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에, 조연 인물 소개에 조금 긴 글을 할애한 에피소드입니다.
훗날 다시 읽어보니 불필요한 철학적 표현이 너무나 많아, 줄이고 수정했네요..
고등학생들의 심리와 형성과정을 유치하고 해괴한 이미지로 그려낸것이
지금 제가 읽어봐도 민망합니다 ^^;
나중에 쓰고자 한 설정들인데.. 그냥 수정만 해둡니다.
(2015/0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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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부
수경과 희연은 고교 입학때부터 서로 죽이 잘 맞아 바싹 붙어다니던 사이다.
성격과 성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서로를 잘 배려해주는 심성을 지녔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참으로 겸손하고 인성도 잘 다듬어져 있다.
수경은 또한 앞서도 말했지만, 본래 자신의 미모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다.
힘겨운 가정환경과 여타의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이제는 당당하게 말한다.
본인의 수려한 용모에 자신을 되찾았다고.
지우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부으며 사랑 표현에 솔직하게 임했던 덕분이다.
그런 수경이 처음 희연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숨막히게 폼나는 스타일에 넋을 잃었던 그것이었다.
희연이 수경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아름다운 미모와 다부진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그런 반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허당기질에 털털한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수경은 차분하고 배려 깊은 희연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우선 그녀를 처음 봤을때부터 뭔가 그 압도적인..
평범한 한국인의 스타일과는 다르다는 강렬한 인상에 매료되었다.
재밌는 현상이다.
겸손하고 온순한 심성의 두 미소녀.
보기 드물게 재색을 두루 겸비한 아이들은
여러모로 친해지고 나서 이야길 나눠보니, 상성(相性)이 아주 잘 맞았다.
그리고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이번에 뜻하지 않게 지우와 수경의 은밀한 사랑을 희연이 엿보고 나면서
훈훈한 관계가 어색해지긴 커녕~ 비온뒤에 땅이 굳어지듯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오히려 수경의 거침없는 애정표현을 보고..
희연은 심정적으로 몹시 부러움을 느꼈다.
지금의 희연에게서는 결코 내비칠 수 없는 용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키가 컸고 몸매가 좋았지만, 외모는 다소 거무튀튀한 인상의 소녀가 있었다.
동남아 출신 같다, 혼혈인데 잘못 섞인게 아니냐,
생긴게 이상하다, 피부가 여성스럽지 못하고 검다...
위와 같은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자라오면서 많은 아픔이 있던 희연이다.
어렸을 때의 이목구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못나거나 딱히 흠결이 두드러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미인도 아니었는데..
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춘기에 들어서자, 점점 얼굴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올바르게 정변하는 미소녀의 미모 upgrade과정(?)이라 보면 되겠다.
조금 이야기를 더 전개해보자.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수경이 희연과 둘만 남게 된 그 자리에서 이 아이의 지난 상처를 떠올리며,
그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어했다는 점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그 말하기 어렵고 매우 난처한 속사정이 무엇일까...
지금부터 짧은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희연에게는 여섯 살 차이 나는 친오빠가 있었다.
어릴 때는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집에 홀로 둘만 남겨지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희연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오빠가 여러 가지로 희연을 따듯하게 잘 이끌어주었다.
어린 소녀도 자상하고 남자다운 오빠를 많이 의지하고 매우 잘 따랐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 조숙한 소녀는
어느덧 160cm대 후반에 육박하는 큰 키로 훌쩍 자랐고
키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의 밸런스가 꽤 좋은 발육상태를 갖추게 되었다.
작은 구멍가게를 하던 지연의 가게에 찾아오던 손님들도,
다 큰 처녀가 이런데서 캐셔를 보고 있냐고 착각할 정도였다.
피부 톤은 어릴적에 조금 짙은 갈색을 띄었다.
지금은 비록 성장하면서 놀랍게도 많이 하얗게 변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은 섹시하다고 추켜세워주며 부러워하는데, 본인은 이게 굉장한 컴플렉스였다.
서구적인 미모의 이국적 마스크를 지닌 소녀.
오빠는 그런 지연에게 눈이 살짝 찌부려진 인도 여자같다고 놀리곤 했다.
수박같은 걸 먹고 씨를 이마에 붙이며,
이렇게 하면 인도 궁전의 공주라고 짖궂은 장난을 치곤 한다.
어머니는 가게를 보다가 일 없으면 종종 낮잠을 자는 편이고 그 빈자리를 어린 희연이 채운다.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한 사이, 오빠도 하교후에 와서 가끔 둘이 카운터를 보곤 하는데..
사이가 아주 원만하던 남매에게-
지연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사건이 일어났다.
참고로 오빠는 피부색이 지연보다 되려 하얗다.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고 희미한 정도.
이목구비도 훤칠하고 남자답게 생긴 늠름한 미남이라 인기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자꾸만 중학교 들어갈 무렵의 여동생에게..
훌쩍 처녀의 페로몬을 풍기는 마력과 색기를 느끼고..
은밀한 욕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본인도 그런 동생을 볼때마다 심히 괴로웠다.
‘이런 개같은 생각을 내가..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
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잡념을 떨쳤다.
그 후에도 가끔씩 떠오르는 얄궂은 음심(淫心)은 끊임없이 오빠 유철을 괴롭혔는데..
어느 더운 여름날, 목욕후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뒹굴고 있는 소녀에게 오빠가 찾아온 것이 사건의 계기였다.
오빠는 여느 때처럼 선풍기를 틀고 누워서 만화책을 보는 소녀의 긴 다리에 시선을 뺏긴다.
아름다운 동생의 모습은 흡사,
섹시하게 태닝한 ‘불란서 풍’의 유럽미녀 같았다..
꿀꺽, 언제나 뜨거운 침샘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자태다.
옆에 가만히 드러누워 동생의 만화책을 같이 보며 태연을 가장하고 있던 오빠는..
그날따라 더운 날씨 탓에 굉장히 흥분했었고,
방에 들어올 때부터 발기해서 A-텐트가 이빠이 쳐진 상태였다.
결론만 말하면,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을..
순진했던 여동생을- 이성을 상실한 오빠가 무참히 겁탈해버리고 말았다.
하아... 하아...
억눌리고 쌓여있던 욕정을 간신히 해결하고 나서, 즉시 크나큰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철.
희연은 물론 괴로운 통증에 몸부림치며,
흐느끼는 눈물과 비통함으로 며칠간을 빠져 지냈다.
이게 단 한번의 실수에서 그쳤으면 괜찮은데..
이미 한번의 선을 넘어버린 유철의 풀린 고삐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싫다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지는 동생을,
수차례에 걸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강간하였다.
강도질도 살인도 처음이 어렵지 반복되면 익숙해진다더니-
유철에게도 죄의식은 점점 옅어져 갔던 것이다.
그렇게 인간미 넘치고 자상하게 동생을 예뻐해주고,
애정을 듬뿍 담아 보듬어주던 오빠였는데..
음욕의 화신으로 한번 탈바꿈하고 난 뒤에는..
동생이 아무리 몸서리를 치고 저항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희연은 오빠의 간간히 이어지는 폭행과 입막음 덕분에
몇번이나 심란한 고민에 빠져 "말해야지! 이대로 있으면 안되지?" 하고 갈등만 할뿐..
끝끝내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했다.
부모님께는 털어놓을 용기도 못내고, 인륜을 어긴 금단 관계를 이어오던 두 사람은
5개월 뒤, 희연의 임신으로 인해.. 그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유철은 철저히 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만 나날이 불러오는 배를 무슨 수로 감춘단 말인가?
결국 그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집근처 동네의 산부인과에서 애를 강제로 지우고 말았다.
문제는 이것을 우연히 그 절묘한 타이밍에 스쳐지나가던 희연의 부친이 본 것이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설마 아니겠지.. 작은 딸을 붙잡아 앉혀놓고 이실직고를 명하였다.
잡아뗄레야 뗄 수 없는 명백한 증거 앞에, 소녀는 뜨거운 눈시울을 붉히며 사실을 털어놓았고
있을 수 없는 사건을 두고- 아버지는 끔찍히 고통스러운 정신적 쇼크를 입었다.
수많은 시간을 끙끙 앓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다가..
끝내는 줄로 목을 매달며 세상을 등지고 만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은 온 가족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으며
어머니는 심한 정신적 쇼크를 받아, 병원에 입원하여 6개월간이나 신세를 지었고..
사건의 주범인 오빠 ‘김유철’은 몇날 며칠 몇주간을 심히 괴로워하다,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정작 죽어마땅한 놈은 빨리 죽지도 못한다.
용케 살아나긴 했는데.. 그 자살미수의 후유증으로 실어증을 앓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족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사촌인 작은 고모와 고모부가
이렇게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꼴만은 막아야한다!
라는 판단에, 재빨리 유철을 해외로 보내버렸다.
위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큰 시련이 닥치기 전에 오빠 유철에게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엄마 아버지 오빠 모두가 순식간에 변을 당하고 매우 안쓰러운 처지가 된 불쌍한 소녀..
희연은 그 한해동안 줄곧 깊은 시름과 번민 속에서 정신과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상당히 정신력이 강한 소녀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내 살길은 내가 개척해야지.. 여기서 약해지면 아버지 어머니 모두에게 볼 낯이 없어져!
하고서 끈기 있는 의지력으로 떨치고 일어났다.
학비는 다행이 고모와 고모부께서 지원을 해주시고,
지금은 아예 엄마랑 함께 그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희연은 오빠와의 사건 사고 뒤로, 당연한 일이지만-
남성에 대한 끔찍한 혐오증과 불신이 생겼다.
이 트라우마는 잊혀질래야 잊힐 수가 없는 것이니..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주변에서 그 미모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철저하게 남성이 배제된 여자들만의 환경을 고집하고 살아왔다.
중학교 3학년 봄,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희연은 향후 진로를 결정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언제까지나 이런 ‘남성혐오증’을 안고 살아가면 나는..
앞으로 언제까지 지독하게 이어질지 모를, ‘총체적인 인간 불신’의 깊은 늪에 빠져 지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가 내 안의 벽을 깨고 껍질을 뚫고 나가야해..
그래서 일부러 여고를 지망하지 않았다.
‘일부러’ 남녀공학을 택했고..
그래 놓고도 입학한 후에는,
후유증이 있어서 남학생들과의 접근을 심히 꺼렸지만
금방 남자들과의 대화도 부단히 노력하며.. 서서히 말문을 트여갔던 전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진작부터 희연의 지난 과거를 익히 알고 있던 수경이
정신적 멘토 역할과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희연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마음 편안해하고..
함께 있어도 몸에 이상 반응이 안 일어나고, 그나마 유쾌할 수 있는 사람~
큰 거부감 없이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이성이..
바로 지우인 것이다.
늘 수경과 붙어 있다보니 지우와는 이야기할 기회도 많았다.
단지 이번의 제주도 호텔에서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이전의 친오빠와 가졌던 그 아픈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나서..
단순히 이 두명에게 미안함의 감정보다도,
자신의 괴로운 기억 때문에 아파서 몸서리를 쳤다.
수경도 그걸 아니까.. 일부러 지우를 내쫓고 몰래 잘 다독여준 것이리라.
희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평탄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으리라 짐작되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본인이 높은 정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만한 생각이며 성인들이 볼때는 코웃음칠 이야기지만.
여하튼 희연은 여간한 고교생이나 스무살 넘는 어른들도 우습게 보기 일쑤였는데
그런 네가지 없던 혼혈소녀(?)가 수경을 만나고 꽤 큰 충격을 받는다.
머리도 매우 좋고, 지능지수만 높을 뿐 아니라 감성도 아주 풍부한데다..
성품도 나무랄데가 없으며 (적어도 이때까지 볼때는) 운동신경도 뛰어나다.
이런 아이도 있구나.. 하고 그 당시에 신선한 청량감과 감탄을 느꼈더랬다.
마음과 마음이 죽이 잘 맞음을 확인한 이후부터
그렇게 희연은 수경을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찰싹 붙어다니게 된다.
수경도 희연을 굉장히 아끼고 좋아한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입장이기에 어느 한 사람에게만 애정을 몰입할 수 없지만..
지금 가장 애정을 쏟는 1순위를 꼽아봐-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지우와 희연이 될 것이다.
단짝 지혜를 비롯 여타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가슴 아픈 과거를 지닌 희연과의 소통과 치유 과정에서
수경은 정서적으로 그녀에게 깊게 깊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덧붙여 완벽에 가까운 모델 스타일에도 같은 여자로서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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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도 해변.
현재 지우랑 수경이 친구들 내버려두고 나몰라라~ 하고 둘만 데이트하러 가버리자,
희연은 내심 삐쳐서 묵묵히 모래사장만 헤집는 중이다.
호감 있는 남학생들이 다가와 은근히 작업을 해도, 전혀 관심이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몹시 짜증나고 귀찮지만..
이미지 관리상 차마 그런 티는 못내니까 (이것도 수경의 조언 덕분이다)
사근 사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며, 혼자 생각할 것이 있다고 잘 둘러댄다.
근데 지우랑 수경이는 어디로 간거야 -.- 나랑도 같이 놀지...
지혜, 다솜, 은지 이렇게 친한 넷이서 뭔가..
모랫덩어리로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괴상한 성을 짓고 있다.
성은 성인데 모양새가 거시기하다? ....
잘 짓다가 장난기가 동한 다솜의 의도적인 실수로, 남자 성기 모양으로 짓고 있었다 (...)
정체를 알고 나서 얼굴이 빨개진 다른 아이들과..
뻘쭘하다가도 곧 다같이 빵 터지며 열심히 만들고, 흔적을 없애버린다.
한편 지우와 수경은 비교적 인적이 드문 해안가를 차분하게 따라 걷는 중이다.
높은 허공에서 아래로 하이앵글로 잡고 내려다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은 연인이다.
수경은 내내 지우의 손깍지를 꼬옥 끼우고 걷고 싶던 것을 참다가..
이제야 아쉬웠던 것이 해방되서 마음껏 깍지도 끼우고~ 팔짱을 끼며 지우와 정답게 걷는다.
그렇게 늘 붙어있으면서도.. 어느 한순간도 지우에게서 떨어지기가 싫은가보다.
지우도 수경을 끔찍이 아끼는 만큼- 천상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커플이다.
“아가야. 이따가 애들한테 돌아가면 그때는 이거 걸쳐야돼”
“알았엉~ 자꾸 잔소리하네. 히- 그렇게 애기가 다른 남자들한테 알몸 보이는게 싫어?”
“당연하지 바보야. 넌 내껀데 누가 훔쳐보면 열받잖아...”
“칫.. 몰라..”
수경은 지우가 언젠가부터 자신을 종속시키는 느낌의 멘트를 남발해도,
싫기는 커녕 도리어 기분이 짜릿함을 느꼈다.
