 앉아 있던 현준의 바지 위로
뭐가 아까부터 뽈록-하게 솟아오른 건 느끼고 있었지만..
갑자기 아주 뜨거운 기운이 더 딱딱하고 거칠게 곤두서서-
자기 치마를 콕- 콕- 찔러오자, 조금 당황스럽다.
키스만 했을 뿐인데, 얘가 왜이렇게 흥분하지..??
“이, 이거.. 왜 이러는 거야.. 현준아? 너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니지..?”
“아니예요 그, 그런거.. 하하.. 고작 이 정도로 흥분할 리가 있나요..
누나가 너무 너무 이쁘니까.. 몸이 머리랑 따로 노나봐요.. 헤헤”
“쿡쿡 그런거야..? 음... 우리 남편 이야기를 자꾸 해서 미안한데,
그이는 성욕이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약해서..
이렇게 사소한 자극으로 흥분하지는 않는 거 같애..
근데 너는 힘이 좋아서 그런지..
아휴.. 이것도 금방.. 이렇게 되는 구나..?”
영애는 순간 입 밖으로 “이렇게 사소한 자극으로 발기하는 구나”라고
말할 뻔하다가, 부끄러워서 표현을 완곡하게 바꾼 것이다.
어쨌든 현준은 영애의 입을 통해서 뜻밖에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묘한 흥분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영애는.. 그녀의 남편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신기하게.. 별 부담 없이 남편 이야기를 스치듯 언급하기도 한다.
“누나.. 나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말해봐.. 또.. 그 무리한.. 삽입.. 이런 것만 아니면..”
“하하.. 그런 얘기는 안하죠.. 누나가 꺼리는 걸 잘 아는데요..
그건 당장은 바라지 않구요. 흐흐. 지난번에 왜, 누나 가슴..
만지기만 하고.. 직접 구경도 못해봤잖아요.. 기억하죠?”
“기억하지.. 호호.. 그때는 미안했어..
다 큰 애를 실컷 자극만 시켜 놓고.. 후후..”
“하하 얘기가 잘 통해서 좋네요. 그래서.. 누나 가슴을 만지고 싶어요”
“....생으로..?”
“네. 당연하죠..? 흐흐.. 가슴 정도는 괜찮잖아요”
“알..겠어.. 호호.. 네 마음대로 해 현준아..”
아싸!!
현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신이 났다.
드디어 영애의 크고 탐스러운 하얀 젖가슴을.. 입으로 실컷 맛볼 수 있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정으로, 현준의 두터운 손이 영애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허락도 받았겠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아래의 스커트는 혹시라도 이상한 짓(...)을 하려면 전부 들춰야하는데,
블라우스니까 간편하게 위로 올리면 된다.
꿀꺽... 침을 삼키며, 소년의 손이 스스스- 여인의 옷을 위로 올린다.
영애는 하얀 얼굴을 가볍게 붉히며.. 두근거리는 표정이다.
그녀의 웃옷을 가슴 위까지 젖히고,
빨간색의 예쁜 무늬가 들어간 브래지어를 뚫어지게 보자..
영애는 부끄러워서 당장이라도 가슴을 가리고 싶어졌다.
“뭐..해.. 가슴도 아니고.. 속옷만 그렇게 뚫어지게 보다니... 호호..”
“너무 이뻐서요... 속옷 색깔이 진짜 이뻐요..
누나 새하얀 피부에.. 빨간 색이라니..
왠지 좀 야한 거 같아서.. 흥분되네요.. 흐흐..”
“쿡쿡, 그런가..? 칭찬해주어 고마워.. 히히..”
“아, 못참겠네요 진짜...”
현준은 꿀꺽.. 일부러 크게 침을 들으라고 삼키며
스슥- 영애의 브래지어 후크에 손을 대어 툭- 가볍게 풀었다.
그런데 재밌는 게.. 영애는 아직도 허둥지둥 대는 남편이랑 다르게,
한번에 솜씨 좋게 툭 푸는 현준을 보고 푸하하 웃음이 터진다.
“..? 왜 웃어요? 흐흐 누나”
“아니야.. 나 혼자 재밌는 생각이 나서... 호호..
저기, 오.. 옷 말이야.. 전부 벗지 않아도.. 괜찮아..?”
“아~ 블라우스요? 괜찮은데.. 이대로 가슴만 드러내게 할 생각이예요”
“왜...? 그냥 벗겨도 되는데.. 호호호..”
“후후후.. 그건 다 이유가 있지요..”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 어느새 영애의 새하얗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드디어 화려한 광채를 뽐내며 현준의 앞에 드러났다.
크다... 단순히 큰 것이 아니라 무척 아름답다....
현준은 감동 받은 눈빛으로.. 눈 앞에서 푸루룽~♥
미약하지만 힘있게 튕겨 오르는.. 예쁜 젖가슴을 바라본다.
대박이다......
이제까지 봤던 어떤 젖가슴보다도,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형태를 하고 있다..
단순한 크기만으로는 더 크고 풍만한 가슴들도 많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봉긋 솟아오른..
동그란 원 모양의 아름답게 그려진
황홀한 곡선미가 잘 살아 있는 근사한 가슴은..
정말 처음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뭐야 이거..? 사기 아니야..? -- 수술한 거 아닌가 혹시..?
여고생들 가슴 보다도 더 완벽하게 생긴 것 같은데....’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은 멋진 생김새..
새하얗고 아름답게 반짝, 빛나는 영애의 근사한 유방이..
차창을 통해서 은은하게 스며드는 달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환상적인 경치를 뽐내며..
그렇게 차 안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현준은 심장이 너무 쿵쾅 쿵쾅- 떨려서.. 파르르.. 떨리는 손길로
영애의 물이 오른 젖가슴을.. 감히 만질 엄두를 못내고..
가만히.. 경외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기만 하였다.
불과 몇 초사이에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하며..
설레임을 감출 수 없게 하는 완벽한 젖가슴..
소년은 계속 마른 침을 삼키며, 여인의 근사한 자태를 구경한다.
서서히.. 손을 뻗어 그 아름다운 둔덕을 직접 만져본다.
우와! 부드러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엄청나게 부드럽다..
손으로 꾸욱- 눌러보자, 만지는 대로 쑤욱 들어가는
말랑 말랑한 젤리 같은 가슴의 부드러움..
손 끝에 만져지는 그 아찔한 감촉이..
스르르 손이 녹아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아니, 이건 무슨 부드러운 마쉬멜로우도 아니고..?
성숙한 여인의 물오른 젖가슴이 이렇게 부드러울 줄이야..?
그냥 단순하게 탄력이 뛰어난 여중생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물론 어리고 팽팽한 아이들의 가슴도 아주 매끄럽고 기분 좋지만.
적당한 연륜을 담고 있는.. 차분함과 정숙함이 깃든..
유부녀의 흰 유방에는..
감히 어린 처녀들은 소화할 수 없는 농염한 깊이가..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현준은 영애의 한껏 팽-팽해진 젖가슴을.. 신기한 눈빛으로
뭉실 뭉실.. 기분 좋게 쓰다듬고, 살짝 꼬집어 보기도 하고..
그동안 만져보고 싶던 누나의 탐스러운 수밀도를
감동 어린 눈빛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소중히 어루만진다.
영애도 마찬가지다.
남편 이외에 자신의 숨어 있는 속살을.. 남자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아주 예전.. 그때 그 일 이후로는 참으로 오랜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발그랗게 수줍음으로 귀엽게 물들어져 있다.
사실 지금도 자꾸.. 현준이 자기 가슴을 가지고 신기한 눈빛으로
매만져주면서 어린 아이처럼 가지고 노는게..
귀엽게 느껴지는 동시에 무척 부끄럽고 민망하다.
“너무 그렇게 만지작 거리면 부끄러...”
“크하하. 안 그럴 수가 없어요. 이렇게 기분 좋은 가슴은 첨 만져봐요..”
“쿠쿡.. 그럴 리가? 이런 아줌마의 쳐진 가슴이 뭐가 좋다고..”
“진짜라구요?! 누난 잘 모르나본데요?
누나 가슴의 끝내주는 감촉은 대박이예요..!!
하루 종일 가슴 만지고 빨면서 누나랑 뜨겁게 키스만 해도..
엄청 행복할 거예요 진짜... 하하”
“키키킥. 솔직한 표현이 좋아.. 고마워, 현준아..”
영애는 현준이 숨도 제대로 못쉬고, 얼굴이 발개지며
씨익- 씨익- 뜨거운 숨결만 내쉬며 자기 가슴을 만지자..
