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 장 윤식은 배달된 강릉 지방지 신문을 펼쳐들고 있었다. 사회면 한 귀퉁이에 야당 당원이 술집 앞에 쓰러져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경찰에서는 지병을 앓고 있던 그가 술이 과해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 장 윤식은 들고 있던 신문을 탁자위에 집어 던졌다.
식사를 하고 나온 신우는 아버지가 보고 있던 신문에 호기심을 느꼈다. 층계를 올라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탁자위에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꼼꼼하게 살피던 그의 시선이 박 재필의 사망 소식이 실린 기사에 멈추었다.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한기를 느꼈다. 그는 더욱 유학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 끓어올랐다. 그것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고 싶은 까닭이었다.
신우의 심정과 달리 장 윤식은 누구보다도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치부들을 알게 된 아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사회물정을 모르는 아들의 반발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바램을 충족시켜주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강릉 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민국당 강원도지부 사무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우울했다. 박 재필의 장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제각기 그들이 의자와 소파에 주저앉은 사무실 분위기는 무겁게 갈아 앉았다.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눈치를 살피다가 그들에게 음료수 캔을 가져다주었다. 소파에 앉았던 남자가 탁자 위에 놓인 캔을 집어 팔걸이를 툭툭 쳤다.
“박 부장이 누구하고 같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 없어?”
“...........”
“경찰은 뭐하고 있는 거야!?”
“여당을 위한 경찰이니 우리 당원 일에 신경 쓰겠습니까!”
“전부 썩었어. 빨리 갈아 치워야 돼!”
벌컥 화를 남자는 손 기삼 당지역위원장이었다. 간부나 당원들은 위원장의 말에 눈치만 살폈다. 강원도에서 오랫동안 언론에 있던 박 재필의 역할이 당에서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찰에서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박 재필이 폭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고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 당원 누구도 경찰의 발표에 이의를 신청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선거는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박 부장이 없다면 타격이야.”
“.........”
“그날, 박 부장 나가는 걸 본 사람 없어?
“..........”
위원장의 물음에 당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위원장은 박 부장의 죽음이 타격이기도 하지만 도리어 여당을 몰아 부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 모습에 손 기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낙심하는 표정으로 그가 위원장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당원들은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젊은 당원 한 명이 불쑥 일어나 위원장 실로 들어갔다.
위원장 실로 들어선 젊은 남자는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안 종호 부장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한 엘리트였다. 그는 위원장 명패가 놓여있는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머리를 짚고 있던 손 위원장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안 부장, 왜......!?”
“박 부장님이 사고를 당하던 날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 들었어?”
“무슨 말보다는, 저녁에 친구를 만난다고 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 안 종호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안 종호가 무릎위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소파에 앉았다. 탁자에 손을 얹은 위원장이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고!? 친구가 누구인데?”
“무심코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황 민철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해.......!? 황 민철이 누구야?”
“대윤의 장 회장 운전기사로 알하고 있습니다.”
손 기삼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여당 국회의원으로 입후보대상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손 기삼의 머릿속에는 박 재필의 사망이 정치적인 음모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아니 그는 그렇게 연결하고 싶었다.
“장 회장이라면 장 윤식!? 확실한가?”
“황 민철이 국민 학교 선배이기에 틀림없습니다.”
“황 민철이 여당 당원인가?”
“당원은 아니어도 장 회장의 충복입니다. 장 회장의 도움을 받고 뒷골목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그럼, 장 회장의 지시를 받고 박 부장을.......”
손 위원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말꼬리를 흐렸다. 장 윤식은 강릉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도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였기 때문이었다. 안 종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박 부장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박 부장님이 근래 모습은 자신만만해 보였습니다. 장 회장을 입후보시키지 않으면 선거에서 여당을 이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술에 취해하는 말이라 흘려들었지만, 장 회장이 입후보 못하게 만들 자료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장 회장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는 말 인데........!”
“..........”
손을 모아 턱을 받친 손 위원장이 심사숙고하였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그는 박 부장을 가해한 사람이 장 윤식의 지시를 받은 황 민철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에 이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 종호는 침묵 속에서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손 위원장이 탁자로 상체를 기울이며 안 종호를 빤히 바라봤다.
“그걸 우리가 파헤칠 수는 없어. 다만 이 기회에 박 부장이 시도했던 방법을 우리가 하는 거야.”
“무슨.......! 박 부장님이 뭘 생각했는지 모르잖습니까?”
“그건 방법은 모르지만 목적만 같으면 돼.”
“어떤.......!?”
“자네는 앞으로 우리 당을 짊어지고 갈 엘리트야. 황 민철이 장 회장의 충복이라고?”
“네. 그건 확실합니다.”
“그럼, 황 민철을 역이용하는 거야.”
“어떻게요?”
“박 부장이 언론 출신이니 아마도 나하고 같은 결과를 생각했을 거야. 황 민철을 이용해서 유권자에게 장 윤식의 선거자금을 공급하게 만들고 언론을 이용하는 거지.”
“그러나, 황 민철이 그렇게 할지....... 그리고 언론이 모두 여당 편향인데........”