구속당하는 말을 들어도 어째서 기분이 아무렇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의아하다. 나도 은근하게 무의식중에는 변녀 기질이 있나봐?
지우한테는 어제의 첫날밤과 오늘 아침의 황홀했던 체험 이후로
오늘 종일.. 더더욱 뜨겁게 안기고 싶은 충동이 계속하여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걸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고 이성의 힘으로 버티는 중이다.
이게.. 이렇게 신경을 써서 짓눌러야하고 떠오르지 않도록 억압해야하는 감정이라니..
나는 정말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야한 색녀가 되어갈까?
다 이 나쁜 꼬맹이.. 바보 꼬마 때문이얏! 에잇..
혼자만의 망상을 재밌게 떠올리며~
소중한 남친에게는 그런 내색을 애써 숨긴다.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지우의 코만 꾸욱~ 짖궂게 손끝으로 꼬집어보았다.
“아야! 아파! 야.. 이거 무슨?
마,, 네가 꽃게냐! -.- 왜 꼬집어 갑자기?”
“ㅋㅋㅋ 미안해. 너무 니가 이뻐서 갑자기 꼬집고 싶어졌어.. 마니 아파?”
“씨잉. 아프지.. 너도 한번 해줘?
아야야.. 너 손톱 봐봐. 언제 깎았어?”
“손톱 없는데.. 엄지랑 검지끝으로 눌렀거든 바부얏. 엄살은 디게 심해”
“참나. 지가 꼬집어놓고 당당하긴.. 일루와! 넌 벌좀 받아야돼”
“꺅-?! 어딜 다큰 처녀를 막 안앗.. 야~!”
“흐흐. 아무도 안와. 가만히 있어. 앙탈부리지 말고 있어봐좀”
소녀의 말랑 말랑한 하얀 히프를 지멋대로 막 주무르면서 신이 났다.
수경은 지우가 갑자기 껴안으면서 거침없이 만져대자 겁이 덜컥 난다.
애꿎은 몸부림을 펼치며 남친의 품에 안겨서 저항을 부리는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 자식이 음탕한 짓하는데 누가 올까봐서다..
지우도 수경이 싫진 않은데 마지못해 끌려오면서 귀엽게 반응하는 걸 알고 더 짖궂어진다.
“응.. 흐응.. 아후, 야아~!!
하지 마.. 누구 와 지우야아..”
“하아.. 쮸웁, ? 쮸줍.. 쫍 맛있네~
흐흐.. 괜찮아, 어서 이리와”
“너 진짜? .. 간댕이가 부었어! 내가 너 때문에 미쳐.. 들킬 걱정도 안되니??”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애기야.
우리 그럼 아주 으슥한 곳을 찾아보자. 알았지? 이리와봐”
“......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멋대로야.. 미워 죽겠어..”
입술 한쪽 끄트머리를 가볍게 샐쭉이며, 마지못해 끌려가는 수경.
지우에게 잡힌 손이 힘있게 주르르 끌려간다.
몇분간을 최대한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주위 해변가를 찾고 찾던 커플.
어라 그런데 길을 좀 잃는 느낌이다.
선생들이 처음에 지도를 펼쳐주고 안내해준 영역과는 다른 그림이 나온다.
수경은 점점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다 보면, 인적도 드물고..
지우랑 길 잃은 미아가 될 것 같아 불안해졌다.
여긴 점점 갈수록 모르는 장소인데...
한참을 둘이서 좋다고 걷더니 길을 잃은 것 같다.
해는 벌써 저물어 가고.. 수경은 저도 모르게 겁이 나서
남자친구의 팔과 어깨, 손을 잡은 손에 긴장과 두려움으로 힘이 들어간다.
“야. 왜 이렇게.. 너 자꾸 떨고 그래? 몸이 슬금 슬금 떨리는 거 같아?”
“그게, 불안해서.. 지우야, 우리 이러다가 길 못 찾으면 어떡해,
이제 금방 어두워지는데 자꾸 가다는 미아 되버려.. 돌아가자, 응?”
“............”
“그치? 바부야. 흥분해서 막 쭉쭉 앞으로 나가기만 하고. 길 못찾고 헤메면서. 에잇~!”
“애기 너 말이 맞다 야.. 클났네....
언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 사실은 나도 여기가 어딘지 감이 안와.
일단 방향 돌리자. 잘 찾으면 돼. 다행이 아직 어둡지는 않으니까.. 가자”
새삼스럽지만 수경의 새하얀 몸은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구석 구석 조금만 훑어보고 있어도 금방 욕정이 차오르는 지우로 하여금
미칠듯한 음욕을 느끼고 발작하는 증상을 보이게 한다.
지우도 수경만 보면 이제 자신이 제어가 안되고 충동적으로 변하는 사실이 무서울 정도다.
평소에는 비교적 냉정을 유지하는 편인데(그렇다고 생각한다)
갖고 싶은 수경하고만 있으면 컨트롤이 안된다.
그래도 지우의 장점중 하나는,
수경의 조언과 충고를 그 즉시 타당할 때는 수용하는 면이다.
지금도 보니까 수경 말이 맞거든.. 혼자 고집부리다 엉뚱한 곳으로 와 버린 것이다.
언제 여기까지 걸어왔지? -.-
여차해서 도저히 못 알아먹겠으면, 돌아가는 택시라도 타자.
그러면서 두려움에 지친 여자친구를 토닥 토닥 어루만지며 달래준다.
수경은 걱정된 가운데, 유일한 의지가 되는 남친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서 안겨 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빠르게 지났지..
아까 두시반에서 세시쯤 해안가에 집결했을 때에서,
수경과 지우가 둘만의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즐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금새 오후 여섯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버렸다.
아직 해는 밝지만, 조금씩 어둑해질 조짐이 보인다.
수경은 핸드폰도 지혜와 희연에게 맡겨두고 왔다. 믿을 것은 남친의 폰 뿐이다.
남자친구의 전화기로 드문 드문 희연과 통화를 하면서 장소가 어디인지를 파악한다.
다행스럽게도, 20분 정도를 낑낑대며 걷던 커플에게..
겨우 눈에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드러났다.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지우를 놓치지 않고 꽈악 붙들고 있던 수경도
어느새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이 축- 빠진다.
“봐, 다 왔지? 걱정할 것 없다니까 하하. 아까전에 지나왔던 기암괴석들이야.
여기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우리 처음 모였던 해변가가 바로 나온다구. 흐헤!”
“흥.. 미워욧. 벌써 다 깜깜해졌잖아요.. 나쁜 주인님~ 홍홍!
히히.. 그래도 너 길 잘 찾는다? 얘..
나 놀랬어~ 척척 알아서 잘 찾아가네??”
“그래? 그렇지도 않은데.. 나 맨날 방향감각없는 길치라서
우리 엄마가 놀리거든 -_- 공공장소에서도 맨날 길 잃고 헤멘다구”
“푸하하. 아주머니가 그러셔? 걱정이 되니까 그러겠지..
항상 널 보면 칠칠맞고 어린 애기같아서 얼마나 불안하시겠니,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애기얏 ”
“그렇게 말하니까, 지금 이 배경하고 딱 맞네? 물가에 나와 있는 애기들 둘이잖아”
“뭐야.. 그걸 개그라고..
그래. 말된다~ㅎㅎ 자아, 뭐해 얼른가 주인.. 가면서 얘기해”
수경은 지우의 따듯한 품에 사랑스럽게 안기며 쪽, 쪽 귀엽게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잡음도 일고 시끄러운 일이 넘쳐나는 사고뭉치 커플이지만
남친이 좋아 죽겠는 그 마음만은 정말 감추기 어렵다.
지우도 귀여운 수경의 은근한 애무와 키스에 다시 하반신이 빳빳해지고 페니스에 힘이 들어간다.
꿀꺽.. 안돼, 참자. 이제 다 왔어....
힘내라 이성! 욕정 따위에게 지지마.. 젠장.. 너무 꼴리지 말라구.
수경의 손목을 통째로 꼬옥 붙들고 가볍게 끄는 지우.
숙소에 언능 돌아가서 장기자랑 하기 전에 밥 묵고..
씻고 나면 또 수경이랑 즐섹 한번, 으흐흐..
조금만 참자 고지가 보여~~
응?
땀에 흠뻑 젖은 두 소년 소녀 앞에,
갑자기 알 수 없는 두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치회의 2학년 두 차장인 재윤과 석훈이다.
이들의 얼굴을 전혀 모르는 둘은 그저 의아하다.
시커먼 놈들 둘이서.. 심상치 않은 눈길로 지우와 수경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경의 매혹적인 여체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고정한다.
수경은 괜시리 불길한 예감에 흠칫, 지우 뒤로 몸을 움츠렸다.
“무슨... 일인가요, 누구시죠?”
“흐흐, 겁 먹지 않아도 돼. 1학년 1반 윤지우, 차수경! 우린 너희들 선배니까”
“그래, 2학년 임원 선배들이다. 나는 생활부 차장 문석훈이야. 하하”
“야, 이 등신아. 니 소개를 지금 뭣하러 해..”
“아야, 아퍼 임마..”
“생활부..? 그런 부서도 있어요? 우리 학교 선배라는 건 어떻게 믿죠?”
재윤은 알아서 자신들의 정체를 까발리는, 좀 어수룩한 친구 석훈의 뒷통수를 갈겼다.
신분이야 밝혀도 되긴 한데.. 지금은 켕기는 심상이 있어서 찜찜하다.
지우의 의심스런 재촉에- 날카롭게 눈으로 째려보는 재윤.
품에서 학생증과 신분이 담긴 문서를 꺼낸다.
수경과 지우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다가
선도부 차장이라는 작은 명함을 보고서야, 경계의 눈빛을 조금이나마 거두었다.
“그런데 왜.. 저희들 길 잃다가 이제야 겨우 돌아온 건데요”
“흐흐, 알아. 아까부터 하는 행동 다 보고 있었거든. 한참 헤메는 것 같던데 말야?
계속 같은 장소에서 뺑뺑뺑 돌더라구. 우린 멀리서 보고 있었어”
“그.. 그럼 좀 도와주고 그러시지..”
“ㅋㅋ 미안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거든 우리도”
“야.. 근데 수경이 너 듣던 대로다..
목소리 진짜 이쁘네~~ 얼굴만 이쁜 줄 알았더니 흐하”
“... 감사합니다...
저기, 선배님들 저희 어서 가보고 싶은데. 별일 아니면 좀 비켜주시겠어요?”
“어어~? 뭘 그렇게 허둥 지둥 서둘러. 선배들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길을 막았겠지”
“헤헤- 그래 그래.
수경아.. 가슴 사이즈는 정확히 몇이야?? 꿀꺽...... 으악!”
“개소리 주접 좀 떨지마 --... 시간도 없는데”
아마도 둘의 역학관계가 선도부 차장인 김재윤이 석훈을 갈구어 대는 갑과 을의 사이 같다.
다소 냉혹해보이는 카리스마와 짙은 인상의 재윤은,
상대적으로 좀 맹해보이고 잘 웃는 석훈을 시시때때로 옆에서 윽박지른다.
둘이 뭐하는 사람들이야?
덤 앤 더머도 아니고..?
수경과 지우는 자기들한테 볼일 있다면서, 금방 둘이 툭닥거리는 걸 보고 갸우뚱한다.
이 둘이 지우 수경을 찾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준기의 명령을 받은 것인데, 다름 아닌 수경을 붙잡아 데려가기 위함이다.
즉 괘씸한 짓을 한번 해보자는 의도로~ 똘마니 둘을 보낸 것.
일단 그러자면 지우를 멀찌감치 제거해야하는데..
무력으로 행사라도 할 셈이었다.
석훈은 얄쌍한 체격에 키만 쭉쭉 큰 편이고, 재윤은 선도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제법 체격도 튼튼하고 어깨도 벌어진 다부진 몸이다.
재윤은 어쩌자고 자기 둘만 이 꼬꼬마들을 잡으러 보냈는지 불만이다.
회장이 시켰으니 오긴 했는데,
일단 양심에 꺼림칙한 것은 접어두고 어떻게든 데려갈 수 밖에 없다.
흐흐흐흐...
심상치 않은 눈빛을 번뜩이며, 유도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을 내밀며 근접해오는 재윤.
턱, 친구 석훈의 등을 짚고 앞으로 쑤욱~ 들이 민다.
얼떨결에 석훈은 어어어어..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지우 옆의 수경 몸을 와락! 껴안았다.
꺄악???
수경은 비명을 지르며 석훈의 품에 안겨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지우도 당황스러워서- 이게 뭐하는 짓이예요?!- 소리를 지르는데..
재윤은 그런 지우의 입을 턱, 틀어막으면서 가볍게 헤드락으로 머리를 조인다.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며- 겨드랑이에 붙잡힌 지우를 꼼짝 못하게 가두었다.
으 씨발.. 이 개새끼들 뭐야, 암내는 지독해갖구! ..
확 붙잡히자마자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상대의 완력이 너무 강해서 풀기 어렵다.
지우는 재윤의 완력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꿈쩍도 않는다.
수경은 힘없이 남자친구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안돼, 안돼, 지우야..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끼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석훈의 품에 붙잡히며 슬슬슬.. 옆으로 밀려난다.
석훈은 꿈에도 그리던 꽃같은 미소녀를 품안 가득 즐기며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때가 아니면 내가 언제 얘를 안아보냐? 크흐흐..
젖가슴을 몽실몽실♥ 은근하게 부비면서 수경을 터치하다가,
도저히 못 참고 풍만한 유방을 마구 양 손으로 쥐고 주무르고 있었다.
아 이뇬 죽이네....!!
그러자, 이때까지 얌전히 그의 품에 잡혀있던 수경이
찌릿! 매섭게 석훈을 쳐다본다.
움찔- 그 차가운 시선에..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서 가슴을 문대던 석훈도 동작을 멈췄다.
수경은 다짜고짜 말도 없이 몸을 함부로 만지는 건방진 녀석을 가만 둘 수 없었다.
니까짓게 뭔데...
우리 지우밖에 만져보지 않은 내 몸을 함부로 건드려?? -.-
석훈이 수경을 아주 꽉 붙잡진 않고 약간 느슨하게 데리고 있던 터라,
수경이 오른 팔꿈치로 퍼억-! 뒤에서 끌어 안은 그의 복부를 때리자..
커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눈알이 슬쩍 튀어나오려 했다.
생각지 못한 급습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년, 금방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된다.
이, 이 미친년이..??
조사가 미흡한 탓인지, 수경이 스트리트 파이터 기질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아보고 왔어야 하는데..
멋도 모르고, 방금은 돌발적인 상황이겠지? 하고 성질나서 덤벼드는 석훈이다.
재윤도 석훈이 수경을 끌고갔을 때부터 보고 있다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오잉? 저거 지금 뭘 한거야?
