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맡겼지만... 왜 그들을 도와준 거야?”
두 번째 게임을 끝내고 통로의 좌측 6번방에 들어온 효진이 영호에게 물었다. 효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수 부부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영호가 그들을 탈락시키면서 명백하게 3라운드 탈락의 위험이 생겨버렸다. 영수 부부와 함께 했다면, 탈락의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을 텐데, 효진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영수 부부가 마음에 들었나 봐?”
“그건 아니지만... 우리가 탈락할 수도 있잖아?”
“하하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그런 거야?”
“아까 말했잖아. 그 놈이 싫으니까.”
“어휴... 나한테는 솔직해도 되잖아.”
“솔직히 말한 건데... 좋아. 하나 더 이유가 있는데... 질투하지 마?”
“무슨 질투? 설마?
효진은 영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과 결혼을 하긴 했지만, 영호는 사회에서 자신보다 어린 여자와의 관계를 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그리고 효진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것을 두고 영호에게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영호가 효진을 사랑하는 것보다 효진이 영호를 더욱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추행범이었고... 그 어린 여자애랑 잤지.”
“치... 그 어린 애가 그렇게 좋았어?”
“질투하는 거야?”
“그건... 아닌데...”
“알잖아? 내가 원래 게임에 대한 징크스가 있다는 것... 그 어린 여자애를 보니까, 막 욕구가 솟는 거야. 그리고 게임을 좀 더 짜릿하게 즐기고 싶어졌지. 하하. 솔직히 그 사건 후에 난 너무 소극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
“그 사건...”
효진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도박꾼이었다고는 말을 못하지만, 영호는 나름 이름도 알려졌고, 도박 성향은 매우 독특했다. 독특함을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희귀한 도박꾼이 영호였다. 동전을 던져서 앞뒤를 맞히는 게임,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면서 다른 도박꾼들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영호는 그런 동전 게임에도 한 판에 수백에서 수 천 만원씩을 걸었었다. 남들과의 내기를 즐기는 영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영호가 희대의 천재 겜블러에게 몰락을 하고 한동안 재기를 꿈꿨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컴퍼니로부터 섹스 게임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영호는 섹스보다는 ‘게임’이라는 글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묘한 흥미를 느끼며, 효진과 함께 섹스 게임에 참여를 한 것이었다. 물론, 상금도 목적이었지만, 영호는 경쟁자를 모두 물리치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세상에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느낌이 좋아. 생각해 보면 항상 내가 게임을 이겼을 때, 항상 어린 여자와의 잠자리가 있었지. 징크스라는 게 미신일 수도 있으나, 분명한 건 나에게 자존심을 준 잠자리였단 말이야. 냉정히 보면 지금 우리는 위기지. 내가 위기를 자초했고...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 고작 3라운드야. 섹스 게임에 참여한 이상... 우리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고난이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내가 소극적으로 나가야겠어? 그놈과 손을 잡으며?”
“그... 그래. 자기야 항상 자신감이 넘쳤었지...”
“나를 한 번 더 시험해 보고 싶은 거야. 이 상황이 됐는데... 영호 너란 놈은 어떻게 헤쳐 나갈 거야? 스스로 묻고 싶어졌지.”
“그... 그래도... 좀 쉽게 가면 좋잖아.”
“하하하. 그렇긴 하지만... 그 사건 후 난 승부욕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어떤 게임이든 누구와 경쟁하는 것은 나에게 참 즐거운 일이었는데...”
야구에서 볼넷 3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투수, 그 투수는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그 다음 3타자를 전력투구하며 모두 삼진을 잡아냈다. 마치 영호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영호는 일단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고작 3라운드에서 소극적인 행동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탈락하면... 말짱 꽝이잖아.”
“그건 그렇지. 내가 1번 부부와 3번 부부를 도와주긴 했는데... 그들이 날 돕는다는 보장은 없어. 대신에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끝까지 함께한다는 보장도 못하지.”
