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알지 못했던 사연들.
“이 느낌은... 뭘까...?”
급하게 실려 들어가는 노인의 모습에 걷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멈춰선 발걸음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크게 이해되는 부분이 없어 그냥 지나쳐야 했고 그렇게 고개를 돌려 병원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
..................
............
그런 추억들을 간직한 곳이 바로 이곳, 대전이다. 지난 30년이란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고 그 후 나는 매년 대전을 찾고 있다. 1년에 두어 번은 찾는 곳이라 이제는 고향집 같기도 한 곳이다.
“아이고, 김 교수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 박 원장님. 별 말씀을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서울과 대전이 그렇게 가까운 곳이었나요? 저도 미처 몰랐군요.”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자, 어서 제 방으로 가시지요.”
대전에 있는 국군병원 원장실로 향하며 잠시 들리지 못한 병동이 있었다. 늘 이곳에 도착할 때마다 우선적으로 그 병동, 병실에 방문하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게 되었다. 병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 원장실. 가벼운 커피 한 잔으로 몸의 피로를 녹여본다.
“김 교수님이 요즘 진행하시는 연구는 성과가 있나요?”
“글쎄요... 대상자가 많이 부족하고 의료적인 연구이기에 확실한 답을 낼 수가 없군요.”
“그렇군요, 그래도 곧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돼야죠.”“뇌파를 읽어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와 소통하는 연구라... 만일 이게 된다면 획기적인데 말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실험과 연구에 협조해주고 있는 그분이 감사할 뿐입니다. 그분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나는 뇌사 상태의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연구 방법으로 병원에 장기간 뇌사 상태의 환자들에게 일정의 전지 자극을 주고 사람의 음성을 파동으로 변형하여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분은... 바로...
“최강희 환자가 어제인가... 그제인가... 약간의 반응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10여년의 실험에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뇌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뇌사가 아니란 말이지요.”
“뇌사 환자가 반응을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정말 교수님이 주장하는 영혼이란 것이 실제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니... 꼭 성공할 것입니다.”
“응원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강희 누나가 있는 병실로 원장실을 나온 나는 곧장 향했다. 병실 앞에 서서 잠시 병실 옆 이름표를 확인하고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며 병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머, 왔어?”
“응, 누나는 어때?”
“매일 똑 같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언니를 보면 언제쯤 일어날지...”
“네가 고생이 많아.”
“고생은 무슨... 점심은 먹었어?”
“응, 기차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했어. 수정이 너는?”
“나 요즘 다이어트 하잖아. 언니는 밥도 매일 밥도 안 먹고 해서 이렇게 말라가는데 나만 뚱뚱해질 수 없잖아.”
“미련 떨긴...”
“왜? 자기가 나 살찌지 말라며?”
“더 먹어도 돼.”
“안 된다니까. 요즘 걸어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
“그건 억지야.”
“알겠어요, 알아서 먹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별...”
침대에 누워 있는 강희 누나의 머리 결을 쓰다듬어 준다. 약에만 의존하며 30년 동안 누워있는 누나는 볼 때마다 말라갔다. 뼈만 앙상한 모습... 피부가 뼈와 일체가 되어 마치 껍데기라고 느끼게 된 누나의 외형... 이제 그만 일어날 때도 됐는데...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어.”
수정이는 누나의 몸을 닦아 준 물그릇에 걸레를 담아 강희 누나를 쳐다보는 나를 바라보며 병실 문을 닫았다. 그 문이 닫히자 다시 예전 그때가 떠올랐다. 강희 누나가 이렇게 30년을 누워 있게 된 시작이...
............
..................
.........................
“길 좀 비켜 주세요!”
“응? 노인이네. 일반인이 올 수 있는 병원이 아닌데... 어쩌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 노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다. 병원 밖에서 긴 한숨을 내 쉬며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풀 벌래 소리가 내 귀를 간질이며 잠시나마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그때 내 옆으로 수정이의 영혼이 다가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쭈그려 앉는다.
“뭘 그렇게 생각하시나?”
“모르겠어, 너와 이런 행동이 옳은 건지...”
“왜? 후회 돼?”
“후회는 무슨...”
