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을 딸인 연아에게 컴퍼니가 보낸 섹스 게임 초대장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민혁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영은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뜯지 않았다. 꿋꿋하게 민혁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 민혁이 집에 돌아왔고, 현관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서영을 보자 잠시 멈칫거렸다.
“어서 와. 연아는 밥 먹고 자고 있어.”
“... 응”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되고 민혁은 서영과 아예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자신의 아내를 믿지 못한 미안한 감정과 자신의 부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수영 부부를 탈락시킨 죄책감이 민혁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왔어.”
서영이 민혁을 향해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손으로 흔들었다. 민혁은 서영이 손에 쥐고 있는 컴퍼니의 섹스게임 초대장을 잠시 바라본 후, 고개를 숙이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나... 자신 없어.”
서영은 민혁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없다니, 그렇다면 섹스 게임을 이대로 포기하자는 말인가.
“이대로 포기하자는 거야?”
“.....”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영의 가슴도 답답해졌다. 자신 역시 섹스 게임을 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섹스 게임을 피할 수도 없었다. 빚은 30억이었고, 벌써 3라운드를 통과하면서 무수한 치욕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 고작 몇 천 만원의 상금을 가지고 게임을 포기해야한다고? 서영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수영 부부도 구해야 하지 않던가.
“난 절대 포기 안 해. 아니... 못 해.”
서영이 민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했다. 민혁은 고개를 들어 그런 서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미... 미친 짓이야... 더 이상 자신이 없어.”
“미친 짓이라는 건 알아. 그런데 벌써 3라운드를 통과했잖아. 그동안 많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또 참았어. 그런데 지금에 와서 포기하자고?”
“... 그래도...”
“30억의 빚은 어쩔 거야?”
“......”
서영의 입에서 빚이 30억이라는 말에 민혁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 빚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었다.
“30억의 빚... 갚을 수 있어? 난 루저가 되는 것보다... 그게 더 무서워... 우리 연아도 큰 고통을 받을 거야... 도망가서 잡혔던 날을 기억하면...”
서영은 지난날 사채업자들에게 잡혀서 딸인 연아의 목숨마저 위협을 당하던 때를 기억했다. 컴퍼니가 주최하는 섹스 게임 역시 서영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지만, 그래도 사채업자들에게 딸의 생명을 위협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자신은 어머니였다. 그래서 한 몸 희생하면 그만이었지만, 사채업자들은 어린 딸까지 들먹거리며 협박을 했다. 서영으로서는 그게 더 무서웠다.
“루저가 되면... 우리 딸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민혁은 3라운드에서 세 쌍의 부부가 컴퍼니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가족이 있었겠지만, 치킨 박의 언행을 보자면, 게임에 탈락한 그들은 더 이상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민혁은 자신이 루저가 되면 딸인 연아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상상하면 너무나 무섭고 괴로웠다.
“휴우... 그러면 이대로 도망가서... 사채업자에게 잡혀 죽으라는 거야. 차라리 우리 세 가족 약을 먹고 죽어버릴까?”
“그... 그건...”
“나는 죽어도 괜찮아. 하지만... 연아는 살려야 해. 부모가 없는 삶... 우리 연아에게도 고통이겠지만... 난 그래도 연아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부모 마음이야. 당신도 연아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 아니야... 그건 아닌데...”
서영 역시 자신들이 루저가 되면 연아가 부모 없이 큰 고통을 겪으며 살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반 자살을 할 수도 없었다. 또한 자신들이 도망쳐서 사채업자에게 잡히면 그것 역시 연아에게 큰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부모는 죽어도 자식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영이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암흑 뿐 이야. 우리 연아가 살아도 죽을 때까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야. 그러나 섹스게임에 우승하면... 모든 게 해결이 돼.”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거 알잖아?”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없는 것보다... 이런 기회라도 있어서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 안 해? 우리 몸과 마음이 고생을 하겠지만... 살 수 있다는 실 날 같은 희망은 있잖아.”
“다... 당신 변했어.”
민혁의 말에 서영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왔다. 자신 역시 짧은 시간에 많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남편인 민혁에게 그 말을 듣자 고통스러웠다.
“... 살아야 하니까.”
짧은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신... 죄책감 가지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해도 답이 없다는 거 알잖아? 피하지 마.”
