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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16 893회 0건


과거에 집착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이상하게 뒤틀릴 것이다..
-딜라이 라마.

아내는 내가 과거에 집착해 자신을 망칠 것이라며 걱정해 이혼이란 초강수로 날 밀어내려 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아내가 핸드폰을 줍기 위해 앉았을 때 봤던 낯선 남자의 시선에 본능적으로 질투를 느껴 화를 냈으며 아낸 그런 내 모습에 그것보라는 식으로 얘길 했었다.

그런데 그게 왜?
당연한 게 아닌가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의 눈요깃거리로 전락하는 모습에 화를 내는 게 당연한 남편의 본분이고 당연한 남자의 본능이 아니냔 말이다.

우선 아내와 난 집으로 돌아왔고 비록 아이와 한 방에서 잠을 자게 된 아내였지만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저녁식사를 했으며 각자 잠을 청했다. 물론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로 잠이 오질 않는지 몇 번이나 물을 마시려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거실과 주방을 들락거렸고 그 소릴 난 안방에 누워 조용히 듣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미동조차 없이 곰곰이 생각에 잠긴 난 아내가 어떤 모습으로 날 밀어내려는 질 상상하기 시작했었다.

이미 아내의 과거는 넘치고도 남을 정도로 조사했고 확인했었다.
내가 이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는지는 당연히 아내는 모를 것이고 아내의 성격대로라면 차츰차츰 내 앞에서 자극적인.. 아니.. 과거에 했던 일들을 보여주며 확인시켜 줄게 분명했다.
아내가 날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는 건 그만큼 자신도 갈등하고 있으며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반증하고 있었다. 아내란 여자가 정말 나와 이혼할 생각을 굳혔다면 아낸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듯 친정으로 먼저 가버렸을 것이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아내란 여자였다. 고집 세고 외통수를 넘은 자존심 센...

사실 아내가 싹싹 빌며 내게 용서를 빌 줄 알았던 그 순간에 오히려 이혼이란 단어를 꺼내며 내 뒤통수를 친 것에 괘씸함이 들긴 했지만...
오죽했으면 천태만상이란 사자성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게 여자란 동물이라 했고, 천제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란 사람도 여자란 완전한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여자란 동물인데 단순하고 무신경한 대표적인 한국 남자라고 자부하는 내가 어찌 알겠냔 말이다... 우선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기로 하고 아내의 초강수는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앞에 벌어진 일에 급급해 하는 평범한 나라고 해도 우선 아내를 붙잡아 둔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짓임엔 분명했다.


더 중요한 건 이혼이란 결말보다 우선 내 감정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정말 아내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평생 괴롭히며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아내를 사랑하며 살아 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크고 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에 밟히는 아이의 존재에도 만약 전자의 삶을 살아간다면 아내 말대로 이혼이란 결정이 차라리 우리 세 식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게 확실했기에 눈을 감고 프로젝트의 초안을 짜듯 앞으로의 변화 된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본다.
당연히 잘 그려지지 않는 그림임을 알면서도 몇 번이나 그 상황을 그려보게 되지만...






“오빠 진짜 깬다~”
“....깨는 얘기야?”
“그럼? 아니야?”
“그런가...?”
“이상하다 했다.. 원래 원정 안 뛰는데 목소리가 진짜 진지해서 나왔는데 역시 오빠 변태지?.”
“...무..뭐?
“그렇잖아. 저녁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원정 뛰라고 하질 않나. 것두 딱 한 번 온 오빠가, 내 이 생활 1년 하고 7개월이나 했지만 저녁에 영화 보자면서 따로 만나자고 꼬시거나 비싼 스테이크 사준다고 하는 오빠는 봤어도 갑자기 물어볼게 있다고 만날 수 있냐는 오빠는 진짜 오빠가 처음이다.”
“그럼 나오지 말던가.. 변태 같은 놈은 왜 만나러 나왔냐?”
“...나 갈래.”
“...”
“진짜 안 잡아?”

아내와 결혼하고 모든 여자와의 소통이 끊긴 내게 여자의 과거에 대해 의논할 상대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다른 누구도 아닌 아내에 대한 과거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상대란 말이다. 아내와 그렇게 타협 아닌 타협을 한 후 벌써 나흘이나 지난 토요일.. 난 엉뚱하게도 아내의 전 남친과 함께 만났던 오피걸과 시내의 커피숍에서 늦은 오후에 마주하고 앉아 있다.