“그건 염려 마. 자네가 황 민철의 후배라고 했잖아. 황 민철이 내가 보낼 사람과 만나게 자네가 주선해 주면 돼. 그리고 언론이 우리 뜻대로 되면 좋고, 도리어 얼론이 장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타격을 받을 테니 손해 볼 것은 없어.”
“황 민철을 만날 수 있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 됐어.”
손 위원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긴장하는 표정을 지은 안 종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안 종호는 현 정치를 이끌어가는 여당에 반감을 갖고 학생운동도 했었다. 젊은 혈기로 야당에 뛰어 들었으나 정치적인 음모를 피부로 느끼고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손 위원장은 계속해서 세부적인 계획을 안 종호에게 지시했다.
장 윤식의 대윤 호텔은 강원도를 찾는 사람이면 모를 정도로 발전했다. 매년마다 인테리어를 교환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호텔건물은 강릉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에 하나였다. 저녁이후의 숙박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팔짱을 끼고 드나드는 남녀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징 윤식의 배려로 영업담당 지배인을 하고 있는 황 민철은 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횡 민철의 하루일과는 아른 아침 출근하여 시설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종업원들을 지시 감독하고 정오가 가까워서 영업 준비를 마치는 시각이었다. 그가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직원들이 식사교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점심 식사만큼은 집에 가서 하는 습관이었다. 그만큼 그가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인터폰에 여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지배인님! 전화 왔습니다.”
“........”
황 민철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여행사나 고객들이었다. 식사를 하러 갈 생각이었던 그는 조금은 귀찮았다. 그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수화기를 집어 들고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가 일상적으로 들었던 어감이 아니었다.
“황 민철 지배인이요?”
“네! 대윤의 황 지배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부영금고 조 기주요.”
“아! 네. 이사장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황 민철은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그는 조 기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장 회장과 절친한 신용금고 이사장이었다. 황 민철은 마치 이사장 면전에 있는 것처럼 허리를 굽실거렸다. 기업인들에게 잘 보인다는 것은 호텔영업에도 영향이 있지만 장 회장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장 회장이 내년 선거에 입후보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네.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장 회장 모르게 선거를 도와주고 있어. 그 사람 성격이 그런 걸 싫어하잖아.”
“네. 지당한 말씀이죠.”
“자네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당연하죠. 말씀만 하십시오.”
굽실거리며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황 민철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장 회장의 은혜에 보답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황 민철이었다. 승용차를 몰고 나온 그는 시내 외곽에 있는 목재상회로 갔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손가방을 인수 받았다.
횡 민철이 인수 받은 손가방 안에는 두터운 봉투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이사장의 지시대로 봉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였다. 그는 신처럼 모시는 장 회장을 돕는 일이었기에 무척 흡족하고 뿌듯하였다. 그러나 그는 과잉 충성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장 회장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는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에 출장을 다녀온 장 회장은 비서로부터 신문사 국장에게 전화가 걸려왔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대윤건설을 전국적인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직접 출장을 다녀온 것이었다. 그는 전화가 걸려왔던 신문사 국장에게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는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아! 심 국장! 전화했었더군. 요즘 분위기가 어떤가?”
“회장님이 걱정하실 일이........! 다행히 제가 갖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인데.......!?”
“선거 운동을 시작하셨습니까?”
“무슨 말이야!?”
장 윤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여러 방향으로 국회의원 입후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중앙당에서 자세한 계획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준비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각가지 루머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심스러운 심 국장의 목소리에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권자에게 선거자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투고되었습니다.”
“무슨 선거자금!? 누가 그 짓을 해!”
“황 민철입니다. XX 의원 원장과 XX서점 사장과 만나서 상자가 전달되는 장면입니다.”
“뭐라고!? 누가 보낸 거야?”
“익명입니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알았어. 그 사진 내게 보내게.”
장 윤식은 통화를 끝내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고 누구보다도 믿고 있었던 황 민철이었다. 치미는 울화를 참고 그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 되어버린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두 시간 후 그는 인편으로 배달된 사진을 받았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는 도리어 냉정해지고 있었다. 심사숙고하던 그는 황 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양이 저물고 있는 시각이었다. 장 회장의 호출을 받은 황 민철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장 회장이 지시한 장소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장 회장을 만나러 가야할 장소가 대윤건설의 자재창고였다. 시내에서 외진 곳이기에 의아스러웠다. 자재창고 앞에 도착한 그는 장 회장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어두운 창고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헉~!”
급히 숨을 멈춘 황 민철은 뒷머리를 강타 당하고 헛걸음을 치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장 윤식이 각목을 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들어나는 장 회장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없는 황 민철은 무엇이 장 회장을 분노하게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회, 회장 님! 왜.......! 이러십니까?”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장 윤식의 손에 들린 각목이 허공을 갈랐다. 각목은 황민철의 안면을 강타하고 창 고안에 ‘퍽!’ 하는 메아리를 울리게 했다. 양손으로 눈을 감싼 황 민철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질질 끌려간 그는 의자에 앉혀졌다. 그는 눈에서 피가 흘러나와 시야를 분간 할 수 없었지만, 감히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배은망덕한 인간!”
