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다.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하숙생이다. 호리호리한 외모와 긴 생머리... 거기에 꽉 끼는 청바지를 즐겨 입던 그녀를 남모르게 마음에 담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밤에 외출하는 빈도가 많아 졌고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반드시 그녀의 뒤를 따라 미행하여 그 진실을 알아보고 싶었다.
............
..................
.........................
“김 군, 오늘은 나랑 같이 당구 한 게임 어때?”
“아저씨는 고수잖아요.”
“내가 조금 살살 할게. 생각 있으면 이따 내 방으로 와.”
“아니요, 이따 저녁에 어디에 갈 일이 있어요.”
“헉... 지금 날 외면하는 거야?”
“외면이라도 별수 없어요.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쳇...”
나를 김 군이라 부르는 그 남자는 내가 살고 있는 자취집의 아저씨다. 내 이름은 김주오. 올해 나이 20살, 꽃다운 외모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해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다. 여름이라 그런지 하루의 해는 길게만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바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드르륵~”
그녀의 방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자취집은 긴 복도를 놓고 양쪽으로 방이 세 칸씩 자리하고 있다. 총 여섯 칸의 방이 있는데 내가 미행하려는 여자의 방은 내방을 가로질러 오른쪽 첫 번째다. 건물이 오래되어 아직까지 미닫이문이 달린 한옥집이다. 나도 서둘러 방문을 열고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며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 봐요?”
“네.”
도도한 표정으로 옥돌이 미끄러질 듯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 나의 말에 긴 대꾸도 하지 않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선다. 그를 놓칠세라 나도 서둘러 그녀 모르게 뒤를 바짝 ?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골목이 많고 길다. 그 긴 골목을 미행하는 기분이란... 마치 스파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불이 깜빡이는 전봇대의 등을 지나며 버스정류장이 있는 큰길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낀 건지 잠시 멈췄다가 뒤를 돌아본다.
“이크!”
재빨리 몸을 돌려 그녀가 나를 발견할 수 없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쪼그라들며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심스럽게 벽 뒤에서 그녀가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확인을 해봤다.
“응? 뭐야?”
사라진 그녀. 잠시 내가 방심한 모양이다. 사방팔방 그녀의 행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과 몸을 숨겼던 순간의 방심을 후회하며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길...
“에휴... 방심하지 말 것을...”
속상한 마음이지만 속상한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순간이다. 바닥에 떨어진 빈 깡통을 발견하고는 재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혼자 위로하며 힘차게 발로 걷어찼다.
“깡~”
데굴데굴 구르는 깡통 너머로 어떤 남자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어둠에 가려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아 자세히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관찰했다.
“어이~ 김 군, 나야! 어디 다녀온다더니 벌써 온 거야? 그러면 당구 한 게임? 콜?”
이 아저씨는 나만 보면 당구를 치잖다. 나는 당구 30인데 아저씨는 300이 넘는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제안을 자꾸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고 그녀를 놓친 기분에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럼 아저씨가 오늘 저한테 그냥 저주시면 안돼요?”
“에이~ 이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이렇게 수작을 부리면 쓰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봐주고 치는 건 재미가 없잖아.”
“그래도 아저씨는 고수잖아요. 저는 초보이고.”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내가 이 얘기 해줬던가? 예전에 당구 처음배울 때 말이야...”
“네, 네. 알고 있어요. 일백만 원 걸고 당구를 쳤는데 돈 날리고 집에서 쫓겨날 번한 얘기. 이번에 들으면... 가만 있어보자, 지난번에도 술 드시고 와서 하셨으니까 정확하게 이천삼백오십 번째네요.”
“이야... 김 군, 머리가 아주 좋아. 내 스타일이야. 좋아! 내 스타일이니 당구 한 게임. 응?”
“그래요, 감사하네요.”
“좋아, 좋았어! 마음에 아주 들었어! 가자고~ 하하하!”
사기당구를 즐기는 집주인 아저씨의 손이 이끌려 동네에 있는 당구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하에 있던 당구장을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와 담배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코를 막으며 들어섰다.
