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성이 쓴 마공의 정체는 뭘까? 고등학교 때 키가 너무 커버려 체조를 그만두었고, 모범생처럼 착한 얼굴에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가졌지만 선승철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춘 미스터리한 녀석이다.
그 녀석에게 홀린 여자들에게 이유성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고 섹스의 쾌락이 절정으로 치닫게 되면 한동안 빠져드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그게 다라고 보기엔 무언가가 석연치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은 밖이 어두운 새벽이었고 지금 황지연에게 말없이 그냥 나가는 건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남았다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알몸으로 잠을 자고 있는 그녀를 살짝 돌려서 엎드리게 한 후 목 뒤에 키스를 하며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동그랗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하얀 둔부가 날 흥분시켰고 갈라진 계곡사이로 손을 넣어서 부드럽게 애무하자 곧 그녀의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매끈한 등을 핥으며 이번에 손으로 황지연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는데 그 때 말없이 조용히 있던 그녀가 입을 벌려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아...’
황지연은 아직도 꿈에서 깨지 않고 날 이유성으로 착각하고 반응을 하는 건 아닐까? 이 곳이 그녀와 이유성이 사랑을 나누던 장소이니...
그녀의 무릎을 꿇게 한 후 엉덩이 사이의 계곡을 손가락으로 살짝 더듬어 갔다. 따뜻하고 촉촉한 물들이 손끝을 적셨고 난 황지연의 다리 사이로 무릎을 꿇고 앉아 허리를 곧게 세웠다.
적당히 살이 올라 부드러운 둔부를 벌리게 하고 수줍게 벌어진 그녀의 구멍 안으로 성난 좇을 힘주어 밀어 넣자마자 따뜻하고 조여드는 황홀한 느낌 속에 빠져들며 귓전에 울리는 황지연의 교성을 들을 수 있었다.
‘탁 탁 탁 탁 .. 탁 탁 탁 탁’
‘음. 음. 음. 음...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정사 도중 자세를 바꿔 그녀를 눕힌 후에 무릎을 끓고 양손으로 봉긋한 가슴을 움켜 쥔 채 그녀의 몸 안을 드나들었다. 가슴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면서 황지연의 눈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입을 살짝 벌리고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 표정이 왠지 슬퍼 보여 마치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허무해서 미칠 것 같아요’
이유성과의 신혼 생활을 시작했던 집으로 날 데려오고, 그와 사랑을 나누던 침대에서 나와 섹스를 하는 일은 황지연에게는 무리수였을지도 모른다. 이 집안 어딘가에 남아 있는 그 녀석의 흔적들이 순간순간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상기시켜 줄 것이고 잠깐 동안 아픔을 잊기 위해 야수에게 몸을 던지고 학대하는 거야 쉬울지 몰라도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깊은 내상이 그렇게 쉽게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
섹스가 끝난 후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씻고 와서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난 얇은 이불을 그녀의 나체 위에 덮어준 채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거실로 나와 현관 옆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나와서 옷을 입고 거실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운 후 안방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니 그녀는 잠이 든 것 같았다. 잠깐 동안 집에 그냥 가도 되는 지 망설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갔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황지연이 옷을 갈아입고 두 번의 섹스 뒤 허기를 달래려고 아침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밥을 먹은 후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산책을 하든 TV를 보다가 쇼핑을 하러 가든...
지금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게 어떤 걸까? 아무 말 없이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는 걸 혼자 있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직장에 출근하든 무슨 일을 하러 가야한다면 별 걱정 없이 집으로 가겠지만 오늘은 일요일이고 그녀는 하루 종일 멍하니 혼자 있지 않을까?
난 잠에서 깬 후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 지켜보고 싶었고 배가 고프면 더 우울해지는 게 사람이니까 이왕이면 아침으로 먹을 것도 준비를 해놓고 황지연이 일어나면 허기를 달래게 하는 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까운 곳에 신선한 샌드위치 같은 걸 사러가는 건 현관 비밀번호를 모르고 문을 살짝 열어둔 채 다녀오려니 안방에서 나체로 자고 있는 공주가 마음에 걸린다.
