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범인 영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치킨 박은 12개의 방의 스크린 등장하며 모든 게임 참여자들에게 로비의 대형 스크린으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첫 번째 게임의 실제 참여자인 영수와 서영을 제외하고 나머지 10명의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추행범이고, 피해자일지 궁금했지만, 아직까지 알 길은 없었다.
비교적 옷을 입고 있던 남자들이 방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체 상태에서 묶여 있던 여자들이 뒤늦게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자와 추행범을 알 수는 없었지만, 각 부부는 서로 모여 남들이 들을 수 없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영수와 은희 부부도 그러했다.
“추행범이 나였어.”
“저... 정말?”
“조용히... 이 사실이 들키면 안 되니까...”
“응. 그런데 누가 피해자야?”
“그 년이야.”
“그 년이라면... 서영이라는 여자?”
영수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은희는 자신의 남편이 추행범으로 결정이 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자신의 의지로 서영을 찾아갔다는 사실에 조금은 시무룩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질투하는 거야?”
“아... 아니.”
“걱정 마. 전략이었으니까. 6번 부부가 우리 생각대로 행동해주면... 그 년 부부를 탈락시킬 수 있어.”
“정말?”
“나만 믿어.”
은희는 서영 부부를 탈락 시킨다는 영수의 말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런 은희를 보고 영수는 빙긋 웃었다. 자신감이 넘쳐나는 표정에 은희 역시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반면에 민혁은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방에서 나오지 않아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서영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현재 로비의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있었다. 민혁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마지막으로 우측 1번방에서 서영이 걸어 나왔다. 민혁이 재빨리 서영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서영에게 물었다.
“서... 설마?”
민혁의 뜻을 알아 챈, 서영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 본 민혁은 가슴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느껴야 했다.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1시간 동안 얼마나 더러운 짓을 당했을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고통과 아픔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 누구야?”
민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서영에게 추행범이 누구냐며 물었다. 그러나 서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서영은 영수의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할 뿐이었다. 서영이 추행범이 영수이며, 그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그리고 탈락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민혁에게 설명하기란 시간도 부족했고, 또한 복잡했다.
“누... 누구냐니까!”
민혁이 다시 묻지만, 서영이 뜸을 들였다. 그리고 민혁을 쳐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를 믿지? 난 괜찮아... 그리고 나에게 생각이 있어.”
서영의 말을 들은 민혁은 어리둥절했다. 서영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서영을 다그쳐서 추행범이 누군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든 부부가 민혁과 서영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안 와? 저 년이 피해자인가 보네?”
나이가 제일 많은 희자가 소리를 쳤다. 그리고 희자 뿐 만 아니라 모든 부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영이 피해자임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자인 서영에게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서영이 어떤 성적 유린을 당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입에서 누구를 추행범으로 선택할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민혁과 서영이 대형 스크린 앞에 도착했고,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누가 보더라도 서영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참여자들 중 오로지 수영만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서영을 바라보았다.
찡긋.
서영은 말은 못했지만, 자신을 걱정해 하는 수영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영수의 계획으로부터 수영 부부를 지켜야 함을... 그래서 남들 몰래 수영에게 윙크를 했고, 수영은 서영의 윙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은 없었다.
- 하하하. 다들 모이셨군요. 첫 번째 게임이 끝났습니다.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저 1번 여자 아니야?”
이번에도 희자가 먼저 나섰다. 희자의 말을 들은 치킨 박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 네. 맞습니다. 하하하. 1번 김서영님이 피해자였습니다.
치킨 박의 말에서 서영이 피해자임을 확인이 되자, 주위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어떤 개새끼야!”
모든 참여자가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은 당장에라도 추행범이 누구인지 안다면, 달려들어서 죽도록 팰 기세였다. 민혁이 분노를 참지 못하자, 서영이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민혁 만이 들을 수 있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나만 믿어.”
민혁이 씩씩 거리며 자리에서 앉았고, 2번 부부인 영수와 은희, 6번 부부인 영호와 효진이 흥미 있다는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하하하. 최민혁님.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추행범을 잡으면 되니까요. 자, 딱 30분을 드리죠. 김서영님 일어나시겠어요?
