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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첫사랑 - 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06 991회 0건
남편 대니가 돌아온지 이틀차 되는 날 주희는 가슴 윗부분이 적절히 드러나고 적절히 속이 비치는 길쭉한 H형 이브닝슬립을 입고 귀여운 디자인의 팬티를 입었다.
그리고 준영과 만날때 정도는 아니지만 적절히 분도 바르고 컬러 립글로스를 바른채 저녁시간을 지냈다.
하지만 대니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디 나가니?”

“왜 그렇게 생각했어?”

“메이크업 했쟎아”

“그럼, 이옷입고 어딜 나갈수 있을것 같아?”

“Are you playing upon word?" (말장난하고 있는거니?)

대니는 약간 썰렁하다는 듯이 영어로 반문했다.
주희는 그가 영어로 대답한 문장도 썩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보다 더한 복장과 메이크업으로 나갈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그녀는 그런 생각조차 그땐 떠올리지 못했다.

185에 가까운 키에 100킬로에 가깝게 걸맞게 적절히 비대해진 대니는 160의 키에 50킬로가 채 안되는 주희의 몸 위에 포개어져 있었다.
헉헉거리면서 그는 머리에 땀을 흘리며 성기를 넣었다 뺐다 피스톤 운동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주희는 팔 다리를 벌린채 그의 성기가 들어오면 들어오는대로, 빠지면 빠지는대로 그대로 두고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서로간의 밀어는 없었다.
대니는 남편의 의무감이라기보다는 일주일 동안 섹스를 참은 것을 보상하려는 듯이, 혹은 고환 속에 가득찬 정액을 뽑아내려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악!...헉!....헉!
어아으으으으흐......핫!

주희의 신음은 그녀의 질벽과 질구에 가해지는 물리적 압박에 반응하는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니가 사정하는 순간 그녀는 이제 끝났구나하는 생각에 안도하였다.
그리고 대니가 그녀의 몸에 그대로 엎어져 그녀의 몸 위에서 쉬는 순간, 그의 몸무게에 실린 압박감을 참아 견디고 있었다.
몇초간을 숨을 몰아쉬던 대니는 정신을 차린듯 몸을 일으켜 서로의 성기가 이탈되자 물컵을 비우고 옆으로 쓰러졌다.
준영이를 만나고 일어난 그녀 일신상의 변화는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는 그녀의 부부관계는 이런 식의 진행과 마무리로 끝났다.
하지만 아까 섹스를 시작한 직후의 대니의 말과 태도는 준영과 확실히 대비되는 것이었다.

“아아...너 아까 입술에 립글로스인가 뭔가 발랐다더니 끈쩍끈쩍한게 그거구나? 글구 얼굴이 왜 이리 미끄러워? 화장 여태 안 지웠니? 화장하고 자면 나도 묻고 별로 필링이 안 좋아.”

외도경험에서 얻은 교훈으로 그녀는 화장을 했고, 화려한 의상을 입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핀잔과 꾸중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갔다.
토요일이 되어 대니는 인근 승마장에 말을 타러 갔다.
그녀도 승마를 배우긴 했지만 그리 즐기지도 않았을 뿐더러 남편 대니와 함께 어울리는 승마동호회원들도 거의가 백인이었다.
아무리 영어 잘하고 겉으로 친한척하고 그들의 문화에 젖어보았자 진짜 동료로 백인들이 받아주지는 않는다는건 상식에 속했는데, 증권이나 금융쪽 종사자들이라 서로 정보를 얻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희는 펑퍼짐한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이불을 털고 있었다.
2천5백 스퀘어피트(70평)의 넓이에 이층에만 방 네개가 있는 단독주택은 손이 많이 가지만 무엇보다도 두식구가 서로 소통하고 살을 부대끼기엔 공허한 곳이다.
진공소제기로 카펫을 빨아들이는것은 남편 대니가 어제 저녁에 이미 다 해버렸을뿐 아니라 샴푸소독까지 해버렸다.
대니란 남자가 나름대로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쓸만하다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일주일전 이 시간에 하이웨이를 타고 라구나 비치를 내려가던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머리를 흔들어 치웠다.
그때 집전화벨이 울렸다.
콜러 아이디를 확인해보니 뉴욕 인근에 사는 시부모님 집이었다.


“네, 어머님?”

“대니는 그래 승마나갔다면서?”

그가 전화해서 알았을까, 아니면 시모가 그에게 극성맞게 전화해서 알았을까.

“이번에 대니가 출장와서 들렀는데 보니깐 지난번에 왔을때보다 십파운드는 찐것 같더라. 네가 건강관리를 잘 해주는거니, 안해주는거니? 석달 사이에 그 정도 찔려면 매일 점심을 패스트푸드로 때워야 겨우 그리 된다는데”

“저도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근데 그 사람 일하는 곳이 엘에이 다운타운인데 근방의 한국 음식점이 없는데다가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거 싫어하니 미국음식만 먹게 된대요. 저녁이라도 슬림하게 해주려하는데도 길이 멀어 늦게 들어와 배고프다니 그리할수도 없구요. 그래도 운동이라도 하니....”

“네 책임은 하나도 없는듯 말하는구나? 그 아이가 점심은 그냥 대충 때운다던데 그게 패스트푸드일지 아니? 그걸 니가 확인한게 아니쟎아? 너한텐 그냥 안심시켜주느라고 말했겠지.”

시모는 주희의 말을 차단해 가면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계속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가끔 시모가 전화해서 은근히 신경을 긁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사태가 심각한듯 했다.
그리고 남편이 출장겸 뉴욕에 갔을때 본가에 들러 아내인 주희에 대해 어떻게 전했을까.
물론 대니가 주희 욕먹을 말을 한건 아닐지라도 시모가 여러가지 정황을 꿰어 맞췄을 수도 있겠다.

“대니가 살찌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어. 비만 체질이라 매사 조심시키고 운동부도 보내고 했지. 한동안 관리가 잘되는듯 했는데 갑자기 스트레스가 있는거니? 네 몸은 처녀 안부럽게 날씬하게 관리하면서 배우자 건강관리에 소홀한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일하러 나가는건 말안하겠지만, 남들처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아니고......주부가 몸매 날씬하고 예쁘다고 누가 상주는것도 아니고. 네가 제일 신경써야할 일은 가장의 건강관리야.”


“어머님....네에,,,,,,명심할께요....”

주희는 시모와의 통화가 끝나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남편의 비만화도 그녀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체질 때문이고 시모도 약간의 비만이 있었던 것이다.
또 아이가 없는 것, 솔직히 말하면 그녀도 아이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더 지독할 정도로 아이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시모는 주희의 책임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냉장고를 신경질적으로 열어재끼고 Coor-Light캔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나서야 안정이 되는것 같았다.


“대니, 자기 엄마한테 전화왔었다?”

초저녁에 남편이 돌아오자 그녀는 그가 벗는 승마복을 챙기며 대화를 시작했다.

“자기 승마간거 아시더라”

“응, 아침에 전화와서 승마간다고 했지.”