묵직한 목소리를 흘린 장 윤식이 밧줄로 황 민철을 의자에 꽁꽁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각목을 들어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황 민철은 뼈마디가 부서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신음을 흘렸다.
“허 윽! 헉! 회, 회장님.........”
“이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아! 인간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짓이 배반이라는 걸 모르나!”
"회장님 저는 절대로 배반을.......“
“주둥이는 살아 있어서. 내가 언제 네놈한테 선거자금을 배달시켰어?”
“그, 그건 부영금고 이사장님의 전화를 받고........하 윽!”
황 민철은 순수한 충성심에서 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명을 질렀다. 또 한 차례 각목이 그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었다. 그의 눈에서 솟구치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희미한 시야 속으로 보이는 장 회장의 모습이 성난 야차 같아서 공포를 느꼈다. 장 회장의 목소리는 음산하기까지 했다.
“이놈아! 조 기주가 야당 패거리인 걸 몰라!”
“하 악~!”
연달아 강타당하는 황 민철은 변명도 못하고 외마디를 질렀다. 그는 어렴풋한 의식 속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음모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분노를 참지 못해 각목을 휘두르던 장 윤식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놈, 입을 영원히 봉해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앞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
장 윤식이 들고 있던 각목을 던졌다. 각목이 뒹구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는 낫을 들고 황 민철을 묶었던 밧줄을 끊었다.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는 동안 창고 안은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장 회장의 멀어져가는 구둣발자국 소리와 함께 황 민철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가을이 멀지 않은 계절이건만 막바지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어둠이 짙어지는 밤이 되어도 번화가를 누비는 피서객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는 고요한 적막이 깃들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태양에 달구어진 찜통 같은 열기를 식히느라고 창문들을 열어 젖혀 놓고 있다.
전등불도 켜지 않은 단출한 가구의 좁은 단칸방이다. 하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으로 방안의 광경이 들어나 보였다. 그리고 달빛속의 공간은 습한 열기로 가득하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이부자리위에 발가벗은 젊은 남녀가 하나가 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하고 일 년이 갓 넘은 신혼부부였다.
아내의 젖가슴을 보듬어 안고 거친 숨을 흘리는 남자의 등줄기에는 땀방울이 흥건했다. 그는 대윤건설의 중장비 기사 조 재천이었다. 그의 아내는 하 상희! 서른이 넘어서 결혼한 그는 이삼일이 멀다하고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주체할 수 없는 그는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거친 숨을 몰아쉰 그는 아내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아 이! 어떡해..........”
조 재천은 아내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웠다. 동안의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짙은 눈썹을 깜박이는 큰 눈망울, 그리고 미소와 함께 드리워지는 보조개! 갖은 재산도 없고 평범한 그가 상희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은 크나 큰 행운이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나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된 아내가 더욱 깜직하고 앙증맞아 보였다.
“하 읍! 빨리..........”
한창 희열의 늪에 빠져 있던 상희가 남편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반사적으로 재천의 페니스가 뜨거운 늪으로 변한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감당하기 힘든 쾌감! 그러나, 그는 두 손으로 아내의 도톰한 볼을 감싼 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그녀가 그에게 눈을 흘겼다.
“자기야. 뭐해.......!?”
“너무 예뻐서!”
“피 잇~!”
상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홍조를 띠었다. 그녀는 비록 단칸방의 결혼생활이지만 남편의 사랑만으로도 행복했다.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녀의 유년시절은 외롭기만 했다. 더욱이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마저 두려워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미소를 항상 잃지 않았다.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섰던 남자가 조 재천이었다.
물론 내성적인 재천이 처음에는 그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의 용기 있는 프러포즈가 의외로 그녀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그녀는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풍족하지 못한 결혼생활이지만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계기였다.
상희는 시간이 갈수록 가정을 꾸려나가는 아내의 역할에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차츰 부부관계에서 느끼는 성적인 쾌감에 빠져 들었다. 여자는 성적인 역할을 통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여자의 본능은 그녀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활력소였다.
엑스터시에 빠져 들었던 그녀는 남편의 가슴 속에 머리를 묻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때서야 재천이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고 진퇴시켰다.
“하 으! 자, 자기야........”
“음~! 그렇게.......좋아?”
“아 으! 자, 자기 때문이야. 난 몰라.......하 으, 읍, 하아, 으.........”
뜨겁게 달아오르는 아내의 표정에 흥분한 재천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나도록 격렬한 부부관계였다. 하지만 그는 밤이 새도록 아내를 놓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육체관계에 희열을 느끼는 아내의 표정이 더욱 뜨거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헐떡거리는 그가 아내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힘껏 밀어 넣었다.
“자, 자기야! 난 몰라. 하 읍.........”
충격을 받은 상희는 남편의 등을 왈칵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보지 속의 민감한 돌기들이 짓이겨지는 쾌감에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결혼 초에는 부부관계를 하면 통증만 느껴 남편의 스킨십조차 두려워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는 희열에 빠져드는 그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다.