치킨 박의 지시에 따라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참여자 부부들은 서영에게 추행범이 누구냐며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충 누구인지 알 것 아냐?”
다시 희자가 서영을 보며 다그쳐 물었다. 그러나 서영이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게임 규정상 답변은 의무가 아니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질문을 하는 참여자들은 침묵하는 서영을 보며 답답해했다.
-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피해자께서 입을 열 생각이 없으시나 봅니다. 하하하.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치킨 박이 말을 했다. 치킨 박 역시 입을 열지 않는 서영의 의도가 너무나 궁금했다. 추행범이 영수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피해자가 아니던가.
“...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아요.”
10분이 지나서야 서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더구나 추행범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자, 참여자들은 더욱 더 술렁거렸다. 특히 희자는 빨리 추행범이 누구인지 밝히라며 성화였다.
“그런데... 헷갈려요. 잠시 시간을 줘요. 중요한 결정이니... 마지막까지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서영이 말을 마치고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옆에서 누가 뭐라 하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영은 누가 보더라도 추행범이 누구인지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인 민혁 조차 서영을 지켜봐야만 했다.
추행범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해 하며 피해자를 독촉하는 참여자들, 그리고 침묵을 하고 또 대답을 피하며 고민을 하는 피해자, 멀리서 피해자의 이런 행동을 의심하며 지켜보는 추행범...
이 모든 상황의 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로지 서영만이 알고 있었다.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며, 수영 부부를 살려내기 위한 서영의 도박이었기 때문이었다.
***
서영이 침묵을 하는 중에 영수가 영호에게 다가갔다.
“좋은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계획이요?”
영수의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영호가 대답을 했다.
“원래는 우리가 무난하게 4번 부부를 먼저 탈락시키자고 했지요? 계획을 바꾸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계획의 수정... 말이요?”
“네. 제 계획을 들어보세요.”
“좋습니다.”
영호가 영수의 입에 집중했다. 그리고 영호의 무난한 반응에 영수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연합을 한 것... 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추행범을 잡지 못하는 이상 4팀이 4라운드에는 진출할 수 없으니까... 반드시 최소한 한 팀은 탈락해야 합니다. 그런데 1번 부부가 피해자가 되었네요. 그러면 저희 첫 번째 투표는 4번이 아니라 1번 부부와 힘을 합친 3번 부부를 향해야 합니다. 1번 부부의 동료를 없앨 수 있는 기회죠. 1번 부부는 피해자 팀이라 투표권이 없으니까요.”
영수의 간단명료한 계획을 듣고 영호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아주 잠시의 생각을 하더라도 확실히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일 리가 있군요. 2표를 받으면 탈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3번 부부가 탈락하면, 1번 부부는 두 번째 게임부터 힘을 못 쓰겠군요. 그리고 4번 부부와 5번 부부는 별 것 없을 것 같으니... 제법 괜찮은 계획입니다.”
“그러면 첫 번째 투표는 3번 부부로 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제안 받아들이죠.”
영호가 영수의 계획에 찬성을 했다. 그리고 영수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계획이 이뤄지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게임에서 반드시 민혁과 서영을 탈락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영수가 영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감사하다니요? 함께 살자는 뜻인데요. 저희야 말로 큰 도움을 받습니다.”
이로써 영수와 영호의 단합으로 3번 부부인 명진과 수영의 탈락이 유력해지고 있었다.
***
“언제까지 입을 닫을 거야?”
이제는 투표까지 약 5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서영은 여전히 침묵을 하고 있었다. 모든 참여자가 그런 서영을 바라보며 답답해했고, 특히 희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서영을 다그치고 있었다.
“빨리 말하라고 미친년아!”
희자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 서영의 옆에 있던 민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거 참... 말조심 하시오!”
“뭐? 말조심? 걸레 같은 네놈 마누라 관리나 잘해라. 이 미친놈아.”
“뭐? 걸레? 미친놈?”
누가 보더라도 희자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둘 사이를 막아서지는 않았다. 민혁은 당장이라도 희자를 때려눕히고 싶었다. 여자라고 봐주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폭행을 하면 탈락이 되는 것을 알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참으세요.”