수경은 덤벼오는 석훈의 오른손 주먹을 풋- 웃으며 살짝 왼쪽으로 피하더니
그의 양 어깨를 덥썩, 손으로 잡았다.
어? 뭐지?
당황할 틈도 없다.
곧바로 수경이 왼쪽 무릎으로 매서운 니킥을 “퍽!!” 복부에 안긴다.
......?!?......
보고 있던 재윤은 뜨악 입을 벌린다.
잠깐, 이런 얘긴 없었잖아 회장..
이 계집애 뭐하는 년이야??
한방에 석훈은 나가떨어졌고, 쾌재를 부르는 지우와 달리 얼굴빛이 울그락 푸르락..
표정관리가 안되는 덩치의 재윤.
크헉.. 꾸웨엑......
제법 수경의 힘있는 무릎차기가 강해서 그 한방으로 석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으며, 가볍게 아까 점심때 먹었던 내용물을 확인한다(...)
이.. 이 씨발.. 이런 수모를 안겨주다니..
재윤의 얼굴이 험상궂게 찌그러진다.
선도부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유도부에 들어갔을 것이다.
중학교 3년 내내 유도로 다져진 근육의 우람한 체구.
몸은 햇볕에 제법 그을려 태닝했는데도, 아직 구릿빛보다는 흰 색에 가깝다.
얼핏 보기에 그렇게 나쁜 인상은 아닌데.. 화가 나기 시작하면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진다.
순간적인 그 무서운 표정 변화에, 간신히 품에서 벗어난 지우는 깜짝 놀란다.
서둘러 수경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그의 앞을 막아서는데..
“수경이 넌 숙소로 가 있어. 내가 어떻게 버텨볼테니까, 얼른 뛰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 너야말로 저리 비켜!”
“흐흐, 이것들 둘이 그래도 드라마를 찍고 있네.
상황 파악이 안되냐? 니들은 지금 하늘같은 2학년,
것도 학생회 선배를 두들겨 팼어. 멀쩡히 보내줄 것 같아?”
“뭐가 어째!?
씨발.. 당신들이 우릴 먼저 공격했잖아??”
“꼬맹이 넌 닥쳐 병신아. 좁만한게 어디서 껴들어?
나와. 너한테 용건없으니까.
야, 차수경 이 개년아. 너 이리와. 나랑도 맞짱 함 뜨자”
“개.. 뭐???
왜 갑자기 나를 욕하구 지럴이야? 뭐야 이 사람 진짜??”
“흐흐.. 왜, 발정난 년더러 개년이라고 욕하는게 잘못됐나?? 으흐흐”
“...... 지우야. 일단 저리로 비켜있어. 다치니까. 부탁할게”
이 사람 진짜 저질이네. 처음 보는 여자한테 거리낌없이 욕설이나 퍼붓고..
매너 꽝인 남자는 아주 질색이다.
수경은 슥- 손을 뻗어 지우가 못 다가오도록 뿌리친다.
지우도 현명하게 뒤로 물러나서, 두 사람의 고조되는 긴장 분위기를 지켜보았다.
여전히 바닥에 널부러진 석훈은 으 슈밤..
이런 굴욕이.. 여전히 비실대고 있다.
그러다가, 간신히 기운을 차리고 조금 떨리는 다리로 버티고 일어선다.
아직 지우는 수경-재윤의 기운이 압도되서, 석훈이 다가오는 걸 모르고 있다.
흐흐, 이 좆만한 새끼.. 너부터 일단은..
팍! 지우의 뒷목을 수도로 내려친다.
........?????
강한 충격이 뒷목을 때리자 휘청- 앞으로 쓰러지는 지우다.
그런데 다행이 그 와중에 빗맞았다.
짧고 굵은 쇼크라서 석훈의 바램과는 달리 얼른-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싸움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지우지만..
이 순간은 자신을 급습한 망할 선배라는 놈에게 화가 치밀어 눈이 이글- 불타고 있었다.
“이... 이 자식 뭐야 너, 선배를 치겠다는 눈인데...”
“지랄. 선배가 선배다운 구석이 있냐? 더럽게 둘이서 후배들을 습격하곤!”
“뭐? 이게 말이면 다야,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지껄여 건방지게?”
“덤벼 병신아. 너 정도는 한주먹으로도 해치우겠다”
“이 좆만한 색히가...”
지우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1순위가 키 갖고 놀리는 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금기를 깨뜨리면서 비아냥거리는 욕설을 퍼붓다니.
이놈들은 죽어 마땅했다.
분기탱천한 지우는 생전 누구한테 주먹을 써본 적도 없는 아이지만
꽈악- 움켜쥔 격노의 주먹으로..
달려오는 석훈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번쩍-!! 하고 어퍼컷을 선사한다.
........ 아아.... 이건 또 뭐야???
엄마........ 크헉........
수경한테 한방에 꼴 사납게 나가떨어지더니,
남자친구인 지우한테도 보기 좋게 얻어 터지는 석훈.
씨발..
그래도 운동 좀 한다고 요즘 노력했는데, 이렇게 내가 추하게 맞을 줄이야!
비틀, 비틀.. 걸음을 제대로 못 가눈다. 그래도 용케 자빠지지는 않았다.
제기랄.. 지우가 있는 힘껏 휘두른 주먹은 사실 아주 타이밍 운이 좋았다.
직빵으로 오른 뺨을 얻어맞은 모습이다.
지우가 체중이 좀 있다보니, 그 한방으로..
이미 석훈의 얼굴 한쪽은 시푸르 딩딩~ 얼얼하게 색이 변한다.
한편 재윤과 수경.
힘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재윤이 흐아압-
수경을 와락 안아 으스러뜨릴 기세로 덮치는데
순순히 안겨줄 수경이 아니다.
미꾸라지 빠지듯~ 흐느적~거리며
얼른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가볍게 휙~ 빠져나온다.
재윤은 눈앞의 껴안을 대상이 사라지자, 허공을 휘젓는 무안한 시츄에이션이 되었다.
수경은 가볍게 썩소를 흘리며, 재윤을 등지고 섰다가..
재빠르게 오른발 돌려차기로 시원스럽게 쭉- 뻗은 다리를 뽐내며
그의 척추 후관절과 흉추 사이를 퍽-! 걷어찼다.
가벼운 여름 슬리퍼 차림이라, 정확하게 뒷목 마음 먹은 부위를 차진 못했다.
그래도 상당한 데미지를 준 것 같은데..
어? 뭐야..?
나름 세게 찼고 그 정도면 쓰러져야 정상인데...
재윤은 크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금방 휙, 뒤돌아서며 노려본다.
햐! 맷집 좋네 이 사람.. 쉽게 물러서지 않겠는걸.. .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다시 수경을 껴안으려고 덮쳐오는 재윤.
순순히 잡혀줄 소녀가 아니다.
이번에도 가볍게 안으려는 동작을 옆으로 비키면서
아까 석훈에게 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어깨를 짚었다간 위험하므로
물러나는 동작과 함께 휘릭- 작은 원을 그리며
다시 오른발로 재윤의 복부 아래를 걷어찬다.
어, 씨발..??
체격이 큰 만큼 민첩하지 못해서, 재윤은 이번에도 아랫배를 얻어맞는다.
흐?... 허억..
짧은 스냅으로 간결하게 끊어 찼지만 그 임팩트가 상당한 모양이다.
얼굴이 구겨지며 역시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재윤..
젖 같은 계집애한테 이런 굴욕을?......
배를 잠시 움켜쥐며 통증을 다스리는데, 그 틈을 수경이 놓칠 수 없다.
척! 겁도 없이 이번엔 수경이 용기있게, 몸이 접혀진 그의 앞에 약간 떨어져 선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되나..
가볍게 호흡을 고른 후- 거침없이 하이킥!! 으로 그의 왼쪽 면상을 강타했다.
으흐억!!
외마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재윤은 수경의 발등에 쥐어 터지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보기 좋게 찌부러진 돼지저금통 마냥,
한곳으로 얼굴이 몰리면서 추한 몰골로 변하고..
제대로 몇걸음 내딛기도 전에 자빠지기 일쑤다.
기다려~ 넘어지기 전에 한 대라도 더 맞아라.
휘청~ 거리며 다리에 가볍게 힘이 풀리는 거구의 사내를 향해..
탓, 재빨리 스텝을 딛으며 그의 양 어깨를 손으로 잡고,
아까의 석훈처럼 복부를 니킥으로-
새하얀 무릎을 곧추세워 퍽-! 강하게 올려 찼다.
어???
순간 수경은 몹시 당황한다.
생각지 못하게 재윤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소녀의 왼쪽 무릎과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흐으, 후우... 건방진 년이 봐주니까 겁도 없이 계속 날뛰네.. 휴..
겨우 그 두 번 때려놓고 결정적 찬스를 잡은 줄 알았나? 이번엔 걸려들었네”
“... 뭐야, 너??
그럼 일부러 날 유인하려고..”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도 진짜로 맞았다고. 하하~”
“이.. 이거 놔줘 어서, 내 다리 어서 놓아..”
“지럴허네 미친년이, 이제야 널 잡았는데 놔주겠냐. 이제 넌 내꺼다!”
“꺅-!!! 저, 저리갓..!?!.....”
품안에 저절로 안겨들어온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다.
이번엔 방심 안하고, 빠르게 수경을 덥썩- 세게 껴안는 재윤.
수경은 바로 코앞에서 거구의 남자에게 붙잡히자 어떻게 힘을 쓸 도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꼼짝없이 덩치에게 잡혀버렸는데..
재윤은 수경을 휘릭- 뒤로 돌린 다음 뒤에서 다시 꽈아악-! 조이면서 힘껏 끌어안는다.
...... 아파...
배는 그렇게 조이지마......
“겨우 잡았다 이뇬.. 흐으흐흐...
이렇게 팔딱 팔딱 날뛰는 버릇없는 년은 어떻게 혼쭐을 내주지?”
“너, 대체 날 어쩌려고 이러는데? .. 강간이라도 할 거야??”
“강간이라도?
헐헐, 한두번 당해본게 아닌가보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네? ㅋㅋ-
이년이 남자 자지를 많이 밝히는 모양인데 흐흐..
걱정마라 맛있게 먹어 줄거다”
“...... 저질, 더러운 새끼.
여자한테 그런 말을 거리낌없이.. 넌 최악의 인간이야”
“조용히 해 이년아.
니가 날 성질을 돋구지 않았으면 이런 말을 하겠어?”
“기가 차서... 우리가 너희들한테 뭘 어떻게 했는데?
첨부터 철저히 공격해온 건 너희들이잖아!”
“........
닥쳐, 누가 먼저 어쨌는지 그런건 필요 없어.
니가 앙탈을 부리고 싸가지 없게 덤벼든 사실을 생각해 이 개뇬아.
하늘같은 선배를 우습게 알고.. 어딜..
씨발 진짜.. 내가 생뚱맞게 너한테 맞은 걸 생각하면.. 크윽”
“...... 헛소리 말고, 이.. 이거나 어서 놔줘요 선배.
그러면 선배대접 멀쩡히 해줄게요....”
“크크... 바로 공손해지네. 왜 발버둥쳐봐, 아까처럼?
어디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나 보게? 그냥은 못놔줘~”
“...... 이럴 꺼예요?
왜 가만히 있는 우리한테 접근한거죠?”
“몰라두 돼~ 꼬치꼬치 묻지마.
난 떼떼떼 거리는 여자가 젤 싫어. 입 좀 다물어라”
“꺄악! 배.. 배는 그렇게 꾸욱 조이지 마세요. 아파욧.. 아...!”
얼마나 품에 안아보고 싶던 여자인가.
재윤과 석훈은 회장 준기의 명령을 받고 썩 내키지는 않지만 둘을 습격한 것이다.
죄의식은 들지만 그래도 설던 것이,
예쁘기로 소문난 후배를 한번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두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던 것이다. 굉장히 기대감이 컸다.
지금 아마 준기는 성태와 함께 이 가까운 근방에서 둘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수경은 자신의 젖가슴을 마구 뒤에서 재윤이 주무르자,
벌레가 기어다니는 끔찍한 기분에 몸서리치며 몸을 뒤틀었다.
너무 싫고 기분이 더러운데..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해도,
얼마나 완력이 강한지- 어찌 된 것이 조금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힘이 굉장하다.
이전에 때려눕혔던 강정태 같은 그냥 중년돼지와는 당연하지만, 비교가 안된다.
등빨은 오질라게 큰게.. "블랑카"같이 생겨갖고..
녹색 괴물과도 같은 놈에게 안기며 공포에 빠져드는 소녀.
지우는... 지우는 어디에?? 어떻게 되었을까?
오로지 관심은 남자친구의 안위뿐이다.
자신이 이렇게 당하고 있는 걸 알면 가만히 볼 사람이 아닌데..
아니 그보다 걱정이 된다.
몹쓸 짓을 당하고 다쳐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어디에 있지? 지우야. 얼굴 보고 싶어.. 어서, 제발 얼굴 보여줘..!!
재윤은 재윤 나름대로
지금 당장 이 끝내주는 야한 몸을 거칠게 내동댕이치고, 마구 겁탈하고 싶었다.
울룩 불룩 시뻘겋게 곤두서는 페니스가,
자꾸 수경이 앙탈을 부리고 움직일수록 사타구니를 건드리고 자극하니..
오히려 점점 닿아서 자극적이었고 접촉 때문에 찌릿- 찌릿하다.
이년이 나를 제대로 흥분시킬려고 이래 몸을 배배꼬고 지룰을 하네..
그래도 재윤은 뜨겁게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강한 이성의 힘으로 성욕을 제어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맛본다거나 물의를 일으키면 큰 일이다.
아직 사람들이 이쪽을 발견하고 다가올 가능성도 있고.. 해가 완전히 지려면 멀었다.
지금은 일단 회장이 있는 곳으로 석훈과 함께 끌고 가야한다.
야 근데 이뇬 진짜 죽이는데...
눈에 보이는 것 못지않게 손에 만져지는 촉감이 정말 장난 아니다.
피부는 백옥처럼 새하얗고 미끌 미끌- 탄력이 넘치면서,
사내의 색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매우 근사하고 눈부시게 예쁜 몸을 갖고 있다.
조금만 만지고 있는데도 기분이 꿀맛이다.
이렇게 부드럽고 향긋한 체취까지 나다니..
회장 준기도 이런 수경의 향기와 아찔한 피부의 탄력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냥 순순이 갖다 바칠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엄청나게 발기해서 씨익- 씨익- 거친 숨을 토하는 재윤.
그런데 석훈이 지우를 기습적으로 때리고 질질 끌고 간 곳은 멀지 않은 곳이다.
그 타이밍에 지우는 훤칠한 키의 석훈과 싸우며 제법 선전하다가, 고전하고 있었다.
