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다방에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성수 형님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고 이런 저런 주변 정황도 알아야 했다.
전에는 더 많은 아가씨가 있었지만 그 때 00다방에는 3명의 레지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유선이와 소희는 비교적 젊고 혜선이는 26살 이었다. 혜선이는 6개월, 소희와 유선이는 2~3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 치킨을 시켜 주고 반나절을 다방에서 보내면서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성수 형님의 형수는 간호사였는데 그만 두고 다방 일을 도우며 아이들 키우고 집에서 살림을 하고 있었고 출산 후 체중관리를 실패했는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살이 많이 쪄서 남자들의 관심을 끌긴 힘들어 보였다.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다방 식구들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얼굴을 보이는 정도고 나머지 관리는 성수 형님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오토맨으로 일하던 사람이 그만 둬서 구하는 중이었고 직접 스쿠터를 운전할 줄 아는 유선이와 소희는 알아서 배달을 다니고 혜선이는 성수 형님이 태우고 다니거나 면소재지 가까운 곳은 걸어 다녔는데 다방으로 오는 손님보다 배달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다음 날도 낮에 다방으로 가서 차 마시다 여자애들이 배달을 쉴 때 농담하면서 죽치고 놀았다. 유선이가 내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소희와 혜선이가 눈치를 챘는지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저녁 때 자취방으로 들어와 소변을 보자니 따끔거리고 고름이 나왔다. 그런 일은 처음이어서 당혹스러웠지만 성병에 걸렸다면 최근에 성관계를 한 게 유선이 밖에 없으니... 그 애 거기에 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건소에 가서 공중 보건의 녀석에게 보였더니 임질이라고 항생제 주사만 맞으면 된다고 하기에 주사 맞고 나오는 길에 담배 한 대 피자고 녀석을 불러냈다. 군 복무를 대체하러 온 녀석인데 나보다 2~3살 어렸고 그래도 파출소에서 근무한다고 진료비도 안 받고 감기약을 주거나 주사를 놔 주곤 해서 편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아.. 이 거 걱정되는데 나중에 발기 불능 같은 거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요즘 임질 걸려서 오신 분이 몇 분 계셨어요. 후후후”
“그게... 선생님만 아세요. 제가 이 근처 다방 레지하고 한 번 했거든요.”
“아! 그래서... 하하하.”
“그래서 뭐요? 저 말고 누가 또 오셨던가요?”
“안돼요.. 진료하면서 알게 된 거 말하면 큰일나요. 후후후.”
“혹시 00다방 사장님이 안 오셨나요? 저번에 저한테 보건소 간다고 하셨는데... 맞으면 고개만 끄덕이세요. 말한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사장님까지 왔다면 그 애가 임질 보균자가 확실한 것 같은데 치료부터 받아야 되지 않겠어요?”
녀석이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보건소를 나왔다.
아마 성수 형님은 유선이와 관계를 했고 그 애가 임질에 걸린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니 내가 임질에 걸렸다고 이야기하면 유선이와 내가 잔 것도 짐작하게 될 것이다. 난 다방으로 가서 유선이가 배달을 가고 없는 사이에 넌지시 성수 형님에게 말을 던졌다.
“엊그제부터 오줌 쌀 때 고름이 나와서 보건소에 가보니 임질이래요. 함부로 그 짓도 못하겠어요.”
“그래.. 하하하... 하여간 조순경도 알아줘야 한다니까... 크크.”
그 말을 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내게 유선이와 잤냐고 묻지 않았고 나 역시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성수 형님이 자네도 유선이랑 잤는가라는 식으로 물어온다면 일이 좀 쉽게 풀릴 것도 같았는데 가릴 건 가리고 있었고 술이 많이 취한다고 미정이와 있었던 일을 털어 놓을 건지도 미지수...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었다.
난 목욕탕에 다녀온다고 다방을 나와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치고 들어가야 진실에 가장 근접한 답을 들을 수 있지?
미정이는 당시 성수 형님이 쉽게 가질 수 있을 만큼 빈틈이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설상 내가 잘못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미정이가 허락해서 형님과 잤다면 죽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난 다시 형사계 전준현 경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날 다방으로 출동했을 때 혹시 누가 술을 마신 흔적이 있었냐고 물었다.
