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서 김유미의 오피스텔 쪽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기 전에 통화를 했고 그녀를 만난 건 근처 사거리에 있는 파리바케트 앞이었는데 내가 먼저 도착했고 5분 쯤 뒤에 그녀가 모습을 보였다.
난 그녀를 향해 살짝 손을 들었고 김유미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넨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방금. 일단 차에 타.”
그녀는 세로 줄무늬가 있는 약간 복고풍의 하얀색 원피스에 동그란 장식이 있는 벨트를 했는데 원피스 상의의 단추가 목 바로 아래까지 채워져 있고 치마는 무릎을 살짝 덮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정숙한 유부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는데 평상시에 가슴이 약간 드러나는 옷차림을 선호했던 걸 생각하면 약간 의외이기 했지만 가마니를 둘러 씌어도 가릴 수 없는 그녀의 볼륨있는 몸매는 사십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밖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 여기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조용한 술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도 되겠어? 두 번쯤 가봤는데 칸막이가 있어서 이야기하기엔 좋아.”
“예. 그렇게 해요.”
우리들은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난 나대로 왜 갑자기 보자고 한 건지 몰라서 조용히 있었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움직이지도 않았다. 시청 옆 먹자골목 이런 저런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술집에서 김유미와 마주 앉았고 고기전과 과일안주, 맥주를 주문했다.
그녀의 주량을 잘 모르지만 오늘의 만남을 섹스로 연결시키겠다는 목적의식보다는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술이 오자 난 김유미의 맥주잔을 채워 주고 내 잔에도 술을 채웠다.
“원래 일요일은 수업이 없어?”
“예... 좀 쉬고 싶어서요... 일요일 날 수업해달라는 부모들이 꽤 있는데 다른 날로 조정을 하고 아주 가끔은 제 사정 때문에 주중에 못한 수업을 보강할 때도 있긴 해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두 잔쯤 비웠는데 김유미는 왜 날 보자고 했는지,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 지 꺼내 놓지 않았고 난 어쩔 수 없이 먼저 잽을 던졌다.
“다른 때보다 표정이 좀 우울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그래 보여요?... 오후부터 기분이 좀 그랬어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왜? 오후에 무슨 일 있었어?”
“전화를 받았어요. 올케한테. 별로 통화를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닌데 전화를 해서 곧 이혼을 할 생각이라고 그동안 감사했고 이런 일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형님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그때부터...”
“그 이야기만 하고 끊더라고? 그건 좀 이상하다... 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전혀요... 그 말만 하고는 끊으니까... 꼭 둘 사이의 이혼에 내가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약간 비아냥거린 게 아닌가 싶은...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데 차마 하지 못하고 끊은 것 같은 거... ”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안 그랬어?”
“그러질 못했어요. 괜히 겁이 나서... 그러고 집에 있으려니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어요. 올케가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혼을 한다고 전화를 한 건 그렇다 해도 왜 그 말을 하고 끊었을까? 우연히 핸드폰이 끊어졌다면 다시 전화를 했을 텐데... 몇 번을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차마...”
그 때까지 난 김유미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날 만나서 하려던 말이 자신의 올케하고 전화 통화했던 일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등 뒤쪽에 있는 벽걸이형 TV에서 나오고 있는 프로 농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 용병이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두 손으로 링을 잡고 매달려 있었는데 그 녀석 이름이 뭔지 기억을 더듬었다. 헤인즈던가? 윌리엄스였나?
그러던 사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김유미의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이더니 이내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고 난 갑자기 그녀가 우는 영문을 몰라 멍해져 있다가 벽에 걸려 있던 화장지를 몇 장 뜯어 그녀에게 건네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김유미는 내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작게 흐느끼면서 계속해서 울었고 그런 그녀를 한참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녀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올케가 전화를 했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김유미가 무슨 일 있냐고 되묻자 차갑게 형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겁이 나서 다시 전화를 해서 묻지 못했다.
김유미는 왜 겁이 났을까? 그녀는 올케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듣게 될 말을 겁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이혼을 하게 된 진짜 이유와 관계된 말일 가능성이 많다.
다시 정리해보면... 동생의 부인이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이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형님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남동생? 뭐야... 설마 이유성이? 이런 씨발... 이유성이 진짜 동생이었단 말인가? 그럼 그 올케는 황지연?
안양에서 황지연을 만났던 날... 지연은 식구들과 식사를 하고 왔다고 했고 그날 낮에 김유미에게 무슨 약속 있냐고 물었더니 식구들과 모임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 이 둘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였을 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 황지연과의 만남 이후 지연은 이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갔다. 그리고 오후에 김유미에게 전화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김유미는 근친상간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황지연은 자신의 남편과 시누이가 섹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유성이 자신을 볼까봐 내 차에 올라탔다는 이야기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서 훌쩍이고 있는 김유미는 사십대 중반을 보고 있는 나이에도 긴 생머리와 여고생인 자신의 딸보다 더 청순하면서 고운 얼굴, 듣고만 있어도 상대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상냥한 목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둔부와 그냥 지나가다가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터질 듯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고 10년이 넘게 잠자고 있었던 내 마음속의 괴물 같은 욕정을 깨어난 게 만든 것도, 그래서 조물주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강간을 계획하고 오피스텔 주변을 살펴보게 만든 것도 모두 그녀의 작품이었다.