의외로 둘이 붙어서 오래 싸운다.
태어나서 거의 주먹을 처음 써보는데,
생각보다 자기 주먹이 꽤 맵다는 걸 깨닫자- 지우도 용기백배한다.
허우대만 멀쩡한 석훈을 가볍게 보고 싸우는 중인데
이미 초반에 구토까지 하는 굴욕을 맛본 석훈은..
더 이상의 방심은 없다-는 결연한 자세로 지우와 박빙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쪽이 더 흥미롭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며..
1,2학년 선후배간에 둘다 피떡이 된 상태다.
파워는 지우쪽이 더 세고, 리치는 석훈쪽이 길다보니- 균형의 추가 한쪽으로 좀체 안 몰린다.
비등비등하게 싸우면서 사이 좋게 데미지를 안겨주고 있는 형국.
자존심이 팍 구겨지는 쪽은 물론 석훈이다.
싸움이라면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꼬맹이를 상대로는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전하면서 체면을 구기다니 이게 왠 망신인가.
안그래도 비리비리한 체격이 싫어서, 웨이트를 조금씩 학교 끝나고 틈틈이 해왔는데
이 통통한 살집의 꼬마는 몸도 둔해보이는데 맷집이 여간 좋은게 아니다.
서로 코가 터져서 피를 줄줄 흘리고..
석훈은 심지어 이마가 찢어지기까지 했다.
정말 짜증나네. 재윤이 놈은 아직인가?
나는 남자라고 쳐도, 계집애 하나를 어떻게 못해서야..
...... 아?
잠시 지우에게서 멀리 떨어져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수경쪽을 힐끗 보는 석훈-
그 사이에 지우도 수경이 재윤에게 잡혀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 수경아..??? 괜찮아..!?......”
“어디? ... 지우야!
난 괜찮아. 너는 어때, 안 다쳤어?”
“야 이년아~ 아직도 소리를 꽤액 지르네.
누가 들으면 큰일 나려구. 목소리 낮춰, 응?
안그러면 아주 무섭게 혼내줄 테니까.. 소리 지르면 죽인다”
“...... 알았어요. 작게 말할게요.. 저, 대신에 남자친구 쪽으로 데려가주세요”
“캬캬 지랄하네.
지금도 이렇게 발버둥치는걸 겨우 잡았는데 뭘 움직여? 수작부리지마”
“후~ 재윤이 너 대단하구나. 그 앙칼진 년을 잘 잡았네 흐흐”
“ㅋㅋ 그래봤자 여잔데. 너야말로 무슨 굴욕이여.
야, 꼬맹아! 니 여친 잡혀있는거 보이지!
허튼 짓거리 말고 순순히 이쪽으로 와라”
“...... 어? 지우를 왜, 이쪽으로 오라고 불러요?”
“멍청한 년아, 니가 좀전에 가까이 오게 해달라며. 하하-”
“... 지우야! 도망가! 이쪽으로 오면 안돼!”
“응? 오라더니 또 무슨 소리야...”
어리벙한 지우는 수경의 급히 제지하는 말을 들어도, 이미 지척에 와 있었다.
아니 다가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겠는가. 여친이 위기에 빠졌는데..
큰 체구의 재윤이 겁은 나지만, 석훈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기내어 다가온다.
지우를 불러 앞에 세워 놓고, 재윤은 능글맞게 웃는다.
석훈도 가까이 오도록 호출하더니 둘이서 지친 지우를 때리기 시작하는데..
수경이 보는 눈 앞에서, 둘이 함께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다.
퍽, 퍼벅... 처퍽, 퍼벅...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 세례를 받으며 금방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 지우..
수경은 깜짝 놀라서
꺄아아아.. 비명을 마구 지르고 싶었는데, 지를 수가 없다.
그럴까봐 미리 재윤이 수경의 입에
어디서 금방 가져온 큰 헝겊을 돌돌 말아서 우겨넣었기 때문이다.
지금 수경은 우읍, 우읍!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꼼짝없이 가슴이 찢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하아.. 후으..
실컷 지우를 둘이서 가지고 놀다가 후드려패고,
재윤에 이어서 분이 풀린 석훈도 발을 거둔다.
휴.... 때리는 것도 지치는 일이다.
지우는 꿋꿋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도..
두 놈이 때리는 와중에도 오직 수경이 걱정되어 그녀의 얼굴만을 살폈다.
수경도 흠뻑 젖은 눈으로
너무 무섭고 떨리지만 그런 지우와 애타게 눈빛만 교환하며-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로를 갈구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어찌 되었든 상황은 이제 종료다.
불굴의 의지로 내 여자는 반드시 내가 지킨다는 정신력도 한계에 이른 지우.
실컷 얻어터지더니 풀썩- 힘없이 옆으로 쓰러진다.
수경은 마음이 괴로워서 피눈물을 흘리며 남친을 바라보았다.
잘 버티던 지우가 나자빠지는 걸 보고
석훈과 재윤은 퉤엣- 가래침을 얼굴에 뱉는다.
침까지 뱉을 필요는......
지우의 얼굴이 짖뭉개지는 모습을 보니 수경의 가슴이 찢어진다.
“됐어, 시간을 너무 끌었다. 이제 얼른 데리고 가자”
“응. 이년 이거, 어떻게 끌고 갈건데? 들쳐메고 갈거야? 아니면..”
“밧줄 가져온거 어디 갔어?”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있어봐. 내가 가져올게”
“......... 우웁, 으?...!!......”
수경은 ‘밧줄’이라는 말을 듣자 얼굴이 아연실색했다.
밧줄이라니, 날 묶어서 대체 무슨 짓을.. 어디로 데려갈 셈인데??
머릿속이 공포와 걱정으로 하얗게 물드는 가운데, 실실 웃는 석훈이 하얀 로프를 가져온다.
안돼. 저거에 묶이면 속절없이 잡혀가는 거야..
겁에 완전 질린 수경.
다리가 오들 오들.. 엄청 후들거린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만 보던 다급한 상황.
이대로 잡혀가기 싫어..
그때였다.
수경의 놀라운 집념이 빛을 발한 것은-
아직 재윤의 완력과 강압에 꼼짝없이 잡혀있을 뿐이지,
몸에 입은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던 소녀는..
밧줄로 자신을 묶으려고 약간, 그의 팔 힘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재빠르게 몸을 살짝 틀어-
그의 품 안에 등을 기대며 뒤로 약간 몸을 젖혔다.
그러니 재윤은 이년이 뭔 짓을?
당황하면서 그 짧은 찰나에 다시 안으려 팔을 두르지만..
그 순간, 민첩한 수경의 왼쪽 허벅지가 휘휙- 들리는가 싶더니
엇??? 이 무슨..?
자신의 유연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경은 재윤을 등지고 안긴 자세에서 그대로 180도 다리를 찢으며
왼쪽 발등으로- 재윤의 앞 얼굴을 “퍼억-!!” 찍어 차버렸다.
크헉......
부자연스러운 자세에서 행동의 제약이 있었지만,
뒤에서 잡아준 덕택(?)에 뒤에 무게중심을 두고
오히려 있는 힘껏 발등에 온 힘을 집중한 수경.
회심의 일격으로 재윤은 코가 깨지면서 피를 줄줄줄.. 흘린다.
재윤과 석훈이 깜짝 놀라서 당황하는 사이,
얼른 수경은 몸을 굽혀.. 느슨해진 그의 몸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몹시 당황해서 달려드는 석훈.
어어??? 이.. 이년이!
휙- 허공을 가르며 수경을 잡으려던 놈을 가볍게 제치고
뒤돌아서서 다시 멋지게 돌려차기 작렬~!
재윤과 다르게 석훈 쯤은 우습다.
타점 높은 시원한 킥을 뒷통수에 맞자,
깨갱! 하고 그냥 나가 떨어진다.
이어서 재윤을 보니 얻어터진 코를 움켜잡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개잡놈 쓰레기자식...
수경은 분노의 발차기로, 그때까지 정신이 혼미하던 재윤을 강하게 응징하기 시작했다.
퍼벅, 퍼벅! 퍽퍽퍽!
아까랑은 기세가 다르다.
수경이 재윤에게 붙잡히기 전에도 재윤은 몇 대 쥐어터졌던 상태라 몸이 사실 욱씬거렸다.
그래도 잡았으니 다행이었는데
이제 고삐 풀린 수경은 몸도 무사하고 거칠 것이 없다.
주먹과 발이 빠르게 휙휙- 그냥 날아다닌다.
이건 흡사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와 다를게 뭔가..?
열 제대로 받은 수경, 신나게 흐름을 타고-
거구의 소년을 그야말로 개패듯이 흠씬 두드리며 난타한다.
에잇, 에잇. 어디 너도 한번 엿되봐라.
감히 나를 강간하려고, 잡으려 들어!?? 죽엇..
때리는 건 무식하게 패면서, 은근히 귀엽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석훈에 비해서 재윤은 맷집이 있는지라..
적당히 때려서는 분도 안풀리고 불안했다.
작살나게 때려잡지 않고서는 안심이 안된다.
수경은 몹시 지쳐서 하아.. 하아.. 가쁜 숨을 토할때까지,
재윤을 무릎 꿇려놓고 마음껏 두들겨 팼다.
그래놓고 지우와 석훈을 번갈아 살핀다.
이미 둘 다 아예 기절해 뻗어있다.
석훈을 보니 눈이 쌍심지가 돼서 분노로 가볍게 떨린다.
병신.. 이건 뭐야? 비쩍 말라갖고..
이런 놈이 감히 내 남친을 팼단 말이야?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재윤이 또 덮쳐올까봐, 얼른 기절한 지우를 잡고 일으켜세운다.
일단 여기를 피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우를 끌어안고 한발 한발 힘들게 옮긴다.
몇걸음 옮기기도 힘들다.
게가 옆으로 움직이듯..
아주 어렵게, 그렇게 재윤과 석훈에게서 수 미터를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 투성이의 해변 바닥에 지우를 안다치도록 조심스럽게 눕힌다.
“지우야, 지우야! 정신차려 괜찮아?? 얘, 괜찮니?? 말좀해봐”
“....... 으응... 수경이구나..
헤헤.. 너 무사한 거야..? 흐헷.. 나는 괜찮아..”
“너 어쩜.. 이렇게.. 흑흑.. 이 꼴이 이게 뭐니..”
“울지마.. 헤헤. 그 이쁜 얼굴 망가진다 야, 다친 곳은 없어?”
“지금 니가 나를 걱정할 때야??
지는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 되서는.. 미워잉..”
“하하. 멀쩡하니까 됐잖아. 나는 아무렴 어때. 너만 무사하면 되지..”
“그런 말이 어디있어.. 니가 다치면 내 마음이 어떠겠니..”
“휴~ 그건 일단 이따가 얘기하자.. 아흑, 나 온몸이 아파 죽긋네.. 으으..”
“무리하지마. 너 엄청나게 맞았어 아까.....”
“알고 있어. 그래도 정신은.. 용케 돌아왔다.. 끄흑.. 으...
그놈들은, 2학년 개새끼들은?”
“저기 있잖아.. 아직 근처야. 봐바”
수경이 가리키는 손 방향으로- 지우는 아직 지척에 있는 두 놈을 보았다.
둘다 나란히..
보기 좋게 피떡이 돼서 바닥에 드러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대번에 상황파악이 되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머저리 같은 놈들..
아무리 내 여친이지만, 여자 하나 못이겨서 얻어터지긴..
쿡쿡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지우의 웃는 얼굴을 보고 수경도 같이 웃는다.
“바보들이네 저거.. 너 혼자 둘다 때려눕힌거야?
너 진짜.... 야... 굉장하다”
“별거 아니던데 뭘, 둘다 허우대만 우렁차지. 실속은 개뿔도 없어 ㅎㅎ”
“개뿔..?
야 너 그런말도 하네. 확 깬다..”
“... --... 말하다보니 나온거야. 말 조심해서 할게. 칫-”
“ㅋㅋㅋ 아니야. 귀여워. 그런 모습도.. 우리 애기 이리와봐~”
“꺄앗.. 여기서 이러지마 야아~..
으악, 너 피 나한테 다 묻잖앙~~”
“어허, 주인님 피가 좀 묻으면 어때? 그렇게 싫어?”
“응! 싫어! 히힛~ 너는 좋은데 피는 싫거든. 쿠쿠~
...... 아이 또 그렇게 울상이야?
농담이잖아.. 조금만 장난쳐도 삐지니?”
수경은 지저분해진 지우가 자신을 마구 껴안자 앙탈을 부렸다.
진담 농담 섞어서 놀리다가, 지우가 정말 새침한 얼굴이 되자.. 그냥 안아줄 수 밖에 없다.
애기라니까.. 후훗♥..
아, 이렇게 여유작작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언제 저 괴물들이 정신 차릴지 모른다.
노파심에- 수경은 지우를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물었다.
“지금.. 저놈들 기절하긴 했지만 잠깐이야. 금방 정신차릴 수도 있어”
“알아 나도 무슨 말인지. 지금 얼른 도망가자는 말이지?”
“응.. 너, 걸을 수 있어? 내가 부축해줄까?”
“걸을 수는 있지..
몸에 힘은 빠져도 움직이는 건 가능하니까.. 으갹!”
“.... -_- 거봐, 걷는것만 겨우 되지.
다리 절뚝거리고 비틀거리네.. 일루와, 내가 부축해줄게..”
소녀는 다친 남친이 안쓰러워서, 얼른 옆에서 감싸듯 포옹해주었다.
지우의 피가 뚝뚝- 아래로 땀방울처럼 떨어진다.
온통 바위뿐인 바닥에 방울 방울 떨어지는 피가 닿아, 똑- 똑- 소리가 났다.
으으 끔찍해.. 피는 진짜 싫어..ㅠㅠ
얼마나 아플까..?
다친 지우를 힘껏 감싸주며 수경은 떠듬 떠듬 지우를 천천히 옮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과정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눈이 있었다.
백준기다.
똘마니 김재윤과 문석훈이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듬직한 체형의 친구인 임성태는 안보인다.
...... 뭐야 저건 또?
수경은 눈 앞에 누군가 가로막고 서 있는걸 보고 멈춰섰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게 나무 뒷 그늘에서 숨어 있던 준기가
수경이 마침 자기 쪽으로 걸어오자, 스윽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놓치면 다시는 기회는 없다.
수경이 반 일행과 합류하기 전에 잡아야한다.
힘 하나 안들이고 소녀를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나타난 모양.
“뭐예요, 또? 일행.. 인가요?”
“클클클- 일행이라니~?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 아니에요. 느껴져요..
조금 전까지 저희를 못살게 굴던 사람들하고 분위기가 똑같거든요..
솔직히 말해요. 누구예요, 그쪽은?”
