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또 걸었다.비까지 딱 오면 더 분위기 날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의 평정심은 금세 복구되었다.
당분간 맡겨두기로 했다.그 녀석에게.어쩔수없쟎아 하는 반은 자포자기의 심정도 있었다.행복하다는데.이런 느낌 처음이라는데.엄마가 훨훨 날아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럼 엄마는 어디 가 버린거지?"
문득 혼잣말을 던졌지만 답은 금방 나왔다.엄마는 예전부터 엄마이기도 여자이기도 하다는걸.단지 그 대상이 투명인간같던 아빠에서 젊고 강한 내 친구로 바뀐것 뿐이었다.차라리 다행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렇게 욕망에 솔직하고 담대한 엄마가 이러한 일이 없이 정말로 계속 외톨이로 고립되어 갔다면 더 큰 비극이 생길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훈이랑은 어차피 즐기는 사이이니까.둘이 더 이상의 관계진전은 없으니 우리 가족이 붕괴되는 문제는 없다.이렇게 치부하기엔 가벼운 문제는 절대 아니지만 무겁다고 심각해지기 시작하면 정말 파국이 올 것 같았다.그건만은 막고 싶었다.대학생이 되긴 했지만 큰소리 치기도 했지만 아직 난 부모의 그늘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박정훈, 너랑 이렇게 엮일줄이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원래부터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내가 갖지 못한 많은걸 갖고 있으니.대화를 이끌어가는 넉살,듬직한 체격,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친화력,등등 학습능력빼곤 항상 그 녀석의 "수컷"다운 모습이 부러웠다.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첫 자위이후 바로 주도권을 잡아버렸고 주고 받는 대화에서도 맞장구도 쳐줬다가 진중하게 들어줄 땐 진실된 침묵의 경청자세도 보여주고 오글거리는 칭찬이나 넉살도 넙죽 날릴줄 아는.한마디로 어딜가더라도 중심이 되는 녀석이랄까.엄마가 내 딸이나 동생은 아니지만 골라준거 치곤 꽤 괜챦은 연애상대였다.
"아니지, 내가 엄마를 갖다 바친건가"
뭐 여하튼 결과는 마찬가지.엄마는 연애를 시작했고 그 대상은 나의 절친이었으며 난 내가 시작한 이 일들이 조용히 마무리되길 기도할수밖에 없다.
맨발의 산책을 3시간이나 즐기다 난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동네의 찜질방을 하나 골라 쪽잠이라도 청해보려 들어갔다.처음가본 찜질방이라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극도의 피로감인지 눕자말자 곧바로 잠에 빠졌다.집에서 잔 쪽잠처럼 불안하지 않아서일까 정말 깊게 잠들었다.한 조각의 꿈조차 꾸지 않은체.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외로 머리가 상쾌했다.꿈이었나 잠깐 생각했지만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그럴리가 있나.샤워를 하고 찜질방식당에서 든든히 밥까지 챙겨 먹은후 학교로 갔다.마지막 시험 과목인 철학의 이해라는 시험을 치루어야 했기에 잡생각없이 책에 빠져들었다.어제까지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던 들뢰즈의 "생성" 이라는 개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공부했다.
"들뢰즈의 생성, 즉 있음(A)에서 있음(B)으로의 변화는 새로운 배치, 즉 아장스망(agencement)을 통해서 이뤄진다. 생성은 존재하는 객체들이 새롭게 재배치, 재구성함으로써 다른 존재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변화된 것, 새로운 생성물을 뭐라고 부를까? 들뢰즈는 multiplicity라고 정의한다. 이 multiplicity는 들뢰즈 존재론의 핵심 개념이다.
예를 들어, 겨울철 창가에 생기는 성에꽃을 생각해보자. 성에꽃은 수분, 낮은 온도, 사람들의 숨결 등 다양한 객체에 의해서 생성된다. 성에꽃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수분, 적당한 온도, 사람들의 호흡 등의 새로운 배치(agencement)에 의한 생성이다. 그러므로 성에꽃은 다중체(multiplicity)이다."