그런 김유미가 뭐가 부족해 친동생과 그렇고 그런 사이에 빠진단 말인가? 설령 남편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남자를 거느려야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김유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미친놈이나 고자라면 모를까...
난 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울고 있는 김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연약해 보이는 여인에게 모두 속았고 나도 속았다. 처음 김유미를 가졌을 때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내 협박에 허물어 졌던 것도 이유성이 동생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딸에게 외삼촌과 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지도...
황지연이 김유미에게 전화를 해서 이유성과 이혼을 할 생각이라고 이야기 한 후 너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끊었다.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유성에게 여자가 김유미 하나였다면 모를까 또 있었을 것이고 황지연은 김유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유성과 열 세 살 차이가 나는 누나와의 관계는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가 알기라도 하면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지 모른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낼 수는 없지만 너도 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은 알아야 돼... 전화를 했고 김유미가 오해를 할 소지가 있는 말만 하고 끊어 버렸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 전화를 받고 이 여자가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뭐지?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김유미의 난데없는 눈물에 잠깐 머릿속이 복잡해 졌던 난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고 맥주 한 컵을 들이켰고 갑자기 좀 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종업원에게 소주 한 병을 외쳤다. 잠시 후 소주가 오자 맥주잔에 반 정도를 채워 원 샷을 하고 다시 소주를 따르고 있을 때 김유미가 울먹이며 묻는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흑. 흑. 잠깐만요... 흑. 흑. 갑자기... 눈물이...”
“응? 늘상 이 정도는 마셔. 오늘은 그냥 맥주 한 잔 하고 말려고 했는데 갑자기 술이 땡기네... 소주 한 잔 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소주잔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술이 좀 들어가면 맨 정신보다는 이야기하기가 편하겠지...
김유미에게 소주잔을 내밀자 약간 어색하게 받아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내가 주는 소주를 받는다. 난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주량이 어느 정도지?”
“많이는 못 마셔요. 소주 한 병...”
그녀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잔을 비웠다. 난 천천히 마시라는 말을 하며 술을 한 잔 더 따라준 뒤에 맥주잔에 따라둔 내 술을 들어 다시 단숨에 들이켰고 소주 한 병이 물처럼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취기가 오르면서 기분이 괜찮아졌다.
김유미가 두 번째 소주잔을 비웠고 다시 얼마 뒤에 세 번째 소주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 내가 말을 꺼냈다.
“마음은 좀 진정됐어? 진정됐으면 좀 천천히 마셔... 그 속도로 마시면... 내가 집에 업어다 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요.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은...”
그건 그렇고 할 말이라는 게 뭐야? 라는 말이 아까부터 목구멍에 걸려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게 전화를 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 말은 너무 사무적인 표현이어서 할 말이 끝나면 볼일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들고 김유미는 벌써 할 말을 다했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어떤 특정한 말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꽉 차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데 적당한 대상이 없어서 날 선택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녀가 날 선택한 이유는?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아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조금 의외인지 몰라도 그녀에게 난 가까운 사람이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의 알몸을 비비고 교성을 지르며 환락의 시간을 공유했으니...
황지연의 전화를 누구에게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남편도.. 딸도... 이유성도... 자신과 같이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힘들다. 내가 본 김유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도 감수하고 주변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여자인 듯 했다. 그래서 이유성이 친동생이라는 것이 더더욱 믿기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김유미는 어떤 식으로든 이유성과 내연 관계가 시작이 되었다면 그 녀석의 가정이 깨지는 것은 원치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여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작은 피해도 주기 싫어하는 유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김유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힘들 것이다. 황지연의 전화는 그녀가 자신과 이유성의 관계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면서 그 커플이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책임의 일부는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도 함께 선물했다. 그리고 황지연이 그걸 폭로하게 된다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도 김유미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그녀의 눈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의 김유미로서는 해결책이 없다.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죽는 것일지도... 황지연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 여자는 그렇게 독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는 이야기인가? 카톨릭 신도라면 신부를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나를 향해 움직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털어 놓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느 정도라도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일만 없으면 난 이유성과 김유미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들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캘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 놈이 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지 이유에 근접함과 동시에 이유성과 황지연의 관계도 유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지연의 내상치료에도 도움이 될 테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때까지 뚜렷한 목적 없이 김유미와 마주 앉아 있던 난 어느 방향으로 그녀를 데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혔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동생 부부가 이혼하는 게 엄청난 충격인 걸 보니 무척 아끼나보네...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는데?”
“1남 2녀예요. 제가 맏이고 밑으로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이 있어요... 그런데...”
“응...뭐?...”