“무슨 말이야?”
효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영호에게 물었다. 영호는 효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기조차 했다.
“왜 웃어?”
“음... 재밌거든. 1번 부부와 3번 부부...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사실 그들을 도와 준 이유 중 하나가... 보는 것 자체가 재밌기 때문이야. 그래서 꼭 결과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단 말이야.”
“좀 자세히 말해줘! 이해가 안 돼!”
“보통 우리가 내기를 하게 되면 상대방을 관찰한단 말이야. 나 역시 3라운드 게임이 시작되면서 모든 사람들을 지켜봤지. 이 자체가 재밌어.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으니... 내가 아까 영수라는 놈에게 한 말 기억 나?”
“무슨 말?”
“이곳에서 믿음은 비상식적인 단어라는 것... 그런데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서로 신뢰를 한다? 고작 몇 시간 만에? 그래서 난 그 결과를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자기는 세 번째 게임에서 그들이 틀어진다는 말이야?”
영호의 말을 듣자면, 효진은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세 번째 게임에서 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어진다는 말은 고작 배신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모르지.”
“에이 뭐야...”
“모르니까 확인하고 싶다는 거야.”
1번 부부와 3번 부부의 믿음이 깨지면, 효진의 생각에 자신들은 반드시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호는 그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가능성만 있다는 말 뿐, 영호 역시 그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아참... 나 자기에게 할 말 있는데...”
영호가 효진에게 말을 했다.
“응? 어떤 말?”
“나... 밤에 그 어린 수영이라는 여자애랑 섹스할 거야.”
“섹스?”
“응.”
영호의 말에 효진이 순간 당황을 했다. 사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호를 말릴 수도 없었다.
“어떻게?”
“방법이야 있지.”
“꼭 해야 해?”
“그냥 하고 싶어. 왠지 그 애랑 섹스하면... 4라운드에 진출할 것 같아. 어린 여자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잖아. 하하하.”
영호가 이유모를 표정과 함께 웃었다. 그리고 효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그런 영호를 쏘아봤다.
“다시 말하지만 질투하면 안 돼! 4라운드에 진출해야 하니까.”
“알았어!”
***
두 번째 게임 투표가 끝나고 대형 스크린이 있는 로비에는 두 쌍의 부부만이 남았다. 영호 부부가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고, 그 다음에는 5번 부부가 감사 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즉, 민혁과 서영, 명진과 수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찌 된 일이지?”
서영이 두 번째 게임의 피해자였던 수영에게 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은 수영 뿐이었다.
“그게 사실은...”
수영이 한참동안 영호와 나눴던 대화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영수의 계획 그리고 갈등, 또한 서영이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 했던 행동들까지 영호는 이미 알고 있었음을 알렸다. 수영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매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영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영호가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려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로 우리를 두 번... 이나 도와준 것이었어...”
수영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서영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민혁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영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혀 자신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믿기 힘든데.”
민혁이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수영이 대답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 사람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두 번이나 영수라는 사람의 위협에서 우리를 도왔어요.”
“그거야 나중에 끼워 맞춰서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민혁이 여전히 의심스런 표정으로 수영에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굳이 두 번째 게임에서 영수 부부를 탈락 시킬 이유가 없죠. 자신의 표로 탈락시켰는데요.”
“그건... 수영이 말이 맞아.”
듣고 있던 서영이 수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민혁도 이견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영호의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으니...
“그럼 세 번째 게임에서 우리는 영호 부부를 탈락시키면 되는 걸까?”
민혁이 세 사람을 향해 질문을 했다. 그리고 수영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왜 그럴 수 없나요?”
다시 민혁이 수영에게 반문을 했다.
“어찌 됐든... 도음을 받았잖아요.”
“그건 인정하지만... 과정을 보면 영호 부부도 믿을 수는 없죠. 결국에는 영수 부부를 배신한 사람이니... 한 번 배신한 사람이 두 번은 못할까요?”