“탁자 위에 맥주가 2병 있었어. 그건 현장 사진을 찍어 와서 내가 알아.”
만약 맥주 2병을 미정이가 마셨다면 그 앤 인사불성이 됐을 것이다. 소주 2잔에 바로 쓰러졌던 애니까... 그 때 다방 문을 열고 성수 형님이 들어갔다면 무혈입성이 가능하다. 술이 취해 여자를 안고 싶은 남자가 그런 기회를 놓칠 리는 없고... 그렇게 형님이 미정이를 취하고 있을 때, 자신의 몸 위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미정이가 눈을 뜨고... 성수 형님에게 묻는다.
“아악! 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여기까지 가정이 맞다면 그 때 성수 형님이 뭐라고 했을까?
“아... 니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미안해.”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면 미정이가 자살을 했을까? 그 이유로 자살을 했다면 아침에 형사들이 내민 종이에 성폭행을 당해서 홧김에 농약을 먹었다고 적었을 것이다. 사장이 날 억지로 벗기고 강간했어요라고...
성수 형님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 책임을 미정이가 숨겨 주고 싶은 사람에게 떠넘긴 것이다.
“조순경이 가보라던데... 너 혼자 있을 테니...”
내가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대충 이런 거였다.
첫 남자인 민현규도 자신을 버리고 친구에게 넘겨 버렸고, 몇 년 만에 마음을 열고 미래를 꿈꿨던 남자인 나에게 버림 받은 것도 미칠 지경인데 그냥 헤어지자고 하니 잘 안된다는 이유로 40대 남자에게 자신을...
아빠 얼굴도 엄마 얼굴도 모르고 컸는데... 첫 남자에게도, 다음 사람에게도 쓰다 남에게 물려주는 신발짝 취급을 당했다면... 순간적으로 죽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세상이 싫어지고 남자가 싫어져서...
승희의 이야기를 듣고 남해에서 여기까지 운전하는 동안에 이런 생각이 들었었고 또 다른 시나리오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에서 다음 날 아무 것도 적지 않고 그냥 죽은 이유는 모든 게 허무해진데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언급된다면 좋은 일은 없을 테니...
승희는 나와 미정이가 같이 있을 거라고 성수 형님에게 이야기 했고 형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다방에 왔는데 미정이 혼자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조순경이 니가 여기에 혼자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고 이야기 한다.
미정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과 단 둘이 약속한 것을 사장에게 이야기 한 내 의도를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리고 성수 형님이 자신의 몸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생각하면 할수록 의혹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게 미정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면 모든 게 다 맞아 들어간다.
난 작전을 바꿔야 했다. 성수 형님이 솔직히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 놓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며칠 동안 다방으로 가서 성수 형님의 동정을 살피다보니 주말에 삽교천 부근으로 밤낚시를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간다면 따라 붙어서 기회를 보겠지만 같은 자율방범대이며 주유소 일을 하는 용석이 형님과 함께 간다고 해서 아무 말 하지 않던 차에 토요일이 됐다.
점심 무렵 다방에 들렀다가 성수 형님이 용석이 형님과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용석이 형님이 상갓집이 생겨 낚시를 같이 못 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통화가 끊나자 바로 성수 형님을 졸랐다.
“그러잖아도 할 일 없어서 심심했는데 형님 저랑 같이 가시게요. 바람 좀 쐬야겠어요.”
“석훈이가? 낚시 해봤어?”
“아니요. 낚시는 별로 관심 없어요. 가서 바람 쐬면서 소주나 한 잔 하고 오려구요. 제 차 가지고 가시게요. 갈 때는 제가 운전할게요.”
“그럼... 그럴까?”
저녁밥을 다방에서 같이 먹고 이런 저런 낚시도구를 챙겨 트렁크에 실고 삽교천 방향으로 출발했다. 난 낚시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자취방에 가서 수갑을 하나 챙겨서 운전석 밑에 놔두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성수 형님과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나와 삽교천 부근으로 가는 도로 상에서 저수지를 발견한 나는 저수지 주변을 돌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성수 형님이 영문을 몰라 물었다.
“석훈이... 이 쪽이 아닌데... 맞게 가고 있어?”