“맨날 밖으로 돈다고 뭐라 야단 안치셔?”

“뭐 운동 잘하라고 하시던데?....”

주희는 시모가 당신의 아들에게는 그토록 관대했다는게 놀라왔다.
운동은 좋지만 주말에 남편이 밖으로 하루종일 도는 것에 대해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 시모는 주희를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초창기에 적극적으로 결혼을 반대했다.
유학와서 학교 입학은 안하고 바로 일을 하는 영주권이 없는 상태였고 의도적으로 시민권 배우자를 구한다는 의혹이 첫번째 이유였다.
둘째는 연상이라 지금은 어여쁠줄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신랑보다 늙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전공이 미술이라 지식적인 면이 많이 딸릴 것이며 그나마도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원래의 전공도 태만했을 것이라는것, 마지막은 미모가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라 외간 남자에게 유혹받을거라는 것이었다.

“자기 살찌웠다고 그러시더라. 내가 잔소리 좀 많이 했어? 패스트푸드 먹지 말고, 기름기있는거 먹지 말고, 운동좀 하라고”

“알았어....그래서 오늘 운동하고 왔쟎아”

“운동? 자기가 하루종일 바깥으로 돌면서 즐기면 나는 뭐가 되는데? 집지키는 집사야?”

“아이구, 왜 그러니? 새삼스럽게....너두 hobby만들어서 즐기면 되쟎아?”

“대니, 우린 부부쟎아? 낮엔 주말말고 함께 보낼 시간이 어디있어?”

“주디, 이봐...왜 그러니! 널 어린애처럼 늘 봐줘야 돼? 내가 주말이면 네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야 되냐구?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은 많쟌아? 너도 horse riding할줄 아니깐 따라와.”

“나도 가봤지만 순전히 남자들끼리 즐기다가 맥주나 마시고 들어오는거 재미없어. 그걸 매주 간다고 하면 싫어. 하는 이야기는 영어로 무슨 경제 이야기같은것만...”

이런 식의 다툼이 몇번 있었던것은 사실이지만 늘 그들의 대화는 평행선을 그었다.
다툼을 그만둔 것은 해결을 보아서가 아니라 서로가 귀챦아서였고, 해결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절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글구, 아이문제도 나더러 문책하시는데, 솔직히 자기가 더 싫어하쟎아? 내가 어머님한테 대니가 더 싫어해서 안 낳아요 그렇게 말할순 없쟎아?”

“마미가 애안낳으라고 보챌 분은 아니야”

“뭐 아이도 안 키우면서 신랑 신경도 별로 안 쓰냐고 그러시는데 그게 그 말씀이지 뭐”

“내가 알아서 할께, 걱정마. 그건 내가 마미한테 말할거야, Don"t worry about her ment!"

“왜 여기서 말 끊어? 끝까지 가보자, 우리......엘에이로 와서 우리끼리 사는거, 우리끼리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었어. 난 한 사람한테만 충실하고 싶었어. 근데 맨날 자기 밖으로 돌면 난 뭐가 되냐고?”

낮에 맥주 세캔을 마시고 들어왔다는 대니도 화를 내기 시작하며 영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희는 쉽게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의 분위기면 대충 어떤 말인지를 알았다.


"Well, I always say to you what! You have stayed at Korea-Community company, contact to Korean Coustomers, Korean co-workers day to day. so you don"t develop. please effort for your self-development! Dare to the enter American traditional company or community. and then you will feel lack of English! That is the foundation of your development. you don"t need to paint a face at house!"

(그래, 내가 늘 말하지 않았나? 넌 한인회사에 머물면서 한국손님, 한국동료들과 지내지 매일매일을, 그러면 넌 무슨 발전이 있니? 제발 너의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 과감히 미국회사를 노크해봐, 그러면 너는 영어의 부족을 여실히 느낄거야. 그게 네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될거야. 집구석에서 얼굴에 분칠이나 하지 말고!)

MBA출신의 남편 대니의 논리는 비록 화를 다스리지 못한 상태에서도 정연했다.
그리고 그는 는 샤워실로 들어가면서 문을 꽝하고 닫아 버렸다.
주희는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만약 그가 준영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준영이라면 그렇게 밖으로 돌질 않았겠지만 자기의 책임을 먼저 떠올렸을거라고 생각해 본다.
남편 몰래 준영이라는 남자와 혼외정사를 경험하고 왔지만, 이것은 순전히 다른 문제였다.
가능하면 주희는 준영이를 그리면서도 남편에게 떳떳하지 못한 외도는 더 이상 할 마음을 끊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또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여자가 외도에 이끌리면 걷잡을수 없고 그 끝을 알수도 없고, 알수 있다 하더라도 별로 좋지 못한다는 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한번 한 외도는 한번으로 만족하다는 결론은 준영과 헤어지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질세척을 하면서 각오한 바였다.
가끔 전화통화나 하면서 스트레스나 풀만한 관계로 만들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후 준영과 전화통화를 마칠때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은 것도 그런 의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준영에게 재차 사랑고백을 받았을때 마음이 흔들린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그녀에게 던져진 것은 냉엄한 현실이었다.
당장 남편 대니, 일, 살림, 며느리노릇을 감당하며 준영이를 계속 생각하고 그리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 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려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수다를 떨다보면 혼자서 늘 똑같은 시간에 전화하러 가는건 눈치 보일 일이기도 했고 말많은 여자들 사이에 안좋은 소문이 퍼질수 있었기에 준영과 통화 시간은 줄어들수 밖에 없었다.
두달이 지나는 동안 주희는 자바업체에서 디자인과 패턴일을 하며 아침과 저녁에는 남편의 시중을 들고 집안 정리와 세탁같은 주부의 일과같은 이전의 생활과 달라진 일이 없는 생활을 했다.


퍽, 하! 퍽, 하!, 퍽! 하!
아으, 아으, 아아으아...하.....

여전히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녀를 향해 돌아눕고 입을 맞추며 팬티를 끌어내리는 남편 대니의 행위를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차원의 적극성은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그전부터도 그랬지만 준영과의 외도를 경험하고는 더더욱 남편과의 성관계는 형식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뉴욕에서 시어머니가 단독으로 날아왔다.
시아버지를 대동하지도 않은 채였고 몇주 머물다 간다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식사를 신경써야 하겠지만, 퇴근후 그녀의 시모를 차에 태우고 마트에 가서 시모가 사들이는 음식재료를 지켜봐야 했고, 시모가 만드는 밥을 먹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시모의 행동은 ‘내가 하는거 보고, 이렇게 해라’라고 시위하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날은 토요일이라 남편 대니는 승마를 나가고 없었는데 한적한 오후에 그녀의 시모는 자기 방에서 나와 2층의 거실 쇼파에 걸터앉은뒤 주희를 불러내었다.
또한 시모는 주희에게 자리를 권하지 않고 그 앞자리에 서 있도록 했다.
이는 교사가 학생을 야단치는 자세였다.