“아저씨! 여기 공 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리 잡으세요.”
“여기로 주세요. 여기 다이가 아주 마음에 드네.”
당구장 주인이 당구공을 들고 왔다. 언제 닦았는지도 모르게 하얀 공은 노란공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고 낡고 후진 당구장의 인테리어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전환을 위해 선택한 일이니 군소리 없이 큐대를 잡았다.
“큐대 잡는 손놀림이 마치 학이 미꾸라지를 낚아채는 모습과 비슷하네. 소질이 있어.”
“설마요.”
“아니야, 아니야. 나는 딱 보면 알아.”
“뭘요?”
“이건 말이야... 극비사항인데 말해도 될까?”
“극비사항? 궁금하네요.”
주인집 아저씨는 손바닥으로 당구 테이블 한쪽을 탁치며 나를 향해 말한다.
“김 군이 오늘 나에게 게임에 져서 돈 쓴다에 내 오른쪽 손목아지를 걸지!”
“대~단하시네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띠리링~”
담배를 입에 물고 긴 연기를 뿜어내며 시작된 나와 고수 집주인 아저씨와의 당구 시합은 보나마나 뻔한 것이었다. 어떻게 당구 30이 당구 300을 이기겠는가. 그런데 그날따라 좀 이상하게 게임의 흐름이 진행되었다. 초구를 친 주인집 아저씨의 공은 빨간 공을 때리지 못했고 기회는 나에게 넘어왔다. 당구 점수판에 올려진 돌의 개수는 300대 30.
“탁!”
“얼~ 김 군 시작이 좋아. 벌써 하나 뺐네? 허허허.”
“운이죠.”
“괜찮아! 인생을 대범하게 살아야지. 어쩌다 하나 뺐는데 기죽지마.”
“탁!”
“응? 연속으로 두 개?”
“이상하게 오늘 잘 맞네요.”
“연습했어?”
“무슨...”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세 번째 돌을 빼기 위해 나의 큐대가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간 공 하나는 내 정면에 또 다른 하나는 반대편에. 일명 ‘우라’라는 기술을 사용할 시점이었다.
“탁!”
“헐...”
“우와~ 제가 아저씨를 이겼어요!”
나는 당구 큐대를 들고 좌절하고 있는 주인집 아저씨를 향해 환호성을 쳤다. 그 모습이 그 사람에게는 꼴보기 싫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펄쩍 뛰며 기뻐하는 나에게 아저씨가 말한다.
“이봐, 이봐. 아직 쿠션이 남아 있다고.”
“네? 제가 쿠션도 빼야 해요?”
“무슨 소리야? 당구는 매너 게임이야. 당연한 것 아니야?”
“억지네요...”
“아니야, 젊은 친구가 이렇게 유도리가 없어서야.”
“..........”
지기 싫어 나에게까지 억지를 부리는 주인집 아저씨가 어찌나 얄밉던지... 가뜩이나 그녀를 놓쳐 속상한데 불난 마음에 부채질까지 하는 모양새다. 억울했지만 그가 원하는 쿠션을 쳐야 했다. 하지만 당구 30에게 쓰리 쿠션은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제가 이기면 아저씨 정말 손목아지 주실거죠?”
“아이고, 무서운 소리... 빨리 치기나 해봐.”
“그 손목아지... 제가 꼭 가져 올 겁니다!”
“훗...”
“땅~!”
내가 친 공은 앞으로 신나게 달려가며 먼저 빨간 공을 맞추고 옆으로 빠지며 첫 번째 쿠션을 돌아 두 번째, 그리고 또 다른 빨간 공이 있는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다. 공이 가는 길을 살펴보니 쿠션을 먼저 맞춘 뒤 빨간 공을 맞출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탁!”
“오우예~! 빙고!!”
“염병...”
“저는 월남 스키부대로 자원할 겁니다. 푸하하! 이게 바로 한 큐에 끝내는 스키라는 거죠?”
“스키는 무슨... 다마 수 30주제에...”