할 수 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 와이프에게 나와 교대해야하는 박주임이 급한 일이 생겨서 대신 근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둔 후 114 안내전화를 걸어 샌드위치 배달해주는 곳을 문의해서 몇 군데 전화를 했다. 마침 10시부터 배달이 가능하다는 전문점이 있었고 그 곳에 과일 샐러드와 수제 샌드위치를 주문한 후에 쇼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자는 도중 중간 중간에 깨어서 거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보고 다시 잠이 들기를 되풀이 했는데 9시가 넘어도 안방에 있는 황지연이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난 베란다에 나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일요일 아침의 한가한 적막...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커피믹스를 찾고 있을 때 안방 문이 열리고 황지연이 나왔다.
그녀는 반팔 티와 타이즈를 입고 서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 갔어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잖아요.”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미안... 그 소리 듣고 깬거야?”
“아니요. 아까 깼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 있었어요. 근데...”
“응 너 일어나면 아침이라도 먹이고 갈려고 그냥 있었어. 좀 더 자지 그래?”
“아니요.. 잠깐만 기다릴래요? 커피 타 줄게요.”
“응...”
난 거실 쪽으로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살폈는데 황지연은 내 시선을 살짝 피하며 곁을 스쳐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세수도 안하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만 워낙 선이 예쁜데다가 날씬해서 여고생처럼 보인다.
술을 마시기 위해 만나고,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고,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해 만나고... 하지만 일요일 아침 그녀의 집 안에서 황지연과 나는 별다른 목적 없이 같이 있었고 어젯밤에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는 듯 했다.
그녀가 커피를 내게 가져다주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씻으러 들어가는 듯해서 난 머그컵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담배 한 대를 물고 무언가 해야 할 것도 해야 할 이유도 없이 멍하니 앉아 아파트 주차장과 입구 밖 도로를 보면서 커피를 홀짝 거리고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뒤쪽에서 그녀의 인기척이 들렸고 난 말을 건넸다.
“배고프지 않아? 샐러드하고 샌드위치 배달 시켜놨어. 곧 올거야.”
“예? 여기 사는 나도 한 번도 안 시켜봤는데... 어디서요?”
“그냥 114 물어봤어. 나도 어딘지는 잘 몰라...”
잠시 후 초인종소리가 났고 내가 나가자 뚱뚱하고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샌드위치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고 난 계산을 한 후 가지고 들어와 식탁에서 그녀와 햄과 치즈, 계란 등이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과일 샐러드도 함께...
허기를 채우는 동안 황지연도 나도 별다른 말없이 조용히 오물오물 입 운동에 집중했고. 식사가 끝난 후 그녀가 식탁 위를 정리하는 동안 난 다시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침을 먹는 내내 황지연의 움직임과 표정은 잘 읽히지 않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 내가 옆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되는 지도 역시 미지수... 그녀는 조용하고 별다른 내색 없이 식사를 했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난 TV를 켜고 영화채널로 돌려서 킬러가 나오는 액션 영화를 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들은 일종의 무기력함이었는데 섹스를 하는 것 외에 황지연에게 내가 해줄 것이 마땅히 없다는, 그런 종류의 막막함이었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TV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을 때는 12시를 약간 넘긴 시간이었는데 눈앞에 그녀가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치마와 함께 검정색 여성 정장을 여성복 브랜드의 모델처럼 입고 서 있었다. 내가 잠이 든 사이 외출 준비를 한 듯 보였는데 채 잠이 깨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약속 있어? 내가 눈치도 없이 너무 오래 자고 있었나보네.”
“그게... 엄마, 아빠한테 오랜만에 가보려구요. 같이 식사하기로 했어요.”
집이라... 아직 어제 밤 취중에 한 결심이 그대로인가? 이유성과 헤어지려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들은 잘은 몰라도 그 녀석과의 결혼 생활이 계속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응 그래. 나 먼저 나갈게... 다음에 봐...”
“그래요. 좀 쉬세요. 피곤해보여요.”
