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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정(慾 情) - 4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08 966회 0건
미정이의 집에 도착한 후 할머니께 미정이의 핸드폰을 받아 남해시 소재지로 나왔다. 죽기 전 마지막에 누가 그 애와 통화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 날 미정이가 통화를 시도한 남자가 나밖에 없다면 믿기는 싫지만 그 애의 자살은 내가 약속을 어긴 것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다른 남자가 있다면...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켜본 미정이의 핸드폰 통화 내역은 단순했다. 그애가 죽기 전날 미정이가 건 번호는 나와 통화를 시도한 내역밖에 없었다. 문자도 마찬가지... 미정이에게 걸려온 전화번호 중 누구인지 입력이 안 되어 있는 번호가 2~3개 정도 있었지만 오후까지의 내역이었고 밤에 통화를 주고 받은 건 승희라고 입력되어 있는 번호와 다방 사장인 성수 형님 단 둘이었다. 나와는 통화를 한 적이 없으니...

난 승희라는 아가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같이 근무하는 김배영 순경이 귀여워했었는데 작고 아담한 몸매에 짧은 치마를 주로 입던 00다방에서 미정이와 함께 일하던 여자애였다. 나이도 미정이 또래였고... 승희와의 통화는 밤 9시 정도까지였고 길지 않았다.

성수 형님과 미정이의 전화 통화는 성수 형님이 미정이에게 걸었었고 밤 11시 20분경에 1분 정도 통화가 이어졌다.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왜 그리 늦은 시간에 통화를 했을까? 그 시간은 내가 미정이의 전화가 귀찮아져 핸드폰을 꺼버리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인데...

설마 성수 형님이? 미정이를? 그게 자살할 이유가 되나? 그 밤에 다방 문을 미정이가 잠궜다고 하더라도 성수 형님은 들어갈 수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형사들이 내민 종이에 미정이는 아무 것도 적지 않았는데...

난 승희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조순경이라고 너 00다방에서 일할 때 거기 파출소에서 근무했는데 기억나니?”

“아.. 예.. 그런데 오빠가 웬일로...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응.. 우연히 알았어. 너 아직도 00다방에 일해? 아니면... 다른 곳이야?”
“여기 평택이에요. 터미널 근처... 그런데 왜요?”

“그냥.. 김순경이랑 이야기하다 갑자기 니 생각이 났어. 배영씨가 너 같은 스타일 엄청 좋아했거든... 거기도 다방이야?”

“호호호. 저 같은 게 그럼 어디 가겠어요? 여기 온지 두 달 됐어요. 또 다른 데로 옮기려고 알아보는 중이에요.”

“왜? 무슨 일 있어?”

“일은 그냥 똑같아요. 사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옮기려는 거에요.”

“사장이? 왜?”

“너무 짜게 굴어서요. 몸 아파서 쉰 것도 월급에서 다 까고.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원래 쉬면 월급에서 제하고 주지 않나? 다른 데도 마찬가지잖아?”

“다른 데보다 훨씬 야박해요. 그래도 00다방보다는 여기가 낫지만...”

응? 무슨 소리지?

“00다방? 거기 성수형님이 사람 좋지 않아? 왜?”

“그 사장님은 짜기도 엄청 짠데... 거기다 좀 밝혀요. 다른 애들은 그런 거 이용하기도 하는 데 전 싫어서...”

“밝히다니? 치근덕거린다는 말인가?”

“평소엔 아주 점잖은 듯 보이는데 술이 많이 취하면... 아가씨들을 불러내요. 할 말이 있다는 식으로... 그리고 같이 술을 먹고 데려다준다고 차에 태워서 차 안에서 요구하기도 하고 모텔로 데려가기도 하고...”

“응? 성수 형님이? 전혀 몰랐는데... 그럼 너도...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요. 같이 일하는 언니들한테 들어서... 알아요. 미정이하고 전 괜찮았어요. 우린 어리고 지명도 많고 인기가 좋았거든요. 사장도 함부로 못했어요. 하지만 미정이 죽고 나서 얼마 후에 그 곳을 떠났어요. 괜히 싫어져서...”

“응... 그날 밤 이야기 좀 해줄래? 혹시 미정이 죽기 전날 밤 기억나는 거 없어?”

“오빠가 그 걸 물으니 이상하네요. 미정인 오빠 때문에 힘들어했거든요. 오빨 많이 좋아했어요. 그 날은 저한테 오빠가 밤에 다방으로 오기로 했다고 하면서... 들떠 있었어요. 그래서 언니들하고 9시 쯤 다방을 나와 근처에서 술을 마시다 숙소로 갔거든요.”