“그럼,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도 너에게 짐이 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미안... 미안해.”
“우리 이별 하냐? 왜 미안해?”
“그냥... 미안해서.”
“피~ 고추만 큰 멍청이!”
“뭐야?!”
“메롱~”
약 올리며 사라지는 수정이를 잡을 수는 없었다. 어둡고 무거운 표정의 나를 달래주기 위해 온 것 같은데... 내가 괜히 수정이의 마음을 몰라준 것은 아닌지... 미안해졌다. 미안한 마음에 그냥 수정이 이름을 불러본다.
“수정아... 수정아...”
불쑥 내 뒤에서 얼굴을 내미는 수정이.
“왜?”
“깜짝이야!”
“어머, 웬일로 내 이름을 그렇게 구슬프게 부르실까?”
“넌 왜 갑자기 사라졌다 튀어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만드냐?”
“나 네 뒤에 서 있었는데.”
“퍽이나.”
“진짜.”
“오죽하실까.”
“피~ 마음을 나에게 들켜서 당황스럽지? 그래서 그렇게 열 내고 있는 거지?”
“뭐래.”
우리가 또 붙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 강희 누나가 고개를 떨구며 다가온다. 우리도 강희 누나의 모습을 보고는 다툼을 멈추고 고요한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언니, 형부는...”
“응, 지금 치료를 해주고 왔어. 이제 일어 날 거야.”
“수고했어요, 언니 마음이 무겁겠지만... 그래도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잖아요.”
“그렇지.”
“누나... 고생했어.”
“피씩...”
“왜 그렇게 웃어?”
“너 보니까... 우리 동생 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
“뭐야? 하하하!”
“또 둘이 연애질 한다.”
나와 강희 누나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자 수정이가 질투를 하듯 투덜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나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의사들이 모여 환자에 대한 얘기를 하는 소리가 살짝 내 귀에 들렸다.
“이 환자는 연령도 많고 혈압도 높아 쉽게 치료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환자를 이대로 저버릴 수는 없잖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 교수님께 연락해서 방금 들어온 환자 상태 좀 보고 드려.”
“네.”
아마도 그 노인 얘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신경이 쓰였는데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되니 점점 더 마음이 갔다. 수정이에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수정아.”
“응?”
“부탁 한 가지만 들어줘.”
“부탁이 뭔데?”
“방금... 조금 전에 응급환자로 노인이 한 분 오셨거든.”
“그런데?”
“그분 생각 좀 읽어 줄 수 있을까?”
“왜? 그분이 너랑 무슨 관계라도 되는 거야?”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자꾸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이라면 나보다 언니의 능력으로 치료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치료도 좋지만 그전에 그 노인의 생을 알고 싶어. 아무나 무조건 치료해 줄 수는 없잖아.”
나는 그저 그 노인의 삶에 대해 궁금했을 뿐이다. 혹시... 범죄자나 살인마라면 그를 치료해 주어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말이 끝나자 누나가 내 말을 이어 했다.
“의대생 같지 않은 말이네. 의대생이라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병을 치료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그건...”
“그건 언니 말이 맞는 듯.”
“의대생은 나중에 의사가 될 사람인데 병원에 온 사람을 봐가며 치료해 준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잘 못된 생각 같아.”
“......”
옳은 말이다. 사람을 구별해 가벼 병을 치료해 주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모를 정도로 후회스럽고 반성하게 된다.
“좋아, 내가 그 환자의 생각을 읽어주지. 잠시만 기다려~”
“야, 수정!”
“응?”
“잘 보고 들어가라. 아무나 들어가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저게 진짜...”
“메롱~”
“너희는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
“누가, 쟤가 하는 행동을 봐. 내가 열 안 받게 생겼나.”
“똑같아... 똑같다고.”
“휴...”
수정이가 마를 놀리며 응급실로 향했고 나와 강희 누나는 병원 로비에 앉아 수정이가 나올 동안 기다렸다. 병원 의자에 앉았고 내 무릎에 강희 누나가 머리를 밸 수는 없었지만 비슷한 시늉을 하며 내 한 쪽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그렇게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육체가 있을 때는 불편했는데 귀신처럼 이러고 있으니 잘 모르겠네.”
