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거짓말.
떨리는 한 교수의 엉덩이를 잡고 방아를 찧듯 움집이고 있는 순간 한 교수의 몸 안에 있던 수정이가 나를 꽉 껴안은 채 절정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를 붙잡고 있는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애절하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좀 더... 빨리... 허억... 더 깊게...”
“수정... 아니, 교수님... 윽...!”
“버텨... 아직 사정하면 안 돼!”
“나... 나 이제 더 이상은...”
“친구... 아... 주오야...!”
“수정아!!”
한 교수의 몸을 들어 안은 채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정액을 참을 수 없었다. 질 외 사정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작정 터져 나오는 정액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적절한 피임 도구도 없이 분신들을 한 교수의 질구에 쏟아 내고 있는 게 전부... 순간 질구가 좁아지며 위축되어졌고 한 교수의 입에서 짧은 신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으윽...”
“헉헉... 헉헉...”
그리고 수정이는 한 교수의 몸에서 이탈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숨만 헐떡이고 있다. 한 교수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번쩍 정신을 차리며 나에게 매달려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엄청난 체력이 소비된 터라 거친 숨소리를 진정시킬 수 없었고 한 교수와 눈이 마주친 뒤 정신없는 키스를 서로에게 퍼 붙게 된다.
“사랑해...”
“저도요, 교수님.”
“가끔... 아주 가끔은 나에게 찾아와 줄 수 있어요?”
“원하신다면...”
“주오 학생, 정말 사랑해요.”
“교수님.”
바닥에 쓰러진 수정이는 나와 한 교수의 뜨거운 키스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못 본 채 외면만 할 뿐... 안고 있는 한 교수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목까지 내려진 나의 바지와 팬티를 올렸다. 허리까지 올려 진 한 교수의 치마를 다시 내려주며 그녀의 촉촉한 둔부를 내 입술로 살짝 터치해 주었다.
“더... 더러워요.”
“아니요, 너무 예쁘고 섹시한 곳인 걸요.”
“그렇게 자꾸 쳐다보지 말아요. 부끄러우니...”
“항상 제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요, 교수님의 이곳...”
“......”
나의 말에 부끄러웠던지 한 교수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사이인데 이깟 말이 뭐가 그리 부끄러운 일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말 한 교수의 은밀한 둔부는 정말 아름다웠다. 매일 핥아주고 싶고 취하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 귀여운 곳이다.
이제 정리를 하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한 교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나를 마치 훈계를 하듯 자신의 책상 앞에 세워 놓고 책상 의자에 앉아 나의 바지 지퍼만 내린 채 입으로 오럴을 하고 있다. 욕망이 굉장히 많은 여자라는 것에 확신을 했다. 좀처럼 발기 되지 않는 나의 성기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쭙쭙... 흠... 향긋해.”
“뭐... 가요?”
“주오 학생 물건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요. 부드럽고 비릿하고 향긋한 냄새...”
“설마요...”
“음, 정말인데.”
“흐흐흐.”
그리도 내 물건이 좋은 것인가? 나도 잘 몰랐다. 내 물건이 어떠한 여자에게 이렇게 사랑스럽게 다가갈 줄은... 흐뭇한 미소로 한 교수를 내려다보다 옆을 바라봤다.
“좋냐?”
“......”
수정이는 팔짱을 낀 채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한 교수의 정신없는 오럴에 한 마디 한다.
“저 교수 정말 오래 굶었었나? 분명 어제 그 잘생긴 오빠랑 이곳에서 두 시간이 넘게 했는데... 성욕이 대단하네.”
“윽... 정말?”
“응.”
수정이의 말에 내가 대꾸를 하자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있던 한 교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궁금한 게 아까부터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는 거죠?”
“아,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그냥...”
“마치 이곳에 나와 주오 학생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군요.”
“그럴리가요...”
“그렇죠? 호호호. 음, 맛있어.”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수정이를 바라보자 수정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말을 한다.
“친구야, 너 대단한 것은 이제 알겠는데... 뭐 잊은 것 없니?”
“응? 잊어? 뭘...? 윽... 교수님...”
“아, 미안해요. 치아가 닿지 않게 조심할게요.”
“으윽... 네.”
한심하다는 듯 수정이가 눈을 치켜들어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나를 향해 입을 연다.
“너 정말 아무 생각도 없니?”
“대체... 뭐... 뭐가... 아아...”
“언니... 죽었어.”
“응, 그래... 그렇지... 으윽...”
“......”
언니가 죽었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 언니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한 교수와 수정이에게 빠져 있는 동안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있는 한 교수의 머리를 밀어 입 속에서 분리시킨 뒤 수정이를 바라보며 놀란 토끼눈을 한 채 물었다.
“뭐라고?! 정... 정말이야?!”
“......”
“정말이야? 사실이냐고?! 어서 말해봐!”
“유치한 녀석... 이제야 언니 생각이 났니?”