“그
훗날 다시 읽어보니 불필요한 철학적 표현이 너무나 많아, 줄이고 수정했네요..
고등학생들의 심리와 형성과정을 유치하고 해괴한 이미지로 그려낸것이
지금 제가 읽어봐도 민망합니다 ^^;
나중에 쓰고자 한 설정들인데.. 그냥 수정만 해둡니다.
(2015/02/27 수정)
===
25부
수경과 희연은 고교 입학때부터 서로 죽이 잘 맞아 바싹 붙어다니던 사이다.
성격과 성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서로를 잘 배려해주는 심성을 지녔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참으로 겸손하고 인성도 잘 다듬어져 있다.
수경은 또한 앞서도 말했지만, 본래 자신의 미모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다.
힘겨운 가정환경과 여타의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이제는 당당하게 말한다.
본인의 수려한 용모에 자신을 되찾았다고.
지우가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부으며 사랑 표현에 솔직하게 임했던 덕분이다.
그런 수경이 처음 희연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숨막히게 폼나는 스타일에 넋을 잃었던 그것이었다.
희연이 수경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아름다운 미모와 다부진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그런 반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허당기질에 털털한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수경은 차분하고 배려 깊은 희연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우선 그녀를 처음 봤을때부터 뭔가 그 압도적인..
평범한 한국인의 스타일과는 다르다는 강렬한 인상에 매료되었다.
재밌는 현상이다.
겸손하고 온순한 심성의 두 미소녀.
보기 드물게 재색을 두루 겸비한 아이들은
여러모로 친해지고 나서 이야길 나눠보니, 상성(相性)이 아주 잘 맞았다.
그리고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이번에 뜻하지 않게 지우와 수경의 은밀한 사랑을 희연이 엿보고 나면서
훈훈한 관계가 어색해지긴 커녕~ 비온뒤에 땅이 굳어지듯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오히려 수경의 거침없는 애정표현을 보고..
희연은 심정적으로 몹시 부러움을 느꼈다.
지금의 희연에게서는 결코 내비칠 수 없는 용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키가 컸고 몸매가 좋았지만, 외모는 다소 거무튀튀한 인상의 소녀가 있었다.
동남아 출신 같다, 혼혈인데 잘못 섞인게 아니냐,
생긴게 이상하다, 피부가 여성스럽지 못하고 검다...
위와 같은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자라오면서 많은 아픔이 있던 희연이다.
어렸을 때의 이목구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못나거나 딱히 흠결이 두드러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미인도 아니었는데..
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춘기에 들어서자, 점점 얼굴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올바르게 정변하는 미소녀의 미모 upgrade과정(?)이라 보면 되겠다.
조금 이야기를 더 전개해보자.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수경이 희연과 둘만 남게 된 그 자리에서 이 아이의 지난 상처를 떠올리며,
그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어했다는 점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그 말하기 어렵고 매우 난처한 속사정이 무엇일까...
지금부터 짧은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희연에게는 여섯 살 차이 나는 친오빠가 있었다.
어릴 때는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집에 홀로 둘만 남겨지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희연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오빠가 여러 가지로 희연을 따듯하게 잘 이끌어주었다.
어린 소녀도 자상하고 남자다운 오빠를 많이 의지하고 매우 잘 따랐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온 조숙한 소녀는
어느덧 160cm대 후반에 육박하는 큰 키로 훌쩍 자랐고
키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의 밸런스가 꽤 좋은 발육상태를 갖추게 되었다.
작은 구멍가게를 하던 지연의 가게에 찾아오던 손님들도,
다 큰 처녀가 이런데서 캐셔를 보고 있냐고 착각할 정도였다.
피부 톤은 어릴적에 조금 짙은 갈색을 띄었다.
지금은 비록 성장하면서 놀랍게도 많이 하얗게 변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은 섹시하다고 추켜세워주며 부러워하는데, 본인은 이게 굉장한 컴플렉스였다.
서구적인 미모의 이국적 마스크를 지닌 소녀.
오빠는 그런 지연에게 눈이 살짝 찌부려진 인도 여자같다고 놀리곤 했다.
수박같은 걸 먹고 씨를 이마에 붙이며,
이렇게 하면 인도 궁전의 공주라고 짖궂은 장난을 치곤 한다.
어머니는 가게를 보다가 일 없으면 종종 낮잠을 자는 편이고 그 빈자리를 어린 희연이 채운다.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한 사이, 오빠도 하교후에 와서 가끔 둘이 카운터를 보곤 하는데..
사이가 아주 원만하던 남매에게-
지연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사건이 일어났다.
참고로 오빠는 피부색이 지연보다 되려 하얗다.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고 희미한 정도.
이목구비도 훤칠하고 남자답게 생긴 늠름한 미남이라 인기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자꾸만 중학교 들어갈 무렵의 여동생에게..
훌쩍 처녀의 페로몬을 풍기는 마력과 색기를 느끼고..
은밀한 욕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본인도 그런 동생을 볼때마다 심히 괴로웠다.
‘이런 개같은 생각을 내가..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
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잡념을 떨쳤다.
그 후에도 가끔씩 떠오르는 얄궂은 음심(淫心)은 끊임없이 오빠 유철을 괴롭혔는데..
어느 더운 여름날, 목욕후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뒹굴고 있는 소녀에게 오빠가 찾아온 것이 사건의 계기였다.
오빠는 여느 때처럼 선풍기를 틀고 누워서 만화책을 보는 소녀의 긴 다리에 시선을 뺏긴다.
아름다운 동생의 모습은 흡사,
섹시하게 태닝한 ‘불란서 풍’의 유럽미녀 같았다..
꿀꺽, 언제나 뜨거운 침샘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자태다.
옆에 가만히 드러누워 동생의 만화책을 같이 보며 태연을 가장하고 있던 오빠는..
그날따라 더운 날씨 탓에 굉장히 흥분했었고,
방에 들어올 때부터 발기해서 A-텐트가 이빠이 쳐진 상태였다.
결론만 말하면,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을..
순진했던 여동생을- 이성을 상실한 오빠가 무참히 겁탈해버리고 말았다.
하아... 하아...
억눌리고 쌓여있던 욕정을 간신히 해결하고 나서, 즉시 크나큰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철.
희연은 물론 괴로운 통증에 몸부림치며,
흐느끼는 눈물과 비통함으로 며칠간을 빠져 지냈다.
이게 단 한번의 실수에서 그쳤으면 괜찮은데..
이미 한번의 선을 넘어버린 유철의 풀린 고삐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싫다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지는 동생을,
수차례에 걸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강간하였다.
강도질도 살인도 처음이 어렵지 반복되면 익숙해진다더니-
유철에게도 죄의식은 점점 옅어져 갔던 것이다.
그렇게 인간미 넘치고 자상하게 동생을 예뻐해주고,
애정을 듬뿍 담아 보듬어주던 오빠였는데..
음욕의 화신으로 한번 탈바꿈하고 난 뒤에는..
동생이 아무리 몸서리를 치고 저항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희연은 오빠의 간간히 이어지는 폭행과 입막음 덕분에
몇번이나 심란한 고민에 빠져 "말해야지! 이대로 있으면 안되지?" 하고 갈등만 할뿐..
끝끝내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했다.
부모님께는 털어놓을 용기도 못내고, 인륜을 어긴 금단 관계를 이어오던 두 사람은
5개월 뒤, 희연의 임신으로 인해.. 그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유철은 철저히 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만 나날이 불러오는 배를 무슨 수로 감춘단 말인가?
결국 그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집근처 동네의 산부인과에서 애를 강제로 지우고 말았다.
문제는 이것을 우연히 그 절묘한 타이밍에 스쳐지나가던 희연의 부친이 본 것이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는..
설마 아니겠지.. 작은 딸을 붙잡아 앉혀놓고 이실직고를 명하였다.
잡아뗄레야 뗄 수 없는 명백한 증거 앞에, 소녀는 뜨거운 눈시울을 붉히며 사실을 털어놓았고
있을 수 없는 사건을 두고- 아버지는 끔찍히 고통스러운 정신적 쇼크를 입었다.
수많은 시간을 끙끙 앓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다가..
끝내는 줄로 목을 매달며 세상을 등지고 만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은 온 가족에게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으며
어머니는 심한 정신적 쇼크를 받아, 병원에 입원하여 6개월간이나 신세를 지었고..
사건의 주범인 오빠 ‘김유철’은 몇날 며칠 몇주간을 심히 괴로워하다,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데 정작 죽어마땅한 놈은 빨리 죽지도 못한다.
용케 살아나긴 했는데.. 그 자살미수의 후유증으로 실어증을 앓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족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사촌인 작은 고모와 고모부가
이렇게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꼴만은 막아야한다!
라는 판단에, 재빨리 유철을 해외로 보내버렸다.
위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큰 시련이 닥치기 전에 오빠 유철에게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엄마 아버지 오빠 모두가 순식간에 변을 당하고 매우 안쓰러운 처지가 된 불쌍한 소녀..
희연은 그 한해동안 줄곧 깊은 시름과 번민 속에서 정신과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상당히 정신력이 강한 소녀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내 살길은 내가 개척해야지.. 여기서 약해지면 아버지 어머니 모두에게 볼 낯이 없어져!
하고서 끈기 있는 의지력으로 떨치고 일어났다.
학비는 다행이 고모와 고모부께서 지원을 해주시고,
지금은 아예 엄마랑 함께 그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희연은 오빠와의 사건 사고 뒤로, 당연한 일이지만-
남성에 대한 끔찍한 혐오증과 불신이 생겼다.
이 트라우마는 잊혀질래야 잊힐 수가 없는 것이니..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주변에서 그 미모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철저하게 남성이 배제된 여자들만의 환경을 고집하고 살아왔다.
중학교 3학년 봄,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희연은 향후 진로를 결정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언제까지나 이런 ‘남성혐오증’을 안고 살아가면 나는..
앞으로 언제까지 지독하게 이어질지 모를, ‘총체적인 인간 불신’의 깊은 늪에 빠져 지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가 내 안의 벽을 깨고 껍질을 뚫고 나가야해..
그래서 일부러 여고를 지망하지 않았다.
‘일부러’ 남녀공학을 택했고..
그래 놓고도 입학한 후에는,
후유증이 있어서 남학생들과의 접근을 심히 꺼렸지만
금방 남자들과의 대화도 부단히 노력하며.. 서서히 말문을 트여갔던 전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진작부터 희연의 지난 과거를 익히 알고 있던 수경이
정신적 멘토 역할과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희연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마음 편안해하고..
함께 있어도 몸에 이상 반응이 안 일어나고, 그나마 유쾌할 수 있는 사람~
큰 거부감 없이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이성이..
바로 지우인 것이다.
늘 수경과 붙어 있다보니 지우와는 이야기할 기회도 많았다.
단지 이번의 제주도 호텔에서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이전의 친오빠와 가졌던 그 아픈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나서..
단순히 이 두명에게 미안함의 감정보다도,
자신의 괴로운 기억 때문에 아파서 몸서리를 쳤다.
수경도 그걸 아니까.. 일부러 지우를 내쫓고 몰래 잘 다독여준 것이리라.
희연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평탄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으리라 짐작되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본인이 높은 정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만한 생각이며 성인들이 볼때는 코웃음칠 이야기지만.
여하튼 희연은 여간한 고교생이나 스무살 넘는 어른들도 우습게 보기 일쑤였는데
그런 네가지 없던 혼혈소녀(?)가 수경을 만나고 꽤 큰 충격을 받는다.
머리도 매우 좋고, 지능지수만 높을 뿐 아니라 감성도 아주 풍부한데다..
성품도 나무랄데가 없으며 (적어도 이때까지 볼때는) 운동신경도 뛰어나다.
이런 아이도 있구나.. 하고 그 당시에 신선한 청량감과 감탄을 느꼈더랬다.
마음과 마음이 죽이 잘 맞음을 확인한 이후부터
그렇게 희연은 수경을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찰싹 붙어다니게 된다.
수경도 희연을 굉장히 아끼고 좋아한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입장이기에 어느 한 사람에게만 애정을 몰입할 수 없지만..
지금 가장 애정을 쏟는 1순위를 꼽아봐-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지우와 희연이 될 것이다.
단짝 지혜를 비롯 여타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가슴 아픈 과거를 지닌 희연과의 소통과 치유 과정에서
수경은 정서적으로 그녀에게 깊게 깊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덧붙여 완벽에 가까운 모델 스타일에도 같은 여자로서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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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도 해변.
현재 지우랑 수경이 친구들 내버려두고 나몰라라~ 하고 둘만 데이트하러 가버리자,
희연은 내심 삐쳐서 묵묵히 모래사장만 헤집는 중이다.
호감 있는 남학생들이 다가와 은근히 작업을 해도, 전혀 관심이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몹시 짜증나고 귀찮지만..
이미지 관리상 차마 그런 티는 못내니까 (이것도 수경의 조언 덕분이다)
사근 사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며, 혼자 생각할 것이 있다고 잘 둘러댄다.
근데 지우랑 수경이는 어디로 간거야 -.- 나랑도 같이 놀지...
지혜, 다솜, 은지 이렇게 친한 넷이서 뭔가..
모랫덩어리로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괴상한 성을 짓고 있다.
성은 성인데 모양새가 거시기하다? ....
잘 짓다가 장난기가 동한 다솜의 의도적인 실수로, 남자 성기 모양으로 짓고 있었다 (...)
정체를 알고 나서 얼굴이 빨개진 다른 아이들과..
뻘쭘하다가도 곧 다같이 빵 터지며 열심히 만들고, 흔적을 없애버린다.
한편 지우와 수경은 비교적 인적이 드문 해안가를 차분하게 따라 걷는 중이다.
높은 허공에서 아래로 하이앵글로 잡고 내려다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은 연인이다.
수경은 내내 지우의 손깍지를 꼬옥 끼우고 걷고 싶던 것을 참다가..
이제야 아쉬웠던 것이 해방되서 마음껏 깍지도 끼우고~ 팔짱을 끼며 지우와 정답게 걷는다.
그렇게 늘 붙어있으면서도.. 어느 한순간도 지우에게서 떨어지기가 싫은가보다.
지우도 수경을 끔찍이 아끼는 만큼- 천상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커플이다.
“아가야. 이따가 애들한테 돌아가면 그때는 이거 걸쳐야돼”
“알았엉~ 자꾸 잔소리하네. 히- 그렇게 애기가 다른 남자들한테 알몸 보이는게 싫어?”
“당연하지 바보야. 넌 내껀데 누가 훔쳐보면 열받잖아...”
“칫.. 몰라..”
수경은 지우가 언젠가부터 자신을 종속시키는 느낌의 멘트를 남발해도,
싫기는 커녕 도리어 기분이 짜릿함을 느꼈다.
