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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8 921회 0건
“다... 당신 누구야!”

택시기사의 갑작스런 발언에 민혁은 크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소리쳤다. 컴퍼니가 제안한 약속장소에 거의 도착을 했다는 말과 동시에 택시기사는 차를 급정거했고, 이제는 자신과 아내인 서영에게 가면을 써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도통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민혁이 또 다시 소리를 쳤지만, 백미러를 통해 본 택시기사는 여전히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말이 짧아지면 됩니까? 그러면 서로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나쁘면 당신네 부부에게 좋을 건 없는데...”

택시기사의 말은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장난으로 말한 것만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영이 한 손으로 민혁을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갑작스러워서... 저희가 실수를 했어요.”

“미인답게 상냥하시군요”

택시기사의 너스레 떠는 모습에 민혁이 순간 울컥했지만, 서영이 다시 한 번 그를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혹시 컴퍼니에서 나오셨나요?”

“컴퍼니라... 하하. 뭐, 컴퍼니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닐 수도 있고...”

“그 말은...”

“뭐, 컴퍼니에서 당신네들을 안내하라는 지시는 받았습니다만...”

민혁과 달리 서영은 차분했다. 당장의 택시기사가 컴퍼니 쪽에서 어느 지위를 맡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컴퍼니라는 곳과 연결된 사람이라면 굳이 무례를 범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대화를 잘 해나가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쪽 부인께서는 나에게 뭔가를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서영의 마음을 읽고 있듯이 택시기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순간 서영은 당황했지만, 이내 곧 평정심을 찾고 택시기사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다.

“그래요. 우리는 컴퍼니가 제안한 곳에 가고 있지만, 지금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조금의 정보라도 알고 싶어요.”

“정보라...”

“아까는 미안했습니다. 우리 좀 도와주세요.”

어느새 민혁도 자세를 낮추고 서영과 더불어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뭘 알고 싶은데?”

“기사님이 알고 있는 걸 전부 듣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건... 힘든데...”

민혁과 서영보다 한참 어린 택시기사가 어느새 말을 놓고 있었지만, 이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 가면 훨씬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뿐, 어떻게든지 택시기사의 입을 열게 해야 했다.

“부탁해요.”

“음... 먼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무엇이요?”

“무엇이?”

택시기사의 말에 민혁과 서영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승강장에 택시가 한 대 뿐이라는 거...”

“그... 그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서영의 대답에 택시기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일단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말해주지. 짐작은 했겠지만, 컴퍼니에 초대 받은 사람은 당신 부부만이 아니야. 전국에서 수많은 부부들이 오게 되지.”

“얼마나요?”

“그건 나도 몰라. 그리고 말 끊지 마.”

“네.”

“암튼 수많은 부부가 오게 되는데, 이때 집합지, 즉 컴퍼니가 제안한 장소에 도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야. 당신들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오거나, 아니면 직접 운전을 해서 가거나... 그런데 대부분 전자야. 그건 당신들이 잘 알 거야.”

택시기사의 말은 예리했다. 컴퍼니가 제안한 장소에 가기 위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부부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민혁과 서영 부부 역시 빚을 갚기 위해 몇 대의 차량을 처분하지 않았던가.

“네... 저희는 차가 없어요.”

“하하. 그러면 결국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택시를 타는 방법 밖에 없지.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고... 난 당신들을 태우고 와서 목적지 근처에서 가면을 쓰게 한 후, 목적지에 데려다 주면 임무가 끝...”

“음음... 말씀 중에 죄송한데... 궁금한 게...”

민혁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택시기사는 손짓으로 괜찮다는 뜻을 표현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러니까 왜 당신들을 태우고 또 가면까지 씌우게 하냐고?”

“네. 컴퍼니 입장에서 저희를 데려다 줄 이유는 없잖아요.”

“설마....”

민혁의 질문에 뜻 밖에도 반응을 한 사람은 서영이었다. 택시기사는 그런 서영을 백미러를 통해 본 후, 말을 이었다.

“아까부터 봤지만, 이거 남편보다 아내가 더 똑똑하군.”

“무슨 말입니까?”

“당신 아내가 지금 생각한 것이 정답이란 말이야. 당신들 게임 초대 받은 거 아니야?”

“그... 그렇습니다.”

“게임 초대를 받았을 뿐... 아직 참여한 건 아니란 말이야. 현재까지 컴퍼니가 원하는 건 당신들 게임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게 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게임 시작도 전에 서로가 알게 되면 그건 컴퍼니로서 곤란할 것 아니야.”