“아.. 형님이 말씀하신 수로가 해암리 맞죠? 제가 지도 잘 보고 왔으니 걱정 마세요.”
잠시 후에 저수지가 보이는 언덕으로 들어가는 샛길로 차를 몰고 들어가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세웠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나는 수갑을 꺼내 성수 형님의 한 팔에 번개처럼 채운 후 나머지를 내 손에 채웠다.
“뭐하는 거야? 이 사람이 미쳤어! 빨리 풀어.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조용히 하시는 게 좋아요. 제가 엑셀만 밟으면 우린 둘 다 죽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죽긴 누가 죽어? 미쳤어!”
그 말을 하며 성수 형님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난 엑셀을 밟았다 떼었고 차는 작은 나무들이 빽빽한 숲으로 떨어질 듯 언덕 끝으로 움직였다. 그 밑은 저수지였고 이대로 빠지면 삶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차 문 닫으세요! 한번만 더 열면 그 땐 물 속 구경을 하셔야 될 거에요.”
“왜.. 왜.. 왜 그래? 석훈이.. 조 순경...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나까지 끌고 들어가려는 거야?”
“그건 지금부터 말씀드리죠. 자꾸 섣불리 움직이시면 듣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요.”
“말해봐.. 왜? 뭔데 그래?”
“미정이 죽기 전날 밤에 전 다방에서 그 애와 만나기로 했어요. 친구 놈과 약속이 있어서 안산에 갔다가 여기 좀 늦게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형님이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더군요. 그 늦은 시간에 형님이 있는 데 미정이 만나러 들어가기가 뭐해서 차에서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어요. 잠에서 깨보니 시간이 1시를 훨씬 넘어버려 그 시간에 미정일 깨우기가 미안해서 다음 날 사정을 이야길 할 생각으로 자취방에 가서 잤지요.
그리고 다음 날 보니 그 애가 자살했다고 하더군요. 형사들이 도착할 때 살아 있어서 미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라고 했는데 아무 것도 안 썼대요.
따지고 보면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고 내가 몇 번 헤어지자고 했다고 해서 그게 꼭 죽을 이유가 되는 건 아니라 잊고 살려고 했어요. 근데 몇 달 전에 미정이 할머니 보고 핸드폰 사진 확인하고 나서부터 그게 잘 안돼요. 꿈속에 그 애가 자꾸 보이고 다방 근처에 순찰 갈 때도 등에 식은 땀이 나고...
휴직하고 제주도에 있는 친구 놈한테 가서 2달 넘게 있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신경 안정제 먹으면 좀 나아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약을 먹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요.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 도저히 안되겠어요.
일단 진실을 알아야 겠어요. 그 날 형님이 다방에 들어가서 미정이와 있었던 일을 솔직히 말해요. 그러지 않으면 같이 죽읍시다. 씨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날 다방에 뭐 가지러 갔다가 미정이 혼자 있어서 그냥 돌아 왔다구. 왜 나한테 그래!”
일단 다방에 간 건 인정했다. 내가 본 것처럼 밀어 붙이면 가능할 거라 싶긴 했지만...
“미정이는 자살했고 죽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타살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그냥 그 날 있었던 일만 말해요. 그러기 싫으면 같이 죽읍시다!”
난 기어를 중립에 놓고 엑셀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를 손으로 잡은 채로 다시 물었다.
“이제 이 기어를 바꾸면 형님이나 나나 물 속에 처박혀요. 서로 수갑 차고 살아나기는 힘들겠죠.”
내가 수갑이 채워진 오른 손으로 기어를 잡자 성수 형님이 못 잡게 자기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러자 액셀을 밟은 발이 떨어졌고 차에서 울리던 진동이 사라졌다. 그리고 차 안에서 성수 형님과 힘 겨루기가 시작됐지만 곧 싱겁게 끝나버렸다. 실랑이를 하는 중 차가 앞뒤로 움직이자 순간적으로 겁이 난 성수 형님이 외쳤다.
“알았어. 잠깐만... 움직이지마... 위험해.. 이야기 할게... 이야기 한다고...”
“...”