김유미가 머뭇거리고 있었고 난 그녀에게 건배하자는 듯이 내 술잔을 들었다. 건배를 한 후 소주 한잔을 더 마신 그녀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아이는 우리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동생이에요.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고 대학교 졸업할 무렵에 아빠가 재혼하셨어요. 그 때 새엄마에게 10살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고... 전 아빠가 재혼 한 다음 해에 결혼을 해서 집에서 나갔어요.”
난 되도록 표정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긴 김유미 아빠가 재혼을 하건 말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유미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살짝 반응만 하려 했다.
“응... 그럼 그 남동생 부부가 무슨 문제가 있나보네... ”
그런데 아빠가 재혼한 지 1년만에 니가 결혼을 해서 집을 나왔다면 남동생에게 그다지 정을 느낄 시간도 없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려다 말문을 닫았다. 그 말은 그날 밤 오피스텔에서 뒹굴었던, 니가 동생이라고 표현했던 그 애가 진짜 이복동생이라는 걸 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럼 이야기가 끊길 우려가 있다. 김유미가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니... 난 그녀의 고해성사를 들어야 한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아니어도 줄거리 정도는 들어내야 이 막장드라마를 풀어나가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버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김유미가 내가 그런 부분을 아는 지 떠 보기위해 만난 게 아니고, 동생 부부의 이혼에서 내가 거기까지 유추해 낼 거라 생각 못하고 있어서 내가 받아주기만 하다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출지 모른다면 차라리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변명이라도 유도해보고 그래도 털어놓지 않으면 약간의 협박을 해서라도 끝을 보는 것으로...
“그게 아니라면 니 올케가 너와 남동생의 관계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르고...”
태연하게 뱉은 내 말의 어투는 어젯밤 옆집이 시끄러운걸 보니 부부싸움을 했나보네 하는 식이었고 난 그 말을 하면서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고기전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 그 걸 씹으면서 김유미를 살짝 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그게...”
“니 올케가 이혼을 하게 된 건 형님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마디 한 것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모른다. 그게 뭘 의미하는 걸까? 내 생각엔 그건 니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터진거야. 어떻게 보면 저번에 내가 니가 동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던 그 남자하고 바람을 핀 걸 딸한테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는 너에게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어. 내 입을 막으면 됐을 테니까... 그리고 넌 내게 널 안을 기회를 주면서까지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했지.
그런데 그 남자가 진짜 동생이었고 아니... 비록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관계상 동생이라면 니 올케의 그 말은 지금까지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둘 사이의 관계를 알고 한 말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네게 갖게 한 걸 거야. 물론 너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겠지만...”
“넘겨짚지 말아요. 그건 추측일 뿐이잖아요. 제가 오늘 석훈씨를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갈게요.”
그 말을 하고 일어나려는 김유미의 팔을 낚아채 다시 앉혔다.
“아니 오늘 니가 한 선택은 어쩌면 최선인 것 같다. 그 답을 내가 알고 있으니...”
“무슨... 무슨 답이요?”
“적어도 니 올케가 그걸 알고 한 말인지 아닌지는 내가 분명히 알고 있어. 말해줘?”
“아니요. 됐어요... 전 그냥 갈 거예요. 안녕히...”
그녀는 인사를 끝내지 못했다. 아니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듣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날 너와 니 동생이 오피스텔에서 뒹굴던 날... 난 창문으로 그걸 보고 있었는데 그때 날 보고 있던 젊은 여자가 한 명 있었어. 난 그 여자를 보고 반사적으로 창문에서 떨어져 골목길 저쪽으로 사라지려 했는데 그 여자는 어두운 골목길까지 쫓아와 그 안에서 본 게 여자와 남자의 정사냐고 묻더군. 정장 형식의 옷차림과 단발머리, 기품이 넘치는 미모의 젊은 여자가 그걸 묻는 게 이상했지만 난 그렇다고 했고 바로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탔어. 그런데 그때 너와 섹스를 하던 젊은 녀석, 니 남동생이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고 그 여자는 그 녀석이 우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자 들키지 않으려고 내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차에 타서 내게 양해를 구하더군. 후진을 해서 큰 도로에서 내려주면 안되겠냐고.
난 더 이상 묻지 않고 그 젊은 여자를 근처 사거리에서 내려줬는데 그 잠깐 사이에 살펴보니 표정이 얼음장처럼 변해 있었고 뒷좌석에 있던 신문지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어.
어때? 그 젊은 여자가 니 올케라는 데 무슨 내기를 해도 좋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녀가 내 차에 타자마자 무심결에 뱉은 말이 내 기억엔 이유성... 이 개새끼... 이 말이었던 것 같은데... 니 남동생 이름이 혹시 이유성 아니야? 내 말이 틀려?”
