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게임을 통과한 모든 참여자들.
통과라는 ‘의미’만을 놓고 본다면, 분명 결과는 좋았다. 그러나 강당 내부에 있는 모든 부부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씁쓸함과 허망함 그리고 애통함이 묻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서영은 스스로 서 있지 못했다. 그보다 먼저 옷을 챙겨 입는 것도 버거워 했다. 아주 가까스로 게임을 통과했기에 19쌍의 다른 부부들의 관심 아닌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생전 겪지 못한 경험과 더불어 준비되지 않는 신체를 강압적으로 혹사를 해버렸기에, 정신적 및 육체적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괜찮아?”
민혁이 아내인 서영을 부축하며 물었다. 서영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한 가득이었다.
- 저 치킨 박은 여러분을 믿고 또 믿었습니다. 하하하.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해서 100팀의 참가자 전원이 1라운드 게임을 통과해서 너무나 기분이 좋군요. 하하하. 게임을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시죠?
웃음을 머금은 치킨 박의 질문, 진심으로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당 안의 모든 부부는 그런 치킨 박의 질문에 동의하지 못했다. 공개 섹스라니. 전혀 겪어보지 못했고, 아니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기에 서영 뿐 만 아니라 대다수의 부부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저만 즐거운가요? 하하하. 이로써 여러분들은 1천 만 원의 상금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강당에서 나가실 때, 저희 컴퍼니 직원들이 빨간 칩을 하나씩 더 드릴 테니... 꼭 잊지 마시고 받아 가셔야 합니다.
치킨 박의 입에서 1천 만 원이라는 액수의 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몇몇 부부들의 눈동자에서는 재차 욕심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공개 섹스의 대가가 1천 만 원이었다. 그 대가의 정당성은 그 누구도 알 길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었으나, 분명한 건 단 20분 만에 벌어들인 돈이라는 점이었다. 더구나 1천 만 원의 돈은 빚에 시달리는 강당 안의 모든 부부들을 제외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돈 이었다.
- 혹시 2라운드 게임을 포기하실 분들 계십니까? 포기는 언제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다시 공지합니다만, 2개의 칩을 확보한 여러분들이 2라운드 게임을 포기하시면, 현재 소지하고 계신 칩 1개를 반납하시고 1천 만 원의 현금을 바로 받아 가시면 됩니다. 하하하. 포기하실 부부 있습니까?
치킨 박이 물었다. 조용했던 강당 안이 조금 어수선 해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1라운드 게임 시작 때와는 다르게 타인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것이 돈의 힘이었다.
방금 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돈에 대한 욕망이 다시 모든 부부들을 일으켜 세운 것이었다.
-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 전원 2라운드 게임에 참여하시려나 보군요. 2라운드 게임은 저희 컴퍼니에서 개별 통지하겠습니다. 집에 편히 쉬고 계시면 될 것 같군요. 하하하.
힘들어 하는 서영을 부축하며 민혁은 실소를 날렸다. 치킨 박의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편히 쉰다라... 그 누가 쉬겠냐. 이 개... 닭대가리 새끼야. 벌써부터 무슨 게임을 하게 될지... 두렵고 무섭다...’
민혁은 솔직히 당장이라도 게임을 포기하고 싶었다. 단체 공개 섹스가 1라운드 게임이었다면, 다른 게임들은 그보다 더하면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혼자라면 버텨보겠지만, 벌써부터 지치고 충격 받은 아내 서영과 그것을 헤쳐 나갈 자신이 없었다.
‘... 포기하고 싶지만... 또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게... 차라리 꿈이라면...’
포기하고 싶지만, 한 번 참여한 이상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게임.
이것이 바로 컴퍼니가 주최한 섹스게임이었다. 이대로 포기하고 나가버리면 사채업자들에 시달려 언제 죽을 지도 몰랐다. 더 무서운 점은 빚을 갚아나갈 먼지만한 희망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섹스게임은 달랐다. 악몽 같은 짓을 계속 해나가면 30억이라는 빚을 단번에 갚을 수 있는 기회라도 존재했다.
‘... 할 수 있을까?’
민혁은 스스로 물었지만,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이론 상 1%의 확률이었다. 어렵다. 그러나 결코 포기를 할 정도의 비현실적인 확률은 아니었다.
- 아쉽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군요. 하하하. 강당 뒤쪽으로 차례로 나가시면서, 저희 직원이 주는 칩 꼭 받아가세요. 아참, 저희 컴퍼니에서는 여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작은 선물을 또 준비했습니다. 하하하.
선물이라는 말에 강당 안의 모든 부부가 치킨 박의 입에 집중했다.