난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실은... 그 날 내가 다방으로 들어가니 미정이는 술에 취해 방에서 누워 자고 있었어. 석훈이 자네하고 그 애가 심각한 사이라고는 생각 안했었고 나도 술에 취한 상태라 그만... 그런데 옷을 벗겨도 많이 취했는지 잠만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런데 그 애가 중간에 잠이 깨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난 너무 놀라서... 그만... 석훈이 자네가 가보라고 했다고 했어. 너 혼자 있을 거라고... 그 애는 정말이냐고 묻더니 울면서 흐느끼더라고...
예전에도 다방에서 일하는 애와 잤다가 애 엄마 귀에 들어가서 복잡한 적이 있는데다가 내가 알기론 미정이는 이 곳에 와서 자네 말고 다른 남자와 외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아이야. 함부로 몸을 굴리는 애가 아니라... 그만... 겁이 나더라고... 그래서 그 애한테 용서를 구했어. 잘못했다고... 술에 취해 집에 가다가 우연히 이 앞에서 석훈이를 만났는데 니가 혼자 있을 거라고 해서 다방에 왔다가 자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욕심이 생긴 거라고...
그랬더니 석훈이 오빠가 그 말 외에 다른 말은 안했냐고 묻더군.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요?”
“그냥 대충 둘러댔어. 자네가 미정이를 떼어 내려고 하는 걸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너 술에 취하면 인사불성이니까 술 한 잔 먹여보라고 했다고... 그랬더니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울면서 됐으니까 사장님은 가보라고 하더군... 그래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하고 왔어.”
“원래 농약이 다방에 있었어요?”
“그 며칠 전에 어머니 밭에 쓰려고 사온 제초제가 있었어. 다방 애들하고 이거 한 컵만 먹으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장난도 쳤었는데... 그 때 미정이가 같이 있었던 같아. 내가 어머니 가져다 드리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
“왜 하필.. 제 이야기를 한 거예요? 그냥 형님이 우연히 왔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게... 그 때 미정이와 석훈이가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다방 문을 열면서 자네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 애 옷을 벗기면서도 자네가 언제 와서 문을 두드릴지 모르니 급했었고... 그러다 갑자기 미정이가 사장님이 왜 여기에 있냐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어보니까 엉겁결에 자네 핑계를 댄 거야. 자네가 미정이를 피하는 것 같다고, 헤어진 것 같다고 누가 그랬거든... 그래서... 뭐하면 다음 날이라도 자네를 만나서 말하면 될테니까... 같이 살 여자도 아닌데... 핑계 댄 건 양해를 구하면 될 것 같았어.”
일이 꼬이려니까 더럽게 꼬인다. 승희가 성수 형님에게 미정이 혼자 다방에 있다고 이야기를 안했더라도... 혹시 날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안했다면... 그 곳에 농약이 없었다면... 그리고 미정이의 나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크지만 않았다면... 그 애는 살아 있을 것이다.
민현규의 친구 놈이 미정이에게 그랬고... 성수 형님이 다시... 상상도 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5년 만에 다시 쓰여 졌고... 미정이가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끝을 맺은 것이다. 씨발...
내가 미정이와 처음으로 여관에 갔던 날 잠든 미정이를 그냥 둔 채 함께 잠들어 버린 것이 이런 결과로 다가올 줄이야... 그 때 그냥 그 애를 가졌다면 미정이가 내게 그런 애틋한 감정은 갖지 않았을지도...
제길... 이 지랄 같은 일을 사랑 때문에 생겼다고 말한다고 해도 달리지는 건 없다. 어차피 미정이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데...
성수 형님을 들어서 저수지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조용히 수갑을 푸르고 차를 후진시켜 도로로 나온 후에 00면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동안 형님에게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도착해서 다방 앞에 차를 세운 후 그에게 말했다.
“궁금했어요.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그게 다예요. 형님 말대로 그 애와 전 별 사이 아니었고 우연히 벌어진 일이에요. 며칠 동안 다방에 간 것도 그 일이 궁금해서 였어요. 앞으로 당분간은 저 보기 힘드실 거예요.”
난 집으로 돌아와서 혼자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일어나자 다시 남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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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네요. ㅎㅎ... 처음에 이 과거씬을 왜 쓰냐고 하시던 분도 있었는데...