“하 으, 자기야. 너무 좋아. 읍, 으, 하, 읍.........”
상희는 꺼질 것 같은 신음을 흘리며 남편에게 매달렸다. 벌린 입술을 다물지 못하는 아내의 표정을 배려다보는 재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아내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고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페니스를 빼냈다가 좌우로 회전을 하며 보지 속을 헤집었다. 순간 상희가 꺼져가는 숨을 삼키며 파르르 떨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하 윽! 읍.......자, 자기야.”
거친 숨을 몰아쉰 상희는 남편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로 휘감기는 감각에 재천은 온 몽의 신경이 녹아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꿈틀거리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페니스의 힘줄이 불끈거렸다. 상희는 보지 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정액의 뜨거움에 몸서리쳤다.
“하 으! 난 몰라, 읍! 어떡해..........”
“헉~! 사, 사랑해!”
급히 숨을 들이마신 재천은 아내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꼼짝하지 않았다. 끈적이는 땀방울과 헐떡이는 숨소리가 이어졌다. 가쁜 숨을 진정시킨 상희의 몽롱한 눈빛이 남편과 마주쳤다. 그녀는 아직도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남편의 페니스를 의식하며 배시시 눈웃음을 지었다.
아득한 희열 속에서 거친 숨을 진정시킨 재천이 아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재천은 두형제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형처럼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공부에 뜻이 없고 내성적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동안 건설업체의 노무자로 일을 했었다. 그리고 뒤늦게 중장비 면허를 취득한 그는 대윤건설에 입사하게 된 것이었다.
재천은 업무에 관련된 업무로 자주 마트에 들리게 되었고 상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마트는 장 윤식이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 하나였다. 마트의 경리로 일하고 있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것이었다. 가족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 그는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육 개월 간이나 그녀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던 그의 용기가 그녀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었다.
재천의 프러포즈를 받고 상희는 당황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 솜씨가 좋다고 칭찬을 받았던 상희는 의상점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고, 스물다섯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동안의 미모를 지닌 그녀에게 교제를 신청하는 남자들이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항상 열등감에 젖어있던 그녀는 남자의 시선조차 두려워했었다.
상희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부모의 모습조차 가물가물하였다. 다만 건실한 사업가였던 부모와 갓 태어난 남동생이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고 집안이 몰락하였다는 말을 할머니를 통해 들었을 뿐이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 그녀는 아버지 친구였던 대윤기업의 장 윤식 회장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받으며 자라났다. 할머니는 항상 그녀에게 장 회장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희를 마트에 근무하게 해주었던 사람도 장 윤식 회장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장 회장의 덕분이라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찾아와 위로를 하던 장 회장을 그녀는 사석에서는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녀는 결혼조차도 장 회장의 승낙을 받았다.
상희는 남편이 내성적이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표정과 눈빛만으로 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의 사랑 속에 결혼생활을 시작한 상희는 꿈에 부풀었다. 다리가 퉁퉁 부어 퇴근을 해도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특히 요즘에 와서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요즘 들어 더욱 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된 그녀가 적극적으로 남편을 기다리게 된 것이었다.
남편의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지고 상희는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남자의 성기를 느꼈다. 절정의 환희에 빠져 들었던 그녀는 다시 성적인 욕구를 느꼈다. 그러나 남편에게 솔직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 그녀는 젖가슴을 만지고 있는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자기야! 아 잉........”
“.........”
재천이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앙증맞은 얼굴에 홍조를 띠운 그녀는 새침한 표정을 하였다. 아내의 욕구를 알아차린 재천이 허리에 힘을 주어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진퇴시켰다. 그러나 보지 속을 채웠던 페니스가 점점 수축하고 있어 그는 진땀을 흘렸다. 그는 더위에 공사현장에서 고된 작업을 했기에 지쳤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색을 하고 남편을 배려했다.
“자기! 오늘 힘들었구나.......!?”
“응! 물류센터 증축공사 때문에........”
상희는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몸속에서 다시 치미는 욕구를 참지 못해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남편이 몸 위에서 내려가고 그녀는 양 다리를 벌리고 반듯이 누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발가벗고 그녀의 알몸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재천은 고개를 돌려 아내의 육체를 빤히 바라봤다. 통통하면서도 곡선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나신은 조각 같았다. 우윳빛 살결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는 보기 좋게 음모가 돋아나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도 움직였다. 그는 불쑥 손을 뻗어 아내의 음부를 더듬었다.
“하지 마! 더럽게 손으로........”
“하하........”
재천이 짓궂은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눈을 흘기며 침대에서 일어난 상희는 남편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는 끈적거리는 땀을 씻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샤워기를 틀고 선 그녀는 타월에 보디샴푸를 묻혀 몸을 문질렀다. 거품이 일어나는 타월로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던 그녀는 저절로 입을 벌렸다. 타월이 음순을 자극하는 감촉에 또 다른 성감을 느낀 것이었다. ---------------------
식사를 하고 나온 신우는 아버지가 보고 있던 신문에 호기심을 느꼈다. 층계를 올라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탁자위에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꼼꼼하게 살피던 그의 시선이 박 재필의 사망 소식이 실린 기사에 멈추었다.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한기를 느꼈다. 그는 더욱 유학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 끓어올랐다. 그것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고 싶은 까닭이었다.