역시 철학은 가장 비현실적인 학문이면서도 실질적인 학문이라는 교수님의 강의내용이 이 순간 가슴에 탁 하고 와 닿았다.
어제와 오늘 우리 세사람간의 관계가 새롭게 배치되었다.그것이다.내가 힘들어할 이유도 절망해야 할 이유도 없다.여러 상황이나 욕망들이 시기에 맞춰 객체가 되어 새로운관계가 배치되어 생성된 것이다.
내가 엄마를 갖다바쳤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엄마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욕망을 음탕하다 저속하다 지적할 수도 없고 정훈이의 배신이나 배덕도 적당한 시기에 던져진 반응에 그녀석이 곧바로 반응한 것이지 우리 세사람의 본질이 파괴되고 변형되고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러한 다중적인 면들이나 상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물의 실체를 여러가지 각도와 시각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비록 예상치 않은 흐름으로 내가 배제된체 수동적으로 변형되어 버린 관계가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다중성을 인정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파멸될것이다.이미 새로운 배치는 일어났고 예전과 똑같이 되돌리는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벌써 다 썼어?"
시험지를 교수님께 제출하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네, 자신 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요"
"응?? 무슨 소리냐"
당황한 반응의 교수님께 꾸벅 인사를 드린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학교를 나섰다.내가 잠시 떠나있던 장기판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이런 생각으로.
시험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자 머리를 하나로 묶어올린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다 나를 반겨주었다.하긴 청소할게 많겠지. 빨래걸이엔 침대시트도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거 봐 어제 일은 리얼이야.
들뢰즈가 속삭이는듯 했다.
"아들,왔구나! 밤 세느라 헬쓱하네.수고했다,진짜.대학 첫 시험 끝난거 축하해"
"응, 생각보다 집중해서 잘 친것 같아.나도 뿌듯해.
"정말? 역시 우리 아들은 ! "
"고딩때랑은 달리 양보단 깊이를 추구하는 것 같아.대학시험은.개념만 정리하니 체계적이고 오히려 더 좋은것 같아.뭔가 한단계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멋지다.이거이거, 무슨 선물이라도 줘야겠는데? 아빠한테도 얘기할까? 뭐 갖고싶어? "
"일단,배고파.밥줘.몸쓰는 일 아닌데도 체력이 후달리네."
"오케이, 올라가서 씻고 내려와, 푸짐하게 준비해놓을게."
어쨌든 외향이나마 우리의 일상은 예전의 "배치" 그대로 돌아와있었다.하지만 옛날은 이제 추억일뿐.이 평온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나의 성장과 인내가 필요하단걸 이제 나는 안다.엄마 혼자의 인내만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바람부는 빗길속으로 엄마는 이미 들어가 버렸으니까.
동시에 나는 엄마에게 어떤 아들이 되어야할까.하는 상념이 들었다.야동이나 소설처럼 내가 엄마랑 섹스를 가졌다고 해서 엄마를 완벽히 여자로 여겨지거나 생각되진 않았다.
그 "사랑"과 "섹스"는 엄연히 다른것이었다.일반적인 남녀사이에선 우연히 이루어진 몸의교감속에 사랑이 싹틀수도 있겠지만.엄마는 엄마였다.아무리 몇번의 섹스를 나눴어도 모자지간의 감정이 앞이다.엄마말대로 애기똥 치우는 일의 확대일뿐이다.
어차피 내가 엄마에게 남자가 되어줄수는 없다.애당초 불가능하다.해줄수도 없다.애초에 엄마가 내게 바란것도 남자가 아닌 여전히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품안의 자식이다.
"엄마,이 게 껍질 좀 까죠.못 먹겠어."
"아들, 손으로 딱 집어서 쪽쪽 빨아먹어.일일이 손으로 먹여주기까지 해야 되냐?"