내 가슴에 무슨 하자가 있나, 싶어서 내심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직설적인 칭찬을 듣자, 부끄러움은 스르르- 사라지고
자신감이 다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알고는 있다. 예전부터 남편 준상이 그녀의 예쁜 몸 중에서도 특히
가슴의 아름다움을 끝없이 찬미해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현준은 계속해서 영애의 몰캉거리는 푹신 푹신.. 젖가슴을
쉬지 않고 만지작거리는데.. 질리지도 않는 얼굴이다.
이런 보물을 감춰두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아래의 조갯입은 얼마나 예쁠지..
감히 상상만 하는 걸로도, 또다시 페니스가 미친 듯이 발기한다..
꿀꺽.... 침을 삼키며.. 현준은 뜨거운 김을 뿜어댄다.
조수석 옆에 놓인 물병을 툭- 따서 벌컥 벌컥 마신 후,
후우- 목도 축이고 진정이 된 현준..
쩌억~ 크게 입을 벌리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한 입..
깨물려고 액션을 벌이자, 그걸 보고 있던 영애가
킥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현준도 그녀의 귀여운 웃음에 머쓱해져 살짝 웃어주며..
영애의 어여쁜 복숭아 한쪽을 손에 가득 쥐고..
다른 쪽 머쉬멜로우는 입으로 쭈루룹~♥
맛있게 삼킨다..
맛있다...
달착지근한 꿀물이.. 싱그러운 청초함이 살아 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상큼한 과일 향기의 여운과..
따듯한 살결의 포근한 감촉이.. 청년의 입과 혀를 타고..
그대로 목젖까지 닿을 만큼.. 입 안 가득.. 아찔하게 전해져 온다..
격한 감동을 느끼며 눈물을 살짝, 흘리는 것도 잠시.. 거친 흥분을 죽이며
부드럽고 달콤한 젖가슴의 황홀한 감촉과 끝내주는 맛에..
푹 빠져버린 행복한 청년..
미친 듯이 서있던 거대한 육봉의 펄떡임이.. 약간 진정되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아름다운 여인의..그렇게 고대하던 가슴을 원없이 즐기고..
누릴 수 있게 된 행복감에 젖으니.. 큰 만족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챠압- 챠압- 츄릅- 쭈릅- 챠압....
정신없이 영애의 풍만한 젖가슴을 핥아대기 시작한다.
현준의 입은 거침없이.. 그녀의 사랑스러운 흰 유방을..
손 가득 움켜쥐며, 마구 문지르고 있다.
그렇다고 거칠게 흥분해서, 영애가 아파할 만큼 막 꼬집고 짓누르지 않고..
되도록 그녀를 배려하려고.. 너무 힘이 안들어가게.. 살살 만진다.
그런데 이렇게 만지기만 할 때와는 다르게..
입으로 가볍게 훑고.. 애무하고.. 뽀뽀하고.. 빨아먹을 때에는..
사정없이 거칠게 다루고 싶어진다.
현준은 영애의 수밀도를.. 정신줄 놓고 험하게 빨고 깨물고
별 짓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지금의 매너있는 모습은.. 현준 나름대로 그녀에 대한 정중한 예의인 셈이다.
자기가 진심으로 흠모하고, 깊이 사랑하는 누나를 그렇게 거칠게 대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영애는 어린 청년의 그런 심경의 변화까지는 모르고..
그저 기분 좋게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전혀 흉보지 않고 매너를 잃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사랑스럽게..
쪽쪽 빨아주는 그 혀의 감촉이 짜릿.. 짜릿..! 여운을 안겨주는게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머리가 찌르르~~ 울리는 것 같다.
“아.... 현..준아...♡ 나 이상해... 기분 너무 좋아... 하응..♡...”
“쮸릅... 챠릅... 후후후... 좋아요? 다행이예요... 챠압...”
보통 민감한 몸이 아닌 것 같다..
현준은 지난 번에 영애의 다리를 거칠게 자기 다리 사이로 쪼일 때도,
탐스럽고 귀여운 히프를 막 꼬집고 문지를 때도,
영애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전체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연약한 체질인 것 같다..
더욱 더 그녀의 신체를 하나씩 알아가고,
애무하고 즐길수록.. 훨씬 큰 쾌락의 문이 열릴 것 같아..
점점 더 설레임과 정신적인 만족감이 커져만 간다.
“...♡... 아... 싫어.. 그렇게 깨물면... 으흣...
좋아... 하앙... 가슴이 이렇게.. 좋을 줄..은... 아..♡...”
현준은 그렇게 소중한 영애의 무르 익은 수밀도를 입안 가득 깨물며..
손 끝과 입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향긋하고 달콤한 그녀의 젖가슴을
한참동안 정성들여.. 기분 좋게 애무해주었다..
[영애의 이야기]
198X년 여름.
짙은 색상의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맵시가 잘 어울린다.
긴 다리의 어여쁜 아가씨가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어간다.
초록색 긴팔 남방에 하얀 도트 무늬, 그리고 산뜻한 하얀 운동화.
화사한 원색의 색감들이 시각적으로 톡톡 튀는 상큼함을 발산한다.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이쁜 체형에 잘 어울리는 캐쥬얼한 색상이 아름답다.
옅은 분홍색의 헤어밴드를 단정하게 착용하고
룰루 랄라♬ 행복한 미소를 짓는 미소녀.
입을 벌려 노래하는 그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예쁜 얼굴 만큼이나 노래하는 모습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잊는다는 슬픔보다.. 잊어야 한다는 이유가..
내겐 너무도 서글픈.. 아픔이었네...
잊어야 하는 마음을.. 가을비는 아는 듯이..
내게 찾아와.. 조용히.. 손짓을 하네..]
빨간색 바탕의 몸체와 하얀색 옆면의 디자인.
STEREO가 고딕체로 써져 있고 선홍색, 노랑색, 하얀색 3색의 동그란 버튼..
몸체의 오른쪽에는 검은색의 타원형도 아닌 것이..
재밌게 일그러진 원형의 액정으로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S전자에서 80년대 초반 일본 소니의 워크맨을 견제하기 위해 출시한 ‘마이마이’
80년대의 젊음을 상징하는.. 다소 투박하지만 정겨운 모양의.. 추억이 서린 카세트.
긴 이어폰 줄을 예쁜 귀에 잇고, 소녀는 나긋 나긋한 목소리로 귀엽게 따라 부른다.
정류소의 큰 전신주에는
하얀 팻말에 투박한 빨간 글씨로 ‘얼음’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사랑스러운 음색으로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따라 부르던 소녀..
가만히 그 얼음 이라는 글씨를 보고 있더니, 쿡쿡- 웃음을 참지 못한다.
더워서 손으로 파닥 파닥 부지런하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사이..
파란 지붕에 하얀 차체의 20번 시민자율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후... 아직 여름은 여름인가봐.. 아침에는 그래도 좀 쌀쌀하더니 왜이리 덥니..’
아리따운 자태의 늘씬한 소녀가 깡총, 버스에 올라탔다.
운 좋게도 한자리 비어있어서, 얼른 쪼로록- 종종 걸음으로 다가가 앉는다.
후텁지근.. 그래도 창문을 여니, 버스가 달릴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두 정거장이나 갔을까.
건장한 체격의 하얀 반팔 티와 통이 큰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 올라 탔다.
검정색 큰 가방을 양 어깨에 지고, 빈 자리가 있나 버스 안을 둘러 보던 청년.
어라? 오른쪽 창가 뒤에서 한칸 앞자리에 앉은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반가운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오는 청년.
소녀는 귀에 꼽은 음악에 집중하느라 누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웃으며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남자.
“어? 준구 오빠? 왠일이예요?”
“왠일은 무슨.. 하하하. 어디가니 영애야?”
“호호. 버스에서 만나니까 반갑네.. 종로에 볼일 있어서 가고 있어요.
우리 할아버지께 갖다 드릴 물건이 있어서 전해드리러요..”
“그래? 말 잘듣는 착한 아이네 흐흐흐”
“칫- 오빤 맨날 나만 보면 어린 아이 취급하셔.. 호홋..
뒤에 짊어진 가방은 뭘 담았길래 그렇게 커요?”
“이거? 별 것 없어. 곧 있으면 대학교 중간 고사 기간이라, 난 도서관에 가는 길이거든.
전부 책만 들었지 뭐 하하. 교재랑 사전같은거.. 으 무거워 죽겠다 사실은.. 쿡”
“킥킥킥 그랬구나.. 날도 더운데 오라버니 참 열심히 하시네요 공부..”
“하이구~ 더운 날씨라면서 긴팔 남방만 고집하는 건 어디의 누구신가요 키킥.
