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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여인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02 920회 0건
5. 새로운 친구의 능력.

“제가 정말 죽은 건가요?”

좌절감과 상처로 가득한 표정의 그녀... 나와 누나는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쓰러져 응급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지옥이라도 다녀왔을 법한 모습이다.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몰랐지만 당황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그럼... 저기 누워 있는 저는 어떻게 된 거죠? 그리고 지금의 저는...”
“......”

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지만 쉽게 믿어 줄까? 그리고 내가 귀신같은 여자 두 명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 뭐라고 대답하며 반응을 할까. 고민이 된다.

“우선... 진정하시고 저의 말을 들어보세요.”
“아저씨는 누군데... 아저씨도 저처럼 저렇게 쓰러진 건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여자 분이 당신과 같은 처지랍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누나가 내 옆으로 나타나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누나는 내 어깨를 잡는 시늉을 하며 아직도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말을 한다.

“저는 뇌사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렇게 영혼처럼 움직일 수 있고... 이 남자는 우리를 눈으로 볼 수 있으며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몰라요.”
“세상에...”
“당황하지 마세요, 저희도 당황스러우니까.”
“그럼... 저희는 지금... 살고는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고 영혼만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믿을 수 없어...”

나라도 이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아니, 믿고 싶지도 않다. 충격에 빠져 힘들어 할 그녀가 안쓰럽기 까지 했다.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라 느꼈다. 내가 위로를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더니...

“정말... 그렇다면... 나는 지금...”
“더 이상 나쁘게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끼야야~!”
“흠짓!”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며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르는 그녀 때문에 내가 놀라 몸을 움츠렸고 누나도 그녀와 함께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행동에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한동안 소리를 지르던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 자유야! 호호호!”
“뭐... 뭐야?!”
“어머, 어머. 저 여자 미쳤나봐. 어떻게 하니...”
“헐...”
“니나노~ 니나노~”

내가 보고 있는 그녀는 마치... 미친 여자와 같았다. 죽어서 미친 것인지... 원래 저런 상태 인데 나와 누나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그녀의 상태가 매우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실성을 한다는 것... 차라리 이렇게 쓰러진 다음 미치는 것이 보기에는 좋아보였다.

“저... 저 여자...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느껴요.”

두 팔을 벌려 빙글빙글 돌며 우리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던 그녀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는 나를 향해 지긋이 쳐다본다. 그리고는...

“이제 누구라도 나에게 잔소리 같은 말을 하지 않으니...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거지?”
“응?”
“흐흐흐.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게 있어요!”
“뭐... 뭔데요?”
“남자로 살아보는 것!”
“네?!”

나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날린다. 나는 그녀를 받아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두 팔을 벌렸고 순간... 평소와는 다른 느낌과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스며든다... 내 몸으로 그녀의 모든 것이 스며드는 기분... 아픈 통증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머리가 무거워지며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나를 향해 몸을 날린 그녀의 혼이 내 몸으로 빨려 들어왔고...

바닥에 주저앉아 의식을 잠시 잃었다. 누나는 나에게 다가와 괜찮으냐는 질문을 하며 내 몸을 만져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잡히는 곳이 없었던지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그리고... 내 입에서 내 목소리가 아닌 가냘픈 음성으로 내가 원치 않았던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호호호. 나 이제 남자로 살아가는 거네?”
“동... 동생?”
“언니, 저 이제 남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거예요.”
“뭐라고?!”

누나는 내 입에서 들리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남자가 남자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더군다나 굵은 목소리의 톤이 아닌 마치 여자와 같이 가는 음성을 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나는 현재 내 몸 속에서 그 어떤 누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

“이거 대체 무슨 일이지?!”
“아저씨, 아니... 나이가 어떻게 되요?”
“당신 누구야?”
“수정이요, 조금 전 죽을 번한 여자.”
“수정... 그런데 당신이 왜 내 몸 속으로...”
“제 평생소원이 남자로 살아보는 거였어요. 이렇게 아저씨 몸속에서 기생하듯 살고 싶어요.”
“뭐라고요?!”
“아참, 저는 올해 20살인데... 아저씨는 어떻게 되요?”
“윽... 동갑이네요.”
“헐... 설마... 이름은요?”
“뭐... 뭐에요? 그 반응은?! 김... 김주오요.”
“너무 늙어 보이네, 여자 친구 없죠?”
“관심 갖지 말아요!”
“흠... 말하지 않아도 지금 아저씨... 아니, 친구니까 말 편하게 할게. 주오의 생각을 읽고 있어. 잠깐만~”
“야, 야! 네가 뭔데 내 생각을 마음대로 읽어?!”
“빙고~ 여자 친구가 없네. 훗... 저 언니와 벌써 그렇고 그런 경험이 있고...”
“야!”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나의 허락 없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내 몸에 기생하며 남자의 몸으로 살아보고 싶다던 그녀... 아니 수정이는 내 생각까지 읽으며 나를 조롱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빙의(憑依, 심리종교학적인 용어로 초월적 의식세계를 경험하거나 인식하는 상태)라는 것이 아닐까...