일어나기 위해 엉덩이를 자리에서 떼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던 김유미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아.. 흑흑.. 이를 어째.. 흑흑흑... 엉엉.. 허엉”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김유미의 눈물은 동시에 내가 한 말에 대한 긍정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올케가 한 그 말이 모든 걸 알고 한 말이었고 이제 모든 키는 황지연이 쥐고 있을 뿐 김유미는 고양이 앞 쥐 신세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혼을 한다니 지연이 그 사실을 가족들 앞에서 공개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은 달랐다. 황지연은 이혼의 이유가 이유성이 다른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자신을 안아주지도 않고 소홀했다는 식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연은 자신의 집까지 데리고 가서 몸을 섞은 내게도 그냥 간단히 자신의 남편이 떠났다는 표현 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남편에 대한 욕 한마디도 안한 여자일 뿐만 아니라 만약 그녀가 그렇게 쉽게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면, 그냥 모두 다 떠벌리고 남 탓하고 욕하고 그렇게 내 탓은 아니라고 합리화가 가능했다면, 우울증 같은 것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김유미를 회유해서 그녀와 이복동생 이유성과 왜 그런 관계로 발전했는지 털어놓게 해야 하는데... 난 소주 반 병을 혼자서 천천히 더 마시며 그녀의 눈물샘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울음소리가 그칠 무렵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 형님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끊었다고 했지? 그 말의 속 뜻을 알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니.... 그것보다 먼저... 김유미씨 내 이야기 잘 들어. 나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오늘 만나자고 한 건지 난 몰라. 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도울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러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 당신과 이유성. 아니 동생이 어떻게 해서 애인관계가 된 건지 알아야 해... 그 걸 알게 되면... 당신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지 가장 근접한 답을 알려 줄 수 있을 거야.”
“...”
김유미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지만 울음소리가 완전히 그쳐 있었고 난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먼저...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 마누라 두 달에 한 번쯤 온양에 있는 처갓집에 다녀온다고 이야기하고 여고생 무렵에 만났던 동창 남자 녀석을 만나 왔었어. 가끔은 그 동창 놈이 온양에서 올라와 우리 마누라를 모텔에서 안아주고 내려가기도 했고... 그런 세월이 꽤 됐던 것 같아. 1년 정도...
다른 남자 같으면 이혼은 둘째 문제고 두 연놈들을 죽이든지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할지 몰라. 그런데 나란 놈...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선인지 악인지.. 뭐 그런 기준이 좀 모호한 놈이야. 나라고 그것 때문에 분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정을 깨서 엄마 없는 아이들을 만들기 싫었어. 여자는 바람이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동창을 만나 하는 섹스가 우리 마누라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아직도 마누라는 내가 그 사실을 눈치 챈 걸 몰라. 와이프의 바람을 한참 고민하다 결국 내가 택한 해결책은 나도 맞바람을 피우고 똑같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난 전혀 모르는 척 살아가는 거였어. 그게 내가 택한 선이고 옳은 일이었어.
내가 널 이해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도 좋아. 마누라가 고등학교 동창생과 바람이 난 것도 묻고 살 수 있는 놈이 니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동생과 잠을 잔 걸 색안경 끼고 보지는 않아.
왜 신부에게 고해성사하고 마음 편해져서 한결 고민을 덜어내고 가는 사람들 있잖아. 너는 지금 카톨릭 성당의 신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났어. 왜냐고?
신부는 정도만 고집해서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널 이해 못한 채 그냥 이야기만 들어 주겠지만 난 바를 정만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야... 사람이 정을 추구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거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널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
그리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지금 니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무언지도 알려줄 수 있을 거야.”
일단 김유미를 회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멀쩡한 마누라를 다시 바람을 피우게 만들면서 그녀를 달랬다. 그리고 이 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젠 협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압박을 가해야 되나? 협박은 마땅치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악역을 다시 해야 하는데 지금도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를 나쁜 놈이 되면 더 숨길 것 같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니 딸이나 남편에게 말하겠어라는 식의 말은 저번에 한 번 써먹은 것도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 동정책으로 가자. 난 내 나름대로 와이프와 동등한 입장이 되기 위해 맞바람을 피웠지만 가슴 속에 상처가 남아 지금은 발기도 되지 않는 다는 남자 입장에서는 죽어도 여자에게 하기 싫은 이야기마저 너에게 했는데... 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 놓는 것도 그렇게 어렵니? 이런 식으로...
그 전에 회유책이 통했는지 일단 알아보고...
“니 올케는 남동생이 이복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어?”
“... 알아요. 성부터 다른데다가... 애초에 유성이가 올케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우리 집은 이런 집이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어요...”
“그래... 그 동생과 남녀 관계가 된 건 언제부터야?”
“동생이 결혼하기 1년쯤 전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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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이 장면 정말 쓰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들이 너무 짧고
업데이트가 빨리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려요.
회사 일하고 저녁 때 회식도 하고 주말엔 애들하고 놀아주고 남는 시간 짬짬이 쓰긴 하지만... ㅎㅎ
35부를 다 읽으시는 시간에 전 한 편 정도 쓰는 거죠. 에궁 에궁...
그래도 잊지 않고 추천해 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끝까지 꼭 쓰겠습니다.
