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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8 808회 0건
도대체... 왜!

서영의 말을 들은 민혁은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도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머릿속엔 서영이 말한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폭풍을 치고 있었고, 이 의문 하나에 지금껏 고민이 너무나 하찮아짐을 느끼고 있었다.

“왜...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고개를 숙인 채, 민혁이 중얼거렸다.

“맞아... 맞아... 맞아... 이건 가장 기본이야. 가장 기본 적인 문제인데... 난 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어.”

“... 나도 처음부터 의문을 가졌던 건 아니야.”

“왜 우리는 문제를 인식조차 못했지?”

민혁이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런 민혁을 바라보며 서영이 입을 열어 차분히 말을 한다.

“욕심... 다 욕심 때문이야.”

“맞아! 급한 사정 때문에... 우리는 상금... 그 돈에 대해 먼저 생각을 했지. 생각해 보면, 처음 편지를 받았을 때도, 이 편지가 장난인지, 사실인지에 대해 고민했었어. 컴퍼니라는 곳이 왜 우리에게 이런 제안을 했는지... 그걸 생각하지 못했었지.”

“그리고 1라운드 게임 전... 질문 시간에 그 누구도 이 질문을 하지 않았지. 다 돈에 눈이 멀어버린 거야.”

서영의 말을 들은 민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데... 우리는 왜 이 질문을 하지 못했을까? 당신은 왜 하지 않았어?”

문제 인식을 하고 있던 서영에게 민혁이 질문을 했다.

“나도... 그 질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으니까. 2라운드 게임 전에 이 질문을 하면, 치킨 박이 대답을 해줄까?”

“그 닭대가리가... 해줄까? 모르겠는데... 지금으로선...”

민혁과 서영은 이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치킨 박에게 들을 수 있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섹스 게임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컴퍼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건 다른 부부들에 비해서 한 발 앞서서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방금 까지는 당신의 생각을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 봤어.”

서영이 민혁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런 서영을 보며 민혁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루저가 된다면 컴퍼니에 신체가 귀속된다는 말... 최악까지 생각해 봤는데...”

“... 말해 봐.”

“휴우. 최악은 죽음이야... 그 있잖아.”

끔찍한 생각인 듯 서영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야기를 했다.

“그 있잖아... 장기를 하나씩 팔려서... 우리가 죽고... 그들이 돈을 버는...”

서영의 끔찍한 가정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민혁 역시 어두운 얼굴로 서영의 말을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장기가 팔려서 죽는... 그런 생각까지 해봤는데... 한편으로는 이것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해.”

“부족하다니?”

“컴퍼니는 우승팀에게만 50억의 상금을 걸었잖아. 그리고 기타 상금에 게임 진행에 대한 운영비랄까? 그런 것까지 더하면 막대한 돈을 쓰고 있어.”

“그... 그렇지.”

“내가 만약 컴퍼니라면... 그렇게 귀찮게... 또 복잡하게 일을 할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게임을 통해 루저를 만들어서... 그 루저들의 장기를 팔아서 수익을 낸다?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더구나 막대한 돈을 상금으로 뿌리면서 말이야. 그냥 장기 밀매 집단이라면... 이런 가정을 하는 나도 끔찍하지만... 차라리 지나가는 사람 납치해서 파는 게 더 편할 것 아니야?”

서영의 말은 확실히 논리적이었다. 단순히 장기 밀매 집단이 컴퍼니라면, 굳이 수 백 명의 사람을 초대해서 막대한 상금을 뿌려가며 이런 게임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간편한 방법은 분명 존재했다.

“그럼 도대체 컴퍼니의 의도는 뭐지?”

민혁이 다시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물론, 서영이 정답을 알려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걸 모르겠으니... 이런 생각도 했어. 영상을 찍잖아.”

“응.”

“그것을 유통시키나 했는데... 이것도 무리야.”

“왜?”

“위험 해. 그런 영상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컴퍼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 버려. 그들은 세상에 자신들이 드러나질 않기 바라거든.”

“좀 더 설명해주겠어?”

민혁은 다시 한 번 서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이 이틀 내내 자는 동안 자신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 서영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를 못했었다.

“사실만 놓고 생각해 봤어. 기본적으로 치킨 박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겨. 컴퍼니의 핵심이 정체를 숨긴다는 사실... 컴퍼니가 세상에 드러나질 않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해. 그리고 우리가 게임을 하기 전에 기억나겠지만... 1라운드 게임 전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 수 없도록 가면도 씌웠어. 또한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어.”

“응.”

“참여자들이 모두 게임에 참여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 이상 정체를 숨길 수 있도록 한 거야. 그리고 모든 부부가 게임이 임하자, 정체를 숨기지 않았지. 한통속이 되었다고 치킨 박은 생각했을 거야. 그 증거로 영상을 찍었고... 그건 우리에게 족쇄를 채운 것과 같아.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컴퍼니의 존재를 말할 수 없도록 무언의 협박을 한 거라고 생각 해.”

“그... 그렇네.”

