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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8 770회 0건
이틀이나 굶었지만, 서영은 밥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입맛이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역시 컴퍼니가 보낸 두 번째 초대장 편지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깊숙한 산속 같아. 렌트라도 해야겠는 걸?”

어느새 지도를 보고 온 민혁이 말을 했다. 섹스 게임 2라운드 장소는 생각보다 깊숙한 산속에 위치해 있었다. 가평의 설악면 내까지는 어떻게 가더라도 참여 장소인 XX 별장까지 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민혁이었다.

“나 때문에... 이틀을... 그냥 보내버렸어.”

“아... 아니야.”

안타깝고 급한 마음에 서영이 자책했다.

“다른 부부들은... 어떤 식으로라도 준비를 했을 텐데... 나 때문에... 이틀이라는 시간을...”

“아니야.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 일 거야. 따지고 보면 준비랄 게 없어. 무슨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 길이 없잖아.”

민혁의 말은 결코 서영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사실이 그러했다.

“그래도 나 때문에... 혹시 알아?”

“응?”

“다른 사람들은 담합을 했을지? 그때 나 때문에... 우리는 정신이 없었잖아.”

서영은 다른 부부들이 힘을 합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서로 간의 경쟁은 이어지겠지만, 몇몇 부부라도 힘을 합친다면 최종 라운드인 7라운드까지 가기에는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그녀였다.

“음...”

서영의 생각을 들은 민혁이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왜?”

“당신 말이 일리는 있어... 그러나 게임 전에 담합을 하기에는 무리야. 생각해봐.”

“응?”

“우리는 전부 어떤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몰라. 그런데 게임 전에 담합해봐야 무슨 소용이야?”

“......”

“예를 들어, 당장 내일 2라운드 게임이 일대일 매치라면?”

“아...”

민혁의 말을 듣고 서영이 탄성을 내뱉었다. 민혁의 뜻을 이해한 것이었다.

“그 닭대가리가 게임 방식은 다양하게 이뤄진다고 했어? 그리고 기억나지? 섹스게임에 참여했다던 그 택시기사도 똑같이 말을 했고...”

민혁의 입에서 택시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서영은 순간 흠칫 거렸다. 그러나 민혁은 그 모습을 눈치 채지 못했다.

‘맞다. 택시기사... 아니 그 에이스라는 남자... 잊어버리기 전에 전화번호를 기록해야겠어.’

민혁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잠시 에이스에 대한 생각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민혁에게 에이스가 몰래줬던 쪽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결코 그럴 수는 없었다. 분명 에이스는 그 쪽지와 내용에 대해 함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서영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당분간은 민혁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게임이 항상 탈락자를 발생 시키는 건 아니라고 했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게임도 있다는 말인데... 1라운드 게임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응.”

“윈윈 게임이라면 담합을 해도 돼. 하지만... 그 조차도 게임 시작 전에는 힘들어. 다시 말하지만 무슨 게임이 나올지 알 수 없고... 당장 1라운드 우리를 제외 한 19쌍의 부부... 우리가 운이 좋아 7라운드까지 가더라도 그 19쌍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야.”

민혁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섹스 게임을 주최하는 컴퍼니는 보안 및 통제 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100쌍의 부부를 한 자리에 모이지 않게 했다. 1라운드 게임에서 조마다 각 20쌍 씩 5개조로 나눈 것도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우리가 게임에 직접 참여를 하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 2라운드 게임 장소에 도착해서 게임 상대가 누구이고, 몇 인지 확인하기 전까지의 담합은 무의미하다는 거야. 택시기사의 말을 빌려보면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고도 기회는 있다고 했어. 차라리 상황에 따라 그때 힘을 합치면 모를까... 언제 어디서 만날지도 혹은 영영 앞으로 못 볼지도 모르는 상대와 담합? 연합? 의미 없지.”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괜한 걱정을...”

“그리고 단체 게임도 생각해 봤는데... 단체 게임을 하더라도 이번처럼 20쌍을 넘지는 않을 것 같아.”

“왜?”

“20쌍이 넘는 단체게임을 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100쌍을 한 자리에 초대했겠지. 그리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컴퍼니도 그만큼 게임 통제가 힘들 거야.”

서영이 심신의 회복을 위해 자는 동안 민혁은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의 기억을 되돌리며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고, 여러 가정도 해보며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완벽한 답은 찾을 수 없지만, 최소한 답에 근접하는 무언가라도 얻고자했다.

“많이... 고민 했나 봐?”

“하... 그냥... 잠도 안 오고...”

“휴우. 우리 남편 고생하는데... 나만 잠을 자고...”

“아니야. 체력회복이 우선이지... 그러니까 다른 부부들도 이틀 동안 별달리 준비할 건 없었을 테니... 괜한 걱정 마.”

“그... 그래.”

민혁의 말을 듣고 서영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이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길로 들어섰으니, 묵묵히 전진만 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 게임 등을 생각해 봤는데...”

“그래?”

