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사람se 2-9
“와~ 쥑이네.. 이 변태새끼 하는 거 보소..”
“...”
“....”
불 꺼진 사무실 안에 동민과 강철 세영이가 충혈 된 눈으로 노트북과 연결된 텔레비전을 침을 흘리며 시청하고 있다.
“저 새끼 이름이 뭐라고?”
“.....”
‘딱!~’
“아씨!.. 왜 때리고 지...네??”
“이 새끼가 정신 못 차리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 새끼 이름이 뭐냐고?”
“글...쎄요..”
“이 새끼가.....”
“한공상입니다.”
“공상?.. 저 새끼 변태냐?”
“..그게 좀..”
“강철이 새끼는 몰라도 넌 뭐했냐?”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 변태 같은 새끼가 현직 검사라고?”
“....네.”
“그런데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네.”
“...........”
“..”
계속 눈을 때지 못하고 있는 강철과 마찬가지로 동민과 세영이도 다시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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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다면.. 비밀만 완벽히 보장된다면 다른 남자랑 할 생각 있니?”
“켁!~...켁켁... 무..뭐라고?”
“여기 물..”
“...어떻게 사랑 없이 섹스를 하니?”
“그럴 수 있잖아. 술...에 취했거나.. 클럽 가서 멋진 남자랑 원나잇도 가능하고..”
“미쳤니? 그리고 너 아직도 클럽 다녀?”
“요즘은 나도 시들해.. 건져도 다 거기서 거기고..”
“진짜 얘가... 너 선우 오빠랑 헤어지고 곧바로 찬희 오빠 만난다면서? 세영오빠는?”
“세영오빠랑도 놀고.. 찬희오빠랑도 놀고.. 넌 아깝지 않니? 어차피 결혼하면 평생 얽매일지 모르는데.”
“그게 왜 얽매이는 거니? 결혼이라는 게 뭔데! 사랑하니까 평생 함께..”
“네네~~ 누가 아리 아니랄까 봐.. 또 잔소리냐. 그것보다 넌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어? 꿈에서라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 해 본적 없냐고.”
“나?... 난 김창식 아저씨 좋아하는데...”
“........”
미희의 표정이 속된말로 ‘벙쪄보인다.’라는 비속어와 같이 입을 벌리고 아리를 쳐다본다.
휴강으로 인해 오랜만에 여유로운 오후를 맞은 둘은 1200원짜리 토스트와 커피를 들고 한가로운 캠퍼스 산책로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평범한 얘길 나누던 둘의 대화에 변화를 먼저 주기 시작한 건 미희였다.
“요즘 노래는? 신나고 비트 있는 노래는 싫어? 팝송도 좋은 거 많잖아.”
“감정 이입도 잘 안 되는 팝송은 무슨.. 댄스?..그런 건 정신 사나워서..”
“.....너 진짜 이십대 초반 맞아?”
“나이 어리다고 꼭 그런 걸 좋아해야 되냐?”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 하는 행동은 인생 다 산 할머니 같고 먹는 것도 보면 항상 밥이잖아. 너 중식이나 일식은 먹긴 하니? 촌스럽게 이게 뭐야.”
미희가 먹던 토스트를 흔들며 아리에게 비아냥거린다.
“유명한 체인점이야.”
“너 서브웨이는 알아?”
“지하철?”
“.......이 이속 토스트 바로 옆에 있는 서브웨이! 거기도 샌드위치 팔거든!”
“아~.. 거기. 거긴 비싸기만 하지 맛도 없던데. 그리고 샌드위치가 토스트 아니야? 그럼 식빵에 이렇게 들어 있어야 샌드위치지...사진보니까 그냥 미국식 핫도그 같던데..
”어디 가서 내 친구라고 하지 마라.“
“풋~..큭큭...”
“너랑 얘기하다보면 꼭 삼천포로 빠지더라.. 김도 팍 새고.. 그래서?”
“...뭐가?”
“만약에 민기 오빠가 그러면?”
“응? 뭘?”
“민기오빠도 남자잖아.. 듣기론 깡패였다던데 애인도 많지 않았어?”
“.....한....명.”
“너도 아는 여자야?”
“..응.”
“그 여자뿐이었을까? 솔직히 모르는 거잖아.”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지금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과거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응.”
“너그럽구나.. 그럼 민기오빠가 한 번쯤은 실수해도 용서해 주겠네..”
“실수?”
“아무것도 아니야..”
“....”
“아!.. 나 오늘 세영오빠랑 약속 있는데 깜빡했다. 아리야 먼저 들어가. 난 오빠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세영오빠?”
“응. 많이 바쁜가 봐. 학교 끝나면 사무실로 오라더라.”
“....오랜만에 나도 갈까..”
“세영이 오빠 사무실에?”
“곰팅 오빠 보러.”
“곰팅 오빠가 누구야?”
“있어...동민 오빠라고.”
“큭큭.. 그래 가자.”
“저거 주사기 맞지?”
“네.. 그런 거 같은데 말입니다.”
“주사기 안에 든 저건 뭐냐?”
“그러게 말입니다... 허여멀거름 한 거 같은데..”
‘덜컥!’
“지금 뭐해요!!. 어.....”
갑자기 열린 사무실 문에 화들짝 놀란 세 남자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막 들어온 아리와 미희의 얼굴을 쳐다본다. 텅 빈 사무실에 두 여자는 잠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발걸음을 돌리려했었다.
그러다 남자들의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미희가 동민의 방문을 예고 없이 열고 들어온 것이다.
“깜..짝이야. 너 뭐.. 아리야!”
“...”
“......”
거대한 42인치 텔레비전 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장면에 동민이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얼음처럼 굳어져 미동조차 없었다.
“참나!! 다 큰 어른들이 야동이나 보고. 자~~알 한다.. 쯧쯧..”
“넌 누군데? 어린놈의 가스나가 언제 봤다고..”
“죄..죄송합니다. 형님.. 미희야!! 너 조용히 해라!”
“너랑 아는 년이야?”
“...네.”
“년!??? 년!!?”
“허.. 저거 뭘 믿고 저리 빽빽 거리냐!?”
“미희야!”
“아리야! 지금 저 아저씨가 나보고 년이란다! 와~ 아저씨야 말로 날 언제 봤다고 년인데!?”
“ .. 뭐에요 저거?”
동민과 미희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 큰 목소리로 막 싸우기 시작할 때 작지만 또렷한 아리의 목소리가 둘의 입을 막아버렸다. 위압감이라고 할 압도감에 서로를 노려보던 시선을 동시에 아리에게 향하게 된다.
“저거.. 강간하는 영상 아니에요?.. 모여서 지금 저런 걸 보는 거예요?”
“아리야. 그게 아니고.... 짱개 너 이새꺄! 너도 뭐라고 좀 해봐!”
“넌 왜 아리를 여기 데려왔냐!?”
“치.. 오빠가 오라고 했잖아요.”
“내가 언......아... 씹..”
“미희야.. 저거.. 인공수정용 동결 정액 아니니?”
“응? 그게 뭐야?”
“있잖아! 그거.. 냉각 시켜서 운반용으로.. 저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거 하고.. 저 의료용 주사기.. 맞지?”
“몰라. 내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
“자자자자..잠깐! 뭐? 아리학상 저게 뭐라고?”
“확실 한 건 아닌데요. 저 상자는 제가 본 게 맞는 거 같은데..”
“이것 좀 처음부터 봐줄 수 있니? 우리같이 무식한 놈은 요게 수면제 먹이고 장난질 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
“좀.. 야하지? 그런데 이게 말이야.. 엄격히 말하면 의뢰 받은 거 거랑! 그러니까 절대로 불순한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알겠어요.”
동민의 손짓에 세영이가 황급히 노트북을 조작한다.
텔레비전에 다시 시작 된 화면은 가정부가 찻잔을 들고 여자에게 걸어오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거실의 각 모서리마다 설치된 작은 몰래카메라로 화면도 4등분이 되어 텔레비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차를 마신 여자는 5분여도 지나지 않아 쓰러지듯 소파에 옆으로 눕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홍색의 슬림한 원피스를 입은 채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은 잠시 동안 미동조차 없이 이어졌고 잠시 후 가정부가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곤 힐끔 여자를 쳐다보곤 뭐라고 말을 한다.
남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가라는 제스처를 했고 이내 인사를 다시 하곤 거실에서 사라진다.
“스틸녹O...”
“스틸? 건 뭐냐?”
“수면제 이름이요... 부작용이 없는 걸 보면 스틸녹O은 아닌 거 같고, 졸피뎀 성분은 맞는 거 같은데..”
“뭔 소리 다냐... 요즘 대학에서는 그런 것도 다 가르치냐?”
“왜 날 봐? 아리랑 같은 과지만 난 저런 거 몰라...”
“벤조다이제O으로는 저렇게 효과가 빠르지 않을 텐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럼.. 저 약을 먹으면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나?”
“약에 따라 서는요. 마약성 수면제도 존재하고.. 마취제 같은 경우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마시는 것도 있으니까....”
“뭐가 그렇게 많아?”
“많죠.. 코카인도 국소마취제로 사용된 적도 있는......”
화면에 나온 장면에 아리가 하던 말을 끊고는 입을 틀어막게 된다.
가정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는지 남자가 인터폰으로 걸어가 수화기를 든다.
그리곤 현관문으로 들어온 남자에게 파란색 작은 상자를 건네받아 소파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걸어왔다.
원피스를 젖히곤 거칠게 여자의 팬티를 끌어 내린다.
작은 면 팬티를 벗겨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남자는 의식조차 없어 보이는 여자를 안아 소파에 똑바로 앉힌다.
고개를 축 늘어트린 여자의 모습은 꼭 만취한 사람처럼 몇 번이나 옆으로 쓰러지려 했고 그런 여자의 한쪽 허벅지를 잡아 올린 남자는 무릎을 최대한 굽히게 하곤 허리띠를 풀어 묶기 시작했다.
여자의 모습은 한쪽 다리는 조금 벌려 아무렇게나 늘어트리곤 다른 한쪽은 허리띠란 끈으로 묶여 허벅지와 종아리가 맞닿아 소파위에 보지를 훤히 드러낸 꼴로 앉게 되었다.
남자가 천천히 다가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고는 숙인 고개를 뒤로 젖혀 소파 등받이에 기대게 만들었다. 비싸 보이는 소파와 어울리는 여자의 원피스만큼이나 미모의 얼굴에 강철이가 또 흥분을 한다.
“아따~.. 고년 진짜.. 도도하게 행동하더니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섹기가...”
“강철아~.. 아리 학상 있다..”
“저도 있걸랑요!”
“진짜 넌 뭐냐고...”
“아!. 저 세영이 오빠 여친이요.”
“...뭐!?”
“왜요? 넘 예뻐요?”
“예쁘긴 개뿔.. 아리 학상이 바로 옆에 있는데 미를 논 하냐?”
“.....기가 막혀! 저 변태 새끼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무..뭐!!? 야! 너 이 녀..ㄴ.... 이 여자 안 데려갈래!”
“...여..긴 넘기면 안 될까요?”
“지지배. 또 순진한 척은! 여기가 클라이맥스 같구먼!”
“오!.. 그 말은 마음에 드네.”
화면 가까이 다가가며 말을 하는 미희의 모습에 방금까지 화를 내던 동민이 맞장구를 친다.
둘의 코미디 같은 싸움에도 아리는 잠시 질끈 눈을 감았다가 미희의 말에 눈을 뜨게 된다.
“근데 이건 소리는 안나요?”
“그라게. 진짜 아쉽게도 소리가 안 난다 아이가.. 참나.. 이걸 빌린다고 들어간 돈이 얼만데..”
“아!.. 아래 있는 카메라가 녹음이 되는...시간을 맞추면 될 겁니다.”
“그럼 빨리 해 새끼야.”
“네..”
[이 더러운 년! 감히 날 무시해!! 지 애비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만날 날 하대하면서....]