나는 주인집 아저씨에게 다가가 한 쪽 손목아지를 잡았다. 그리고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건 제 것이네요.”
“음... 김 군, 우리 이렇게 하지?”
“뭘요?”
“내가 커피 한 잔 사줄게. 그리고 아직 시작한지 시간도 얼마 안 됐으니 한 게임 더 하자.”
“커피?”
“그럼, 그럼. 당구장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
그 순간 서비스로 나오는 음료수를 들고 온 당구장 주인의 말이 우리의 귀에 들렸다.
“음료수가 다 떨어져서 커피 한 잔씩 드시며 하세요.”
나는 말없이 당구장 주인이 들고 온 종이컵을 바라보았고 주인집 아저씨는 이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콜록, 콜록. 김 군. 세상을 넓게 보라고. 고작 저런 커피가 아니야.”
“커피는 됐고요. 다른 제안을 하셔야겠네요.”
주인집 아저씨는 당구장 주인을 무섭게 노려보며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커피를 가져왔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아니면 빨리 이 손목아지 저 주시고요.”
“이봐, 젊은이! 이 나라와 조국,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막말을 하면 어떻게 하겠어? 대인처럼 행동하라고. 대인.”
“대인요?”
“그렇지, 커피 한 잔 사주고 한 게임 더. 오케이?”
“헐...”
“아저씨, 여기 커피 두 잔 만 배달시켜 주세요.”
“거기 커피 있는데요?”
“이거 말고요, 다방 커피.”
“알겠습니다.”
당구장 주인도 아이러니하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방에 커피를 주문하는 전화를 넣는다. 그리고 내 손을 살며시 잡은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능구렁이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제 우리는 진짜 진검승부를 펼쳐보자고!”
“완전 억지야.”
“화이팅!”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우리의 당구 시합은 당연히 내가 완패하고 말았다. 주문한 커피는 다른 곳을 들렸다 온다며 늦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지쳐왔다. 서로 한 번씩 이겼으니 결판을 내자는 의욕의 집주인 아저씨의 계략에 말려 세 번째 당구 시합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을 넘어서고 말았다.
“야호! 내가 이겼어! 역시 나는 남자야!”
“징그럽네요. 이제 피곤해서 못 치겠어요.”
“남자가 당구도 못치고 이게 뭐하는 거야? 나에게 수업료를 좀 지불하고 배워 볼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 없겠지. 좋아! 아무튼 오늘 잘 쳤어!”
“결국 이렇게 되는 군요. 그냥 시켜달라고 하세요.”
“무슨 소리! 승부는 정당한 것을.”
“정당은 무슨...”
“난 잠시 화장실 좀... 흐흐흐.”
그때였다. 지하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려왔고 계단을 걸어오는 여자의 뾰족구두 소리가 생생했다.
“또각, 또각!”
“어머, 사장님. 죄송해요. 주문이 많이 밀려서 늦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는 집주인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방 커피를 들고 도착한 아가씨를 봤다. 나와 그 아가씨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나는 기겁하며 놀랐다.
“당... 당신은...!”
“응? 어머나.”
우리가 주문을 한 커피를 들고 들어온 여자가... 내가 놓친 바로 그녀였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가 놓친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니... 외출할 때 봤던 옷이 아닌 야스럽고 노출이 많은 복장으로 바뀐 그녀.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집주인이 지금 이 여자를 본다면 짐승처럼 밤마다 그녀의 방을 들락거릴 것이고 나의 로망과 신비가 떨어질 것 같았다. 지켜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이 동네 사시지 않으신가요?”
“꿀꺽...”
“초면은 아닌 것 같은데.”
“.........”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한 시간 전 집을 나설 때 인사했던 앞방 남자라고 소개해야 할까. 자신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이 일을 알아채서 기분 나쁘다고 짜증을 내며 소리치면 어쩌지. 고민하는 나를 확인하더니 무언가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 그녀.
“아, 아까 집에 나올 때 인사했던... 그분 맞으시죠?”