황지연의 집을 나와 10분쯤 걸어 전철역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 7시에 만나 꽤 오랜 시간동안 단 둘이 붙어 있었고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난 상당히 지쳐 있었다. 엄청난 미녀와 기연을 얻었기는 하나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내상 때문이었고 아직까지 치유가 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치유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일단 이유성의 마공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황지연의 내상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고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황지연을 회복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나와 황지연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그게 나한테 도움이 될지 어쩔지 판단이 애매했다. 왜냐하면 내상이 회복되면 그녀는 훌훌 털고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녀에게 있었던 이유성에 대한 배신감과 선택이 좁다는 문제가 없어진다면 내가 그녀에게 필요한 이유 역시 없어질테니...
지금 그녀와 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은 황지연이 이유성이 주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던져버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과 만남 이후 줄곧 자신의 삶을 지탱시켰던 것을 갑자기 던져버리고 혼자서 버텨보려고 하는 순간부터 게임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이 이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 같았으나 이제부터 그녀가 어디로 튈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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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규의 숙소 주소지는 미정이가 다녔던 00중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면소재지에 있었다. 붉은 기와집이었고 마당을 들어서자 가족들이 거주하는 본채와 떨어진 별채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 민현규가 기거했다면 그 곳일 듯 싶었다.
“계십니까?”
잠시 후 안방 문이 열리고 주인으로 보이는 키가 작고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이 바깥으로 나왔다.
“뉘신지...?”
난 00중학교에 방문했을 때처럼 신분증을 보여주고 중학교에서 교생으로 근무했던 민현규에 대해 몇 가지 조사할 게 있어서 왔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두어 달 묶은 사실은 있지만 몇 년전 일이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민현규의 차부터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사람이 타고 나닌 차가 뭐지 기억나세요?”
“하얀색 승용차인데 그게... 새 차였지... 아마... 쏘나타 였던가?...”
“혹시... 그 차에 누군가를 태워서 이 집에 데리고 왔던 건 기억나시는 거 없으세요? 이를테면 여자라든가... 아니면 민현규씨가 가르치던 여학생이라든가...”
민현규는 미정이를 데리고 이 집에 왔을 가능성이 있고 집 구조상 누군가를 데리고 오면 집주인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민현규인가 하는 대학생이 여기서 지낸 건 처음부터 일주일에 3~4일 밖에 안됐는데 나중엔 거의 집에 안들어오다시피 해서... 누군가와 같이 온 적은 없었고 우연히 그 학생이 집에 무언가를 가지러 왔던지 들렸을 때 내가 나가다가 차에 여자애가 앉아 있는 건 한 번 본 적 있던 것 같은데...
차에 시동도 끄지 않은 상태로 집 앞에 바로 세워놔서 보게 됐을 거야.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이 다시 나오더니 바로 차를 출발시키더니 면사무소가 있는 쪽으로 갔어.”
“여자애면 중학생으로 보이던가요?”
“음... 잘은 모르겠고 좀 어려보였었지.. 아마...”
난 미정이의 중학교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어르신은 머리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녀석이 당시 중학생이던 미정이와 성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굳이 자신의 거처로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근처가 관광지라 민박이나 펜션, 모텔을 얼마든지 널려 있었으니...
미정이와 민현규가 무슨 관계가 있었다고 한들 그 녀석이 나에게 순순히 털어 놓을 리도 없고 무언가 들이밀 카드가 필요했다. 교생이라는 놈이 할머니의 병원비를 빌미로 미정이의 몸을 탐할 정도라면 경찰관이 와서 5년 전에 여중생과 관계를 한 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라고 한다고 그 걸 털어놓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녀석의 주소지인 전남 광양군 00면으로 출발했다. 2시간 넘게 운전해서 오후 늦게 도착한 마을은 하천을 끼고 있는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면사무소에 들려 주소지가 있는 마을을 알아낸 후 다리를 건너 녀석의 집 앞에 도착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
민현규가 있다면 난 미정이가 죽었는데 자살로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조사 중인 경찰관이라고 둘러대고 만약 민현규가 없다면 녀석의 대학교 시절 친구인데 근처에 왔다가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는 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녀석의 집은 전원주택처럼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고 새로 리모델링을 한 깔끔해 보이는 양옥이었는데 대문 밖으로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가 있었고 울타리도 높지 않아서 개방적인 구조였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동네 다른 집들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건축 자재나 벽돌들이 고급스러워 보여 한 눈에도 좀 있는 집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문 오른 편에 붙어 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마당을 향해 외쳤다.