“미정이가 날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어?”

“저한테만 이야기 했어요. 전 그래서...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는줄 알았는데...”

“아니... 난 그날 가지 않았어. 정말이야. 그럼 성수 형님도 그 날 미정이가 혼자 다방에 있는 걸 알고 있었니?”

“아마.. 알았을 거에요. 그 날 술 마시고 있는 데 저한테 전화를 했더라구요.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좀 취한 목소리로 어디냐고 물어서 언니들하고 술 마시고 있다고 했죠. 그랬더니 거기로 왔었어요. 사장이...”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 오기 전부터 잔뜩 취해가지고 와서는 같이 합석해서 술을 마셨어요. 우리들에게 미정이는 왜 빼고 니들끼리 술을 마시냐고, 먼저 숙소에 갔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미정이는 오늘 다방에서 잔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사장이 미정이를 어떻게 해보려고 다방에 가면 어쩔까 하고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그래서.. 뭐? 말해봐. 괜찮으니까..”

“오빠랑 거기서 만나기로 한 것 같다고 했어요. 오빠하고 함께 있다고 하면 사장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는 어떻게 됐어? 성수 형님이 다방으로 갔니?”

“그건 몰라요. 그냥 술집에서 나갔어요.”

그 이후에 미정이에게 전화를 하고... 다방으로 갔다. 그 다음엔... 미정이를 강제로 덥쳤단 말인가? 그게 너무 억울해서 자살을 했고?

삶을 포기할 이유로 보기엔 약한데...

“미정이가 죽고 난 후 성수 형님에게 뭐 별다른 점은 없었니?”

“전 바로 다른 곳을 알아보고 며칠 후에 옮겼어요. 사장님과 미정이 사이에 별다른 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상한 건... 평상시엔 무지하게 짜게 구시던 분이 미정이 할머니에게 장례비로 꽤 많은 돈을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나도 성수 형님이 그렇게 인색한 분이라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아가씨들한테는 야박하게 굴었어?”

“월급 외에는 엄청 짰어요. 다방에서 먹는 점심도 별다른 반찬이 없어서 라면 같은 걸로 때울 때가 많았고... 우리랑 마신 술값이나 가끔 다방에서 간식으로 통닭이나 피자를 시켜도 사장님이 계산한 적이 별로 없어요. 먼저 다른 곳에 약속 있다고 나가버리곤 했어요.
하긴 월급도... 조금이라도 늦게 출근하면 꼬박꼬박 시간당 2만원씩 계산해서 까고 줬어요. 그 곳에서 일하면서 사장님한테 좋은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승희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난 미정이의 할머니께 들리지 않고 바로 내가 근무하던 경기도 00면으로 출발했다. 민현규를 만난 이후에도 전혀 풀리지 않던 실타래가 드디어 풀릴 기미가 보였다.

그 날 밤 성수 형님은 다방으로 갔다. 다음 날 미정이는 농약을 먹은 채 발견됐다. 이 두 가지 사실 사이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면 된다.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던 때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좁혀져 있었다.

그런데 경기도 00면까지 7시간을 운전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날 괴롭혔다. 어쩌면... 성수 형님도 직접적인 이유가 아닐지 모른다. 기가 막힌 우연의 반복이 원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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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제 생각은 변함없어요. 오래 있어달라는 말은 안할게요. 그냥 마음 추스릴때까지만 곁에 있어주면 되요. 나 같은 미인이 부탁하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새벽에 무슨 소리가 들려 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먼저 잠에서 깨 샤워를 하고 화장실에서 속옷만 걸친 채 나오던 지연이 내게 말했다. 난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는데 지연은 그 말 뿐만 아니라 옷장에서 저번에 맞추었던 내 정장을 꺼내 탁자 위로 올리며 한 마디 더했다.

“실은 다음 주 수요일에 집 근처 동부지방법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아저씨는 이 옷을 입고 10시까지 법원 앞으로 오시면 되요. 물론 아저씨를 이용해서 그 사람 기죽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냥 흔들릴 것 같아서... 마음이 변할까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어젯밤 그 뜨거움은 뇌물이었나?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 같은데... 시키는 대로 할게...”

지연이 정장을 담아놓은 수트 케이스를 그대로 들고 그녀의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 후 회사에 있는 내 옷장에다 넣어 두었다. 그리고 오전에 다음 주 수요일 가사정리를 이유로 휴가를 신청했다.