구속당하는 말을 들어도 어째서 기분이 아무렇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의아하다. 나도 은근하게 무의식중에는 변녀 기질이 있나봐?
지우한테는 어제의 첫날밤과 오늘 아침의 황홀했던 체험 이후로
오늘 종일.. 더더욱 뜨겁게 안기고 싶은 충동이 계속하여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걸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고 이성의 힘으로 버티는 중이다.
이게.. 이렇게 신경을 써서 짓눌러야하고 떠오르지 않도록 억압해야하는 감정이라니..
나는 정말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야한 색녀가 되어갈까?
다 이 나쁜 꼬맹이.. 바보 꼬마 때문이얏! 에잇..
혼자만의 망상을 재밌게 떠올리며~
소중한 남친에게는 그런 내색을 애써 숨긴다.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지우의 코만 꾸욱~ 짖궂게 손끝으로 꼬집어보았다.
“아야! 아파! 야.. 이거 무슨?
마,, 네가 꽃게냐! -.- 왜 꼬집어 갑자기?”
“ㅋㅋㅋ 미안해. 너무 니가 이뻐서 갑자기 꼬집고 싶어졌어.. 마니 아파?”
“씨잉. 아프지.. 너도 한번 해줘?
아야야.. 너 손톱 봐봐. 언제 깎았어?”
“손톱 없는데.. 엄지랑 검지끝으로 눌렀거든 바부얏. 엄살은 디게 심해”
“참나. 지가 꼬집어놓고 당당하긴.. 일루와! 넌 벌좀 받아야돼”
“꺅-?! 어딜 다큰 처녀를 막 안앗.. 야~!”
“흐흐. 아무도 안와. 가만히 있어. 앙탈부리지 말고 있어봐좀”
소녀의 말랑 말랑한 하얀 히프를 지멋대로 막 주무르면서 신이 났다.
수경은 지우가 갑자기 껴안으면서 거침없이 만져대자 겁이 덜컥 난다.
애꿎은 몸부림을 펼치며 남친의 품에 안겨서 저항을 부리는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 자식이 음탕한 짓하는데 누가 올까봐서다..
지우도 수경이 싫진 않은데 마지못해 끌려오면서 귀엽게 반응하는 걸 알고 더 짖궂어진다.
“응.. 흐응.. 아후, 야아~!!
하지 마.. 누구 와 지우야아..”
“하아.. 쮸웁, ? 쮸줍.. 쫍 맛있네~
흐흐.. 괜찮아, 어서 이리와”
“너 진짜? .. 간댕이가 부었어! 내가 너 때문에 미쳐.. 들킬 걱정도 안되니??”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애기야.
우리 그럼 아주 으슥한 곳을 찾아보자. 알았지? 이리와봐”
“......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멋대로야.. 미워 죽겠어..”
입술 한쪽 끄트머리를 가볍게 샐쭉이며, 마지못해 끌려가는 수경.
지우에게 잡힌 손이 힘있게 주르르 끌려간다.
몇분간을 최대한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주위 해변가를 찾고 찾던 커플.
어라 그런데 길을 좀 잃는 느낌이다.
선생들이 처음에 지도를 펼쳐주고 안내해준 영역과는 다른 그림이 나온다.
수경은 점점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다 보면, 인적도 드물고..
지우랑 길 잃은 미아가 될 것 같아 불안해졌다.
여긴 점점 갈수록 모르는 장소인데...
한참을 둘이서 좋다고 걷더니 길을 잃은 것 같다.
해는 벌써 저물어 가고.. 수경은 저도 모르게 겁이 나서
남자친구의 팔과 어깨, 손을 잡은 손에 긴장과 두려움으로 힘이 들어간다.
“야. 왜 이렇게.. 너 자꾸 떨고 그래? 몸이 슬금 슬금 떨리는 거 같아?”
“그게, 불안해서.. 지우야, 우리 이러다가 길 못 찾으면 어떡해,
이제 금방 어두워지는데 자꾸 가다는 미아 되버려.. 돌아가자, 응?”
“............”
“그치? 바부야. 흥분해서 막 쭉쭉 앞으로 나가기만 하고. 길 못찾고 헤메면서. 에잇~!”
“애기 너 말이 맞다 야.. 클났네....
언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 사실은 나도 여기가 어딘지 감이 안와.
일단 방향 돌리자. 잘 찾으면 돼. 다행이 아직 어둡지는 않으니까.. 가자”
새삼스럽지만 수경의 새하얀 몸은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구석 구석 조금만 훑어보고 있어도 금방 욕정이 차오르는 지우로 하여금
미칠듯한 음욕을 느끼고 발작하는 증상을 보이게 한다.
지우도 수경만 보면 이제 자신이 제어가 안되고 충동적으로 변하는 사실이 무서울 정도다.
평소에는 비교적 냉정을 유지하는 편인데(그렇다고 생각한다)
갖고 싶은 수경하고만 있으면 컨트롤이 안된다.
그래도 지우의 장점중 하나는,
수경의 조언과 충고를 그 즉시 타당할 때는 수용하는 면이다.
지금도 보니까 수경 말이 맞거든.. 혼자 고집부리다 엉뚱한 곳으로 와 버린 것이다.
언제 여기까지 걸어왔지? -.-
여차해서 도저히 못 알아먹겠으면, 돌아가는 택시라도 타자.
그러면서 두려움에 지친 여자친구를 토닥 토닥 어루만지며 달래준다.
수경은 걱정된 가운데, 유일한 의지가 되는 남친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서 안겨 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빠르게 지났지..
아까 두시반에서 세시쯤 해안가에 집결했을 때에서,
수경과 지우가 둘만의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즐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금새 오후 여섯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버렸다.
아직 해는 밝지만, 조금씩 어둑해질 조짐이 보인다.
수경은 핸드폰도 지혜와 희연에게 맡겨두고 왔다. 믿을 것은 남친의 폰 뿐이다.
남자친구의 전화기로 드문 드문 희연과 통화를 하면서 장소가 어디인지를 파악한다.
다행스럽게도, 20분 정도를 낑낑대며 걷던 커플에게..
겨우 눈에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드러났다.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지우를 놓치지 않고 꽈악 붙들고 있던 수경도
어느새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이 축- 빠진다.
“봐, 다 왔지? 걱정할 것 없다니까 하하. 아까전에 지나왔던 기암괴석들이야.
여기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우리 처음 모였던 해변가가 바로 나온다구. 흐헤!”
“흥.. 미워욧. 벌써 다 깜깜해졌잖아요.. 나쁜 주인님~ 홍홍!
히히.. 그래도 너 길 잘 찾는다? 얘..
나 놀랬어~ 척척 알아서 잘 찾아가네??”
“그래? 그렇지도 않은데.. 나 맨날 방향감각없는 길치라서
우리 엄마가 놀리거든 -_- 공공장소에서도 맨날 길 잃고 헤멘다구”
“푸하하. 아주머니가 그러셔? 걱정이 되니까 그러겠지..
항상 널 보면 칠칠맞고 어린 애기같아서 얼마나 불안하시겠니,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애기얏 ”
“그렇게 말하니까, 지금 이 배경하고 딱 맞네? 물가에 나와 있는 애기들 둘이잖아”
“뭐야.. 그걸 개그라고..
그래. 말된다~ㅎㅎ 자아, 뭐해 얼른가 주인.. 가면서 얘기해”
수경은 지우의 따듯한 품에 사랑스럽게 안기며 쪽, 쪽 귀엽게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잡음도 일고 시끄러운 일이 넘쳐나는 사고뭉치 커플이지만
남친이 좋아 죽겠는 그 마음만은 정말 감추기 어렵다.
지우도 귀여운 수경의 은근한 애무와 키스에 다시 하반신이 빳빳해지고 페니스에 힘이 들어간다.
꿀꺽.. 안돼, 참자. 이제 다 왔어....
힘내라 이성! 욕정 따위에게 지지마.. 젠장.. 너무 꼴리지 말라구.
수경의 손목을 통째로 꼬옥 붙들고 가볍게 끄는 지우.
숙소에 언능 돌아가서 장기자랑 하기 전에 밥 묵고..
씻고 나면 또 수경이랑 즐섹 한번, 으흐흐..
조금만 참자 고지가 보여~~
응?
땀에 흠뻑 젖은 두 소년 소녀 앞에,
갑자기 알 수 없는 두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치회의 2학년 두 차장인 재윤과 석훈이다.
이들의 얼굴을 전혀 모르는 둘은 그저 의아하다.
시커먼 놈들 둘이서.. 심상치 않은 눈길로 지우와 수경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경의 매혹적인 여체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고정한다.
수경은 괜시리 불길한 예감에 흠칫, 지우 뒤로 몸을 움츠렸다.
“무슨... 일인가요, 누구시죠?”
“흐흐, 겁 먹지 않아도 돼. 1학년 1반 윤지우, 차수경! 우린 너희들 선배니까”
“그래, 2학년 임원 선배들이다. 나는 생활부 차장 문석훈이야. 하하”
“야, 이 등신아. 니 소개를 지금 뭣하러 해..”
“아야, 아퍼 임마..”
“생활부..? 그런 부서도 있어요? 우리 학교 선배라는 건 어떻게 믿죠?”
재윤은 알아서 자신들의 정체를 까발리는, 좀 어수룩한 친구 석훈의 뒷통수를 갈겼다.
신분이야 밝혀도 되긴 한데.. 지금은 켕기는 심상이 있어서 찜찜하다.
지우의 의심스런 재촉에- 날카롭게 눈으로 째려보는 재윤.
품에서 학생증과 신분이 담긴 문서를 꺼낸다.
수경과 지우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다가
선도부 차장이라는 작은 명함을 보고서야, 경계의 눈빛을 조금이나마 거두었다.
“그런데 왜.. 저희들 길 잃다가 이제야 겨우 돌아온 건데요”
“흐흐, 알아. 아까부터 하는 행동 다 보고 있었거든. 한참 헤메는 것 같던데 말야?
계속 같은 장소에서 뺑뺑뺑 돌더라구. 우린 멀리서 보고 있었어”
“그.. 그럼 좀 도와주고 그러시지..”
“ㅋㅋ 미안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거든 우리도”
“야.. 근데 수경이 너 듣던 대로다..
목소리 진짜 이쁘네~~ 얼굴만 이쁜 줄 알았더니 흐하”
“... 감사합니다...
저기, 선배님들 저희 어서 가보고 싶은데. 별일 아니면 좀 비켜주시겠어요?”
“어어~? 뭘 그렇게 허둥 지둥 서둘러. 선배들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길을 막았겠지”
“헤헤- 그래 그래.
수경아.. 가슴 사이즈는 정확히 몇이야?? 꿀꺽...... 으악!”
“개소리 주접 좀 떨지마 --... 시간도 없는데”
아마도 둘의 역학관계가 선도부 차장인 김재윤이 석훈을 갈구어 대는 갑과 을의 사이 같다.
다소 냉혹해보이는 카리스마와 짙은 인상의 재윤은,
상대적으로 좀 맹해보이고 잘 웃는 석훈을 시시때때로 옆에서 윽박지른다.
둘이 뭐하는 사람들이야?
덤 앤 더머도 아니고..?
수경과 지우는 자기들한테 볼일 있다면서, 금방 둘이 툭닥거리는 걸 보고 갸우뚱한다.
이 둘이 지우 수경을 찾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준기의 명령을 받은 것인데, 다름 아닌 수경을 붙잡아 데려가기 위함이다.
즉 괘씸한 짓을 한번 해보자는 의도로~ 똘마니 둘을 보낸 것.
일단 그러자면 지우를 멀찌감치 제거해야하는데..
무력으로 행사라도 할 셈이었다.
석훈은 얄쌍한 체격에 키만 쭉쭉 큰 편이고, 재윤은 선도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제법 체격도 튼튼하고 어깨도 벌어진 다부진 몸이다.
재윤은 어쩌자고 자기 둘만 이 꼬꼬마들을 잡으러 보냈는지 불만이다.
회장이 시켰으니 오긴 했는데,
일단 양심에 꺼림칙한 것은 접어두고 어떻게든 데려갈 수 밖에 없다.
흐흐흐흐...
심상치 않은 눈빛을 번뜩이며, 유도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을 내밀며 근접해오는 재윤.
턱, 친구 석훈의 등을 짚고 앞으로 쑤욱~ 들이 민다.
얼떨결에 석훈은 어어어어..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지우 옆의 수경 몸을 와락! 껴안았다.
꺄악???
수경은 비명을 지르며 석훈의 품에 안겨서 얼굴이 새빨개지고
지우도 당황스러워서- 이게 뭐하는 짓이예요?!- 소리를 지르는데..
재윤은 그런 지우의 입을 턱, 틀어막으면서 가볍게 헤드락으로 머리를 조인다.
조용히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며- 겨드랑이에 붙잡힌 지우를 꼼짝 못하게 가두었다.
으 씨발.. 이 개새끼들 뭐야, 암내는 지독해갖구! ..
확 붙잡히자마자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상대의 완력이 너무 강해서 풀기 어렵다.
지우는 재윤의 완력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꿈쩍도 않는다.
수경은 힘없이 남자친구에게서 강제로 떨어져, 안돼, 안돼, 지우야..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끼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석훈의 품에 붙잡히며 슬슬슬.. 옆으로 밀려난다.
석훈은 꿈에도 그리던 꽃같은 미소녀를 품안 가득 즐기며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때가 아니면 내가 언제 얘를 안아보냐? 크흐흐..
젖가슴을 몽실몽실♥ 은근하게 부비면서 수경을 터치하다가,
도저히 못 참고 풍만한 유방을 마구 양 손으로 쥐고 주무르고 있었다.
아 이뇬 죽이네....!!
그러자, 이때까지 얌전히 그의 품에 잡혀있던 수경이
찌릿! 매섭게 석훈을 쳐다본다.
움찔- 그 차가운 시선에..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서 가슴을 문대던 석훈도 동작을 멈췄다.
수경은 다짜고짜 말도 없이 몸을 함부로 만지는 건방진 녀석을 가만 둘 수 없었다.
니까짓게 뭔데...
우리 지우밖에 만져보지 않은 내 몸을 함부로 건드려?? -.-
석훈이 수경을 아주 꽉 붙잡진 않고 약간 느슨하게 데리고 있던 터라,
수경이 오른 팔꿈치로 퍼억-! 뒤에서 끌어 안은 그의 복부를 때리자..
커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눈알이 슬쩍 튀어나오려 했다.
생각지 못한 급습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소년, 금방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된다.
이, 이 미친년이..??
조사가 미흡한 탓인지, 수경이 스트리트 파이터 기질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아보고 왔어야 하는데..
멋도 모르고, 방금은 돌발적인 상황이겠지? 하고 성질나서 덤벼드는 석훈이다.
재윤도 석훈이 수경을 끌고갔을 때부터 보고 있다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오잉? 저거 지금 뭘 한거야?