"아,몰라몰라,귀챦아, 안 까주면 안 먹을래"
"으이구, 알았어.먹어,까줄게.특별히 오늘은 칙사대접이다"
"역쉬, 게살은 엄마가 발라주는게 짱이야"
"이거이거,나중에 내가 며느리한테 욕 먹겠는데.찰지게.버릇 잘 못 들였다고."
"아이고,어머님,아직아직 까~~마득한 일이니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시죠."
"그래, 아직 까마득하긴 하다.엄마가 이렇게 맛나게 발라줄때도 한 때니. 그 땐 그 때 가서 니가 알아서 해,하하하"
3월의 봄 바람이 은은하게 흐느적거리던 그 시간, 게 껍질 하나로 깔깔대던 두 모자지간과 달리 한 남자는 얼굴을 붉혀가며 학교앞 사거리에서 또래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싸우고 있었다.아니 엄밀히 표현하자면 떼어내고 있었다.
"야,박정훈. 그러니까 왜 갑자기 헤어지자는거냐고? 이유를 말해야 나도 납득을 할거 아니야? "
"그냥 이유없어.그만 만나자"
"그러니까 이유가 없다는게 말이 안되쟎아.딴 여자가 생긴거도 아니다, 그럼 도데체 뭐야.내가 너네 학교 있는 지방까지 내려가서 시간도 보내주고 방청소도 해주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이게 무슨 개뼈다귀같은 예의냐.이 새끼야.으아~~아아앙"
난데없이 사거리앞 8차선 도로가에서 철퍼덕 앉은체 울기 시작한 여자를 보고도 그는 아무 감정도 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몇분을 울고 또 울어도 일으켜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를 보며 그녀도 잠시후 울음을 멈추었다.
"진심이구나."
"알쟎아,나,원래 밀당같은거 못 해. 그냥 만나기 싫어.진심이야.그러니 나가 떨어져라.조용히."
"내가 너한테 섹스를 허락 안 해서 이러는거야? 그거야 혹시? 아니야.그런거.나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야.너 거부한거 아니야.그거면 오해야.제발 모진 말 하지마"
"무슨 큰 착각을 하고 있네.니가 날 거부한게 아니라 내가 너 먹을 생각이 없었어.안 땡겼다고 너."
"내가 왜? 나,나 좋다는 애들도 많아.아니, 그럼 어디 누군가 땡기는 여자가 있단 말이야?? 지금 니 말이?"
"그냥 조용히 짜부러져라.제발.좋게좋게 하자.나 간다.이거 갈때 택시비라도 해라.그동안 고마웠다."
5만원 짜리 두장을 그녀의 핸드백속에 구겨넣어주곤 사거리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악다구니를 뒤로한체 그는 유유히 멀어져갔다
"있지,땡기는 여자.모든 구멍마다 다 착착 감기는 그런 여자.남이랑 나눠 쓰기 싫은 땡기는 그런 여자.
있지."
어젯밤 그는 정우의 엄마랑 세번의 섹스를 했다.열번이고 백번이고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는 그녀의 부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특히 새벽녘에 일어나 나눴던 마지막섹스는 그를 진짜 숫컷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열혈청년의 상징인 아침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깬 그는 곁에서 새근새근 잠든 그녀를 보며 다시금 불탔다.침대밑을 보니 이불사이로 빠져 나온 그녀의 발가락이 보였다.짧고 통통한 발가락은 어둠속에서도 또렷히 보일만큼 하漬?보였다.그만큼 그녀의 피부는 뽀漬?몽글몽글하니 만지고 싶은 욕구를 일으켰다.
침대아래로 내려가서 발바닥을 슬쩍 간지르니 무의식적으로 흠칫 하는게 귀여웠다.카니발의 끝을 알리기엔 여전히 그는 힘이 넘쳐나 흘렀다.