너 그렇게 입으면 덥지 않니? 옷은 아주 이쁘고 귀엽다만..”
“응응. 괜찮아요. 요즘엔 일교차도 좀 있고..”
“크크. 그것보다는, 제 아무리 더워도 패션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라는 고집이 아닐까 싶은데~ 하하.
근데, 무슨 음악을 듣고 있어?”
준구 라는 이름의 듬직한 청년은 영애가 건네주는 이어폰 한쪽을 가만히 들어본다.
오.. 아주 좋아하는 이지연의 노래다. 귀가 쫑긋해지며 열심히 듣게 된다.
“이지연 노래구나.. 나도 아주 좋아하는데.. 이거 작년 노래 아니야?”
“맞아요. 신곡은 테이프가 없어서.. 그리고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워낙 좋아해요..
가사가 맘에 들어.. 멜로디도 따듯해서 아주 좋아하는 노래예요.. 히히”
“하하 그래.. 네 밝은 이미지랑도 잘 어울린다 영애야..”
“후훗.. 듣기 좋은 말만.. 오빤 어디까지 가는거예요 그래서?”
“으음~ 세 정거장이면 내려. 학교에 가기 전에 대형 서점에 또 한번 들러야해서”
“복잡하구나.. 바쁘게 공부하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호호”
“짜식... 그렇게 봐주니까 고맙다만, 실상은 피로에 쩔은 고학생이란다 흐흐”
오랜만에 서로 만났는가 보다.
잘생긴 얼굴의 건강한 청년과 소녀는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런데 대화를 하는 중에,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번개같은 아이디어...
“아..!” 뭔가 떠오른 준구가 영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있잖아. 너 혹시 괜찮으면.. 다다음주 주말쯤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다다음주요? 토요일 쯤에? 특별한 선약은 없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한참이나 남은 날짜를 물어보나요? 쿄쿄”
“으응.. 얘길 그냥 해도 되나 이거? 흐흐흐.
내 아는 과 동기놈 세명하고, 끼리끼리 4대 4로 미팅하기로 했거든 크크크”
“엥??? 오빠, 좀 전에 지금 시험 기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아, 그러니까 시험 끝나자마자 쌈빡하게 놀기로 했거든 크하하.
그때가 되면 시험 끝나고 한산해질 때야~.
영애야, 그래~ 왜 니 생각을 못했을까?? 니가 딱이다...
대학생 오빠들하고 언니들 미팅하는 자린데..
한 자리가 마침 모자라서 내가 요새 곤란했거든? 자리 좀 빛내주라 하하”
“......그.. 그런 걸 갑자기 정하기도 그렇고.. 미팅은 전 부담스러운데..”
“에이, 말하는 느낌을 보니까 그래도 막 싫지는 않은거 같은데? 키키..
괜찮아, 짜식. 다 내가 엄선한 믿을만한 놈들만 골랐어.
쓸만한 녀석들이니까, 이렇게 친한 영애 너한테도 서슴없이 권하는 거 아니겠니?”
“흐음.... 글쎄요... 나이대도 나랑 안맞구요.. 별로 생각이..”
“제발 좀..! 응..?? 너만큼 이쁘고 괜찮은 애가 없어..
요즘은 왜 이리 이쁜 여학생들 찾기가 힘든지..
그래~! 너만한 애가 없어 아주 그냥 캬캬.. 니가 와주면 자리가 아주 빛이 날거야.
영애 너 이쁜 거야 동네방네 소문 났으니까 흐하하.
아참, 그리구 거기 오는 여자애들도 대학생이 아니란다. 다 너 또래야”
“네? 그러면.. 대학생 오빠들하고 여고생들이랑 단체 미팅을 하는 거예욧? 쿠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흐흐. 맞아, 이 얘기부터 했어야 됐어..
그래야 니가 좀 솔깃하고 마음을 놓지.. 하하..
어이쿠, 야~ 나 내려야겠다.
영애야!! 일단 생각은 해봐? 오빠가 내일 쯤에 집으로 전화할테니까. 오키?”
“아 뭐야..? 자기 혼자서 따다다 신나게 말해버리고.. 키키.
알았어요, 저녁 시간에 전화하세요”
알았다는 말을 대신하며, 준구는 싱긋 웃으며 영애와 정겹게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해맑게 웃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손을 흔드는 청년.
부웅~ 버스가 출발하자, 영애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팅이라구..? 너무 오랜만에 듣는 생소한 단어라..
기분이 묘하네. 호호.. 내가 2학년에 올라오고 나서는 한 적이 없으니까..’
처음엔 준구의 돌발 제안에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넉살 좋은 그의 사람 좋은 웃음과, 말할 때 자꾸 손과 어깨를 가만히 못 있고
웃겨 죽겠는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에, 영애는 계속 생각나서 웃음이 터졌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친하게 알고 지내던 준구 오빠.
주먹도 아주 잘 쓰고, 동네 어린 아이들의 골목대장으로 군림해온 사람.
서글 서글하게 잘 생긴 쾌남 정준구..
영애보다 두 살이 많은, 현재 대학교 1학년이다.
국민학교 다닐때부터 자연스럽게 친분이 있던 사이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만큼
여전히 푸근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준구 오빠의 부탁이라서.. 단칼에 무 자르듯 거절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영애도 이미 어느 정도는 마음이 동한 눈치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도 없고
그저 순진하게 들입다 책만 파고 공부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믿음직한 오빠의 도움을 받아, 경험삼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준구의 과한 몸짓과 명랑한 행동거지를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
목적지인 종로 3가에 도착하자, 경쾌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랜만에 친할아버지를 만나 뵈러 가는 날이라서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만난 준구로부터 미팅을 하자는 제안을 받으니
소녀 영애의 신나는 기분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즐겁고 행복 가득한 표정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금은방이 보인다. 이쪽 거리로 들어오면 죄다 금은방 아니면
시계집 뿐이던데.. 하두 오랜만의 길이라 이마에 손을 얹고 이쪽이 맞나..?
기억을 떠올려본다. 청바지에서 주섬 주섬, 작게 구겨진 하얀 종이를 꺼낸다.
지도랍시고.. 그림을 대략 그려온 모양인데.. 좀 어설프다.
“끙.. 이래 갖고는 알아보기 어려운데..
누가 그린 건지 참.. 괴발새발로도 그렸네.. 후후.
내가 이렇게 그림 그리는 손재주가 없다니..-_-.. 그림은 어려워~ 휴우..”
아버지의 기막힌 손재주를 물려 받아.. 그림 실력은 영 꽝이다 (...)
글씨체는 참 예쁘고 여성스럽게 잘 쓰는데, 자기가 생각해도
그림 실력만큼은 어째서 요 모양 요 꼴인지 이해가 안 간다.
사람마다 가진 달란트와 실력이 다르니까 뭐..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인 소녀는 쿡쿡, 미소를 지우며 익숙한 골목길을 걸었다.
‘호오~ 작년에만 해도 여기에 한약방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생겼네??
냄새 좋다.. 이런 약재 냄새 정말 좋아.. 후후.. 아 향긋해..♡ 기분 좋아’
맛있기로 소문난 칼국수 집을 기웃거리며,
잠시 출출해져서 저기라도 들러 요기를 해결할까.. 싶은 충동이 몰려온다.
손목 시계를 보니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한 낮의 점심 시간인데도, 가게 안은 그런대로 한산했다.
오후 한시 반 정도의 한가한 타임.
시원한 식당 구석 의자에 앉아, 구수한 된장 찌개를 시켜놓고 tv를 기웃거린다.
오늘 날짜가.. 아, 그러고보니 벌써 9월 말이구나..
tv에서는 거의 끝물을 향해가는 서울 올림픽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수영 경기장의 커다란 장내가 브라운관을 가득 메운다.
영애는 헤에~ 호기심에 채널을 키다가, 건장한 체격의 웃통 벗은 남정네들이
출발 선상에 서서 수영모를 가다듬는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수영 경기라.. 우리 나라에서 주최하는 경기라면 꼭 가서 직접 보고 싶은데..
파앙-! 총성 터지는 신호와 함께, 근육질의 남자들이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든다.
시원스럽게 물살을 사각- 사각- 촤촤촤촤 가르며 헤엄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그 소리 역시도 무척 호쾌하고 근사했다.
‘에효.. 공부만 한답시고..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인데..
아무리 공부할 때라고 해도 저런 곳은 여러번 가봐야 하는데 말야..
이제 곧 있으면 올림픽도 폐막할텐데.. 몇번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히잉..’