수경은 덤벼오는 석훈의 오른손 주먹을 풋- 웃으며 살짝 왼쪽으로 피하더니
그의 양 어깨를 덥썩, 손으로 잡았다.
어? 뭐지?
당황할 틈도 없다.
곧바로 수경이 왼쪽 무릎으로 매서운 니킥을 “퍽!!” 복부에 안긴다.
......?!?......
보고 있던 재윤은 뜨악 입을 벌린다.
잠깐, 이런 얘긴 없었잖아 회장..
이 계집애 뭐하는 년이야??
한방에 석훈은 나가떨어졌고, 쾌재를 부르는 지우와 달리 얼굴빛이 울그락 푸르락..
표정관리가 안되는 덩치의 재윤.
크헉.. 꾸웨엑......
제법 수경의 힘있는 무릎차기가 강해서 그 한방으로 석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으며, 가볍게 아까 점심때 먹었던 내용물을 확인한다(...)
이.. 이 씨발.. 이런 수모를 안겨주다니..
재윤의 얼굴이 험상궂게 찌그러진다.
선도부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유도부에 들어갔을 것이다.
중학교 3년 내내 유도로 다져진 근육의 우람한 체구.
몸은 햇볕에 제법 그을려 태닝했는데도, 아직 구릿빛보다는 흰 색에 가깝다.
얼핏 보기에 그렇게 나쁜 인상은 아닌데.. 화가 나기 시작하면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진다.
순간적인 그 무서운 표정 변화에, 간신히 품에서 벗어난 지우는 깜짝 놀란다.
서둘러 수경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그의 앞을 막아서는데..
“수경이 넌 숙소로 가 있어. 내가 어떻게 버텨볼테니까, 얼른 뛰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너? 너야말로 저리 비켜!”
“흐흐, 이것들 둘이 그래도 드라마를 찍고 있네.
상황 파악이 안되냐? 니들은 지금 하늘같은 2학년,
것도 학생회 선배를 두들겨 팼어. 멀쩡히 보내줄 것 같아?”
“뭐가 어째!?
씨발.. 당신들이 우릴 먼저 공격했잖아??”
“꼬맹이 넌 닥쳐 병신아. 좁만한게 어디서 껴들어?
나와. 너한테 용건없으니까.
야, 차수경 이 개년아. 너 이리와. 나랑도 맞짱 함 뜨자”
“개.. 뭐???
왜 갑자기 나를 욕하구 지럴이야? 뭐야 이 사람 진짜??”
“흐흐.. 왜, 발정난 년더러 개년이라고 욕하는게 잘못됐나?? 으흐흐”
“...... 지우야. 일단 저리로 비켜있어. 다치니까. 부탁할게”
이 사람 진짜 저질이네. 처음 보는 여자한테 거리낌없이 욕설이나 퍼붓고..
매너 꽝인 남자는 아주 질색이다.
수경은 슥- 손을 뻗어 지우가 못 다가오도록 뿌리친다.
지우도 현명하게 뒤로 물러나서, 두 사람의 고조되는 긴장 분위기를 지켜보았다.
여전히 바닥에 널부러진 석훈은 으 슈밤..
이런 굴욕이.. 여전히 비실대고 있다.
그러다가, 간신히 기운을 차리고 조금 떨리는 다리로 버티고 일어선다.
아직 지우는 수경-재윤의 기운이 압도되서, 석훈이 다가오는 걸 모르고 있다.
흐흐, 이 좆만한 새끼.. 너부터 일단은..
팍! 지우의 뒷목을 수도로 내려친다.
........?????
강한 충격이 뒷목을 때리자 휘청- 앞으로 쓰러지는 지우다.
그런데 다행이 그 와중에 빗맞았다.
짧고 굵은 쇼크라서 석훈의 바램과는 달리 얼른-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싸움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지우지만..
이 순간은 자신을 급습한 망할 선배라는 놈에게 화가 치밀어 눈이 이글- 불타고 있었다.
“이... 이 자식 뭐야 너, 선배를 치겠다는 눈인데...”
“지랄. 선배가 선배다운 구석이 있냐? 더럽게 둘이서 후배들을 습격하곤!”
“뭐? 이게 말이면 다야,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지껄여 건방지게?”
“덤벼 병신아. 너 정도는 한주먹으로도 해치우겠다”
“이 좆만한 색히가...”
지우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1순위가 키 갖고 놀리는 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금기를 깨뜨리면서 비아냥거리는 욕설을 퍼붓다니.
이놈들은 죽어 마땅했다.
분기탱천한 지우는 생전 누구한테 주먹을 써본 적도 없는 아이지만
꽈악- 움켜쥔 격노의 주먹으로..
달려오는 석훈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번쩍-!! 하고 어퍼컷을 선사한다.
........ 아아.... 이건 또 뭐야???
엄마........ 크헉........
수경한테 한방에 꼴 사납게 나가떨어지더니,
남자친구인 지우한테도 보기 좋게 얻어 터지는 석훈.
씨발..
그래도 운동 좀 한다고 요즘 노력했는데, 이렇게 내가 추하게 맞을 줄이야!
비틀, 비틀.. 걸음을 제대로 못 가눈다. 그래도 용케 자빠지지는 않았다.
제기랄.. 지우가 있는 힘껏 휘두른 주먹은 사실 아주 타이밍 운이 좋았다.
직빵으로 오른 뺨을 얻어맞은 모습이다.
지우가 체중이 좀 있다보니, 그 한방으로..
이미 석훈의 얼굴 한쪽은 시푸르 딩딩~ 얼얼하게 색이 변한다.
한편 재윤과 수경.
힘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재윤이 흐아압-
수경을 와락 안아 으스러뜨릴 기세로 덮치는데
순순히 안겨줄 수경이 아니다.
미꾸라지 빠지듯~ 흐느적~거리며
얼른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가볍게 휙~ 빠져나온다.
재윤은 눈앞의 껴안을 대상이 사라지자, 허공을 휘젓는 무안한 시츄에이션이 되었다.
수경은 가볍게 썩소를 흘리며, 재윤을 등지고 섰다가..
재빠르게 오른발 돌려차기로 시원스럽게 쭉- 뻗은 다리를 뽐내며
그의 척추 후관절과 흉추 사이를 퍽-! 걷어찼다.
가벼운 여름 슬리퍼 차림이라, 정확하게 뒷목 마음 먹은 부위를 차진 못했다.
그래도 상당한 데미지를 준 것 같은데..
어? 뭐야..?
나름 세게 찼고 그 정도면 쓰러져야 정상인데...
재윤은 크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금방 휙, 뒤돌아서며 노려본다.
햐! 맷집 좋네 이 사람.. 쉽게 물러서지 않겠는걸.. .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다시 수경을 껴안으려고 덮쳐오는 재윤.
순순히 잡혀줄 소녀가 아니다.
이번에도 가볍게 안으려는 동작을 옆으로 비키면서
아까 석훈에게 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어깨를 짚었다간 위험하므로
물러나는 동작과 함께 휘릭- 작은 원을 그리며
다시 오른발로 재윤의 복부 아래를 걷어찬다.
어, 씨발..??
체격이 큰 만큼 민첩하지 못해서, 재윤은 이번에도 아랫배를 얻어맞는다.
흐?... 허억..
짧은 스냅으로 간결하게 끊어 찼지만 그 임팩트가 상당한 모양이다.
얼굴이 구겨지며 역시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재윤..
젖 같은 계집애한테 이런 굴욕을?......
배를 잠시 움켜쥐며 통증을 다스리는데, 그 틈을 수경이 놓칠 수 없다.
척! 겁도 없이 이번엔 수경이 용기있게, 몸이 접혀진 그의 앞에 약간 떨어져 선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되나..
가볍게 호흡을 고른 후- 거침없이 하이킥!! 으로 그의 왼쪽 면상을 강타했다.
으흐억!!
외마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재윤은 수경의 발등에 쥐어 터지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보기 좋게 찌부러진 돼지저금통 마냥,
한곳으로 얼굴이 몰리면서 추한 몰골로 변하고..
제대로 몇걸음 내딛기도 전에 자빠지기 일쑤다.
기다려~ 넘어지기 전에 한 대라도 더 맞아라.
휘청~ 거리며 다리에 가볍게 힘이 풀리는 거구의 사내를 향해..
탓, 재빨리 스텝을 딛으며 그의 양 어깨를 손으로 잡고,
아까의 석훈처럼 복부를 니킥으로-
새하얀 무릎을 곧추세워 퍽-! 강하게 올려 찼다.
어???
순간 수경은 몹시 당황한다.
생각지 못하게 재윤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소녀의 왼쪽 무릎과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흐으, 후우... 건방진 년이 봐주니까 겁도 없이 계속 날뛰네.. 휴..
겨우 그 두 번 때려놓고 결정적 찬스를 잡은 줄 알았나? 이번엔 걸려들었네”
“... 뭐야, 너??
그럼 일부러 날 유인하려고..”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나도 진짜로 맞았다고. 하하~”
“이.. 이거 놔줘 어서, 내 다리 어서 놓아..”
“지럴허네 미친년이, 이제야 널 잡았는데 놔주겠냐. 이제 넌 내꺼다!”
“꺅-!!! 저, 저리갓..!?!.....”
품안에 저절로 안겨들어온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다.
이번엔 방심 안하고, 빠르게 수경을 덥썩- 세게 껴안는 재윤.
수경은 바로 코앞에서 거구의 남자에게 붙잡히자 어떻게 힘을 쓸 도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꼼짝없이 덩치에게 잡혀버렸는데..
재윤은 수경을 휘릭- 뒤로 돌린 다음 뒤에서 다시 꽈아악-! 조이면서 힘껏 끌어안는다.
...... 아파...
배는 그렇게 조이지마......
“겨우 잡았다 이뇬.. 흐으흐흐...
이렇게 팔딱 팔딱 날뛰는 버릇없는 년은 어떻게 혼쭐을 내주지?”
“너, 대체 날 어쩌려고 이러는데? .. 강간이라도 할 거야??”
“강간이라도?
헐헐, 한두번 당해본게 아닌가보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네? ㅋㅋ-
이년이 남자 자지를 많이 밝히는 모양인데 흐흐..
걱정마라 맛있게 먹어 줄거다”
“...... 저질, 더러운 새끼.
여자한테 그런 말을 거리낌없이.. 넌 최악의 인간이야”
“조용히 해 이년아.
니가 날 성질을 돋구지 않았으면 이런 말을 하겠어?”
“기가 차서... 우리가 너희들한테 뭘 어떻게 했는데?
첨부터 철저히 공격해온 건 너희들이잖아!”
“........
닥쳐, 누가 먼저 어쨌는지 그런건 필요 없어.
니가 앙탈을 부리고 싸가지 없게 덤벼든 사실을 생각해 이 개뇬아.
하늘같은 선배를 우습게 알고.. 어딜..
씨발 진짜.. 내가 생뚱맞게 너한테 맞은 걸 생각하면.. 크윽”
“...... 헛소리 말고, 이.. 이거나 어서 놔줘요 선배.
그러면 선배대접 멀쩡히 해줄게요....”
“크크... 바로 공손해지네. 왜 발버둥쳐봐, 아까처럼?
어디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나 보게? 그냥은 못놔줘~”
“...... 이럴 꺼예요?
왜 가만히 있는 우리한테 접근한거죠?”
“몰라두 돼~ 꼬치꼬치 묻지마.
난 떼떼떼 거리는 여자가 젤 싫어. 입 좀 다물어라”
“꺄악! 배.. 배는 그렇게 꾸욱 조이지 마세요. 아파욧.. 아...!”
얼마나 품에 안아보고 싶던 여자인가.
재윤과 석훈은 회장 준기의 명령을 받고 썩 내키지는 않지만 둘을 습격한 것이다.
죄의식은 들지만 그래도 설던 것이,
예쁘기로 소문난 후배를 한번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두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던 것이다. 굉장히 기대감이 컸다.
지금 아마 준기는 성태와 함께 이 가까운 근방에서 둘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수경은 자신의 젖가슴을 마구 뒤에서 재윤이 주무르자,
벌레가 기어다니는 끔찍한 기분에 몸서리치며 몸을 뒤틀었다.
너무 싫고 기분이 더러운데..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해도,
얼마나 완력이 강한지- 어찌 된 것이 조금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힘이 굉장하다.
이전에 때려눕혔던 강정태 같은 그냥 중년돼지와는 당연하지만, 비교가 안된다.
등빨은 오질라게 큰게.. "블랑카"같이 생겨갖고..
녹색 괴물과도 같은 놈에게 안기며 공포에 빠져드는 소녀.
지우는... 지우는 어디에?? 어떻게 되었을까?
오로지 관심은 남자친구의 안위뿐이다.
자신이 이렇게 당하고 있는 걸 알면 가만히 볼 사람이 아닌데..
아니 그보다 걱정이 된다.
몹쓸 짓을 당하고 다쳐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어디에 있지? 지우야. 얼굴 보고 싶어.. 어서, 제발 얼굴 보여줘..!!
재윤은 재윤 나름대로
지금 당장 이 끝내주는 야한 몸을 거칠게 내동댕이치고, 마구 겁탈하고 싶었다.
울룩 불룩 시뻘겋게 곤두서는 페니스가,
자꾸 수경이 앙탈을 부리고 움직일수록 사타구니를 건드리고 자극하니..
오히려 점점 닿아서 자극적이었고 접촉 때문에 찌릿- 찌릿하다.
이년이 나를 제대로 흥분시킬려고 이래 몸을 배배꼬고 지룰을 하네..
그래도 재윤은 뜨겁게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강한 이성의 힘으로 성욕을 제어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맛본다거나 물의를 일으키면 큰 일이다.
아직 사람들이 이쪽을 발견하고 다가올 가능성도 있고.. 해가 완전히 지려면 멀었다.
지금은 일단 회장이 있는 곳으로 석훈과 함께 끌고 가야한다.
야 근데 이뇬 진짜 죽이는데...
눈에 보이는 것 못지않게 손에 만져지는 촉감이 정말 장난 아니다.
피부는 백옥처럼 새하얗고 미끌 미끌- 탄력이 넘치면서,
사내의 색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매우 근사하고 눈부시게 예쁜 몸을 갖고 있다.
조금만 만지고 있는데도 기분이 꿀맛이다.
이렇게 부드럽고 향긋한 체취까지 나다니..
회장 준기도 이런 수경의 향기와 아찔한 피부의 탄력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냥 순순이 갖다 바칠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엄청나게 발기해서 씨익- 씨익- 거친 숨을 토하는 재윤.
그런데 석훈이 지우를 기습적으로 때리고 질질 끌고 간 곳은 멀지 않은 곳이다.
그 타이밍에 지우는 훤칠한 키의 석훈과 싸우며 제법 선전하다가, 고전하고 있었다.