< 이번편은 잠시 쉬어갑니다.글의 전개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캐릭터 있으시면 글 남겨주세요.
적극 실시간으로 반영하겠습니다 >
당분간 맡겨두기로 했다.그 녀석에게.어쩔수없쟎아 하는 반은 자포자기의 심정도 있었다.행복하다는데.이런 느낌 처음이라는데.엄마가 훨훨 날아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럼 엄마는 어디 가 버린거지?"
문득 혼잣말을 던졌지만 답은 금방 나왔다.엄마는 예전부터 엄마이기도 여자이기도 하다는걸.단지 그 대상이 투명인간같던 아빠에서 젊고 강한 내 친구로 바뀐것 뿐이었다.차라리 다행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렇게 욕망에 솔직하고 담대한 엄마가 이러한 일이 없이 정말로 계속 외톨이로 고립되어 갔다면 더 큰 비극이 생길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훈이랑은 어차피 즐기는 사이이니까.둘이 더 이상의 관계진전은 없으니 우리 가족이 붕괴되는 문제는 없다.이렇게 치부하기엔 가벼운 문제는 절대 아니지만 무겁다고 심각해지기 시작하면 정말 파국이 올 것 같았다.그건만은 막고 싶었다.대학생이 되긴 했지만 큰소리 치기도 했지만 아직 난 부모의 그늘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박정훈, 너랑 이렇게 엮일줄이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원래부터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내가 갖지 못한 많은걸 갖고 있으니.대화를 이끌어가는 넉살,듬직한 체격,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친화력,등등 학습능력빼곤 항상 그 녀석의 "수컷"다운 모습이 부러웠다.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첫 자위이후 바로 주도권을 잡아버렸고 주고 받는 대화에서도 맞장구도 쳐줬다가 진중하게 들어줄 땐 진실된 침묵의 경청자세도 보여주고 오글거리는 칭찬이나 넉살도 넙죽 날릴줄 아는.한마디로 어딜가더라도 중심이 되는 녀석이랄까.엄마가 내 딸이나 동생은 아니지만 골라준거 치곤 꽤 괜챦은 연애상대였다.
"아니지, 내가 엄마를 갖다 바친건가"
뭐 여하튼 결과는 마찬가지.엄마는 연애를 시작했고 그 대상은 나의 절친이었으며 난 내가 시작한 이 일들이 조용히 마무리되길 기도할수밖에 없다.
맨발의 산책을 3시간이나 즐기다 난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동네의 찜질방을 하나 골라 쪽잠이라도 청해보려 들어갔다.처음가본 찜질방이라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극도의 피로감인지 눕자말자 곧바로 잠에 빠졌다.집에서 잔 쪽잠처럼 불안하지 않아서일까 정말 깊게 잠들었다.한 조각의 꿈조차 꾸지 않은체.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외로 머리가 상쾌했다.꿈이었나 잠깐 생각했지만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그럴리가 있나.샤워를 하고 찜질방식당에서 든든히 밥까지 챙겨 먹은후 학교로 갔다.마지막 시험 과목인 철학의 이해라는 시험을 치루어야 했기에 잡생각없이 책에 빠져들었다.어제까지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던 들뢰즈의 "생성" 이라는 개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공부했다.
"들뢰즈의 생성, 즉 있음(A)에서 있음(B)으로의 변화는 새로운 배치, 즉 아장스망(agencement)을 통해서 이뤄진다. 생성은 존재하는 객체들이 새롭게 재배치, 재구성함으로써 다른 존재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변화된 것, 새로운 생성물을 뭐라고 부를까? 들뢰즈는 multiplicity라고 정의한다. 이 multiplicity는 들뢰즈 존재론의 핵심 개념이다.
예를 들어, 겨울철 창가에 생기는 성에꽃을 생각해보자. 성에꽃은 수분, 낮은 온도, 사람들의 숨결 등 다양한 객체에 의해서 생성된다. 성에꽃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수분, 적당한 온도, 사람들의 호흡 등의 새로운 배치(agencement)에 의한 생성이다. 그러므로 성에꽃은 다중체(multiplicity)이다."