전에는 더 많은 아가씨가 있었지만 그 때 00다방에는 3명의 레지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유선이와 소희는 비교적 젊고 혜선이는 26살 이었다. 혜선이는 6개월, 소희와 유선이는 2~3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 치킨을 시켜 주고 반나절을 다방에서 보내면서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성수 형님의 형수는 간호사였는데 그만 두고 다방 일을 도우며 아이들 키우고 집에서 살림을 하고 있었고 출산 후 체중관리를 실패했는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살이 많이 쪄서 남자들의 관심을 끌긴 힘들어 보였다.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다방 식구들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얼굴을 보이는 정도고 나머지 관리는 성수 형님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오토맨으로 일하던 사람이 그만 둬서 구하는 중이었고 직접 스쿠터를 운전할 줄 아는 유선이와 소희는 알아서 배달을 다니고 혜선이는 성수 형님이 태우고 다니거나 면소재지 가까운 곳은 걸어 다녔는데 다방으로 오는 손님보다 배달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다음 날도 낮에 다방으로 가서 차 마시다 여자애들이 배달을 쉴 때 농담하면서 죽치고 놀았다. 유선이가 내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소희와 혜선이가 눈치를 챘는지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저녁 때 자취방으로 들어와 소변을 보자니 따끔거리고 고름이 나왔다. 그런 일은 처음이어서 당혹스러웠지만 성병에 걸렸다면 최근에 성관계를 한 게 유선이 밖에 없으니... 그 애 거기에 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건소에 가서 공중 보건의 녀석에게 보였더니 임질이라고 항생제 주사만 맞으면 된다고 하기에 주사 맞고 나오는 길에 담배 한 대 피자고 녀석을 불러냈다. 군 복무를 대체하러 온 녀석인데 나보다 2~3살 어렸고 그래도 파출소에서 근무한다고 진료비도 안 받고 감기약을 주거나 주사를 놔 주곤 해서 편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아.. 이 거 걱정되는데 나중에 발기 불능 같은 거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요즘 임질 걸려서 오신 분이 몇 분 계셨어요. 후후후”
“그게... 선생님만 아세요. 제가 이 근처 다방 레지하고 한 번 했거든요.”
“아! 그래서... 하하하.”
“그래서 뭐요? 저 말고 누가 또 오셨던가요?”
“안돼요.. 진료하면서 알게 된 거 말하면 큰일나요. 후후후.”
“혹시 00다방 사장님이 안 오셨나요? 저번에 저한테 보건소 간다고 하셨는데... 맞으면 고개만 끄덕이세요. 말한 거 아니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사장님까지 왔다면 그 애가 임질 보균자가 확실한 것 같은데 치료부터 받아야 되지 않겠어요?”
녀석이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보건소를 나왔다.
아마 성수 형님은 유선이와 관계를 했고 그 애가 임질에 걸린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니 내가 임질에 걸렸다고 이야기하면 유선이와 내가 잔 것도 짐작하게 될 것이다. 난 다방으로 가서 유선이가 배달을 가고 없는 사이에 넌지시 성수 형님에게 말을 던졌다.
“엊그제부터 오줌 쌀 때 고름이 나와서 보건소에 가보니 임질이래요. 함부로 그 짓도 못하겠어요.”
“그래.. 하하하... 하여간 조순경도 알아줘야 한다니까... 크크.”
그 말을 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내게 유선이와 잤냐고 묻지 않았고 나 역시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성수 형님이 자네도 유선이랑 잤는가라는 식으로 물어온다면 일이 좀 쉽게 풀릴 것도 같았는데 가릴 건 가리고 있었고 술이 많이 취한다고 미정이와 있었던 일을 털어 놓을 건지도 미지수...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었다.
난 목욕탕에 다녀온다고 다방을 나와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치고 들어가야 진실에 가장 근접한 답을 들을 수 있지?
미정이는 당시 성수 형님이 쉽게 가질 수 있을 만큼 빈틈이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설상 내가 잘못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미정이가 허락해서 형님과 잤다면 죽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난 다시 형사계 전준현 경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날 다방으로 출동했을 때 혹시 누가 술을 마신 흔적이 있었냐고 물었다.