“내 지금까지 뭐라 안하고 그냥 지내왔다만......올해 네 나이가 몇이니?”

“서, 설흔 둘이에요....”

그녀가 한두살 연상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던 시모의 입에서 나오는 나이 이야기는 그녀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뭐든지 때가 있는거다. 지금 넘어가면 아이낳기도 힘들고, 기형아나 유산같은거......임신도 날짜 맞춘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고....네가 대니랑 동갑인 설흔살만 하더라도 좀 참아보겠고 이십후반이라면 몇년은 더 기회가 있겠지만 말이다.”


“제 뜻대로 안 낳는건 아니에요. 대니가 아이를 싫어한다고 저한테 말했기 때문에, 전 그 사람 뜻에 따르는거에요”

“정말 남자가 원치 않으면 본인이 정관을 묶어 버리던지 콘돔을 쓰겠지. 그런데 너네 화장실에 있는 피임약은 뭐니? 그건 여자가 더 원치 않는다는거야”

주희는 당황하면서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새 부부욕실까지 뒤지다니 아무리 시어머니라도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시어머니는 한국에서 S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하고 여고 가정가사 교사를 지낸 인탤리여성이었다.
하지만 생활에서의 예의는 그런것과는 관계가 없었던지, 오히려 피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감각이 가정과 교사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남편 대니가 집으로 들어와서 2층으로 올라와 그 고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승마복 차림으로 귀를 쫑긋하게 세웠다.
그녀는 잘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시어머니한테 적극적으로 항변하지는 않았다.


“내가 스물 여섯, 네 나이에 결혼했는데 한번 유산하고 설흔살에야 대니를 낳았지. 그 후에도 또 유산했고 결국 단념했어. 더 늦어 후회하지 말고...피임약 다 갖다버려. 아이들어서면 막상 싫다싫다 하던 남자가 더 좋아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아빠랑 무리해서 이 방네개짜리 이층집 사준게 둘이서 훵하니 방들 놀리라고 사준것도 아니고 내가 들락날락 들리면서 지낼라고 사준것도 아니야.”

“........어머님 말씀 잘 새겨듣겠어요. 하지만 저도 대니한테 물었지만 이 사람은 한사코 반대하고 단호히 결정한거에요. 이 집의 가장이 대니지 제가 아니쟎아요, 가장인 그의 결정이쟎아요?”

주희는 일부러 남편 대니가 들으란 투로 시어머니에게 목소리로 항변했다.

“마미, 그건, To be frank, I didn"t want a child.....I told her. But actually......"

"얘 대니! 이건 여자들끼리 하는 대화니깐 너는 나중에 네 색시랑 따로 이야기하렴“

주희가 깜짤 놀란 것은 didn"t 라는 과거형으로 남편이 말한 것이고, actually라는 애매모호한 ‘지금’이란 의미가 무엇인지에 놀랐다.
하지만 그 다음 엄마의 명령에 얌전히 침실로 들어가던 남편의 행동이었다.
그러자 시모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너, 나이어린 남편이라고 무시하는거니?”

“네?! 어머님, 제가 어떻게 대니를 무시한다니요?”

“그런 식으로 말야....네가 남편을 가장으로 알기나 아는거니? 오히려 이런데서 쏙 빠져나가기 쉬우려고 그런 가장이니 뭐니 하는 단어를 쓰다니, 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너희 둘끼리만 있을때 네가 어떻게 하는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주희는 드디어 눈물이 터져나왔다.
자기의 말뜻을 그렇게 황당하게 곡해하는 시어머니의 태도, 그리고 시어머니의 명령에 나서지 못하고 쏙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남편의 태도에 더욱 그랬다.


“그런 식으로 남편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고 아이도 안 가지고, 자기 몸이나 손발좀 편하게 살려는게 요즘 젊은 여자들의 트렌드라더니, 설마 너도 그럴줄이야 몰랐구나. 하지만 생각을 고쳐야겠다”

“흑흑흑.....................어머님......전 그런 뜻으로 그렇게 말씀드린게 아니에요......대니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저 원하는대로 모든걸 할려고 했는지”

“당연히 대니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네 흉을 보겠니?”

주희는 억울하고 분하면서도 서러운 마음에 거의 한시간 가깝게 시모에게 호통과 꾸중을 들으며 고개를 들썩이고 눈물을 흘렸다.
선 자세로 꾸중을 들은 탓에 다리와 무릎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교사시절에도 호랑이 선생님으로 소문이 나 있었고 지금 그때의 모습을 며느리에게 재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주희의 눈에 비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와의 부부생활에 있어서 시어머니가 그리 잘 챙겨주거나 정성을 쓰진 않았다.
그렇다면 2주씩이나 분가한 아들의 집에 와서 이런 류의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넌 뉴욕에 살 때의 행실도 알어. 오래전에 너 수술한것 생각나지? 그래서 이 시애미한테 한참 야단맞은것도 기억하니? 엘에이와서 몇번 했을거라고 짐작이 간다. 그건 여자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못하는거야!”

“어머님...흑, 그건, 그건 제 뜻이 아니었어요. 되려 피임잘못했다고 대니한테 야단까지 맞았다구요....”

“똑같이 말대답하는구나?! 그래, 대니가 시켜서 중절했다고 말하겠지?”

그녀는 뉴욕에서 신혼을 지내던 1년차의 어느날 임신한 것을 알고 남편 대니에게 전화로 알렸을때, 대니는 도리어 역정을 내며 당장 수술을 하라고 야단조로 이야기한 것을 기억한다.
주희는 입술을 깨물며 산부인과 수술대에 올랐지만 그 사실을 시모가 어떻게 알았던지 주희가 불려가 야단을 맞았던 것이다.
그 이후로 주희는 대니를 닥달해 엘에이로 사는 곳을 옮긴 것이다.
당신조차 아내의 모범이 될수 없는 시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그녀가 침실로 갔을때 그래도 남편 대니는 침실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 졸리운듯 고개를 뒤로 젖끼고 있었다.
주희는 얄미운 마음이 들어 휙하고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마미 화를 돋구지마. 내가 알아서할께”

주희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대니가 한 말은 아주 판에 박힌 자주 들어본 이야기였다.
솔직히 주희가 아무리 생각해도 시모의 화를 돋굴만한 표현은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지 시어머니는 이틀후에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내가 Daddy테 말씀드려서 Mommy좀 데려가달라고 했어. 그러니깐 너도 마미한테 조심해”

“내가 어머님한테 뭘 어떻게 했다구 그래?”