의외로 둘이 붙어서 오래 싸운다.
태어나서 거의 주먹을 처음 써보는데,
생각보다 자기 주먹이 꽤 맵다는 걸 깨닫자- 지우도 용기백배한다.
허우대만 멀쩡한 석훈을 가볍게 보고 싸우는 중인데
이미 초반에 구토까지 하는 굴욕을 맛본 석훈은..
더 이상의 방심은 없다-는 결연한 자세로 지우와 박빙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쪽이 더 흥미롭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며..
1,2학년 선후배간에 둘다 피떡이 된 상태다.
파워는 지우쪽이 더 세고, 리치는 석훈쪽이 길다보니- 균형의 추가 한쪽으로 좀체 안 몰린다.
비등비등하게 싸우면서 사이 좋게 데미지를 안겨주고 있는 형국.
자존심이 팍 구겨지는 쪽은 물론 석훈이다.
싸움이라면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꼬맹이를 상대로는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전하면서 체면을 구기다니 이게 왠 망신인가.
안그래도 비리비리한 체격이 싫어서, 웨이트를 조금씩 학교 끝나고 틈틈이 해왔는데
이 통통한 살집의 꼬마는 몸도 둔해보이는데 맷집이 여간 좋은게 아니다.
서로 코가 터져서 피를 줄줄 흘리고..
석훈은 심지어 이마가 찢어지기까지 했다.
정말 짜증나네. 재윤이 놈은 아직인가?
나는 남자라고 쳐도, 계집애 하나를 어떻게 못해서야..
...... 아?
잠시 지우에게서 멀리 떨어져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수경쪽을 힐끗 보는 석훈-
그 사이에 지우도 수경이 재윤에게 잡혀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 수경아..??? 괜찮아..!?......”
“어디? ... 지우야!
난 괜찮아. 너는 어때, 안 다쳤어?”
“야 이년아~ 아직도 소리를 꽤액 지르네.
누가 들으면 큰일 나려구. 목소리 낮춰, 응?
안그러면 아주 무섭게 혼내줄 테니까.. 소리 지르면 죽인다”
“...... 알았어요. 작게 말할게요.. 저, 대신에 남자친구 쪽으로 데려가주세요”
“캬캬 지랄하네.
지금도 이렇게 발버둥치는걸 겨우 잡았는데 뭘 움직여? 수작부리지마”
“후~ 재윤이 너 대단하구나. 그 앙칼진 년을 잘 잡았네 흐흐”
“ㅋㅋ 그래봤자 여잔데. 너야말로 무슨 굴욕이여.
야, 꼬맹아! 니 여친 잡혀있는거 보이지!
허튼 짓거리 말고 순순히 이쪽으로 와라”
“...... 어? 지우를 왜, 이쪽으로 오라고 불러요?”
“멍청한 년아, 니가 좀전에 가까이 오게 해달라며. 하하-”
“... 지우야! 도망가! 이쪽으로 오면 안돼!”
“응? 오라더니 또 무슨 소리야...”
어리벙한 지우는 수경의 급히 제지하는 말을 들어도, 이미 지척에 와 있었다.
아니 다가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겠는가. 여친이 위기에 빠졌는데..
큰 체구의 재윤이 겁은 나지만, 석훈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기내어 다가온다.
지우를 불러 앞에 세워 놓고, 재윤은 능글맞게 웃는다.
석훈도 가까이 오도록 호출하더니 둘이서 지친 지우를 때리기 시작하는데..
수경이 보는 눈 앞에서, 둘이 함께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다.
퍽, 퍼벅... 처퍽, 퍼벅...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 세례를 받으며 금방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 지우..
수경은 깜짝 놀라서
꺄아아아.. 비명을 마구 지르고 싶었는데, 지를 수가 없다.
그럴까봐 미리 재윤이 수경의 입에
어디서 금방 가져온 큰 헝겊을 돌돌 말아서 우겨넣었기 때문이다.
지금 수경은 우읍, 우읍!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꼼짝없이 가슴이 찢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하아.. 후으..
실컷 지우를 둘이서 가지고 놀다가 후드려패고,
재윤에 이어서 분이 풀린 석훈도 발을 거둔다.
휴.... 때리는 것도 지치는 일이다.
지우는 꿋꿋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도..
두 놈이 때리는 와중에도 오직 수경이 걱정되어 그녀의 얼굴만을 살폈다.
수경도 흠뻑 젖은 눈으로
너무 무섭고 떨리지만 그런 지우와 애타게 눈빛만 교환하며-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로를 갈구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어찌 되었든 상황은 이제 종료다.
불굴의 의지로 내 여자는 반드시 내가 지킨다는 정신력도 한계에 이른 지우.
실컷 얻어터지더니 풀썩- 힘없이 옆으로 쓰러진다.
수경은 마음이 괴로워서 피눈물을 흘리며 남친을 바라보았다.
잘 버티던 지우가 나자빠지는 걸 보고
석훈과 재윤은 퉤엣- 가래침을 얼굴에 뱉는다.
침까지 뱉을 필요는......
지우의 얼굴이 짖뭉개지는 모습을 보니 수경의 가슴이 찢어진다.
“됐어, 시간을 너무 끌었다. 이제 얼른 데리고 가자”
“응. 이년 이거, 어떻게 끌고 갈건데? 들쳐메고 갈거야? 아니면..”
“밧줄 가져온거 어디 갔어?”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있어봐. 내가 가져올게”
“......... 우웁, 으?...!!......”
수경은 ‘밧줄’이라는 말을 듣자 얼굴이 아연실색했다.
밧줄이라니, 날 묶어서 대체 무슨 짓을.. 어디로 데려갈 셈인데??
머릿속이 공포와 걱정으로 하얗게 물드는 가운데, 실실 웃는 석훈이 하얀 로프를 가져온다.
안돼. 저거에 묶이면 속절없이 잡혀가는 거야..
겁에 완전 질린 수경.
다리가 오들 오들.. 엄청 후들거린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만 보던 다급한 상황.
이대로 잡혀가기 싫어..
그때였다.
수경의 놀라운 집념이 빛을 발한 것은-
아직 재윤의 완력과 강압에 꼼짝없이 잡혀있을 뿐이지,
몸에 입은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던 소녀는..
밧줄로 자신을 묶으려고 약간, 그의 팔 힘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재빠르게 몸을 살짝 틀어-
그의 품 안에 등을 기대며 뒤로 약간 몸을 젖혔다.
그러니 재윤은 이년이 뭔 짓을?
당황하면서 그 짧은 찰나에 다시 안으려 팔을 두르지만..
그 순간, 민첩한 수경의 왼쪽 허벅지가 휘휙- 들리는가 싶더니
엇??? 이 무슨..?
자신의 유연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경은 재윤을 등지고 안긴 자세에서 그대로 180도 다리를 찢으며
왼쪽 발등으로- 재윤의 앞 얼굴을 “퍼억-!!” 찍어 차버렸다.
크헉......
부자연스러운 자세에서 행동의 제약이 있었지만,
뒤에서 잡아준 덕택(?)에 뒤에 무게중심을 두고
오히려 있는 힘껏 발등에 온 힘을 집중한 수경.
회심의 일격으로 재윤은 코가 깨지면서 피를 줄줄줄.. 흘린다.
재윤과 석훈이 깜짝 놀라서 당황하는 사이,
얼른 수경은 몸을 굽혀.. 느슨해진 그의 몸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몹시 당황해서 달려드는 석훈.
어어??? 이.. 이년이!
휙- 허공을 가르며 수경을 잡으려던 놈을 가볍게 제치고
뒤돌아서서 다시 멋지게 돌려차기 작렬~!
재윤과 다르게 석훈 쯤은 우습다.
타점 높은 시원한 킥을 뒷통수에 맞자,
깨갱! 하고 그냥 나가 떨어진다.
이어서 재윤을 보니 얻어터진 코를 움켜잡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개잡놈 쓰레기자식...
수경은 분노의 발차기로, 그때까지 정신이 혼미하던 재윤을 강하게 응징하기 시작했다.
퍼벅, 퍼벅! 퍽퍽퍽!
아까랑은 기세가 다르다.
수경이 재윤에게 붙잡히기 전에도 재윤은 몇 대 쥐어터졌던 상태라 몸이 사실 욱씬거렸다.
그래도 잡았으니 다행이었는데
이제 고삐 풀린 수경은 몸도 무사하고 거칠 것이 없다.
주먹과 발이 빠르게 휙휙- 그냥 날아다닌다.
이건 흡사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와 다를게 뭔가..?
열 제대로 받은 수경, 신나게 흐름을 타고-
거구의 소년을 그야말로 개패듯이 흠씬 두드리며 난타한다.
에잇, 에잇. 어디 너도 한번 엿되봐라.
감히 나를 강간하려고, 잡으려 들어!?? 죽엇..
때리는 건 무식하게 패면서, 은근히 귀엽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석훈에 비해서 재윤은 맷집이 있는지라..
적당히 때려서는 분도 안풀리고 불안했다.
작살나게 때려잡지 않고서는 안심이 안된다.
수경은 몹시 지쳐서 하아.. 하아.. 가쁜 숨을 토할때까지,
재윤을 무릎 꿇려놓고 마음껏 두들겨 팼다.
그래놓고 지우와 석훈을 번갈아 살핀다.
이미 둘 다 아예 기절해 뻗어있다.
석훈을 보니 눈이 쌍심지가 돼서 분노로 가볍게 떨린다.
병신.. 이건 뭐야? 비쩍 말라갖고..
이런 놈이 감히 내 남친을 팼단 말이야?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재윤이 또 덮쳐올까봐, 얼른 기절한 지우를 잡고 일으켜세운다.
일단 여기를 피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우를 끌어안고 한발 한발 힘들게 옮긴다.
몇걸음 옮기기도 힘들다.
게가 옆으로 움직이듯..
아주 어렵게, 그렇게 재윤과 석훈에게서 수 미터를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 투성이의 해변 바닥에 지우를 안다치도록 조심스럽게 눕힌다.
“지우야, 지우야! 정신차려 괜찮아?? 얘, 괜찮니?? 말좀해봐”
“....... 으응... 수경이구나..
헤헤.. 너 무사한 거야..? 흐헷.. 나는 괜찮아..”
“너 어쩜.. 이렇게.. 흑흑.. 이 꼴이 이게 뭐니..”
“울지마.. 헤헤. 그 이쁜 얼굴 망가진다 야, 다친 곳은 없어?”
“지금 니가 나를 걱정할 때야??
지는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 되서는.. 미워잉..”
“하하. 멀쩡하니까 됐잖아. 나는 아무렴 어때. 너만 무사하면 되지..”
“그런 말이 어디있어.. 니가 다치면 내 마음이 어떠겠니..”
“휴~ 그건 일단 이따가 얘기하자.. 아흑, 나 온몸이 아파 죽긋네.. 으으..”
“무리하지마. 너 엄청나게 맞았어 아까.....”
“알고 있어. 그래도 정신은.. 용케 돌아왔다.. 끄흑.. 으...
그놈들은, 2학년 개새끼들은?”
“저기 있잖아.. 아직 근처야. 봐바”
수경이 가리키는 손 방향으로- 지우는 아직 지척에 있는 두 놈을 보았다.
둘다 나란히..
보기 좋게 피떡이 돼서 바닥에 드러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대번에 상황파악이 되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머저리 같은 놈들..
아무리 내 여친이지만, 여자 하나 못이겨서 얻어터지긴..
쿡쿡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지우의 웃는 얼굴을 보고 수경도 같이 웃는다.
“바보들이네 저거.. 너 혼자 둘다 때려눕힌거야?
너 진짜.... 야... 굉장하다”
“별거 아니던데 뭘, 둘다 허우대만 우렁차지. 실속은 개뿔도 없어 ㅎㅎ”
“개뿔..?
야 너 그런말도 하네. 확 깬다..”
“... --... 말하다보니 나온거야. 말 조심해서 할게. 칫-”
“ㅋㅋㅋ 아니야. 귀여워. 그런 모습도.. 우리 애기 이리와봐~”
“꺄앗.. 여기서 이러지마 야아~..
으악, 너 피 나한테 다 묻잖앙~~”
“어허, 주인님 피가 좀 묻으면 어때? 그렇게 싫어?”
“응! 싫어! 히힛~ 너는 좋은데 피는 싫거든. 쿠쿠~
...... 아이 또 그렇게 울상이야?
농담이잖아.. 조금만 장난쳐도 삐지니?”
수경은 지저분해진 지우가 자신을 마구 껴안자 앙탈을 부렸다.
진담 농담 섞어서 놀리다가, 지우가 정말 새침한 얼굴이 되자.. 그냥 안아줄 수 밖에 없다.
애기라니까.. 후훗♥..
아, 이렇게 여유작작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언제 저 괴물들이 정신 차릴지 모른다.
노파심에- 수경은 지우를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물었다.
“지금.. 저놈들 기절하긴 했지만 잠깐이야. 금방 정신차릴 수도 있어”
“알아 나도 무슨 말인지. 지금 얼른 도망가자는 말이지?”
“응.. 너, 걸을 수 있어? 내가 부축해줄까?”
“걸을 수는 있지..
몸에 힘은 빠져도 움직이는 건 가능하니까.. 으갹!”
“.... -_- 거봐, 걷는것만 겨우 되지.
다리 절뚝거리고 비틀거리네.. 일루와, 내가 부축해줄게..”
소녀는 다친 남친이 안쓰러워서, 얼른 옆에서 감싸듯 포옹해주었다.
지우의 피가 뚝뚝- 아래로 땀방울처럼 떨어진다.
온통 바위뿐인 바닥에 방울 방울 떨어지는 피가 닿아, 똑- 똑- 소리가 났다.
으으 끔찍해.. 피는 진짜 싫어..ㅠㅠ
얼마나 아플까..?
다친 지우를 힘껏 감싸주며 수경은 떠듬 떠듬 지우를 천천히 옮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과정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눈이 있었다.
백준기다.
똘마니 김재윤과 문석훈이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듬직한 체형의 친구인 임성태는 안보인다.
...... 뭐야 저건 또?
수경은 눈 앞에 누군가 가로막고 서 있는걸 보고 멈춰섰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게 나무 뒷 그늘에서 숨어 있던 준기가
수경이 마침 자기 쪽으로 걸어오자, 스윽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놓치면 다시는 기회는 없다.
수경이 반 일행과 합류하기 전에 잡아야한다.
힘 하나 안들이고 소녀를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나타난 모양.
“뭐예요, 또? 일행.. 인가요?”
“클클클- 일행이라니~?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 아니에요. 느껴져요..
조금 전까지 저희를 못살게 굴던 사람들하고 분위기가 똑같거든요..
솔직히 말해요. 누구예요, 그쪽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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