난 그녀를 향해 살짝 손을 들었고 김유미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넨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방금. 일단 차에 타.”
그녀는 세로 줄무늬가 있는 약간 복고풍의 하얀색 원피스에 동그란 장식이 있는 벨트를 했는데 원피스 상의의 단추가 목 바로 아래까지 채워져 있고 치마는 무릎을 살짝 덮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정숙한 유부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는데 평상시에 가슴이 약간 드러나는 옷차림을 선호했던 걸 생각하면 약간 의외이기 했지만 가마니를 둘러 씌어도 가릴 수 없는 그녀의 볼륨있는 몸매는 사십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밖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 여기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조용한 술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도 되겠어? 두 번쯤 가봤는데 칸막이가 있어서 이야기하기엔 좋아.”
“예. 그렇게 해요.”
우리들은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난 나대로 왜 갑자기 보자고 한 건지 몰라서 조용히 있었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움직이지도 않았다. 시청 옆 먹자골목 이런 저런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술집에서 김유미와 마주 앉았고 고기전과 과일안주, 맥주를 주문했다.
그녀의 주량을 잘 모르지만 오늘의 만남을 섹스로 연결시키겠다는 목적의식보다는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술이 오자 난 김유미의 맥주잔을 채워 주고 내 잔에도 술을 채웠다.
“원래 일요일은 수업이 없어?”
“예... 좀 쉬고 싶어서요... 일요일 날 수업해달라는 부모들이 꽤 있는데 다른 날로 조정을 하고 아주 가끔은 제 사정 때문에 주중에 못한 수업을 보강할 때도 있긴 해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두 잔쯤 비웠는데 김유미는 왜 날 보자고 했는지,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 지 꺼내 놓지 않았고 난 어쩔 수 없이 먼저 잽을 던졌다.
“다른 때보다 표정이 좀 우울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그래 보여요?... 오후부터 기분이 좀 그랬어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왜? 오후에 무슨 일 있었어?”
“전화를 받았어요. 올케한테. 별로 통화를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닌데 전화를 해서 곧 이혼을 할 생각이라고 그동안 감사했고 이런 일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형님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그때부터...”
“그 이야기만 하고 끊더라고? 그건 좀 이상하다... 다른 이야기는 안하고?”
“전혀요... 그 말만 하고는 끊으니까... 꼭 둘 사이의 이혼에 내가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약간 비아냥거린 게 아닌가 싶은...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데 차마 하지 못하고 끊은 것 같은 거... ”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안 그랬어?”
“그러질 못했어요. 괜히 겁이 나서... 그러고 집에 있으려니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어요. 올케가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혼을 한다고 전화를 한 건 그렇다 해도 왜 그 말을 하고 끊었을까? 우연히 핸드폰이 끊어졌다면 다시 전화를 했을 텐데... 몇 번을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차마...”
그 때까지 난 김유미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날 만나서 하려던 말이 자신의 올케하고 전화 통화했던 일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등 뒤쪽에 있는 벽걸이형 TV에서 나오고 있는 프로 농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 용병이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두 손으로 링을 잡고 매달려 있었는데 그 녀석 이름이 뭔지 기억을 더듬었다. 헤인즈던가? 윌리엄스였나?
그러던 사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김유미의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이더니 이내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고 난 갑자기 그녀가 우는 영문을 몰라 멍해져 있다가 벽에 걸려 있던 화장지를 몇 장 뜯어 그녀에게 건네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김유미는 내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작게 흐느끼면서 계속해서 울었고 그런 그녀를 한참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녀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올케가 전화를 했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김유미가 무슨 일 있냐고 되묻자 차갑게 형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겁이 나서 다시 전화를 해서 묻지 못했다.
김유미는 왜 겁이 났을까? 그녀는 올케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듣게 될 말을 겁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이혼을 하게 된 진짜 이유와 관계된 말일 가능성이 많다.
다시 정리해보면... 동생의 부인이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이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형님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남동생? 뭐야... 설마 이유성이? 이런 씨발... 이유성이 진짜 동생이었단 말인가? 그럼 그 올케는 황지연?
안양에서 황지연을 만났던 날... 지연은 식구들과 식사를 하고 왔다고 했고 그날 낮에 김유미에게 무슨 약속 있냐고 물었더니 식구들과 모임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 이 둘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였을 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 황지연과의 만남 이후 지연은 이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갔다. 그리고 오후에 김유미에게 전화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김유미는 근친상간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황지연은 자신의 남편과 시누이가 섹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유성이 자신을 볼까봐 내 차에 올라탔다는 이야기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서 훌쩍이고 있는 김유미는 사십대 중반을 보고 있는 나이에도 긴 생머리와 여고생인 자신의 딸보다 더 청순하면서 고운 얼굴, 듣고만 있어도 상대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상냥한 목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둔부와 그냥 지나가다가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터질 듯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고 10년이 넘게 잠자고 있었던 내 마음속의 괴물 같은 욕정을 깨어난 게 만든 것도, 그래서 조물주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강간을 계획하고 오피스텔 주변을 살펴보게 만든 것도 모두 그녀의 작품이었다.