얼라리요? 본인이 직접 그 사실을 말하고 있네. 나의 배려는 오판이었던 모양이다.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라는 뜻으로 들렸고 나만 고민하고 있었다는 엉뚱한 판단이 들었다. 주인집 아저씨도 과연 이 여자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잠시 후 화장실로 향했던 아저씨가 우리 곁으로 도착했다.
“어이, 왜 이렇게 늦었어? 커피 한 잔 마시려다 녹아버리겠네.”
“죄송해요, 배달이 많이 밀렸거든요.”
“이렇게 보니 집에서 볼 때랑 또 다르네.”
“만날 그 소리는... 호호호.”
알고 있었구나. 둘은 이미 예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매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나만 멍청하게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가냘픈 손가락으로 작은 티스푼을 들고 있다. 그리고 프림과 설탕을 넣은 커피 잔에 물을 붙더니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만의 조합이 잘 섞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잔 하세요. 그런데 누가 이겼어요?”
“뭘?”
“당구요.”
“하하하!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역시, 사장님이 제일 잘 치죠.”
“인생은 당구공과 같은 거야. 굴러가고 굴러가봐야 벽에 부딪히는 꼴이라고.”
“철학적이네요.”
“나 철학과 나온 거 어떻게 알았어?”
“아무튼 싸구려 농담은...”
“하하하! 나야, 나라고! 하하하!”
좋단다... 나 같은 초보에게 이겨 놓고는 나만의 그녀에게 자신이 제일 잘 났다는 말투로 엄청난 자부심을 지닌 채 달달한 커피를 들이 키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실력을 키워 저 잘난 자존심을 뭉개 버릴테다. 처음에 손목아지를 잘랐어야 했는데... 크흑.
“캬~ 미스 최가 타준 커피는 언제 마셔도 맛있어.”
“미스... 최?”
그녀의 성이 최 씨라는 사실을 순간적이고 동물적인 센스로 알아냈다.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대 놓고 물어 볼 수 없어 엄한 커피 잔만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드디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쪽 오빠는 왜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아, 제가 물수가 적어서요.”
“아닌 것 같은데... 부끄러워해요?”
“왜요?”
“여자랑 대화하는 거 부끄러워하는 남자들 엄청 많던데.”
“당신이 좋은데... 아니, 여자가 좋은데 왜 말하기를 부끄러워해요.”
“뭐라고요? 호호호. 이 오빠 재미있네.”
우리의 간단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집주인 아저씨가 푼수처럼 끼어든다.
“김 군! 자신감을 갖어. 커피 잘 마셨어!”
“네...”
“그럼 돈은 이 젊은 오빠가 내는 거예요?”
“나야, 나라고. 나는 돈이 없어.”
“알아요, 아주 잘났어요.”
“하하하!”
그녀가 우리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다 마신 커피 잔을 쟁반에 넣고 내가 건넨 돈을 받아 당구장을 나가려고 한다. 안 돼... 가지마... 이렇게 가버리면... 또 어떤 놈들과 무슨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심장이 터지고 먹먹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떠나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가지 말라고 붙잡을 방법이 없다.
“결국... 가는 군요.”
“응? 뭐가?”
“저분이여. 여자분.”
“다음 배달가야지. 그래야 돈 벌어서 하숙비 내지.”
“원래 저 여자 분이 다방에서 일하는 거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미스 최 모르면 이 동네에서 간첩이야.”
난 간첩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젠장...
“대학생이에요?”
“미스 최? 아니야. 결혼한 유부녀라고.”
“네에?!”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내가 마음에 담아둔 그녀가 미스 최라고 불리고 있었으며 결혼까지 한 유부녀라는 사실... 머리가 아파온다.