그렇게 내 나라에서 열리는 영광스런 스포츠 제전의 행사를,
흥미가 잔뜩 돋는 얼굴로 빤히- 구경하는 귀여운 영애다.
음식이 바로 나오고, 영애는 호오 호오 뜨거운 것을 식히며
맛있게 찌개를 먹는 내내 예쁜 시선은 브라운관에서 떼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기분 좋은 식사 후 쯔라차차~ 기지개를 쫘아악 키고 가게를 나선다.
어라, 아까 들어왔던 골목인데..
본 적 없는 영화관으로 붐비는 영화거리가 영애의 시선에 쏙 들어왔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친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보문고의 모습도 정겹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개발이 빠르게 진행된 모양인지, 가는 곳곳마다
놀랍도록 변모해가는 종로 3가의 모습이 생경하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다.
영애는 아까의 한약방 앞길을 다시 찾아서, 지도를 보며 가는 길을 재 점검해본다.
할아버지를 만나뵌 날로부터 열흘 뒤 영애의 집.
영작문 과제를 붙잡고 낑낑- 대며 씨름하다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에이.. 짜증나~ 안해~ 하면서 책을 던져 놓고
좋아하는 소설책을 탁! 들고 침대 위로 발라당 드러눕는다.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사다 놓고서 아직 일부만 읽었나보다.
좋아, 오늘 머리도 지끈거리고 공부도 안되는데.. 요 책이나 읽으며 시간 떼워야지.
소녀 영애는 두근 거리는 맘으로 깨끗한 새 책의 책갈피를 펼친다.
그때, 모처럼 느긋하게 뒹굴며 책 좀 몇페이지 보려 했더니..
아래층에서 엄마가 큰 목소리로 전화왔다고 부른다.
누가 이 늦은 저녁 시간에 전화를?
책을 읽으려다 방해받는 게 싫어서, 얼굴이 뾰루퉁해서 계단을 내려온다.
“얼른 좀 내려오지 않고~. 호호. 자 받아봐”
“엄마, 누군데?”
“준구 오빠야. 오늘 전화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는 구나?”
“아..... 고마워요!
응. 전화 바꿨어요 오빠~”
“그래 영애야! 전화가 많이 늦었지?
미안하다 하하하.. 시험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어..”
“호호호. 괜찮아요.. 그 다음날 전화하기로 해놓고..
하루라는 말의 사전적인 정의가 10일이라는 걸, 그 때는 미처 몰랐지만요? 후후”
“에이~ 정신 놓고 연락 못한 나 때문에 화가 났었구나?
서운했나보네.. 미안하다 야.. 하하.. 사과할게.
뭐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번 주 주말인데, 전에 이야기한 미팅은 생각 좀 해봤지?”
“아 맞다.. 까먹고 있었네..? 호호..”
“엥...?? 흐미.. 이제 와서 기억이 나면 어쩐댜...
우리끼리는 이미 아주 신나서..
특급 미소녀 한분이 오신다고 만반의 준비를 잔뜩 해놓고 있었구마이~~”
“우리끼리? 쿠쿠쿠 뭐야~ 김칫국을 그렇게 드시면 안되어요~
장난이었구요. 당연히 오라버니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너무 소식이 뜸하길래 뿔이 좀 나던 참이었어요.. 후후”
“헤헤.. 미안해.. 내가 맛있는 밥 사줄게.. 기분 풀어, 영애야..
암튼 간에, 이번주.. 아니다, 내가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수요일 날 너희 학교 정문 앞으로 갈게. 어때?”
“여고 앞으로 오빠가 오신다구요..? 괜찮겠어요?
여자애들만 가득한 장소에 호호..”
“하하. 괜찮아, 어차피 너만 살짝 보러 갈 건데 잠깐의 쪽 팔리는 것 쯤이야..
학교가 오후 세시반쯤에 끝나지? 그럼 그때 보자, 수요일 학교 정문 앞에서!”
그리고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토요일 약속한 미팅 당일이 되었다.
영애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옷장에 있는 옷들을
작은 침대 위에 쫘악- 늘어 놓고 뭘 입고 가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고 어제 생각을 좀 해놓긴 했지만,
역시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옷을 고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아! 이걸로 정했어.. 오늘은 그냥 수수하게~
지극히 여성스럽고 호호..
사랑스러운 느낌 충만한 컨셉으로 가는 거야, 영애야!
아.. 떨리는 걸...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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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년전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옛 추억에 잠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잔잔한 눈웃음을 짓는 영애..
현준은 그런 영애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정말..
눈 부시게 아름답다.... 그 생각 하나뿐이다.
잠깐 타임 캡슐을 타고 머릿속으로 시간 이동을 다녀오는 사이,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영애의 앞에 앉은 현준은..
아까부터 예쁜 누나가 긴 상념에 잠겨..
우수 어린 깊은 눈빛을 띄우는 걸 보고
무언가 생각할 일이 있는가보네.. 하고서 눈치껏 차만 홀짝이고 있다.
그러다가 영애가 현준의 기색을 보고, 미안해서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호호. 현준아,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해져서.. 좀 서운했지?
미안해.. 너하고 음악 이야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련한 옛날 추억이 생각이 났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는. 하하.
누나가 생각에 빠져 있는 그 예쁜 모습도 좋아요.
어떤 얼굴을 해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정말 완벽하고 이쁜 얼굴이거든요..”
“......우리 현준이가 아주 립 서비스 솜씨만큼은 탁월하구나.. 후후”
“어~ 진짜라니까~ 누나는 내가 외모 칭찬해주면 잘 믿지 못하나봐. 하하하”
“호호. 아니야.. 고맙기도 하고, 내가 부끄러워서 그러지 얘..
히힛.. 차 다 마셨니?”
“네. 이제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고.. 우리 슬슬 일어날까요?”
“벌써..? 애매한 시간인데.. 지금이..
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담? 8시 10분이 넘었어..”
“그럴만 해요. 아까 우리가 여기 들어올때가 이미 여섯시 사십분이었으니까.
누나랑 나랑 재밌게 얘기하다보니까 시간 간줄도 몰랐네요 크크”
“그러네? 마음 맞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까..
한시간 반이 훌쩍~ 가버린 것도 몰랐나봐..호호”
영애의 말은 사실이다.
서로의 나이 차이와 세대 간의 벽을 뛰어 넘어서,
영애는 현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눠 볼수록..
희안하게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여러 가지로 정서가 비슷하고.. 생각하는 가치관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느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도, 마음이 잘 맞고
서로의 생각과 기호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세월의 간극이야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 생각해 보니.. 조금 전 추억에 빠져 있던.. 그 오빠와의 첫 만남때..
그때와 현준이가 태어난 시기가.. 거의 겹치는 때구나.. 재밌네..
영애는 사소한 우연의 일치에도, 작은 의미부여를 하며
눈 앞의 듬직한 청년에게.. 더욱 큰 호감이 드는 것이었다.
시원한 저녁 바람이 사르륵- 다가와 얼굴을 간지럽힌다.
선선하고 기분 좋은 공기의 상쾌함...
영애는 까페를 나서고 살짝 거리를 두고 현준과 걸어가다가,
현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싶기는 한데..
또 뭐가 쑥스러운지 용기를 못내고 있는 걸 보았다.
이 녀석도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지,
크고 두꺼운 손을 살짝 떨면서 영애의 이쁜 손만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키득 키득.. 너 너무 재밌어.. 그냥 손 잡으면 되지, 현준아”
“하하.. 어떻게 내가 손 잡고 싶은 걸 알았죠? 역시 센스 있으신 누나셔.. 흐흐.
누나,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글쎄용~ 나는 현준씨한테 모든 걸 맡겨볼래요.. 오늘 만큼은 히히”
“허얼.. 이게 왠 떡.. 아니 왠 일이래요?
그렇게 나를 안 만나주고..
지난 일주일 동안 애간장을 태우던 누님께서..? 헤헤”
“에공.. 그 얘기는 이제 그만 좀 하라니까.. 미안하게 자꾸..
히히.. 여러번 계속 사과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어..? 호호..”
“큭큭 장난이죠. 누나가, 나보고 다 결정해도 좋다고 하니까.. 기분도 좋고
실감이 안나서 하는 말이예요~ 음.... 그러면 어떻게 한다..?
역시.. 산책을 좀 하다가.. 그.. 우리가 즐거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모테..엘쪽으로 기쁜 맘으로 향해볼까요? 흐헤헤”
“나 주먹 은근히 센데... 맞으면 덩치 좋은 너라도 은근히 아플지도 몰라...”
“히익... 농담이라구요.. 아야.. 때리진 마세요.. 흑...”