“크흑...”
“확인하고 싶으면 빨리 대전으로... 언니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 가야하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소리를 지르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본 한 교수가 멍한 표정으로 황당해 하며 나에게 묻는다.
“주... 주오 학생, 괜찮아요?”
“아,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빨리 어디를 가봐야 해서요...”
“학생, 주오 학생!”
“죄... 죄송합니다!!”
허겁지겁 옷을 정리하고 연구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부터는 지금의 상황이 아닌 오로지 강희 누나의 안부가 우선이었다. 빨리 대전에 있는 누나에게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정신이 어떻게 되었었나 보다. 강희 누나의 영혼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 교수의 꼬임에 빠져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병신 같은 새끼!”
나 혼자 자책을 하며 서울역을 향해 달렸다. 잠시 방심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치밀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도착한 대전... 누나의 육체가 있는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해서는 발걸음이 멈췄다. 막상 들어가려 했지만... 나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과 누나를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들어가지 않고 이러고 서 있어?”
수정이는 내 뒤에서 멈춰 서 있는 나에게 빨리 들어가라며 재촉하고 있지만 굳게 굳어버린 발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만일, 정말 안으로 들어가 누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엄청난 자괴감에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동생! 왜 이제 왔어?!”
...하려는 순간 낯서른 목소리가 내 귀에서 정겹게 들렸다. 숙이고 있던 내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니 누나가 방긋 웃는 표정으로 두 팔 벌려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그런 누나를 안아주고 싶어 나도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날아오는 누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나와 마주친 순간... 누나는 나를 통과했다.
“아, 우린... 그런 관계지.”
“하하하...!”
“동생, 왜 웃어?”
“난 정말... 정말 누나가... 흑흑...”
“울어?”
“친구야, 너 지금 우니?”
“누나가... 흑흑... 누나가 정말 죽은 줄 알고...”
“내가? 내가 왜 죽어. 이렇게 살아 있는데.”
“수정이가... 수정이가... 엉엉엉...”
“수정이가?”
“내... 내가... 뭘?”
수정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분노하거나 화가 나질 않았다. 오히려 누나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하며 감사할 뿐... 그 감사함에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하늘에 감사했고 무사해준 누나에게 감사했다. 잠시 이상한 행동으로 누나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누나가 살아 있어준 것에 무안한 감사를 느낄 뿐이었다.
“그만 울어, 뭐하는 거야? 창피해...”
“우리 동생이 이렇게 울고 있으니 귀엽네.”
“언니, 귀엽기는 요? 똑바로 보세요. 얼마나 창피한지를...”
“그래도 나는 우리 동생이 제일 좋아.”
“언니도 참...”
“훌쩍훌쩍... 야, 수정. 너 다음부터 누나에 대해 거짓말 하면 나한테 진짜 죽어!”
“어이고, 무서워라.”
소소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우리의 사이가 더 끈끈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응급실 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긴급하게 구급차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삐뽀삐뽀~”
“끼이익!!”
“모두 비켜주세요, 응급환자입니다!”
구급차에 실려 온 환자가 침대로 옮겨지고 우리가 서 있는 앞을 쏜 살 같이 지나간다. 순간 내 눈에 보인 모습은 군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고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피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전반적인 인상을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군인이라는 얘긴데...
“훈련 도중 낙상사고로 머리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박사님께 호출하고 빨리 응급처치 준비해!”
응급실의 풍경은 항상 바쁘다. 이 많은 환자들이 어디서 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닥치는 환자들을 맞이하는 의사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그렇게 긴급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나는 씁쓸한 마음에 옆에 있는 누나를 쳐다보았다. 누나도 그 환자가 자꾸 신경 쓰였는지 한 동안 시선을 때지 못했다.
“누나, 왜 그러세요?”
“그냥... 왠지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가네.”
“누나가 가서 치료를 해주세요.”
“그러고 싶은데... 자꾸 이렇게 나의 힘을 사람들에게 사용해도 될지 고민이 되네.”
“음? 그건 무슨 말이에요?”
“모르겠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데 수정이는 어디에 간 거야?”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 있어야 할 수정이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누나처럼 육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에 누나와 수정이가 보이지 않으면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수정아, 어디에 있어?”
나와 누나는 사라진 수정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수정이가 응급실 안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굉장히 무거운 표정으로 수정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갑자기 사라진 수정이에게 쓴 소리를 했다.
“야, 너 갑자기 그렇게 사라지면 어떻게 해. 무슨 말이라도 하고 가야지.”
“미안...”
“너 얼굴이 갑자기 왜 그래? 무슨 걱정이 있는 듯하네.”
강희 누나가 시무룩한 수정이를 바라보며 걱정 어린 마음으로 물었고 수정이는 누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다. 그런 수정이에게 내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너에게 큰 문제가 있는 거야?”
“그게... 언니, 이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나에게? 왜?”
“누나 얘기야? 뭔데?”