“아...”

택시기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게임 진행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참여하기도 전에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게 되면 협심하여 대비책을 세울 게 분명했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되면, 협력할까봐... 컴퍼니는 그게 부담된다는 겁니까?”

“뭐... 그것도 그거겠지만, 게임 자체가 합법은 아니잖아? 그런데 게임에 초대 받은 사람들 중 누가 참여를 할지, 안 할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당신들이 서로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이 컴퍼니로서는 위험이 줄어들겠지.”

“그렇군요.”

“그래서 대부분은 이렇게 택시로 따로 안내하고... 설령 자가 운전을 해서 도착한 사람도 도착지 500미터 전에서 검문 같은 걸 하지. 결국 들어가는 길은 하나니. 뭐,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세상에 알려지는 것도 없고...”

택시기사의 말은 놀라웠다. 게임 시작도 전에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서 이 수많은 사람들을 컴퍼니가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앞좌석 뒤편에 주머니 있지? 거기에 가면 있을 거야. 빨리 그거나 써.”

“자... 잠시.”

택시기사의 말대로 앞좌석 뒤편 주머니에 2개의 가면이 있었다. 마치 가면무도회에서 쓰는 것과 비슷했고, 그것을 민혁이 꺼내었다. 그런 민혁과 달리 서영은 가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택시기사에 더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그게... 다인가요?”

“뭘?”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을 더 바라는거야?”

“아직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어요. 최대한 알려주세요. 기사님이 아는 모든 것....”

“큰일 날 여자군. 쯧쯧.”

서영의 부탁에 택시기사는 혀를 찼다. 하지만, 서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절박함이 그녀를 더욱 더 끈질기게 만들고 있었다.

“제 생각에는 기사님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느낌이요. 아니, 여자의 육감 정도로...”

“훗. 재미있군.”

“제발요.”

“솔직히 말하지. 나야 당신들의 미래를 알 수 없어. 그리고 컴퍼니가 어떤 게임을 계획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이것도 알지 못해. 물론, 그쪽이 말한 것처럼 당신들보다 컴퍼니에 대해 아는 것은 많아.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말해준 것도 당신들에게 큰 도움을 준 거야.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런 말을 듣지도 못 했을 테니... 이건 불공평하지 않을까?”

택시기사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은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게임에 참여하였고, 별다른 내용이 없었지만 컴퍼니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민혁과 서영에게는 큰 특혜나 다름없었다.

“뭐... 내 생각에는 불공평한 것은 곧 룰에 어긋난다라는 것이지...”

“기사님은 컴퍼니 쪽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하... 이것 참...”

서영의 말은 택시기사의 가슴을 찔렀다. 정확히 편을 가르자면 컴퍼니 쪽 일을 하고 있는 택시기사는 컴퍼니 편은 아니었다. 굳이 컴퍼니 쪽 대변을 할 이유도 없고,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룰에 대해 언급할 이유도 없었다.

“못 당하겠군. 뭐, 틀린 말은 아니야. 아까 말했듯이... 컴퍼니 쪽 일을 하지만... 컴퍼니 쪽 사람은 아니지. 알바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러니 말해주세요. 부탁해요.”

서영은 집요하게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했고, 옆에서 민혁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당신 같은 여자 처음이군. 좋아. 내 말이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해주지. 물론, 다 꺼내지는 않을 거야. 나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꺼내기 싫으니까.”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동시에 민혁과 서영은 택시기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표정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감사의 인사는 너무 빠른데...”

“무슨 말씀...”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리고 정확히 2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단 말이야.”

“얼마면 됩니까?”

민혁이 택시기사의 의중을 읽고 선수를 쳤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당신 남편 아무래도 바보 아니야?”

“네?”

택시기사의 질문에 서영이 얼떨결에 대답을 했고, 민혁은 자신이 한순간 바보취급을 당해서 화가 났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택시기사를 노려봤다.

“그렇게 무섭게 쳐다 볼 필요는 없어. 내 말은 당신들이 내게 줄 돈이 있으면 여기에 왔겠냐는 말이지.”

택시기사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이곳에서 온 사람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돈을 주겠다는 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뭐... 꼭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해? 아까부터 보니까 나이가 나보다 많겠지만... 여자가 마음에 들어... 봐줄만한 외모에... 야무지기도 하고...”

“서... 설마?”

“맞아 그 설마야. 내 자지에서 좆물 좀 빨리 빼 줘. 생각해보니 참 오래 됐네. 사실 아까부터 꼴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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