“계십니까? 누구 안계세요?”
잠시 후에 안채 문이 열리더니 젖먹이 아이를 안고 나오는 여자가 보였다. 화장을 짙게 하고 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어깨 끈이 있는 나시 티와 청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런 시골 에서 만나기 어려운 20대 중반의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약간 경계하는 듯한 눈초리로 내게 물었다.
“누구세요?”
“여기가 민현규 씨 댁 맞습니까? 혹시 계신가요?”
“예... 지금 안계세요. 그런데...”
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 전 대학교 동창인데요...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현규가 보고 싶어서 물어물어 찾아 왔습니다. 연락처를 잘 몰라서...”
“아... 지금은 가게에 있어요.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은데... 찾아가시면 만날 수 있을거에요.”
“가게요? 무슨...?”
“나이키 대리점을 해요. 읍내에서... 제가 핸드폰을 걸어 드릴 테니 통화해보세요.”
난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럼 현규 제수씨 되시나요? 제가 서울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다보니 결혼했다는 소식은 못들었네요.”
“아... 예... 그 사람은 낮엔 주로 대리점에 있어요. 통화해보고 출발하시면 되요.”
“아니요. 몇 년만에 만나는 건데 놀라게 해주고 싶네요. 00읍이면 차로 10분이면 가는데... 번호만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가서 못 찾으면 전화를 할게요.”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안고 있던 아이가 입에 물고 있던 딸랑이 같은 것을 마당에 떨어뜨렸고 민현규의 아내가 허리를 숙여 그걸 주웠다. 나시티 사이로 젖가슴이 꼭지까지 훤히 드러나 보였는데 정작 그녀는 그걸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태연하고 천천히 움직였고 난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때 순간적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 시선처리를 했다.
하얗고 실핏줄까지 보이는 커다란 유방을 내가 볼 수 있다는 걸 그녀가 몰랐을까? 아니면 아이 젖을 먹이는 엄마의 가슴이라 당당한 건지도 모른지만 어쨌든 그녀의 그런 행동들은 내게 처음 가졌던 경계심이 풀린 듯 보였다. 하지만 난 젊은 여자의 가슴을 훔쳐본 죄로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민현규의 아내를 쳐다 보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잠시 후에 그녀가 핸드폰 번호와 함께 대리점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뒤통수를 쳐다보는 젊은 여인의 시선을 느끼며 난 민현규의 집을 나와 00읍으로 차를 몰았고 시계탑이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100m쯤 가다보니 반대편 도로가에 나이키대리점이 보였다.
민현규의 아내가 녀석에게 전화를 했을지도 모르니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건너편 2층에 있는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을 시킨 후에 점포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대리점 안에는 민현규로 보이는 남자와 젊은 여자가 같이 있었는데 여자는 안경을 끼고 지적으로 보였지만 볼륨감이 있는 가슴과 약간 커 보이는 히프, 걸음걸이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단 찾았지만 녀석과 미정이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내는 건 요원해 보였다. 경찰이라고 이야기하고 미정이 자살과 관련하여 조사를 하는 척 이야기하더라도 들을 수 있는 건 뻔할 것이다. 녀석이 잠깐 수영부 코치를 했을 당시에 만났던 학생이라고 둘러대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듯...