삼일동안 아내와 난 대화 없이도 아이를 위해 별반 다를 것 없는 부부생활을 연극하듯 지냈고,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듯 저녁식사 후엔 안방과 아이의 방이란 공간에서 별거와도 같은 시간을 지냈었다. 생각의 정리를 하기 위해 한 공간 안에서의 별거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아내의 극단적인 이혼이란 단어를 이해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기에 도움이 필요했었고, 날 보내며 너무도 아쉬워했던 그 오피걸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옷장에 걸려 있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받은 명함을 찾아 아무 생각 없이 전화부터 걸었었다.

설마 나오겠냐는 내 생각과는 달리 오피걸은 너무도 쉽게 약속장소를 문자로 보내줬다.

“재미없어...”
“...”
“그러니까 묻고 싶은 게 정말 그거야? 이렇게 음탕?? 참나.. 말하기도 쪽팔려서...”
“...음란..”
“그래.. 음란하게 놀아나고 나중에 결혼은 어떻게 할 거냐고? 오빠 혹시 씹선비야?”
“씹선비??”
“졸라 아무것도 아닌데 진지모드로 달려드는 양반들말야.”
“....”

세대차이란 말은 많이 들었어도 이런 단어들로 인해 절감하게 된 건 난생처음이었다.
계속 이어지는 오피걸이 사용한 단어들의 뜻에 웃음만 나오게 된다.

“그렇잖아! 오빠가 날 먹여 살릴 것도 아닌데 그런 건 왜 묻는데? 혹시 나한테 아파트라도 하나 안겨주려고? 기방이라도 되 주려고?”
“기방?”
“아씨!!! 기둥서방 몰라!?”
“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기냐?”
“요즘은 다 그렇게 얘기하냐?”
“됐고? 내가 한 시간에 얼마짜리 몸인데...진짜 불러내서 이런 쓸데없는 얘기나 하려고?”
“그럼?”
“우리 모텔 갈까?”
“....모텔?”
“요즘 욕구 불만이 도가 넘었걸랑. 가자.”
“매일 손님 받는 거 아니냐?”
“그거랑 그게 똑같냐! 오빠는 와이프랑 매일 좋아서 하냐? 봉사할 때 많잖아.”
“아닌데...”
“...그짓말 하고 있네.”
“거짓말 아닌데..”
“아씨!! 그럼 왜 전화했는데? 진짜 선비냐? 혹시 사이비? 아님 개독교냐? 나 같은 년 전도해서 개종시키려고? 아님!!?? 진짜 뭔데!?”
“목소리 좀 낮춰라.. 그리고 개독교가 뭐냐.. 개독이..”
“허!~.. 나 지대로 똥 밟은 거네..와~~ 진짜 전도하려고 부른 거네...”
“아니라니까.. 야! 넌 쓰리섬인지 뭔지 하러 쫓아가는 목사도 봤냐!?”
“목사는 자지 안 달려나..”
“참나... 진짜 알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 그냥 물어보려고..”
“아씨 담배도 없어.. 담배 하나 줘봐. 도저히 안 되겠다. 그거라도 빨면서 기분이라도 업 시켜야지.”
“....”
“후~~~”
“괜한 걸 물어봤나.. 됐다. 한 시간에 얼마라고? 그냥 돈 줄게 그거 받고 기분 풀고..”
“진짜로?”
“그래.”
“나 출장이면 30만인데?”
“30만? 무슨 바가지를..”
“오빠야.. 진짜 이 세계에 발 들이지 마라. 오빤 시세도 모르냐? 그것도 싸게 해 준건데..”
“참나...”
“크크~ 됐고.. 기분이다! 15만만 줘. 서비스로 오피에서 뛴 가격으로 해 줄게.”
“그래.. 고~~맙다.”
“.....근데 진짜 그게 물어보고 싶어서 나 부른 거야? 그때 못해서 아쉬워서가 아니고?”
“....응.”
“.....”
“진짜야... 궁금할 사정도 있고...”

마시던 카페 바닐라 라떼란 걸 홀짝이며 날 신기한 듯 쳐다보는 오피걸의 시선을 피한다.
우습게도 내가 이 여자한테 뭘 바라고 부른 건 질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혹시나 그때의 아쉬움에 다시 보고 싶어 본능적으로 전화를 한 건 아닌지...