지켜보던 수영이 민혁을 향해 우려스런 모습으로 말을 했다. 수영은 민혁이 희자를 폭행할까봐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수영의 말을 듣고 난 후, 씩씩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 모습을 보고 희자가 또 한 마디를 던졌다.
“불알이나 달렸냐? 이 못난 놈아.”
민혁이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희자의 말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채 4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서영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흥분하며 욕설을 하던 희자를 포함해서 모든 참여자가 서영에 집중했다.
“계속...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확신이 없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입을 열긴 했는데... 제 생각을 말씀 드릴게요.”
서영의 말에 대답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남은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기권 규정은 의미가 없어요. 다들 못 믿으시니까 투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추행범을 잡는 경우겠지요. 칩도 많이 얻어갈 수 있고, 그 무엇보다 더 많은 팀이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참여자들이 아는 이야기를 서영이 차분하게 말을 했다. 서영의 의도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게임의 원래 목적을 상기시켜주는 데 있었다. 추행범을 잡으면 단 첫 번째 게임에서 3라운드 게임을 종료시킬 수 있고, 칩이 5개나 주어진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 추행범을 잡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1시간 당했던... 그 원한도 풀고 싶고요. 그런데 확신이 서지 않아요.”
서영이 다시 한 번 뜸을 들였다. 그녀의 입만 바라보는 모든 참여자들은 침을 삼키며 기다려야 했다.
“그 남자는 제 방에 들어와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전 눈이 감긴 채였기에... 느낌으로만 추행범이 누구인지 판단해야 해요. 그래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추행범은 두 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서영의 입에서 ‘두 팀 중 하나가 추행범이다’라는 말이 나오자, 모든 팀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두 팀이 누구야?”
희자가 서영에게 소리쳤다.
“추행범은 분명 하나인데... 그래서 방금까지 고민을 했어요. 그래도 저는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제가 생각하는 추행범은 2번 팀 김영수, 4번 팀 조영철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반드시 둘 중 하나일거라고 믿어요.”
2번과 4번이 추행범 용의자라고 서영이 지목했다. 그리고 그 와 동시에 희자가 욕설을 내뱉는다.
“거짓말이야. 이 화냥년아.”
“나... 나 아... 아닙니다..”
조용히 있던 희자의 남편인 영철이 두 손을 흔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수 역시 참여자들에게 말을 했다.
“저도 아닙니다.”
2번과 4번이 서로 추행범이 아니라며 부인을 하는 가운데, 서영은 여전히 무엇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6번 부부 중 하나인 영호가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은데... 시간이 없군요. 짧게 묻죠. 그래도 둘 중 누가 추행범이라고 생각합니까? 더 확신이 가는 쪽이 있을 것 아닙니까?”
영호의 질문에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서영의 입만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서영은 자신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 제 선택이 실수하면 안 되는데... 아... 4번 같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뿐이에요.”
서영의 입에서 4번 영철이 추행범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자, 다시 흥분한 희자가 엄청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영철이 억울하다는 듯이 추행범이 아님을 부인하고 있었다. 장내는 매우 시끄러웠고 이제 남은 시간은 약 1분 정도였다.
“영호님.”
영수가 급하게 영호에게 다가갔다.
“네.”
“3번을 선택하실 것이죠?”
“사실... 헷갈립니다. 피해자가 4번이 추행범 같다고 말하니...”
“속으시면 안 됩니다. 우리의 계획을 눈치 챈 것이에요. 3번 부부를 살리기 위한... 꼼수 일 뿐이라고요.”
“피해자가 처음부터 당신이나 4번 조영철이나 둘 중 아무나 단호하게 그 사람이 추행범이다라고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지만... 피해자는 고심을 하는 것 같더군요. 더구나 제 질문에 4번이 더 가깝다고는 했지만 그 역시 확신을 못하는 모습입니다.”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요. 믿지 마세요. 우리는 계획대로 3번을 선택해서 탈락시키면... 최소한 세 번째 게임에서는 같이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요.”