“신기하네.”
“아~ 편하다. 우리 동생 무릎이 이렇게 편할지 전혀 몰랐네.”
“내가 그렇게 좋아?”
“뭐야, 질문이 좀 이상하다.”
“응? 왜?”
“너는 좋지 않고 나만 좋아한다는 투로 들리는 걸.”
“하하하! 그럴 리가.”
“딴 마음 먹다 들키면 알아서 해. 나도 수정이처럼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었으면 좋았을 걸.”
“왜?”
“너의 마음이 확실히 나에게 있는지 알고 싶어. 나는 이미 너에게 마음이 있는데.”
“아이고, 그런 걱정하지 마. 나는 누나뿐이니까.”
“속아 줄게.”
“뭐라고?”
고백하고 싶었다. 나와 수정이 사이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우리 학교 박 교수님과의 일들... 떳떳하게 말하고 용서 받고 싶었다. 누나는 나의 고백에 불같이 화를 내겠지? 괜찮다며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 주지 않겠지?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하면 나는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역시나... 그랬구나. 지금 자백한다면 나는 아마도 누나한테 맞아 죽을 지도...
“다행히 너를 때리지는 못하니 나에게 맞아죽지는 않겠네.”
“응?”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인가? 강희 누나도 수정이처럼 사람 마음과 생각을 읽는 능력이 생긴 건가... 설마... 최악인데...
“너 왜 당황해? 그냥 해본 말인데.”
“아... 아니 그냥...”
휴... 다행이다. 나만의 아찔한 상상과 오해였으니. 그렇게 잠시나마 누나와 웃음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수정이가 걸어 나온다. 우리는 수정이를 향해 손을 저으며 빨리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들어갈 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의 수정이가 지금은 매우 우울해 보이고 충격적이란 표정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노인 환자분 많이 안 좋아?”
“주오야...”
“말해 봐, 왜 그런데?”
“주오야...”
쉽게 입을 때지 못하고 있는 수정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수정이의 눈물에 나와 누나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대해 줘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말없이 바라만 봐야 했다.
“수정아...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언니에게 말해 봐.”
“언니...”
“수정,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주오야...”
병원 로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고 나는 응급실로 들어가 그 노인을 확인해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수정이가 이렇게 울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서둘러 응급실로 향해 달려갔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까 그 노인 환자 앞에 도착했다. 눈을 뜨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노인.
“누... 누구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아는 환자인 줄 알고... 죄송합니다.”
“콜록, 콜록.”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저렇게 힘없고 임종도 얼마 남아 보이지 않는 노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수정이가 노인의 어려운 예전 상황을 보고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다이고 그 이상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시 울고 있는 수정이에게 달려갔다. 누나는 수정이를 위로해 주며 다독여 주고 있었고...
“울지 말고 말을 해야 알지.”
“흑흑... 흑흑...”
“언니에게 말해 봐. 무슨 일이니?”
“언니... 저 사람... 저 사람이...”
“그래, 어서 말해 봐.”
“저 사람이 내... 내...”
“응?”
“......”
수정이의 버릇이다. 무슨 일이든 말을 한 번에 하지 않고 항상 저렇게 뜸을 들인다. 수정이의 말을 기다리는 나와 누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답답했다. 노인의 인생이 얼마나 가관이었으면 이렇게 울기만 할까.
“그래, 수정아. 그만 울고 말해 봐. 우리가 들어 줄게.”
“그게 아니라고...!”
“응? 그게 아니라니... 뭐가?”
“저기 응급실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가... 저 노인이 내 친 아버지라고.”
“뭐라고?!”
“엉엉엉...”
어떻게 된 일인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갑자기 실려 온 노인이 수정이의 친 아버지라는 말... 납득이 되지 않았고 이 상황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내는 수정이는 오열을 하며 병원 로비 가운데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운 수정이를 간신히 달래고 돌아온 수정이의 병실.
나와 누나, 수정이는 병실 안에서 아직도 흐느끼는 수정이를 달래주어야 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기 시작한 수정이가 가까스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생각을 읽기 위해 노인에게 들어갔어...”