신우의 심정과 달리 장 윤식은 누구보다도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치부들을 알게 된 아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사회물정을 모르는 아들의 반발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바램을 충족시켜주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강릉 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민국당 강원도지부 사무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우울했다. 박 재필의 장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었다. 제각기 그들이 의자와 소파에 주저앉은 사무실 분위기는 무겁게 갈아 앉았다.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눈치를 살피다가 그들에게 음료수 캔을 가져다주었다. 소파에 앉았던 남자가 탁자 위에 놓인 캔을 집어 팔걸이를 툭툭 쳤다.
“박 부장이 누구하고 같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 없어?”
“...........”
“경찰은 뭐하고 있는 거야!?”
“여당을 위한 경찰이니 우리 당원 일에 신경 쓰겠습니까!”
“전부 썩었어. 빨리 갈아 치워야 돼!”
벌컥 화를 남자는 손 기삼 당지역위원장이었다. 간부나 당원들은 위원장의 말에 눈치만 살폈다. 강원도에서 오랫동안 언론에 있던 박 재필의 역할이 당에서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찰에서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박 재필이 폭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고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 당원 누구도 경찰의 발표에 이의를 신청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선거는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박 부장이 없다면 타격이야.”
“.........”
“그날, 박 부장 나가는 걸 본 사람 없어?
“..........”
위원장의 물음에 당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위원장은 박 부장의 죽음이 타격이기도 하지만 도리어 여당을 몰아 부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 모습에 손 기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낙심하는 표정으로 그가 위원장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당원들은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젊은 당원 한 명이 불쑥 일어나 위원장 실로 들어갔다.
위원장 실로 들어선 젊은 남자는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안 종호 부장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한 엘리트였다. 그는 위원장 명패가 놓여있는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머리를 짚고 있던 손 위원장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안 부장, 왜......!?”
“박 부장님이 사고를 당하던 날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 들었어?”
“무슨 말보다는, 저녁에 친구를 만난다고 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에 귀가 솔깃하였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 안 종호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안 종호가 무릎위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소파에 앉았다. 탁자에 손을 얹은 위원장이 상체를 앞으로 굽혔다.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고!? 친구가 누구인데?”
“무심코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황 민철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해.......!? 황 민철이 누구야?”
“대윤의 장 회장 운전기사로 알하고 있습니다.”
손 기삼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여당 국회의원으로 입후보대상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손 기삼의 머릿속에는 박 재필의 사망이 정치적인 음모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아니 그는 그렇게 연결하고 싶었다.
“장 회장이라면 장 윤식!? 확실한가?”
“황 민철이 국민 학교 선배이기에 틀림없습니다.”
“황 민철이 여당 당원인가?”
“당원은 아니어도 장 회장의 충복입니다. 장 회장의 도움을 받고 뒷골목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그럼, 장 회장의 지시를 받고 박 부장을.......”
손 위원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말꼬리를 흐렸다. 장 윤식은 강릉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도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였기 때문이었다. 안 종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박 부장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박 부장님이 근래 모습은 자신만만해 보였습니다. 장 회장을 입후보시키지 않으면 선거에서 여당을 이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술에 취해하는 말이라 흘려들었지만, 장 회장이 입후보 못하게 만들 자료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장 회장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는 말 인데........!”
“..........”
손을 모아 턱을 받친 손 위원장이 심사숙고하였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그는 박 부장을 가해한 사람이 장 윤식의 지시를 받은 황 민철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에 이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 종호는 침묵 속에서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손 위원장이 탁자로 상체를 기울이며 안 종호를 빤히 바라봤다.
“그걸 우리가 파헤칠 수는 없어. 다만 이 기회에 박 부장이 시도했던 방법을 우리가 하는 거야.”
“무슨.......! 박 부장님이 뭘 생각했는지 모르잖습니까?”
“그건 방법은 모르지만 목적만 같으면 돼.”
“어떤.......!?”
“자네는 앞으로 우리 당을 짊어지고 갈 엘리트야. 황 민철이 장 회장의 충복이라고?”
“네. 그건 확실합니다.”
“그럼, 황 민철을 역이용하는 거야.”
“어떻게요?”
“박 부장이 언론 출신이니 아마도 나하고 같은 결과를 생각했을 거야. 황 민철을 이용해서 유권자에게 장 윤식의 선거자금을 공급하게 만들고 언론을 이용하는 거지.”
“그러나, 황 민철이 그렇게 할지....... 그리고 언론이 모두 여당 편향인데........”
“그건 염려 마. 자네가 황 민철의 후배라고 했잖아. 황 민철이 내가 보낼 사람과 만나게 자네가 주선해 주면 돼. 그리고 언론이 우리 뜻대로 되면 좋고, 도리어 얼론이 장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타격을 받을 테니 손해 볼 것은 없어.”