나와 누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무슨 얘기가 나올지 궁금해 하고 있었고 수정이는 나와 누나를 쳐다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이 섰는지 힘겹게 입을 연다.
“방금 실려 들어간 환자...”
“군인아저씨?”
“저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궁금해 잠시 몸 안으로 들어가 생각을 읽었는데...”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말하려는 요점에서 벗어나 말을 빙빙 돌리고 있는 수정이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무슨 이유인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나는 계속해서 빨리 말해 보라며 수정이를 다그쳤고 나의 다그침에 수정이가 알겠다는 신호와 함께 누나에게 다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분... 언니를 알아요.”
“나를?”
“누나를?”
“저 분... 사고가 난 이후 줄 곳 언니만 생각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누군데?”
수정이의 말을 들은 누나가 뭔가를 알아챘다는 듯 불안한 말투로 다시 묻기 시작했다.
“이도균...”
“!”
도균이라면... 누나의 남편 이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실려 온 긴급환자가 바로 누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남편이라는 말... 수정이가 이름을 말하자 지체 없이 누나가 응급실로 향했다. 나와 수정이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누나를 따라 응급실로 향했다. 긴급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 여러 명의 의료진이 군인 환자에게 달라붙어 있다.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코마(coma)상태가 되면 안 되니 심폐소생술 준비하고 혈압 안정제 투여해.”
“네.”
최악의 경우... 혼수상태라니... 얼마나 큰 사고를 당했길래 저렇게 되었을까.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는 했지만 나도 남자인지라...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이 행여나 수정이에게 발각 될까 노심초사한 상태로 있게 되었다. 내가 해서는 안 될 생각이라 말하는 것은...
‘누나의 남편... 누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대로... 이대로 저 남자가 죽는다면...’
끔찍한 생각이다. 인간에게 생명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고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의사라는 사람들이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피를 흘리고 쓰러진 누나의 남편... 저 사람이 없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얄궂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차마 볼 수 없음에도 지켜보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며 내 품에 안겨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만질 수 없는 상태이기에... 아쉬움이 더 했다. 아무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남편을 숨죽여 보고 있다. 그토록 자신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줬던 사람인데...
“도... 도균아...”
나는 분명 들었다. 누나의 입에서 그 남자의 이름이 나왔고 그 이름은 정말 걱정되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 있는 투였다. 수정이가 누나에게 말을 건다.
“언니, 어서 언니의 능력으로... 치료해 주세요.”
“치... 치료...”
수정이는 강희 누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그런 말에 누나가 움직이지 않기 바랬다. 지금은 내 여자라 생각되었고 그를 살리지 않으면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가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를 살려주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제발... 움직이지 말고 그냥 서 있기를 바랬다.
“도균아...”
누나는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을 뻗어 의사들의 사이에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나는 차마 누나의 손으로 저 남자를 살리게 되는 모습을 맨 정신으로 볼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응급실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움직이자 수정이가 어디를 가냐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쟤가... 왜 저러지?”
응급을 빠져나온 나는 씁쓸했다. 그리고 나와 나눈 누나의 말들이 떠올랐다.
............
..................
.........................
“끄윽... 아, 취한다.”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셨어? 똑바로 걸어 봐.”
“야! 어디서 하늘과 같은 남편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질이야?!”
“돈도 없으면서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돈? 야, 너 내가 돈으로 밖에 안 보이지?”
“뭐... 뭐라고?”
“더러운 년...”
“도균아,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아이도 아닌데 내가 그 아이를 찾겠다고 쓴 돈이 얼만지 알아?”
“!”
“솔직히 나 독일에 있을 때... 어떤 놈이랑 붙어서 만들어 놓고 내 아이라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너... 정말...”
“꺼져, 이 걸레 같은 년.”
“......!”
.........................
..................
............
원망이 깊어지면 저주가 되어 바뀐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누나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고 남편조차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이 되었다. 자신의 아이가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졌고 그 원망이 지금은 저주가 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꼭 살려야 하다니... 지켜보는 내가 처절할 만큼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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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게... 남편이라 불리는 남자와의 마지막이었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남편? 웃기지 말라고 해.”
“누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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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나의 선택만이 남은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누나가 지금까지 분노와 저주로 일관하던 남편이란 존재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더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니...
“야, 너 뭐하냐?”
“응?”
응급실 밖에서 혼자 긴 한숨을 쉬고 있는 내게 수정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수정이를 본 나는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않았다기 보다는 못한 거 일수도 있다. 내 생각을 사전에 읽은 수정이가 이미 내 마음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씁쓸하냐?”
“뭐가?”
“그래도 언니 남편이잖아. 아무리 밉고 싫어도... 목숨이 움직이는 일인데...”
“알아, 그래서 말리지 못했어.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잖아.”
“의대생이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알면 안 되지.”
“당연하지, 난 대한민국 의대생이니까.”