***
그 노인은... 그러니까 그 아빠는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계셨던 것 같아. 10평도 되지 않은 작은 집에 갓난아기인 나와 함께 엄마가 함께 살고 있었고 아빠는 삶에 대해 힘이 들었던지 한숨만 쉬고 계셨어. 그러다 나를 안고 있던 엄마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빠에게 말을 걸었지.
“여보, 우유를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돈이 있겠어?”
“설탕도 떨어져서 이제 먹일 것이 없어요.”
“에잇! 다른 집은 젖통에 우유가 가득차서 펑펑 쏟아진다는데 왜 당신은 빈 젖통이야?!”
“여보...”
“시끄러워 죽겠네, 애 좀 조용히 안 시킬 거야?!”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거잖아요.”
“뭐야?! 이 여편네가 어디서 말대꾸야?”
“퍽퍽퍽!”
“꺄아악! 여보...”
끔찍한 아빠의 폭력에 엄마는 굉장히 힘들어 하셨어. 하루하루 먹고 산다는 자체에 힘이 들 정도로 힘든 하루를 살고 계셨어. 그러던 어느 날...
“안녕하세요, 형수!”
“어머, 인철 씨 오셨어요. 지금 애기 아빠 집에 없는데...”
“알아요, 그래서 왔어요.”
“무슨 일로...?”
“잠깐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아, 네...”
아빠가 알고 지내는 동네 양아치 같은 후배가 우리 엄마와 함께 내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섰고 방에 들어서자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어.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에요? 헉! 이렇게 많은 돈을...”
“애기 우유 값이라도 하시라고요.”
“인철 씨... 정말 고마워요. 애기 아빠 들어오면 제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 드릴...”
“형수!”
“헉!”
돈 봉투를 받아 든 엄마가 너무 고마워 아빠가 외출 하고 돌아오면 전해주겠다는 말을 하려는 찰라... 동네 후배가 엄마를 품에 안았어. 엄마는 저항을 했지만 남자 힘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었지.
“인철 씨, 왜... 왜 이래요?!”
“형수... 가만히 있어 봐요.”
“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요!”
“우와~ 젖이 아주 탱글탱글 하네.”
“싫... 싫어!”
“이렇게 맛좋은 젖을 형님은 왜 혼자 먹고 있던 거지? 하하하!”
“꺄아악!”
“푹~”
“아아아...! 구멍이 아주 찰지네!”
“흐흑...”
“퍽퍽퍽...!”
우리 집 방 밖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고 아빠가 피우는 담배 연기는 흔들렸지. 후배에게 돈을 받고 엄마의 몸을 팔았던 거였어. 그 후 엄마는 돈 봉투를 손에 쥔 채 목을 매고 자살했고 아빠 혼자 나를 키울 자신이 없어 그 당시 살던 동네에서 거리가 있는 고아원에 나를 버리게 되었지.
***
수정이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말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그 노인 환자가 수정이와 이런 인연이 있었을 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랬구나... 수정아, 많이 힘들었겠네.”
“언니...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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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라 두 편 연속으로 올려드립니다. 늪에 빠진 여인도 이제 슬슬 마무리 모드로 가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고~ 다음주에 만나요^^
재밌으시면 추천과 댓글, 꼭 부탁드립니다~
“이 느낌은... 뭘까...?”
급하게 실려 들어가는 노인의 모습에 걷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멈춰선 발걸음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크게 이해되는 부분이 없어 그냥 지나쳐야 했고 그렇게 고개를 돌려 병원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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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추억들을 간직한 곳이 바로 이곳, 대전이다. 지난 30년이란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고 그 후 나는 매년 대전을 찾고 있다. 1년에 두어 번은 찾는 곳이라 이제는 고향집 같기도 한 곳이다.
“아이고, 김 교수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 박 원장님. 별 말씀을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서울과 대전이 그렇게 가까운 곳이었나요? 저도 미처 몰랐군요.”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자, 어서 제 방으로 가시지요.”
대전에 있는 국군병원 원장실로 향하며 잠시 들리지 못한 병동이 있었다. 늘 이곳에 도착할 때마다 우선적으로 그 병동, 병실에 방문하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게 되었다. 병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 원장실. 가벼운 커피 한 잔으로 몸의 피로를 녹여본다.