“피하는 게... 아니야.”
“당신도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 알아.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 게... 어쩌면 비상식일 거야. 그래서 굳이 당신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아.”
“..........”
“수영 부부를... 나도 왜 믿었는지... 그 이유는 몰라. 그런데... 그냥 믿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도 그들 부부가 루저가 되어서... 매우 괴로웠어. 고통스럽고... 게임에 참여하기 싫었어.”
“.... 미... 미안해... 내가... 정말...”
민혁은 3라운드 세 번째 게임 투표 결과를 치킨 박이 발표하던 때를 기억하면 너무나 괴로웠다. 자신의 언행 때문에 수영 부부가 탈락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큰 죄책감으로 다가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에게 미안해 할 이유는 없어... 당신 역시 우리를 위해서... 그랬던 거니까. 대신에... 수영 부부에게 미안해야겠지. 나도 미안하니까...”
“...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어. 계속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들을... 그렇게 못 믿었을까... 아니... 미워했을까...”
말을 하면서 민혁은 계속 괴로워했다. 루저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민혁은 자신이 수영 부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미안하면... 구해야지.”
괴로워하는 민혁을 바라보며 서영이 단호하게 말을 했다.
“구....하다니?”
서영의 말을 듣고 민혁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루저가 된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방법은 몰라. 그런데 우리가 우승하면... 그 방법이 생길 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치킨 박이 분명 그랬어. 루저를 알고 싶으면 루저가 되거나... 우승을 하라고...”
“... 마... 맞아.”
“우승 상금은 50억... 우리가 빚 30억을 갚아도... 20억이라는 큰돈이 남아. 내 생각에는 그 20억 정도면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 백, 몇 천 만원이면 사람도 죽여주는 시대라잖아.”
서영은 에이스에게 들은 대로 똑같이 민혁에게 말을 했다. 민혁은 비교적 서영의 입에서 잔인한 말이 나왔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50억이라는 우승 상금에 집중을 할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방법은 몰라. 그러나 20억이면 치킨 박과 거래를 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럴 수도...”
민혁은 서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20억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아니, 일반 서민은 평생을 일해도 만질 수조차 없는 돈이었다. 그 정도 돈이면 사람 목숨을 못 구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돼. 쉽지가 않겠지만... 20억을 포기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해야만...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서영이 민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우승을 했을 경우 빚을 갚더라도 또 다시 20억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억만 있어도 인생 역전이 충분히 가능한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
“나도 섹스 게임 하기 싫어.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어. 더 이상 괴로워하지도 말고... 죄책감도 갖지 말자. 우리 연아를 위해서도 또 수영 부부를 위해서도... 우리가 좀 더 고생하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해.”
서영의 각오는 민혁이 보기에도 대단했다. 서영의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며 민혁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인 서영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민혁은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다.
‘휴우... 그래 나도... 나도 질 수 없지.’
단순히 마음을 먹는다고 갑자기 자신감이 붙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혁은 서영의 각오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앞으로 희생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나약했어. 휴우... 나도 힘 내 볼게.”
“.......”
대답 대신 서영이 어색하지만 미소를 보여줬다. 이로써 민혁과 서영은 다시 각오를 다지며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었다.
“아... 초대장 봐야지.”
“내 정신 좀 봐.”
서영이 자신이 들고 있는 컴퍼니가 보낸 섹스 게임 초대장을 뜯기 시작했다. 옆으로 다가온 민혁과 함께 초대장을 읽어 내려갔는데, 역시나 크게 특이할 사항은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1박 2일 게임은 아닌 것 같아.”
“모레 아침 7시에 데리러 온다는데?”
3라운드 게임과는 달리 4라운드 게임은 1박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단순 준비물도 빨간 칩이 전부였고, 3라운드 게임 때처럼 직접 컴퍼니 직원들이 데리러 온다고 적혀 있었다.
“검은 두건... 쓰기 싫은데...”
“그건 나도... 너무 답답해.”
마땅히 준비할 것이 없었던 민혁과 서영은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마음의 준비만을 할 수 밖 에 없었다. 도대체 4라운드 게임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떤 경쟁자를 만나게 될지, 두 사람 다 매우 궁금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당일에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었기에, 민혁과 서영은 그저 생각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몸이나 건강하게 잘 관리하자고 말을 했다.
