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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06 860회 0건
모든 참여자가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영이 추행범이라고 지목한 영수가 욕설과 더불어 난리를 치기는 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민혁과 서영 그리고 명진과 수영이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하하하. 지켜보는 저는 좀 지루했습니다. 어찌됐든, 시간이 다 됐군요.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영수 부부의 표정은 벌써부터 승리자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이었고, 그것을 지켜보는 영호는 비릿한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가 된 것처럼 절망감에 빠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

- 두 번째 게임... 우리 추행범 잡아볼까요? 하하하. 투표 시작합니다. 1번인 최민혁님, 김서영님 투표해 주시죠? 방식은 첫 번째 게임과 같습니다.

치킨 박이 1번 부부인 민혁과 서영에게 투표를 하라며 지시했다. 그러나 민혁과 서영은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빨리 안 해? 도살장으로 끌려가야지?”

뜸을 들이는 민혁과 서영을 보며 영수가 자신 있는 악담을 퍼부었다. 그런 영수를 노려보며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영에게 넌지시 말을 했다.

“내가 하고... 올게.”

민혁이 로비의 우측에 설치 된, 천막으로 향했다.

“휴우...”

터벅터벅 걸어가는 민혁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2번 부부인 영수와 은희를 반드시 탈락시키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표가 부족했다. 자신이 한 표를 2번 부부에게 행사해도, 연합을 한 수영 부부가 피해자가 되어서 투표권이 없었다.

“젠장.”

천막에 들어간 민혁이 1번이라고 쓰여 있는 자신의 투표용지에 추행범을 2번 부부로 지목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채 천막에서 나왔다.

- 다음은 2번 부부인 김영수님, 박은희님 투표하세요. 하하하.

민혁이 돌아와 자리에 앉자, 치킨 박은 2번 부부인 영수와 은희에게 투표를 할 것을 지시했다. 민혁과는 상반되게 영수가 자신 있는 걸음으로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물론, 그 전에 민혁과 서영을 향해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도 않았다.

“내 한 표의 위력을 기대해도 좋아. 하하하.”

누구나 예상했듯이 영수는 추행범으로 1번 부부인 민혁과 서영을 지목했다. 그리고 영수가 투표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자, 역시 치킨 박의 지시에 따라 5번 부부인 민석과 지민이 투표를 했고, 그 다음 차례는 6번 부부인 영호와 효진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명진과 수영을 제외하고 모든 부부가 투표를 마쳤다. 그리고 치킨 박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참여자들에게 5분 정도 기다리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5분 후면, 모든 결과가 치킨 박의 입에서 흘러나올 것이고, 다시 한 번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탄생될 것이었다.

“후후...”

영수는 지금의 이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넘치기는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절망하고 있는 민혁과 서영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그리고 그렇게 1초, 1분, 5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에 관해서는 매우 정직한 치킨 박이 대형 스크린에 다시 등장을 했다.

- 하하하. 많이 기다리셨지요?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치킨 박의 말에 모든 참여자가 긴장을 했다. 물론, 그 긴장의 성질은 달랐다. 영수 부부는 축제 분위기였고, 민혁과 서영은 목을 내놓고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루저가 나왔오?”

마음이 급한 영수가 치킨 박에게 물었다. 그리고 치킨 박이 대답을 했다.

- 하하하. 김영수님이 마음이 급하시군요. 아쉽게도 이번 두 번째 게임 역시 탈락 팀이 생겼습니다. 한 부부가 루저가 되는군요.

대부분의 참여자가 예상했듯이 결국에는 루저가 되는 부부가 발생했음을 치킨 박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서영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없었다. 루저가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다.

- 결과 발표를 하지요. 하하하. 두 번째 게임에 의한 탈락하는 부부는...

치킨 박이 뜸을 들이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고작 몇 초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순간에 숨을 쉬는 사람은 없었다. 숨이 멎은 듯, 시간이 멈춘 듯, 공간이 뒤바뀌는 듯, 모든 사람들이 치킨 박의 모습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 루저 제도의 희생양은... 안타깝습니다. 2번 김영수님, 박은희님 부부입니다.

반전이었다.

치킨 박의 입에서 나온 두 번째 게임의 탈락자는 다름 아닌 영수 부부였다. 당사자인 영수는 자신의 귀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그리고 은희는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반대로 민혁과 서영은 고개를 들고, 그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치킨 박의 입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영수 부부가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결과로 나타나면서, 민혁과 서영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또한 입도 열리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지... 다시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지 않소!”

영수가 얼굴이 시뻘건 상태로 치킨 박에게 투표 결과에 대해 따졌다. 그러나 치킨 박의 대답은 단호했다.

- 안타깝지만... 영수님 탈락입니다.

“믿을 수가... 믿을 수가 없잖아! 말이 돼!”

영수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이 탈락할 수 있단 말인가. 상대는 한 표가 부족했다. 그런데 왜 자신이 루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 사실입니다. 영수님.

치킨 박이 다시 한 번 탈락 사실을 알렸고, 영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호를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너지? 너 맞지? 이 개자식아!”

영수가 영호에게 달려들었다. 당장이라도 영호를 때려죽일 기세였다. 그러나 어느새 등장한 컴퍼니 직원이 영호에게 달려가는 영수의 몸을 막아섰다.

- 저희 직원에게 덤비면... 바로 죽습니다.