두 화면의 초 단위까지 맞추자 엄청난 음량의 동민의 방안을 시끄럽게 했고 세영이도 깜짝 놀라 황급히 볼륨을 줄이게 된다.
이미 풀어버린 허리띠로 단추와 지퍼를 내린 남자는 팬티와 함께 단번에 바지를 벗어버렸다.
그리곤 허리띠로 묶인 여자의 다리를 더 벌리곤 엉덩이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젖혀진 얼굴이 남자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의식조차 없어보였다.
남자는 계속 욕을 하며 여자를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부부라고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아리의 인상을 잔뜩 찡그리게 만들었다.
“빨..리 돌려요..”
“가만히 좀 있어봐. 실감나는 야동 같구만..”
“넌 저게 야...한 동영상처럼 보이니? 저건...”
“엇!... 저 새끼 뭐하는 짓이냐?”
미희의 말에 아리가 돌렸던 고개를 다시 화면으로 향하게 된다.
미희의 말에 맞춰 2배속으로 돌리던 화면을 재생버튼으로 정상 속도로 돌린 세영의 행동에 다시 소리와 함께 여자에게 기댄 몸을 움찔거리는 남자의 허리가 보였다.
“쌌네!! 쌌어..”
“넌 좀 조용히 해라. 뭔 여자가 창피한걸 모르냐..”
“세영오빠! 오빠 왜 그래? 왜 나한테 핀잔을 주냐? 할 짓 안할 짓 다한 게 누군데!?”
“에.에헤!!! 쓸데없이...”
아리가 다시 인상을 찡그린다.
미희와 세영의 대화 때문이 아닌 화면에 다시 잡힌 남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신음소리 한 번 안 내지.. 나 같은 놈한테는 느낌도 없다는 거지!! 이 더러운.. 걸레 같은 년이 그래.. 어디 끝까지 고귀한 척 할 수 있나보자..]
남자는 티슈로 자신의 심벌을 대충 닦아내곤 고개를 돌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무선 전화기였다.
은색으로 된 길고 납작한 무선 전화기를 남자는 잠시 동안 손에 쥐고 내려다보더니 이내 여자의 보지에 끼워 넣기 시작했다.
[으음.....]
여자는 처음으로 고통 섞인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고개를 살짝 비틀게 된다.
그 순간 남자의 손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도 잠시 여자가 깨어나질 않는 다는 걸 확인하곤 거칠고 빠르게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자의 고통 섞인 작고 탁한 신음소리에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 몇 분이나 그 짓거리를 계속 이어갔다.,
결국 더 이상 보질 못하겠는지 아리가 방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영상이 거의 끝난 후 아리를 다시 부르는 동민이다.
“아리 학상 미안~.”
“끝..났어요?”
“응.. 그런데 저런 짓을 해도 여자가 안 깰 수 있나?”
“그 전에요.. 이게 무슨 사건이에요?”
“사건?”
“조사..라고 해야 되요?”
“뭐.. 의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사건은 사건이네..”
“의뢰라면...”
“영상에 나오는 여자가 우리한테 의뢰한 거야. 그래서 몰래카메라도 다 설치 한 거고.”
“마취성 수면유도제라면.. 클로로포름류 같지는 않지만 같은 기능성 약이라면 가능해요. 하지만 저런 고통은 잔상처럼 의식 회복 상태에서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아마도 그래서 그 의뢰란 걸 했을지도 모르고요.”
“그럼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건데...흠!~. 나도 변태적인 걸 좋아하지만 저 남편 새끼는 졸라 심하네.. 여자를 취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약을 먹여? 그것도 지 마누라를?? 흠~~”
“마누라라뇨? 그럼 저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부에요?”
“응...”
“의뢰..라는 건.. 저 여자 분은 아무것도 모르셨다는 거네요.”
“그랗지!! 와! 역시 울 아리학상은 무지 똑똑하구만..”
“왜요?”
“...뭐가?”
“왜 저런 짓을 한대요?”
“그걸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여자 분한테는 보여 준거죠?”
“아닐걸.. 어제 찍은 거니까.. 이제 만나러 가야겄지.”
“...네.”
“왜?”
“아까 봤던 그 주사기 액이요. 만약 그게 정액이 맞는다면....”
“그게 뭐?”
“저 남자 정액은 아닐 거예요.”
“그건 왜 그렇지?”
“남자가 사...정을 한 게 분명한데.. 굳이 자기 정액을 동결시켜서까지 임신 확률을 높일 이유가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저 아이스박스형 박스에 쓰여 있는 네 자리 숫자.. 년도 같아요. 그럼 불과 5개월도 안 된 건데..”
“......”
“5개월 안에 큰 사고가 있지 않았다면 굳이 자신의 정액을 동결까지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음.”
“그렇다면 타인의 정액....이거나 다른 액체라는 건데.... 아무리 봐도 정...액 같다는 생각 밖에는..”
“그런데 아리학상..”
“..네?”
“좃물이란 게 말이야. 몸속에서만 살아있는 거 아닌가? 밖에다가 싸지르면 금방 죽는다고 들었는데..”
“그...렇죠. 정액!의 특성상 공기에 노출되면 2~3시간도 버틸 수가 없으.. 곰팅오빠! 저 분 직업이 뭐에요?”
“....검사.. 일 걸.”
“검사요!???..”
“.....응.”
“....................의사는 아니죠?”
“.....그럴 거야.”
“의사가 아니라면 분명히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일반인이 저런 걸 구하긴 힘들거든요.”
“대단하네..”
“..예?”
“내가 아니라 네가 흥신소, 아니! 탐정을 해야겄다. 안 보는 것처럼 하더니 볼 건 다 보고 거기다가 추리까지..”
“저 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죠. 그리고... 야한 건.. 거의 안.. 봤어요. 뭐....”
“안 보긴.. 주사기가 거기에 들어가는 것까지 자세히 봤구..”
“오빠!!”
“아따~. 기차 통을 삶아 먹었나..”
“몰라요. 저 갈래요.”
“아리 학상!! 학상!! 크크크~.. 증말 귀엽다니까..”
미희의 존재도 잠시 잊고는 아리가 황급히 흥신소 사무실에서 뛰쳐나간다.
“여보세요? 너 어디니? 먼저 가. 난 세영 오빠랑 놀다 집에 들어갈래. 과제?? 천천히 하지 뭐.. 응~.”
“아리니?”
“응. 그런데 이 지지배는 언제 나갔데.”
“넌 안가냐?”
“어! 지금 뭐라고라? 먼저 놀러오라고 한 게 누군데!”
“그건 어제 얘기지. 지금 바쁘잖아.”
“바쁜 사람이 야동이나 보고 있냐?”
“이게 야동이야!”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
“...말을 말자.”
“아저씨!!!”
“...”
미희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두 사람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동민에게 향했다.
“저걸 왜 문까지 닫아놓고 본 거예요? 아! 그건 알 필요 없고! 세영오빠 침까지 삼키면서 꼴딱거리면서 봤죠!”
“꼬..꼴딱?”
“맞잖아요!”
“...아가씨. 아가씨는 내가 만만해 보이나?”
“네!”
“무..뭐!?? 아 진짜!!.. 야! 짱개! 너 지금 뭐하는데!!”
“왜 울 오빠한테 뭐라고 그래요!”
“....와~. 나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짱개야~ 너 잠깐 나 좀 보자.”
“됐거든요!. 오빠 나가요! 이런데 왜 다녀요. 내가 돈 벌면 되지 그만 둬요!”
“......허~~”
“너 진짜 미쳤냐?... 빨리 안 나가!”
“오빠까지 이런단 말이지? 정말 나랑 헤어져도 괜찮다 이거지?”
“아~ 씨발 몰라! 우선 집에 가라고!”
‘꽝!!!!!’
“너 괜찮겠냐?”
“...”
“고년 참~.. 팔팔하네..”
“그럼 전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어딜?”
“영상 보여주러 다녀오겠습니다.”
“그거 강철이 새끼가 갔는데..”
“....네?”
“못 들었냐? 방금 강철이가 자료 챙겨서 간다고... 그런데 강철이 혼자 간 거냐?”
“..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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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게 뭐죠?”
“저게 말입니다. 그... 뭐시냐.. 영결.. 이던가..”
“저게 뭐냐고요!”
“그러니까.. 아! 냉동정자요! 냉동 정자란 게 뭐냐면..”
“.....”
노트북에 틀어진 동영상을 끝까지 본 여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턱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영상을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바로 옆에 강철이 앉아 있는데도 한 번 더 돌려본다.
“사모님.. 충격이 크시겠지만,.. 제 생각엔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라고 예상하는 데 말이죠. 혹시 이전에도 하반신에 같은 고통을 느끼신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어제처럼 갑자기 기억을 잃거나 하셨던 적이...”
“...알았으니까..그만 가보세요.”
“.....네?”
“충분히... 알았다고요. 그러니까.. 그만 가보세요.”
“....”
“왜요?... 돈이라면... 여기 있어요.”
여자가 핸드백에서 도톰한 흰 봉투를 꺼내 탁자위에 던져 놓는다.
그리곤 다시 한 번 동영상을 돌려본다. 허리를 움직여 노트북에 다가간 건 아니었지만 그 시선엔 분명 더 자세히 보려는 듯 집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챵~..따그라락.. 쿵!!!’
봉투를 챙기던 강철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하게 부서진 노트북에 깜짝 놀라게 된다.
동영상을 노려보던 여자가 씩씩대며 핏방울을 떨어트리는 손을 부여잡고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애꿎게 부서진 노트북을 들고는 강철이가 작동이 되는 질 확인하기 위해 전원버튼을 연신 눌러보지만, 액정에 거미줄처럼 간 수많은 선들과 함께 검은 화면만이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
“씨.. 이게 얼마짜리...”
“여기요.”
여자는 손수건으로 피가 묻은 손바닥을 대충 묶고는 지갑에서 퍼런색 수표를 세장 꺼내 테이블에 던져 놓고는 말도 없이 일어나 거실에서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저기.. 사모님!”
“....모자라요?”
“그..게 아니고.. 남편이란 놈한테 복수 하시지 않겠습니까?. 이걸 보고 제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아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변태 같은 새끼를 가만히 두면 사모님한테 계속 해코지를 할 게 분명한데.. 저한테 맡겨주시면 제가 꼭!!”
“제 말 못 들으셨어요? 그만 나가시라고요.”
“참~ 말기 못 알아들으시네. 제가 손수 해결을 해 드린다니..”
[띵똥~~]
분위기가 과열되는 상황이 못마땅한지 여자의 시선에 경멸과 살기란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치 없는 강철은 여전히 입을 놀렸고 자신이 왜 모멸감이란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오기를 부리게 된다.
모멸감이란 단어조차 알지 못하는 강철이었기에 짜증이 난다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 오히려 여자가 하는 말이 부담에서 오는 거절을 하고 있다고 오판을 하며 계속 밀어붙이려 했다.
그런 강철의 입을 막은 건 초인종 소리였다.
“누구세요?”
[세영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렸던... 혹시 저희 직원이 거기 있..]
“당장 데려가세요.”
[네??...네. 정말 죄송합니다.]
“아씨! 놔 보라고!”
“너 미쳤냐?”
“내가 날 의해서 이 짓거리야!? 다~~ 저 여자가 불쌍해보여서 그런 거 아니냐고!”
“미친...놈아. 저 여자가 뭐가 불쌍하냐고!”
“변태 새끼 잘못 만나서 헛짓거리 당하는 거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상관이냐고! 이 병신아!”
“그거..야.....”
“미친놈.. 빨리 차에 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또 당할 게 뻔한데! 내가 지켜줘야지. 안 그냐! 내가 한 주먹 하잖아. 저딴 새끼는 그냥 한방이면.. 악!..”
‘딱!!!’
“이.. 이 새끼가! 너 뒤져볼..”
“현직 검사한테 어쩔라고! 그리고 우리 일이 뭔데!? 우리는 의뢰 받은 것만 하면 되는 거야! 이 병신새끼야!”