- 하하하. 별 것 아닙니다. 많이 기대하셨다면 괜히 죄송할 것 같군요. 칩을 받아 가실 때, 저희 직원이 봉투 하나를 더 드릴 겁니다. 저희 컴퍼니에서 조금의 차비를 챙겨드렸습니다. 백 만원입니다. 하하하. 더 드리고 싶은데... 저희도 사정이 그러해서... 하하하하하.
차비로 1 백만 원을 챙겨준다는 말에 몇몇의 부부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100쌍의 부부에게 차비를 1 백만 원씩 줬다면, 1라운드 게임 후 차비로만 1 억 원의 현금을 뿌린 컴퍼니가 아닌가? 사회적으로도 IMF 후, 기업들의 줄도산과 급속한 소비 심리의 냉각으로 현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 그럼 안녕히 가시길 기원하며... 저 치킨 박 물러갑니다.
스크린에서 치킨 박은 강당 안의 모든 부부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정중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은 깜깜한 화면으로 변했고, 더 이상 치킨 박의 존재를 느낄 수는 없었다.
“괜찮겠어?”
“... 으응.”
스크린에서 치킨 박이 사라 진 후, 강당 안의 부부들은 컴퍼니 직원들의 안내를 받고 차례대로 강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민혁도 서영을 부축하며 느릿느릿 걷고 시작했고, 강당을 나가기 직전에 컴퍼니 직원에게 빨간 칩 한 개와 봉투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 잘... 챙겨야 해.”
서영이 힘겹게 민혁에게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민혁은 괜히 눈시울이 불거졌다. 사업 욕심만 아니었다면 IMF가 터졌더라도 이렇게 큰 빚을 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아내가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민혁이었다.
“해가 지네... 노을이... 참... 예쁘다.”
민혁이 서영을 부축한 채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서영의 눈에도 새빨간 노을이 들어왔다.
“... 그래... 참... 예쁘다... 저렇게 예쁜... 세상 속에 살고 싶다.”
서영이 중얼거렸다.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서영의 바람...
그러나 미처 서영은 생각하지 못했다.
노을 뒤의 짙은 어둠의 세상을...
***
이틀이 지났다.
힘겹게 집에 돌아 온 민혁과 서영은 그동안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심신이 지쳤던 서영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몸져누웠기 때문이었다. 거의 이틀 내내 잠만 잔 서영이었다. 걱정이 된 민혁은 이틀 내내 잠도 자지 못한 채, 서영을 지켜보고 보았다.
“괜찮아?”
“응. 연아는?”
“장모님이 당분간... 맡아주신 대.”
“나... 나쁜 엄마인 가봐. 휴...”
거의 이틀 만에 일어난 서영은 하나 뿐인 딸이 이제야 생각났다. 아무리 힘들었다지만, 딸의 존재를 이틀간이나 잊고 살다니, 서영은 속으로 자신의 행동을 꾸짖었다.
“거의 정신을 놓았으니... 우리 딸도 이해할 거야.”
“그래도... 휴우. 조금 후에 전화 해봐야겠어.”
“그래,.. 그건 그렇고 몸은 어때?
“... 걱정 마.”
“아니... 내 말은...”
“아...”
민혁의 말을 눈치 챈, 서영이 오랜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살짝 부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
“미안해.”
“왜?”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
미안해하는 민혁의 어깨를 오히려 서영이 다독거렸다. 이틀 동안 거의 잠을 못 자면서 민혁은 내심 서영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에 걸렸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정상적으로 발기가 되었다면, 아내인 서영이 그나마 정신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수치감을 덜 느꼈을 것이고, 신체적으로는 충분한 여유를 주면서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니...
“밥 먹어야지?”
“... 응. 조금 배고프네.”
“그래서 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놨지! 앉아. 금방 차려줄게.”
마음의 빚을 조금 덜은 민혁이 약간은 과장된 행동을 하며,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민혁을 서영은 지긋이 바라봤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이런 배우자가 있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서영은 밥을 먹고 더욱 더 힘을 내기로 결심했다.
“자.. 먹어 봐.”
어느새 식탁에는 맛있는 된장찌개가 끓여져 놓여 있었다. 그 외 밑반찬은 배추김치가 전부였지만, 이틀 내내 먹지를 못한 서영은 군침이 돌았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은 서영이 된장찌개의 맛을 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그 행동을 막는 일이 발생했다.
“누구지?”
초인종이 울린 것이었다.
“그러게?”
막 식사를 하려던 서영이 숟가락을 다시 식탁에 놓았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는데, 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내가 가볼게.”