“남은 시간 잘 쉬고... 잘 먹자. 그래야... 이겨낼 테니까. 몸부터 무너지면 정신은 볼 필요도 없지.”
***
이틀 후, 오전 7시에 정확히 컴퍼니 직원들이 민혁과 서영을 데리러 왔다. 3라운드에 왔던 직원들이 그대로 왔기에 민혁과 서영은 크게 직원들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타시죠.”
컴퍼니 직원들에 의해 검은 승합차에 태워진 민혁과 서영은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이번에는 검은 두건을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두건은...”
민혁은 조심스레 컴퍼니 직원에게 물었다.
“필요 없습니다.”
아주 짧게 대답한 직원은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록 민혁과 서영이 검은 두건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가고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차량 내부는 창문이 없었고, 운전자가 있는 쪽 역시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량 내부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두웠고, 그 어둠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등이 하나 켜져 있었을 뿐이었다.
“으음...”
민혁은 자신의 귀로 바깥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단순히 차가 많다거나, 유동인구가 많다거나를 확인은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 가지고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음...”
아무런 대화 없이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차량 내부의 공기는 어두운 만큼 무거웠다. 서영은 매우 답답함을 느꼈지만, 굳건히 입을 닫고 인상을 쓰고 있는 컴퍼니 직원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는 않았다.
“언제 도착해요?”
힘겹게 서영이 컴퍼니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컴퍼니 직원이 서영을 슬쩍보더니, 이번에도 짧게 입을 열었다.
“곧.”
곧이라는 것이 얼마의 시간인지 알 수 없었던 서영이 재차 질문을 하려 했지만, 민혁의 만류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게 답답하게 어두운 차량 내부에서 시간을 보낸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가 꽤 거친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 속도도 매우 느려져 있었다.
“으음...”
민혁이 괜히 소리를 내며 컴퍼니 직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 같게도 차가 멈추었다.
“다 온 것 같군요.”
침묵을 지키던 컴퍼니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량의 오른쪽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빛이 차량 내부로 들어왔고, 민혁과 서영은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어두운 곳이 밝게 빛이 나자, 눈이 적응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 눈 부셔.”
“내립니다.”
먼저 내린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내릴 것을 지시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민혁과 서영이 차에서 내렸고, 그와 동시에 컴퍼니의 남직원과 여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왔다.
“수색해.”
리더로 보이는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온 두 사람의 직원이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으레 게임을 하기 전에 했던 것이라 민혁과 서영은 몸수색에도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그 와중에 눈이 적응이 되자 고개를 돌리며 주위 환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공사... 현장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아파트 공사 현장이야.”
민혁과 서영이 있는 곳은 수십 채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공사현장이었다. 얼핏 보아도 아주 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옵니다.”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은 주위를 살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약 30m 정도 걸었을 때, 민혁과 서영은 자신의 눈에 5톤 화물 트럭이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그 트럭 주위로는 대여섯 명의 컴퍼니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윙.
민혁과 서영이 화물차에 다가가자, 갑자기 화물차의 좌측 윙바디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의 눈에는 아주 익숙한 대형스크린이 화물차 짐칸에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지겨운... 스크린이네.”
“치킨 박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없나 봐.”
화물차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아직 치킨 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혁과 서영은 화물차 앞에서 그렇게 약 10분을 기다렸고, 자신들 있는 곳에 다가오는 또 다른 검은 승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지를 가르며 다가오는 승합차를 바라보며 민혁과 서영은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굳이 듣지 않아도 그 승합차에 탄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 상대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우...”
“또 어떤 사람들일까.”
검은 승합차가 화물차와 약 30m 정도 간격을 두고 정차를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한 쌍의 부부와 함께 컴퍼니 직원들이 내렸다. 그 부부 역시 햇빛에 눈이 부셨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그 순간 컴퍼니 직원들의 몸수색이 이뤄졌다.
“우리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될 부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아직 거리도 있었기에 정확히 어느 나이대의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화물차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멀리서 컴퍼니 직원이 방금 도착한 부부에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민혁과 서영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빛에 눈이 적응을 했는지, 그 부부는 더 이상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부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서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경악을 했고, 민혁은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이 개새끼야!”