“.....씨발.. 지금 나 쳤지!? 나 때린 거지?”
‘빡!~~’
“악!! 어떤 새....동민형님?!”
“뭐하냐.. 이 새끼 차에 태우지 않고...”
“..네 형님.”
‘띵똥~~’
[누구세요...]
“귀찮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동민흥신소 CEO인 동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다른 게 아니고.. 카메라는 회수해야 할 거 같아서요.”
[.....]
‘삐잉~~ 철컥’
“짱개야.. 그 새끼는 나중에 조지고.. 빨리 회수해 와 임마!”
“무슨 말씀이시진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실까..”
“존엄한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제가 이해한 내용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존엄이라...”
세영이가 검사의 집에서 카메라들을 회수한 지 대략 5일 정도가 지난 후였다.
개업식 파티 준비로 정신없는 민기에게 갑작스러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었고 그 전화를 받은 민기는 바쁜 와중에도 저녁에 시간을 내 전화를 건 당사자와 만나게 됐다.
전화를 건 당사자인 남자는 정작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다.
“고비서님.. 아무리 철민 형님의 비서였던 당신이 불러냈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말입니다.”
“.....”
“아~.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고비서님은 아무 잘못 없으시죠.”
“....평범한 세일즈맨인 절 왜 불러내셨습니까? 그 동민흥신소에 직접 찾아가시던지 소환을 하시던지 하면 될 일을 말입니다.”
“동민흥신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기민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다는 걸 모를까 봐요? 썩어도 준치라고 비록 능력 없다고 낙인찍히긴 했어도 검사는 검삽니다. 앉아서 몇 군데 쑤셔보니 지금 앞에 앉아 계신 민기씨란 분하고 전부 연결이 되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럼 제가 그 동민흥신소에서 손을 땐지 벌써 1년이 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으셨겠네요.”
“그래도..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
“저도 그렇게 상식 없는 남자는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린 일만 제대로 처리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드릴 테고, 앞으로도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약속드리죠.”
“.....”
“많은 게 시간이긴 하지만,,, 제가 그렇게 느긋한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죠. 삼일 후에 다시 뵙죠. 그럼 고비서님 자리 마련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민 흥신소의 텔레비전에 나왔던 그 검사란 남자가 가볍게 목례를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간다.
검사가 나간 후 고비서란 남자와 잠시 동안의 대화를 나눈 민기는 잡아먹을 듯 노려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도 없이 룸을 나가 동민에게 핸드폰을 걸기 시작했다.
“어디냐?! 누구긴 누구야! 어디냐고!? 15분 줄 테니까. 엘르로 뛰어와라! 흥신소 말고 엘르 새끼야!..뭐!? 손님? 이 새끼가.... 너 거기서 꼼짝 말고 대가리 내밀고 있어라. 금방 간다!!”
“허~...참...”
“....”
“아.. 죄송합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이 하두 기어올라서.. 그러니까.. 사장님이 원하시는 건 강간을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것도.. 사장님의 아내.. 그러니까 사모님을...”
“맞습니다.”
“허~~~~..”
민기의 전화를 끊은 동민은 앞에 앉아 있는 40대 중후반의 남자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동민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자신이 들은 내용이 확실한지 재차 묻게 된다.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장을 잡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내 분을 강간...을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게..”
“그렇다니까요. 안 됩니까?”
“....”
머릿속에 온갖 계산을 시작한 동민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질 못한 채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이곤 또 다시 질문을 한다.
“사모님을 강간 해달라고....”
“김사장님한테 소개 받고 왔습니다.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닌데... 허~~...”
“...”
“왜요?”
“...네?”
“아니.. 이유라도 알아야 강간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닙니까?.. 혹시 사업장 말아 먹게 만들 작정으로 사장님이 치고 들어오는 놈인 줄 어떻게 알겠냐고요.”
“말..아 먹다뇨?”
“...그럼.. 정말로 사모님을 강간 해달라는 의뢰라고요?.. 최대한 거칠고 강제적으로?”
“..네.”
“그것도.. 밤일을 지대로 잘 하는 놈으로다가 말이죠? 완전히 뿅~ 가게...”
“내!”
“..잠시 만요. 잠시만 앉아 계십시오. 담배가 다 떨어졌네요.”
“....”
개인 방문을 열고 사무실로 나온 동민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곤 불을 붙인다. 그리곤 세영이에게 복도로 나오라는 손짓을 해 같이 나간다.
“저 새끼 뭐냐?”
“한수창이고 나이는 42살입니다. 자영업으로 돈 꽤나 만지는 놈이던데 말입니다.”
“자영업?”
“네. 호프집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음식점까지 7개 사업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왜?”
“...네?”
“지 마누라를 강간해 달라고 하냐고? 그것도 대물로다가...”
“그것까진 저도 잘... 시간을 더 주시면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돈까지 들고 왔는데 어떻게 더 미르냐고.. 장난질 하는 줄 알고 벌써 두 번이나 펑크를 놨는데..”
“...그럼 우선은 의뢰를 받고.. 좀 더 알아보고..”
“그러다가 함정이면? 저 새끼가 만약에 짭새 끄나풀이면 어쩔라고?”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하는 사업채 중에 호프집을 통해서 김사장하고 아는 사이던데 말입니다. 연락해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긴 한 거 같습니다.”
“믿을만한 놈이 세상에 어딨냐고 새끼야. 그리고 우리가 제비집이냐? 의뢰 수락한다고 치자.. 누굴 보내냐고!”
“그건....”
“아무리 우리가 그 바닥에 있었지만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고 덤벼들 수 있는 놈이 있기나 하냐? 쌈질이라면 자신 있어도 그건 아니......”
“..그런 놈이 있긴 한데 말입니다. 형님......”
둘은 거의 동시에 강철이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호명을 하지 않아도 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누구인지 서로 알 수 있었기에 컴퓨터 앞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는 강철을 열린 문틈으로 쳐다보게 된다.
그때 언제 나왔는지 사무실 출입구 앞에 서 있던 한사장이 끼어든다.
“걱정 마십쇼.”
“사..사장님..하하하하.. 금방 다녀온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가 경찰 끄나풀이면 절 죽이십시오.”
“하하.. 사장님도 참~.. 저희가 무슨 킬럽니까. 막 사람을 죽이게.. 말이 그렇다는 거죠. 김사장님 소개로 오셨는데 우선 들어가셔서 얘기 나누시죠.”
한사장의 등에 가볍게 손을 얹고 사무실로 이끄는 동민은 세영에게 좀 더 알아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한사장을 가리키곤 다시 개인 방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앉아 작은 수첩을 꺼내 몇 장을 넘긴 세영이 수화기를 막 들었을 때 민기가 흥신소 사무실로 들어왔다.
“동민이는?”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동민이 이 새끼 어디 있어?”
“지금 면담중이십니다.”
“면담?. 누구랑?”
“한사장이라고.. 의뢰 건으로 지금 같이 있는데 말입니다.”
“의뢰? 무슨 의뢰? 혹시 검사 새끼란 놈이 여기도 보냈냐?”
“...네? 검사라뇨?”
“...무슨 의뢴데?”
“그게... 자기 마누라를 강간해달라는...”
“뭐? 지 마누라를?...... 아주 지랄이 풍년이구나.. 참나...”
“그런데.....어쩐 일이십니까 형님.”
“어쩐 일이긴.. 강철이 이 새낀 어딨...”
“어!.. 오셨습니까 형님!”
“.....넌 뭐했냐?”
“고스톱 치고 있는데 말입니다.”
“고.. 에라이!”
“그런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오셨음까 형님.”
“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냐!?”
“그건 아니지만.. 이시간이면 아리랑 알~콩~ 달~콩 하고 있을 시간 아니십니까?”
“.....”
“..왜 그러십니까?”
“세영아.. 저 새끼 묻어라. 아니! 한강에 쳐 넣어라. 아주 못 나오게 돌덩어리까지 매달아서..”
“.....정말 말입니까?”
“뭐가 정말이야!.. 아우.. 머리야... 동민이 이 새끼는 뭐가 이렇게 바쁜 척이야!”
옛날 같았으면 당장 동민의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갈 민기였지만 최대한 인내란 단어를 곱씹으며 소파로 가 앉고는 씩씩대기 시작한다.
그럼 민기의 모습에 세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율무차를 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마주하고 앉았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며칠 전에 검사양반 집에 카메라 설치했었냐?”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설치하면서 다른 카메라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고?”
“다른 카메라라뇨?”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새끼야! 내가 본 건 너랑 동민이 자슥이 설치했던 카메라를 회수하는 것 밖에는 못 봤는데!”
“...”
“현직 검사 뒷조사를 하려면 티를 내지 말던가.. 검사가 여느 양아치들하고 똑같냐? 잘 못 건드리면 벌집을 들쑤셔 놓는 거랑 똑같다는 걸 몰라? 동민이 새끼가 앞뒤 안 가리고 일을 받아도 네가 말리거나 신중하게 처리를 했어야지. 넌 뭐했는데?”
“죄송합니다.”
“........됐다.. 네가 뭔 잘못이라고..”
“형님.. 혹시 그 검사 놈이 형님한테 직접 찾아간 겁니까?”
“...그래. 그것도 고비서랑 같이 왔더라.”
“고비서라면.. 큰형님 밑에 있던 그 친구 말입니까?”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사장이 사무실에서 나간 후 민기가 먼저 동민의 개인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동민을 크게 부른다.
“빨리 들어와!”
“아따~.. 뭐가 그리 급하시다고 전화 끊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오십니까..”
능청스럽게 말을 하며 민기의 주위를 살피는 동민의 모습에 민기가 고개를 돌리게 된다.
“아리 학상은.. 안 왔습니까?”
“아리는 왜?”
“왜긴요. 요즘 아리가 한창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같으니까 글쵸.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가 되는 거 같다고 할까나?!”
“미친... 아리 지금 학교에서 삼일 째 밤샘중이다.”
“뭐라고라!?? 아니! 다 큰 처자가 삼일동안 집에도 안 들어오고 밖에서 나돌아 다니는데 형님은 보고만 있으셨다고 말입니까!”
“....이 새끼 왜 이래?”
“와! 이 형님이야말로 세상물정 모르시네! 그 예쁜 아리 학상이 뭔짓을 당..어버버버푸...푸!! 아따.. 짜다.”
“동방인가 머시기에서 과제 때문에 미희하고.. 또 누구더라... 하여튼 졸라 바쁘단다. 아리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강철이하고 짱개나 좋은 말 할 때 불러 와라.”
“에휴..울 이쁜 아리 학상한테 뭔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는데...”
“헛소리 작작 할래!?”
“....짱개야!!”
십여 분이 겨우 지난 동민의 방은 퀴퀴한 담배 연기로 자욱하게 꽉 차 있다.
가장 메인 자리에 민기가 다리를 꼬으고 앉아 얘기를 끝내자 주위에 둘러앉은 세 명의 얼굴이 제각각으로 변하게 된다.
기가 차다는 표정의 동민과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깊이 잠긴 세영의 모습, 그리고 얼굴에 띤 웃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민기에게 계속 확인하듯 묻고 있는 강철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건 세영이었다.
“그럼 형님.. 그 검사 새끼가 자기 와이프를 임신시켜 달라는 겁니까?”
“허~.. 세상이 말세네.. 말세야.. 어떤 새끼는 지 마누라를 강간시켜달라고 하질 않나.. 어떤 새끼는 임신까지 시켜달라고 하질 않나...쯧쯧..”
“그러니까 동민이 넌 왜!!...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어쩔래?”
“음.. 그 새끼가 강철이를 지목했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강철이 넌 어떻..”
“당연히 해야지 말입니다!”
“.....”
“..”
“.....”
“아니 왜 그렇게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십니까? 검사님이 정중히 부탁까지 하셨다 아닙니까!? 그럼 당연히 영감님 말씀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바닥이 워낙 그런 룰로 돌아가는데 저희같이 힘없는 놈들이 뭘 어떻게 하겠슴까. 그냥 시키는 대로..”