내 바로 앞에서 파르페란 걸 먹고 있는 오피걸은 타이트한 스키니에 구스점퍼로 멋을 낸 신세대가 분명했고 외모도 직업만큼이나 빼어났으며 스타일도 괜찮았다. 너무 마른 듯 한 체형은 이미 거의 모든 걸 봤기에 나이스 바디임을 알 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끌리질 않았다.

역시 내 자신에게 되물어봐도 그런 의도로 부른 게 아닌 건 확실했기에 다시 피식하고 웃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 덮어야죠.”
“...응?”
“돈도 좋고 노는 것도 좋고,, 뭐 섹스도 나름 좋아하고.. 학비 좀 벌어볼까 해서 시작했는데 돈 버는 게 생각보다 많이 쉽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하고 있는데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 그만두려고요.”
“... 쉬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남자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은데...하루에 한 명만 상대 하는 것도 아니잖아.. ”
“음~~ 많을 땐 다섯 명 정도?”
“.....”
“병만 안 걸리면 할 만해요. 물론 조심하기도 하고.”
“다섯 명이나?”
“그것도 컨디션 좋을 때지, 그리고 요즘은 불경기라서 하루에 두세 명도 안 와요.”
“...”
“제이 년처럼 지대로 홍보하고 부가서비스도 해주면 줄이 서겠지만,, 지금이 저한텐 딱이거든요.”

내 웃음에 진심이 묻어났는지 오피걸이 사뭇 다르게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이?”
“제 옆 옆방에 있는 년 있어요. 뒤로까지 허락해주고 명함에 지 사진까지 박아서 돌린 년이에요. 뭐.. 남친도 있고 그 남친하고 내 후년에 결혼한다고 하는데, 그 남친도 불쌍하죠. 그 년이 제대로 속이고 있던데.”
“다...속이고 결혼을 한다고?”
“음~ 속이려면 그년처럼 확실히 속이는 게 덜 피곤하지 않겠어요?”
“확실히 라니?”
“그년이 졸라 비겁하긴 해도 어차피 과거 없는 여자 없잖아요. 요즘 첫 경험이 여중 때도 많이 있다는 거 아세요? 고삐리들이야 좀 놀아본 년 아니더라도 남친 없는 년이 없는 게 요즘 세상인데.. 남자들이 거의 고삐리 벗을 때 총각딱지도 벗는다면서요? 그럼 그 새끼들이 죄다 돈 주고 하나? 남녀 비율이 아무리 불균형이라고 해도 거의 1:1인데?”
“그러다가 나중에라도 남편이 알게 되면?”
“어떻게 알아요? 다 청산하고 새 출발하는데. 여차파면 이쁜이 수술도 받을 거고.”
“이쁜이 수술은 뭔데?”
“몰라요? 처녀막 제건 수술이라고 있어요.”
“그런 것도 가능해?”
“요즘은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시댄데. 그런 게 불가능하겠어요? 하다못해 여자가 남자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아! 의학이라고 해야겠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범죄잖아... 그러다가 뒷조사라도 당해서 알려지면..”
“어머~ 싫다. 호호호호호.”
“...”
“뒷조사까지 하는 남자랑 어떻게 살아.”
“그럼.. 너랑 결혼할 남자가 옛날에 소문난 바람돌이였으면? 아니.. 호스트인가? 그런 남자라면 어쩔 건데?”
“그러니까 잘 골라야지! 바본가?”
“그게 골라진다고 골라지나...”

뒷 맛이 쓸씁한 느낌으로 말을 흐린다.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하는 오피걸의 얘기에 여자란 동물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 아내도 이랬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나 아내와의 괴리감이 너무 큰 오피걸의 성격과 말투에 쉽게 겹쳐 볼 수가 없었다.

“그럼... 그렇게 속이고 살다가 들키면?”
“우선 싹싹 빌면서 울어야죠.”
“빌어?”
“당연하죠.”
“잘못했다고?”
“잘못?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하긴 말론 잘못했다고 막 빌어야죠.”
“....”

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오피걸의 장난기 다분한 말에 조금씩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다. 남자를 호구로 알고 있는 여자의 절정이라는 느낌에 내 아내가...