“당장 나가! 나는 이렇게 너와 함께 내 몸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비싼 척하기는... 혹시 알아, 내가 네가 바라는 그 어떤 행동을 도와줄 수 있을지.”
“뭐?! 무... 무슨 생각?”
“저 언니와... 한 번 더 찐하게...”
“야, 시끄러워!”
“남자는 다 그래~ 남자는 다 그래~”
“저런... 큭...”

내가 수정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자 수정이도 내 눈치를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짓더니 이내 곧 내 몸에서 빠져 났다. 그리고 내 몸이 다시 털썩 주저앉으며 정신을 읽었고... 눈을 떴을 때는 누나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손을 움직여 얼굴과 몸을 만져보고 누워 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수정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수정이는 누나 뒤편에서 팔짱을 낀 채 우리를 지켜보고 나에게 윙크를 날린다. 그 모습에 섬뜩한 공포심마저 느끼게 되었고 가려지지 않는 누나에게 내 몸을 숨기며 수정이를 경계하였다.

“뭐... 뭐야? 정신이 들었어? 동생...”
“누나, 쟤는 굉장히 무서운 아이였어. 덜덜덜...”
“그게 무슨 소리야?”
“누나도 내 몸으로 들어 올 수 있어?”
“네 몸으로? 어떻게?”
“역시... 쟤는 사람의 몸에 들어 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내 몸에 들어와 나를 괴롭혔다고.”
“그러면... 나도 해볼까?”
“뭐라고?”
“에잇!”

누나는 수정이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는 사실을 듣고는 나를 향해 몸을 날렸지만 우리는 겹쳐지며 육과 혼이 합쳐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것은 수정이만 할 수 있는 능력이었나 보다. 대신 수정이는 누나처럼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혼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거기 두 여자분들... 잠시 저랑 얘기 좀 해요.”
“친구야~ 이제야 나를 불러 주는 거야?”
“친구? 웃기고 있네...”
“동생, 둘이 친구였어?”
“그게... 나이가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마도 절 그렇게 부르나 봐요.”
“동갑? 둘이 동갑인 거는 어떻게 알았어?”
“말하면 길고... 아무튼 그렇게 됐어요.”

두 명의 여자 혼을 내 앞에 앉혀 놓고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잡고 바닥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수정이가 누나에게 말했다.

“언니, 주오가 왜 저희를 불렀을까요?”
“음...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
“언니는 올해 24살, 이름은 아직 모르고... 주오와 같은 자취방에서 생활을 했죠?”
“허!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어쩌다 보니... 저는 올해 20살이에요. 동생이니 편하게 말씀 하세요.”
“그... 그럴까, 그럼.”
“주오가 언니 좋아하는 것 같던데...”
“......”

내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두 여자의 대화 소리가 들렸고 수정이가 나의 생각을 읽은 이상 누나에게 어떤 말을 할지도 몰라 대화를 끊어야 했다.

“쉿, 쉿! 둘 다 모두 날 바라봐 봐요.”
“왜?!”

수정이가 까칠하게 대답하며 나를 노려본다. 그런 수정이에게 인상을 쓰며 조용히 하고 있으라는 시늉을 보이자 수정이가 입을 실룩실룩거리며 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헴, 이제부터 제 말 잘 들어봐요.”
“동생, 무슨 얘긴데?”
“누나와 수정이는 이제 앞으로 저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왜?”

그녀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 생각하고 말한 나의 말에 수정이가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대꾸를 하였고 그런 수정이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둘의 육체는 지금 현재 이 병원 응급실에 있으며.”
“있으며.”
“혼령의 상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인간이 현재로써는 나 하나고.”
“하나고.”
“서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기에...”
“잠시 질문 있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나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이 있다고 한다. 나는 누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서로 필요한 부분이 뭐가 있을까?”
“맞아, 우리는 죽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 살아 있는 귀신같은 존재인데.”
“음... 설령 위험이 닥치거나... 뭐 그럴 때...”
“혼만 있는 우리가 위험해 질 게 뭐가 있어?”
“그러니까 그게...”