“넌 그러고 싶냐?”
“야! 짱개 넌 부러워서 그렇지!? 다 된 밥에 코 빠트릴 생각 하덜 마라라!! 앙!!!!!!”
“이게 무슨 얘긴지 모르겠냐? 널 이용한다는 말이야 이 빙신아!”
“이용당해드려야지! 당연한 거 아니냐! 영감님이 감이 먹고 싶다 하면 오뉴월에도 감 서리를 해야 되는 거..”
“아 이 빙신새끼가! 잘못하면 간통죄로 너 빵에 들어갈 수 있다고!”
“....뭐? 내가 왜? 영감님이 시켜서 하는 일인데...”
“그러니까!..”
“세영이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까 문제란 거다. 강철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형님. 영감님이 시키는 일인데 왜 제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건지...”
“그 검사란 놈은 말을 하면서도 내 눈이 아니라 내 코만 쳐다보더라고.. 보통 일부러라도 시선을 맞춰 얘기하는 놈이라면 차라리 상대하기 쉬운 놈이겠지만..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에도 그런 저자세를 취한다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얘기지.. 자격지심이 상당하다는 걸 느끼고 고비서랑 얘길 나눠보니 그 검사 놈이 억압된 분노를 감추고 있다는 걸 알겠더군..”
“분노라뇨?”
“세영아.”
“네. 형님.”
“그 여자 아버지란 남자가 차장검사가 맞냐?”
“네. 같은 지방검찰청에 있는 차장검사라고 했습니다.”
“오검사라는 놈은? 고비서가 하는 말로는 능력 없는 놈으로 낙인 찍혔지만 차장검사 사위라고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 얘기가 사실이고?”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일하던 도중에 중단이 돼서 신경을 접었었습니다. 형님.”
“......”
“그런데 형님. 그 새끼가 하던 방식대로 주사기를 사용하지 이제 와서 왜 갑자기 그런 부탁을 저희한테 한답니까?”
“더 알아봐야겠지.. 세영이 넌 내일까지 그 새끼 자지에 털이 몇 개인지 까지 다 조사해서 나한테 보고해.”
“네..형님. 그런데.. 동민형님.. 그럼 한사장 건은 어떻게 하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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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에어브러시 좀 줘봐...... 아리야?”
목 부위가 처음부터 늘어나 있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늘어트린 건지 모를 헐렁한 면 티는 브래지어의 끈이 다 보였고 면티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는 팬티와도 같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채 나무 의자에 앉아 이젤 위에 있는 보드에 그림을 그리던 미희가 고개를 돌린다.
아리의 모습을 확인한 미희는 피식하고 웃게 된다.
많이 어지럽혀진 연구실에서나 볼법한 커다랗고 긴 스테인리스 책상위에 아리가 아무렇게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평년보다도 더 무더운 초여름에 여자 둘만이 있는 동방(동아리 방)의 모습이라고는 보기 힘든 지저분함이었다.
더군다나 삼일동안의 철야는 깔끔함을 중요하시며 건강하나만은 자신 있어 하던 아리조차 끈나시 티셔츠와 칠 부 청바지만을 입고 혼절하듯 잠이 들게 된 것이다.
“아리야.. 아리야!!”
“으.응?? 나 안 잤어.. 생각 좀 하느라..”
“큭큭.. 거의 끝났으니까 눈 좀 붙여.”
“됐어.. 빨리 끝내야지..”
“야! 너 이틀 동안 한 숨도 안 잤잖아. 난 강의시간에 낮잠이라도 잤지만...”
“....휴~. 강교수님도 넘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전공과목 때문에 정신없는데 리포트 대신에 발표라니..”
“원래 강교수 괴짜라고 소문이 자자하잖아. 어쩌겠냐.. 널널하고 학점 잘 준다고 해서 현대 미술사를 신청한 우리가 잘못이지.”
“난 원래 미술이 좋아서 하긴 했는데..”
“그래~ 너 잘났다. 울 아리가 못하는 게 뭐가 있겠냐.”
“.....피~”
“저기 소파에서 좀 누워.”
“...저기 싫던데.. 저거 학과장실에 있던 거 얻어 온 거라며. 그것도 10년 넘었.. 바퀴벌레 나올 거 같아서 싫어.”
“바퀴벌레?? 큭큭.. 우리 꼴을 봐라. 바퀴가 먼저 형님하고 알아보곤 도망가겠다.”
“풋~.. 그래.. 지금 벌레가 문제냐.. 피곤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나 1시간만 누울게.”
“됐어. 넌 할당량은 다 채웠잖아.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나중에 마무리만 해줘. 글...뭐더라?”
“글라데이션?”
“응. 글라 뭐시깽이. 에어브러시로 대충은 하겠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앙.. 그럼 미안한데 나 좀 누울게.”
“미안은..”
아리가 흘러내린 나시티의 끈을 바로 잡으며 의자에 걸쳐놨던 청 남방을 이불삼아 소파에 눕는다.
다시 이젤에 있는 그림에 열중하기 시작한 미희다.
아리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색의 분포까지 전부 표시해놨기에 미희는 그저 덧칠형식으로 칠을 하면 되는 단순 노동과도 같은 작업이었지만 보통의 4~5인이 한 구릅인 과제 인원의 일을 둘이서 하기엔 보통 힘이 든 게 아니었다.
둘만이 팀을 이룬 이유는 순전히 미희에게 있었다.
여러 남자를 갈아탄다는 소문에 좀처럼 받아주는 구릅이 없었고 그런 미희를 벌써 구릅을 짰던 아리가 탈퇴를 하고 미희와 둘만의 팀을 짜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미희는 평소 잘 하지도 않던 과제에 더 열중하고 있다.
‘똑똑~’
“...응? 누구세요?”
“나야.”
“누구?”
“찬희야.”
“엥?? 찬희 오빠?”
“문 좀 열어라.”
“...”
동방의 문을 연 미희의 시선에 커다란 흰색 봉지를 두 개 들고 서 있는 찬희가 보여다.
“웬일이래?”
“웬일이긴.. 저녁은 먹었어?”
“대충..”
“밥도 못 먹었지?”
“그냥 샌드위치 먹었어. 근데 이 시간에 진짜 웬일이야?”
“보고 싶어서 왔지.”
“오빠네 구릅은?”
“우린 벌써 끝났어.”
“좋겠다. 근데 집에나 가지 여긴 왜 왔냐고!?”
“...삐졌어?”
“진짜.. 오빠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어떻게 날 버리냐..”
“버리긴 누가 버리냐.. 일보후퇴란 말도 모르냐?. 작전상 어쩔 수 없었다니까..”
“됐거든. 필요 없으니까. 집에나 가셔.”
“에이~.. 왜 이래.”
“이거 놔!. 나 진짜 화낸다.”
“쉬~~잇. 아리 깨겠다..”
찬희가 반항하는 미희의 손목을 잡고는 스테인리스 책상에 억지로 눕힌다.
미희의 입술에 입술로 덮어버리던 찬희가 조금씩 목덜미로 내려가 곧 겨드랑이로 얼굴을 파묻기 시작한다.
암내를 맡는 듯한 찬희의 행동에 미희가 질색을 한다.
“뭐하는 거야!”
그러나 미희의 시선은 혹시나 깰지 모를 소파에 등을 돌려 자고 있는 아리에게 향해 있었다.
“간지럽다고. 그만 해..”
“나 참느라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차라리 죽어라.”
“복학생에다가 꼴통이라고 소문까지 났는데.. 좀 봐주라.. 더 이상 애들한테 찍히면 진짜 왕따 당한다고..”
“그럼 난?”
“우리 진지한 얘긴 그만하고 으응~~ 응!??”
“미쳤어!.. 아리도 있는...”
입을 놀리면서도 찬희의 손은 부지런히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티셔츠를 힘으로 끌어내려 가뜩이나 목이 늘어난 부위가 아예 팔뚝까지 위로 놓여 가슴이 드러났고 브래지어 위를 거칠게 찬희가 빨기 시작한다.
한 손으로는 브래지어와 함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한편 다른 한 손은 미희의 짧은 반바지를 허벅지 위까지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으응~.. 오빠.. 나 씻지도 않아서..”
“괜찮아. 냄새 너무 좋다.”
“...음~~”
“연락 좀 하지.. 어떻게 일주일동안 연락 한 번 없냐.. 쩝~쯔~읍”
“으음~.. ”
“커서 좋다고 하더니.. 뭐냐고..”
“자..잠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나가서..하자. 응~?”
“나가긴 어딜.. 어차피 다 똑같지..”
“아리 때문에 여기선 싫다고..”
“.......”
“글구 나 소변도 마렵다고...”
“...그럼 어디로? 화장실로 갈까?”
“죽어도 싫어! 더럽게 화장실이 뭐냐!”
“....그럼 어디로?”
“우리.. 옥상 가서 할래?”
“옥..상?”
“응.. 서관 옥상은 안 잠겨있던데.. 거기로 가자.”
“.....”
“나 금방 화장실 다녀올게. 시원한 맥주 좀 사와라.”
“맥주? 지금? 매점도 닫았잖아.”
“학교 앞 편의점은 국 끓여 먹게?”
“....나 꼴렸다고!”
“좀 식혀. 한 번만 할 거니까 빨리 쌀 생각하지 말고 식히면서 편의점이나 다녀오셔~”
“아씨...”
“얼릉 다녀오라고! 안 그럼 진짜 용서 안 해준다!”
“알았다! 알았어.. 참나...”
투덜거리며 동방에서 나가는 찬희를 지켜보던 미희는 곧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 화장실로 뛰어간다.
대충이라도 씻으려는지 폼클렌징등의 기초 화장품과 급한 대로 데오드란트라는 냄새 제거제를 챙겨 화장실로 향한다.
최대한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5분여가 흐른 후에야 화장실에서 나오게 된 미희였다. 처음엔 세안만 하려 했던 미희는 결국 머리까지 다 감고 팬티를 벗은 채로 화장실에서 나와 들고 온 화장품들을 동방에 놔두기 위해 급히 걸어가게 되는데..
‘드르륵~’
“....”
“미..미희야.”
“벌써 다녀왔어? 맥주....는??”
“지갑..을 아까 비닐봉지에 놔두고 갔더라고 그래서 지갑...”
미희가 불길함을 못 참고 찬희를 밀쳐대며 동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길함의 원인인 아리에게 곧장 달려간 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똑바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아리의 모습을 살피게 된다.
“나..날 뭐로 보고.. 빨리 가자. 나 급해..”
“참나.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맥주 사러 가는 사람이 지갑도 안 챙....”
미희는 찬희를 향해 돌리던 고개를 다시 아리로 향한다.
끈 나시티 위를 청 남방으로 덥고 잠이 든 아리의 모습은 하반신의 일부와 가슴의 언저리만을 덥고 있는 형태로 변해 있었다.
결정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할 두 가닥의 나시티의 끈들이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손을 뻗어 청 남방을 젖히자 아리의 가슴이 다 들어난 채 분홍빛 유두가 살짝 젖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미희는 서둘러 하반신을 덥고 있는 나머지 청 남방을 완전히 들어 버렸다.
칠 부 청바지의 후크가 풀린 채 지퍼도 반쯤 내려 가 있는 상태에 미희가 주먹을 쥐며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지..진짜 아..아무 짓도 안했어.”
“이게 아무 짓도 안한 거냐?”
“그.그냥 보..보기만 했다고.. 진짜로 지갑 가지러 왔다가.. 그..그냥..”
“이 개..새끼.. 넌 죽었어..”
“미..미희야..”
미희가 테이블 위에 있는 페인팅 나이프를 쥐고는 천천히 찬희에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나이프로 찬희의 배를 찌르려는 듯 살기서린 눈으로...
-계속-
일이 너~무 바빠요......
“와~ 쥑이네.. 이 변태새끼 하는 거 보소..”
“...”