“김 교수님이 요즘 진행하시는 연구는 성과가 있나요?”
“글쎄요... 대상자가 많이 부족하고 의료적인 연구이기에 확실한 답을 낼 수가 없군요.”
“그렇군요, 그래도 곧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돼야죠.”“뇌파를 읽어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와 소통하는 연구라... 만일 이게 된다면 획기적인데 말이죠.”
“그래도 지금까지 실험과 연구에 협조해주고 있는 그분이 감사할 뿐입니다. 그분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나는 뇌사 상태의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연구 방법으로 병원에 장기간 뇌사 상태의 환자들에게 일정의 전지 자극을 주고 사람의 음성을 파동으로 변형하여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분은... 바로...
“최강희 환자가 어제인가... 그제인가... 약간의 반응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10여년의 실험에 빛을 발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뇌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뇌사가 아니란 말이지요.”
“뇌사 환자가 반응을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정말 교수님이 주장하는 영혼이란 것이 실제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니... 꼭 성공할 것입니다.”
“응원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강희 누나가 있는 병실로 원장실을 나온 나는 곧장 향했다. 병실 앞에 서서 잠시 병실 옆 이름표를 확인하고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며 병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머, 왔어?”
“응, 누나는 어때?”
“매일 똑 같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언니를 보면 언제쯤 일어날지...”
“네가 고생이 많아.”
“고생은 무슨... 점심은 먹었어?”
“응, 기차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했어. 수정이 너는?”
“나 요즘 다이어트 하잖아. 언니는 밥도 매일 밥도 안 먹고 해서 이렇게 말라가는데 나만 뚱뚱해질 수 없잖아.”
“미련 떨긴...”
“왜? 자기가 나 살찌지 말라며?”
“더 먹어도 돼.”
“안 된다니까. 요즘 걸어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
“그건 억지야.”
“알겠어요, 알아서 먹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별...”
침대에 누워 있는 강희 누나의 머리 결을 쓰다듬어 준다. 약에만 의존하며 30년 동안 누워있는 누나는 볼 때마다 말라갔다. 뼈만 앙상한 모습... 피부가 뼈와 일체가 되어 마치 껍데기라고 느끼게 된 누나의 외형... 이제 그만 일어날 때도 됐는데...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어.”
수정이는 누나의 몸을 닦아 준 물그릇에 걸레를 담아 강희 누나를 쳐다보는 나를 바라보며 병실 문을 닫았다. 그 문이 닫히자 다시 예전 그때가 떠올랐다. 강희 누나가 이렇게 30년을 누워 있게 된 시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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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좀 비켜 주세요!”
“응? 노인이네. 일반인이 올 수 있는 병원이 아닌데... 어쩌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 노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다. 병원 밖에서 긴 한숨을 내 쉬며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풀 벌래 소리가 내 귀를 간질이며 잠시나마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그때 내 옆으로 수정이의 영혼이 다가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쭈그려 앉는다.
“뭘 그렇게 생각하시나?”
“모르겠어, 너와 이런 행동이 옳은 건지...”
“왜? 후회 돼?”
“후회는 무슨...”
“그럼,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도 너에게 짐이 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미안... 미안해.”
“우리 이별 하냐? 왜 미안해?”
“그냥... 미안해서.”
“피~ 고추만 큰 멍청이!”
“뭐야?!”
“메롱~”
약 올리며 사라지는 수정이를 잡을 수는 없었다. 어둡고 무거운 표정의 나를 달래주기 위해 온 것 같은데... 내가 괜히 수정이의 마음을 몰라준 것은 아닌지... 미안해졌다. 미안한 마음에 그냥 수정이 이름을 불러본다.
“수정아... 수정아...”
불쑥 내 뒤에서 얼굴을 내미는 수정이.
“왜?”
“깜짝이야!”
“어머, 웬일로 내 이름을 그렇게 구슬프게 부르실까?”
“넌 왜 갑자기 사라졌다 튀어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만드냐?”
“나 네 뒤에 서 있었는데.”
“퍽이나.”
“진짜.”
“오죽하실까.”