“황 민철을 만날 수 있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 됐어.”
손 위원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긴장하는 표정을 지은 안 종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안 종호는 현 정치를 이끌어가는 여당에 반감을 갖고 학생운동도 했었다. 젊은 혈기로 야당에 뛰어 들었으나 정치적인 음모를 피부로 느끼고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손 위원장은 계속해서 세부적인 계획을 안 종호에게 지시했다.
장 윤식의 대윤 호텔은 강원도를 찾는 사람이면 모를 정도로 발전했다. 매년마다 인테리어를 교환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호텔건물은 강릉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에 하나였다. 저녁이후의 숙박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팔짱을 끼고 드나드는 남녀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징 윤식의 배려로 영업담당 지배인을 하고 있는 황 민철은 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횡 민철의 하루일과는 아른 아침 출근하여 시설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종업원들을 지시 감독하고 정오가 가까워서 영업 준비를 마치는 시각이었다. 그가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직원들이 식사교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점심 식사만큼은 집에 가서 하는 습관이었다. 그만큼 그가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인터폰에 여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지배인님! 전화 왔습니다.”
“........”
황 민철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여행사나 고객들이었다. 식사를 하러 갈 생각이었던 그는 조금은 귀찮았다. 그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수화기를 집어 들고 습관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가 일상적으로 들었던 어감이 아니었다.
“황 민철 지배인이요?”
“네! 대윤의 황 지배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부영금고 조 기주요.”
“아! 네. 이사장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황 민철은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그는 조 기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장 회장과 절친한 신용금고 이사장이었다. 황 민철은 마치 이사장 면전에 있는 것처럼 허리를 굽실거렸다. 기업인들에게 잘 보인다는 것은 호텔영업에도 영향이 있지만 장 회장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장 회장이 내년 선거에 입후보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네.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장 회장 모르게 선거를 도와주고 있어. 그 사람 성격이 그런 걸 싫어하잖아.”
“네. 지당한 말씀이죠.”
“자네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당연하죠. 말씀만 하십시오.”
굽실거리며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황 민철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장 회장의 은혜에 보답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황 민철이었다. 승용차를 몰고 나온 그는 시내 외곽에 있는 목재상회로 갔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손가방을 인수 받았다.
횡 민철이 인수 받은 손가방 안에는 두터운 봉투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이사장의 지시대로 봉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였다. 그는 신처럼 모시는 장 회장을 돕는 일이었기에 무척 흡족하고 뿌듯하였다. 그러나 그는 과잉 충성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장 회장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는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에 출장을 다녀온 장 회장은 비서로부터 신문사 국장에게 전화가 걸려왔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대윤건설을 전국적인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권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직접 출장을 다녀온 것이었다. 그는 전화가 걸려왔던 신문사 국장에게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는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아! 심 국장! 전화했었더군. 요즘 분위기가 어떤가?”
“회장님이 걱정하실 일이........! 다행히 제가 갖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인데.......!?”
“선거 운동을 시작하셨습니까?”
“무슨 말이야!?”
장 윤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여러 방향으로 국회의원 입후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중앙당에서 자세한 계획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준비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각가지 루머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심스러운 심 국장의 목소리에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권자에게 선거자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투고되었습니다.”
“무슨 선거자금!? 누가 그 짓을 해!”
“황 민철입니다. XX 의원 원장과 XX서점 사장과 만나서 상자가 전달되는 장면입니다.”
“뭐라고!? 누가 보낸 거야?”
“익명입니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알았어. 그 사진 내게 보내게.”
장 윤식은 통화를 끝내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고 누구보다도 믿고 있었던 황 민철이었다. 치미는 울화를 참고 그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 되어버린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두 시간 후 그는 인편으로 배달된 사진을 받았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는 도리어 냉정해지고 있었다. 심사숙고하던 그는 황 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양이 저물고 있는 시각이었다. 장 회장의 호출을 받은 황 민철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장 회장이 지시한 장소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장 회장을 만나러 가야할 장소가 대윤건설의 자재창고였다. 시내에서 외진 곳이기에 의아스러웠다. 자재창고 앞에 도착한 그는 장 회장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어두운 창고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헉~!”
급히 숨을 멈춘 황 민철은 뒷머리를 강타 당하고 헛걸음을 치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장 윤식이 각목을 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들어나는 장 회장의 차가운 눈빛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없는 황 민철은 무엇이 장 회장을 분노하게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회, 회장 님! 왜.......! 이러십니까?”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장 윤식의 손에 들린 각목이 허공을 갈랐다. 각목은 황민철의 안면을 강타하고 창 고안에 ‘퍽!’ 하는 메아리를 울리게 했다. 양손으로 눈을 감싼 황 민철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질질 끌려간 그는 의자에 앉혀졌다. 그는 눈에서 피가 흘러나와 시야를 분간 할 수 없었지만, 감히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배은망덕한 인간!”