민혁이 날카로운 질문을 수영에게 던졌다. 수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점이 나도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민혁의 의견을 돕는 서영이었다. 돕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분명 영호의 행동은 고마웠다. 그러나 영수 부부를 배신한 것도 영호였다. 그렇기 때문에 도음을 받았다고 해서 무작정 믿을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어느 팀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민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영호 부부를 탈락시켰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못 믿겠어요. 기도만 하는 5번 부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단도직입적으로 민혁이 먼저 탈락을 시켜야 할 팀을 언급했다. 그 말을 들은 수영이 뒤를 이었다.
“전...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봐요.”
민혁과 수영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리고 말을 못하는 명진이 오른손을 들어 활짝 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세 사람에게 보여줬다. 명진도 5번 부부가 탈락해야 함을 말하고 있었다. 결국 수영 부부는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이제 남은 사람은 서영 뿐이었다.
“당신은 어때?”
민혁이 물었고, 곰곰이 생각하던 서영이 대답을 했다.
“우리는 반드시 4라운드에 진출해야 해... 그것도 함께... 영호 부부나 기도만 하는 부부...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우리가 몰라. 그리고 지금은 알 필요도 없고... 일단 우리가 함께 4라운드에 진출하는 것만 생각하자. 그렇다면... 답이 나와.”
“그러니까 5번 부부야? 6번 부부야?”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해.”
서영이 수영 부부의 편을 들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민혁이 따지듯이 서영에게 물었다.
“그 이유가 뭐지?”
“생각 해봐. 세 번째 게임은 투표권이 딱 3개야. 5번 부부가 끝까지 기권만 할 것이라면... 결국 남는 건 2표. 재수가 없으면 1표씩 받아서 두 팀이 탈락할 수도 있어. 그 탈락 팀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잖아. 더구나 우리들 중 피해자가 나온다면... 투표권이 없으면... 사실상 세 팀의 개인전이 되어버리잖아. 운이 좋아서 우리가 모두 투표권을 갖게 되면 5번 부부나 6번 부부 탈락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게 아니라면? 5번 부부를 탈락시키는 쪽으로 가야 해. 그래야 6번 부부인 영호 부부가 5번 부부에 투표를 하겠지? 그리고 또 영호 부부가 피해자 팀이 되어버리면... 기권 규정을 이용해서 그들을 탈락시킬 수 있겠지만... 문제는 5번 부부가 끝까지 기권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러면 당연히 우리는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해. 반대로 5번 부부가 피해자 팀이 된다면, 영호 부부와 함께 기권 규정을 이용할 수도 있을 거야.”
서영이 아주 길게 민혁에게 세 번째 게임의 경우의 수를 설명했다. 민혁은 6번 부부인 영호 부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서영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5번 부부를 탈락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4라운드 진출이 어렵지는 않았다.
“쩝... 그래 좋아.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겠네. 젠장.”
민혁은 입맛이 썼다. 민혁은 5번 부부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부부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하게 행동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부부를 탈락시키려고 지금 협의를 하고 있었다.
“나도 좋은 기분은 아니야.”
민혁의 눈치를 본 서영이 말을 했다. 그리고 수영도 거들었다.
“저도 마음이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네 사람은 세 번째 게임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영이 말을 했다.
“규정을 이용하려면... 만약 우리들 중에 추행범이 나올 경우... 반드시 5번 부부나 6번 부부를 피해자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의 표가 2개로 보장이 되니까. 다들 알았지?”
“알았어.”
“네... 꼭 그럴게요.”
민혁과 수영이 서영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리고 명진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우리는 이제 정말 하나의 팀이야. 꼭 4라운드에 함께 진출하자.”
서영이 마지막으로 의지를 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믿었다.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될 때, 네 사람 모두 웃을 수 있다고...
@ 42부에서 이어집니다.