“피~ 마음을 나에게 들켜서 당황스럽지? 그래서 그렇게 열 내고 있는 거지?”
“뭐래.”
우리가 또 붙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 강희 누나가 고개를 떨구며 다가온다. 우리도 강희 누나의 모습을 보고는 다툼을 멈추고 고요한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언니, 형부는...”
“응, 지금 치료를 해주고 왔어. 이제 일어 날 거야.”
“수고했어요, 언니 마음이 무겁겠지만... 그래도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잖아요.”
“그렇지.”
“누나... 고생했어.”
“피씩...”
“왜 그렇게 웃어?”
“너 보니까... 우리 동생 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
“뭐야? 하하하!”
“또 둘이 연애질 한다.”
나와 강희 누나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자 수정이가 질투를 하듯 투덜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나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의사들이 모여 환자에 대한 얘기를 하는 소리가 살짝 내 귀에 들렸다.
“이 환자는 연령도 많고 혈압도 높아 쉽게 치료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환자를 이대로 저버릴 수는 없잖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 교수님께 연락해서 방금 들어온 환자 상태 좀 보고 드려.”
“네.”
아마도 그 노인 얘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신경이 쓰였는데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되니 점점 더 마음이 갔다. 수정이에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수정아.”
“응?”
“부탁 한 가지만 들어줘.”
“부탁이 뭔데?”
“방금... 조금 전에 응급환자로 노인이 한 분 오셨거든.”
“그런데?”
“그분 생각 좀 읽어 줄 수 있을까?”
“왜? 그분이 너랑 무슨 관계라도 되는 거야?”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자꾸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이라면 나보다 언니의 능력으로 치료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치료도 좋지만 그전에 그 노인의 생을 알고 싶어. 아무나 무조건 치료해 줄 수는 없잖아.”
나는 그저 그 노인의 삶에 대해 궁금했을 뿐이다. 혹시... 범죄자나 살인마라면 그를 치료해 주어 다시 살아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말이 끝나자 누나가 내 말을 이어 했다.
“의대생 같지 않은 말이네. 의대생이라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병을 치료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그건...”
“그건 언니 말이 맞는 듯.”
“의대생은 나중에 의사가 될 사람인데 병원에 온 사람을 봐가며 치료해 준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잘 못된 생각 같아.”
“......”
옳은 말이다. 사람을 구별해 가벼 병을 치료해 주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모를 정도로 후회스럽고 반성하게 된다.
“좋아, 내가 그 환자의 생각을 읽어주지. 잠시만 기다려~”
“야, 수정!”
“응?”
“잘 보고 들어가라. 아무나 들어가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
“저게 진짜...”
“메롱~”
“너희는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
“누가, 쟤가 하는 행동을 봐. 내가 열 안 받게 생겼나.”
“똑같아... 똑같다고.”
“휴...”
수정이가 마를 놀리며 응급실로 향했고 나와 강희 누나는 병원 로비에 앉아 수정이가 나올 동안 기다렸다. 병원 의자에 앉았고 내 무릎에 강희 누나가 머리를 밸 수는 없었지만 비슷한 시늉을 하며 내 한 쪽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그렇게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
“육체가 있을 때는 불편했는데 귀신처럼 이러고 있으니 잘 모르겠네.”
“신기하네.”
“아~ 편하다. 우리 동생 무릎이 이렇게 편할지 전혀 몰랐네.”
“내가 그렇게 좋아?”
“뭐야, 질문이 좀 이상하다.”
“응? 왜?”
“너는 좋지 않고 나만 좋아한다는 투로 들리는 걸.”
“하하하! 그럴 리가.”
“딴 마음 먹다 들키면 알아서 해. 나도 수정이처럼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었으면 좋았을 걸.”
“왜?”
“너의 마음이 확실히 나에게 있는지 알고 싶어. 나는 이미 너에게 마음이 있는데.”
“아이고, 그런 걱정하지 마. 나는 누나뿐이니까.”
“속아 줄게.”
“뭐라고?”
고백하고 싶었다. 나와 수정이 사이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우리 학교 박 교수님과의 일들... 떳떳하게 말하고 용서 받고 싶었다. 누나는 나의 고백에 불같이 화를 내겠지? 괜찮다며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 주지 않겠지?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하면 나는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역시나... 그랬구나. 지금 자백한다면 나는 아마도 누나한테 맞아 죽을 지도...