“탁자 위에 맥주가 2병 있었어. 그건 현장 사진을 찍어 와서 내가 알아.”
만약 맥주 2병을 미정이가 마셨다면 그 앤 인사불성이 됐을 것이다. 소주 2잔에 바로 쓰러졌던 애니까... 그 때 다방 문을 열고 성수 형님이 들어갔다면 무혈입성이 가능하다. 술이 취해 여자를 안고 싶은 남자가 그런 기회를 놓칠 리는 없고... 그렇게 형님이 미정이를 취하고 있을 때, 자신의 몸 위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미정이가 눈을 뜨고... 성수 형님에게 묻는다.
“아악! 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여기까지 가정이 맞다면 그 때 성수 형님이 뭐라고 했을까?
“아... 니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미안해.”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면 미정이가 자살을 했을까? 그 이유로 자살을 했다면 아침에 형사들이 내민 종이에 성폭행을 당해서 홧김에 농약을 먹었다고 적었을 것이다. 사장이 날 억지로 벗기고 강간했어요라고...
성수 형님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 책임을 미정이가 숨겨 주고 싶은 사람에게 떠넘긴 것이다.
“조순경이 가보라던데... 너 혼자 있을 테니...”
내가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대충 이런 거였다.
첫 남자인 민현규도 자신을 버리고 친구에게 넘겨 버렸고, 몇 년 만에 마음을 열고 미래를 꿈꿨던 남자인 나에게 버림 받은 것도 미칠 지경인데 그냥 헤어지자고 하니 잘 안된다는 이유로 40대 남자에게 자신을...
아빠 얼굴도 엄마 얼굴도 모르고 컸는데... 첫 남자에게도, 다음 사람에게도 쓰다 남에게 물려주는 신발짝 취급을 당했다면... 순간적으로 죽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세상이 싫어지고 남자가 싫어져서...
승희의 이야기를 듣고 남해에서 여기까지 운전하는 동안에 이런 생각이 들었었고 또 다른 시나리오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에서 다음 날 아무 것도 적지 않고 그냥 죽은 이유는 모든 게 허무해진데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언급된다면 좋은 일은 없을 테니...
승희는 나와 미정이가 같이 있을 거라고 성수 형님에게 이야기 했고 형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다방에 왔는데 미정이 혼자 술에 취해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조순경이 니가 여기에 혼자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고 이야기 한다.
미정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과 단 둘이 약속한 것을 사장에게 이야기 한 내 의도를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리고 성수 형님이 자신의 몸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생각하면 할수록 의혹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게 미정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면 모든 게 다 맞아 들어간다.
난 작전을 바꿔야 했다. 성수 형님이 솔직히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털어 놓는 걸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며칠 동안 다방으로 가서 성수 형님의 동정을 살피다보니 주말에 삽교천 부근으로 밤낚시를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간다면 따라 붙어서 기회를 보겠지만 같은 자율방범대이며 주유소 일을 하는 용석이 형님과 함께 간다고 해서 아무 말 하지 않던 차에 토요일이 됐다.
점심 무렵 다방에 들렀다가 성수 형님이 용석이 형님과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용석이 형님이 상갓집이 생겨 낚시를 같이 못 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통화가 끊나자 바로 성수 형님을 졸랐다.
“그러잖아도 할 일 없어서 심심했는데 형님 저랑 같이 가시게요. 바람 좀 쐬야겠어요.”
“석훈이가? 낚시 해봤어?”
“아니요. 낚시는 별로 관심 없어요. 가서 바람 쐬면서 소주나 한 잔 하고 오려구요. 제 차 가지고 가시게요. 갈 때는 제가 운전할게요.”
“그럼... 그럴까?”
저녁밥을 다방에서 같이 먹고 이런 저런 낚시도구를 챙겨 트렁크에 실고 삽교천 방향으로 출발했다. 난 낚시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리 자취방에 가서 수갑을 하나 챙겨서 운전석 밑에 놔두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성수 형님과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나와 삽교천 부근으로 가는 도로 상에서 저수지를 발견한 나는 저수지 주변을 돌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성수 형님이 영문을 몰라 물었다.
“석훈이... 이 쪽이 아닌데... 맞게 가고 있어?”
