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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6 776회 0건
“그... 말 뜻은?”

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수화기를 통해서 들은 에이스의 말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 간단히 말해서 현재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살아 있더라도 당신들이 우승할 때까지 살아 있다는 보장도 없고...

“서... 설마요?”

서영은 에이스의 말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3라운드 게임이 끝난 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수영 부부가 죽었을 수도 있다니...

- 믿기지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존재해. 물론, 지금 현재 죽었을 확률은 미미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살아 있는 게 힘들지. 루저란 그런 존재니까.

“우승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서영이 에이스에게 질문을 했다. 거짓말이라도 에이스의 입을 통해서 수영 부부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서영이었다. 그러나 에이스의 냉정한 대답이 수화기를 통해 서영의 귀에 전달이 되었다.

- 그건 아무도 몰라.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 루저들 중 소수는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죽을 텐데... 컴퍼니 입장에서는 어차피 죽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줘 봐야... 밥만 축 내게 되니까... 그럴 필요가 없겠지.

“...... 어쩌죠?”

- 어쩌다니...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우승 자체도 행운을 빌어야겠지만... 그만한 행운이 더 있어야 해. 당신 친구들이 그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행운... 쉽지는 않은 일이지.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하겠다. 당장 4라운드에서 탈락할 수 있는데... 무엇을 하러 이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거야?

“믿음을... 준 친구니까요.”

- 운 좋게 우승하면 빚 30억 갚고... 나머지 20억으로 떵떵거리며 살아. 자식도 있을 것 아니야? 상식을 벗어난 년이야... 쩝.

서영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에이스가 입맛을 다셨다. 당장 자기 앞길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을 걱정하는 서영이 에이스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서영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싶은데... 사실 내가 당신을 도와주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그건 당신도 이미 예상했을 것이고... 3라운드에서 기도만 했다는 부부? 차라리... 그들이 더 괜찮았네... 사람은 머리를 그렇게 써야지. 에효.

수화기를 통해 에이스의 한숨소리를 들은 서영이었다. 서영은 에이스 역시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었다. 에이스가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이유는 없었기에...

“에이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 것이죠?”

- 그야 돈이지 뭐...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지만... 아직은 알려줄 수가 없어.

“왜죠?”

- 아까 말했지만...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니까.

“이해할 수 없어요.”

- 나도 당신을 이해 못하겠다. 왜 이런 미친 고민을 하는지... 하지만... 내 말은 반드시 믿어야 해. 아... 뭐랄까... 내가 여기까지는 말을 해주지.

수화기를 통해서 서영은 에이스가 잠시 고민을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에이스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 했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에이스의 목소리가 다시 수화기를 통해 서영의 귀에 전달이 되었다.

- 당신 친구를 구하는 건은... 다시 말하지만 많은 행운이 따라야 해. 당신 부부가 우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전까지 당신 친구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승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돼. 컴퍼니의 수장이 치킨 박이라고 했던가? 그에게도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돼.

“왜죠? 치킨 박과 먼저 거래를 하면 안 되나요?”

- 이유는 당신도 알 것 아니야. 거래라고 했던가? 당신은 당장 치킨 박에게 무엇을 걸 수 있는데? 우승을 하면 상금을 내 놓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일단 당장 우승자도 아닌데 그런 제안이 치킨 박에게 먹히겠어? 오히려 당신 약점만 부각되겠지. 치킨 박에게도 먼저 속내를 내비치면 지는 거야. 알겠어?

에이스의 따끔 어린 말을 들으며 서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을 정도의 생각이었다. 당장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우승을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 알겠어요.”

- 그럼 더 이상 당신 친구 이야기는 그만 하지.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제 초점은 당신과 나의 거래야. 난 당신 부부가 우승을 하면 좋겠어. 내가 일찍 당신들을 선택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전화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으니까... 나로서도 솔직히 후회가 돼. 왜 당신들을 선택했을까. 우승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직감이 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야.

에이스의 말에는 서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미 섹스게임은 시작했고, 벌써 3라운드까지 끝났기 때문에 에이스도 자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난 당신들의 우승을 돕겠어. 하지만... 내가 가진 무기는 딱 한 번만 쓸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당신에게 남긴 쪽지에서도 위급한 상황이나,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나에게 연락하라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연락이 올 줄은... 마음 같아서는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거래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 했으니...

“여... 열심히 할게요.”

- 내 말 들어. 다시 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연락을 해. 솔직히 우승은 장담 못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최소한 결승전까지는 진출이 가능해. 결승전이 7라운드겠지? 나도 무슨 게임이 나올지 모르니... 그땐 돕기 힘들지만... 7라운드까지는 내가 진출 시켜주겠다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고작 3라운드 끝났고... 많은 경쟁자가 남아 있을 거야. 그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 네.”

-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그리고 당신도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질문하고 싶겠지. 그런데 지금은 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알면 당신이 다칠 테니까. 그건 내 기대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고... 나중에 다 알려줄 거야. 그러니까 게임에만 집중을 해. 다른 생각 말고... 4라운드를 통과하고... 기어서라도 5라운드도 통과하란 말이야!

비록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었으나 서영은 에이스가 약간은 본심을 내비쳤다고 느껴졌다. 에이스는 약간은 열 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역시 섹스게임의 루저 출신이었기에 컴퍼니에 대한 원망과 한탄이 말 속에서 느껴졌다.

“... 알겠어요.”