“우리는 이미 컴퍼니의 공범과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거야. 설령 게임 포기자들이 상금을 받아 떠나더라도 그들 역시 게임에 참여한 사실과 그 영상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컴퍼니를 거역할 수는 없을 거야.”

서영의 말을 듣고 민혁은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과 한통속이 되어버렸으니, 어쩌면 설령 운이 좋아 1위를 하더라도 평생 컴퍼니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택시기사가 말한 최고의 조언이 진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민혁이었다.

“나도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생각을 못했어. 그리고 아직 그들의 의도도 모르고...”

“당신도 참 고민을 많이 했나 봐.”

“사실 두려워. 다른 조들은 컴퍼니의 의도를 알고 있을까 봐. 누군가는 질문 시간에 컴퍼니에 대한 의도를 물어봤을 것 같은데...”

“음...”

앞을 대비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했던 두 사람, 이틀 동안 나누지 못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실은 더욱 암울하기만 했다.

“아참. 몇 시지?”

잠깐의 정적을 깨고 민혁이 말을 했다. 서영과 의견을 나누면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이었다.

“오후 6시인데...”

“나... 나갔다 올게.”

“왜?”

“렌트 좀 하려고...”

“꼭 차가 필요 해. 저번처럼 택시...”

“산속이야. 면내에서 택시가 가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응?”

“설령 가더라도 저번과 같은 택시기사는 아닐 거야. 이미 참여자들이 서로 정체를 밝혔고, 영상도 찍었으니... 그렇게까지 컴퍼니가 통제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럴까?”

“더구나...”

“응?”

“택시나 타고 다닐 것이라면, 컴퍼니가 100 만원이나 차비를 줬겠어?”

민혁이 억지로 씨익 웃는다. 그리고 서영 역시 방긋 웃었다. 힘들고 지쳐도 웃어야 힘이 나는 것을 두 부부는 알고 있었다.

“된장찌개 다 식었겠다. 데워서 밥 챙겨 먹고 있어.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와.”

대화를 마친 민혁이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영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식탁으로 향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

덜컹덜컹.

갤로퍼가 힘겹게 산속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길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 사실 길포장은 둘째 치고 이런 곳에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민혁과 서영이었다.

“이 길이 맞아?”

“지도상으로는...”

지도 한 장을 가지고 2라운드 섹스 게임에 참여하려 가는 민혁과 서영은 벌써 3시간 넘게 고생 중이었다. 집합 시간이 오전 8시였기에 새벽 4시 경에 출발한 그들 부부였는데, 아직까지 집합 장소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휴우. 또 차 돌려야 하는 것 아니야?”

현재 민혁은 신경이 아주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가평군 설악면까지는 손쉽게 왔지만, 그 후 무려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며 길을 헤 메고 있었다. 산길에 들어서는 벌써 3번이나 차를 돌려야 했던 민혁이었다.

“시간 얼마 남았지?”

“이제 40분 정도 남았어.”

“아... 이러다 도착 못하는 것 아니야.”

나름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한 민혁이었으나, 생각보다 길이 나오지 않자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오전 8시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루저가 되지 않던가.

“지도상으로는 이 길이 진짜 맞는 것 같은데...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서영이 말을 흐린다. 분명 자신의 눈에는 이 길이 맞다고 생각되었지만, 주위 환경을 보면 도저히 건물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이제 어쩔 수 없어. 돌아가서 다시 길을 찾더라도... 늦어. 이 길이 아니면....”

민혁이 말을 다하지 않았지만, 서영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 게임도 참여하지 못하고 루저가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더구나 루저가 되어서 정말 죽음이라도 당해버리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일이었다.

“진짜 이런 곳에 건물이 있다면... 씨발. 공무원 새끼들... 미친 것 아니야. 이걸 허가를 내줬단 말이야.”

운전에 지친 민혁이 욕을 했다. 무작정 길을 따라 운전하고 있지만, 도저히 이런 곳에 건물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자신도 건물을 짓는 일을 하긴 했지만, 이런 곳에 건물을 짓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길이라고는 할 수도 없고... 무슨 차를 타고 가는데 엉덩이 뼈가 다 아파?”

까칠한 말을 연이어 내뱉는 민혁, 사실 마음속은 그만큼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길에도 참여 장소인 별장이 나오지 않으면, 정말로 루저가 될 수도 있었다.

“... 20분 정도 남았어.”

서영이 작은 목소리로 남은 시간을 알려줬다.

“참... 쉽게 가는 법이 없네...”

말은 거칠게 하지만 민혁은 마음속으로 건물이 눈앞에 보이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렇게 갤로퍼는 약 5분 여 의 시간을 더 달렸다.

“저... 저기.”

서영이 소리를 쳤다. 그리고 민혁의 눈에도 보였다.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자 산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넓은 평지가 드러났고, 그곳에는 3층짜리 건물과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씨발. 어떤 공무원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먹어서 배가 부르겠군.”

갤로퍼를 운전하여 평지 초입에 들어 선 민혁이 내뱉었다.




@ 13부에서 이어집니다.

틈 나는대로 글을 쓰느라, 분량 및 오탈자 확인 못합니다.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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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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