아내가 만약 내 앞에서 이 여자의 말처럼 무릎 꿇고 빌었다면... 고통스러운 배신감과 함께 가식적인 아내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큰 과거를 숨긴 여자가 과연 모든 걸 잊고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이란 긴 시간동안 날 감쪽같이 속인 여자가 정말 날 사랑했고 아이를 열심히 키웠을까...

“이혼하자고 남편이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아이라도 있으면 몰라도 이혼하자는데 이혼해야지.”
“아이가 있으면?”
“호호호. 그럼 더 달라붙어야죠! 단! 남자가 능력도 있고 괜찮은 남자여야 달라붙을 맛이 나지.. 찌질하고 돈도 못 벌어오는 남자라면 당장 이혼이지! 큭큭.”
“괜찮은 남자라...”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요즘 쓰리 키는 기본인데 그 기본에 키가 음~~ 180은 넘어야 되고,, 얼굴도 남들한테 꿀리지 않을 정도? 적당한 똥배는 괜찮은데.. 돼지처럼 뒤룩뒤룩 살 찐 남자는 경멸스럽더라고요.”
“.......”
“그 정도는 되야~~ 여자 과거 때문에 뭐라고 할 정도의 권리가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럼... 만약에 그렇지 않은 남자가 찌질하게 먼저 여자의 과거를 알게 돼서 말이야.. 그런...”

[전화 왔슈~~ 전화 왔슈~~~ ]

“잠깐만... 응?”

아내였다.
오늘 잔업 때문에 늦을 거라고 말까지 하고 나온 내게 성격상 전화를 걸 여자가 아니었는데...

“여보세요?”
[...]
“이 사람이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
[늦어요?]
“좀..”
[어디에요?]
“어디긴 어디야. 회사지.”
[.........]
“끝날 때 전화할 게.”
[....]

아내가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우선 전화를 끊었다. 이 오피걸이란 여자랑 만나고 있는 이 상황이 결코 잘하는 짓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왜 이 여자를 만나는 질 나조차 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에게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사실 아내의 과거를 이유로 핑계를 대며 이 여잘 만나려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내와는 다른 젊은 이 아가씨에게 혹시 내 자신도 모를 매력을 느끼며 섹스를 갈망하는 건 아닌지....

“누구세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귀에 오피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제야 우리의 테이블 바로 앞에 한 여자가 서 있다는 걸 알 게 된다. 아내였다. 생각지도 못한 아내의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져선 어버버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였고 그런 내 모습에 오피걸이 직감적으로 이 여자가 누구인 질 알겠다는 듯 나와 같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누구예요?”
“으..응?...이 여자는..”
“섹파?”
“무..뭐?”

아내의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망설임 없이 앉으며 하는 질문에 더 당황하게 된다.

“아저씨 이 분은 누구에요?”

내 아내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텐데 아내의 복장과 말투에 좀처럼 확신을 못하고 있는 오피걸이었다. 나도 내 아내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내는 아내의 평소의 모습이 아닌 변신을 하고 우리 앞에 앉아 있었다.

똥머리로 바짝 묶어 올리거나 길게 생머리를 편하게 늘어트리던 모습이 아닌 웨이브를 준 한 쪽 헤어와는 달리 왼쪽 머리카락들은 머리에 바짝 붙여 간단하게 핀으로 고정해서 섹시하면서도 이지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줬다. 또 한 아내의 복장 때문에 더 유부녀로 보이질 않았다.

앞이 깊게 파인 다크 분홍 V넥 스웨터의 길이가 길어 입고 있는 짧은 치마가 보이지도 않아 맨다리의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하의 실종 패션을 완성했고, 그 위에 입은 빨간색 코트의 길이조차 너무 짧아 도저히 유부녀가 입고 다닐게 아니었다.

아내가 동안에 여전히 몸매를 관리했기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평소에 익숙했고 친숙했던 아내의 모습을 찾아 볼 순 도저히 없었다.

“응??...... 내 와...”
“친구요.”

“네??”

“왜요?”
“.......”

“....”

아내가 내 음료를 뺏어 먹으며 말도 안 되는 얘길 꺼냈다.
자신을 내 여자 친구라며 말하는 아내의 행동에 안도하는 오피걸과 달리 난 더 당황하게 된다.

“아~~ 와!! 아저씨 진짜 능구렁이다. 순진한 척 다 하면서.. 뭐야!!”