“얼마찐 놈.”
“뭐라고?”
“질투할 걸 질투해.”
“질투는 무슨...”
수정이는 이미 나의 모든 생각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질투라... 질투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렇다가 되어 버렸다.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반박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별이 아름답게 초롱대고 있는 밤. 밤공기에 취해 쉼 호흡을 깊게 하고 응급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머, 언니.”
“누... 누나.”
“왜 여기에 다 나와 있어?”
“언니, 남편 분... 아니지, 형부는 어떻게 되었어요?”
“......”
“누나 남편은 살아났어?”
“아니, 차마 그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었어.”
나와 수정이는 깜짝 놀라며 누나를 향해 대답했다.
“뭐라고?!”
“그 사람 몸에 내 손이 닿으려 하자... 용서가 되지 않았어.”
“용서...”
“내 아이를 잃게 만든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언니 그래도 그건...”
“알아, 내 선택이 틀렸다는 것. 하지만 언제라도 내 손이 닿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
“그건 죽지 않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잖아요, 언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죽지 않았어. 방금 응급치료가 잘 된 것을 보고 나오는 길이야.”
“누... 누나.”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다.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 셋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몇 분을 함께 하고 있었다. 딱히 누가 먼저 말을 꺼낼 거리도 없었다. 그리고 저만치서 다른 응급환자가 실린 구급차가 달려온다.
“교통사고 입니다! 빨리 응급실로!!”
“어서 서둘러!”
“아빠... 엉엉엉... 아빠... 엉엉엉...”
구급차에서 환자와 함께 내린 일곱 살배기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아마도 환자가 그 아이의 아빠인 것 같다. 구슬프게 우는 남자 아이가 안쓰럽게 보였고 누나는 그 아이에게서 시선이 고정되었다.
“어쩌지... 저 아이에 아빠인가 봐.”
“불쌍해... 힝...”
응급실로 급하게 실려 들어간 남자는 의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그 사이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쏜살 같이 달려오며 방금 들어간 환자에게 다가가 울음을 폭발한다.
“동환이 아빠... 이렇게 죽으면 안 돼... 우리 뱃속에 있는 둘째도 생각을 해줘야지...”
아마 그 아주머니는 사고를 당한 남자의 아내인 듯하다. 거기에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수정이는 그 모습에 모성애가 발동하였는지 발만 동동 구르며 울부짖는 남자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좀처럼 그 아이가 손에 잡히지 않자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야, 이 아이 좀... 안아줘 봐. 너무 불쌍하잖아.”
“어... 그래...”
내가 그 남자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다가가자 겁을 잔뜩 먹은 아니가 뒷걸음질을 했고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수정이가 속상한 듯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너는 아이도 못 안니?”
“그게... 저 아이... 겁에 질려 있어. 내가 안아주기도 전에 도망을 쳐버려.”
“그러니까 겁먹지 않게 잘 안아줘야지!”
“마치... 자신의 아빠가 이 세상과 멀어지듯... 저 아이가 나를 멀리 피하고 있어.”
“뭐라고...?”
누나는 나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황급하게 응급실로 다가가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빠 몸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빠가 살아 날 수 있도록 피를 흘리는 곳을 치료해 주려 노력하고 있는데...
“뭐지? 왜 안 되지?”
“언니, 왜 그래요?”
“이 사람 다친 곳이 손에 잡히지 않아.”
“뭐라고요?”
“이상하다... 아픈 곳이 있으면 내 손에 잡혀야 하는데...”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닐까요?”
“그... 그런가?”
나도 믿을 수 없었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병원 창문이 보였다. 나는 사정없이 그 창문에 내 주먹을 뻗었다.
“쨍그랑~!!”
“윽...”
“무... 무슨 짓이야?!”
내 손에서는 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의료진이 달려와 치료해 주려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병원 구석, 사람들이 없는 곳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누나와 수정이를 향해 말했다.
“빨리, 이쪽으로!!”
나의 말에 누나와 수정이가 나를 ?아 왔고 어느새 사람들의 인적이 드믄 곳에 도착했다. 아직도 나의 손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누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왜 이런 미련한 짓을 했냐고 성화고 수정이는 어이가 없다며 한심한 놈이라 욕을 해댄다. 그보다 더 중요한 나의 의도가 있었다.
“누나, 빨리 내 손을... 치유하는 능력이 사라졌나 확인해 보기 위해서 에요.”
“바보! 치유가 안 되면 어떻게 하려고 이런 짓을 했어?!”
“어서요, 빨리...”
“아... 알겠어. 잠깐만.”
그리고 누나가 피가 용광로처럼 치솟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정말로 능력을 잃은 것이라면 나의 손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 어! 된다!”
“어머, 어머. 주오의 손은 치료가 된다.”
“정말이네? 왜 이렇지?”
잠시 후 누나가 잡은 나의 상처 난 손은 아주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깨끗하게 봉합된 수술처럼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우리 셋은 이 현상에 대해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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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빨리... 허억... 더 깊게...”