“....”
불 꺼진 사무실 안에 동민과 강철 세영이가 충혈 된 눈으로 노트북과 연결된 텔레비전을 침을 흘리며 시청하고 있다.
“저 새끼 이름이 뭐라고?”
“.....”
‘딱!~’
“아씨!.. 왜 때리고 지...네??”
“이 새끼가 정신 못 차리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 새끼 이름이 뭐냐고?”
“글...쎄요..”
“이 새끼가.....”
“한공상입니다.”
“공상?.. 저 새끼 변태냐?”
“..그게 좀..”
“강철이 새끼는 몰라도 넌 뭐했냐?”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 변태 같은 새끼가 현직 검사라고?”
“....네.”
“그런데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네.”
“...........”
“..”
계속 눈을 때지 못하고 있는 강철과 마찬가지로 동민과 세영이도 다시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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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다면.. 비밀만 완벽히 보장된다면 다른 남자랑 할 생각 있니?”
“켁!~...켁켁... 무..뭐라고?”
“여기 물..”
“...어떻게 사랑 없이 섹스를 하니?”
“그럴 수 있잖아. 술...에 취했거나.. 클럽 가서 멋진 남자랑 원나잇도 가능하고..”
“미쳤니? 그리고 너 아직도 클럽 다녀?”
“요즘은 나도 시들해.. 건져도 다 거기서 거기고..”
“진짜 얘가... 너 선우 오빠랑 헤어지고 곧바로 찬희 오빠 만난다면서? 세영오빠는?”
“세영오빠랑도 놀고.. 찬희오빠랑도 놀고.. 넌 아깝지 않니? 어차피 결혼하면 평생 얽매일지 모르는데.”
“그게 왜 얽매이는 거니? 결혼이라는 게 뭔데! 사랑하니까 평생 함께..”
“네네~~ 누가 아리 아니랄까 봐.. 또 잔소리냐. 그것보다 넌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어? 꿈에서라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 해 본적 없냐고.”
“나?... 난 김창식 아저씨 좋아하는데...”
“........”
미희의 표정이 속된말로 ‘벙쪄보인다.’라는 비속어와 같이 입을 벌리고 아리를 쳐다본다.
휴강으로 인해 오랜만에 여유로운 오후를 맞은 둘은 1200원짜리 토스트와 커피를 들고 한가로운 캠퍼스 산책로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평범한 얘길 나누던 둘의 대화에 변화를 먼저 주기 시작한 건 미희였다.
“요즘 노래는? 신나고 비트 있는 노래는 싫어? 팝송도 좋은 거 많잖아.”
“감정 이입도 잘 안 되는 팝송은 무슨.. 댄스?..그런 건 정신 사나워서..”
“.....너 진짜 이십대 초반 맞아?”
“나이 어리다고 꼭 그런 걸 좋아해야 되냐?”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 하는 행동은 인생 다 산 할머니 같고 먹는 것도 보면 항상 밥이잖아. 너 중식이나 일식은 먹긴 하니? 촌스럽게 이게 뭐야.”
미희가 먹던 토스트를 흔들며 아리에게 비아냥거린다.
“유명한 체인점이야.”
“너 서브웨이는 알아?”
“지하철?”
“.......이 이속 토스트 바로 옆에 있는 서브웨이! 거기도 샌드위치 팔거든!”
“아~.. 거기. 거긴 비싸기만 하지 맛도 없던데. 그리고 샌드위치가 토스트 아니야? 그럼 식빵에 이렇게 들어 있어야 샌드위치지...사진보니까 그냥 미국식 핫도그 같던데..
”어디 가서 내 친구라고 하지 마라.“
“풋~..큭큭...”
“너랑 얘기하다보면 꼭 삼천포로 빠지더라.. 김도 팍 새고.. 그래서?”
“...뭐가?”
“만약에 민기 오빠가 그러면?”
“응? 뭘?”
“민기오빠도 남자잖아.. 듣기론 깡패였다던데 애인도 많지 않았어?”
“.....한....명.”
“너도 아는 여자야?”
“..응.”
“그 여자뿐이었을까? 솔직히 모르는 거잖아.”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지금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과거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응.”
“너그럽구나.. 그럼 민기오빠가 한 번쯤은 실수해도 용서해 주겠네..”
“실수?”
“아무것도 아니야..”
“....”
“아!.. 나 오늘 세영오빠랑 약속 있는데 깜빡했다. 아리야 먼저 들어가. 난 오빠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세영오빠?”
“응. 많이 바쁜가 봐. 학교 끝나면 사무실로 오라더라.”
“....오랜만에 나도 갈까..”
“세영이 오빠 사무실에?”
“곰팅 오빠 보러.”
“곰팅 오빠가 누구야?”
“있어...동민 오빠라고.”
“큭큭.. 그래 가자.”
“저거 주사기 맞지?”
“네.. 그런 거 같은데 말입니다.”
“주사기 안에 든 저건 뭐냐?”
“그러게 말입니다... 허여멀거름 한 거 같은데..”
‘덜컥!’
“지금 뭐해요!!. 어.....”
갑자기 열린 사무실 문에 화들짝 놀란 세 남자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막 들어온 아리와 미희의 얼굴을 쳐다본다. 텅 빈 사무실에 두 여자는 잠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발걸음을 돌리려했었다.
그러다 남자들의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미희가 동민의 방문을 예고 없이 열고 들어온 것이다.
“깜..짝이야. 너 뭐.. 아리야!”
“...”
“......”
거대한 42인치 텔레비전 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장면에 동민이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얼음처럼 굳어져 미동조차 없었다.
“참나!! 다 큰 어른들이 야동이나 보고. 자~~알 한다.. 쯧쯧..”
“넌 누군데? 어린놈의 가스나가 언제 봤다고..”
“죄..죄송합니다. 형님.. 미희야!! 너 조용히 해라!”
“너랑 아는 년이야?”
“...네.”
“년!??? 년!!?”
“허.. 저거 뭘 믿고 저리 빽빽 거리냐!?”
“미희야!”
“아리야! 지금 저 아저씨가 나보고 년이란다! 와~ 아저씨야 말로 날 언제 봤다고 년인데!?”
“ .. 뭐에요 저거?”
동민과 미희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 큰 목소리로 막 싸우기 시작할 때 작지만 또렷한 아리의 목소리가 둘의 입을 막아버렸다. 위압감이라고 할 압도감에 서로를 노려보던 시선을 동시에 아리에게 향하게 된다.
“저거.. 강간하는 영상 아니에요?.. 모여서 지금 저런 걸 보는 거예요?”
“아리야. 그게 아니고.... 짱개 너 이새꺄! 너도 뭐라고 좀 해봐!”
“넌 왜 아리를 여기 데려왔냐!?”
“치.. 오빠가 오라고 했잖아요.”
“내가 언......아... 씹..”
“미희야.. 저거.. 인공수정용 동결 정액 아니니?”
“응? 그게 뭐야?”
“있잖아! 그거.. 냉각 시켜서 운반용으로.. 저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거 하고.. 저 의료용 주사기.. 맞지?”
“몰라. 내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
“자자자자..잠깐! 뭐? 아리학상 저게 뭐라고?”
“확실 한 건 아닌데요. 저 상자는 제가 본 게 맞는 거 같은데..”
“이것 좀 처음부터 봐줄 수 있니? 우리같이 무식한 놈은 요게 수면제 먹이고 장난질 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
“좀.. 야하지? 그런데 이게 말이야.. 엄격히 말하면 의뢰 받은 거 거랑! 그러니까 절대로 불순한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알겠어요.”
동민의 손짓에 세영이가 황급히 노트북을 조작한다.
텔레비전에 다시 시작 된 화면은 가정부가 찻잔을 들고 여자에게 걸어오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거실의 각 모서리마다 설치된 작은 몰래카메라로 화면도 4등분이 되어 텔레비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차를 마신 여자는 5분여도 지나지 않아 쓰러지듯 소파에 옆으로 눕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홍색의 슬림한 원피스를 입은 채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은 잠시 동안 미동조차 없이 이어졌고 잠시 후 가정부가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곤 힐끔 여자를 쳐다보곤 뭐라고 말을 한다.
남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가라는 제스처를 했고 이내 인사를 다시 하곤 거실에서 사라진다.
“스틸녹O...”
“스틸? 건 뭐냐?”
“수면제 이름이요... 부작용이 없는 걸 보면 스틸녹O은 아닌 거 같고, 졸피뎀 성분은 맞는 거 같은데..”
“뭔 소리 다냐... 요즘 대학에서는 그런 것도 다 가르치냐?”
“왜 날 봐? 아리랑 같은 과지만 난 저런 거 몰라...”
“벤조다이제O으로는 저렇게 효과가 빠르지 않을 텐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럼.. 저 약을 먹으면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나?”
“약에 따라 서는요. 마약성 수면제도 존재하고.. 마취제 같은 경우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마시는 것도 있으니까....”
“뭐가 그렇게 많아?”
“많죠.. 코카인도 국소마취제로 사용된 적도 있는......”
화면에 나온 장면에 아리가 하던 말을 끊고는 입을 틀어막게 된다.
가정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는지 남자가 인터폰으로 걸어가 수화기를 든다.
그리곤 현관문으로 들어온 남자에게 파란색 작은 상자를 건네받아 소파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걸어왔다.
원피스를 젖히곤 거칠게 여자의 팬티를 끌어 내린다.
작은 면 팬티를 벗겨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남자는 의식조차 없어 보이는 여자를 안아 소파에 똑바로 앉힌다.
고개를 축 늘어트린 여자의 모습은 꼭 만취한 사람처럼 몇 번이나 옆으로 쓰러지려 했고 그런 여자의 한쪽 허벅지를 잡아 올린 남자는 무릎을 최대한 굽히게 하곤 허리띠를 풀어 묶기 시작했다.
여자의 모습은 한쪽 다리는 조금 벌려 아무렇게나 늘어트리곤 다른 한쪽은 허리띠란 끈으로 묶여 허벅지와 종아리가 맞닿아 소파위에 보지를 훤히 드러낸 꼴로 앉게 되었다.
남자가 천천히 다가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고는 숙인 고개를 뒤로 젖혀 소파 등받이에 기대게 만들었다. 비싸 보이는 소파와 어울리는 여자의 원피스만큼이나 미모의 얼굴에 강철이가 또 흥분을 한다.
“아따~.. 고년 진짜.. 도도하게 행동하더니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섹기가...”
“강철아~.. 아리 학상 있다..”
“저도 있걸랑요!”
“진짜 넌 뭐냐고...”
“아!. 저 세영이 오빠 여친이요.”
“...뭐!?”
“왜요? 넘 예뻐요?”
“예쁘긴 개뿔.. 아리 학상이 바로 옆에 있는데 미를 논 하냐?”
“.....기가 막혀! 저 변태 새끼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무..뭐!!? 야! 너 이 녀..ㄴ.... 이 여자 안 데려갈래!”
“...여..긴 넘기면 안 될까요?”
“지지배. 또 순진한 척은! 여기가 클라이맥스 같구먼!”
“오!.. 그 말은 마음에 드네.”
화면 가까이 다가가며 말을 하는 미희의 모습에 방금까지 화를 내던 동민이 맞장구를 친다.
둘의 코미디 같은 싸움에도 아리는 잠시 질끈 눈을 감았다가 미희의 말에 눈을 뜨게 된다.
“근데 이건 소리는 안나요?”
“그라게. 진짜 아쉽게도 소리가 안 난다 아이가.. 참나.. 이걸 빌린다고 들어간 돈이 얼만데..”
“아!.. 아래 있는 카메라가 녹음이 되는...시간을 맞추면 될 겁니다.”
“그럼 빨리 해 새끼야.”
“네..”
[이 더러운 년! 감히 날 무시해!! 지 애비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만날 날 하대하면서....]
두 화면의 초 단위까지 맞추자 엄청난 음량의 동민의 방안을 시끄럽게 했고 세영이도 깜짝 놀라 황급히 볼륨을 줄이게 된다.