장난으로 영애와 토닥거리면서도, 마음씨 착한 그녀가 이런 농담으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걸 알고 있는 현준이다.
정말로 화를 낸다거나 불쾌해 할 사람 같으면,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지도 않겠지만.
여하튼 현준의 맘 속에는 반드시 누나를 은근하게..
최대한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하는 선에서..
어떻게든 모텔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파 속을 헤집으며 손을 꼬옥 잡고 걷고 있는 연인..
영애는 이제 현준에게 가까이 붙어서 걷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이지만..
앞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영애는 청년과.. 몸보다 심리적으로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져 있고
깊은 동질감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 마당에..
그를 향한 부끄러움이.. 많이 희석되어 있는게 맞을 것이다.
상대는 특히, 처음 봤을 때부터 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니까..
오히려 지금은 현준이 영애를..
그 날 그녀의 집에서 살갑게 포옹하고 입 맞추고..
욕정에 못이겨서 그런 걸 짖궂게 요구하는 등..
보다 은밀한 스킨쉽을 조금씩 노골적으로 요구했으면서,
아까 커피숍에서 나온 뒤부터는 뭐가 그렇게 쑥스러운지..?
바보같이 쭈빗 쭈빗하며 적극적으로 영애를 만지지 못한다.
아마도 현준이 영애의 황홀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홀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낮에 그녀를 보았을 때와, 어두운 저녁에 새하얀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여인의 슬림한 바디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시각적 쾌감을 주고 있다.
현준은 동공이 약간 풀려있다.
입을 헤- 벌리고.. 조금 전 커피숍에는 앉아 있어서 눈여겨 보지 않던
영애의 근사한 스타일링에 다시 정신을 뺏겨 버린다.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들 것 같은..
짙은 코발트 블루의 깔끔한 쉬폰 블라우스가 매우 귀엽다.
가슴은 깊게 파이지 않았는데, 라운드 주변에 은은하게 박혀 있는
은빛 구슬같은 펄 문양이.. 한결 여성스럽고 옷의 세련미를 돋보이게 한다.
은은하게 흩날리는 옅은 소라색.. 이사벨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여인.
무릎 위를 살짝 덮는 차분한 스커트에, 하얀 자수를 정성들여 새겨 놓았다.
풍성한 A라인으로 차분한 볼륨감을 드러내는 스커트가 아주 예쁘다.
하얀 가죽으로 된 끈벨트의 한가운데에는 귀여운 나비 모양으로 된
금빛 브로치가 반짝, 거리는 광택으로 빛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금빛 시계의 은은하게 빛나는 매력도, 산뜻한 옷차림과 조화를 이룬다.
캐주얼하면서도 단아한 세미정장의 느낌을 주는 힘은.. 시계 덕분일지도..
바깥으로 나오자 낮게 깔리는 하얀 조명을 받아,
영애의 차분하고 밝은 스타일은 더욱 화사한 빛을 발하였다.
정신을 잃고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넋이 빠진 얼굴로 근사한 여인의 얼굴과 멋진 옷차림, 그리고 길고 예쁜 다리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훑어보는 것은 현준 뿐만이 아니었다.
붐비는 인파 속에 걸어다니는 싱글남들은 물론이고,
버젓이 옆에 여친과 팔짱을 끼고 걷는 남자들도.. 자석에라도 끌리듯이
영애의 화사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몽롱한 눈빛이다.
현준은 꿀꺽, 마른 침을 계속 삼키면서..
그 남자들의 자기 여자를 향한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우월한 쾌감을 맛보았다.
‘새끼들... 보는 눈은 다 같구나.. 그래 니들도 얼마나 설레겄냐.. 으하하..’
영애는 슬그머니- 장난이 치고 싶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현준의 팔을 꼬옥 붙잡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 사이에 안기도록 끼운다.
그러자 소년은 여인의 따스한 미소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살짝 웃었다.
전보다는 분명히 적극적으로 변하는 그녀의 행동이 아주 기쁜데,
왠지 티는 잘 못내겠고.. 그저 기분만 즐겁다.
스윽- 왼 팔을 뻗어 사랑스러운 여인의 어깨를 감싸주는 순간,
삐리리리리~~ 영애의 휴대폰이 울린다.
헉... 아들 지우다.
지우의 이름을 보자,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어.. 어떡하지..? 그냥 받아도 돼?”
“받아야죠 그럼? 흐흐. 그렇게 당황할 것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받아요.. 하하”
“알았어..... 후-... 응, 그래 아들아~ 히히.. 어디야?”
현준은 자기 어깨로 편안하게 감싸고 있는 영애의 부드럽고 따듯한 속살을
은근하게 만지며.. 바로 가까이에서 젼해져 오는 은은한 여인의 체취를 느낀다.
향수 같은 것에 전혀 지식이 없기는 해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 느낌은..
달콤한 살구 냄새 같기도 하고.. 시원한 박하향이 나는 것도 같다.
누나한테 향수 쓰는 법이나 상표같은 것도 차차 배워봐야지.. 생각이 든다.
통화를 끊고 나자 영애는 조금 무거운 얼굴이 되었다.
현준은 그 눈빛을 보고 어라, 일이 잘 안풀리나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애는 은근한 눈길로 자신을 안아주는 현준의 눈치를 슬금- 살핀다.
“......지우한테.. 좀 혼났어...히잉”
“...풉... 프하하... 한창 심각해서 무슨 일 있나 했더니...
고작 아들한테 혼난 걸로 풀이 죽은 거예요, 지금?”
“고작이라니..? 이게 얼마나 큰 일인데 나한테는... 치잇...
요녀석 안되겠어.. 요즘 엄마가 너무 잘 대해주기만 하니까..
너무 기어오른단 말이야 흥..”
“큭큭큭. 웃기다.. 그래서 말해봐요. 뭐라고 혼났는데요?”
“응.. 왜 빨리 안 들어오고.. 전시회 갔었다는 사람이 이 시간까지 쏘다니냐고...”
“그 말이 맞긴 맞네요. 연락도 못해줬으니.. 그래서요? 지금 오래요?”
“응, 오라고 성화야. 근데 내가 거기다 대고 살짝 뭐라고 했어..
그냥 당하고 있을 순 없잖아..?
후후. 엄마 동창 모임 있으니까, 버릇없이 그러지 말라고..”
“잘 둘러대시네요.. 그런 거짓말 센스는 어디서.. 순발력이 대단해요 하하”
“치이 너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호호”
“헤헤, 그럼 이제 시간을 좀 번거예요? 같이 더 있어도 될 만큼?”
“아니.. 그게.. 내가 좀 열받아서 쏘아 붙여주긴 했는데.. 너무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아..
우리 남편도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온다고 그랬거든... 둘째 애도 이제 집에 와 있을 거야..”
“아.... 뭐야.. 아쉽네요... 휴... 희망을 가졌는데..”
“호호.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우리 이제 앞으로 자주 만나서 데이트하면 되지 뭐..
내가 이제는.. 그렇게 연락 피하고, 못된 행동 안할게. 현준아.. 믿어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의 모질게 군 모습들은 용서해줘.. 다시 사과하고 싶어”
“그거는 진작에 용서해드렸어요.. 흐흐. 그리고 난 누나를 믿어요.
아까 정말로 미안해하시는 얼굴이었고,
남편 분을 생각하면 도저히 연락을 할 수 없었다는 그 말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는 되구요..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게 착하게 생각해줘서 정말 고마워.. 넌 참.. 대견한 아이야..”
“흐흐 쑥스럽네요.. 꼭 우리 엄마한테 칭찬받는 것 같다..
자, 그럼 누나! 누나 집 근처까지 같이 차 타고 이동해요”
“에..?? 지금? 아직... 바로 가야할 정도로 시간이 없는 건 아닌데..?”
“알아요. 그래도 미리 누나 차를 타고 집 근처에 도착한 다음,
거기서 조금 얘기 더 하고, 그러고 헤어지면 되죠. 나는 전철타고 집에 오면 되니까”
“너 집이 바로 이 근천데.. 뭐하러 번거롭게 그래..? 내가 미안해서 그러기 싫어”
“하하하. 그냥 제 말대로 하세요 누나.
일찍 집에 보내드리는 조건으로,
오늘은 같이 있을 마지막까지 그렇게 해요”
“그래.. 알았어.. 호호.. 고마워, 현준아”
기특한 생각은 맞는데, 현준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만약 이대로 영애가 하자는 대로 혼자 차를 타고 가게끔 보내주면,
오늘 손 잡고 살짝 어깨만 스쳤을 뿐, 제대로 된 포옹도 못해봤고..