민혁이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영은 남편인 민혁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야?”
서영이 큰 소리로 민혁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서영도 자리에 일어나서 민혁이 있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민혁이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서영의 눈에는 그가 들고 있는 건 편지로 추정되는 봉투 하나였다.
“... 서... 설마.”
민혁이 들고 있는 편지 봉투는 서영의 눈에 익었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었어. 이것 외엔...”
민혁이 고개를 들어 서영을 향해 말했다.
“... 컴퍼니... 초대장...”
서영이 중얼거렸고, 민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 2라운드가 시작되려나 봐. 이틀 만에...”
“뜯어 봐.”
서영이 민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민혁은 편지 봉투의 입구를 뜯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 장의 편지가 있었고, 민혁과 서영이 조심스레 읽어 내려갔다.
--
최민혁, 김서영 부부께.
안녕하십니까?
먼저 저희 컴퍼니의 두 번째 편지를 받게 되셔서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시작합니다.
이미 예상하고 계시듯이, 이 편지는 2라운드 게임을 위한 초대장입니다.
저희 컴퍼니에서는 이번 2라운드 게임을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였고, 최민혁님과 김서영님을 아주 정중히 모시려고 합니다.
(생략)
혹시나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시더라도 2라운드 게임이 진행되는 장소에 꼭 나와 주셔야 합니다. 이 점을 지키지 않으면 단순히 게임 포기자가 아니라 패배자가 됩니다. 즉, 저희 컴퍼니에서 부르는 ‘루저’가 되오니, 주의하시길 바라며...
다시 공지합니다만, 루저가 되면 두 분의 신체는 저희 컴퍼니에 귀속됩니다.
아래에 게임 참여일과 장소가 적혀 있으니, 꼭 늦지 않게 오시기 바라며, 지각 역시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항상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참여일 : 7월 29일, 수요일 오전 9시.
참여 장소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XX 별장.
준비물 : 소지하고 계신 빨간 칩.
--
간단한 내용의 컴퍼니 초대장이었다. 그러나 간단한 내용과는 달리 민혁과 서영의 마음은 급해져갔다.
“이거... 이거...”
민혁이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서영이 중얼거렸다.
“내일이야.”
@ 11부에서 이어집니다.
틈 나는대로 글을 써서, 분량과 오탈자 확인 못합니다.
이해 바랍니다.
통과라는 ‘의미’만을 놓고 본다면, 분명 결과는 좋았다. 그러나 강당 내부에 있는 모든 부부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씁쓸함과 허망함 그리고 애통함이 묻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서영은 스스로 서 있지 못했다. 그보다 먼저 옷을 챙겨 입는 것도 버거워 했다. 아주 가까스로 게임을 통과했기에 19쌍의 다른 부부들의 관심 아닌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생전 겪지 못한 경험과 더불어 준비되지 않는 신체를 강압적으로 혹사를 해버렸기에, 정신적 및 육체적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괜찮아?”
민혁이 아내인 서영을 부축하며 물었다. 서영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한 가득이었다.
- 저 치킨 박은 여러분을 믿고 또 믿었습니다. 하하하.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해서 100팀의 참가자 전원이 1라운드 게임을 통과해서 너무나 기분이 좋군요. 하하하. 게임을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시죠?
웃음을 머금은 치킨 박의 질문, 진심으로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당 안의 모든 부부는 그런 치킨 박의 질문에 동의하지 못했다. 공개 섹스라니. 전혀 겪어보지 못했고, 아니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기에 서영 뿐 만 아니라 대다수의 부부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저만 즐거운가요? 하하하. 이로써 여러분들은 1천 만 원의 상금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강당에서 나가실 때, 저희 컴퍼니 직원들이 빨간 칩을 하나씩 더 드릴 테니... 꼭 잊지 마시고 받아 가셔야 합니다.
치킨 박의 입에서 1천 만 원이라는 액수의 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몇몇 부부들의 눈동자에서는 재차 욕심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공개 섹스의 대가가 1천 만 원이었다. 그 대가의 정당성은 그 누구도 알 길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었으나, 분명한 건 단 20분 만에 벌어들인 돈이라는 점이었다. 더구나 1천 만 원의 돈은 빚에 시달리는 강당 안의 모든 부부들을 제외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돈 이었다.
- 혹시 2라운드 게임을 포기하실 분들 계십니까? 포기는 언제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다시 공지합니다만, 2개의 칩을 확보한 여러분들이 2라운드 게임을 포기하시면, 현재 소지하고 계신 칩 1개를 반납하시고 1천 만 원의 현금을 바로 받아 가시면 됩니다. 하하하. 포기하실 부부 있습니까?