이미 풀어버린 허리띠로 단추와 지퍼를 내린 남자는 팬티와 함께 단번에 바지를 벗어버렸다.
그리곤 허리띠로 묶인 여자의 다리를 더 벌리곤 엉덩이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젖혀진 얼굴이 남자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의식조차 없어보였다.
남자는 계속 욕을 하며 여자를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부부라고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아리의 인상을 잔뜩 찡그리게 만들었다.
“빨..리 돌려요..”
“가만히 좀 있어봐. 실감나는 야동 같구만..”
“넌 저게 야...한 동영상처럼 보이니? 저건...”
“엇!... 저 새끼 뭐하는 짓이냐?”
미희의 말에 아리가 돌렸던 고개를 다시 화면으로 향하게 된다.
미희의 말에 맞춰 2배속으로 돌리던 화면을 재생버튼으로 정상 속도로 돌린 세영의 행동에 다시 소리와 함께 여자에게 기댄 몸을 움찔거리는 남자의 허리가 보였다.
“쌌네!! 쌌어..”
“넌 좀 조용히 해라. 뭔 여자가 창피한걸 모르냐..”
“세영오빠! 오빠 왜 그래? 왜 나한테 핀잔을 주냐? 할 짓 안할 짓 다한 게 누군데!?”
“에.에헤!!! 쓸데없이...”
아리가 다시 인상을 찡그린다.
미희와 세영의 대화 때문이 아닌 화면에 다시 잡힌 남자의 모습 때문이었다.
[신음소리 한 번 안 내지.. 나 같은 놈한테는 느낌도 없다는 거지!! 이 더러운.. 걸레 같은 년이 그래.. 어디 끝까지 고귀한 척 할 수 있나보자..]
남자는 티슈로 자신의 심벌을 대충 닦아내곤 고개를 돌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무선 전화기였다.
은색으로 된 길고 납작한 무선 전화기를 남자는 잠시 동안 손에 쥐고 내려다보더니 이내 여자의 보지에 끼워 넣기 시작했다.
[으음.....]
여자는 처음으로 고통 섞인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고개를 살짝 비틀게 된다.
그 순간 남자의 손이 멈췄다.
그러나 그 멈춤도 잠시 여자가 깨어나질 않는 다는 걸 확인하곤 거칠고 빠르게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자의 고통 섞인 작고 탁한 신음소리에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 몇 분이나 그 짓거리를 계속 이어갔다.,
결국 더 이상 보질 못하겠는지 아리가 방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영상이 거의 끝난 후 아리를 다시 부르는 동민이다.
“아리 학상 미안~.”
“끝..났어요?”
“응.. 그런데 저런 짓을 해도 여자가 안 깰 수 있나?”
“그 전에요.. 이게 무슨 사건이에요?”
“사건?”
“조사..라고 해야 되요?”
“뭐.. 의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사건은 사건이네..”
“의뢰라면...”
“영상에 나오는 여자가 우리한테 의뢰한 거야. 그래서 몰래카메라도 다 설치 한 거고.”
“마취성 수면유도제라면.. 클로로포름류 같지는 않지만 같은 기능성 약이라면 가능해요. 하지만 저런 고통은 잔상처럼 의식 회복 상태에서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아마도 그래서 그 의뢰란 걸 했을지도 모르고요.”
“그럼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건데...흠!~. 나도 변태적인 걸 좋아하지만 저 남편 새끼는 졸라 심하네.. 여자를 취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약을 먹여? 그것도 지 마누라를?? 흠~~”
“마누라라뇨? 그럼 저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부에요?”
“응...”
“의뢰..라는 건.. 저 여자 분은 아무것도 모르셨다는 거네요.”
“그랗지!! 와! 역시 울 아리학상은 무지 똑똑하구만..”
“왜요?”
“...뭐가?”
“왜 저런 짓을 한대요?”
“그걸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여자 분한테는 보여 준거죠?”
“아닐걸.. 어제 찍은 거니까.. 이제 만나러 가야겄지.”
“...네.”
“왜?”
“아까 봤던 그 주사기 액이요. 만약 그게 정액이 맞는다면....”
“그게 뭐?”
“저 남자 정액은 아닐 거예요.”
“그건 왜 그렇지?”
“남자가 사...정을 한 게 분명한데.. 굳이 자기 정액을 동결시켜서까지 임신 확률을 높일 이유가 없을 거 같아요. 그리고 저 아이스박스형 박스에 쓰여 있는 네 자리 숫자.. 년도 같아요. 그럼 불과 5개월도 안 된 건데..”
“......”
“5개월 안에 큰 사고가 있지 않았다면 굳이 자신의 정액을 동결까지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음.”
“그렇다면 타인의 정액....이거나 다른 액체라는 건데.... 아무리 봐도 정...액 같다는 생각 밖에는..”
“그런데 아리학상..”
“..네?”
“좃물이란 게 말이야. 몸속에서만 살아있는 거 아닌가? 밖에다가 싸지르면 금방 죽는다고 들었는데..”
“그...렇죠. 정액!의 특성상 공기에 노출되면 2~3시간도 버틸 수가 없으.. 곰팅오빠! 저 분 직업이 뭐에요?”
“....검사.. 일 걸.”
“검사요!???..”
“.....응.”
“....................의사는 아니죠?”
“.....그럴 거야.”
“의사가 아니라면 분명히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일반인이 저런 걸 구하긴 힘들거든요.”
“대단하네..”
“..예?”
“내가 아니라 네가 흥신소, 아니! 탐정을 해야겄다. 안 보는 것처럼 하더니 볼 건 다 보고 거기다가 추리까지..”
“저 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죠. 그리고... 야한 건.. 거의 안.. 봤어요. 뭐....”
“안 보긴.. 주사기가 거기에 들어가는 것까지 자세히 봤구..”
“오빠!!”
“아따~. 기차 통을 삶아 먹었나..”
“몰라요. 저 갈래요.”
“아리 학상!! 학상!! 크크크~.. 증말 귀엽다니까..”
미희의 존재도 잠시 잊고는 아리가 황급히 흥신소 사무실에서 뛰쳐나간다.
“여보세요? 너 어디니? 먼저 가. 난 세영 오빠랑 놀다 집에 들어갈래. 과제?? 천천히 하지 뭐.. 응~.”
“아리니?”
“응. 그런데 이 지지배는 언제 나갔데.”
“넌 안가냐?”
“어! 지금 뭐라고라? 먼저 놀러오라고 한 게 누군데!”
“그건 어제 얘기지. 지금 바쁘잖아.”
“바쁜 사람이 야동이나 보고 있냐?”
“이게 야동이야!”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
“...말을 말자.”
“아저씨!!!”
“...”
미희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두 사람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동민에게 향했다.
“저걸 왜 문까지 닫아놓고 본 거예요? 아! 그건 알 필요 없고! 세영오빠 침까지 삼키면서 꼴딱거리면서 봤죠!”
“꼬..꼴딱?”
“맞잖아요!”
“...아가씨. 아가씨는 내가 만만해 보이나?”
“네!”
“무..뭐!?? 아 진짜!!.. 야! 짱개! 너 지금 뭐하는데!!”
“왜 울 오빠한테 뭐라고 그래요!”
“....와~. 나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짱개야~ 너 잠깐 나 좀 보자.”
“됐거든요!. 오빠 나가요! 이런데 왜 다녀요. 내가 돈 벌면 되지 그만 둬요!”
“......허~~”
“너 진짜 미쳤냐?... 빨리 안 나가!”
“오빠까지 이런단 말이지? 정말 나랑 헤어져도 괜찮다 이거지?”
“아~ 씨발 몰라! 우선 집에 가라고!”
‘꽝!!!!!’
“너 괜찮겠냐?”
“...”
“고년 참~.. 팔팔하네..”
“그럼 전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어딜?”
“영상 보여주러 다녀오겠습니다.”
“그거 강철이 새끼가 갔는데..”
“....네?”
“못 들었냐? 방금 강철이가 자료 챙겨서 간다고... 그런데 강철이 혼자 간 거냐?”
“..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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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게 뭐죠?”
“저게 말입니다. 그... 뭐시냐.. 영결.. 이던가..”
“저게 뭐냐고요!”
“그러니까.. 아! 냉동정자요! 냉동 정자란 게 뭐냐면..”
“.....”
노트북에 틀어진 동영상을 끝까지 본 여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턱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영상을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바로 옆에 강철이 앉아 있는데도 한 번 더 돌려본다.
“사모님.. 충격이 크시겠지만,.. 제 생각엔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라고 예상하는 데 말이죠. 혹시 이전에도 하반신에 같은 고통을 느끼신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어제처럼 갑자기 기억을 잃거나 하셨던 적이...”
“...알았으니까..그만 가보세요.”
“.....네?”
“충분히... 알았다고요. 그러니까.. 그만 가보세요.”
“....”
“왜요?... 돈이라면... 여기 있어요.”
여자가 핸드백에서 도톰한 흰 봉투를 꺼내 탁자위에 던져 놓는다.
그리곤 다시 한 번 동영상을 돌려본다. 허리를 움직여 노트북에 다가간 건 아니었지만 그 시선엔 분명 더 자세히 보려는 듯 집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챵~..따그라락.. 쿵!!!’
봉투를 챙기던 강철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하게 부서진 노트북에 깜짝 놀라게 된다.
동영상을 노려보던 여자가 씩씩대며 핏방울을 떨어트리는 손을 부여잡고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애꿎게 부서진 노트북을 들고는 강철이가 작동이 되는 질 확인하기 위해 전원버튼을 연신 눌러보지만, 액정에 거미줄처럼 간 수많은 선들과 함께 검은 화면만이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
“씨.. 이게 얼마짜리...”
“여기요.”
여자는 손수건으로 피가 묻은 손바닥을 대충 묶고는 지갑에서 퍼런색 수표를 세장 꺼내 테이블에 던져 놓고는 말도 없이 일어나 거실에서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저기.. 사모님!”
“....모자라요?”
“그..게 아니고.. 남편이란 놈한테 복수 하시지 않겠습니까?. 이걸 보고 제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아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변태 같은 새끼를 가만히 두면 사모님한테 계속 해코지를 할 게 분명한데.. 저한테 맡겨주시면 제가 꼭!!”
“제 말 못 들으셨어요? 그만 나가시라고요.”
“참~ 말기 못 알아들으시네. 제가 손수 해결을 해 드린다니..”
[띵똥~~]
분위기가 과열되는 상황이 못마땅한지 여자의 시선에 경멸과 살기란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치 없는 강철은 여전히 입을 놀렸고 자신이 왜 모멸감이란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오기를 부리게 된다.
모멸감이란 단어조차 알지 못하는 강철이었기에 짜증이 난다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 오히려 여자가 하는 말이 부담에서 오는 거절을 하고 있다고 오판을 하며 계속 밀어붙이려 했다.
그런 강철의 입을 막은 건 초인종 소리였다.
“누구세요?”
[세영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렸던... 혹시 저희 직원이 거기 있..]
“당장 데려가세요.”
[네??...네. 정말 죄송합니다.]
“아씨! 놔 보라고!”
“너 미쳤냐?”
“내가 날 의해서 이 짓거리야!? 다~~ 저 여자가 불쌍해보여서 그런 거 아니냐고!”
“미친...놈아. 저 여자가 뭐가 불쌍하냐고!”
“변태 새끼 잘못 만나서 헛짓거리 당하는 거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상관이냐고! 이 병신아!”
“그거..야.....”
“미친놈.. 빨리 차에 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또 당할 게 뻔한데! 내가 지켜줘야지. 안 그냐! 내가 한 주먹 하잖아. 저딴 새끼는 그냥 한방이면.. 악!..”
‘딱!!!’
“이.. 이 새끼가! 너 뒤져볼..”
“현직 검사한테 어쩔라고! 그리고 우리 일이 뭔데!? 우리는 의뢰 받은 것만 하면 되는 거야! 이 병신새끼야!”