키스도 안했고.. 하고 싶은 스킨쉽을 하나도 못했지 않은가?
영애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지고 싶은 건 그 때문이다.
밤바람이 어느 새 제법 차가워졌다.
아마도 호숫가를 스쳐 지나게 되니,
물가의 기운 덕분에 바람이 불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 모른다.
영애는 현준의 조언대로, 집 근처에서 조금 떨어진..
호수 서호의 송파 나루공원 주차장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현준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영애의 벨트를 풀어 주고 가볍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영애는 현준의 품이 따듯하고 기분 좋다.
“좋아... 역시 좋아해 현준아...”
“그냥, 좋아하기만 할 뿐이예요? 그런 표현은 감정이 없는 상대에게도 할 수 있잖아요..”
“치잇..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래애.. 어떤 말이 듣고 싶은 건데요?”
“하하. 아니에요. 누나 마음이 어떤지는 아니까요 이제는.. 확인했으니까요..
저는 누나를 정말 사랑해요.. 처음부터 사랑했구요..”
“후훗... 잠깐만, 그렇게 대충.. 고백하고 떼울 셈이야.. 너어?”
“엥?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흐흐”
영애는 현준이 꽤 진지하게 무게를 잡으려고 하는 걸 보자
괜히 웃음보가 터졌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녀의 앳된 장난기가 발동한 것은 물론이다..
“내 말은.. 기왕 고백을 제대로 할거면.. 남자답게.. 언제 날을 잡아서..
화끈하게 하시라.. 이 말이지요. 현준씨.. 호호호”
“아.. 그말이군요? 영애씨.. 캬캬.. 알겠어요..
우리가 완전하게 연인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직 아니니까.. 하긴 그러네요”
“음.... 연인은... 맞는 것 같은데...? 쿡쿡”
“아~ 뭐야.. 종잡을 수가 없어.. 하하하. 나랑 사귀는 사이예요, 그럼?”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행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후훗..”
영애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현준의 입술을 덮었다.
적극적인 그녀의 행동에, 현준은 자기도 모르게 슬쩍 몸이 뒤로 쳐졌다.
달콤한 키스가 매우 따스하다..
일주일만에 맛보는 영애의 촉촉하게 젖은 앵두는
얼마나 달고 맛이 좋은지.. 상큼한 꿀물이 흘러나온다..
늘 수분을 담고 있는 여인의 귀여운 입술..
사랑스러운 촉촉함이 은은하게, 기분좋게..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숨결의 가운데
차가운 체액이 여인의 혀를 통해.. 청년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영애가 허리를 구부리고 조금 무리한 자세로 현준에게 상체를 의탁해오자
현준은 땡 잡은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알아서 안겨오다니..
어떻게 무드를 잡고, 잔잔한 작업 멘트를 던질까..
열심히 자갈을 굴릴 필요가 없이, 이렇게 다가와주는 것은
현준의 어깨 짐을 가볍게 내려주고..
영애에게 감사한 기분과 함께 큰 감동을 느끼게 하였다.
‘오늘은... 상쾌한 과일 향기.. 이건 무슨 향이지..
음 딸기..? 그래 딸기같아.. 진짜 달고 맛있는 딸기 맛 입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달고 부드러운 딸기향..
달콤한 입맞춤을 즐기며 청년의 팔이 여인의 늘씬한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여인은 약간 무리해서 허리를 구부리며 사내의 어깨를 안고 있었는데
현준이 그렇게 허리를 아래쪽에서 살며시 당기자,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 흔들리며 상체가 넘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현준은 조금 뒤로 물러나 창문에 등을 단단히 기대고
중심을 잃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몸을 안전하게 받아주며 껴안는다.
“우응.... 쪼옵.... 잠..깐만.. 현준아.. 아.. 나 허리 아파..”
“아.. 미안해요. 나 때문에 무리했구나.. 괜찮아요? 이쪽으로 몸이 너무 기울어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헤헷.. 키스하고 싶어서 너무 몸을 기댔어..
이런 자세는 좀 어렵겠다. 허리에 무리가 와..”
“머리를 써야죠. 그럴땐~ 흐흐.. 누나, 차가 좁긴 한데, 제가 시트를 젖혀 놨으니까..
그냥 누나가 제 위로 건너오세요. 그게 훨 낫겠어요”
“건너오라니...? 위로...?”
“네. 말 그대로예요. 헤헤. 자꾸 가운데 기어 때문에 누나 허리랑 몸도 다치고..”
“아무리.. 그래도.. 이 좁은 실내에서.. 그리고 부끄러...”
“하하하. 얼굴 빨개지긴.. 어서 와요. 큭큭..
뒷자리는 좁아서 거의 눕지도 못할 거고.. 아니면 제가 거기 핸들까지 달려서
거추장스러운 운전석으로 갈까요? 어느 쪽이 낫겠어요?”
“씨잉.... 꼭 치사하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선택하게 하더라..
알았어, 뒷자리는 좁아서 안되고.. 내가 건너 갈게.. 끄응차..”
현준은 영애가 순순히 말을 잘 듣자, 신나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영애는.. 옷이 구겨질까봐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건너가지.. 고민하던 그녀는,
아! 좋은 생각이 났어, 하는 얼굴로 따칵- 운전석 문을 열더니
쿡쿡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뛰어 현준의 조수석 앞으로 돌아왔다.
“야, 얼른 문열어”
콩콩 창문을 두들기는 장난스러운 모습에 현준도 푸학- 웃음보가 터진다.
“완전 귀여워요. 캬캬캬. 그런 재치를 발휘하다니.. 머리 좋아요. 하하”
“오호호.. 어쩔 수 없잖아욧.. 좁아서 이동하기 어려운데.. 끙차~ 어떻게 하지?
현준아, 그러고 있지 말고 그냥 뒤로 누워버려. 쿡쿡쿡”
영애 진짜 귀엽다... 장난기 가득한 소녀같은 저 천진 난만함..
두근 두근- 거리는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현준은 마른 침을 삼킨다.
영애가 현준의 위에 무사히 ‘낑차-’ 안착하자 현준이 문을 닫았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푸하하~ 웃음을 못 참는 두 사람..
그러면서 현준이 자꾸 큭큭큭 웃기만 하고..
용기를 내서 올라온 영애를 제대로 안아 주지 않자,
그녀는 약간 삐친 입술로 귀엽게 칭얼거리는 것이다.
“뭐야.. 난 지금 되게 많이 용기낸건데.. 반응이 뭐가 이래..? 쳇, 나 갈래”
“기, 기다려요. 하하하- 잘못했어요 누나. 너무 귀엽고, 놀라서 그랬어요. 저도 기분 좋아요..
자, 이리 오세요.. 따듯하게 안아줄게요. 하하하”
“쿡쿡.. 진작 그렇게 해줬어야지.. 히힛”
“아후.. 귀여워 미치겠네 진짜. 큭큭큭. 서른 일곱 맞아요? 흐흐”
“헤헷- 아, 어후 야아.. 그렇게 세게 안지마..♡”
현준은 영애의 따스한 온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여인의 사랑스러운 여체를 꽈아악- 힘 주어 안아주었다.
영애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약간 엉거주춤한 포즈로 무릎을 꿇고 그의 교복바지 위에 걸터 앉긴 했는데..
단지 신발 때문에 편하게 그의 몸 위로 올라타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잠깐만.. 나 구두를 아예 벗을게. 걸리적 거려서 불편해”
“아 그러네요. 하이힐 신으셨네.. 후후. 하얀색이 참 이뻐요 구두도..”
“후훗.. 고마워. 영차~ 짠~ 벗었다. 히히.. 이제 편안해졌어”
“누나 발톱이.. 매니큐어 색이 바뀌었네요? 그새.. 이쁘다..”
“그런가..? 그냥 하얀색으로 칠했는데.. 수수하지.. 히히.. 고마워 현준아”
“이쁜데요.. 뭐든지 다 잘 어울리지만, 세련된 느낌이라 더 좋아요..
발가락.. 뽀뽀하고 싶다..”
“킥킥, 우리 지우도 내 발만 보면 자꾸 만지고 뽀뽀하려고 하는데..
남자들은 다 비슷한가..? 호호”
“그래요? 캬캬. 이쁜 여자의 발은 매력덩어리니까요. 지우도 그런 취미가 있구나. 흐흐”
“후후. 자, 어쨌든 다시 뒤로 누우셔요♡ 에고- 옷 구겨진다..”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영애의 예쁘고 섹시한, 곧은 발가락.