치킨 박의 싸늘한 경고가 영수의 귀에 들렸고, 영수는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영수가 반항을 하고 싶어도 컴퍼니 직원의 등치가 훨씬 컸고, 또한 덤빈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가 없었다.

“씨발놈! 니가 날 배신해!”

울분에 찬 영수가 영호에게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은희 역시 영수를 거들었다.

“이 개잡놈아. 약속을 했는데... 왜 안 지키는 거야! 왜! 도대체 이유가 뭐야! 씨발... 다 죽여버릴거야... 씨발... 씨발... 흑... 흑.‘

은희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은희를 다독거리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이 개자식아. 내 생각대로 했다면... 우리는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잖아!”

영수가 영호에게 질문을 했다. 루저가 되더라도 영호가 배신한 이유는 알고 싶었다.

“음... 그냥... 싫으니까.”

영호의 대답은 짤막했다. 그리고 무미건조했다. 그 모습에 영수가 더욱 더 흥분을 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뭐? 싫으니까? 이게 말이 돼? 씨발놈이...”

“후후. 이유를 알려줘?”

“씨발놈아!”

“첫째 이유는 이미 알려줬어. 그냥 너란 놈이 싫다. 재수가 없어. 두 번째 이유는 아무리 생각 해도 네가 싫어. 하는 짓, 하는 말, 그냥 싫어. 세 번째 이유는... 또 한참을 생각했는데... 싫어. 이유가 됐나?”

“이런 개좆같은 새끼야! 그걸 이유라고 말하냐! 죽여 버릴 거야. 씨발놈이!”

영호가 영수를 조롱했다. 그리고 영수는 계속해서 울분에 찬 욕설만 내뱉었다.

“내가 너에게 필승법도 알려줬는데... 씨발놈아. 이런 나를 배신 해!”

“후후. 재밌군. 네가 생각한 건 나도 이미 생각했었지. 별 달리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런데 넌 나에게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했어. 이곳에서 믿음이라는 말은 솔직히 비상식적인 단어라고 본다. 그런데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좋아. 거짓말을 하더라도 최소한 나에게 들키지는 말았어야지. 너 같으면 거짓말을 하는 네 녀석이 좋겠냐? 싫어. 너무 싫어. 언젠가 내 뒤통수 칠 것 같으니까. 됐냐? 이 정도면?”

영호가 영수에게 배신을 한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치킨 박이 말을 했다.

- 심각한 대화중에 죄송합니다만... 하하하. 영수님? 은희님과 작별 인사는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영수는 치킨 박의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눈은 영호만 쏘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은희는 주저앉은 상황에서 계속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내가 너같이 좆같은 새끼의 배신으로... 이렇게... 간다만... 너도 곧 뒤따라 올 거야. 스스로 무덤을 팠으니... 서영이라는 여자... 그리고 저기 어린 애들... 널 가만 놔둘 것 같냐. 이 머청한 새끼야!”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난 너처럼 멍청하지는 않아. 후후.”

“좆 까는 소리 하지 마. 꼭 난 너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땐 죽여 버릴 거야.”

“그러든지 말든지... 이제 너에게 딱 한 마디 해주지. 이만 꺼지렴.”

영수는 씩씩 거리며 영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컴퍼니 직원들이 영수의 몸을 붙잡고 통로의 출구를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물론, 은희 역시 컴퍼니 직원들에게 끌려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씨발 잡놈년들아... 너희들도 어차피 내 꼴이 될 거야. 다시 내 얼굴을 보게 될 것이야. 씨발... 씨발... 아! 씨발!”

영수와 은희가 컴퍼니 직원들에 의해 끌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영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오로지 그의 입은 비릿한 웃음만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민혁과 서영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영호와 영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아직도 영수 부부가 탈락한 것이 믿겨지지 않은 민혁이 서영에게 물었다. 그러나 서영도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당신들을 벌써 두 번이나 살렸습니다. 후후.”

영호가 민혁과 서영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러나 영호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 탈락자도 사라졌으니... 두 번째 게임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1번 부부인 최민혁님과 김서영님은 2번 부부를 추행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탈락한 2번 부부는 1번 부부를 추행범으로 지목했고, 6번 부부인 차영호님과 강효진님은 2번 부부를 추행범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로써, 2번 부부가 2표를 받아서 루저가 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5번 부부인 김민석님과 황지민님은 이번에도 기권을 하셨습니다.

치킨 박의 입에서 투표 결과를 들은 민혁과 서영은 왜 6번 부부가 자신들을 도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 마지막으로 추행범이 잡혔느냐? 하하하. 여러분들에게 아쉽겠지만, 내일 오전 8시에 세 번째 게임을 하겠습니다. 추행범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죠. 하하하. 아무쪼록 오늘 밤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내일 오전 8시에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라운드 두 번째 게임이 완전히 끝났다. 그리고 치민 박은 두 번째 게임 결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사라졌다. 이제는 4 쌍의 부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피곤한데 쉬어야겠군. 다들 굿나잇!”

영호가 자신의 아내인 효진과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 뒤로 서영의 목소리가 영호의 귀에 들려왔다.

“도대체 이유가... 우리를 살려 준 이유가 무엇이죠?”

영호는 물론, 효진도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짧게 대답을 할 뿐이었다.

“재밌으니까.”



@ 41부에서 이어집니다.

- 시간이 없어서... 이 정도만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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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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