“응?.... 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어?”
“왜요? 오면 안 돼?”
“.....”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이젠 나 버리려고 한 거 아니에요?”

“어머~.. 언니 진짜 쿨 하지 못하다. 질투해??”
“...네?”
“글찮아요. 언니도 딱 보니까 이 오빠 물건에 지대로 빠진 거 같은데. 즐길 땐 즐기고 헤어질 땐 쿨 하게 헤어져야죠. 남자가 질려요 언니.”
“...... 그럼 아가씨는 이 오빠 물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얘기네?”
“응? 호호호호호호호. 뭐...”

낯설어 보이는 아내를 닮은 이 미모의 여자가 날 노려본다.
매섭게 노려보는 여자의 모습이 도저히 아내로 보이질 않았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머.. 언니 질투 지대로 한다.”
“누..누가 질투를 해요!?”
“진짜 오빠 능력 좋은가 봐.”

“으..응???”

아내가 발끈하며 오피걸의 질투란 단어에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 지금 질투하는 거야?”
“누..누가요!? 아니거든요!”
“.......”
“왜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뭐... 좋겠네.. 나랑 만나면서 저렇게 예쁜 아가씨 랑도 데이트도 하고.....”


“데이트?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묘한 쾌감이 날 크게 웃게 했다.
성적 흥분에서 오는 쾌감이 아닌.. 내가 웃는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설명할 순 없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게 된다.
그리고 내 웃는 모습에 오피걸은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고 아내는 더 매섭게 노려보며 반응을 보여준다.

오피걸이 내가 크게 웃는 모습에 맥이 빠진 듯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일어났고, 작은 손지갑을 꺼내 화장실로 향한다. 그녀의 손에는 라이터가 들려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참나....”
“왜?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왜요? 이젠 대놓고 바람을 피우기로 한 거예요? 제가 이혼하자고 했으니까? 당신 언제부터였어요? 저 년이랑 눈 맞은게 언제부터냐고요!?”
“눈이 맞아?”
“그럼요?”
“그런 거 아니니까. 여긴 어떻게 알고 왔냐고? 당신 내 뒷조사 시켰어? 나 미행한거야?”
“미행은... 핸드폰에 약속장소까지 띄워놓고.. 대놓고 보라고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아닌가요? 이혼하는 마당에 뭐가 꿀릴게 있냐고 작정한거 잖아요.”
“작정?...허~~”
“아니에요? 아무리 내가 이혼 한다고 말을 먼저 꺼냈어도...”
“그래서? 이렇게 옷하고,, 당신 화장했네...”
“누..누가요.... 화장은 평소에도 매일 하는건데....”
“그게 무슨 평소에 하던 화장이냐? 아주 스타일에 목숨 걸었네.. 그 옷은 뭐야? 왜? 아예 벗고 다니지!?”
“.....”

아내가 내 말에 가슴을 여민다.
앉아 있는 아내의 몸을 서서 본다면 가슴골까지 훤히 보일정도로 깊게 파인 아내의 스웨터는 그게 스웨터겸 원피스란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 핸드폰의 이름모를 여자를 발견하곤 급하게 구입한 시장표 원피스였지만 그것이 얼마나 야하게 보이는 지는 막상 입고 나와서야 알게 된 듯 하다.

“당신한테.. 정말 실망이네요.”
“실망?”
“제가... 과거엔 실수를 했어도...... 결혼하고는 단 한 번도 외도나 바람을 피운 적 없었어요. 다른 남자한텐 눈 한 번 돌린 적 없었고요!.. 그런데 당신이란 남자는... 말투를 보니까 오래된거 같던데.. 정말 이러기에요?”
“지금 화 내는거야?”
“....화.. 안내게 생겼어요?”
“왜? 이혼하자며? 그리고! 당신 그 김수연인가 김수완인가 하는 텔런트에 환장하잖아. 드라마 볼때마다 멋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던게 누군데?”
“여봇!!!”
“깜짝이야...”
“....”
“그리고. 누군 바람을 피운 것처럼 얘기하네? 내가 저 아가씨랑 섹스라도 했다는 건가?”
“아니에요? 저 아가씨가 분명히 당신 물건이.....”
“저 아가씨를 소개시켜준게 누군데?”
“....예?”
“그런 거 아니니까. 그 놈이랑 똑같이 생각하지 말라고.”