/////////////////
화려한 외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물론 이 글은 화려한 외도가 끝나고 연재할 계획입니다. 우선 프롤로그를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변덕이 하두 심해 화려한 외도가 종결되면 또 이상한 글로 여러분들과 소통할까 고민되어 사전에 말뚝을 박아 놓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ㅋㅋㅋ
화려한 외도는 이제 몇 부 남아 있지 않네요.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다.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하숙생이다. 호리호리한 외모와 긴 생머리... 거기에 꽉 끼는 청바지를 즐겨 입던 그녀를 남모르게 마음에 담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밤에 외출하는 빈도가 많아 졌고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반드시 그녀의 뒤를 따라 미행하여 그 진실을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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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 오늘은 나랑 같이 당구 한 게임 어때?”
“아저씨는 고수잖아요.”
“내가 조금 살살 할게. 생각 있으면 이따 내 방으로 와.”
“아니요, 이따 저녁에 어디에 갈 일이 있어요.”
“헉... 지금 날 외면하는 거야?”
“외면이라도 별수 없어요.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쳇...”
나를 김 군이라 부르는 그 남자는 내가 살고 있는 자취집의 아저씨다. 내 이름은 김주오. 올해 나이 20살, 꽃다운 외모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해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다. 여름이라 그런지 하루의 해는 길게만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바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드르륵~”
그녀의 방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자취집은 긴 복도를 놓고 양쪽으로 방이 세 칸씩 자리하고 있다. 총 여섯 칸의 방이 있는데 내가 미행하려는 여자의 방은 내방을 가로질러 오른쪽 첫 번째다. 건물이 오래되어 아직까지 미닫이문이 달린 한옥집이다. 나도 서둘러 방문을 열고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며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나 봐요?”
“네.”
도도한 표정으로 옥돌이 미끄러질 듯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 나의 말에 긴 대꾸도 하지 않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선다. 그를 놓칠세라 나도 서둘러 그녀 모르게 뒤를 바짝 ?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골목이 많고 길다. 그 긴 골목을 미행하는 기분이란... 마치 스파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불이 깜빡이는 전봇대의 등을 지나며 버스정류장이 있는 큰길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낀 건지 잠시 멈췄다가 뒤를 돌아본다.
“이크!”
재빨리 몸을 돌려 그녀가 나를 발견할 수 없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쪼그라들며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심스럽게 벽 뒤에서 그녀가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확인을 해봤다.
“응? 뭐야?”
사라진 그녀. 잠시 내가 방심한 모양이다. 사방팔방 그녀의 행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과 몸을 숨겼던 순간의 방심을 후회하며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길...
“에휴... 방심하지 말 것을...”
속상한 마음이지만 속상한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순간이다. 바닥에 떨어진 빈 깡통을 발견하고는 재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혼자 위로하며 힘차게 발로 걷어찼다.
“깡~”
데굴데굴 구르는 깡통 너머로 어떤 남자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어둠에 가려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아 자세히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관찰했다.
“어이~ 김 군, 나야! 어디 다녀온다더니 벌써 온 거야? 그러면 당구 한 게임? 콜?”
이 아저씨는 나만 보면 당구를 치잖다. 나는 당구 30인데 아저씨는 300이 넘는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제안을 자꾸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고 그녀를 놓친 기분에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럼 아저씨가 오늘 저한테 그냥 저주시면 안돼요?”
“에이~ 이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이렇게 수작을 부리면 쓰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봐주고 치는 건 재미가 없잖아.”
“그래도 아저씨는 고수잖아요. 저는 초보이고.”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내가 이 얘기 해줬던가? 예전에 당구 처음배울 때 말이야...”
“네, 네. 알고 있어요. 일백만 원 걸고 당구를 쳤는데 돈 날리고 집에서 쫓겨날 번한 얘기. 이번에 들으면... 가만 있어보자, 지난번에도 술 드시고 와서 하셨으니까 정확하게 이천삼백오십 번째네요.”
“이야... 김 군, 머리가 아주 좋아. 내 스타일이야. 좋아! 내 스타일이니 당구 한 게임. 응?”
“그래요, 감사하네요.”
“좋아, 좋았어! 마음에 아주 들었어! 가자고~ 하하하!”
사기당구를 즐기는 집주인 아저씨의 손이 이끌려 동네에 있는 당구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지하에 있던 당구장을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와 담배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코를 막으며 들어섰다.