“수정... 아니, 교수님... 윽...!”
“버텨... 아직 사정하면 안 돼!”
“나... 나 이제 더 이상은...”
“친구... 아... 주오야...!”
“수정아!!”
한 교수의 몸을 들어 안은 채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정액을 참을 수 없었다. 질 외 사정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작정 터져 나오는 정액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적절한 피임 도구도 없이 분신들을 한 교수의 질구에 쏟아 내고 있는 게 전부... 순간 질구가 좁아지며 위축되어졌고 한 교수의 입에서 짧은 신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으윽...”
“헉헉... 헉헉...”
그리고 수정이는 한 교수의 몸에서 이탈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숨만 헐떡이고 있다. 한 교수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번쩍 정신을 차리며 나에게 매달려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엄청난 체력이 소비된 터라 거친 숨소리를 진정시킬 수 없었고 한 교수와 눈이 마주친 뒤 정신없는 키스를 서로에게 퍼 붙게 된다.
“사랑해...”
“저도요, 교수님.”
“가끔... 아주 가끔은 나에게 찾아와 줄 수 있어요?”
“원하신다면...”
“주오 학생, 정말 사랑해요.”
“교수님.”
바닥에 쓰러진 수정이는 나와 한 교수의 뜨거운 키스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못 본 채 외면만 할 뿐... 안고 있는 한 교수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목까지 내려진 나의 바지와 팬티를 올렸다. 허리까지 올려 진 한 교수의 치마를 다시 내려주며 그녀의 촉촉한 둔부를 내 입술로 살짝 터치해 주었다.
“더... 더러워요.”
“아니요, 너무 예쁘고 섹시한 곳인 걸요.”
“그렇게 자꾸 쳐다보지 말아요. 부끄러우니...”
“항상 제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요, 교수님의 이곳...”
“......”
나의 말에 부끄러웠던지 한 교수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사이인데 이깟 말이 뭐가 그리 부끄러운 일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말 한 교수의 은밀한 둔부는 정말 아름다웠다. 매일 핥아주고 싶고 취하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 귀여운 곳이다.
이제 정리를 하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한 교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나를 마치 훈계를 하듯 자신의 책상 앞에 세워 놓고 책상 의자에 앉아 나의 바지 지퍼만 내린 채 입으로 오럴을 하고 있다. 욕망이 굉장히 많은 여자라는 것에 확신을 했다. 좀처럼 발기 되지 않는 나의 성기에 왜 그리 관심이 많은지...
“쭙쭙... 흠... 향긋해.”
“뭐... 가요?”
“주오 학생 물건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요. 부드럽고 비릿하고 향긋한 냄새...”
“설마요...”
“음, 정말인데.”
“흐흐흐.”
그리도 내 물건이 좋은 것인가? 나도 잘 몰랐다. 내 물건이 어떠한 여자에게 이렇게 사랑스럽게 다가갈 줄은... 흐뭇한 미소로 한 교수를 내려다보다 옆을 바라봤다.
“좋냐?”
“......”
수정이는 팔짱을 낀 채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한 교수의 정신없는 오럴에 한 마디 한다.
“저 교수 정말 오래 굶었었나? 분명 어제 그 잘생긴 오빠랑 이곳에서 두 시간이 넘게 했는데... 성욕이 대단하네.”
“윽... 정말?”
“응.”
수정이의 말에 내가 대꾸를 하자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있던 한 교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궁금한 게 아까부터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는 거죠?”
“아,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그냥...”
“마치 이곳에 나와 주오 학생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군요.”
“그럴리가요...”
“그렇죠? 호호호. 음, 맛있어.”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수정이를 바라보자 수정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말을 한다.
“친구야, 너 대단한 것은 이제 알겠는데... 뭐 잊은 것 없니?”
“응? 잊어? 뭘...? 윽... 교수님...”
“아, 미안해요. 치아가 닿지 않게 조심할게요.”
“으윽... 네.”
한심하다는 듯 수정이가 눈을 치켜들어 천장을 바라보다 다시 나를 향해 입을 연다.
“너 정말 아무 생각도 없니?”
“대체... 뭐... 뭐가... 아아...”
“언니... 죽었어.”
“응, 그래... 그렇지... 으윽...”
“......”
언니가 죽었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 언니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한 교수와 수정이에게 빠져 있는 동안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있는 한 교수의 머리를 밀어 입 속에서 분리시킨 뒤 수정이를 바라보며 놀란 토끼눈을 한 채 물었다.
“뭐라고?! 정... 정말이야?!”
“......”
“정말이야? 사실이냐고?! 어서 말해봐!”
“유치한 녀석... 이제야 언니 생각이 났니?”
“크흑...”
“확인하고 싶으면 빨리 대전으로... 언니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 가야하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소리를 지르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본 한 교수가 멍한 표정으로 황당해 하며 나에게 묻는다.