“오빠. 어떻게 할 건데?”
“응? 뭘?”

담배 냄새를 풍기며 오피걸이 의자에 앉는다. 대뜸 나와 아내를 쳐다보며 담배를 태우며 생각해도 기가 찼는지 앉자마자 대뜸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상관할건 아니지만, 기분 드럽네..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거냐고?”
“음~~~~... 이 여자가 날 이렇게 좋아하는 지 몰랐네.. 헤어지자고 먼저 말해놓고는 이렇게 미행까지 할 줄 알았냐?”
“뭐? 이 언니가?”
“응!”

황당하다는 듯 오피걸이 아내를 쳐다본다.
겉면만 봐선 아내의 지금 모습으로 누굴 쫓아다니며 목을 멜 여자가 아니라고 보였는지 오피걸은 놀란 듯 아내를 쳐다보곤 날 번갈아 쳐다본다.
그리곤 날 쳐다보는 오피걸의 시선이 내 얼굴이 아닌 중요 부위를 향해 잠시동안 머물기 시작했다는 걸 나도, 그리고 아내도 알 수 있었다.

“누가 목을 메요..참나...”
“아니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허...”

“오빠.”

“응? 진짜 이 언니랑 무슨 사인데?”
“그게 중요해?”
“이해 불능이다. 오빠 돈 많아 보이지 않는데... 진짜 능력 좋네.”
“음... 돈은 별로 없긴 하다. 능력이라~~”
“...아씨! 뭐냐고! 진짜 끝내주게 잘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기분 더럽네.. 나 갈래.”
“그래. 오늘 고마웠어.”
“뭐!!?”
“......왜?”
“.......”

이젠 날 어이없다는 듯 오피걸이 쳐다본다.

“진짜 가?”
“그럼?”
“........”
“왜?”
“오빠 뒤통수 조심해라...”
“뭐?”
“진짜 기분 드럽다.”
“......”

정말로 화를 내며 오피걸이 자리를 떠났다.
이유야 뻔했지만 아내가 바로 옆에 있었기에도 그랬고, 젊고 탱탱한 오피걸보다 지금은 야하고 섹시하게 차려입고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후회 된다는 듯 귀까지 붉어진 아내의 모습이 훨씬 재밌고, 흥미로웠기에 굳이 오피걸을 쫓아갈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다.

확실한 건 오피걸을 만나 아내에게 복수란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었다는 걸 아내의 표정과 상태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저..도 갈래요.”
“당신은 왜? 창피하나?”
“.....”
“그렇게 입고 나왔는데.. 당신이 말한 그 상황이란 것도 좀 보여주던가..”
“여보.. 놀리지 말아요.......”
“내가 뭐?”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으니까.. 자꾸 놀리.... 당신 혹시 일부러??????”
“내가?? 참나.. 내가 그럴 주변머리가 있나?”
“하긴.. 당신이.... 그럼 진짜 저 여자랑 무슨 사이에요?”
“말 했잖아. 당신 전 남자친구가 소개시켜 준 여자라고. 물론 아무일도 없었고...”
“......”

아내가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이제야 대충의 사태파악이 된 듯 미간을 잔뜩 찡그리기 시작했다.
아내의 의도치 않은 질투에 묘한 쾌감을 느끼며 아내의 복장을 찬찬히 내려보기 시작했다. 미시라고 하기에도 아까울게 없는 아내의 얼굴과 복장이 오피걸보다 훨씬 더 섹시하게 느껴지며 어떤 심정으로 저런 화장과 옷을 입었는지가 궁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내가 코트를 그제야 여미기 시작한다.

“남의 핸드폰을 왜 훔쳐보나?”
“.....”
“가자. 오랜만에 술 생각 나네.”
“지금요?”
“상관 있나?”
“....아이 찾으러 가야 되요. 급하게 엄마한테 맡겨놓고 왔어요.”
“잘 됐네. 장모님이야 아이 보는게 취미시잖아. 대놓고 맡기라고 하시던데.”
“....”
“가자고.”