생각해보니 그랬다. 저들이 차에 치일 일도 없고 야심한 밤에 돌아다닌다고 해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데 강간이나 유괴와 같은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내가 여기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왜 자꾸 내가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정이가 갑자기 몸을 꼬물대기 시작하더니...

“윽... 윽...”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 미치겠어... 악...!”
“무슨 일이야? 얘기를 해봐.”
“내 등이... 등이...”
“등?”
“윽... 너무 가려워... 왜 이러지?”
“아...”

그랬다. 침대에 누워 있는 수정이의 육이 느끼고 있나보다. 등이 가려운데 긁어줄 사람이 없다. 그 얘기는...

“훗... 동생, 빨리 가서 등 좀 긁어주고 와.”
“뭐하러? 내가 전혀 필요 없다는데.”
“윽... 주오야... 나 좀 어떻게 해줘... 미치겠어...”
“바로 이럴 때 내가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다는 거지.”
“알겠어... 알겠다고... 아오... 빨리 내 등 좀...”
“킥킥킥. 잠시만 기다려.”

서둘러 달려간 그녀의 몸에 내 손이 닿았고 어딘지 모를 등을 긁어주기 시작했다. 이정도 긁어 줬으면 만족했을 것 같아 다시 병원 밖으로 나서기 위해 몸을 돌리자 한 간호사가 나를 바라보며 있었다.

“그게... 저...”
“누구... 시죠? 누구신데 환자에게 손을...”
“제가 아는 사람인줄 알고 잠깐 봤는데... 아니네요.”
“아, 그러시구나.”

그리고 간호사 뒤에 수정이와 누나가 서 있다. 수정이는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부위를 내가 긁어주지 않았다며 손으로 자신의 등을 집으며 그 부분을 긁으라고 한다.

“여기 환자분 조금 전에 오신 분인데 가족이 없는 분이라 보호자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혹시 소식을 접한 가족분이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 그래요?”

간호사의 말에 내가 살며시 등이 가렵다는 수정이를 쳐다보자 수정이는 표정이 굳어지며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힘없이 서 있었다. 누나는 그런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해 주고 있었고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호자 분들과 빨리 연락이 되어야 할 텐데...”

수정이의 몸 상태를 체크한 간호사가 다른 침대로 돌아가며 지나가듯 한 말을 듣자 밝고 유쾌하기만 했던 수정이가 안쓰럽게 보였다. 간호사가 돌아간 후 아까 수정이가 집어준 등의 부위를 긁어 주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정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킥킥킥... 킥킥...”
“웃어?”
“아... 그래, 거기. 거기가 정말 가려웠다고! 호호호.”
“이제 됐어?”
“응, 고마워. 살 것 같다.”
“가족이 없었구나.”
“우울한 얘기는 집어치우고 우리 밖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지금 새벽 4시인데...”
“하나도 졸리지 않다고!”
“......”

영혼들이란... 나는 인간이기에 잠을 자야 했는데... 자기들 생각 밖에 할 줄 모르다니.... 쳇. 아무튼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다. 병원 복도 의자에 몸을 눕히고 잠들었다 일어난 시간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점심때는 되었을 것이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잠에서 깨어나 초취한 상태로 병원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래 진찰을 위해 걸어가고 있고 입원한 환자들도 보인다. 누나와 수정이는... 잠도 자지 않고 내 옆에서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 좀 자지... 귀신들은 잠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귀신은 밤에만 돌아다니지는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나의 휴대전화가 시끄러울 만큼 크게 울렸다.

“삐리리~”
“여보세요?”
“야, 주오! 너 어디야? 학교 수업 안 들어와?”
“응?”

나에게 이른 아침부터 전화해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나의 동기생 정훈이라는 친구다.

“정훈아, 내가 지금 사정이 생겨서...”
“미친 놈, 야! 내일이 기말고사 시험이라고. 너 의대생이야. 알기는 아니?”
“헉... 내일이 시험?”

망했다.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이번 시험에 낙제를 하면...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


화려한 외도 에필로그를 작성하고 있는데 제가 의도한 에필로그가 나오지 않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바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스톱워치"가 이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요청은... 댓글, 추천 없으면... 조기 종료 할 겁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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