“.....씨발.. 지금 나 쳤지!? 나 때린 거지?”
‘빡!~~’
“악!! 어떤 새....동민형님?!”
“뭐하냐.. 이 새끼 차에 태우지 않고...”
“..네 형님.”
‘띵똥~~’
[누구세요...]
“귀찮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동민흥신소 CEO인 동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다른 게 아니고.. 카메라는 회수해야 할 거 같아서요.”
[.....]
‘삐잉~~ 철컥’
“짱개야.. 그 새끼는 나중에 조지고.. 빨리 회수해 와 임마!”
“무슨 말씀이시진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다 아시면서 왜 이러실까..”
“존엄한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제가 이해한 내용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존엄이라...”
세영이가 검사의 집에서 카메라들을 회수한 지 대략 5일 정도가 지난 후였다.
개업식 파티 준비로 정신없는 민기에게 갑작스러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었고 그 전화를 받은 민기는 바쁜 와중에도 저녁에 시간을 내 전화를 건 당사자와 만나게 됐다.
전화를 건 당사자인 남자는 정작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다.
“고비서님.. 아무리 철민 형님의 비서였던 당신이 불러냈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말입니다.”
“.....”
“아~.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고비서님은 아무 잘못 없으시죠.”
“....평범한 세일즈맨인 절 왜 불러내셨습니까? 그 동민흥신소에 직접 찾아가시던지 소환을 하시던지 하면 될 일을 말입니다.”
“동민흥신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기민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다는 걸 모를까 봐요? 썩어도 준치라고 비록 능력 없다고 낙인찍히긴 했어도 검사는 검삽니다. 앉아서 몇 군데 쑤셔보니 지금 앞에 앉아 계신 민기씨란 분하고 전부 연결이 되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럼 제가 그 동민흥신소에서 손을 땐지 벌써 1년이 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으셨겠네요.”
“그래도..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
“저도 그렇게 상식 없는 남자는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린 일만 제대로 처리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드릴 테고, 앞으로도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약속드리죠.”
“.....”
“많은 게 시간이긴 하지만,,, 제가 그렇게 느긋한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죠. 삼일 후에 다시 뵙죠. 그럼 고비서님 자리 마련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민 흥신소의 텔레비전에 나왔던 그 검사란 남자가 가볍게 목례를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간다.
검사가 나간 후 고비서란 남자와 잠시 동안의 대화를 나눈 민기는 잡아먹을 듯 노려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도 없이 룸을 나가 동민에게 핸드폰을 걸기 시작했다.
“어디냐?! 누구긴 누구야! 어디냐고!? 15분 줄 테니까. 엘르로 뛰어와라! 흥신소 말고 엘르 새끼야!..뭐!? 손님? 이 새끼가.... 너 거기서 꼼짝 말고 대가리 내밀고 있어라. 금방 간다!!”
“허~...참...”
“....”
“아.. 죄송합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이 하두 기어올라서.. 그러니까.. 사장님이 원하시는 건 강간을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것도.. 사장님의 아내.. 그러니까 사모님을...”
“맞습니다.”
“허~~~~..”
민기의 전화를 끊은 동민은 앞에 앉아 있는 40대 중후반의 남자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동민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자신이 들은 내용이 확실한지 재차 묻게 된다.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장을 잡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내 분을 강간...을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게..”
“그렇다니까요. 안 됩니까?”
“....”
머릿속에 온갖 계산을 시작한 동민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질 못한 채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이곤 또 다시 질문을 한다.
“사모님을 강간 해달라고....”
“김사장님한테 소개 받고 왔습니다.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닌데... 허~~...”
“...”
“왜요?”
“...네?”
“아니.. 이유라도 알아야 강간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닙니까?.. 혹시 사업장 말아 먹게 만들 작정으로 사장님이 치고 들어오는 놈인 줄 어떻게 알겠냐고요.”
“말..아 먹다뇨?”
“...그럼.. 정말로 사모님을 강간 해달라는 의뢰라고요?.. 최대한 거칠고 강제적으로?”
“..네.”
“그것도.. 밤일을 지대로 잘 하는 놈으로다가 말이죠? 완전히 뿅~ 가게...”
“내!”
“..잠시 만요. 잠시만 앉아 계십시오. 담배가 다 떨어졌네요.”
“....”
개인 방문을 열고 사무실로 나온 동민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곤 불을 붙인다. 그리곤 세영이에게 복도로 나오라는 손짓을 해 같이 나간다.
“저 새끼 뭐냐?”
“한수창이고 나이는 42살입니다. 자영업으로 돈 꽤나 만지는 놈이던데 말입니다.”
“자영업?”
“네. 호프집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음식점까지 7개 사업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왜?”
“...네?”
“지 마누라를 강간해 달라고 하냐고? 그것도 대물로다가...”
“그것까진 저도 잘... 시간을 더 주시면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돈까지 들고 왔는데 어떻게 더 미르냐고.. 장난질 하는 줄 알고 벌써 두 번이나 펑크를 놨는데..”
“...그럼 우선은 의뢰를 받고.. 좀 더 알아보고..”
“그러다가 함정이면? 저 새끼가 만약에 짭새 끄나풀이면 어쩔라고?”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하는 사업채 중에 호프집을 통해서 김사장하고 아는 사이던데 말입니다. 연락해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긴 한 거 같습니다.”
“믿을만한 놈이 세상에 어딨냐고 새끼야. 그리고 우리가 제비집이냐? 의뢰 수락한다고 치자.. 누굴 보내냐고!”
“그건....”
“아무리 우리가 그 바닥에 있었지만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고 덤벼들 수 있는 놈이 있기나 하냐? 쌈질이라면 자신 있어도 그건 아니......”
“..그런 놈이 있긴 한데 말입니다. 형님......”
둘은 거의 동시에 강철이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호명을 하지 않아도 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누구인지 서로 알 수 있었기에 컴퓨터 앞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는 강철을 열린 문틈으로 쳐다보게 된다.
그때 언제 나왔는지 사무실 출입구 앞에 서 있던 한사장이 끼어든다.
“걱정 마십쇼.”
“사..사장님..하하하하.. 금방 다녀온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가 경찰 끄나풀이면 절 죽이십시오.”
“하하.. 사장님도 참~.. 저희가 무슨 킬럽니까. 막 사람을 죽이게.. 말이 그렇다는 거죠. 김사장님 소개로 오셨는데 우선 들어가셔서 얘기 나누시죠.”
한사장의 등에 가볍게 손을 얹고 사무실로 이끄는 동민은 세영에게 좀 더 알아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한사장을 가리키곤 다시 개인 방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앉아 작은 수첩을 꺼내 몇 장을 넘긴 세영이 수화기를 막 들었을 때 민기가 흥신소 사무실로 들어왔다.
“동민이는?”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동민이 이 새끼 어디 있어?”
“지금 면담중이십니다.”
“면담?. 누구랑?”
“한사장이라고.. 의뢰 건으로 지금 같이 있는데 말입니다.”
“의뢰? 무슨 의뢰? 혹시 검사 새끼란 놈이 여기도 보냈냐?”
“...네? 검사라뇨?”
“...무슨 의뢴데?”
“그게... 자기 마누라를 강간해달라는...”
“뭐? 지 마누라를?...... 아주 지랄이 풍년이구나.. 참나...”
“그런데.....어쩐 일이십니까 형님.”
“어쩐 일이긴.. 강철이 이 새낀 어딨...”
“어!.. 오셨습니까 형님!”
“.....넌 뭐했냐?”
“고스톱 치고 있는데 말입니다.”
“고.. 에라이!”
“그런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오셨음까 형님.”
“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냐!?”
“그건 아니지만.. 이시간이면 아리랑 알~콩~ 달~콩 하고 있을 시간 아니십니까?”
“.....”
“..왜 그러십니까?”
“세영아.. 저 새끼 묻어라. 아니! 한강에 쳐 넣어라. 아주 못 나오게 돌덩어리까지 매달아서..”
“.....정말 말입니까?”
“뭐가 정말이야!.. 아우.. 머리야... 동민이 이 새끼는 뭐가 이렇게 바쁜 척이야!”
옛날 같았으면 당장 동민의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갈 민기였지만 최대한 인내란 단어를 곱씹으며 소파로 가 앉고는 씩씩대기 시작한다.
그럼 민기의 모습에 세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율무차를 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마주하고 앉았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며칠 전에 검사양반 집에 카메라 설치했었냐?”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설치하면서 다른 카메라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고?”
“다른 카메라라뇨?”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새끼야! 내가 본 건 너랑 동민이 자슥이 설치했던 카메라를 회수하는 것 밖에는 못 봤는데!”
“...”
“현직 검사 뒷조사를 하려면 티를 내지 말던가.. 검사가 여느 양아치들하고 똑같냐? 잘 못 건드리면 벌집을 들쑤셔 놓는 거랑 똑같다는 걸 몰라? 동민이 새끼가 앞뒤 안 가리고 일을 받아도 네가 말리거나 신중하게 처리를 했어야지. 넌 뭐했는데?”
“죄송합니다.”
“........됐다.. 네가 뭔 잘못이라고..”
“형님.. 혹시 그 검사 놈이 형님한테 직접 찾아간 겁니까?”
“...그래. 그것도 고비서랑 같이 왔더라.”
“고비서라면.. 큰형님 밑에 있던 그 친구 말입니까?”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사장이 사무실에서 나간 후 민기가 먼저 동민의 개인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동민을 크게 부른다.
“빨리 들어와!”
“아따~.. 뭐가 그리 급하시다고 전화 끊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오십니까..”
능청스럽게 말을 하며 민기의 주위를 살피는 동민의 모습에 민기가 고개를 돌리게 된다.
“아리 학상은.. 안 왔습니까?”
“아리는 왜?”
“왜긴요. 요즘 아리가 한창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같으니까 글쵸.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가 되는 거 같다고 할까나?!”
“미친... 아리 지금 학교에서 삼일 째 밤샘중이다.”
“뭐라고라!?? 아니! 다 큰 처자가 삼일동안 집에도 안 들어오고 밖에서 나돌아 다니는데 형님은 보고만 있으셨다고 말입니까!”
“....이 새끼 왜 이래?”
“와! 이 형님이야말로 세상물정 모르시네! 그 예쁜 아리 학상이 뭔짓을 당..어버버버푸...푸!! 아따.. 짜다.”
“동방인가 머시기에서 과제 때문에 미희하고.. 또 누구더라... 하여튼 졸라 바쁘단다. 아리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강철이하고 짱개나 좋은 말 할 때 불러 와라.”
“에휴..울 이쁜 아리 학상한테 뭔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는데...”
“헛소리 작작 할래!?”
“....짱개야!!”
십여 분이 겨우 지난 동민의 방은 퀴퀴한 담배 연기로 자욱하게 꽉 차 있다.
가장 메인 자리에 민기가 다리를 꼬으고 앉아 얘기를 끝내자 주위에 둘러앉은 세 명의 얼굴이 제각각으로 변하게 된다.
기가 차다는 표정의 동민과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깊이 잠긴 세영의 모습, 그리고 얼굴에 띤 웃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민기에게 계속 확인하듯 묻고 있는 강철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건 세영이었다.
“그럼 형님.. 그 검사 새끼가 자기 와이프를 임신시켜 달라는 겁니까?”
“허~.. 세상이 말세네.. 말세야.. 어떤 새끼는 지 마누라를 강간시켜달라고 하질 않나.. 어떤 새끼는 임신까지 시켜달라고 하질 않나...쯧쯧..”
“그러니까 동민이 넌 왜!!...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어쩔래?”
“음.. 그 새끼가 강철이를 지목했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강철이 넌 어떻..”
“당연히 해야지 말입니다!”
“.....”
“..”
“.....”
“아니 왜 그렇게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십니까? 검사님이 정중히 부탁까지 하셨다 아닙니까!? 그럼 당연히 영감님 말씀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바닥이 워낙 그런 룰로 돌아가는데 저희같이 힘없는 놈들이 뭘 어떻게 하겠슴까. 그냥 시키는 대로..”
