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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7 781회 0건
영수가 돌아간 후, 영호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의 계획이 무리가 없는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60%의 확률이면 상당히 높다. 거기에 20% 확률인 영수의 지분까지 더하면 우리 팀이 두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으로 결정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인데... 문제는 내가 추행범이 되어야 할 텐데... 40%의 확률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그래도 나를 믿어야겠지. 이런 계획을 세웠는데, 내가 추행범이 되지 못하면 게임을 이끌어가지 못하게 돼... 영수를 믿을 수가 없으니... 반드시... 이 계획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참을 생각하던 영호는 효진에게 기다릴 것을 지시하며 방을 나갔다. 그리고 약 10분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 다녀왔어?”

효진이 물었고, 영호가 웃으며 대답을 했다.

“마법 좀 부리고 왔지.”

“마법?”

“응.”

효진은 영호가 말한 마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의아한 눈빛으로 영호를 보며 다시 묻기 시작했다.

“그게 뭔데?”

“우리가 필승하는 법... 그리고... 내가 게임을 이끌어가는 법...”

“그렇게 말하지 말고... 자세히 말해 봐.”

효진이 재촉했다. 그러자 영호가 효진에게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해했어?”

한참을 설명한 영호가 효진에게 물었다.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휴... 바보... 다시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집중해야 돼. 당신과 내가 이 방법을 정확히 숙지해야만, 게임을 이길 수 있으니까.”

“아... 알았어.”

효진이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영호의 설명이 다시 이어졌다. 영호는 효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녀 앞에서 시범을 집적 보이기까지 했다. 효진은 영호의 행동을 보며 천천히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해됐지?”

“대충... 알 것 같아.”

“아이고... 곰팅아. 대충은 안 돼. 정확히 알아야 해.”

“아... 아... 아니.. 알아. 이번에는 내가 지가한테 설명해 볼게.”

“좋아.”

이번에는 반대로 효진이 영호에게 자신이 이해한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효진이 설명하는 중간에 실수를 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호의 계획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효진의 설명을 다 들은 영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맞아. 이해는 했네. 하지만, 계속 생각해야 해.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

“응. 그런데 왜 그 계획을 나도 정확히 알아야 해. 자기만 알면 되지 않아?”

“바보야. 추행범이 꼭 남자가 된다는 법이 없잖아.”

“아. 맞다. 나 정말 바본가 봐.”

“여자들이 추행범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나대신 자기가 그 일을 해줘야 해.”

“응.”

효진은 자신의 남편이 매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남편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 정말 대단해... 어떻게 그런 방법을 떠올렸어.”

“규칙.”

“규칙?”

“응. 컴퍼니가 정한 규칙을 차분히 생각해 봤지. 그런데 갑자기 그 계획이 실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야. 그리고 게임의 역발상... 역으로 생각하니까 답이 나오더라고...”

“참 대단해. 다른 사람도 그렇고 나도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답이 없는 문제였는데... 5개의 쪽지가 있는 상자에서 1개의 쪽지를 뽑아야 하는데... 우리가 추행범이 될 확률이 60%라니... 더구나 영수 부부가 추행범이 될 확률까지 더하면... 사실상 우리가 이긴 게임이야.”

“응. 우리가 게임을 지배할 수 있어. 대신에 반드시 우리가 추행범이 되어야 해. 40%는 우리가 추행범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우리가 추행범이 되어야 영수 부부를 제어할 수 있어. 알았지?”

“응. 꼭 그렇게 될 거야.”

“그러기 위해서 다시 연습해 볼까?”

“좋아!”

영호와 효진은 그렇게 3라운드 두 번째 게임이 시작 될 때까지, 영호의 계획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했다.

***

“지금... 자기는 그 말을 믿는 거야?”

“믿을 수 있어.”

“아... 참... 그렇게 당하고도 또 그러는 거야?”

수영이 돌아가고, 서영은 민혁에게 수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서영의 기대와는 달리 민혁은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민혁은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수영에게 단단히 홀렸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영수와 은희 같은 저질스런 사람들과 달라.”

“그걸 어떻게 알아?”

“당신도 대화를 해 보면 알 거야. 그 애는 순수해.”

“아이고... 순수한 그 애가 3라운드까지 왔단 말이야? 그 어린 나이에 섹스 게임이라는 곳에 참여를 했는데... 그것도 3라운드까지 왔어. 2라운드 게임이 무엇이었는지 당신도 알잖아. 그런 애가 순수하다고?”

민혁은 도저히 서영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라는 말을 들먹이는 서영의 정신 상태까지 의심이 되었다. 민혁은 서영이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에게 1시간동안 유린을 당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여기에 온 이유... 사정이 있었잖아. 수영 부부도 마찬가지야.”