그 때 내가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당분간 녀석을 쫓아다니면서 ... 녀석이 미정이에게 했을지도 모르는... 물론 내 추측이지만... 욕정으로 얽힌 여자관계나 혹시 다른 약점이 잡힌다면 그걸 캐서 들이 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이야기 할 지도 모르고. 녀석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미정이가 자살을 한 이유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29살 여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녀석에게 홀린 여자들에게 이유성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고 섹스의 쾌락이 절정으로 치닫게 되면 한동안 빠져드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그게 다라고 보기엔 무언가가 석연치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은 밖이 어두운 새벽이었고 지금 황지연에게 말없이 그냥 나가는 건 그녀가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남았다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알몸으로 잠을 자고 있는 그녀를 살짝 돌려서 엎드리게 한 후 목 뒤에 키스를 하며 그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동그랗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하얀 둔부가 날 흥분시켰고 갈라진 계곡사이로 손을 넣어서 부드럽게 애무하자 곧 그녀의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매끈한 등을 핥으며 이번에 손으로 황지연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는데 그 때 말없이 조용히 있던 그녀가 입을 벌려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아...’
황지연은 아직도 꿈에서 깨지 않고 날 이유성으로 착각하고 반응을 하는 건 아닐까? 이 곳이 그녀와 이유성이 사랑을 나누던 장소이니...
그녀의 무릎을 꿇게 한 후 엉덩이 사이의 계곡을 손가락으로 살짝 더듬어 갔다. 따뜻하고 촉촉한 물들이 손끝을 적셨고 난 황지연의 다리 사이로 무릎을 꿇고 앉아 허리를 곧게 세웠다.
적당히 살이 올라 부드러운 둔부를 벌리게 하고 수줍게 벌어진 그녀의 구멍 안으로 성난 좇을 힘주어 밀어 넣자마자 따뜻하고 조여드는 황홀한 느낌 속에 빠져들며 귓전에 울리는 황지연의 교성을 들을 수 있었다.
‘탁 탁 탁 탁 .. 탁 탁 탁 탁’
‘음. 음. 음. 음...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정사 도중 자세를 바꿔 그녀를 눕힌 후에 무릎을 끓고 양손으로 봉긋한 가슴을 움켜 쥔 채 그녀의 몸 안을 드나들었다. 가슴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면서 황지연의 눈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입을 살짝 벌리고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 표정이 왠지 슬퍼 보여 마치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허무해서 미칠 것 같아요’
이유성과의 신혼 생활을 시작했던 집으로 날 데려오고, 그와 사랑을 나누던 침대에서 나와 섹스를 하는 일은 황지연에게는 무리수였을지도 모른다. 이 집안 어딘가에 남아 있는 그 녀석의 흔적들이 순간순간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상기시켜 줄 것이고 잠깐 동안 아픔을 잊기 위해 야수에게 몸을 던지고 학대하는 거야 쉬울지 몰라도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깊은 내상이 그렇게 쉽게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
섹스가 끝난 후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씻고 와서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난 얇은 이불을 그녀의 나체 위에 덮어준 채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거실로 나와 현관 옆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나와서 옷을 입고 거실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운 후 안방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니 그녀는 잠이 든 것 같았다. 잠깐 동안 집에 그냥 가도 되는 지 망설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갔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황지연이 옷을 갈아입고 두 번의 섹스 뒤 허기를 달래려고 아침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밥을 먹은 후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산책을 하든 TV를 보다가 쇼핑을 하러 가든...
지금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게 어떤 걸까? 아무 말 없이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는 걸 혼자 있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직장에 출근하든 무슨 일을 하러 가야한다면 별 걱정 없이 집으로 가겠지만 오늘은 일요일이고 그녀는 하루 종일 멍하니 혼자 있지 않을까?
난 잠에서 깬 후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 지켜보고 싶었고 배가 고프면 더 우울해지는 게 사람이니까 이왕이면 아침으로 먹을 것도 준비를 해놓고 황지연이 일어나면 허기를 달래게 하는 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까운 곳에 신선한 샌드위치 같은 걸 사러가는 건 현관 비밀번호를 모르고 문을 살짝 열어둔 채 다녀오려니 안방에서 나체로 자고 있는 공주가 마음에 걸린다.