역시 철학은 가장 비현실적인 학문이면서도 실질적인 학문이라는 교수님의 강의내용이 이 순간 가슴에 탁 하고 와 닿았다.
어제와 오늘 우리 세사람간의 관계가 새롭게 배치되었다.그것이다.내가 힘들어할 이유도 절망해야 할 이유도 없다.여러 상황이나 욕망들이 시기에 맞춰 객체가 되어 새로운관계가 배치되어 생성된 것이다.
내가 엄마를 갖다바쳤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엄마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욕망을 음탕하다 저속하다 지적할 수도 없고 정훈이의 배신이나 배덕도 적당한 시기에 던져진 반응에 그녀석이 곧바로 반응한 것이지 우리 세사람의 본질이 파괴되고 변형되고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러한 다중적인 면들이나 상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물의 실체를 여러가지 각도와 시각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비록 예상치 않은 흐름으로 내가 배제된체 수동적으로 변형되어 버린 관계가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다중성을 인정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파멸될것이다.이미 새로운 배치는 일어났고 예전과 똑같이 되돌리는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벌써 다 썼어?"
시험지를 교수님께 제출하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네, 자신 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요"
"응?? 무슨 소리냐"
당황한 반응의 교수님께 꾸벅 인사를 드린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학교를 나섰다.내가 잠시 떠나있던 장기판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이런 생각으로.
시험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자 머리를 하나로 묶어올린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다 나를 반겨주었다.하긴 청소할게 많겠지. 빨래걸이엔 침대시트도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거 봐 어제 일은 리얼이야.
들뢰즈가 속삭이는듯 했다.
"아들,왔구나! 밤 세느라 헬쓱하네.수고했다,진짜.대학 첫 시험 끝난거 축하해"
"응, 생각보다 집중해서 잘 친것 같아.나도 뿌듯해.
"정말? 역시 우리 아들은 ! "
"고딩때랑은 달리 양보단 깊이를 추구하는 것 같아.대학시험은.개념만 정리하니 체계적이고 오히려 더 좋은것 같아.뭔가 한단계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멋지다.이거이거, 무슨 선물이라도 줘야겠는데? 아빠한테도 얘기할까? 뭐 갖고싶어? "
"일단,배고파.밥줘.몸쓰는 일 아닌데도 체력이 후달리네."
"오케이, 올라가서 씻고 내려와, 푸짐하게 준비해놓을게."
어쨌든 외향이나마 우리의 일상은 예전의 "배치" 그대로 돌아와있었다.하지만 옛날은 이제 추억일뿐.이 평온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나의 성장과 인내가 필요하단걸 이제 나는 안다.엄마 혼자의 인내만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바람부는 빗길속으로 엄마는 이미 들어가 버렸으니까.
동시에 나는 엄마에게 어떤 아들이 되어야할까.하는 상념이 들었다.야동이나 소설처럼 내가 엄마랑 섹스를 가졌다고 해서 엄마를 완벽히 여자로 여겨지거나 생각되진 않았다.
그 "사랑"과 "섹스"는 엄연히 다른것이었다.일반적인 남녀사이에선 우연히 이루어진 몸의교감속에 사랑이 싹틀수도 있겠지만.엄마는 엄마였다.아무리 몇번의 섹스를 나눴어도 모자지간의 감정이 앞이다.엄마말대로 애기똥 치우는 일의 확대일뿐이다.
어차피 내가 엄마에게 남자가 되어줄수는 없다.애당초 불가능하다.해줄수도 없다.애초에 엄마가 내게 바란것도 남자가 아닌 여전히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품안의 자식이다.
"엄마,이 게 껍질 좀 까죠.못 먹겠어."