영수가 흔들리는 영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영수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4번이 추행범이라면 우리는 칩 5개를 얻고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요. 3라운드에서 추행범을 잡지 못하고 4라운드에 진출하면 고작 상금은 칩이 2개입니다.”
“상금보다는 다음 라운드 진출이 먼저입니다!”
“저에게는 상금도 중요하지요.”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영수는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껴야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영호를 설득시켜야 했다. 3번 부부만 탈락시키면, 서영 부부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제 생각이...”
“피해자는 영수님을 추행범으로 지목하기도 했지요.”
영수가 말을 잇기도 전에 영호가 입을 열었다.
“전 아닙니다.”
영수가 영호에게 부인을 했다.
“그러면 4번 부부가 추행범이 되겠군요?”
영호의 반박에 영수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예리하게 바라본 영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1번과 3번이 손을 잡았습니다. 영수님과 저도 손을 잡았지요.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번 부부가 우리를 반드시 없애야 하는 적으로 생각한다면, 왜 추행범으로 당신과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영수님을 지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4번 조영철이 추행범에 가깝다고 말을 했습니다. 난 그것이 지금 의문이에요.”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요. 다 그녀의 계획...”
“처음 계획대로 4번에 투표하는 게 무난하다고 봅니다. 혹시나 진짜로 추행범이라면... 우리는 두 번째, 세 번째 게임을 할 이유도 없지요.”
영호가 생각보다 단호하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영수는 답답한 마음에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4번은 추행범이... 아니...”
영수가 말을 하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닫았다. 하지만, 영호가 영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추행범이 아닌지... 어떻게 확신이 되시는지... 본인이 추행범이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을 텐데...”
영호가 영수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영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답을 안 하시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제 생각에 참고는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하고 싶군요. 영수님이 2라운드 경쟁자였던, 1번 부부를 경계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착이 아닌, 냉정히 생각해야 할 상황이지요. 아직 우리의 연합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처음 계획대로 4번 부부를 먼저 탈락시켜 보는 게 어떨런지요? 마침 4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유력하다고 하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영호가 비릿한 웃음을 띠며 영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영수가 무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치킨 박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 하하하하.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이제 투표를 하도록 하지요.
@ 33부에서 이어집니다.
비교적 옷을 입고 있던 남자들이 방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체 상태에서 묶여 있던 여자들이 뒤늦게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자와 추행범을 알 수는 없었지만, 각 부부는 서로 모여 남들이 들을 수 없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영수와 은희 부부도 그러했다.
“추행범이 나였어.”
“저... 정말?”
“조용히... 이 사실이 들키면 안 되니까...”
“응. 그런데 누가 피해자야?”
“그 년이야.”
“그 년이라면... 서영이라는 여자?”
영수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은희는 자신의 남편이 추행범으로 결정이 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자신의 의지로 서영을 찾아갔다는 사실에 조금은 시무룩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질투하는 거야?”
“아... 아니.”
“걱정 마. 전략이었으니까. 6번 부부가 우리 생각대로 행동해주면... 그 년 부부를 탈락시킬 수 있어.”
“정말?”
“나만 믿어.”
은희는 서영 부부를 탈락 시킨다는 영수의 말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런 은희를 보고 영수는 빙긋 웃었다. 자신감이 넘쳐나는 표정에 은희 역시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반면에 민혁은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방에서 나오지 않아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서영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현재 로비의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있었다. 민혁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마지막으로 우측 1번방에서 서영이 걸어 나왔다. 민혁이 재빨리 서영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서영에게 물었다.
“서... 설마?”
민혁의 뜻을 알아 챈, 서영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 본 민혁은 가슴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느껴야 했다.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1시간 동안 얼마나 더러운 짓을 당했을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고통과 아픔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 누구야?”
민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서영에게 추행범이 누구냐며 물었다. 그러나 서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서영은 영수의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할 뿐이었다. 서영이 추행범이 영수이며, 그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그리고 탈락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민혁에게 설명하기란 시간도 부족했고, 또한 복잡했다.
“누... 누구냐니까!”
민혁이 다시 묻지만, 서영이 뜸을 들였다. 그리고 민혁을 쳐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를 믿지? 난 괜찮아... 그리고 나에게 생각이 있어.”