그런 김유미가 뭐가 부족해 친동생과 그렇고 그런 사이에 빠진단 말인가? 설령 남편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남자를 거느려야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김유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미친놈이나 고자라면 모를까...
난 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울고 있는 김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연약해 보이는 여인에게 모두 속았고 나도 속았다. 처음 김유미를 가졌을 때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내 협박에 허물어 졌던 것도 이유성이 동생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딸에게 외삼촌과 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지도...
황지연이 김유미에게 전화를 해서 이유성과 이혼을 할 생각이라고 이야기 한 후 너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끊었다. 그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유성에게 여자가 김유미 하나였다면 모를까 또 있었을 것이고 황지연은 김유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유성과 열 세 살 차이가 나는 누나와의 관계는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누가 알기라도 하면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지 모른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낼 수는 없지만 너도 내가 당하고 있는 고통은 알아야 돼... 전화를 했고 김유미가 오해를 할 소지가 있는 말만 하고 끊어 버렸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 전화를 받고 이 여자가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뭐지?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김유미의 난데없는 눈물에 잠깐 머릿속이 복잡해 졌던 난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고 맥주 한 컵을 들이켰고 갑자기 좀 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종업원에게 소주 한 병을 외쳤다. 잠시 후 소주가 오자 맥주잔에 반 정도를 채워 원 샷을 하고 다시 소주를 따르고 있을 때 김유미가 울먹이며 묻는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흑. 흑. 잠깐만요... 흑. 흑. 갑자기... 눈물이...”
“응? 늘상 이 정도는 마셔. 오늘은 그냥 맥주 한 잔 하고 말려고 했는데 갑자기 술이 땡기네... 소주 한 잔 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소주잔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술이 좀 들어가면 맨 정신보다는 이야기하기가 편하겠지...
김유미에게 소주잔을 내밀자 약간 어색하게 받아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내가 주는 소주를 받는다. 난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주량이 어느 정도지?”
“많이는 못 마셔요. 소주 한 병...”
그녀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잔을 비웠다. 난 천천히 마시라는 말을 하며 술을 한 잔 더 따라준 뒤에 맥주잔에 따라둔 내 술을 들어 다시 단숨에 들이켰고 소주 한 병이 물처럼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 후에야 취기가 오르면서 기분이 괜찮아졌다.
김유미가 두 번째 소주잔을 비웠고 다시 얼마 뒤에 세 번째 소주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 내가 말을 꺼냈다.
“마음은 좀 진정됐어? 진정됐으면 좀 천천히 마셔... 그 속도로 마시면... 내가 집에 업어다 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요. 아직은 괜찮아요. 아직은...”
그건 그렇고 할 말이라는 게 뭐야? 라는 말이 아까부터 목구멍에 걸려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게 전화를 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 말은 너무 사무적인 표현이어서 할 말이 끝나면 볼일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들고 김유미는 벌써 할 말을 다했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어떤 특정한 말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꽉 차 있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데 적당한 대상이 없어서 날 선택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녀가 날 선택한 이유는?
억지로 끼워 맞춘다면.... 아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조금 의외인지 몰라도 그녀에게 난 가까운 사람이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의 알몸을 비비고 교성을 지르며 환락의 시간을 공유했으니...
황지연의 전화를 누구에게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남편도.. 딸도... 이유성도... 자신과 같이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힘들다. 내가 본 김유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도 감수하고 주변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여자인 듯 했다. 그래서 이유성이 친동생이라는 것이 더더욱 믿기지 않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김유미는 어떤 식으로든 이유성과 내연 관계가 시작이 되었다면 그 녀석의 가정이 깨지는 것은 원치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여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작은 피해도 주기 싫어하는 유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김유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힘들 것이다. 황지연의 전화는 그녀가 자신과 이유성의 관계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면서 그 커플이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책임의 일부는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도 함께 선물했다. 그리고 황지연이 그걸 폭로하게 된다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도 김유미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그녀의 눈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의 김유미로서는 해결책이 없다.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죽는 것일지도... 황지연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 여자는 그렇게 독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는 이야기인가? 카톨릭 신도라면 신부를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나를 향해 움직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털어 놓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느 정도라도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일만 없으면 난 이유성과 김유미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들 수 있는 실마리 정도는 캘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 놈이 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지 이유에 근접함과 동시에 이유성과 황지연의 관계도 유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그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지연의 내상치료에도 도움이 될 테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때까지 뚜렷한 목적 없이 김유미와 마주 앉아 있던 난 어느 방향으로 그녀를 데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혔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동생 부부가 이혼하는 게 엄청난 충격인 걸 보니 무척 아끼나보네... 형제관계가 어떻게 되는데?”
“1남 2녀예요. 제가 맏이고 밑으로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이 있어요... 그런데...”
“응...뭐?...”