마지못해 날 따라오는 아내의 발걸음에 승자가 같는 일종의 승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날 쫓아온 행동엔 괘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꿀릴게 없는 난 이 상황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지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현대식 포차로 자리를 옮겼다.
칸막이로 방처럼 만들어진 그곳은 좁다는 느낌과 함께 요즘 대학생들의 아지트일 거란 짐작을 하게 한다. 우리 세대가 즐겨 찾던 오픈 된 주막형태의 술집과는 전혀 다른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이 곳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아내의 의중을 떠보기엔 이만한 장소가 없을거라는 생각에 그냥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음악소리와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가수들의 모습에 아내는 고개를 돌리며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아내는 외출조차 잘 하질 않았었다. 사회 초년엔 그 전 남친이란 남잘 만나 아예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을게 분명했고, 혹여나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을 친구들을 만나기엔 너무 큰 모험일게 뻔했는지,, 아내는 나와 결혼 후 오로지 나와 처갓집, 그나마 일년에 한 두 번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이 전부였다.

“촌티나게 뭘 두리번 거려?”
“...그냥 집에 가요.”
“목 말라서 그래. 달달한 것만 먹었더니 목도 타고.”
“...그래도.”

슬라이드 식 문이 열리고 알바생이 들어와 주문을 받는다.
얼큰한 불닭발과 노가리. 닭발엔 소주였지만 갈증을 달랠 수 있는 맥주를 시켰다.

술이 들어가며 아내와의 대화보다는 먼저 목을 축이는 데 열중하던 난 아내에게도 연신 잔을 권하고 있었다. 아내가 술이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진심을 듣기엔 약간의 음주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잔을 권하는데..

아내도 자신의 행동에 창피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지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금세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바람이라도 피운 거 같아?”
“...그만해요.”
“왜?”
“알았으니까... 그만해요.”

아내가 대화를 피한다.
피한다기 보단 이미 술이 많이 취한 듯 자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너무 과하게 권한 게 문제였다. 아내의 주량이 소주 3잔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맥주니까 괜찮겠지 하고 건넨게 내 실수였다. 이미 테이블엔 빈 맥주 병이 4개나 놓여있었다.

‘쿵~~’

“어...”

급기야 아내가 머리를 테이블에 찧으며 쓰러졌다.
피식 하고 웃으며 내가 지금 뭘 물어보려고 아내에게 술을 마신건지.......생각하게 된다.
아내의 정수리를 보며 그만 집으로 가자는 생각을 하곤 우선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고, 카드로 결제를 한 후 바로 눈 앞에 보인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게 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이미 술집안은 거의 만석이었고, 그건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소변기 앞의 줄도 한 명이나 더 있었기에 난 좌변기 문을 열고 들어가 지퍼를 내린다. 역시 내 잔머린...
지퍼를 내리고 방광에 막 힘을 주려던 난 싸한 느낌을 받으며 곧바로 좌변기에 앉았다. 몇 개 먹지도 않은 불닭발이
위를 놀라게 했나보다.

시원하게 쏟아내고 손을 닦은 난 이젠 아내를 걱정하게 된다.
저 여잘 어떻게 집까지 데려갈 것인지.......

천천히 걸어가며 안고 갈것인지, 부축해 갈것인지 고민하며 내가 아내와 있던 문을 막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드르륵~~~’

“...”
“...아..안녕하세요.”
“뭐야?”
“네?.. 아니요. 다 가신 줄.. 알고 술을.. 아니 술잔.. 아니 테이블을 세팅.. 치우려고 했어요.”

말까지 더듬으며 많이 놀란 듯 얘길 한 사람은 맨 처음 우리의 주문을 받던 알바생이었다.

“계산은 했는데..”
“네?? 네! 그래서 가..신 줄 알았어요.”
“이제 갈 겁니다.”
“에?.. 아.. 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 안녕히 가세요.”

“참나...”

문을 열고 이제 아내를 부축하며 힘겹게 일으켜 세운다.
맥주 세 잔에 이렇게 인사불성이 된 아내의 모습이 한심하게까지 느껴졌고 낑낑 되며 겨우 아내를 부축해 일어난다.

두른 아내의 허린 역시 그 라인이 살아 있다고 느낄 만큼 잘 잡혀있었고 내 옆구리에 닿는 아내의 가슴은 풍만함과 탄력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더 달라붙는 듯 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브이넥의 목 쪽 트임이 크게 벌어져 보인 아내의 꼭지가 붉은 자주색의 색감으로 크게 부풀어 있었다..


--계속--

오늘은 불금이래요.~~
그런데 내용이 넘 약해서.... 죄송합니다(__)a

좋은 시간들 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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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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