현준의 시야에 사랑스러운 그녀의 발가락과 귀여운 발등이 포착되자,
지우와 비슷한 반응이 현준의 이글거리는 눈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말은 뽀뽀하고 싶다고만 했지만.. 어서 저 예쁜 발을 핥아주고 싶었다..
영애는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뒤로 누운 현준의 가슴 팍을 의지하고 눕는다.
큰 키의 미녀를 가득, 품 안에 올려 놓고 감싸안아주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행복한 기분을 맛보며..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에서 흘러 나오는
향긋한 사과향의 달콤한 체취가.. 사내의 기분을 더욱 들뜨고 행복하게 해준다.
꿀꺽..... 절로 입에 침이 고이며, 아랫도리에도 힘이 불끈.. 솟아 오른다.
“나 무겁지 않아, 현준아?”
“후후, 신경 쓰여요? 전혀 무겁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하하 솜털처럼 아주 가벼워요”
“그래..? 호호.. 그렇다면 안심이야.. 그리고 쫌 무겁더라도,
현준이 네가 워낙 체격도 좋고 힘이 세 보이니까.. 막 위에서 눌러도 괜찮을 듯? 쿠쿠쿠”
“윽... 나도 사람이예요 누나.. 흑흑 그렇다고 막 누르면 아파요.. 키킥”
“장난이쥐 호호... 그리고 너 가슴이 아주 따듯해.. 불이라도 난 것 같아..”
현준은 영애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조용하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이자,
자꾸만 응큼한 생각만 들고.. 아래가 빳빳해져서 이거 참 큰일이었다.
누나는 로맨틱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저렇게 애먹어가며 품에 안겨온건데
이 순간 자기는 자꾸 누나를 어떻게든 범하고 싶다는 욕망만 들고 있으니..
늑대같은 이 녀석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에이, 이런 잡생각 좀 사라져라..!’하고 머리를 살짝 흔든다.
그리고는 촉촉하게 젖은 귀여운 눈망울로.. ‘??’
자길 보고 있는 여인의 작은 머리를 한 손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영애의 상체는 현준이 당기자 조금 더 위로 끌려가고..
현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다른 손으로 꽉- 안아주며
입술로는 뜨거운 입맞춤을 다시 즐기기 시작한다..
쪼옥.. 쪼옵...♥ 쪽... 쭈줍... 쪼옥..♥ 쪽...
사랑하는 두 연인의 달콤하고 찌릿 찌릿- 심장을 흔드는 입맞춤이 이어진다.
키스가 이어지자, 현준의 뜨거운 가슴은 차분하게 떨림이 사그러들었다.
영애와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이..
눈부신 미녀, 품에 안고 싶던 미녀를 드디어
몸에 담고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초조한 떨림의 정서는 사라지고 없었다.
뜨거운 키스를 5분 정도 즐기고 나서, 영애는 쭈옵...♥
가벼운 흡착음을 내며 입술을 떼었다.
영애의 붉은 기운이 감도는 앵두빛 입술이.. 현준의 침으로 젖어
무척이나 요염하게 반짝 빛난다..
그 모습을 보니 현준은 방금 전까지 뜨거운 딥키스를 나누었는데도,
유혹하는 느낌의 붉은 입술을 보며 음란한 마음이 또 솟구친다.
후훗.. 짧게 웃으며 입가에 묻은 침을 느끼고
요염하게 살짝 웃으며, 붉은 혀로 자기 입가를 스윽- 훔치는 영애.
현준은 자기 침을 누나가 맛있다는 얼굴로 혀로 핥으며 움직이자,
그 모습이 진짜 야하게 느껴졌다. 생각도 못했던 영애의 음탕함을...
짧은 순간 발견한 기분에, 사타구니가 팽팽-하게 빳빳해진다.
‘기분 탓이겠지..? 왜 이렇게 색녀처럼 보일까 흐흐..’
그러자 영애는 가만히 깔고 앉아 있던 현준의 바지 위로
뭐가 아까부터 뽈록-하게 솟아오른 건 느끼고 있었지만..
갑자기 아주 뜨거운 기운이 더 딱딱하고 거칠게 곤두서서-
자기 치마를 콕- 콕- 찔러오자, 조금 당황스럽다.
키스만 했을 뿐인데, 얘가 왜이렇게 흥분하지..??
“이, 이거.. 왜 이러는 거야.. 현준아? 너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니지..?”
“아니예요 그, 그런거.. 하하.. 고작 이 정도로 흥분할 리가 있나요..
누나가 너무 너무 이쁘니까.. 몸이 머리랑 따로 노나봐요.. 헤헤”
“쿡쿡 그런거야..? 음... 우리 남편 이야기를 자꾸 해서 미안한데,
그이는 성욕이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약해서..
이렇게 사소한 자극으로 흥분하지는 않는 거 같애..
근데 너는 힘이 좋아서 그런지..
아휴.. 이것도 금방.. 이렇게 되는 구나..?”
영애는 순간 입 밖으로 “이렇게 사소한 자극으로 발기하는 구나”라고
말할 뻔하다가, 부끄러워서 표현을 완곡하게 바꾼 것이다.
어쨌든 현준은 영애의 입을 통해서 뜻밖에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묘한 흥분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영애는.. 그녀의 남편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신기하게.. 별 부담 없이 남편 이야기를 스치듯 언급하기도 한다.
“누나.. 나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말해봐.. 또.. 그 무리한.. 삽입.. 이런 것만 아니면..”
“하하.. 그런 얘기는 안하죠.. 누나가 꺼리는 걸 잘 아는데요..
그건 당장은 바라지 않구요. 흐흐. 지난번에 왜, 누나 가슴..
만지기만 하고.. 직접 구경도 못해봤잖아요.. 기억하죠?”
“기억하지.. 호호.. 그때는 미안했어..
다 큰 애를 실컷 자극만 시켜 놓고.. 후후..”
“하하 얘기가 잘 통해서 좋네요. 그래서.. 누나 가슴을 만지고 싶어요”
“....생으로..?”
“네. 당연하죠..? 흐흐.. 가슴 정도는 괜찮잖아요”
“알..겠어.. 호호.. 네 마음대로 해 현준아..”
아싸!!
현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신이 났다.
드디어 영애의 크고 탐스러운 하얀 젖가슴을.. 입으로 실컷 맛볼 수 있다.
두근.. 두근.. 떨리는 심정으로, 현준의 두터운 손이 영애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허락도 받았겠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아래의 스커트는 혹시라도 이상한 짓(...)을 하려면 전부 들춰야하는데,
블라우스니까 간편하게 위로 올리면 된다.
꿀꺽... 침을 삼키며, 소년의 손이 스스스- 여인의 옷을 위로 올린다.
영애는 하얀 얼굴을 가볍게 붉히며.. 두근거리는 표정이다.
그녀의 웃옷을 가슴 위까지 젖히고,
빨간색의 예쁜 무늬가 들어간 브래지어를 뚫어지게 보자..
영애는 부끄러워서 당장이라도 가슴을 가리고 싶어졌다.
“뭐..해.. 가슴도 아니고.. 속옷만 그렇게 뚫어지게 보다니... 호호..”
“너무 이뻐서요... 속옷 색깔이 진짜 이뻐요..
누나 새하얀 피부에.. 빨간 색이라니..
왠지 좀 야한 거 같아서.. 흥분되네요.. 흐흐..”
“쿡쿡, 그런가..? 칭찬해주어 고마워.. 히히..”
“아, 못참겠네요 진짜...”
현준은 꿀꺽.. 일부러 크게 침을 들으라고 삼키며
스슥- 영애의 브래지어 후크에 손을 대어 툭- 가볍게 풀었다.
그런데 재밌는 게.. 영애는 아직도 허둥지둥 대는 남편이랑 다르게,
한번에 솜씨 좋게 툭 푸는 현준을 보고 푸하하 웃음이 터진다.
“..? 왜 웃어요? 흐흐 누나”
“아니야.. 나 혼자 재밌는 생각이 나서... 호호..
저기, 오.. 옷 말이야.. 전부 벗지 않아도.. 괜찮아..?”
“아~ 블라우스요? 괜찮은데.. 이대로 가슴만 드러내게 할 생각이예요”
“왜...? 그냥 벗겨도 되는데.. 호호호..”
“후후후.. 그건 다 이유가 있지요..”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 어느새 영애의 새하얗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드디어 화려한 광채를 뽐내며 현준의 앞에 드러났다.
크다... 단순히 큰 것이 아니라 무척 아름답다....
현준은 감동 받은 눈빛으로.. 눈 앞에서 푸루룽~♥
미약하지만 힘있게 튕겨 오르는.. 예쁜 젖가슴을 바라본다.