“아.. 형님이 말씀하신 수로가 해암리 맞죠? 제가 지도 잘 보고 왔으니 걱정 마세요.”
잠시 후에 저수지가 보이는 언덕으로 들어가는 샛길로 차를 몰고 들어가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세웠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나는 수갑을 꺼내 성수 형님의 한 팔에 번개처럼 채운 후 나머지를 내 손에 채웠다.
“뭐하는 거야? 이 사람이 미쳤어! 빨리 풀어.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조용히 하시는 게 좋아요. 제가 엑셀만 밟으면 우린 둘 다 죽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죽긴 누가 죽어? 미쳤어!”
그 말을 하며 성수 형님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난 엑셀을 밟았다 떼었고 차는 작은 나무들이 빽빽한 숲으로 떨어질 듯 언덕 끝으로 움직였다. 그 밑은 저수지였고 이대로 빠지면 삶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차 문 닫으세요! 한번만 더 열면 그 땐 물 속 구경을 하셔야 될 거에요.”
“왜.. 왜.. 왜 그래? 석훈이.. 조 순경...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나까지 끌고 들어가려는 거야?”
“그건 지금부터 말씀드리죠. 자꾸 섣불리 움직이시면 듣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요.”
“말해봐.. 왜? 뭔데 그래?”
“미정이 죽기 전날 밤에 전 다방에서 그 애와 만나기로 했어요. 친구 놈과 약속이 있어서 안산에 갔다가 여기 좀 늦게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형님이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더군요. 그 늦은 시간에 형님이 있는 데 미정이 만나러 들어가기가 뭐해서 차에서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어요. 잠에서 깨보니 시간이 1시를 훨씬 넘어버려 그 시간에 미정일 깨우기가 미안해서 다음 날 사정을 이야길 할 생각으로 자취방에 가서 잤지요.
그리고 다음 날 보니 그 애가 자살했다고 하더군요. 형사들이 도착할 때 살아 있어서 미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라고 했는데 아무 것도 안 썼대요.
따지고 보면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고 내가 몇 번 헤어지자고 했다고 해서 그게 꼭 죽을 이유가 되는 건 아니라 잊고 살려고 했어요. 근데 몇 달 전에 미정이 할머니 보고 핸드폰 사진 확인하고 나서부터 그게 잘 안돼요. 꿈속에 그 애가 자꾸 보이고 다방 근처에 순찰 갈 때도 등에 식은 땀이 나고...
휴직하고 제주도에 있는 친구 놈한테 가서 2달 넘게 있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신경 안정제 먹으면 좀 나아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약을 먹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요.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 도저히 안되겠어요.
일단 진실을 알아야 겠어요. 그 날 형님이 다방에 들어가서 미정이와 있었던 일을 솔직히 말해요. 그러지 않으면 같이 죽읍시다. 씨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날 다방에 뭐 가지러 갔다가 미정이 혼자 있어서 그냥 돌아 왔다구. 왜 나한테 그래!”
일단 다방에 간 건 인정했다. 내가 본 것처럼 밀어 붙이면 가능할 거라 싶긴 했지만...
“미정이는 자살했고 죽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타살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그냥 그 날 있었던 일만 말해요. 그러기 싫으면 같이 죽읍시다!”
난 기어를 중립에 놓고 엑셀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를 손으로 잡은 채로 다시 물었다.
“이제 이 기어를 바꾸면 형님이나 나나 물 속에 처박혀요. 서로 수갑 차고 살아나기는 힘들겠죠.”
내가 수갑이 채워진 오른 손으로 기어를 잡자 성수 형님이 못 잡게 자기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러자 액셀을 밟은 발이 떨어졌고 차에서 울리던 진동이 사라졌다. 그리고 차 안에서 성수 형님과 힘 겨루기가 시작됐지만 곧 싱겁게 끝나버렸다. 실랑이를 하는 중 차가 앞뒤로 움직이자 순간적으로 겁이 난 성수 형님이 외쳤다.
“알았어. 잠깐만... 움직이지마... 위험해.. 이야기 할게... 이야기 한다고...”
“...”