묵직한 목소리를 흘린 장 윤식이 밧줄로 황 민철을 의자에 꽁꽁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각목을 들어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황 민철은 뼈마디가 부서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신음을 흘렸다.
“허 윽! 헉! 회, 회장님.........”
“이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아! 인간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짓이 배반이라는 걸 모르나!”
"회장님 저는 절대로 배반을.......“
“주둥이는 살아 있어서. 내가 언제 네놈한테 선거자금을 배달시켰어?”
“그, 그건 부영금고 이사장님의 전화를 받고........하 윽!”
황 민철은 순수한 충성심에서 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명을 질렀다. 또 한 차례 각목이 그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었다. 그의 눈에서 솟구치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희미한 시야 속으로 보이는 장 회장의 모습이 성난 야차 같아서 공포를 느꼈다. 장 회장의 목소리는 음산하기까지 했다.
“이놈아! 조 기주가 야당 패거리인 걸 몰라!”
“하 악~!”
연달아 강타당하는 황 민철은 변명도 못하고 외마디를 질렀다. 그는 어렴풋한 의식 속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음모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분노를 참지 못해 각목을 휘두르던 장 윤식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놈, 입을 영원히 봉해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앞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
장 윤식이 들고 있던 각목을 던졌다. 각목이 뒹구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는 낫을 들고 황 민철을 묶었던 밧줄을 끊었다.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는 동안 창고 안은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장 회장의 멀어져가는 구둣발자국 소리와 함께 황 민철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가을이 멀지 않은 계절이건만 막바지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어둠이 짙어지는 밤이 되어도 번화가를 누비는 피서객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는 고요한 적막이 깃들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태양에 달구어진 찜통 같은 열기를 식히느라고 창문들을 열어 젖혀 놓고 있다.
전등불도 켜지 않은 단출한 가구의 좁은 단칸방이다. 하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으로 방안의 광경이 들어나 보였다. 그리고 달빛속의 공간은 습한 열기로 가득하다. 방바닥에 깔려있는 이부자리위에 발가벗은 젊은 남녀가 하나가 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하고 일 년이 갓 넘은 신혼부부였다.
아내의 젖가슴을 보듬어 안고 거친 숨을 흘리는 남자의 등줄기에는 땀방울이 흥건했다. 그는 대윤건설의 중장비 기사 조 재천이었다. 그의 아내는 하 상희! 서른이 넘어서 결혼한 그는 이삼일이 멀다하고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주체할 수 없는 그는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거친 숨을 몰아쉰 그는 아내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아 이! 어떡해..........”
조 재천은 아내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웠다. 동안의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짙은 눈썹을 깜박이는 큰 눈망울, 그리고 미소와 함께 드리워지는 보조개! 갖은 재산도 없고 평범한 그가 상희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은 크나 큰 행운이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나 성적인 희열을 알게 된 아내가 더욱 깜직하고 앙증맞아 보였다.
“하 읍! 빨리..........”
한창 희열의 늪에 빠져 있던 상희가 남편의 허리를 끌어 당겼다. 반사적으로 재천의 페니스가 뜨거운 늪으로 변한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감당하기 힘든 쾌감! 그러나, 그는 두 손으로 아내의 도톰한 볼을 감싼 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그녀가 그에게 눈을 흘겼다.
“자기야. 뭐해.......!?”
“너무 예뻐서!”
“피 잇~!”
상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홍조를 띠었다. 그녀는 비록 단칸방의 결혼생활이지만 남편의 사랑만으로도 행복했다. 할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녀의 유년시절은 외롭기만 했다. 더욱이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마저 두려워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미소를 항상 잃지 않았다.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섰던 남자가 조 재천이었다.
물론 내성적인 재천이 처음에는 그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의 용기 있는 프러포즈가 의외로 그녀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그녀는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풍족하지 못한 결혼생활이지만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계기였다.
상희는 시간이 갈수록 가정을 꾸려나가는 아내의 역할에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차츰 부부관계에서 느끼는 성적인 쾌감에 빠져 들었다. 여자는 성적인 역할을 통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여자의 본능은 그녀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활력소였다.
엑스터시에 빠져 들었던 그녀는 남편의 가슴 속에 머리를 묻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때서야 재천이 페니스를 보지 속으로 밀어 넣고 진퇴시켰다.
“하 으! 자, 자기야........”
“음~! 그렇게.......좋아?”
“아 으! 자, 자기 때문이야. 난 몰라.......하 으, 읍, 하아, 으.........”
뜨겁게 달아오르는 아내의 표정에 흥분한 재천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나도록 격렬한 부부관계였다. 하지만 그는 밤이 새도록 아내를 놓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육체관계에 희열을 느끼는 아내의 표정이 더욱 뜨거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헐떡거리는 그가 아내의 둔부를 들어 올리며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힘껏 밀어 넣었다.
“자, 자기야! 난 몰라. 하 읍.........”
충격을 받은 상희는 남편의 등을 왈칵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보지 속의 민감한 돌기들이 짓이겨지는 쾌감에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결혼 초에는 부부관계를 하면 통증만 느껴 남편의 스킨십조차 두려워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는 희열에 빠져드는 그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다.