“흐유......됐어. 그만해”

남편이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 아버지한테 매달려서 어머니를 데려가게 한 것이라,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게 해결된건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충분히 갈때가 되어서 떠난다’는 말을 남기면서 당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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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뜻하지 않게 그녀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그녀의 넋두리와 상황이 논리적으로 연결된건 아니었지만, 화려한듯한 생활 속에서도 힘든 일과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미루어 짐착할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통해서 해방을 느끼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희를 만난지 2개월만이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점심때 드문드문 통화를 했다.
그녀의 전화속 말투와 분위기는 나로 인해 밝아졌다가 갑자기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 배부른 투정이나 하는 바람끼있는 유부녀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을 후회했다.
사실 평면적인 스펙으로만 본다면 그저 경제적으로는 쪼들리지 않고, 집있고, 신경쓸만한 애물딴지도 없고, 학벌좋고 직업좋은 남편두고 있고, 본인도 소일거리가 있는 여자였기 때문에 내 탓은 아닐 것이지만, 함부로 상대를 재단할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그녀를 감싸주고, 그녀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녁때 휘트티스 센터에서 나와 옷을 입을때 못받은 전화가 있었다.
놀랍게도 주희의 휴대폰 번호였다.
나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짓누르며 옷을 빨리 챙겨입고 센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미국 서부는 대도시라도 지역이 지나치게 방대하게 넓은데 반해 인구밀도가 낮아 기지국이 충분하질 않아 실내 통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어, 준영오빠! 왜 안받았어요? 모처럼 전화했는데 오빠가 나한테 삐친줄 알았네요”

“미안하다. 나 체육관에서 운동중이어서 못받았어.”

“오빠, 저 사랑한다던 말씀....지금도 유효해요?”

“그럼 당연하지.......사랑해 주희야....널 사랑해”

“후훗.....오빠 고마워요, 혹시 토요일이랑 일요일에 시간있으면 저 좀 먼 바닷가에 데려다주실수 있어요?”

“네가 원하면 어디든지 갈수 있지.”

그녀가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볼 요량도 있었던것일까, 아니면 정말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일까.
무엇보다도 주말과 먼 바닷가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어왔다.
하지만 먼 바닷가를 논하기엔 기혼녀인 그녀의 처지가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근데, 주희는 나 따라서 거기까지 갈 여유는 되니?”

“그저께 남편이 동부출장갔어요. 솔직히 삼일만 있어도 되는데 시부모님댁에서 며칠 더 지내면서 아들노릇도 해드린다네요? 필요도 없는 휴가를 삼일이나 더 냈어요. 전 어차피 여기에 일도 있고 하니깐 못 따라갔고요. 아마도 남편이 엄마 마음 풀어주느라고 그런거 같아요.”

“그렇구나....저런....쯧쯧.....주희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뭐하니?”

“그냥.....TV보는 것도 지겹고, 밀린 빨래 끝나고 이렇게 오빠한테 전화해서 수다떠는거에요”

“그래 그럼 이번주 토요일날 조금 일찍 만나자. 열시쯤 그때 burbank의 그 장소 어때?”

나는 기쁜 마음에 들떠, 먼 곳으로 가는 시간을 당긴다기보다는 그녀를 빨리 만나고픈 마음에 그렇게 말해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의외였다.

“오빠는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르는구나.......여자 한번 데이트하려면 화장하는 시간만도 얼마나 오래걸리는데요.....”

나는 그녀가 트레이닝복으로 나와도 반길 예정이었는데 여전히 예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실행하는 그녀에게 감격했다.

“그래 그럼 화장하는 시간까지 하면 얼마나 걸릴것 같니?”

“음.....그건 쉽게 예측할수 없군요. 제가 주소드릴테니깐 오빠가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점심 식사하시고 1시쯤이면 될것 같아요. 집 앞에서 전화하시면 돼요”

그날의 통화가 목요일이었는데 토요일까지의 시간은 정말 하루가 수개월로 느껴졌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괜챦은 여행지로 Pitsmo Beach를 선정했다.
그녀가 나름 비취매니아니깐, 그리고 동부출신이라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에 환상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식사 후에 만나자는 것은 아예 그날을 넘기자는 뜻이 아닐까 해석해 본다.
하지만 나 혼자 먹는 점심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은 놀랍게도 비교적 부촌으로 알려진 내륙쪽 가까운 동네였다.
아파트건물의 5층 높이는 될만한 굵직하고 넓은 야자수들이 길 양가녁에 도열한 가운데 중간에는 검문소마저 있었는데, 입구쪽은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다.
나는 거기에 일단 정지를 한뒤 경비원의 일단 검문을 받아야 했다.

“Good Afternoon, Sir, what place are you going to now?"

"Yeah, Street Number 71066."

경비원인 중년의 뚱뚱한 흑인여성은 내가준 번짓수를 입력한뒤 일부로 확인조로 무언가를 물었다.

“Who are you to visit?"

"hmmm, Mrs. Joohee Cho, ma"am"

미세스 조주희라고 밝혔으나 그 경비원녀는 잠시 난색을 표한뒤 내게 다시 묻는다.

“I"d like to what is the name of the householder at that home, sir"
(내게 필요한 것은 그 집의 세대주 이름입니다)

"Hmm..Mr.Cho!"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Unfortunately, you won"t pass through if you let me know that householder"s full name." (안타깝지만 세대주의 전체 이름을 대지 못하면 통과가 안됩니다)

그때 그녀의 남편 이름이 대니라는 것이 생각났는데, 대니는 원래 애칭겸 약칭이다.
그렇다면 전체 이름은 대니얼일 가능성이 높았다.


“Mr.Daniel Cho?!"
"Perfect! Thank you!"

나는 약간의 의문형으로 자신없이 답했지만 그 흑인 경비원녀는 이제야 업무가 풀렸다는 환성을 지르며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였고, 곧 차단기가 올라갔다.

일부로 곡선을 준 듯한 1차선 차도를 돌아 그녀가 알려준 번짓수를 찾아내는데 몇번 실패하다가 겨우 한 집앞에 도착했다.
인도와 인접한 잔디밭을 건너면 철제 현관문에 그녀가 알려준 번짓수 71066이가 붙어 있었지만 잔디밭앞쪽에 철제로 된 우체통에도 번짓수가 표기되어 있었고 그 숫자 밑에 “Daniel Cho"라는 이름이 새겨진 판텔이 붙어 있었다.
Danny가 Daniel의 약칭이고, 조주희라는 그녀의 성이 남편성을 딴 것이라면 그 집이 확실했다.
2600sq라고 했으니 한국식 평수로 단독70평형의 이층에 방네개가 있고 목욕탕만도 세개가 있었다.
나는 주희가 소용에 닿지도 않을 목욕탕 세개의 욕조와 변기를 닦고 있었다니, 작은 콘도 하나 장만할 능력없는 가난뱅이 주제에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Garage는 이미 열려져 있었는데 그녀가 타는 2000년식 풀옵션의 연한 실버 색상의 혼다 어코드 EX와 그녀의 남편의 차로 보이는 지붕커버가 열린채로 주차된 BMW3계열의 컨버터블과 아직 타이어의 흙자국을 씻어내지 않은 토요다의 FJ크루져(오프로드용 SUV)가 서 있었다.
그 집 주인의 경제적 여유와 취미생활을 일부러 알려주고 있는듯 했다.
여기에 비하면 나는 새차지만 혼다 씨빅을 애지중지하면서 타고 있었다.
차의 소음과 진동을 그녀는 어떻게 참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거라지 안쪽의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내가 지난번 쇼핑몰에서 사준 하의실종 레깅스용 미니원피스!
미끈하게 드러나는 허벅지라인과 밝게 빛나는 하체의 살결!