치킨 박이 물었다. 조용했던 강당 안이 조금 어수선 해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1라운드 게임 시작 때와는 다르게 타인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것이 돈의 힘이었다.
방금 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돈에 대한 욕망이 다시 모든 부부들을 일으켜 세운 것이었다.
-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 전원 2라운드 게임에 참여하시려나 보군요. 2라운드 게임은 저희 컴퍼니에서 개별 통지하겠습니다. 집에 편히 쉬고 계시면 될 것 같군요. 하하하.
힘들어 하는 서영을 부축하며 민혁은 실소를 날렸다. 치킨 박의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편히 쉰다라... 그 누가 쉬겠냐. 이 개... 닭대가리 새끼야. 벌써부터 무슨 게임을 하게 될지... 두렵고 무섭다...’
민혁은 솔직히 당장이라도 게임을 포기하고 싶었다. 단체 공개 섹스가 1라운드 게임이었다면, 다른 게임들은 그보다 더하면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라리 혼자라면 버텨보겠지만, 벌써부터 지치고 충격 받은 아내 서영과 그것을 헤쳐 나갈 자신이 없었다.
‘... 포기하고 싶지만... 또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이게... 차라리 꿈이라면...’
포기하고 싶지만, 한 번 참여한 이상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게임.
이것이 바로 컴퍼니가 주최한 섹스게임이었다. 이대로 포기하고 나가버리면 사채업자들에 시달려 언제 죽을 지도 몰랐다. 더 무서운 점은 빚을 갚아나갈 먼지만한 희망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섹스게임은 달랐다. 악몽 같은 짓을 계속 해나가면 30억이라는 빚을 단번에 갚을 수 있는 기회라도 존재했다.
‘... 할 수 있을까?’
민혁은 스스로 물었지만,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이론 상 1%의 확률이었다. 어렵다. 그러나 결코 포기를 할 정도의 비현실적인 확률은 아니었다.
- 아쉽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군요. 하하하. 강당 뒤쪽으로 차례로 나가시면서, 저희 직원이 주는 칩 꼭 받아가세요. 아참, 저희 컴퍼니에서는 여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작은 선물을 또 준비했습니다. 하하하.
선물이라는 말에 강당 안의 모든 부부가 치킨 박의 입에 집중했다.
- 하하하. 별 것 아닙니다. 많이 기대하셨다면 괜히 죄송할 것 같군요. 칩을 받아 가실 때, 저희 직원이 봉투 하나를 더 드릴 겁니다. 저희 컴퍼니에서 조금의 차비를 챙겨드렸습니다. 백 만원입니다. 하하하. 더 드리고 싶은데... 저희도 사정이 그러해서... 하하하하하.
차비로 1 백만 원을 챙겨준다는 말에 몇몇의 부부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100쌍의 부부에게 차비를 1 백만 원씩 줬다면, 1라운드 게임 후 차비로만 1 억 원의 현금을 뿌린 컴퍼니가 아닌가? 사회적으로도 IMF 후, 기업들의 줄도산과 급속한 소비 심리의 냉각으로 현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 그럼 안녕히 가시길 기원하며... 저 치킨 박 물러갑니다.
스크린에서 치킨 박은 강당 안의 모든 부부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정중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은 깜깜한 화면으로 변했고, 더 이상 치킨 박의 존재를 느낄 수는 없었다.
“괜찮겠어?”
“... 으응.”
스크린에서 치킨 박이 사라 진 후, 강당 안의 부부들은 컴퍼니 직원들의 안내를 받고 차례대로 강당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민혁도 서영을 부축하며 느릿느릿 걷고 시작했고, 강당을 나가기 직전에 컴퍼니 직원에게 빨간 칩 한 개와 봉투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 잘... 챙겨야 해.”
서영이 힘겹게 민혁에게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민혁은 괜히 눈시울이 불거졌다. 사업 욕심만 아니었다면 IMF가 터졌더라도 이렇게 큰 빚을 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아내가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민혁이었다.
“해가 지네... 노을이... 참... 예쁘다.”
민혁이 서영을 부축한 채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서영의 눈에도 새빨간 노을이 들어왔다.
“... 그래... 참... 예쁘다... 저렇게 예쁜... 세상 속에 살고 싶다.”
서영이 중얼거렸다.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서영의 바람...
그러나 미처 서영은 생각하지 못했다.
노을 뒤의 짙은 어둠의 세상을...
***
이틀이 지났다.