“아기가 있고... 그 아기가 백혈병이다?”

“그래...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참가를 했다고 했어.”

“영수와 은희도 그런 말을 했지. 더구나 똑같이 백혈병이네?”

“무슨 말을 하는 줄은 알겠어. 그런데 수영이는 달라! 정말 다르다니까.”

“아휴... 답답아. 그걸 어떻게 알아? 난 명진이라고 했던가? 그 남편이라는 어린 남자도 못 믿어.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데... 2라운드를 통과해서 여기까지 왔어. 이게 말이 돼? 그리고 뭐 사백안? 자기가 무슨 관상쟁이야. 겨우 20살 밖에 안 된 놈이... 누구를 평가하고 저울질이야... 이게 말이 돼?”

“첫 번째 게임에서 내가 피해자였을 때... 유일하게 날 걱정해 준 사람도 수영이었어... 난 관찰을 했단 말이야. 다들 나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였지만... 수영만큼은 나를 보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어줬어... 날 걱정해줬단 말이야.”

“난 못 봤어. 그리고 당신은 지금 너무 지쳐있어. 그래서 제대로 생각을 못하는 거야.”

“아... 아니야!”

민혁과 서영의 생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평소에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의견 대립은 서로를 점점 지치게 하고 있었다.

“난 왜 이런 문제로 당신과 다투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수영이라는 어린 여자애... 당신이 그 여자애를 안 시간은 고작 몇 시간에 불과 해. 그런데 그 여자애를 믿는다고? 이게 상식이야?”

“난 믿어.”

“그래 믿는다고 하자. 그리고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이 영수라고 왜 나에게 말 안 했어? 그 이유가 뭔데? 첫 번째 게임에서 영수를 추행범으로 잡았으면... 4라운드 바로 진출이잖아.”

“휴... 아까 설명했잖아. 수영 부부를 살리지 못하면... 우리가 죽어야 했다고... 당신도 알 것 아니야. 영수 부부와 6번 부부가 이미 연합했다는 사실을....”

“그건 아는데...”

민혁은 서영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첫 번째 게임에서 영수가 추행범, 자신의 아내인 서영이 피해자가 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위기를 벗어나게 한 건 오로지 서영만의 힘이고 노력이었음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알렸어야지.”

“모든 사람을.... 속여야 했단 말이야... 당신이 알고 있으면... 혹시라도 실수를 했다면... 수영 부부는 탈락이었어... 그리고 두 번째 게임에서는 우리가 당했을 것이고...”

“그래도 당신은 나에게 알려야 했어.”

민혁은 고통을 나누지 않는 서영이 야속했다.

“우리는 이제 수영이를.... 믿어야 해.”

“아휴... 난 못 믿어.”

“그래... 당신 말대로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분명한 건 수영 부부와 함께 4라운드에 가야하는 거야... 이미 어떤 상황인지 당신도 알 것 아니야. 영수 부부와 6번 부부를 이겨내려면...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어. 믿지 않아도 좋으니까... 믿는 척이라도 해줘.”

서영이 처절하게 민혁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민혁은 서영의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실상 수영 부부를 믿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영수 부부와 6번 부부 연합 팀을 이겨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믿는 척... 좋아. 어차피 그들이 영수 부부의 첩자였다면...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일 테니...”

“당신 끝까지 그럴래! 왜 그래!”

“아니...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거잖아. 더 이상 그만 하자. 시간도 다 됐고... 믿는 척은 해줄 테니...”

“그래... 믿는 척이라도 해서... 우리가 추행범이 될 수 있다면... 반드시 영수 부부나 6번 부부를 찾아가야 해... 알았지?”

“..........”

대답 대신 민혁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서영과의 대화로 답답한 마음을 가실 길이 없던 그가 몸을 돌려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방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고, 서영을 다시 바라본 후, 로비의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향해 걸어갔다.

“잘... 되어야 할 텐데... 휴우.”

서영 역시 먼저 나가는 민혁을 바라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영 역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벽에 있는 시계가 저녁 7시를 알렸기 때문이었다.

***

- 하하하. 잘들 쉬시고... 저녁 식사도 맛있게 하셨는지요.

모든 참여자가 로비 중앙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곳에 모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대형 스크린에는 여지없이 치킨 박이 등장하였다.

- 이제 두 번째 게임을 시작하겠는데요. 하하하하. 참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시작을 해야겠지요?

말을 마친 치킨 박이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은 상자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공 하나를 꺼내들었다.