적절히 디자인이 가미된 얇은 윙을 상체에 걸치고 길쭉한 행모자를 쓰고 커다란 썬글라스를 쓴 여인, 그리고 빨간색이 강조된 립스틱을 바른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여자.

비록 긴 머리는 아니었지만 끝 웨이브를 준 머리카락은 두달전과는 달리 진한 보라색빛이 나는 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희는 양손에 두개의 대형백과 더불어 작은 루이비똥 보스턴백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사전에 조작을 했는지 그녀가 차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흰색 셔터가 천천히 내려왔다.

나는 차문을 열고 나가섰지만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신부를 기다리는듯한 자세로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오빠, 약속잊은거 있지요?”

“그게 뭔데?”

“이래서 ‘남자들’이란, 흥! 집 앞에 와서 전화한다고요.....기다리다 못해서 제가 나왔어요. 여자가 꼭 그렇게 하도록 놓아두실거에요?”

“아, 내가 집을 못 찾아서리, 게다가 그 흑인 여자 경비원이 뭘 꼬치꼬치 캐묻던지, 여기저기 뒤지다가, 저 윗동네도 같은 번짓수가 있고 해서 이번것도 맞나 확인해볼라고 이름까지 보고.....”

“됐어요. 내 이름으로 뭘 확인한다고....여자 이름이 문패에 새겨지는거 봤어요? 정말 오빤 쑥맥같아요”

그녀는 더 이상 내 변명을 들으려 하지 않은채 내 차 뒷문을 열고 가방을 넣었다.
나는 옆문을 열어 그녀가 타도록 도와주었다.
그녀가 모자와 선글래스를 벗자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주희는 볼멘 소리로 나한테 이렇게 항변했다.

“연인이 자리에 앉을땐 치마를 펴잡아 주는 법이에요!”

또한 그녀의 화장은 어디 피부샵에 가서 웨딩메이컵을 받고왔다고 해도 믿을만 했다.
그녀의 눈에는 금빛 아이섀도가 찬란한 햇살을 받아 더 빛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얼굴을 갖다댔지만 그녀는 살짝 피하며 정색을 한다.

“오빠, 여긴 우리 동네에요. 누구 눈에 키스장면이 띠면 곤란할것 같아요.....글구, 이말은 꼭 해야겠어요. 남자들이란 다 똑같아. 그게 그리도 중요해요? 오빠 약속 제대로 지켰냐구요? 30분이나 더 지난거 알아요? 기껏 집 안팎을 여기저기 관찰이나 하고 있고 ”

“들어올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똑같은 번짓수가 저 윗 동네에도 있어서....”

“오빳!!”

그녀는 내가 늦을 수밖에 없던 이유에는 어떤 관심이 없었고, 오직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여자 한번 외출 준비하려면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줄 아세요? 어제 일마치고 시장보는거부터 시작해서 어젯밤부터 이것저것 가방싸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먹고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또 점심은 11시에 대충먹고.....열두시부터 화장하기 시작해서 열두시 사십분에 다 끝났어요. 오빠가 사준 드레스찾아입고.....그렇게 한시에 시간맞췄는데 삼십분동안 전화도 안해요? 사고라도 났는지, 변덕이라도 부렸는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그래서 그라지 문을 열어보니깐 거기서 두리번두리번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것처럼....”

나는 주희가 내가 처음 시킨 그대로를 했다는 것에 감격해 버렸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가 그리 늦었으니 그런 이유를 대는건 안된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의 문화충격은 바로 ‘이유’가 없다는 것인것처럼 여자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그녀의 기분을 못 맞춰주는것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여자는 또 칼로 물베기하듯 그런 상황을 넘길 방법이 없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탄탄하면서도 각도가 잡혀 있는 허벅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어여쁜 레이스 아래에 척하니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그녀의 허벅지....하지만 나는 그는 그녀의 손을 먼저 잡았고, 그녀는 더 이상 화를 내기보다는 내게 손을 말없이 맡겼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나는 그녀의 치마 레이스를 쓰다듬으며 은근슬쩍 그녀의 허벅지로 손을 옮겼고 그녀는 그게 싫지 않은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이웨이를 타기 전에 좀 으쓱한 산동네가 나왔다.
나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직감했다.

“오빠, 왜 세웠어요? 여긴 한길가에요. 우리 동네 주민들이 단지로 들어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웁!”

나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점령했다.

쪽~쪽! 쪼조족!!

아아......

그녀는 몸으로는 반항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로 막혀버려서 뭐라 반대할 말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주희는 입술을 살짝 벌려 혀를 넣어주기까지 했다.
내 손은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안쪽 허벅지와 바깥쪽 허벅지를 수시로 들락거려렸다.
그녀의 오른 손이 내 왼손을 탁 치며 붙잡았지만 초단위로 그녀의 힘은 약해졌다.
용기를 얻은 내 왼손은 그녀의 굳게 닫힌 허벅지를 조금 더 벌려가며 점점 안쪽으로 진군해 들어갔다.

아아으으으.....

그녀의 머리는 좌석의 머리받침으로 인해 움직일수가 없었고 그녀의 손은 힘을 잃었다.
내 손이 목표까지 갔다고 생각되었을때 생각못한 촉감, 털과 더불어 뭉클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의 보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
놀란 것은 나였다.
하지만 천천히 그녀와의 입술을 이별하고 허벅지를 애무해가며 손을 무릎까지 떼었다.
내 손에는 벌써 축축한 액체 비슷한게 만져졌다.

“주희.....노팬티였구나?”

“아하.....으.....헉.......오빠가 시켰쟎아요.....제가 그대로 했는데 무슨 잘못인가요?”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다음 데이트때 노팬티로 나오라고 한 것을 우직하게 지키다니.....이 여자 너무 사랑스럽다.
아니, 불쌍하고 애잔하다.
부드럽고 아주 천천히 그녀의 상체를 끌어당겨 내 가슴속에 묻었다.
그녀의 자상함에 감격하며 나는 반대로 그녀의 보지가 거의 드러나 보일 지경까지 젖겨진 원피스의 레이스를 붙잡아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바로 놓아주었다.
5번 도로를 탔다가 101 하이웨이를 갈아타는데도 어떤 장애도 없었다.

노총각인 나는 더 이상 혼기를 늦출순 없는 상태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만났다.

하지만 주희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언제든지 결혼을 나와 할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주희는 묘한 여운을 남겼듯이, 언젠가는 우리가 이루어질수 있으리라 생각해보지만, 절대로 평탄할수가 없을 것이다.
크고 작은 장애물을 치워야 하는데, 제일 데미지를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이 주희였다.
평소와는 달리 쭉 뻗은 하이웨이가 마치 우리의 앞날이었으면 하는 바램과 합치되었으면 좋겠다.