대박이다......
이제까지 봤던 어떤 젖가슴보다도,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형태를 하고 있다..
단순한 크기만으로는 더 크고 풍만한 가슴들도 많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봉긋 솟아오른..
동그란 원 모양의 아름답게 그려진
황홀한 곡선미가 잘 살아 있는 근사한 가슴은..
정말 처음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뭐야 이거..? 사기 아니야..? -- 수술한 거 아닌가 혹시..?
여고생들 가슴 보다도 더 완벽하게 생긴 것 같은데....’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은 멋진 생김새..
새하얗고 아름답게 반짝, 빛나는 영애의 근사한 유방이..
차창을 통해서 은은하게 스며드는 달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환상적인 경치를 뽐내며..
그렇게 차 안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현준은 심장이 너무 쿵쾅 쿵쾅- 떨려서.. 파르르.. 떨리는 손길로
영애의 물이 오른 젖가슴을.. 감히 만질 엄두를 못내고..
가만히.. 경외의 눈빛을 담아.. 바라보기만 하였다.
불과 몇 초사이에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하며..
설레임을 감출 수 없게 하는 완벽한 젖가슴..
소년은 계속 마른 침을 삼키며, 여인의 근사한 자태를 구경한다.
서서히.. 손을 뻗어 그 아름다운 둔덕을 직접 만져본다.
우와! 부드러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엄청나게 부드럽다..
손으로 꾸욱- 눌러보자, 만지는 대로 쑤욱 들어가는
말랑 말랑한 젤리 같은 가슴의 부드러움..
손 끝에 만져지는 그 아찔한 감촉이..
스르르 손이 녹아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아니, 이건 무슨 부드러운 마쉬멜로우도 아니고..?
성숙한 여인의 물오른 젖가슴이 이렇게 부드러울 줄이야..?
그냥 단순하게 탄력이 뛰어난 여중생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물론 어리고 팽팽한 아이들의 가슴도 아주 매끄럽고 기분 좋지만.
적당한 연륜을 담고 있는.. 차분함과 정숙함이 깃든..
유부녀의 흰 유방에는..
감히 어린 처녀들은 소화할 수 없는 농염한 깊이가..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현준은 영애의 한껏 팽-팽해진 젖가슴을.. 신기한 눈빛으로
뭉실 뭉실.. 기분 좋게 쓰다듬고, 살짝 꼬집어 보기도 하고..
그동안 만져보고 싶던 누나의 탐스러운 수밀도를
감동 어린 눈빛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소중히 어루만진다.
영애도 마찬가지다.
남편 이외에 자신의 숨어 있는 속살을.. 남자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아주 예전.. 그때 그 일 이후로는 참으로 오랜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발그랗게 수줍음으로 귀엽게 물들어져 있다.
사실 지금도 자꾸.. 현준이 자기 가슴을 가지고 신기한 눈빛으로
매만져주면서 어린 아이처럼 가지고 노는게..
귀엽게 느껴지는 동시에 무척 부끄럽고 민망하다.
“너무 그렇게 만지작 거리면 부끄러...”
“크하하. 안 그럴 수가 없어요. 이렇게 기분 좋은 가슴은 첨 만져봐요..”
“쿠쿡.. 그럴 리가? 이런 아줌마의 쳐진 가슴이 뭐가 좋다고..”
“진짜라구요?! 누난 잘 모르나본데요?
누나 가슴의 끝내주는 감촉은 대박이예요..!!
하루 종일 가슴 만지고 빨면서 누나랑 뜨겁게 키스만 해도..
엄청 행복할 거예요 진짜... 하하”
“키키킥. 솔직한 표현이 좋아.. 고마워, 현준아..”
영애는 현준이 숨도 제대로 못쉬고, 얼굴이 발개지며
씨익- 씨익- 뜨거운 숨결만 내쉬며 자기 가슴을 만지자..
내 가슴에 무슨 하자가 있나, 싶어서 내심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직설적인 칭찬을 듣자, 부끄러움은 스르르- 사라지고
자신감이 다시 되살아남을 느낀다.
알고는 있다. 예전부터 남편 준상이 그녀의 예쁜 몸 중에서도 특히
가슴의 아름다움을 끝없이 찬미해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현준은 계속해서 영애의 몰캉거리는 푹신 푹신.. 젖가슴을
쉬지 않고 만지작거리는데.. 질리지도 않는 얼굴이다.
이런 보물을 감춰두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아래의 조갯입은 얼마나 예쁠지..
감히 상상만 하는 걸로도, 또다시 페니스가 미친 듯이 발기한다..
꿀꺽.... 침을 삼키며.. 현준은 뜨거운 김을 뿜어댄다.
조수석 옆에 놓인 물병을 툭- 따서 벌컥 벌컥 마신 후,
후우- 목도 축이고 진정이 된 현준..
쩌억~ 크게 입을 벌리고..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한 입..
깨물려고 액션을 벌이자, 그걸 보고 있던 영애가
킥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현준도 그녀의 귀여운 웃음에 머쓱해져 살짝 웃어주며..
영애의 어여쁜 복숭아 한쪽을 손에 가득 쥐고..
다른 쪽 머쉬멜로우는 입으로 쭈루룹~♥
맛있게 삼킨다..
맛있다...
달착지근한 꿀물이.. 싱그러운 청초함이 살아 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상큼한 과일 향기의 여운과..
따듯한 살결의 포근한 감촉이.. 청년의 입과 혀를 타고..
그대로 목젖까지 닿을 만큼.. 입 안 가득.. 아찔하게 전해져 온다..
격한 감동을 느끼며 눈물을 살짝, 흘리는 것도 잠시.. 거친 흥분을 죽이며
부드럽고 달콤한 젖가슴의 황홀한 감촉과 끝내주는 맛에..
푹 빠져버린 행복한 청년..
미친 듯이 서있던 거대한 육봉의 펄떡임이.. 약간 진정되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아름다운 여인의..그렇게 고대하던 가슴을 원없이 즐기고..
누릴 수 있게 된 행복감에 젖으니.. 큰 만족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챠압- 챠압- 츄릅- 쭈릅- 챠압....
정신없이 영애의 풍만한 젖가슴을 핥아대기 시작한다.
현준의 입은 거침없이.. 그녀의 사랑스러운 흰 유방을..
손 가득 움켜쥐며, 마구 문지르고 있다.
그렇다고 거칠게 흥분해서, 영애가 아파할 만큼 막 꼬집고 짓누르지 않고..
되도록 그녀를 배려하려고.. 너무 힘이 안들어가게.. 살살 만진다.
그런데 이렇게 만지기만 할 때와는 다르게..
입으로 가볍게 훑고.. 애무하고.. 뽀뽀하고.. 빨아먹을 때에는..
사정없이 거칠게 다루고 싶어진다.
현준은 영애의 수밀도를.. 정신줄 놓고 험하게 빨고 깨물고
별 짓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지금의 매너있는 모습은.. 현준 나름대로 그녀에 대한 정중한 예의인 셈이다.
자기가 진심으로 흠모하고, 깊이 사랑하는 누나를 그렇게 거칠게 대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영애는 어린 청년의 그런 심경의 변화까지는 모르고..
그저 기분 좋게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전혀 흉보지 않고 매너를 잃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사랑스럽게..
쪽쪽 빨아주는 그 혀의 감촉이 짜릿.. 짜릿..! 여운을 안겨주는게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머리가 찌르르~~ 울리는 것 같다.
“아.... 현..준아...♡ 나 이상해... 기분 너무 좋아... 하응..♡...”
“쮸릅... 챠릅... 후후후... 좋아요? 다행이예요... 챠압...”
보통 민감한 몸이 아닌 것 같다..
현준은 지난 번에 영애의 다리를 거칠게 자기 다리 사이로 쪼일 때도,
탐스럽고 귀여운 히프를 막 꼬집고 문지를 때도,
영애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전체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연약한 체질인 것 같다..
더욱 더 그녀의 신체를 하나씩 알아가고,
애무하고 즐길수록.. 훨씬 큰 쾌락의 문이 열릴 것 같아..
점점 더 설레임과 정신적인 만족감이 커져만 간다.
“...♡... 아... 싫어.. 그렇게 깨물면... 으흣...
좋아... 하앙... 가슴이 이렇게.. 좋을 줄..은... 아..♡...”
현준은 그렇게 소중한 영애의 무르 익은 수밀도를 입안 가득 깨물며..
손 끝과 입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향긋하고 달콤한 그녀의 젖가슴을
한참동안 정성들여.. 기분 좋게 애무해주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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