서영의 말을 들은 민혁은 어리둥절했다. 서영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서영을 다그쳐서 추행범이 누군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든 부부가 민혁과 서영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안 와? 저 년이 피해자인가 보네?”
나이가 제일 많은 희자가 소리를 쳤다. 그리고 희자 뿐 만 아니라 모든 부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영이 피해자임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자인 서영에게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서영이 어떤 성적 유린을 당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입에서 누구를 추행범으로 선택할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민혁과 서영이 대형 스크린 앞에 도착했고,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누가 보더라도 서영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참여자들 중 오로지 수영만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서영을 바라보았다.
찡긋.
서영은 말은 못했지만, 자신을 걱정해 하는 수영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영수의 계획으로부터 수영 부부를 지켜야 함을... 그래서 남들 몰래 수영에게 윙크를 했고, 수영은 서영의 윙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은 없었다.
- 하하하. 다들 모이셨군요. 첫 번째 게임이 끝났습니다.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저 1번 여자 아니야?”
이번에도 희자가 먼저 나섰다. 희자의 말을 들은 치킨 박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 네. 맞습니다. 하하하. 1번 김서영님이 피해자였습니다.
치킨 박의 말에서 서영이 피해자임을 확인이 되자, 주위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어떤 개새끼야!”
모든 참여자가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은 당장에라도 추행범이 누구인지 안다면, 달려들어서 죽도록 팰 기세였다. 민혁이 분노를 참지 못하자, 서영이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민혁 만이 들을 수 있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나만 믿어.”
민혁이 씩씩 거리며 자리에서 앉았고, 2번 부부인 영수와 은희, 6번 부부인 영호와 효진이 흥미 있다는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하하하. 최민혁님.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추행범을 잡으면 되니까요. 자, 딱 30분을 드리죠. 김서영님 일어나시겠어요?
치킨 박의 지시에 따라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참여자 부부들은 서영에게 추행범이 누구냐며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충 누구인지 알 것 아냐?”
다시 희자가 서영을 보며 다그쳐 물었다. 그러나 서영이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게임 규정상 답변은 의무가 아니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질문을 하는 참여자들은 침묵하는 서영을 보며 답답해했다.
-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피해자께서 입을 열 생각이 없으시나 봅니다. 하하하.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치킨 박이 말을 했다. 치킨 박 역시 입을 열지 않는 서영의 의도가 너무나 궁금했다. 추행범이 영수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피해자가 아니던가.
“...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아요.”
10분이 지나서야 서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더구나 추행범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자, 참여자들은 더욱 더 술렁거렸다. 특히 희자는 빨리 추행범이 누구인지 밝히라며 성화였다.
“그런데... 헷갈려요. 잠시 시간을 줘요. 중요한 결정이니... 마지막까지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서영이 말을 마치고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옆에서 누가 뭐라 하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영은 누가 보더라도 추행범이 누구인지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인 민혁 조차 서영을 지켜봐야만 했다.
추행범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해 하며 피해자를 독촉하는 참여자들, 그리고 침묵을 하고 또 대답을 피하며 고민을 하는 피해자, 멀리서 피해자의 이런 행동을 의심하며 지켜보는 추행범...
이 모든 상황의 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로지 서영만이 알고 있었다.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며, 수영 부부를 살려내기 위한 서영의 도박이었기 때문이었다.
***
서영이 침묵을 하는 중에 영수가 영호에게 다가갔다.
“좋은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계획이요?”
영수의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영호가 대답을 했다.
“원래는 우리가 무난하게 4번 부부를 먼저 탈락시키자고 했지요? 계획을 바꾸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계획의 수정... 말이요?”
“네. 제 계획을 들어보세요.”
“좋습니다.”
영호가 영수의 입에 집중했다. 그리고 영호의 무난한 반응에 영수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연합을 한 것... 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큰 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추행범을 잡지 못하는 이상 4팀이 4라운드에는 진출할 수 없으니까... 반드시 최소한 한 팀은 탈락해야 합니다. 그런데 1번 부부가 피해자가 되었네요. 그러면 저희 첫 번째 투표는 4번이 아니라 1번 부부와 힘을 합친 3번 부부를 향해야 합니다. 1번 부부의 동료를 없앨 수 있는 기회죠. 1번 부부는 피해자 팀이라 투표권이 없으니까요.”