“오빠, 조금 쉬고 싶어요”

“그래 시트좀 뒤로 젖기렴”

그러나 주희는 시트를 젖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눈을 감았다.
차안 어디에선가 물오징어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오징어같은걸 챙겨오진 않았고 그녀도 여행에 챙길만큼 오징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없다. 게다가 지금의 냄새는 물오징어냄새였다.
그것도 어느 순간에 후각을 자극했다가, 원래부터 없었던것인양 사라지곤 했다.
주희는 무엇이 피곤했을까.
몸은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로되 그 많은 피로 속을 나와 함께 빠져 나오는 이 순간 한꺼번에 피곤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운전하면서 흘끗흘끗 주희의 얼굴을 바라보면 역시 주희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남자들이 탐낼만큼, 나같은 외간 남자가 탐낼만큼, 질투심 많은 시어머니가 그녀의 외모를 문제삼았을만큼.
그녀는 나를 만나기전에 적어도 삼십분은 화장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지 않고서도 그녀는 충분히 예쁜 얼굴이었다.


“어머, 바다닷!”

101도로 왼편에 펼쳐진 태평양 바닷가를 지나는 동안 창문을 살짝 내리자 그녀는 눈을 뜨고 바깥을 감상하며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주희야, 남편이랑 여행 안다녔니? 엘에이온지 4년되었다며?”

“시부모님 오셨을때 샌디에이고하고 라스베가스에 한번, 저희 둘만이서 라스베가스랑 그랜드 캐년 한번 딱 갔다왔어요”

“오빠가 구경 많이 시켜줄께”

“호홋!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참 좋네요”

그곳을 통과하고 요리조리 굴곡이 심한 154번을 갈아타고 솔뱅이라 불리우는 덴마크타운에 도착했다.
거긴 중세 덴마크의 건축양식을 흉내낸 상가건물들로 채워진 기프트상점 타운이었다.
그곳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기에 그녀의 짧은 원피스가 불안할 정도로 흔들렸다.
주희는 오른손으로 내 팔짱을 바짝 끼고 가슴을 내 팔꿈치에 밀착시키고 걸으며 고개는 건물을 신기한듯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으면서도 왼손으로 중간중간 치맛자락을 붙잡거나 쓸어내렸다.
원피스가 심각하게 흔들리면 그녀의 맨궁둥이가 드러날 판인데도 바람이 심해질때마다 그녀는 치마를 잡는대신 내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의 힘이 점점 세어지고 있었다.
일부러 나는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만져 보았지만 팬티끈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주희는 그럴 때마다 수줍은듯 내 손을 잡아 조용히 뿌리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시킨 짖궂고 심한 밋션을 수행하면서도 나만을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선물상점에 들어가면 안심하는듯이 치맛자락에 수시로 내려가던 한손을 자유롭게 놓으면서도 또 한손은 여전히 내 팔짱을 끼고 놓지 않고 있었다.



“오빠, 저 화장실 들어갔다 올께요. 나오기엔 시간이 좀 오래 걸릴거에요”


두세군데의 선물가게를 구경하고 마지막 Danish 베이커리점에서 시식을 하고 나오면서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공중화장실쪽으로 나를 운전(?)하다시피 끌고 왔고 나를 향해 돌았다.


“기다릴께, 근데 화장실 가서 몰래 팬티입고 나오면 혼난다!”

“오빤 아직도 절 못 믿으세요?”

정색을 하고 엄격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표정에 나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의 농담과 진담을 그녀가 어떻게 구분하는지, 아니면 그녀의 심각함과 가벼움을 내가 잘못 판단하였는가 하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녀는 LV 보스턴백(루이비똥 4리터 용량급의 중소형 핸드백)을 내 앞에서 열었다.
팬티같아 보이는 물건은 없었는데 주희는 거기서 화장도구와 거즈가 든 작은 화장지갑만 꺼내더니 그 가방을 내게 맡겼다.


“가지고 계셔요. 저 시간좀 걸릴테니깐 오빠도 볼일 보시고 담배한대 피우고 계셔요. 저 여기서 나와서 오빠가 눈에 안 보이면.....지루하겠지만 어디가면 안돼요.”

그녀는 내가 대답할 틈도 안 주고 빨간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휙 돌아 화장용 팔렛이 들었을 미니 지갑만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나름대로 남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는데 어느덧 그놈이 발기되어 있다.
그녀를 알고나서 수시로 섰다 죽었다하는 이놈은 정말 대책이 없다.
난 졸지에 여자 핸드백 맡아보는 놈이 되어 버렸다.
공중변소 앞의 밴치에 앉아 내 허벅지에 그녀의 핸드백을 얹은채로 담배를 한대 다 태웠다.

호기심삼아 그녀의 보스턴백을 열어보니 집열쇠와 Honda 로고가 박혀진 어코드 차량열쇠와 더불어 파워를 끈 그녀의 모노톨라 Razar V3휴대폰이 있었고 거즈 몇장과 손수건, 그리고 비상용 휴지와 몇점의 생리대가 있었다.
거기 또 작은 루이비똥 손가방이 나왔고 그걸 열어보니 그녀의 운전면허증과 같은 증명카드와 몇개의 크레딧카드와 삼백불 조금 넘는 현금이 있었다.

그녀는 여행중 경유지의 화장실에 들러 달랑 화장도구만 빼내들고 내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었다.
내가 판단하기론 그녀는 하드립스틱을 발랐기에 아까의 키스 정도로 립스틱이 지워지진 않았다.
굳이 화장을 고칠 일도 크진 않았겠지만 그녀가 지금 이 순간 나를 앞에 두고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실감했다.
주희는 넉살이 지나치게 좋은 것일까,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그토록 신뢰하는 것일까.
그녀의 모든것이 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방을 밖에 있는 외간 남자에게 맡기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큰 일을 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럴수 있는 여자에게 가벼운 의심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내친 김에 그녀는 내게 모든 것을 맡기고 화장실에 들어가 치마를 살짝 붙잡고 양변기에 엉덩이를 놓고 일을 보게끔 한 것이다.
내가 도주할 일이야 없겠지만, 나의 마음은 그런 그녀에게 단단히 포로가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내 용무를 마치고 나와 그녀의 가방을 수색(?)한뒤 담배를 다 피워도 그녀는 나오지 않아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현대로 지루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그녀가 나를 보고 안도와 행복감어린 미소를 지어준건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간지 거의 20여분이 가까와서였다.
주희는 살짜기 미소를 띠우며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돌려받고 화장도구를 넣은뒤 역시 내가 보관중이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했다.