수요일이 되었고 난 출근한다고 하며 이르게 집을 나와 회사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후 지하철에 올라 구의역에서 내려 동부지방법원으로 갔다. 조금 떨어져 보니 초등학교처럼 보이는 건물이 법원이었고 역에 내리자마자 바로 코앞에 있었다. 좀 일찍 도착한터라 1층 로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았고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마왕을 만나게 되는 군... 그 놈의 기연을 알아봐야 하나? 지연이 마음을 못 잡고 힘들어 한다면 나도 대비책이 필요한 건 분명한데...

그 때 눈에 익은 빨간색 스포츠카가 눈에 들어왔고 주차장에 선 후 깔끔한 케쥬얼 정장을 입은 이유성이 내렸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고 그 녀석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어디세요?”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깍듯한 존대 말이 지연과 통화하는 거라면... 놀라운 녀석이다. 두 살 연상이긴 하지만 자신의 부인인데... 상사나 보스를 대하는 듯이 전화하고 있다. 정장을 차려입은 녀석이 풍기는 분위기 역시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했고 누구든 녀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9시 40분경이었고 이유성은 5분 뒤인 45분경에 도착했다. 난 녀석을 알고 있지만 녀석은 날 모르는 터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난 계속해서 이유성을 관찰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짝 다리를 짚는다던지 담배를 피워 물고 연기를 내뿜는다든지 껌을 씹으며 침을 뱉는다든지 하는 약간이라도 거슬리는 행동 하나 찾을 수 없었다. 반듯함 그 자체였고 캐주얼 정장의 모델을 데려다 놓은 듯이 구두까지 티끌하나 찾을 수 없었다. 머리가 약간 짧은 편이라 어찌 보면 어색해보일 수도 있는 넥타이와 셔츠도 임자를 만난 듯이 잘 어울리고 있었는데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그림 그 자체였다.

다시 5분 쯤 흐른 뒤에 택시를 탔는지 정문으로 지연이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녀석과 나는 불과 5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 있었고 이유성이 지연을 보자 연인을 본 듯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지연과 녀석이 약간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듯 하더니 함께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때 지연이 날 보면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래 기다렸어요? 10시 까지 오면 된다고 했잖아요?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에요?”

“아니.. 방금 왔어. 커피 한 잔도 다 못 마셨는 걸.”

지연이 내게 아는 체를 하자 이유성은 거의 90도 각도로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난 고개를 약간 숙인 후 그 두 사람이 내 쪽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이유성은 내가 누군지 지연에게 들은 적이 없는 듯 잠시 날 응시했고 난 차분한 눈빛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합의 이혼이고... 한 두 달의 이혼 숙려기간이 지나면 둘은 남남이 된다. 완전한 이혼이 성립되려면 아직 기간이 좀 남은 것이다.

공직에 있는 지연은 곧 소문이 날 것이고 구설수에 오를 것이다. 사람들이 씹어 먹기 좋을 만한 미모와 직위를 가지고 있으니... 그걸 뻔히 알고 있는 그녀가 이혼을 강행했다. 하긴 그 정도 집에 무남독녀면 경찰 말고도 할 일은 널려 있겠지만...

아이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듯 했다. 그러고 보면 이유성이라는 놈 아이 걱정 안 할 수 있도록 수술을 미리 받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이유성이 먼저 건물을 나와 내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빨간 스포츠카에 올라타 정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지연이 약간 힘이 빠진 모습으로 터벅터벅 내게 걸어왔다. 옆에서 살짝 이라도 건드리면 울듯이 눈동자는 바닥을 쳐다 보고 있었는데 난 그녀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지연이 사랑하는 남자가 나이고 이유성과의 지긋지긋한 결혼을 끝내는 거였다면 그녀의 표정은 밝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연은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미망인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고 난 더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 봐도 내 인생에 이렇게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담배를 끓으려 했다가 자기 몸속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니코틴을 찾는 걸 깨닫는 며칠 후에는 다시 피우면 된다. 옆에 가족이나 동료, 혹은 친구들이 한 소리씩 하는 것 정도야 한 귀로 흘려보내고... 그걸 계기로 내게 있어 니코틴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뿐 별다른 일은 없을 테니...

녀석을 끊으려 한지 채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벌써 소중함을 깨달은 건 아닐까? 지연은 아무 말 없이 법원을 걸어 나가고 있었고 나 역시 조용히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법원 정문을 나가서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택시 잡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지연이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지연의 집 안까지 그녀를 부축해 들어간 나는 침대에 그녀를 눕혔고 지연은 옷도 벗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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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바쁘네요. 글이 쓰고 싶어도 시간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별 생각 없이 시작했던 소설이 40부를 넘어가고 시간도 꽤 흘렀네요.
불규칙적으로 올리는 것 때문에 항상 죄송스럽지만...
끝은 꼭 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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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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