- 바쁘네요 _-_
두 번째 게임을 끝내고 통로의 좌측 6번방에 들어온 효진이 영호에게 물었다. 효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수 부부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영호가 그들을 탈락시키면서 명백하게 3라운드 탈락의 위험이 생겨버렸다. 영수 부부와 함께 했다면, 탈락의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을 텐데, 효진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영수 부부가 마음에 들었나 봐?”
“그건 아니지만... 우리가 탈락할 수도 있잖아?”
“하하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그런 거야?”
“아까 말했잖아. 그 놈이 싫으니까.”
“어휴... 나한테는 솔직해도 되잖아.”
“솔직히 말한 건데... 좋아. 하나 더 이유가 있는데... 질투하지 마?”
“무슨 질투? 설마?
효진은 영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과 결혼을 하긴 했지만, 영호는 사회에서 자신보다 어린 여자와의 관계를 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그리고 효진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것을 두고 영호에게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영호가 효진을 사랑하는 것보다 효진이 영호를 더욱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추행범이었고... 그 어린 여자애랑 잤지.”
“치... 그 어린 애가 그렇게 좋았어?”
“질투하는 거야?”
“그건... 아닌데...”
“알잖아? 내가 원래 게임에 대한 징크스가 있다는 것... 그 어린 여자애를 보니까, 막 욕구가 솟는 거야. 그리고 게임을 좀 더 짜릿하게 즐기고 싶어졌지. 하하. 솔직히 그 사건 후에 난 너무 소극적으로 변했던 것 같아...”
“그 사건...”
효진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도박꾼이었다고는 말을 못하지만, 영호는 나름 이름도 알려졌고, 도박 성향은 매우 독특했다. 독특함을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희귀한 도박꾼이 영호였다. 동전을 던져서 앞뒤를 맞히는 게임,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면서 다른 도박꾼들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영호는 그런 동전 게임에도 한 판에 수백에서 수 천 만원씩을 걸었었다. 남들과의 내기를 즐기는 영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영호가 희대의 천재 겜블러에게 몰락을 하고 한동안 재기를 꿈꿨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컴퍼니로부터 섹스 게임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영호는 섹스보다는 ‘게임’이라는 글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묘한 흥미를 느끼며, 효진과 함께 섹스 게임에 참여를 한 것이었다. 물론, 상금도 목적이었지만, 영호는 경쟁자를 모두 물리치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세상에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건 바로 자신감이었다.
“느낌이 좋아. 생각해 보면 항상 내가 게임을 이겼을 때, 항상 어린 여자와의 잠자리가 있었지. 징크스라는 게 미신일 수도 있으나, 분명한 건 나에게 자존심을 준 잠자리였단 말이야. 냉정히 보면 지금 우리는 위기지. 내가 위기를 자초했고...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 고작 3라운드야. 섹스 게임에 참여한 이상... 우리가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고난이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내가 소극적으로 나가야겠어? 그놈과 손을 잡으며?”
“그... 그래. 자기야 항상 자신감이 넘쳤었지...”
“나를 한 번 더 시험해 보고 싶은 거야. 이 상황이 됐는데... 영호 너란 놈은 어떻게 헤쳐 나갈 거야? 스스로 묻고 싶어졌지.”
“그... 그래도... 좀 쉽게 가면 좋잖아.”
“하하하. 그렇긴 하지만... 그 사건 후 난 승부욕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어떤 게임이든 누구와 경쟁하는 것은 나에게 참 즐거운 일이었는데...”
야구에서 볼넷 3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투수, 그 투수는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그 다음 3타자를 전력투구하며 모두 삼진을 잡아냈다. 마치 영호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영호는 일단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고작 3라운드에서 소극적인 행동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탈락하면... 말짱 꽝이잖아.”
“그건 그렇지. 내가 1번 부부와 3번 부부를 도와주긴 했는데... 그들이 날 돕는다는 보장은 없어. 대신에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끝까지 함께한다는 보장도 못하지.”