“넌 그러고 싶냐?”
“야! 짱개 넌 부러워서 그렇지!? 다 된 밥에 코 빠트릴 생각 하덜 마라라!! 앙!!!!!!”
“이게 무슨 얘긴지 모르겠냐? 널 이용한다는 말이야 이 빙신아!”
“이용당해드려야지! 당연한 거 아니냐! 영감님이 감이 먹고 싶다 하면 오뉴월에도 감 서리를 해야 되는 거..”
“아 이 빙신새끼가! 잘못하면 간통죄로 너 빵에 들어갈 수 있다고!”
“....뭐? 내가 왜? 영감님이 시켜서 하는 일인데...”
“그러니까!..”
“세영이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까 문제란 거다. 강철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형님. 영감님이 시키는 일인데 왜 제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건지...”
“그 검사란 놈은 말을 하면서도 내 눈이 아니라 내 코만 쳐다보더라고.. 보통 일부러라도 시선을 맞춰 얘기하는 놈이라면 차라리 상대하기 쉬운 놈이겠지만..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에도 그런 저자세를 취한다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얘기지.. 자격지심이 상당하다는 걸 느끼고 고비서랑 얘길 나눠보니 그 검사 놈이 억압된 분노를 감추고 있다는 걸 알겠더군..”
“분노라뇨?”
“세영아.”
“네. 형님.”
“그 여자 아버지란 남자가 차장검사가 맞냐?”
“네. 같은 지방검찰청에 있는 차장검사라고 했습니다.”
“오검사라는 놈은? 고비서가 하는 말로는 능력 없는 놈으로 낙인 찍혔지만 차장검사 사위라고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 얘기가 사실이고?”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일하던 도중에 중단이 돼서 신경을 접었었습니다. 형님.”
“......”
“그런데 형님. 그 새끼가 하던 방식대로 주사기를 사용하지 이제 와서 왜 갑자기 그런 부탁을 저희한테 한답니까?”
“더 알아봐야겠지.. 세영이 넌 내일까지 그 새끼 자지에 털이 몇 개인지 까지 다 조사해서 나한테 보고해.”
“네..형님. 그런데.. 동민형님.. 그럼 한사장 건은 어떻게 하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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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에어브러시 좀 줘봐...... 아리야?”
목 부위가 처음부터 늘어나 있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늘어트린 건지 모를 헐렁한 면 티는 브래지어의 끈이 다 보였고 면티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는 팬티와도 같은 짧은 반바지를 입은 채 나무 의자에 앉아 이젤 위에 있는 보드에 그림을 그리던 미희가 고개를 돌린다.
아리의 모습을 확인한 미희는 피식하고 웃게 된다.
많이 어지럽혀진 연구실에서나 볼법한 커다랗고 긴 스테인리스 책상위에 아리가 아무렇게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평년보다도 더 무더운 초여름에 여자 둘만이 있는 동방(동아리 방)의 모습이라고는 보기 힘든 지저분함이었다.
더군다나 삼일동안의 철야는 깔끔함을 중요하시며 건강하나만은 자신 있어 하던 아리조차 끈나시 티셔츠와 칠 부 청바지만을 입고 혼절하듯 잠이 들게 된 것이다.
“아리야.. 아리야!!”
“으.응?? 나 안 잤어.. 생각 좀 하느라..”
“큭큭.. 거의 끝났으니까 눈 좀 붙여.”
“됐어.. 빨리 끝내야지..”
“야! 너 이틀 동안 한 숨도 안 잤잖아. 난 강의시간에 낮잠이라도 잤지만...”
“....휴~. 강교수님도 넘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전공과목 때문에 정신없는데 리포트 대신에 발표라니..”
“원래 강교수 괴짜라고 소문이 자자하잖아. 어쩌겠냐.. 널널하고 학점 잘 준다고 해서 현대 미술사를 신청한 우리가 잘못이지.”
“난 원래 미술이 좋아서 하긴 했는데..”
“그래~ 너 잘났다. 울 아리가 못하는 게 뭐가 있겠냐.”
“.....피~”
“저기 소파에서 좀 누워.”
“...저기 싫던데.. 저거 학과장실에 있던 거 얻어 온 거라며. 그것도 10년 넘었.. 바퀴벌레 나올 거 같아서 싫어.”
“바퀴벌레?? 큭큭.. 우리 꼴을 봐라. 바퀴가 먼저 형님하고 알아보곤 도망가겠다.”
“풋~.. 그래.. 지금 벌레가 문제냐.. 피곤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나 1시간만 누울게.”
“됐어. 넌 할당량은 다 채웠잖아.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나중에 마무리만 해줘. 글...뭐더라?”
“글라데이션?”
“응. 글라 뭐시깽이. 에어브러시로 대충은 하겠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앙.. 그럼 미안한데 나 좀 누울게.”
“미안은..”
아리가 흘러내린 나시티의 끈을 바로 잡으며 의자에 걸쳐놨던 청 남방을 이불삼아 소파에 눕는다.
다시 이젤에 있는 그림에 열중하기 시작한 미희다.
아리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색의 분포까지 전부 표시해놨기에 미희는 그저 덧칠형식으로 칠을 하면 되는 단순 노동과도 같은 작업이었지만 보통의 4~5인이 한 구릅인 과제 인원의 일을 둘이서 하기엔 보통 힘이 든 게 아니었다.
둘만이 팀을 이룬 이유는 순전히 미희에게 있었다.
여러 남자를 갈아탄다는 소문에 좀처럼 받아주는 구릅이 없었고 그런 미희를 벌써 구릅을 짰던 아리가 탈퇴를 하고 미희와 둘만의 팀을 짜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미희는 평소 잘 하지도 않던 과제에 더 열중하고 있다.
‘똑똑~’
“...응? 누구세요?”
“나야.”
“누구?”
“찬희야.”
“엥?? 찬희 오빠?”
“문 좀 열어라.”
“...”
동방의 문을 연 미희의 시선에 커다란 흰색 봉지를 두 개 들고 서 있는 찬희가 보여다.
“웬일이래?”
“웬일이긴.. 저녁은 먹었어?”
“대충..”
“밥도 못 먹었지?”
“그냥 샌드위치 먹었어. 근데 이 시간에 진짜 웬일이야?”
“보고 싶어서 왔지.”
“오빠네 구릅은?”
“우린 벌써 끝났어.”
“좋겠다. 근데 집에나 가지 여긴 왜 왔냐고!?”
“...삐졌어?”
“진짜.. 오빠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어떻게 날 버리냐..”
“버리긴 누가 버리냐.. 일보후퇴란 말도 모르냐?. 작전상 어쩔 수 없었다니까..”
“됐거든. 필요 없으니까. 집에나 가셔.”
“에이~.. 왜 이래.”
“이거 놔!. 나 진짜 화낸다.”
“쉬~~잇. 아리 깨겠다..”
찬희가 반항하는 미희의 손목을 잡고는 스테인리스 책상에 억지로 눕힌다.
미희의 입술에 입술로 덮어버리던 찬희가 조금씩 목덜미로 내려가 곧 겨드랑이로 얼굴을 파묻기 시작한다.
암내를 맡는 듯한 찬희의 행동에 미희가 질색을 한다.
“뭐하는 거야!”
그러나 미희의 시선은 혹시나 깰지 모를 소파에 등을 돌려 자고 있는 아리에게 향해 있었다.
“간지럽다고. 그만 해..”
“나 참느라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차라리 죽어라.”
“복학생에다가 꼴통이라고 소문까지 났는데.. 좀 봐주라.. 더 이상 애들한테 찍히면 진짜 왕따 당한다고..”
“그럼 난?”
“우리 진지한 얘긴 그만하고 으응~~ 응!??”
“미쳤어!.. 아리도 있는...”
입을 놀리면서도 찬희의 손은 부지런히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티셔츠를 힘으로 끌어내려 가뜩이나 목이 늘어난 부위가 아예 팔뚝까지 위로 놓여 가슴이 드러났고 브래지어 위를 거칠게 찬희가 빨기 시작한다.
한 손으로는 브래지어와 함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한편 다른 한 손은 미희의 짧은 반바지를 허벅지 위까지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으응~.. 오빠.. 나 씻지도 않아서..”
“괜찮아. 냄새 너무 좋다.”
“...음~~”
“연락 좀 하지.. 어떻게 일주일동안 연락 한 번 없냐.. 쩝~쯔~읍”
“으음~.. ”
“커서 좋다고 하더니.. 뭐냐고..”
“자..잠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나가서..하자. 응~?”
“나가긴 어딜.. 어차피 다 똑같지..”
“아리 때문에 여기선 싫다고..”
“.......”
“글구 나 소변도 마렵다고...”
“...그럼 어디로? 화장실로 갈까?”
“죽어도 싫어! 더럽게 화장실이 뭐냐!”
“....그럼 어디로?”
“우리.. 옥상 가서 할래?”
“옥..상?”
“응.. 서관 옥상은 안 잠겨있던데.. 거기로 가자.”
“.....”
“나 금방 화장실 다녀올게. 시원한 맥주 좀 사와라.”
“맥주? 지금? 매점도 닫았잖아.”
“학교 앞 편의점은 국 끓여 먹게?”
“....나 꼴렸다고!”
“좀 식혀. 한 번만 할 거니까 빨리 쌀 생각하지 말고 식히면서 편의점이나 다녀오셔~”
“아씨...”
“얼릉 다녀오라고! 안 그럼 진짜 용서 안 해준다!”
“알았다! 알았어.. 참나...”
투덜거리며 동방에서 나가는 찬희를 지켜보던 미희는 곧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 화장실로 뛰어간다.
대충이라도 씻으려는지 폼클렌징등의 기초 화장품과 급한 대로 데오드란트라는 냄새 제거제를 챙겨 화장실로 향한다.
최대한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5분여가 흐른 후에야 화장실에서 나오게 된 미희였다. 처음엔 세안만 하려 했던 미희는 결국 머리까지 다 감고 팬티를 벗은 채로 화장실에서 나와 들고 온 화장품들을 동방에 놔두기 위해 급히 걸어가게 되는데..
‘드르륵~’
“....”
“미..미희야.”
“벌써 다녀왔어? 맥주....는??”
“지갑..을 아까 비닐봉지에 놔두고 갔더라고 그래서 지갑...”
미희가 불길함을 못 참고 찬희를 밀쳐대며 동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길함의 원인인 아리에게 곧장 달려간 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똑바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아리의 모습을 살피게 된다.
“나..날 뭐로 보고.. 빨리 가자. 나 급해..”
“참나.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맥주 사러 가는 사람이 지갑도 안 챙....”
미희는 찬희를 향해 돌리던 고개를 다시 아리로 향한다.
끈 나시티 위를 청 남방으로 덥고 잠이 든 아리의 모습은 하반신의 일부와 가슴의 언저리만을 덥고 있는 형태로 변해 있었다.
결정적으로 당연히 있어야 할 두 가닥의 나시티의 끈들이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손을 뻗어 청 남방을 젖히자 아리의 가슴이 다 들어난 채 분홍빛 유두가 살짝 젖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미희는 서둘러 하반신을 덥고 있는 나머지 청 남방을 완전히 들어 버렸다.
칠 부 청바지의 후크가 풀린 채 지퍼도 반쯤 내려 가 있는 상태에 미희가 주먹을 쥐며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지..진짜 아..아무 짓도 안했어.”
“이게 아무 짓도 안한 거냐?”
“그.그냥 보..보기만 했다고.. 진짜로 지갑 가지러 왔다가.. 그..그냥..”
“이 개..새끼.. 넌 죽었어..”
“미..미희야..”
미희가 테이블 위에 있는 페인팅 나이프를 쥐고는 천천히 찬희에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나이프로 찬희의 배를 찌르려는 듯 살기서린 눈으로...
-계속-
일이 너~무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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