김유미가 머뭇거리고 있었고 난 그녀에게 건배하자는 듯이 내 술잔을 들었다. 건배를 한 후 소주 한잔을 더 마신 그녀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아이는 우리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동생이에요.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고 대학교 졸업할 무렵에 아빠가 재혼하셨어요. 그 때 새엄마에게 10살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고... 전 아빠가 재혼 한 다음 해에 결혼을 해서 집에서 나갔어요.”
난 되도록 표정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긴 김유미 아빠가 재혼을 하건 말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유미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살짝 반응만 하려 했다.
“응... 그럼 그 남동생 부부가 무슨 문제가 있나보네... ”
그런데 아빠가 재혼한 지 1년만에 니가 결혼을 해서 집을 나왔다면 남동생에게 그다지 정을 느낄 시간도 없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려다 말문을 닫았다. 그 말은 그날 밤 오피스텔에서 뒹굴었던, 니가 동생이라고 표현했던 그 애가 진짜 이복동생이라는 걸 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럼 이야기가 끊길 우려가 있다. 김유미가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니... 난 그녀의 고해성사를 들어야 한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아니어도 줄거리 정도는 들어내야 이 막장드라마를 풀어나가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버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김유미가 내가 그런 부분을 아는 지 떠 보기위해 만난 게 아니고, 동생 부부의 이혼에서 내가 거기까지 유추해 낼 거라 생각 못하고 있어서 내가 받아주기만 하다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을 멈출지 모른다면 차라리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변명이라도 유도해보고 그래도 털어놓지 않으면 약간의 협박을 해서라도 끝을 보는 것으로...
“그게 아니라면 니 올케가 너와 남동생의 관계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르고...”
태연하게 뱉은 내 말의 어투는 어젯밤 옆집이 시끄러운걸 보니 부부싸움을 했나보네 하는 식이었고 난 그 말을 하면서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고기전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 그 걸 씹으면서 김유미를 살짝 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그게...”
“니 올케가 이혼을 하게 된 건 형님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마디 한 것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모른다. 그게 뭘 의미하는 걸까? 내 생각엔 그건 니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터진거야. 어떻게 보면 저번에 내가 니가 동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던 그 남자하고 바람을 핀 걸 딸한테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는 너에게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어. 내 입을 막으면 됐을 테니까... 그리고 넌 내게 널 안을 기회를 주면서까지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했지.
그런데 그 남자가 진짜 동생이었고 아니... 비록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관계상 동생이라면 니 올케의 그 말은 지금까지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둘 사이의 관계를 알고 한 말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네게 갖게 한 걸 거야. 물론 너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겠지만...”
“넘겨짚지 말아요. 그건 추측일 뿐이잖아요. 제가 오늘 석훈씨를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갈게요.”
그 말을 하고 일어나려는 김유미의 팔을 낚아채 다시 앉혔다.
“아니 오늘 니가 한 선택은 어쩌면 최선인 것 같다. 그 답을 내가 알고 있으니...”
“무슨... 무슨 답이요?”
“적어도 니 올케가 그걸 알고 한 말인지 아닌지는 내가 분명히 알고 있어. 말해줘?”
“아니요. 됐어요... 전 그냥 갈 거예요. 안녕히...”
그녀는 인사를 끝내지 못했다. 아니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듣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날 너와 니 동생이 오피스텔에서 뒹굴던 날... 난 창문으로 그걸 보고 있었는데 그때 날 보고 있던 젊은 여자가 한 명 있었어. 난 그 여자를 보고 반사적으로 창문에서 떨어져 골목길 저쪽으로 사라지려 했는데 그 여자는 어두운 골목길까지 쫓아와 그 안에서 본 게 여자와 남자의 정사냐고 묻더군. 정장 형식의 옷차림과 단발머리, 기품이 넘치는 미모의 젊은 여자가 그걸 묻는 게 이상했지만 난 그렇다고 했고 바로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탔어. 그런데 그때 너와 섹스를 하던 젊은 녀석, 니 남동생이 오피스텔 밖으로 나왔고 그 여자는 그 녀석이 우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자 들키지 않으려고 내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차에 타서 내게 양해를 구하더군. 후진을 해서 큰 도로에서 내려주면 안되겠냐고.
난 더 이상 묻지 않고 그 젊은 여자를 근처 사거리에서 내려줬는데 그 잠깐 사이에 살펴보니 표정이 얼음장처럼 변해 있었고 뒷좌석에 있던 신문지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어.
어때? 그 젊은 여자가 니 올케라는 데 무슨 내기를 해도 좋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녀가 내 차에 타자마자 무심결에 뱉은 말이 내 기억엔 이유성... 이 개새끼... 이 말이었던 것 같은데... 니 남동생 이름이 혹시 이유성 아니야? 내 말이 틀려?”