“하 으, 자기야. 너무 좋아. 읍, 으, 하, 읍.........”
상희는 꺼질 것 같은 신음을 흘리며 남편에게 매달렸다. 벌린 입술을 다물지 못하는 아내의 표정을 배려다보는 재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아내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고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페니스를 빼냈다가 좌우로 회전을 하며 보지 속을 헤집었다. 순간 상희가 꺼져가는 숨을 삼키며 파르르 떨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하 윽! 읍.......자, 자기야.”
거친 숨을 몰아쉰 상희는 남편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로 휘감기는 감각에 재천은 온 몽의 신경이 녹아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꿈틀거리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경직되었다.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페니스의 힘줄이 불끈거렸다. 상희는 보지 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정액의 뜨거움에 몸서리쳤다.
“하 으! 난 몰라, 읍! 어떡해..........”
“헉~! 사, 사랑해!”
급히 숨을 들이마신 재천은 아내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꼼짝하지 않았다. 끈적이는 땀방울과 헐떡이는 숨소리가 이어졌다. 가쁜 숨을 진정시킨 상희의 몽롱한 눈빛이 남편과 마주쳤다. 그녀는 아직도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남편의 페니스를 의식하며 배시시 눈웃음을 지었다.
아득한 희열 속에서 거친 숨을 진정시킨 재천이 아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재천은 두형제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형처럼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공부에 뜻이 없고 내성적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동안 건설업체의 노무자로 일을 했었다. 그리고 뒤늦게 중장비 면허를 취득한 그는 대윤건설에 입사하게 된 것이었다.
재천은 업무에 관련된 업무로 자주 마트에 들리게 되었고 상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마트는 장 윤식이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 하나였다. 마트의 경리로 일하고 있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것이었다. 가족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한 그는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육 개월 간이나 그녀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던 그의 용기가 그녀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었다.
재천의 프러포즈를 받고 상희는 당황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 솜씨가 좋다고 칭찬을 받았던 상희는 의상점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고, 스물다섯이 되도록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동안의 미모를 지닌 그녀에게 교제를 신청하는 남자들이 적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항상 열등감에 젖어있던 그녀는 남자의 시선조차 두려워했었다.
상희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부모의 모습조차 가물가물하였다. 다만 건실한 사업가였던 부모와 갓 태어난 남동생이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고 집안이 몰락하였다는 말을 할머니를 통해 들었을 뿐이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 그녀는 아버지 친구였던 대윤기업의 장 윤식 회장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받으며 자라났다. 할머니는 항상 그녀에게 장 회장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희를 마트에 근무하게 해주었던 사람도 장 윤식 회장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장 회장의 덕분이라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찾아와 위로를 하던 장 회장을 그녀는 사석에서는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녀는 결혼조차도 장 회장의 승낙을 받았다.
상희는 남편이 내성적이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지만, 표정과 눈빛만으로 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의 사랑 속에 결혼생활을 시작한 상희는 꿈에 부풀었다. 다리가 퉁퉁 부어 퇴근을 해도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특히 요즘에 와서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요즘 들어 더욱 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된 그녀가 적극적으로 남편을 기다리게 된 것이었다.
남편의 거칠었던 숨소리가 잦아지고 상희는 보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남자의 성기를 느꼈다. 절정의 환희에 빠져 들었던 그녀는 다시 성적인 욕구를 느꼈다. 그러나 남편에게 솔직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 그녀는 젖가슴을 만지고 있는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습기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자기야! 아 잉........”
“.........”
재천이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앙증맞은 얼굴에 홍조를 띠운 그녀는 새침한 표정을 하였다. 아내의 욕구를 알아차린 재천이 허리에 힘을 주어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진퇴시켰다. 그러나 보지 속을 채웠던 페니스가 점점 수축하고 있어 그는 진땀을 흘렸다. 그는 더위에 공사현장에서 고된 작업을 했기에 지쳤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색을 하고 남편을 배려했다.
“자기! 오늘 힘들었구나.......!?”
“응! 물류센터 증축공사 때문에........”
상희는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몸속에서 다시 치미는 욕구를 참지 못해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남편이 몸 위에서 내려가고 그녀는 양 다리를 벌리고 반듯이 누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발가벗고 그녀의 알몸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재천은 고개를 돌려 아내의 육체를 빤히 바라봤다. 통통하면서도 곡선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나신은 조각 같았다. 우윳빛 살결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는 보기 좋게 음모가 돋아나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음모가 돋아난 둔덕도 움직였다. 그는 불쑥 손을 뻗어 아내의 음부를 더듬었다.
“하지 마! 더럽게 손으로........”
“하하........”
재천이 짓궂은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눈을 흘기며 침대에서 일어난 상희는 남편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는 끈적거리는 땀을 씻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샤워기를 틀고 선 그녀는 타월에 보디샴푸를 묻혀 몸을 문질렀다. 거품이 일어나는 타월로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던 그녀는 저절로 입을 벌렸다. 타월이 음순을 자극하는 감촉에 또 다른 성감을 느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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