할 수 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 와이프에게 나와 교대해야하는 박주임이 급한 일이 생겨서 대신 근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둔 후 114 안내전화를 걸어 샌드위치 배달해주는 곳을 문의해서 몇 군데 전화를 했다. 마침 10시부터 배달이 가능하다는 전문점이 있었고 그 곳에 과일 샐러드와 수제 샌드위치를 주문한 후에 쇼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자는 도중 중간 중간에 깨어서 거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보고 다시 잠이 들기를 되풀이 했는데 9시가 넘어도 안방에 있는 황지연이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난 베란다에 나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일요일 아침의 한가한 적막...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커피믹스를 찾고 있을 때 안방 문이 열리고 황지연이 나왔다.
그녀는 반팔 티와 타이즈를 입고 서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 갔어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잖아요.”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미안... 그 소리 듣고 깬거야?”
“아니요. 아까 깼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누워 있었어요. 근데...”
“응 너 일어나면 아침이라도 먹이고 갈려고 그냥 있었어. 좀 더 자지 그래?”
“아니요.. 잠깐만 기다릴래요? 커피 타 줄게요.”
“응...”
난 거실 쪽으로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표정을 살폈는데 황지연은 내 시선을 살짝 피하며 곁을 스쳐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세수도 안하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만 워낙 선이 예쁜데다가 날씬해서 여고생처럼 보인다.
술을 마시기 위해 만나고,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고, 무언가를 알아보기 위해 만나고... 하지만 일요일 아침 그녀의 집 안에서 황지연과 나는 별다른 목적 없이 같이 있었고 어젯밤에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그녀와 나 사이에 흐르는 듯 했다.
그녀가 커피를 내게 가져다주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씻으러 들어가는 듯해서 난 머그컵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담배 한 대를 물고 무언가 해야 할 것도 해야 할 이유도 없이 멍하니 앉아 아파트 주차장과 입구 밖 도로를 보면서 커피를 홀짝 거리고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뒤쪽에서 그녀의 인기척이 들렸고 난 말을 건넸다.
“배고프지 않아? 샐러드하고 샌드위치 배달 시켜놨어. 곧 올거야.”
“예? 여기 사는 나도 한 번도 안 시켜봤는데... 어디서요?”
“그냥 114 물어봤어. 나도 어딘지는 잘 몰라...”
잠시 후 초인종소리가 났고 내가 나가자 뚱뚱하고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샌드위치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고 난 계산을 한 후 가지고 들어와 식탁에서 그녀와 햄과 치즈, 계란 등이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과일 샐러드도 함께...
허기를 채우는 동안 황지연도 나도 별다른 말없이 조용히 오물오물 입 운동에 집중했고. 식사가 끝난 후 그녀가 식탁 위를 정리하는 동안 난 다시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아침을 먹는 내내 황지연의 움직임과 표정은 잘 읽히지 않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 내가 옆에 있는 것이 도움이 되는 지도 역시 미지수... 그녀는 조용하고 별다른 내색 없이 식사를 했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난 TV를 켜고 영화채널로 돌려서 킬러가 나오는 액션 영화를 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들은 일종의 무기력함이었는데 섹스를 하는 것 외에 황지연에게 내가 해줄 것이 마땅히 없다는, 그런 종류의 막막함이었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TV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을 때는 12시를 약간 넘긴 시간이었는데 눈앞에 그녀가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치마와 함께 검정색 여성 정장을 여성복 브랜드의 모델처럼 입고 서 있었다. 내가 잠이 든 사이 외출 준비를 한 듯 보였는데 채 잠이 깨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약속 있어? 내가 눈치도 없이 너무 오래 자고 있었나보네.”
“그게... 엄마, 아빠한테 오랜만에 가보려구요. 같이 식사하기로 했어요.”
집이라... 아직 어제 밤 취중에 한 결심이 그대로인가? 이유성과 헤어지려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들은 잘은 몰라도 그 녀석과의 결혼 생활이 계속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응 그래. 나 먼저 나갈게... 다음에 봐...”
“그래요. 좀 쉬세요. 피곤해보여요.”