일어나기 위해 엉덩이를 자리에서 떼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던 김유미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아.. 흑흑.. 이를 어째.. 흑흑흑... 엉엉.. 허엉”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김유미의 눈물은 동시에 내가 한 말에 대한 긍정을 의미하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올케가 한 그 말이 모든 걸 알고 한 말이었고 이제 모든 키는 황지연이 쥐고 있을 뿐 김유미는 고양이 앞 쥐 신세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혼을 한다니 지연이 그 사실을 가족들 앞에서 공개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은 달랐다. 황지연은 이혼의 이유가 이유성이 다른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자신을 안아주지도 않고 소홀했다는 식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연은 자신의 집까지 데리고 가서 몸을 섞은 내게도 그냥 간단히 자신의 남편이 떠났다는 표현 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남편에 대한 욕 한마디도 안한 여자일 뿐만 아니라 만약 그녀가 그렇게 쉽게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면, 그냥 모두 다 떠벌리고 남 탓하고 욕하고 그렇게 내 탓은 아니라고 합리화가 가능했다면, 우울증 같은 것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김유미를 회유해서 그녀와 이복동생 이유성과 왜 그런 관계로 발전했는지 털어놓게 해야 하는데... 난 소주 반 병을 혼자서 천천히 더 마시며 그녀의 눈물샘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울음소리가 그칠 무렵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 형님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끊었다고 했지? 그 말의 속 뜻을 알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니.... 그것보다 먼저... 김유미씨 내 이야기 잘 들어. 나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오늘 만나자고 한 건지 난 몰라. 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도울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러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 당신과 이유성. 아니 동생이 어떻게 해서 애인관계가 된 건지 알아야 해... 그 걸 알게 되면... 당신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지 가장 근접한 답을 알려 줄 수 있을 거야.”
“...”
김유미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지만 울음소리가 완전히 그쳐 있었고 난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먼저...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 마누라 두 달에 한 번쯤 온양에 있는 처갓집에 다녀온다고 이야기하고 여고생 무렵에 만났던 동창 남자 녀석을 만나 왔었어. 가끔은 그 동창 놈이 온양에서 올라와 우리 마누라를 모텔에서 안아주고 내려가기도 했고... 그런 세월이 꽤 됐던 것 같아. 1년 정도...
다른 남자 같으면 이혼은 둘째 문제고 두 연놈들을 죽이든지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할지 몰라. 그런데 나란 놈...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선인지 악인지.. 뭐 그런 기준이 좀 모호한 놈이야. 나라고 그것 때문에 분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정을 깨서 엄마 없는 아이들을 만들기 싫었어. 여자는 바람이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동창을 만나 하는 섹스가 우리 마누라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아직도 마누라는 내가 그 사실을 눈치 챈 걸 몰라. 와이프의 바람을 한참 고민하다 결국 내가 택한 해결책은 나도 맞바람을 피우고 똑같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난 전혀 모르는 척 살아가는 거였어. 그게 내가 택한 선이고 옳은 일이었어.
내가 널 이해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도 좋아. 마누라가 고등학교 동창생과 바람이 난 것도 묻고 살 수 있는 놈이 니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동생과 잠을 잔 걸 색안경 끼고 보지는 않아.
왜 신부에게 고해성사하고 마음 편해져서 한결 고민을 덜어내고 가는 사람들 있잖아. 너는 지금 카톨릭 성당의 신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났어. 왜냐고?
신부는 정도만 고집해서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널 이해 못한 채 그냥 이야기만 들어 주겠지만 난 바를 정만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야... 사람이 정을 추구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거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널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
그리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지금 니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무언지도 알려줄 수 있을 거야.”
일단 김유미를 회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멀쩡한 마누라를 다시 바람을 피우게 만들면서 그녀를 달랬다. 그리고 이 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젠 협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압박을 가해야 되나? 협박은 마땅치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악역을 다시 해야 하는데 지금도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를 나쁜 놈이 되면 더 숨길 것 같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니 딸이나 남편에게 말하겠어라는 식의 말은 저번에 한 번 써먹은 것도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 동정책으로 가자. 난 내 나름대로 와이프와 동등한 입장이 되기 위해 맞바람을 피웠지만 가슴 속에 상처가 남아 지금은 발기도 되지 않는 다는 남자 입장에서는 죽어도 여자에게 하기 싫은 이야기마저 너에게 했는데... 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 놓는 것도 그렇게 어렵니? 이런 식으로...
그 전에 회유책이 통했는지 일단 알아보고...
“니 올케는 남동생이 이복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어?”
“... 알아요. 성부터 다른데다가... 애초에 유성이가 올케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우리 집은 이런 집이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어요...”
“그래... 그 동생과 남녀 관계가 된 건 언제부터야?”
“동생이 결혼하기 1년쯤 전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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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으실지는 모르겠으나 이 장면 정말 쓰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가 올리는 글들이 너무 짧고
업데이트가 빨리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려요.
회사 일하고 저녁 때 회식도 하고 주말엔 애들하고 놀아주고 남는 시간 짬짬이 쓰긴 하지만... ㅎㅎ
35부를 다 읽으시는 시간에 전 한 편 정도 쓰는 거죠. 에궁 에궁...
그래도 잊지 않고 추천해 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끝까지 꼭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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