@ 51부에서 계속됩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영은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뜯지 않았다. 꿋꿋하게 민혁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 민혁이 집에 돌아왔고, 현관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서영을 보자 잠시 멈칫거렸다.
“어서 와. 연아는 밥 먹고 자고 있어.”
“... 응”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되고 민혁은 서영과 아예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자신의 아내를 믿지 못한 미안한 감정과 자신의 부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수영 부부를 탈락시킨 죄책감이 민혁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왔어.”
서영이 민혁을 향해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손으로 흔들었다. 민혁은 서영이 손에 쥐고 있는 컴퍼니의 섹스게임 초대장을 잠시 바라본 후, 고개를 숙이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나... 자신 없어.”
서영은 민혁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없다니, 그렇다면 섹스 게임을 이대로 포기하자는 말인가.
“이대로 포기하자는 거야?”
“.....”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영의 가슴도 답답해졌다. 자신 역시 섹스 게임을 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섹스 게임을 피할 수도 없었다. 빚은 30억이었고, 벌써 3라운드를 통과하면서 무수한 치욕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 고작 몇 천 만원의 상금을 가지고 게임을 포기해야한다고? 서영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수영 부부도 구해야 하지 않던가.
“난 절대 포기 안 해. 아니... 못 해.”
서영이 민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했다. 민혁은 고개를 들어 그런 서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미... 미친 짓이야... 더 이상 자신이 없어.”
“미친 짓이라는 건 알아. 그런데 벌써 3라운드를 통과했잖아. 그동안 많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또 참았어. 그런데 지금에 와서 포기하자고?”
“... 그래도...”
“30억의 빚은 어쩔 거야?”
“......”
서영의 입에서 빚이 30억이라는 말에 민혁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 빚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었다.
“30억의 빚... 갚을 수 있어? 난 루저가 되는 것보다... 그게 더 무서워... 우리 연아도 큰 고통을 받을 거야... 도망가서 잡혔던 날을 기억하면...”
서영은 지난날 사채업자들에게 잡혀서 딸인 연아의 목숨마저 위협을 당하던 때를 기억했다. 컴퍼니가 주최하는 섹스 게임 역시 서영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지만, 그래도 사채업자들에게 딸의 생명을 위협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자신은 어머니였다. 그래서 한 몸 희생하면 그만이었지만, 사채업자들은 어린 딸까지 들먹거리며 협박을 했다. 서영으로서는 그게 더 무서웠다.
“루저가 되면... 우리 딸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민혁은 3라운드에서 세 쌍의 부부가 컴퍼니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가족이 있었겠지만, 치킨 박의 언행을 보자면, 게임에 탈락한 그들은 더 이상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민혁은 자신이 루저가 되면 딸인 연아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상상하면 너무나 무섭고 괴로웠다.
“휴우... 그러면 이대로 도망가서... 사채업자에게 잡혀 죽으라는 거야. 차라리 우리 세 가족 약을 먹고 죽어버릴까?”
“그... 그건...”
“나는 죽어도 괜찮아. 하지만... 연아는 살려야 해. 부모가 없는 삶... 우리 연아에게도 고통이겠지만... 난 그래도 연아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부모 마음이야. 당신도 연아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 아니야... 그건 아닌데...”
서영 역시 자신들이 루저가 되면 연아가 부모 없이 큰 고통을 겪으며 살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반 자살을 할 수도 없었다. 또한 자신들이 도망쳐서 사채업자에게 잡히면 그것 역시 연아에게 큰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부모는 죽어도 자식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영이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암흑 뿐 이야. 우리 연아가 살아도 죽을 때까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야. 그러나 섹스게임에 우승하면... 모든 게 해결이 돼.”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거 알잖아?”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없는 것보다... 이런 기회라도 있어서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 안 해? 우리 몸과 마음이 고생을 하겠지만... 살 수 있다는 실 날 같은 희망은 있잖아.”
“다... 당신 변했어.”
민혁의 말에 서영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왔다. 자신 역시 짧은 시간에 많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남편인 민혁에게 그 말을 듣자 고통스러웠다.
“... 살아야 하니까.”
짧은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신... 죄책감 가지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해도 답이 없다는 거 알잖아? 피하지 마.”