황지연의 집을 나와 10분쯤 걸어 전철역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 7시에 만나 꽤 오랜 시간동안 단 둘이 붙어 있었고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난 상당히 지쳐 있었다. 엄청난 미녀와 기연을 얻었기는 하나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내상 때문이었고 아직까지 치유가 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치유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일단 이유성의 마공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황지연의 내상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고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황지연을 회복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나와 황지연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그게 나한테 도움이 될지 어쩔지 판단이 애매했다. 왜냐하면 내상이 회복되면 그녀는 훌훌 털고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였다. 그녀에게 있었던 이유성에 대한 배신감과 선택이 좁다는 문제가 없어진다면 내가 그녀에게 필요한 이유 역시 없어질테니...
지금 그녀와 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은 황지연이 이유성이 주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던져버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과 만남 이후 줄곧 자신의 삶을 지탱시켰던 것을 갑자기 던져버리고 혼자서 버텨보려고 하는 순간부터 게임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이 이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 같았으나 이제부터 그녀가 어디로 튈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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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규의 숙소 주소지는 미정이가 다녔던 00중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면소재지에 있었다. 붉은 기와집이었고 마당을 들어서자 가족들이 거주하는 본채와 떨어진 별채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 민현규가 기거했다면 그 곳일 듯 싶었다.
“계십니까?”
잠시 후 안방 문이 열리고 주인으로 보이는 키가 작고 나이가 지긋한 남자분이 바깥으로 나왔다.
“뉘신지...?”
난 00중학교에 방문했을 때처럼 신분증을 보여주고 중학교에서 교생으로 근무했던 민현규에 대해 몇 가지 조사할 게 있어서 왔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내가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두어 달 묶은 사실은 있지만 몇 년전 일이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아는 게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민현규의 차부터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때 그 사람이 타고 나닌 차가 뭐지 기억나세요?”
“하얀색 승용차인데 그게... 새 차였지... 아마... 쏘나타 였던가?...”
“혹시... 그 차에 누군가를 태워서 이 집에 데리고 왔던 건 기억나시는 거 없으세요? 이를테면 여자라든가... 아니면 민현규씨가 가르치던 여학생이라든가...”
민현규는 미정이를 데리고 이 집에 왔을 가능성이 있고 집 구조상 누군가를 데리고 오면 집주인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민현규인가 하는 대학생이 여기서 지낸 건 처음부터 일주일에 3~4일 밖에 안됐는데 나중엔 거의 집에 안들어오다시피 해서... 누군가와 같이 온 적은 없었고 우연히 그 학생이 집에 무언가를 가지러 왔던지 들렸을 때 내가 나가다가 차에 여자애가 앉아 있는 건 한 번 본 적 있던 것 같은데...
차에 시동도 끄지 않은 상태로 집 앞에 바로 세워놔서 보게 됐을 거야.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이 다시 나오더니 바로 차를 출발시키더니 면사무소가 있는 쪽으로 갔어.”
“여자애면 중학생으로 보이던가요?”
“음... 잘은 모르겠고 좀 어려보였었지.. 아마...”
난 미정이의 중학교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어르신은 머리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녀석이 당시 중학생이던 미정이와 성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굳이 자신의 거처로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근처가 관광지라 민박이나 펜션, 모텔을 얼마든지 널려 있었으니...
미정이와 민현규가 무슨 관계가 있었다고 한들 그 녀석이 나에게 순순히 털어 놓을 리도 없고 무언가 들이밀 카드가 필요했다. 교생이라는 놈이 할머니의 병원비를 빌미로 미정이의 몸을 탐할 정도라면 경찰관이 와서 5년 전에 여중생과 관계를 한 사실을 순순히 자백하라고 한다고 그 걸 털어놓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녀석의 주소지인 전남 광양군 00면으로 출발했다. 2시간 넘게 운전해서 오후 늦게 도착한 마을은 하천을 끼고 있는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면사무소에 들려 주소지가 있는 마을을 알아낸 후 다리를 건너 녀석의 집 앞에 도착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
민현규가 있다면 난 미정이가 죽었는데 자살로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조사 중인 경찰관이라고 둘러대고 만약 민현규가 없다면 녀석의 대학교 시절 친구인데 근처에 왔다가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는 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녀석의 집은 전원주택처럼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고 새로 리모델링을 한 깔끔해 보이는 양옥이었는데 대문 밖으로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가 있었고 울타리도 높지 않아서 개방적인 구조였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동네 다른 집들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건축 자재나 벽돌들이 고급스러워 보여 한 눈에도 좀 있는 집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문 오른 편에 붙어 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마당을 향해 외쳤다.