영수의 간단명료한 계획을 듣고 영호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아주 잠시의 생각을 하더라도 확실히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일 리가 있군요. 2표를 받으면 탈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3번 부부가 탈락하면, 1번 부부는 두 번째 게임부터 힘을 못 쓰겠군요. 그리고 4번 부부와 5번 부부는 별 것 없을 것 같으니... 제법 괜찮은 계획입니다.”
“그러면 첫 번째 투표는 3번 부부로 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제안 받아들이죠.”
영호가 영수의 계획에 찬성을 했다. 그리고 영수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계획이 이뤄지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게임에서 반드시 민혁과 서영을 탈락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영수가 영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감사하다니요? 함께 살자는 뜻인데요. 저희야 말로 큰 도움을 받습니다.”
이로써 영수와 영호의 단합으로 3번 부부인 명진과 수영의 탈락이 유력해지고 있었다.
***
“언제까지 입을 닫을 거야?”
이제는 투표까지 약 5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서영은 여전히 침묵을 하고 있었다. 모든 참여자가 그런 서영을 바라보며 답답해했고, 특히 희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서영을 다그치고 있었다.
“빨리 말하라고 미친년아!”
희자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 서영의 옆에 있던 민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거 참... 말조심 하시오!”
“뭐? 말조심? 걸레 같은 네놈 마누라 관리나 잘해라. 이 미친놈아.”
“뭐? 걸레? 미친놈?”
누가 보더라도 희자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둘 사이를 막아서지는 않았다. 민혁은 당장이라도 희자를 때려눕히고 싶었다. 여자라고 봐주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폭행을 하면 탈락이 되는 것을 알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참으세요.”
지켜보던 수영이 민혁을 향해 우려스런 모습으로 말을 했다. 수영은 민혁이 희자를 폭행할까봐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수영의 말을 듣고 난 후, 씩씩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 모습을 보고 희자가 또 한 마디를 던졌다.
“불알이나 달렸냐? 이 못난 놈아.”
민혁이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희자의 말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채 4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서영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흥분하며 욕설을 하던 희자를 포함해서 모든 참여자가 서영에 집중했다.
“계속...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확신이 없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입을 열긴 했는데... 제 생각을 말씀 드릴게요.”
서영의 말에 대답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남은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기권 규정은 의미가 없어요. 다들 못 믿으시니까 투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추행범을 잡는 경우겠지요. 칩도 많이 얻어갈 수 있고, 그 무엇보다 더 많은 팀이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참여자들이 아는 이야기를 서영이 차분하게 말을 했다. 서영의 의도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게임의 원래 목적을 상기시켜주는 데 있었다. 추행범을 잡으면 단 첫 번째 게임에서 3라운드 게임을 종료시킬 수 있고, 칩이 5개나 주어진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 추행범을 잡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1시간 당했던... 그 원한도 풀고 싶고요. 그런데 확신이 서지 않아요.”
서영이 다시 한 번 뜸을 들였다. 그녀의 입만 바라보는 모든 참여자들은 침을 삼키며 기다려야 했다.
“그 남자는 제 방에 들어와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전 눈이 감긴 채였기에... 느낌으로만 추행범이 누구인지 판단해야 해요. 그래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추행범은 두 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서영의 입에서 ‘두 팀 중 하나가 추행범이다’라는 말이 나오자, 모든 팀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두 팀이 누구야?”
희자가 서영에게 소리쳤다.
“추행범은 분명 하나인데... 그래서 방금까지 고민을 했어요. 그래도 저는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제가 생각하는 추행범은 2번 팀 김영수, 4번 팀 조영철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반드시 둘 중 하나일거라고 믿어요.”
2번과 4번이 추행범 용의자라고 서영이 지목했다. 그리고 그 와 동시에 희자가 욕설을 내뱉는다.