“피하는 게... 아니야.”
“당신도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 알아.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 게... 어쩌면 비상식일 거야. 그래서 굳이 당신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아.”
“..........”
“수영 부부를... 나도 왜 믿었는지... 그 이유는 몰라. 그런데... 그냥 믿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도 그들 부부가 루저가 되어서... 매우 괴로웠어. 고통스럽고... 게임에 참여하기 싫었어.”
“.... 미... 미안해... 내가... 정말...”
민혁은 3라운드 세 번째 게임 투표 결과를 치킨 박이 발표하던 때를 기억하면 너무나 괴로웠다. 자신의 언행 때문에 수영 부부가 탈락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큰 죄책감으로 다가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에게 미안해 할 이유는 없어... 당신 역시 우리를 위해서... 그랬던 거니까. 대신에... 수영 부부에게 미안해야겠지. 나도 미안하니까...”
“...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어. 계속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들을... 그렇게 못 믿었을까... 아니... 미워했을까...”
말을 하면서 민혁은 계속 괴로워했다. 루저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민혁은 자신이 수영 부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미안하면... 구해야지.”
괴로워하는 민혁을 바라보며 서영이 단호하게 말을 했다.
“구....하다니?”
서영의 말을 듣고 민혁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루저가 된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방법은 몰라. 그런데 우리가 우승하면... 그 방법이 생길 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치킨 박이 분명 그랬어. 루저를 알고 싶으면 루저가 되거나... 우승을 하라고...”
“... 마... 맞아.”
“우승 상금은 50억... 우리가 빚 30억을 갚아도... 20억이라는 큰돈이 남아. 내 생각에는 그 20억 정도면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 백, 몇 천 만원이면 사람도 죽여주는 시대라잖아.”
서영은 에이스에게 들은 대로 똑같이 민혁에게 말을 했다. 민혁은 비교적 서영의 입에서 잔인한 말이 나왔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50억이라는 우승 상금에 집중을 할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방법은 몰라. 그러나 20억이면 치킨 박과 거래를 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럴 수도...”
민혁은 서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20억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아니, 일반 서민은 평생을 일해도 만질 수조차 없는 돈이었다. 그 정도 돈이면 사람 목숨을 못 구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돼. 쉽지가 않겠지만... 20억을 포기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해야만...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서영이 민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우승을 했을 경우 빚을 갚더라도 또 다시 20억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억만 있어도 인생 역전이 충분히 가능한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
“나도 섹스 게임 하기 싫어.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어. 더 이상 괴로워하지도 말고... 죄책감도 갖지 말자. 우리 연아를 위해서도 또 수영 부부를 위해서도... 우리가 좀 더 고생하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해.”
서영의 각오는 민혁이 보기에도 대단했다. 서영의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며 민혁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인 서영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민혁은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다.
‘휴우... 그래 나도... 나도 질 수 없지.’
단순히 마음을 먹는다고 갑자기 자신감이 붙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혁은 서영의 각오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앞으로 희생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나약했어. 휴우... 나도 힘 내 볼게.”
“.......”
대답 대신 서영이 어색하지만 미소를 보여줬다. 이로써 민혁과 서영은 다시 각오를 다지며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었다.
“아... 초대장 봐야지.”
“내 정신 좀 봐.”
서영이 자신이 들고 있는 컴퍼니가 보낸 섹스 게임 초대장을 뜯기 시작했다. 옆으로 다가온 민혁과 함께 초대장을 읽어 내려갔는데, 역시나 크게 특이할 사항은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1박 2일 게임은 아닌 것 같아.”
“모레 아침 7시에 데리러 온다는데?”
3라운드 게임과는 달리 4라운드 게임은 1박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단순 준비물도 빨간 칩이 전부였고, 3라운드 게임 때처럼 직접 컴퍼니 직원들이 데리러 온다고 적혀 있었다.
“검은 두건... 쓰기 싫은데...”
“그건 나도... 너무 답답해.”
마땅히 준비할 것이 없었던 민혁과 서영은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마음의 준비만을 할 수 밖 에 없었다. 도대체 4라운드 게임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떤 경쟁자를 만나게 될지, 두 사람 다 매우 궁금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당일에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었기에, 민혁과 서영은 그저 생각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몸이나 건강하게 잘 관리하자고 말을 했다.