- 하하하. 이번에도 파란공이군요. 자동적으로 추행범은 남자가 되겠습니다. 이번에도 여자분들이 고생을 좀 하시겠군요.

추행범이 또 다시 남자로 결정이 되었다. 효진이 그 순간 자신의 남편인 영호를 쳐다보았다. 영호는 흐릿하지만 미소를 띠고 있었고, 오로지 효지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 자, 그러면 다섯 명의 남자 분들...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누가 추행범이 될지, 결정을 해야겠지요.

치킨 박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컴퍼니 직원 하나가 검은 상자를 들고 모든 참여자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각 팀의 다섯 명의 남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영호가 손을 들며 치킨 박에게 질문을 했다.

“치킨 박님.”

- 네. 차영호님... 무슨 문제라도? 하하하.

“이번에도 번호 순서대로 뽑기를 하는 겁니까?”

- 네. 하하하.

“그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6번이라 계속 남아 있는 쪽지를 가져갈 수 밖 에 없는데요. 그건 뽑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남들이 남겨 둔 것을 그냥 가져갈 수 밖 에 없지요. 한마디로 다른 쪽지를 뽑을 선택권이 저에게 없다고 봅니다.”

영호의 거침없는 말에 치킨 박은 물론 모든 참여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대다수는 영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 했다.

- 일리가 있군요. 하하하.

“이번에는 저부터 역순으로 뽑았으면 합니다.”

- 하하하. 흥미 있는 제안이군요. 다른 분들 의견을 들어볼까요?

치킨 박이 나머지 참여자들에게 의사를 물었다. 사실 먼저 뽑기를 한다고 유리할 건 하나도 없었다. 5개의 쪽지 중에서 추행범이라고 적혀 있는 쪽지는 단 1개였기 때문이었다. 순서에 따른 유불리는 당연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전 반대합니다.”

서영은 순서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호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찝찝했다. 그래서 손을 들어 반대를 했다.

“저도 반대합니다.”

이번에는 수영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서영이 반대를 했기에 수영도 그에 동참을 했다. 서영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하하하. 재밌는 상황이군요. 나머지 반대하는 팀 없습니까? 2번 부부 팀의 생각은?

“저희는 역순으로 가도 상관없습니다.”

영수가 대답을 했다. 영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었다.

- 그러면 5번 부부 팀은 어떤 의견입니까? 하하하

“하느님의 뜻에 따를 뿐... 순서는 상관이 없습니다.”

역시 남편이 민석이 대답을 했다. 치킨 박은 모든 팀의 의견을 종합했고,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재밌군요. 하하하. 반대하는 팀이 2팀, 그리고 반대를 하지 않는 팀이 2팀. 동률입니다. 하하하. 그래서 저 치킨 박은 이런 제안을 드리죠. 가위바위보를 합시다. 하하하. 자, 영호님과 가위바위보를 할 대표 한 분 나오세요.

가위바위보라는 단순한 게임을 제안한 치킨 박이었다. 민혁과 서영, 그리고 명진과 수영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에는 먼저 반대 의견을 낸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두 분이서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그리고 이긴 자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지요. 하하하. 단판입니다.

영호와 서영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둘의 심정은 사뭇 달랐다. 서영은 져도 그만이었지만, 영호는 반드시 이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되지 않네... 역시 저 서영이라는 여자는... 뭔가가 있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는데... 아무튼 이기긴 해야겠는데... 내 계획이 이런 가위바위보에 묻혀서는 안 되지...’

영호는 반드시 추행범을 선정하는 뽑기를 먼저 해야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자신이 첫 번째 순서가 되어야 했다.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영호의 표정만큼은 여유가 있었다. 이런 긴장감을 즐기는 자가 바로 영호였으니...

‘난 승부사야... 할 수 있어..’

스스로를 믿는 영호였다.

- 시작합니다. 가위바위보!

치킨 박의 말과 함께 영호와 서영은 상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을 확인한 치킨 박이 입을 열었다.

- 하하하. 좋습니다. 결과를 모두 인정하시지요?

영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주먹을 낸 영호가 가위를 낸 서영을 이긴 것이었다. 서영은 씁쓸했지만 표정 변화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영호는 컴퍼니 직원이 들고 있는 검은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 하하하. 약속대로 6번 차영호님부터 추행범 뽑기를 시작하도록 합니다.

영호가 검은 상자에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은 3장의 쪽지를 집어 들었다.



@ 37부에서 이어집니다.

- 주말에 술에 취해 -_-a 아직도 술이 덜 깬 듯...

- 하루에 2편씩 밖에 없뎃을 못하는데... 가까스로 어느정도 분량 채워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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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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