“주... 주오 학생, 괜찮아요?”
“아,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빨리 어디를 가봐야 해서요...”
“학생, 주오 학생!”
“죄... 죄송합니다!!”
허겁지겁 옷을 정리하고 연구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부터는 지금의 상황이 아닌 오로지 강희 누나의 안부가 우선이었다. 빨리 대전에 있는 누나에게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정신이 어떻게 되었었나 보다. 강희 누나의 영혼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 교수의 꼬임에 빠져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병신 같은 새끼!”
나 혼자 자책을 하며 서울역을 향해 달렸다. 잠시 방심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치밀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도착한 대전... 누나의 육체가 있는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해서는 발걸음이 멈췄다. 막상 들어가려 했지만... 나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과 누나를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들어가지 않고 이러고 서 있어?”
수정이는 내 뒤에서 멈춰 서 있는 나에게 빨리 들어가라며 재촉하고 있지만 굳게 굳어버린 발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만일, 정말 안으로 들어가 누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엄청난 자괴감에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동생! 왜 이제 왔어?!”
...하려는 순간 낯서른 목소리가 내 귀에서 정겹게 들렸다. 숙이고 있던 내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니 누나가 방긋 웃는 표정으로 두 팔 벌려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그런 누나를 안아주고 싶어 나도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날아오는 누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나와 마주친 순간... 누나는 나를 통과했다.
“아, 우린... 그런 관계지.”
“하하하...!”
“동생, 왜 웃어?”
“난 정말... 정말 누나가... 흑흑...”
“울어?”
“친구야, 너 지금 우니?”
“누나가... 흑흑... 누나가 정말 죽은 줄 알고...”
“내가? 내가 왜 죽어. 이렇게 살아 있는데.”
“수정이가... 수정이가... 엉엉엉...”
“수정이가?”
“내... 내가... 뭘?”
수정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분노하거나 화가 나질 않았다. 오히려 누나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하며 감사할 뿐... 그 감사함에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하늘에 감사했고 무사해준 누나에게 감사했다. 잠시 이상한 행동으로 누나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누나가 살아 있어준 것에 무안한 감사를 느낄 뿐이었다.
“그만 울어, 뭐하는 거야? 창피해...”
“우리 동생이 이렇게 울고 있으니 귀엽네.”
“언니, 귀엽기는 요? 똑바로 보세요. 얼마나 창피한지를...”
“그래도 나는 우리 동생이 제일 좋아.”
“언니도 참...”
“훌쩍훌쩍... 야, 수정. 너 다음부터 누나에 대해 거짓말 하면 나한테 진짜 죽어!”
“어이고, 무서워라.”
소소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우리의 사이가 더 끈끈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응급실 앞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긴급하게 구급차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삐뽀삐뽀~”
“끼이익!!”
“모두 비켜주세요, 응급환자입니다!”
구급차에 실려 온 환자가 침대로 옮겨지고 우리가 서 있는 앞을 쏜 살 같이 지나간다. 순간 내 눈에 보인 모습은 군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고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피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전반적인 인상을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군인이라는 얘긴데...
“훈련 도중 낙상사고로 머리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박사님께 호출하고 빨리 응급처치 준비해!”
응급실의 풍경은 항상 바쁘다. 이 많은 환자들이 어디서 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닥치는 환자들을 맞이하는 의사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그렇게 긴급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나는 씁쓸한 마음에 옆에 있는 누나를 쳐다보았다. 누나도 그 환자가 자꾸 신경 쓰였는지 한 동안 시선을 때지 못했다.
“누나, 왜 그러세요?”
“그냥... 왠지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가네.”
“누나가 가서 치료를 해주세요.”
“그러고 싶은데... 자꾸 이렇게 나의 힘을 사람들에게 사용해도 될지 고민이 되네.”
“음? 그건 무슨 말이에요?”
“모르겠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데 수정이는 어디에 간 거야?”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 있어야 할 수정이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누나처럼 육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에 누나와 수정이가 보이지 않으면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수정아, 어디에 있어?”
나와 누나는 사라진 수정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수정이가 응급실 안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굉장히 무거운 표정으로 수정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갑자기 사라진 수정이에게 쓴 소리를 했다.
“야, 너 갑자기 그렇게 사라지면 어떻게 해. 무슨 말이라도 하고 가야지.”
“미안...”
“너 얼굴이 갑자기 왜 그래? 무슨 걱정이 있는 듯하네.”
강희 누나가 시무룩한 수정이를 바라보며 걱정 어린 마음으로 물었고 수정이는 누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다. 그런 수정이에게 내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너에게 큰 문제가 있는 거야?”
“그게... 언니, 이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나에게? 왜?”
“누나 얘기야? 뭔데?”
나와 누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무슨 얘기가 나올지 궁금해 하고 있었고 수정이는 나와 누나를 쳐다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이 섰는지 힘겹게 입을 연다.