“거짓말이야. 이 화냥년아.”
“나... 나 아... 아닙니다..”
조용히 있던 희자의 남편인 영철이 두 손을 흔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수 역시 참여자들에게 말을 했다.
“저도 아닙니다.”
2번과 4번이 서로 추행범이 아니라며 부인을 하는 가운데, 서영은 여전히 무엇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6번 부부 중 하나인 영호가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은데... 시간이 없군요. 짧게 묻죠. 그래도 둘 중 누가 추행범이라고 생각합니까? 더 확신이 가는 쪽이 있을 것 아닙니까?”
영호의 질문에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서영의 입만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서영은 자신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 제 선택이 실수하면 안 되는데... 아... 4번 같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뿐이에요.”
서영의 입에서 4번 영철이 추행범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자, 다시 흥분한 희자가 엄청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영철이 억울하다는 듯이 추행범이 아님을 부인하고 있었다. 장내는 매우 시끄러웠고 이제 남은 시간은 약 1분 정도였다.
“영호님.”
영수가 급하게 영호에게 다가갔다.
“네.”
“3번을 선택하실 것이죠?”
“사실... 헷갈립니다. 피해자가 4번이 추행범 같다고 말하니...”
“속으시면 안 됩니다. 우리의 계획을 눈치 챈 것이에요. 3번 부부를 살리기 위한... 꼼수 일 뿐이라고요.”
“피해자가 처음부터 당신이나 4번 조영철이나 둘 중 아무나 단호하게 그 사람이 추행범이다라고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지만... 피해자는 고심을 하는 것 같더군요. 더구나 제 질문에 4번이 더 가깝다고는 했지만 그 역시 확신을 못하는 모습입니다.”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요. 믿지 마세요. 우리는 계획대로 3번을 선택해서 탈락시키면... 최소한 세 번째 게임에서는 같이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요.”
영수가 흔들리는 영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영수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 4번이 추행범이라면 우리는 칩 5개를 얻고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요. 3라운드에서 추행범을 잡지 못하고 4라운드에 진출하면 고작 상금은 칩이 2개입니다.”
“상금보다는 다음 라운드 진출이 먼저입니다!”
“저에게는 상금도 중요하지요.”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영수는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껴야했다. 그렇기에 더욱 더 영호를 설득시켜야 했다. 3번 부부만 탈락시키면, 서영 부부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제 생각이...”
“피해자는 영수님을 추행범으로 지목하기도 했지요.”
영수가 말을 잇기도 전에 영호가 입을 열었다.
“전 아닙니다.”
영수가 영호에게 부인을 했다.
“그러면 4번 부부가 추행범이 되겠군요?”
영호의 반박에 영수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예리하게 바라본 영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1번과 3번이 손을 잡았습니다. 영수님과 저도 손을 잡았지요.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번 부부가 우리를 반드시 없애야 하는 적으로 생각한다면, 왜 추행범으로 당신과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영수님을 지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4번 조영철이 추행범에 가깝다고 말을 했습니다. 난 그것이 지금 의문이에요.”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요. 다 그녀의 계획...”
“처음 계획대로 4번에 투표하는 게 무난하다고 봅니다. 혹시나 진짜로 추행범이라면... 우리는 두 번째, 세 번째 게임을 할 이유도 없지요.”
영호가 생각보다 단호하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영수는 답답한 마음에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4번은 추행범이... 아니...”
영수가 말을 하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닫았다. 하지만, 영호가 영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추행범이 아닌지... 어떻게 확신이 되시는지... 본인이 추행범이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을 텐데...”
영호가 영수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영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답을 안 하시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제 생각에 참고는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하고 싶군요. 영수님이 2라운드 경쟁자였던, 1번 부부를 경계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착이 아닌, 냉정히 생각해야 할 상황이지요. 아직 우리의 연합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처음 계획대로 4번 부부를 먼저 탈락시켜 보는 게 어떨런지요? 마침 4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유력하다고 하니...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영호가 비릿한 웃음을 띠며 영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영수가 무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치킨 박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 하하하하.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이제 투표를 하도록 하지요.
@ 33부에서 이어집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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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0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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