“아저씨! 여기 공 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자리 잡으세요.”
“여기로 주세요. 여기 다이가 아주 마음에 드네.”
당구장 주인이 당구공을 들고 왔다. 언제 닦았는지도 모르게 하얀 공은 노란공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고 낡고 후진 당구장의 인테리어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전환을 위해 선택한 일이니 군소리 없이 큐대를 잡았다.
“큐대 잡는 손놀림이 마치 학이 미꾸라지를 낚아채는 모습과 비슷하네. 소질이 있어.”
“설마요.”
“아니야, 아니야. 나는 딱 보면 알아.”
“뭘요?”
“이건 말이야... 극비사항인데 말해도 될까?”
“극비사항? 궁금하네요.”
주인집 아저씨는 손바닥으로 당구 테이블 한쪽을 탁치며 나를 향해 말한다.
“김 군이 오늘 나에게 게임에 져서 돈 쓴다에 내 오른쪽 손목아지를 걸지!”
“대~단하시네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띠리링~”
담배를 입에 물고 긴 연기를 뿜어내며 시작된 나와 고수 집주인 아저씨와의 당구 시합은 보나마나 뻔한 것이었다. 어떻게 당구 30이 당구 300을 이기겠는가. 그런데 그날따라 좀 이상하게 게임의 흐름이 진행되었다. 초구를 친 주인집 아저씨의 공은 빨간 공을 때리지 못했고 기회는 나에게 넘어왔다. 당구 점수판에 올려진 돌의 개수는 300대 30.
“탁!”
“얼~ 김 군 시작이 좋아. 벌써 하나 뺐네? 허허허.”
“운이죠.”
“괜찮아! 인생을 대범하게 살아야지. 어쩌다 하나 뺐는데 기죽지마.”
“탁!”
“응? 연속으로 두 개?”
“이상하게 오늘 잘 맞네요.”
“연습했어?”
“무슨...”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세 번째 돌을 빼기 위해 나의 큐대가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간 공 하나는 내 정면에 또 다른 하나는 반대편에. 일명 ‘우라’라는 기술을 사용할 시점이었다.
“탁!”
“헐...”
“우와~ 제가 아저씨를 이겼어요!”
나는 당구 큐대를 들고 좌절하고 있는 주인집 아저씨를 향해 환호성을 쳤다. 그 모습이 그 사람에게는 꼴보기 싫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펄쩍 뛰며 기뻐하는 나에게 아저씨가 말한다.
“이봐, 이봐. 아직 쿠션이 남아 있다고.”
“네? 제가 쿠션도 빼야 해요?”
“무슨 소리야? 당구는 매너 게임이야. 당연한 것 아니야?”
“억지네요...”
“아니야, 젊은 친구가 이렇게 유도리가 없어서야.”
“..........”
지기 싫어 나에게까지 억지를 부리는 주인집 아저씨가 어찌나 얄밉던지... 가뜩이나 그녀를 놓쳐 속상한데 불난 마음에 부채질까지 하는 모양새다. 억울했지만 그가 원하는 쿠션을 쳐야 했다. 하지만 당구 30에게 쓰리 쿠션은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제가 이기면 아저씨 정말 손목아지 주실거죠?”
“아이고, 무서운 소리... 빨리 치기나 해봐.”
“그 손목아지... 제가 꼭 가져 올 겁니다!”
“훗...”
“땅~!”
내가 친 공은 앞으로 신나게 달려가며 먼저 빨간 공을 맞추고 옆으로 빠지며 첫 번째 쿠션을 돌아 두 번째, 그리고 또 다른 빨간 공이 있는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다. 공이 가는 길을 살펴보니 쿠션을 먼저 맞춘 뒤 빨간 공을 맞출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탁!”
“오우예~! 빙고!!”
“염병...”
“저는 월남 스키부대로 자원할 겁니다. 푸하하! 이게 바로 한 큐에 끝내는 스키라는 거죠?”
“스키는 무슨... 다마 수 30주제에...”