난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실은... 그 날 내가 다방으로 들어가니 미정이는 술에 취해 방에서 누워 자고 있었어. 석훈이 자네하고 그 애가 심각한 사이라고는 생각 안했었고 나도 술에 취한 상태라 그만... 그런데 옷을 벗겨도 많이 취했는지 잠만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런데 그 애가 중간에 잠이 깨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난 너무 놀라서... 그만... 석훈이 자네가 가보라고 했다고 했어. 너 혼자 있을 거라고... 그 애는 정말이냐고 묻더니 울면서 흐느끼더라고...
예전에도 다방에서 일하는 애와 잤다가 애 엄마 귀에 들어가서 복잡한 적이 있는데다가 내가 알기론 미정이는 이 곳에 와서 자네 말고 다른 남자와 외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아이야. 함부로 몸을 굴리는 애가 아니라... 그만... 겁이 나더라고... 그래서 그 애한테 용서를 구했어. 잘못했다고... 술에 취해 집에 가다가 우연히 이 앞에서 석훈이를 만났는데 니가 혼자 있을 거라고 해서 다방에 왔다가 자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욕심이 생긴 거라고...
그랬더니 석훈이 오빠가 그 말 외에 다른 말은 안했냐고 묻더군.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요?”
“그냥 대충 둘러댔어. 자네가 미정이를 떼어 내려고 하는 걸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너 술에 취하면 인사불성이니까 술 한 잔 먹여보라고 했다고... 그랬더니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울면서 됐으니까 사장님은 가보라고 하더군... 그래서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하고 왔어.”
“원래 농약이 다방에 있었어요?”
“그 며칠 전에 어머니 밭에 쓰려고 사온 제초제가 있었어. 다방 애들하고 이거 한 컵만 먹으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장난도 쳤었는데... 그 때 미정이가 같이 있었던 같아. 내가 어머니 가져다 드리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
“왜 하필.. 제 이야기를 한 거예요? 그냥 형님이 우연히 왔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게... 그 때 미정이와 석훈이가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다방 문을 열면서 자네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 애 옷을 벗기면서도 자네가 언제 와서 문을 두드릴지 모르니 급했었고... 그러다 갑자기 미정이가 사장님이 왜 여기에 있냐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어보니까 엉겁결에 자네 핑계를 댄 거야. 자네가 미정이를 피하는 것 같다고, 헤어진 것 같다고 누가 그랬거든... 그래서... 뭐하면 다음 날이라도 자네를 만나서 말하면 될테니까... 같이 살 여자도 아닌데... 핑계 댄 건 양해를 구하면 될 것 같았어.”
일이 꼬이려니까 더럽게 꼬인다. 승희가 성수 형님에게 미정이 혼자 다방에 있다고 이야기를 안했더라도... 혹시 날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안했다면... 그 곳에 농약이 없었다면... 그리고 미정이의 나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크지만 않았다면... 그 애는 살아 있을 것이다.
민현규의 친구 놈이 미정이에게 그랬고... 성수 형님이 다시... 상상도 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5년 만에 다시 쓰여 졌고... 미정이가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끝을 맺은 것이다. 씨발...
내가 미정이와 처음으로 여관에 갔던 날 잠든 미정이를 그냥 둔 채 함께 잠들어 버린 것이 이런 결과로 다가올 줄이야... 그 때 그냥 그 애를 가졌다면 미정이가 내게 그런 애틋한 감정은 갖지 않았을지도...
제길... 이 지랄 같은 일을 사랑 때문에 생겼다고 말한다고 해도 달리지는 건 없다. 어차피 미정이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데...
성수 형님을 들어서 저수지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조용히 수갑을 푸르고 차를 후진시켜 도로로 나온 후에 00면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동안 형님에게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도착해서 다방 앞에 차를 세운 후 그에게 말했다.
“궁금했어요.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그게 다예요. 형님 말대로 그 애와 전 별 사이 아니었고 우연히 벌어진 일이에요. 며칠 동안 다방에 간 것도 그 일이 궁금해서 였어요. 앞으로 당분간은 저 보기 힘드실 거예요.”
난 집으로 돌아와서 혼자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일어나자 다시 남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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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네요. ㅎㅎ... 처음에 이 과거씬을 왜 쓰냐고 하시던 분도 있었는데...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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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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