“방금 실려 들어간 환자...”
“군인아저씨?”
“저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궁금해 잠시 몸 안으로 들어가 생각을 읽었는데...”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말하려는 요점에서 벗어나 말을 빙빙 돌리고 있는 수정이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무슨 이유인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나는 계속해서 빨리 말해 보라며 수정이를 다그쳤고 나의 다그침에 수정이가 알겠다는 신호와 함께 누나에게 다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분... 언니를 알아요.”
“나를?”
“누나를?”
“저 분... 사고가 난 이후 줄 곳 언니만 생각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누군데?”
수정이의 말을 들은 누나가 뭔가를 알아챘다는 듯 불안한 말투로 다시 묻기 시작했다.
“이도균...”
“!”
도균이라면... 누나의 남편 이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실려 온 긴급환자가 바로 누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남편이라는 말... 수정이가 이름을 말하자 지체 없이 누나가 응급실로 향했다. 나와 수정이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누나를 따라 응급실로 향했다. 긴급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 여러 명의 의료진이 군인 환자에게 달라붙어 있다.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코마(coma)상태가 되면 안 되니 심폐소생술 준비하고 혈압 안정제 투여해.”
“네.”
최악의 경우... 혼수상태라니... 얼마나 큰 사고를 당했길래 저렇게 되었을까.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는 했지만 나도 남자인지라...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이 행여나 수정이에게 발각 될까 노심초사한 상태로 있게 되었다. 내가 해서는 안 될 생각이라 말하는 것은...
‘누나의 남편... 누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대로... 이대로 저 남자가 죽는다면...’
끔찍한 생각이다. 인간에게 생명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고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의사라는 사람들이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피를 흘리고 쓰러진 누나의 남편... 저 사람이 없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얄궂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차마 볼 수 없음에도 지켜보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며 내 품에 안겨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만질 수 없는 상태이기에... 아쉬움이 더 했다. 아무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남편을 숨죽여 보고 있다. 그토록 자신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줬던 사람인데...
“도... 도균아...”
나는 분명 들었다. 누나의 입에서 그 남자의 이름이 나왔고 그 이름은 정말 걱정되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 있는 투였다. 수정이가 누나에게 말을 건다.
“언니, 어서 언니의 능력으로... 치료해 주세요.”
“치... 치료...”
수정이는 강희 누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그런 말에 누나가 움직이지 않기 바랬다. 지금은 내 여자라 생각되었고 그를 살리지 않으면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가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를 살려주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제발... 움직이지 말고 그냥 서 있기를 바랬다.
“도균아...”
누나는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을 뻗어 의사들의 사이에 있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나는 차마 누나의 손으로 저 남자를 살리게 되는 모습을 맨 정신으로 볼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응급실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움직이자 수정이가 어디를 가냐며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쟤가... 왜 저러지?”
응급을 빠져나온 나는 씁쓸했다. 그리고 나와 나눈 누나의 말들이 떠올랐다.
............
..................
.........................
“끄윽... 아, 취한다.”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셨어? 똑바로 걸어 봐.”
“야! 어디서 하늘과 같은 남편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질이야?!”
“돈도 없으면서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돈? 야, 너 내가 돈으로 밖에 안 보이지?”
“뭐... 뭐라고?”
“더러운 년...”
“도균아,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아이도 아닌데 내가 그 아이를 찾겠다고 쓴 돈이 얼만지 알아?”
“!”
“솔직히 나 독일에 있을 때... 어떤 놈이랑 붙어서 만들어 놓고 내 아이라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너... 정말...”
“꺼져, 이 걸레 같은 년.”
“......!”
.........................
..................
............
원망이 깊어지면 저주가 되어 바뀐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누나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고 남편조차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이 되었다. 자신의 아이가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졌고 그 원망이 지금은 저주가 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꼭 살려야 하다니... 지켜보는 내가 처절할 만큼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
..................
.........................
“그게... 남편이라 불리는 남자와의 마지막이었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남편? 웃기지 말라고 해.”
“누나...”
.........................
..................
............
이제는 누나의 선택만이 남은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누나가 지금까지 분노와 저주로 일관하던 남편이란 존재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더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니...
“야, 너 뭐하냐?”
“응?”
응급실 밖에서 혼자 긴 한숨을 쉬고 있는 내게 수정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수정이를 본 나는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않았다기 보다는 못한 거 일수도 있다. 내 생각을 사전에 읽은 수정이가 이미 내 마음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씁쓸하냐?”
“뭐가?”
“그래도 언니 남편이잖아. 아무리 밉고 싫어도... 목숨이 움직이는 일인데...”
“알아, 그래서 말리지 못했어.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잖아.”
“의대생이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알면 안 되지.”
“당연하지, 난 대한민국 의대생이니까.”
“얼마찐 놈.”
“뭐라고?”
“질투할 걸 질투해.”