나는 주인집 아저씨에게 다가가 한 쪽 손목아지를 잡았다. 그리고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건 제 것이네요.”
“음... 김 군, 우리 이렇게 하지?”
“뭘요?”
“내가 커피 한 잔 사줄게. 그리고 아직 시작한지 시간도 얼마 안 됐으니 한 게임 더 하자.”
“커피?”
“그럼, 그럼. 당구장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
그 순간 서비스로 나오는 음료수를 들고 온 당구장 주인의 말이 우리의 귀에 들렸다.
“음료수가 다 떨어져서 커피 한 잔씩 드시며 하세요.”
나는 말없이 당구장 주인이 들고 온 종이컵을 바라보았고 주인집 아저씨는 이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콜록, 콜록. 김 군. 세상을 넓게 보라고. 고작 저런 커피가 아니야.”
“커피는 됐고요. 다른 제안을 하셔야겠네요.”
주인집 아저씨는 당구장 주인을 무섭게 노려보며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커피를 가져왔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아니면 빨리 이 손목아지 저 주시고요.”
“이봐, 젊은이! 이 나라와 조국,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막말을 하면 어떻게 하겠어? 대인처럼 행동하라고. 대인.”
“대인요?”
“그렇지, 커피 한 잔 사주고 한 게임 더. 오케이?”
“헐...”
“아저씨, 여기 커피 두 잔 만 배달시켜 주세요.”
“거기 커피 있는데요?”
“이거 말고요, 다방 커피.”
“알겠습니다.”
당구장 주인도 아이러니하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방에 커피를 주문하는 전화를 넣는다. 그리고 내 손을 살며시 잡은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능구렁이처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제 우리는 진짜 진검승부를 펼쳐보자고!”
“완전 억지야.”
“화이팅!”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우리의 당구 시합은 당연히 내가 완패하고 말았다. 주문한 커피는 다른 곳을 들렸다 온다며 늦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지쳐왔다. 서로 한 번씩 이겼으니 결판을 내자는 의욕의 집주인 아저씨의 계략에 말려 세 번째 당구 시합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을 넘어서고 말았다.
“야호! 내가 이겼어! 역시 나는 남자야!”
“징그럽네요. 이제 피곤해서 못 치겠어요.”
“남자가 당구도 못치고 이게 뭐하는 거야? 나에게 수업료를 좀 지불하고 배워 볼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 없겠지. 좋아! 아무튼 오늘 잘 쳤어!”
“결국 이렇게 되는 군요. 그냥 시켜달라고 하세요.”
“무슨 소리! 승부는 정당한 것을.”
“정당은 무슨...”
“난 잠시 화장실 좀... 흐흐흐.”
그때였다. 지하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려왔고 계단을 걸어오는 여자의 뾰족구두 소리가 생생했다.
“또각, 또각!”
“어머, 사장님. 죄송해요. 주문이 많이 밀려서 늦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는 집주인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방 커피를 들고 도착한 아가씨를 봤다. 나와 그 아가씨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나는 기겁하며 놀랐다.
“당... 당신은...!”
“응? 어머나.”
우리가 주문을 한 커피를 들고 들어온 여자가... 내가 놓친 바로 그녀였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가 놓친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니... 외출할 때 봤던 옷이 아닌 야스럽고 노출이 많은 복장으로 바뀐 그녀.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집주인이 지금 이 여자를 본다면 짐승처럼 밤마다 그녀의 방을 들락거릴 것이고 나의 로망과 신비가 떨어질 것 같았다. 지켜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이 동네 사시지 않으신가요?”
“꿀꺽...”
“초면은 아닌 것 같은데.”
“.........”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한 시간 전 집을 나설 때 인사했던 앞방 남자라고 소개해야 할까. 자신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이 일을 알아채서 기분 나쁘다고 짜증을 내며 소리치면 어쩌지. 고민하는 나를 확인하더니 무언가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 그녀.
“아, 아까 집에 나올 때 인사했던... 그분 맞으시죠?”