"아들, 손으로 딱 집어서 쪽쪽 빨아먹어.일일이 손으로 먹여주기까지 해야 되냐?"
"아,몰라몰라,귀챦아, 안 까주면 안 먹을래"
"으이구, 알았어.먹어,까줄게.특별히 오늘은 칙사대접이다"
"역쉬, 게살은 엄마가 발라주는게 짱이야"
"이거이거,나중에 내가 며느리한테 욕 먹겠는데.찰지게.버릇 잘 못 들였다고."
"아이고,어머님,아직아직 까~~마득한 일이니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시죠."
"그래, 아직 까마득하긴 하다.엄마가 이렇게 맛나게 발라줄때도 한 때니. 그 땐 그 때 가서 니가 알아서 해,하하하"
3월의 봄 바람이 은은하게 흐느적거리던 그 시간, 게 껍질 하나로 깔깔대던 두 모자지간과 달리 한 남자는 얼굴을 붉혀가며 학교앞 사거리에서 또래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싸우고 있었다.아니 엄밀히 표현하자면 떼어내고 있었다.
"야,박정훈. 그러니까 왜 갑자기 헤어지자는거냐고? 이유를 말해야 나도 납득을 할거 아니야? "
"그냥 이유없어.그만 만나자"
"그러니까 이유가 없다는게 말이 안되쟎아.딴 여자가 생긴거도 아니다, 그럼 도데체 뭐야.내가 너네 학교 있는 지방까지 내려가서 시간도 보내주고 방청소도 해주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이게 무슨 개뼈다귀같은 예의냐.이 새끼야.으아~~아아앙"
난데없이 사거리앞 8차선 도로가에서 철퍼덕 앉은체 울기 시작한 여자를 보고도 그는 아무 감정도 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몇분을 울고 또 울어도 일으켜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를 보며 그녀도 잠시후 울음을 멈추었다.
"진심이구나."
"알쟎아,나,원래 밀당같은거 못 해. 그냥 만나기 싫어.진심이야.그러니 나가 떨어져라.조용히."
"내가 너한테 섹스를 허락 안 해서 이러는거야? 그거야 혹시? 아니야.그런거.나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야.너 거부한거 아니야.그거면 오해야.제발 모진 말 하지마"
"무슨 큰 착각을 하고 있네.니가 날 거부한게 아니라 내가 너 먹을 생각이 없었어.안 땡겼다고 너."
"내가 왜? 나,나 좋다는 애들도 많아.아니, 그럼 어디 누군가 땡기는 여자가 있단 말이야?? 지금 니 말이?"
"그냥 조용히 짜부러져라.제발.좋게좋게 하자.나 간다.이거 갈때 택시비라도 해라.그동안 고마웠다."
5만원 짜리 두장을 그녀의 핸드백속에 구겨넣어주곤 사거리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악다구니를 뒤로한체 그는 유유히 멀어져갔다
"있지,땡기는 여자.모든 구멍마다 다 착착 감기는 그런 여자.남이랑 나눠 쓰기 싫은 땡기는 그런 여자.
있지."
어젯밤 그는 정우의 엄마랑 세번의 섹스를 했다.열번이고 백번이고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는 그녀의 부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특히 새벽녘에 일어나 나눴던 마지막섹스는 그를 진짜 숫컷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열혈청년의 상징인 아침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깬 그는 곁에서 새근새근 잠든 그녀를 보며 다시금 불탔다.침대밑을 보니 이불사이로 빠져 나온 그녀의 발가락이 보였다.짧고 통통한 발가락은 어둠속에서도 또렷히 보일만큼 하漬?보였다.그만큼 그녀의 피부는 뽀漬?몽글몽글하니 만지고 싶은 욕구를 일으켰다.
침대아래로 내려가서 발바닥을 슬쩍 간지르니 무의식적으로 흠칫 하는게 귀여웠다.카니발의 끝을 알리기엔 여전히 그는 힘이 넘쳐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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