힘겹게 집에 돌아 온 민혁과 서영은 그동안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심신이 지쳤던 서영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몸져누웠기 때문이었다. 거의 이틀 내내 잠만 잔 서영이었다. 걱정이 된 민혁은 이틀 내내 잠도 자지 못한 채, 서영을 지켜보고 보았다.
“괜찮아?”
“응. 연아는?”
“장모님이 당분간... 맡아주신 대.”
“나... 나쁜 엄마인 가봐. 휴...”
거의 이틀 만에 일어난 서영은 하나 뿐인 딸이 이제야 생각났다. 아무리 힘들었다지만, 딸의 존재를 이틀간이나 잊고 살다니, 서영은 속으로 자신의 행동을 꾸짖었다.
“거의 정신을 놓았으니... 우리 딸도 이해할 거야.”
“그래도... 휴우. 조금 후에 전화 해봐야겠어.”
“그래,.. 그건 그렇고 몸은 어때?
“... 걱정 마.”
“아니... 내 말은...”
“아...”
민혁의 말을 눈치 챈, 서영이 오랜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살짝 부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
“미안해.”
“왜?”
“나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
미안해하는 민혁의 어깨를 오히려 서영이 다독거렸다. 이틀 동안 거의 잠을 못 자면서 민혁은 내심 서영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에 걸렸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정상적으로 발기가 되었다면, 아내인 서영이 그나마 정신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수치감을 덜 느꼈을 것이고, 신체적으로는 충분한 여유를 주면서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니...
“밥 먹어야지?”
“... 응. 조금 배고프네.”
“그래서 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놨지! 앉아. 금방 차려줄게.”
마음의 빚을 조금 덜은 민혁이 약간은 과장된 행동을 하며,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민혁을 서영은 지긋이 바라봤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이런 배우자가 있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서영은 밥을 먹고 더욱 더 힘을 내기로 결심했다.
“자.. 먹어 봐.”
어느새 식탁에는 맛있는 된장찌개가 끓여져 놓여 있었다. 그 외 밑반찬은 배추김치가 전부였지만, 이틀 내내 먹지를 못한 서영은 군침이 돌았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은 서영이 된장찌개의 맛을 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그 행동을 막는 일이 발생했다.
“누구지?”
초인종이 울린 것이었다.
“그러게?”
막 식사를 하려던 서영이 숟가락을 다시 식탁에 놓았다.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는데, 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내가 가볼게.”
민혁이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영은 남편인 민혁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야?”
서영이 큰 소리로 민혁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서영도 자리에 일어나서 민혁이 있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민혁이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서영의 눈에는 그가 들고 있는 건 편지로 추정되는 봉투 하나였다.
“... 서... 설마.”
민혁이 들고 있는 편지 봉투는 서영의 눈에 익었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었어. 이것 외엔...”
민혁이 고개를 들어 서영을 향해 말했다.
“... 컴퍼니... 초대장...”
서영이 중얼거렸고, 민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 2라운드가 시작되려나 봐. 이틀 만에...”
“뜯어 봐.”
서영이 민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민혁은 편지 봉투의 입구를 뜯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 장의 편지가 있었고, 민혁과 서영이 조심스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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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 김서영 부부께.
안녕하십니까?
먼저 저희 컴퍼니의 두 번째 편지를 받게 되셔서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시작합니다.
이미 예상하고 계시듯이, 이 편지는 2라운드 게임을 위한 초대장입니다.
저희 컴퍼니에서는 이번 2라운드 게임을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였고, 최민혁님과 김서영님을 아주 정중히 모시려고 합니다.
(생략)
혹시나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시더라도 2라운드 게임이 진행되는 장소에 꼭 나와 주셔야 합니다. 이 점을 지키지 않으면 단순히 게임 포기자가 아니라 패배자가 됩니다. 즉, 저희 컴퍼니에서 부르는 ‘루저’가 되오니, 주의하시길 바라며...
다시 공지합니다만, 루저가 되면 두 분의 신체는 저희 컴퍼니에 귀속됩니다.
아래에 게임 참여일과 장소가 적혀 있으니, 꼭 늦지 않게 오시기 바라며, 지각 역시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항상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참여일 : 7월 29일, 수요일 오전 9시.
참여 장소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XX 별장.
준비물 : 소지하고 계신 빨간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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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내용의 컴퍼니 초대장이었다. 그러나 간단한 내용과는 달리 민혁과 서영의 마음은 급해져갔다.
“이거... 이거...”
민혁이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서영이 중얼거렸다.
“내일이야.”
@ 11부에서 이어집니다.
틈 나는대로 글을 써서, 분량과 오탈자 확인 못합니다.
이해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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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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