“계십니까? 누구 안계세요?”
잠시 후에 안채 문이 열리더니 젖먹이 아이를 안고 나오는 여자가 보였다. 화장을 짙게 하고 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어깨 끈이 있는 나시 티와 청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런 시골 에서 만나기 어려운 20대 중반의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약간 경계하는 듯한 눈초리로 내게 물었다.
“누구세요?”
“여기가 민현규 씨 댁 맞습니까? 혹시 계신가요?”
“예... 지금 안계세요. 그런데...”
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 전 대학교 동창인데요...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현규가 보고 싶어서 물어물어 찾아 왔습니다. 연락처를 잘 몰라서...”
“아... 지금은 가게에 있어요.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은데... 찾아가시면 만날 수 있을거에요.”
“가게요? 무슨...?”
“나이키 대리점을 해요. 읍내에서... 제가 핸드폰을 걸어 드릴 테니 통화해보세요.”
난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럼 현규 제수씨 되시나요? 제가 서울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다보니 결혼했다는 소식은 못들었네요.”
“아... 예... 그 사람은 낮엔 주로 대리점에 있어요. 통화해보고 출발하시면 되요.”
“아니요. 몇 년만에 만나는 건데 놀라게 해주고 싶네요. 00읍이면 차로 10분이면 가는데... 번호만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가서 못 찾으면 전화를 할게요.”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안고 있던 아이가 입에 물고 있던 딸랑이 같은 것을 마당에 떨어뜨렸고 민현규의 아내가 허리를 숙여 그걸 주웠다. 나시티 사이로 젖가슴이 꼭지까지 훤히 드러나 보였는데 정작 그녀는 그걸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태연하고 천천히 움직였고 난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때 순간적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듯 시선처리를 했다.
하얗고 실핏줄까지 보이는 커다란 유방을 내가 볼 수 있다는 걸 그녀가 몰랐을까? 아니면 아이 젖을 먹이는 엄마의 가슴이라 당당한 건지도 모른지만 어쨌든 그녀의 그런 행동들은 내게 처음 가졌던 경계심이 풀린 듯 보였다. 하지만 난 젊은 여자의 가슴을 훔쳐본 죄로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민현규의 아내를 쳐다 보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잠시 후에 그녀가 핸드폰 번호와 함께 대리점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뒤통수를 쳐다보는 젊은 여인의 시선을 느끼며 난 민현규의 집을 나와 00읍으로 차를 몰았고 시계탑이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100m쯤 가다보니 반대편 도로가에 나이키대리점이 보였다.
민현규의 아내가 녀석에게 전화를 했을지도 모르니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건너편 2층에 있는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을 시킨 후에 점포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대리점 안에는 민현규로 보이는 남자와 젊은 여자가 같이 있었는데 여자는 안경을 끼고 지적으로 보였지만 볼륨감이 있는 가슴과 약간 커 보이는 히프, 걸음걸이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단 찾았지만 녀석과 미정이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내는 건 요원해 보였다. 경찰이라고 이야기하고 미정이 자살과 관련하여 조사를 하는 척 이야기하더라도 들을 수 있는 건 뻔할 것이다. 녀석이 잠깐 수영부 코치를 했을 당시에 만났던 학생이라고 둘러대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듯...
그 때 내가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당분간 녀석을 쫓아다니면서 ... 녀석이 미정이에게 했을지도 모르는... 물론 내 추측이지만... 욕정으로 얽힌 여자관계나 혹시 다른 약점이 잡힌다면 그걸 캐서 들이 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이야기 할 지도 모르고. 녀석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미정이가 자살을 한 이유와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29살 여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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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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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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