“무슨 말이야?”
효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영호에게 물었다. 영호는 효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기조차 했다.
“왜 웃어?”
“음... 재밌거든. 1번 부부와 3번 부부...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사실 그들을 도와 준 이유 중 하나가... 보는 것 자체가 재밌기 때문이야. 그래서 꼭 결과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단 말이야.”
“좀 자세히 말해줘! 이해가 안 돼!”
“보통 우리가 내기를 하게 되면 상대방을 관찰한단 말이야. 나 역시 3라운드 게임이 시작되면서 모든 사람들을 지켜봤지. 이 자체가 재밌어.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으니... 내가 아까 영수라는 놈에게 한 말 기억 나?”
“무슨 말?”
“이곳에서 믿음은 비상식적인 단어라는 것... 그런데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서로 신뢰를 한다? 고작 몇 시간 만에? 그래서 난 그 결과를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자기는 세 번째 게임에서 그들이 틀어진다는 말이야?”
영호의 말을 듣자면, 효진은 1번 부부와 3번 부부가 세 번째 게임에서 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어진다는 말은 고작 배신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모르지.”
“에이 뭐야...”
“모르니까 확인하고 싶다는 거야.”
1번 부부와 3번 부부의 믿음이 깨지면, 효진의 생각에 자신들은 반드시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호는 그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가능성만 있다는 말 뿐, 영호 역시 그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아참... 나 자기에게 할 말 있는데...”
영호가 효진에게 말을 했다.
“응? 어떤 말?”
“나... 밤에 그 어린 수영이라는 여자애랑 섹스할 거야.”
“섹스?”
“응.”
영호의 말에 효진이 순간 당황을 했다. 사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호를 말릴 수도 없었다.
“어떻게?”
“방법이야 있지.”
“꼭 해야 해?”
“그냥 하고 싶어. 왠지 그 애랑 섹스하면... 4라운드에 진출할 것 같아. 어린 여자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잖아. 하하하.”
영호가 이유모를 표정과 함께 웃었다. 그리고 효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그런 영호를 쏘아봤다.
“다시 말하지만 질투하면 안 돼! 4라운드에 진출해야 하니까.”
“알았어!”
***
두 번째 게임 투표가 끝나고 대형 스크린이 있는 로비에는 두 쌍의 부부만이 남았다. 영호 부부가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고, 그 다음에는 5번 부부가 감사 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즉, 민혁과 서영, 명진과 수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찌 된 일이지?”
서영이 두 번째 게임의 피해자였던 수영에게 물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은 수영 뿐이었다.
“그게 사실은...”
수영이 한참동안 영호와 나눴던 대화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영은 영수의 계획 그리고 갈등, 또한 서영이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 했던 행동들까지 영호는 이미 알고 있었음을 알렸다. 수영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매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영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영호가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려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로 우리를 두 번... 이나 도와준 것이었어...”
수영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서영이 홀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혁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민혁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영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혀 자신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믿기 힘든데.”
민혁이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수영이 대답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 사람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두 번이나 영수라는 사람의 위협에서 우리를 도왔어요.”
“그거야 나중에 끼워 맞춰서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민혁이 여전히 의심스런 표정으로 수영에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굳이 두 번째 게임에서 영수 부부를 탈락 시킬 이유가 없죠. 자신의 표로 탈락시켰는데요.”
“그건... 수영이 말이 맞아.”
듣고 있던 서영이 수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민혁도 이견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영호의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으니...
“그럼 세 번째 게임에서 우리는 영호 부부를 탈락시키면 되는 걸까?”
민혁이 세 사람을 향해 질문을 했다. 그리고 수영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왜 그럴 수 없나요?”
다시 민혁이 수영에게 반문을 했다.
“어찌 됐든... 도음을 받았잖아요.”
“그건 인정하지만... 과정을 보면 영호 부부도 믿을 수는 없죠. 결국에는 영수 부부를 배신한 사람이니... 한 번 배신한 사람이 두 번은 못할까요?”