민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가진 빨간 칩...”

“응.”

“앞으로 2라운드, 3라운드...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 철저하게 개수를 숨겨야 할 것 같아.”

“아... 치킨 박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을 했었어.”

민혁의 말에 서영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민혁이 되물었다.

“질문 시간에....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었잖아.”

“그랬지.”

“그때 그 생각을 했거든. 처음에는 그 어떤 팀이라도 칩 1개에서 출발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칩 개수는 팀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칩이 판돈 역할을 하는데... 상대가 몇 개의 칩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면... 큰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맞아. 난 이런 생각도 해봤어. 만약 5라운드쯤에서 우리가 가진 칩이 10개야. 일대일 게임을 하고 상대방이 가진 칩이 5개 일 때, 판돈을 칩 6개 이상 걸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면?”

“게임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승리하겠지. 상대는 바로 루저가 되니까...”

민혁과 서영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그만큼 소지하고 있는 칩 개수는 숨겨야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봤어.”

“어떤?”

민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닭대가리도 그렇고... 나도 그랬고... 분명 함께 다음 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는 게임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걸 윈윈 게임이라 표현했는데... 그게 꼭 아닌 경우도 있을 것 같아.”

“그래?”

“칩 개수가 줄어들거나 유지가 되면, 루저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야.”

“무슨 말이야?”

서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민혁에게 질문을 했다.

“내 말은 간단히 생각하면 돼. 반드시 라운드 게임을 통과할 때, 칩 개수는 1개라도 늘려야 한다는 거야. 나중에 팀마다 칩 개수가 달라질 수 있지?”

“응.”

“그런데 분명 택시기사가 이런 말을 했어. ‘게임에 이겨도 탈락할 수 있다’라고... 이게 무슨 뜻일까 생각해 봤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래. 게임은 통과했는데... 칩 개수는 늘리지 못했거나, 오히려 줄어버린 경우가 아닐까 싶어.”

“그럴 가능성이...”

“나도 몰라. 다시 말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야. 다시 하나의 예를 들어볼게. 4라운드까지 우리가 총 10개의 칩을 소지했어. 그런데 5라운드 게임에서 어떠한 이유에서 5개의 칩이 줄어들어버렸어. 그 상황에서 6라운드에 진출했는데... 판돈의 칩 개수가 6개라면?”

“이해는 되는데... 게임을 통과했는데 칩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을까?”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 하지만... 이틀 간 정말 고민을 해봤어. 그 닭대가리 말대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면...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택시기사가 예를 들었듯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패배자가 승리자에게 칩을 한 개씩 줘야 하는 경우... 게임 룰이 ‘반드시 10번의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야 한다, 게임 종료 시 칩 5개 이상 소유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라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서영은 민혁의 가정이 그럴싸했다. 게임의 규정은 참여자들에게 공정하기만 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컴퍼니가 만들 수 있었다. 민혁의 말대로라면 설령 칩을 잃어도 다음 라운드에 통과할 수 있는 경우가 생겼다. 승리가 아닌 승리가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게임에 졌다고는 하 수 없었다. 그 경우는 루저가 될 테니...

“우리 남편... 머리 다 빠지겠어...”

“하... 그냥 시간이 나서 이런저런 가정해 본거야. 혼자 망상을 한 것이 수도 있지만...”

“아... 아니야.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그럴까?”

“응. 당신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또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예 아무 생각도 못하고 당하는 거보다는 나아. 내 생각에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서영은 민혁이 고마웠다. 자신이 자는 동안 그 다음 게임을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고민을 한다고 반드시 이기지는 않겠지만, 고민을 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에이스 역시 상대를 항상 관찰하고, 또 컴퍼니를 연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또 없어?”

서영이 민혁에게 물었다. 민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휴우... 내 머리로는 여기까지...”

“그래? 그런데... 나 그때 질문을 하나 못했는데...”

“무슨? 그 닭대가리한테?”

서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때문에 우리 조가 그렇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또 궁금증이 있다는 말이야?”

“응.”

“그런데 왜 못 했어?”

민혁의 질문에 서영이 크게 숨을 내뱉었다.

“휴우... 분명 우리가 질문을 하고 치킨 박이 대답을 하면 우리에게 정보가 될 거야. 그런데... 그 누구도 이 질문을 하지 않았어.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고... 또 우리가 가장 궁금해야 하고.... 또 가장 기본인 질문이었는데...”

민혁의 서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당시 치킨 박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까지 들었던 민혁이었는데, 도대체 서영이 말한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그 닭대가리한테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심지어 그 놈은 치킨 박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치킨은 싫어한다고 답변하기도 했잖아. 도대체 우리가 묻지 않았던 것이 뭐야?”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응”

“무슨 뜻이야?”

민혁이 질문을 다시 질문을 하고 서영이 이내 답변했다.

“도대체 왜 이 짓을 하는 거야. 섹스게임이라는 것을... 그것도 자기 돈을 상금으로 걸면서... 한두 푼도 아니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 1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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