- 마지막으로 또 말하겠어. 앞으로 진짜 기회는 딱 한 번이야. 또 다시 이런 전화를 하면 나 역시 당신을 버릴 수 밖 에 없어. 또한 이 사실은 당신과 나와의 비밀이야.

“알겠어요... 정말 중요한 순간에...”

- 나 역시 꼭 당신 부부를 결승전에 앉힐 테니까... 나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는 걸 명심해. 결승전에 가 본 사람만이... 그 방법을 아는 것이니까...

에이스의 말을 들은 서영은 크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 에이스... 결승전에...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었다는 건가요?”

서영이 더듬거리며 에이스에게 질문을 했지만, 수화기에서는 더 이상 에이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뚜. 뚜.

어떤 인사도 않고 에이스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서영은 에이스가 남긴 마지막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전화가 끊긴지도 모른 채, 한동안 수화기에 ‘에이스’를 몇 번이나 불러야 했다.

“... 끊어 버렸네.”

에이스와의 통화가 끝난 사실을 뒤늦게 알아 챈 서영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며 자신이 들고 있는 수화기를 공중전화기에 다시 걸어놓았다. 에이스와 꽤 긴 시간 통화를 했고, 서영은 생각보다 많은 수확을 걷을 수 있었다.

“수영 부부를 살릴 수 있어... 그런데... 정말 행운이 따라야 하네... 내가 우승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우승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니...”

서영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영 부부를 살릴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자신을 위해서도 또한 수영 부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섹스게임에서 우승을 해야 했다. 그 뒤로는 하늘에 맡겨야 했지만, 서영은 수영 부부가 꼭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에이스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었다니... 마지막에 패배해서... 루저가 되었던 것일?”

대화를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에이스와의 통화가 끊겼지만, 서영은 그의 마지막 말을 통해서 에이스가 이전 섹스 게임에서 결승까지 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비록 우승을 못했지만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던 사람이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서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한 번이라니까... 결국은 우리가 잘해야 될 텐데...”

에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와준다고 하였지만, 서영은 결국에는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 즉 자신과 민혁이 최선을 다해야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꼭 해내야 해. 수영 부부도 살려야 하니까...”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서영은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상식을 벗어난 게임들이 펼쳐지더라도 결코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정을 지키고, 또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길거리에 있는 똥이라도 집어 먹어야 할 것이니...

***

거실에서 혼자 놀던 연아는 현관문 벨 소리에 인터폰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인터폰을 향해 말을 했다.

“누구세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고, 연아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인터폰의 화면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화면에는 아무런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도... 둑?”

연아는 어린 7살이었지만, 제법 머리가 영특했다. 인터폰 화면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나쁜 사람이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관문으로 쪼르르 달려가 문이 제대로 잠겨 있음을 확인했다.

“도둑놈은 우리 집에 못 들어와요!”

연아가 현관문을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경찰 아저씨에게 이를거에요!”

다시 한 번 연아가 현관문을 향해 소리를 쳤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던 연아는 나쁜 사람이 도망을 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휴...”

어린 나이답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연아는 그 순간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꺄아아악!”

현관문 아래에 있는 우유 투입구로 어른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연아는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에 계속 소리를 지를 수 밖 에 없었다.

“꺄아악! 엄마!”

연아는 자신이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재빨리 안방으로 달려가 장롱 옆의 좁은 공간에 자신의 몸을 숨겼다. 제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도둑이 자신에게 오지 말기를 바라며...

‘어... 엄마... 아.... 아빠...’

연아는 울고 싶었지만 도둑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을까 숨을 죽인 채, 마음속으로 엄마와 아빠를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장롱 옆에서 몸을 움츠린 채 숨을 죽이며 얼마의 시간을 보냈다.

“이잉...”

한참을 숨어 있던 연아는 집안이 생각보다 조용함을 인식했다. 도둑이 집에는 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조심스레 장롱 옆에서 벗어나 슬금슬금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그 누구도 없었고, 무언가 달라진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문을... 못 부셨구나... 헤헤.”

현관에 도달한 연아는 굳건히 집을 지키고 있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도둑이 잠긴 문을 어쩌지는 못한 것 같았다.

“나쁜 도둑 같으니라고...”

연아는 엄마와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도둑을 몰아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려고 했다. 집을 혼자 지켜냈다는 뿌듯한 감정이 어린아이인 연아를 들뜨게 했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에는 작은 종이가 보였다.

“뭐지?”

현관문 우유 투입구로 들어온 듯, 연아는 쭈그려 앉은 채,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응? 편지네...”

연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편지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아... 집배원 아저씨였구나...”

연아는 아까 자신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집배원이라고 생각했다. 집배원을 도둑으로 오인한 자신이 부끄러웠던 연아는 아무도 없는 현관문을 향해 크게 소리를 쳤다.

“미안해요. 집배원 아저씨!”

연아의 사과에 당연히 대답이 없어야 했지만,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연아가 뒷걸음을 치며 연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아저씨...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연아의 사과와는 달리 현관문은 열렸다. 그리고 고개를 연신 숙이던 연아는 조심스레 시선을 위로 올렸다.

“연아야 무슨 일이니?”

에이스와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서영이었다.

“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래? 그런데 연아 손에 들고 있는 건 무엇이야?”

서영은 연아의 작은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보았다. 그때서야 연아는 방그레 웃으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집배원 아저씨 다녀갔어요. 그리고 이건 편지에요.”

연아가 아무 생각 없이 편지를 든 손을 흔들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연아가 들고 있는 편지를 본 서영의 눈은 커져만 갔다.



@ 50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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