민혁이 날카로운 질문을 수영에게 던졌다. 수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점이 나도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민혁의 의견을 돕는 서영이었다. 돕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분명 영호의 행동은 고마웠다. 그러나 영수 부부를 배신한 것도 영호였다. 그렇기 때문에 도음을 받았다고 해서 무작정 믿을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어느 팀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민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영호 부부를 탈락시켰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못 믿겠어요. 기도만 하는 5번 부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단도직입적으로 민혁이 먼저 탈락을 시켜야 할 팀을 언급했다. 그 말을 들은 수영이 뒤를 이었다.
“전...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봐요.”
민혁과 수영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리고 말을 못하는 명진이 오른손을 들어 활짝 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세 사람에게 보여줬다. 명진도 5번 부부가 탈락해야 함을 말하고 있었다. 결국 수영 부부는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이제 남은 사람은 서영 뿐이었다.
“당신은 어때?”
민혁이 물었고, 곰곰이 생각하던 서영이 대답을 했다.
“우리는 반드시 4라운드에 진출해야 해... 그것도 함께... 영호 부부나 기도만 하는 부부...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우리가 몰라. 그리고 지금은 알 필요도 없고... 일단 우리가 함께 4라운드에 진출하는 것만 생각하자. 그렇다면... 답이 나와.”
“그러니까 5번 부부야? 6번 부부야?”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해.”
서영이 수영 부부의 편을 들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민혁이 따지듯이 서영에게 물었다.
“그 이유가 뭐지?”
“생각 해봐. 세 번째 게임은 투표권이 딱 3개야. 5번 부부가 끝까지 기권만 할 것이라면... 결국 남는 건 2표. 재수가 없으면 1표씩 받아서 두 팀이 탈락할 수도 있어. 그 탈락 팀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잖아. 더구나 우리들 중 피해자가 나온다면... 투표권이 없으면... 사실상 세 팀의 개인전이 되어버리잖아. 운이 좋아서 우리가 모두 투표권을 갖게 되면 5번 부부나 6번 부부 탈락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게 아니라면? 5번 부부를 탈락시키는 쪽으로 가야 해. 그래야 6번 부부인 영호 부부가 5번 부부에 투표를 하겠지? 그리고 또 영호 부부가 피해자 팀이 되어버리면... 기권 규정을 이용해서 그들을 탈락시킬 수 있겠지만... 문제는 5번 부부가 끝까지 기권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러면 당연히 우리는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해. 반대로 5번 부부가 피해자 팀이 된다면, 영호 부부와 함께 기권 규정을 이용할 수도 있을 거야.”
서영이 아주 길게 민혁에게 세 번째 게임의 경우의 수를 설명했다. 민혁은 6번 부부인 영호 부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서영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5번 부부를 탈락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4라운드 진출이 어렵지는 않았다.
“쩝... 그래 좋아.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겠네. 젠장.”
민혁은 입맛이 썼다. 민혁은 5번 부부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부부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하게 행동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부부를 탈락시키려고 지금 협의를 하고 있었다.
“나도 좋은 기분은 아니야.”
민혁의 눈치를 본 서영이 말을 했다. 그리고 수영도 거들었다.
“저도 마음이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네 사람은 세 번째 게임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영이 말을 했다.
“규정을 이용하려면... 만약 우리들 중에 추행범이 나올 경우... 반드시 5번 부부나 6번 부부를 피해자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만 우리의 표가 2개로 보장이 되니까. 다들 알았지?”
“알았어.”
“네... 꼭 그럴게요.”
민혁과 수영이 서영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리고 명진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우리는 이제 정말 하나의 팀이야. 꼭 4라운드에 함께 진출하자.”
서영이 마지막으로 의지를 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믿었다.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될 때, 네 사람 모두 웃을 수 있다고...
@ 42부에서 이어집니다.
- 바쁘네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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