얼라리요? 본인이 직접 그 사실을 말하고 있네. 나의 배려는 오판이었던 모양이다.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라는 뜻으로 들렸고 나만 고민하고 있었다는 엉뚱한 판단이 들었다. 주인집 아저씨도 과연 이 여자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 잠시 후 화장실로 향했던 아저씨가 우리 곁으로 도착했다.
“어이, 왜 이렇게 늦었어? 커피 한 잔 마시려다 녹아버리겠네.”
“죄송해요, 배달이 많이 밀렸거든요.”
“이렇게 보니 집에서 볼 때랑 또 다르네.”
“만날 그 소리는... 호호호.”
알고 있었구나. 둘은 이미 예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매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나만 멍청하게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가냘픈 손가락으로 작은 티스푼을 들고 있다. 그리고 프림과 설탕을 넣은 커피 잔에 물을 붙더니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만의 조합이 잘 섞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잔 하세요. 그런데 누가 이겼어요?”
“뭘?”
“당구요.”
“하하하!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역시, 사장님이 제일 잘 치죠.”
“인생은 당구공과 같은 거야. 굴러가고 굴러가봐야 벽에 부딪히는 꼴이라고.”
“철학적이네요.”
“나 철학과 나온 거 어떻게 알았어?”
“아무튼 싸구려 농담은...”
“하하하! 나야, 나라고! 하하하!”
좋단다... 나 같은 초보에게 이겨 놓고는 나만의 그녀에게 자신이 제일 잘 났다는 말투로 엄청난 자부심을 지닌 채 달달한 커피를 들이 키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실력을 키워 저 잘난 자존심을 뭉개 버릴테다. 처음에 손목아지를 잘랐어야 했는데... 크흑.
“캬~ 미스 최가 타준 커피는 언제 마셔도 맛있어.”
“미스... 최?”
그녀의 성이 최 씨라는 사실을 순간적이고 동물적인 센스로 알아냈다.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대 놓고 물어 볼 수 없어 엄한 커피 잔만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드디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쪽 오빠는 왜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아, 제가 물수가 적어서요.”
“아닌 것 같은데... 부끄러워해요?”
“왜요?”
“여자랑 대화하는 거 부끄러워하는 남자들 엄청 많던데.”
“당신이 좋은데... 아니, 여자가 좋은데 왜 말하기를 부끄러워해요.”
“뭐라고요? 호호호. 이 오빠 재미있네.”
우리의 간단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집주인 아저씨가 푼수처럼 끼어든다.
“김 군! 자신감을 갖어. 커피 잘 마셨어!”
“네...”
“그럼 돈은 이 젊은 오빠가 내는 거예요?”
“나야, 나라고. 나는 돈이 없어.”
“알아요, 아주 잘났어요.”
“하하하!”
그녀가 우리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다 마신 커피 잔을 쟁반에 넣고 내가 건넨 돈을 받아 당구장을 나가려고 한다. 안 돼... 가지마... 이렇게 가버리면... 또 어떤 놈들과 무슨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심장이 터지고 먹먹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떠나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가지 말라고 붙잡을 방법이 없다.
“결국... 가는 군요.”
“응? 뭐가?”
“저분이여. 여자분.”
“다음 배달가야지. 그래야 돈 벌어서 하숙비 내지.”
“원래 저 여자 분이 다방에서 일하는 거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미스 최 모르면 이 동네에서 간첩이야.”
난 간첩이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젠장...
“대학생이에요?”
“미스 최? 아니야. 결혼한 유부녀라고.”
“네에?!”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내가 마음에 담아둔 그녀가 미스 최라고 불리고 있었으며 결혼까지 한 유부녀라는 사실... 머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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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물론 이 글은 화려한 외도가 끝나고 연재할 계획입니다. 우선 프롤로그를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변덕이 하두 심해 화려한 외도가 종결되면 또 이상한 글로 여러분들과 소통할까 고민되어 사전에 말뚝을 박아 놓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ㅋㅋㅋ
화려한 외도는 이제 몇 부 남아 있지 않네요. 아무튼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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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0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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