그녀는 착 감겨들듯 아까보다 훨씬 여유로운 자세로 내 팔짱을 낀다.
그녀의 얼굴 화장은 아까 전의 키스로 인해 약간 뭉개진 듯한 입술라인을 다시 똑바로 손본것 이외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었지만 목과 겨드랑이, 그리고 치맛자락에선 향수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왔다.
주희가 화장실가는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뻔했다.
벌써 두번이나 성관계를 맺은 상대 앞에서 긴장이 풀려 별 이야기를 다 할만도한데 그녀는 스스로의 입으로 대변을 본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단순히 시간이 좀더 걸릴거라고 말했던 것이다.
공중화장실이고 걸려져 있는 휴지들도 허접한거라 항문의 잔변세척은 완전치 못했겠지만 어쨌든, 대변을 보고 난뒤 같이 있을 남자를 위해서 향수를 좀더 치는 센스까지 있는 여자다.
풍차 앞에서 준비해간 디카를 꺼내들었을때 그녀는 사진찍히는 것을 거부하였다.


“주희야, 이 사진은 오직 우리만의 추억을 위해서 찍는거야. 네가 여기에 왔다는 사실도 중요하고 이 사진을 네가 소유하진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이 준형오빠가 가지고 있다는게 위안이 되지 않겠니?”

“그럼 조금만 찍어요”

디카 스크린에 비친 그녀는 마치 유원지에서 찍힌 하의실종 모델같고 배우같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우리의 커플사진을 찍는 것을 내가 부탁할때 그녀는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을 뿐더러 내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잠깐, 이렇게 하고 찍자아~”

“어어, 오빠 지금 뭐하는 거에요, 왜 이래요?”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와 엉덩이를 붙잡아 올린뒤 지나가던 백인 커플에게 촬영을 요구했다.
그들은 깔깔대며 연속으로 두번 세번 셔터를 눌러댔다.
주희는 당황하면서도 막상 내 품에 완전히 들어올려지자 얌전한 강아지처럼 조용히 모든 것을 맡기는 듯 했다.

주희는 그럼에도 2인용 자전거를 빌릴때 한사코 뒷좌석이 보통의자처럼 펑퍼짐하고 옆문이 달린 모델만을 고집했다.
그런것이 한대가 남아 있었는데 꼭 군용지프처럼 뒷좌석에는 출입문이 양쪽에 있었고 조종장치 자체가 없는 것이었다.
거기서 자전거타는 여성들은 드레스나 짧은 치마를 입고도 타고 어쩌다 팬티가 살짝 보여도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노팬티 상태의 미니원피스를 입은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 선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뒤에 편히 앉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껏 패닯을 밟고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등에 물컹한 감각이 느껴지며 내 겨드랑이 사이로 그녀의 손이 끼어들어왔다.
그녀는 일어서서 내 등을 살짝 껴안은 것이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그녀 허벅지 위의 스커트 레이스 자락이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휘날리며 엉덩이 아랫부분이 아주 찰나의 순간 드러나기도 했지만 주희는 노팬티의 엉덩이가 드러나건 말건 전혀 개의치 않고 내 등에 머리마저 파묻는다.
자전거의 속도와 더불어 바람은 사방에서 압박해온다.

그녀의 모자는 뒤로 넘어갔고, 그녀의 A자형 원피스의 레이스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옆과 위로 흔들리고 내가 흘낏 뒤를 바라볼때 그녀의 허벅지 전체와 엉덩이가 다 드러났다가 베일에 가려지곤 한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더욱 내게 강하게 의지해오며 등에 안겼다.


“오빠, 자꾸 뒤돌아보지 말아요. 전 여기 있어요......”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그녀의 말은 나더러 자기의 맨궁둥잇살이 드러나는건 신경쓰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내 허벅지 근육에 알아 박히는것도 모르고 나는 힘껏힘껏 자전거를 저었다.
이 어린아이같은 놀이에서부터 내게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뒷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 그리고 짧게 웨이브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때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 온다.
어쩌면 긴 머리가 미혼의 상징이고, 짧은 머리는 유부녀의 상징 비슷하기도 하다.
아마도 주희가 미혼이었다면 그 머리는 훨씬 길었을 것이었다.

아직 해가 남아 있었고, 식사시간이 애매하여 데니쉬 초콜렛 상점에서 큼지막한 초콜렛을 골라 나누어 먹고 우리는 솔뱅을 떠나기로 했다.
차 오른쪽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탈때 나는 그녀의 원피스의 레이스부분의 한 자락을 붙잡아 쫙 펴주었을때 그녀는 나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자기가 훈련시킨대로 잘하고 있다는 만족을 표하듯이.


“어머, 이 사진 넘 야하다, 오빠 지워요.....이건 정말 내가 넘 애같이 노는 사진이다....몰라, 정말 오빠란 사람은~”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예전에 만났을때처럼 차안에서 카메라를 돌려보며 자기의 사진과 우리의 커플사진을 보며 조잘조잘 떠들어대지만 막상 지우거나 하진 않았다.

“이 사진들은 꼭 오빠 혼자만 봐야돼요. 내가 넘 애처럼 구는것도 그렇고, 절 들어올린 사진보면 치마가 다 재껴져서 엉덩이 드러날라고 하는데 이거 어디다 내놓지도 못해요”

그녀는 주희가 망가져 보인듯한 연기를 한 샷은 나보란 듯이 delete버튼을 보여주고 누르는 척까지 해보인다.
정말 나도 그녀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것 같았다.
대충 알지만 그녀도 가정에서 간단치 않은 심각한 일들을 겪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의 고민이 있었으며 모두가 성인이기에 겪는 고민이지만 아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을수 있었다.

주희는 유부녀로서 가정의 모든 시름을 겪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가 아니라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듯 했다.
자신이 가정주부라는 것을 잊어버린 이 순간이 그녀에겐 참 행복한 순간으로 보인다.
나도 그녀의 그런 분위기를 통해 마음 한구석에 잠재되어 있던 죄책감이 사라져버리는것 같았다.

154번 도로에서 101도로로 갈아탔다.
내 차는 시속 65마일 (106킬로정도)로 정속 항진하고 있다.
아까처럼 가끔 차 안에 물오징어냄새가 나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해가 길어질 무렵에 피츠모 비취에 도착하였다.
아까 오전 1시 반쯤에 출발했으니깐 지금은 5시반, 솔뱅에서 한시간 머무는 것을 제하고는 네시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우리가 여장을 푼 모텔은 La-Quinta Inn이라는 곳인데, 거기서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침실만 있는것이 아니라 작은 거실과 더불어 주방까지 딸린 방이었다.
그곳의 Pier는 목재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목재 pier에 비해 운치나 낭만은 떨어졌지만 천막으로 지붕을 만들었고, 한국식 어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미국인 쓰시맨이나 생선장수들이 온갖 구호로 호객행위를 하며 횟감을 썰어주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어시장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 이곳을 자주 찾지만.......애석하게도 나중에 거기는 개발열풍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나는 4홉들이 소주 한병이랑 와사비장까지 미리 이겨서 가지고 왔던 터이다.
참치회와 도미회와 굴을 그곳에서 사서 여관서 회를 쳐먹자고 약속했기에 그녀와 함께 그곳을 쇼핑했다.
거기서 놀란 것은 주희는 생선을 상당히 까다롭게 골랐던 것이며 생산을 고르는데 프로다운 안목마저 엿보였던 것이다.
어떨땐 고개를 젓기도 하고 이리저리 꼼꼼하게 관찰하며 생선장수랑 대화를 하기도 한다.
아까 솔뱅에서의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굴던 주희는 이곳 피츠모 비치에서 생선을 고르는 순간에는 프로페셔널 하우스와이프의 모습 그대로였다.
솔뱅에서 그녀는 딸이었다. 하지만 피츠모 비치 생선 부쓰에서의 그녀는 어머니였다.
하긴 그녀와 살림을 해본적은 없지만 마치 어릴적 어머니의 모습이 저런것이 아니었겠는가싶다.
이건 지나치게 주희에게 빠져드는 내 심리상태일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주희 역시 결혼 6년차의 정상적인 주부로서 요리와 살림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감각으로 반찬을 골라 남편 대니란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이겠지.