“남은 시간 잘 쉬고... 잘 먹자. 그래야... 이겨낼 테니까. 몸부터 무너지면 정신은 볼 필요도 없지.”
***
이틀 후, 오전 7시에 정확히 컴퍼니 직원들이 민혁과 서영을 데리러 왔다. 3라운드에 왔던 직원들이 그대로 왔기에 민혁과 서영은 크게 직원들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타시죠.”
컴퍼니 직원들에 의해 검은 승합차에 태워진 민혁과 서영은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이번에는 검은 두건을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두건은...”
민혁은 조심스레 컴퍼니 직원에게 물었다.
“필요 없습니다.”
아주 짧게 대답한 직원은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록 민혁과 서영이 검은 두건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가고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차량 내부는 창문이 없었고, 운전자가 있는 쪽 역시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량 내부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두웠고, 그 어둠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등이 하나 켜져 있었을 뿐이었다.
“으음...”
민혁은 자신의 귀로 바깥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단순히 차가 많다거나, 유동인구가 많다거나를 확인은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 가지고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음...”
아무런 대화 없이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차량 내부의 공기는 어두운 만큼 무거웠다. 서영은 매우 답답함을 느꼈지만, 굳건히 입을 닫고 인상을 쓰고 있는 컴퍼니 직원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는 않았다.
“언제 도착해요?”
힘겹게 서영이 컴퍼니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컴퍼니 직원이 서영을 슬쩍보더니, 이번에도 짧게 입을 열었다.
“곧.”
곧이라는 것이 얼마의 시간인지 알 수 없었던 서영이 재차 질문을 하려 했지만, 민혁의 만류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게 답답하게 어두운 차량 내부에서 시간을 보낸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가 꽤 거친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 속도도 매우 느려져 있었다.
“으음...”
민혁이 괜히 소리를 내며 컴퍼니 직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 같게도 차가 멈추었다.
“다 온 것 같군요.”
침묵을 지키던 컴퍼니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량의 오른쪽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빛이 차량 내부로 들어왔고, 민혁과 서영은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어두운 곳이 밝게 빛이 나자, 눈이 적응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 눈 부셔.”
“내립니다.”
먼저 내린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내릴 것을 지시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민혁과 서영이 차에서 내렸고, 그와 동시에 컴퍼니의 남직원과 여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왔다.
“수색해.”
리더로 보이는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온 두 사람의 직원이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으레 게임을 하기 전에 했던 것이라 민혁과 서영은 몸수색에도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그 와중에 눈이 적응이 되자 고개를 돌리며 주위 환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공사... 현장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아파트 공사 현장이야.”
민혁과 서영이 있는 곳은 수십 채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공사현장이었다. 얼핏 보아도 아주 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옵니다.”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은 주위를 살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약 30m 정도 걸었을 때, 민혁과 서영은 자신의 눈에 5톤 화물 트럭이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그 트럭 주위로는 대여섯 명의 컴퍼니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윙.
민혁과 서영이 화물차에 다가가자, 갑자기 화물차의 좌측 윙바디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의 눈에는 아주 익숙한 대형스크린이 화물차 짐칸에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지겨운... 스크린이네.”
“치킨 박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없나 봐.”
화물차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아직 치킨 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혁과 서영은 화물차 앞에서 그렇게 약 10분을 기다렸고, 자신들 있는 곳에 다가오는 또 다른 검은 승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지를 가르며 다가오는 승합차를 바라보며 민혁과 서영은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굳이 듣지 않아도 그 승합차에 탄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 상대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우...”
“또 어떤 사람들일까.”
검은 승합차가 화물차와 약 30m 정도 간격을 두고 정차를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한 쌍의 부부와 함께 컴퍼니 직원들이 내렸다. 그 부부 역시 햇빛에 눈이 부셨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그 순간 컴퍼니 직원들의 몸수색이 이뤄졌다.
“우리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될 부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아직 거리도 있었기에 정확히 어느 나이대의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화물차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멀리서 컴퍼니 직원이 방금 도착한 부부에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민혁과 서영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빛에 눈이 적응을 했는지, 그 부부는 더 이상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부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서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경악을 했고, 민혁은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이 개새끼야!”
@ 51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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