“질투는 무슨...”
수정이는 이미 나의 모든 생각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질투라... 질투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렇다가 되어 버렸다.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반박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별이 아름답게 초롱대고 있는 밤. 밤공기에 취해 쉼 호흡을 깊게 하고 응급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머, 언니.”
“누... 누나.”
“왜 여기에 다 나와 있어?”
“언니, 남편 분... 아니지, 형부는 어떻게 되었어요?”
“......”
“누나 남편은 살아났어?”
“아니, 차마 그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었어.”
나와 수정이는 깜짝 놀라며 누나를 향해 대답했다.
“뭐라고?!”
“그 사람 몸에 내 손이 닿으려 하자... 용서가 되지 않았어.”
“용서...”
“내 아이를 잃게 만든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언니 그래도 그건...”
“알아, 내 선택이 틀렸다는 것. 하지만 언제라도 내 손이 닿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
“그건 죽지 않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잖아요, 언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죽지 않았어. 방금 응급치료가 잘 된 것을 보고 나오는 길이야.”
“누... 누나.”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다.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 셋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몇 분을 함께 하고 있었다. 딱히 누가 먼저 말을 꺼낼 거리도 없었다. 그리고 저만치서 다른 응급환자가 실린 구급차가 달려온다.
“교통사고 입니다! 빨리 응급실로!!”
“어서 서둘러!”
“아빠... 엉엉엉... 아빠... 엉엉엉...”
구급차에서 환자와 함께 내린 일곱 살배기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아마도 환자가 그 아이의 아빠인 것 같다. 구슬프게 우는 남자 아이가 안쓰럽게 보였고 누나는 그 아이에게서 시선이 고정되었다.
“어쩌지... 저 아이에 아빠인가 봐.”
“불쌍해... 힝...”
응급실로 급하게 실려 들어간 남자는 의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그 사이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쏜살 같이 달려오며 방금 들어간 환자에게 다가가 울음을 폭발한다.
“동환이 아빠... 이렇게 죽으면 안 돼... 우리 뱃속에 있는 둘째도 생각을 해줘야지...”
아마 그 아주머니는 사고를 당한 남자의 아내인 듯하다. 거기에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수정이는 그 모습에 모성애가 발동하였는지 발만 동동 구르며 울부짖는 남자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좀처럼 그 아이가 손에 잡히지 않자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야, 이 아이 좀... 안아줘 봐. 너무 불쌍하잖아.”
“어... 그래...”
내가 그 남자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다가가자 겁을 잔뜩 먹은 아니가 뒷걸음질을 했고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수정이가 속상한 듯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너는 아이도 못 안니?”
“그게... 저 아이... 겁에 질려 있어. 내가 안아주기도 전에 도망을 쳐버려.”
“그러니까 겁먹지 않게 잘 안아줘야지!”
“마치... 자신의 아빠가 이 세상과 멀어지듯... 저 아이가 나를 멀리 피하고 있어.”
“뭐라고...?”
누나는 나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황급하게 응급실로 다가가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빠 몸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빠가 살아 날 수 있도록 피를 흘리는 곳을 치료해 주려 노력하고 있는데...
“뭐지? 왜 안 되지?”
“언니, 왜 그래요?”
“이 사람 다친 곳이 손에 잡히지 않아.”
“뭐라고요?”
“이상하다... 아픈 곳이 있으면 내 손에 잡혀야 하는데...”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닐까요?”
“그... 그런가?”
나도 믿을 수 없었다. 확인을 해봐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병원 창문이 보였다. 나는 사정없이 그 창문에 내 주먹을 뻗었다.
“쨍그랑~!!”
“윽...”
“무... 무슨 짓이야?!”
내 손에서는 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의료진이 달려와 치료해 주려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병원 구석, 사람들이 없는 곳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누나와 수정이를 향해 말했다.
“빨리, 이쪽으로!!”
나의 말에 누나와 수정이가 나를 ?아 왔고 어느새 사람들의 인적이 드믄 곳에 도착했다. 아직도 나의 손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누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왜 이런 미련한 짓을 했냐고 성화고 수정이는 어이가 없다며 한심한 놈이라 욕을 해댄다. 그보다 더 중요한 나의 의도가 있었다.
“누나, 빨리 내 손을... 치유하는 능력이 사라졌나 확인해 보기 위해서 에요.”
“바보! 치유가 안 되면 어떻게 하려고 이런 짓을 했어?!”
“어서요, 빨리...”
“아... 알겠어. 잠깐만.”
그리고 누나가 피가 용광로처럼 치솟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정말로 능력을 잃은 것이라면 나의 손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 어! 된다!”
“어머, 어머. 주오의 손은 치료가 된다.”
“정말이네? 왜 이렇지?”
잠시 후 누나가 잡은 나의 상처 난 손은 아주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깨끗하게 봉합된 수술처럼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우리 셋은 이 현상에 대해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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