(바보같은 녀석.....능력도 좋은 넘이 이런 뭐 하나 빠질것도 없고 저런 진국같은 아내를 외롭게 하다니.....그 덕에 내가 재미를 본다만, 잠깐 재미보다 헤어질만한 여자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건 왜지?)

나는 같은 남자로서 대니를 질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동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텔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모자와 선글래스를 벗고, 손을 씻은뒤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 둘렀다. 식탁을 차리고 야채접시를 놓고 생선을 써는데 꿀벌처럼 움직인다.
나는 이번엔 그녀의 그런 부지런하면서도 빈틈없는 살림솜씨에 매료되어 그녀 몰래 그녀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예쁘게 옷잘입고 웨딩메이컵에 가깝게 화장만 잘하는 여자만은 아니었다.
술은 남녀 모두에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미소한 힘이나마 비아그라의 역할을 할수 있지만 일정한 용량이 넘어가면 ‘그냥 자게’만든다. 발기자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주를 한병만 준비한 것이다.
그녀는 앞치마를 벗고 다시 손을 씻었다.

“건배!”

“오빠, 누구를 위하여?”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

그 말에 주희의 얼굴은 잠시 어둠이 스쳤지만 금새 미소를 띄고 홍조가 살아났다.
주희는 같이 소주 원샷을 한뒤로 유리로 된 투명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스커트 레이스 위에 얌전히 올려져 포개어진 두 손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고 음식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냥 체면이고 뭐고 없이 회를 하나 초장에 찍어 입에 넣자 비로소 그녀는 손을 밥상 위로 올렸다.
내가 먼저 회를 집을 때까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치 조선시대의 임금이라도 된 듯한 환상에 빠졌다.
정말 애련하고 슬플 정도로 주희가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주희는 과연 그녀의 남편 앞에서도 저렇게 할 것인가?
그녀의 자연스러운 동작, 몸에 배인듯한 예절에 일부러 나보란듯이 저러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순간 스치자 잠시 불쾌해졌다.
주희는 내 앞에서만 저렇게 해주길 원한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독점하고픈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 얼굴의 정성스러운 메이크업을 바라보며, 그녀가 남편 앞에서 저렇게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에 안도감을 가진다.
아아.....주희는 남편 앞에서 화장을 했다가 도리어 꾸중만 들었다고 했다.
술이 들어가자 내 머리는 온통 회오리 바람에 휩쌓이고 어지러워진다.
나는 볼멘 소리로 주희에게 내뱉듯이 말한다.


“주희야, 앞으론 나더러 준형씨라고 불러”

“왜요?”

“왜 연인같쟎아. 오빠라는건 너무 광범위하니깐. 너무 개나 소나야.”

“알았어요, 오빠...아니 준형씨”

“약속하는거다?! 오빠라고 부를때마다 맴매 촐삭촐싹이다.”

반주를 겸한 식사가 끝나자 저녁 8시가 되었다.
내가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을 주희는 한사코 뿌리치고 종이접시와 찌꺼기를 치워서 바깥에 내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나더러 거실에 있으라고 한뒤 침실로 들어갔다.
옷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려 한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으려 하다니, 이거 너무 신비주의 전략 아닐까하는 의심도 들었고, 나에게 아직도 거리감을 느끼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갈아입고 나온 옷은 남자가 볼때 절때 후회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는 7부 소매이지만 소매 끝 부분에서 나팔처럼 펼쳐지는 것이었고 가슴은 절반까지 파여졌으며 치마 길이는 허벅지의 절반에 간신히 길이의 투톤 컬러였다.
그리고 상체 위를 덮을 윙을 착용했는데 앞가슴 드러난 것이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는 아주 야하면서도 우아한 옷이었다.

“정말 주희 얼굴이랑 몸도 예쁘지만 이런 옷 너무 잘 어울린다. 넘 아름다와. 요정같아”

“오빠, 아니지...준형씨 또 아부하네욧! 이거 잠옷으로도 쓰는 옷이에요. 슬립이라고 부르는데 디자인이 된 것이라 뷰티슬립이라고도 하죠.”

그녀는 나더러 쓸데없는 소리한다는 듯이 말대꾸를 했지만 그녀의 의상에 관심을 가져주니 그녀도 기분이 상승되는걸 느낄수 있었다.

문 앞에서 나는 왼쪽 팔굼치를 들어 그녀더러 팔짱을 끼도록 유도하여 천천히 서로의 몸을 기대면서 피어가 좀 멀리 보이는 해변으로 걸어나갔다.
깜깜한 해변가는 피어와 중간중간의 부속건물에서 나오는 빛으로 전방을 살펴갈수 있었다.
자그마한 미풍에 내 옆에 꽉 끼인 주희의 머리결이 날리며 내 턱을 간지럽힌다.
바위가 여기저기 모래사장을 뚫고 나와 있는 지대로 들어왔다.

우리는 좀 크고 펑퍼짐한 바위에 등을 의지하고 모래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주희는 스르르 내 품으로 안겨온다.....

“주희야......”

“네? 오빠,...아니, 준형씨?”

“일단 매부터 맞자”

짝!짝!

나는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쭉 펴서 그녀의 오른편 허벅지를 짝하고 두대를 때렸다.

“아야...아파요...잘못했어요.”

“다시 불러봐, 준형씨라고”

“준형씨.....”

내 두 손가락으로 맞은 그녀의 허벅지는 치마길이도 짧아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맞은 자국을 오른손으로 문질러주며 나지막히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아....우리 주희랑 같이 있을때면 행복하고 부드러운 마음에 뜨면서도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이 들어.....”

주희는 어둠 속에 까만 눈을 빤작거리며 고개를 빤히 들어 나를 바라본다.

“그전에 Laguna Beach에 갔을때도, 아까 낮에 Salvang에 머물때도, 또 지금도...실체가 뭔가 했더니 그게 책임감이라는거야. 난 이런 감정이나 느낌을 어느 여자하고도 있을때 느껴본적이 없다!”

“준형씨가 언제 어느 여자랑 있어보기라도 했.....어, 요?”

그녀는 핀잔조로 말을 시작했는데 끝날 즈음엔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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