“다행히 너를 때리지는 못하니 나에게 맞아죽지는 않겠네.”
“응?”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인가? 강희 누나도 수정이처럼 사람 마음과 생각을 읽는 능력이 생긴 건가... 설마... 최악인데...
“너 왜 당황해? 그냥 해본 말인데.”
“아... 아니 그냥...”
휴... 다행이다. 나만의 아찔한 상상과 오해였으니. 그렇게 잠시나마 누나와 웃음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수정이가 걸어 나온다. 우리는 수정이를 향해 손을 저으며 빨리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들어갈 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의 수정이가 지금은 매우 우울해 보이고 충격적이란 표정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노인 환자분 많이 안 좋아?”
“주오야...”
“말해 봐, 왜 그런데?”
“주오야...”
쉽게 입을 때지 못하고 있는 수정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수정이의 눈물에 나와 누나는 깜짝 놀랐다.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대해 줘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말없이 바라만 봐야 했다.
“수정아...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언니에게 말해 봐.”
“언니...”
“수정,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주오야...”
병원 로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고 나는 응급실로 들어가 그 노인을 확인해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수정이가 이렇게 울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서둘러 응급실로 향해 달려갔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까 그 노인 환자 앞에 도착했다. 눈을 뜨고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노인.
“누... 누구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아는 환자인 줄 알고... 죄송합니다.”
“콜록, 콜록.”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저렇게 힘없고 임종도 얼마 남아 보이지 않는 노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수정이가 노인의 어려운 예전 상황을 보고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다이고 그 이상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시 울고 있는 수정이에게 달려갔다. 누나는 수정이를 위로해 주며 다독여 주고 있었고...
“울지 말고 말을 해야 알지.”
“흑흑... 흑흑...”
“언니에게 말해 봐. 무슨 일이니?”
“언니... 저 사람... 저 사람이...”
“그래, 어서 말해 봐.”
“저 사람이 내... 내...”
“응?”
“......”
수정이의 버릇이다. 무슨 일이든 말을 한 번에 하지 않고 항상 저렇게 뜸을 들인다. 수정이의 말을 기다리는 나와 누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답답했다. 노인의 인생이 얼마나 가관이었으면 이렇게 울기만 할까.
“그래, 수정아. 그만 울고 말해 봐. 우리가 들어 줄게.”
“그게 아니라고...!”
“응? 그게 아니라니... 뭐가?”
“저기 응급실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가... 저 노인이 내 친 아버지라고.”
“뭐라고?!”
“엉엉엉...”
어떻게 된 일인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갑자기 실려 온 노인이 수정이의 친 아버지라는 말... 납득이 되지 않았고 이 상황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내는 수정이는 오열을 하며 병원 로비 가운데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운 수정이를 간신히 달래고 돌아온 수정이의 병실.
나와 누나, 수정이는 병실 안에서 아직도 흐느끼는 수정이를 달래주어야 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기 시작한 수정이가 가까스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생각을 읽기 위해 노인에게 들어갔어...”
***
그 노인은... 그러니까 그 아빠는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계셨던 것 같아. 10평도 되지 않은 작은 집에 갓난아기인 나와 함께 엄마가 함께 살고 있었고 아빠는 삶에 대해 힘이 들었던지 한숨만 쉬고 계셨어. 그러다 나를 안고 있던 엄마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빠에게 말을 걸었지.
“여보, 우유를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돈이 있겠어?”
“설탕도 떨어져서 이제 먹일 것이 없어요.”
“에잇! 다른 집은 젖통에 우유가 가득차서 펑펑 쏟아진다는데 왜 당신은 빈 젖통이야?!”
“여보...”
“시끄러워 죽겠네, 애 좀 조용히 안 시킬 거야?!”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 거잖아요.”
“뭐야?! 이 여편네가 어디서 말대꾸야?”
“퍽퍽퍽!”
“꺄아악! 여보...”
끔찍한 아빠의 폭력에 엄마는 굉장히 힘들어 하셨어. 하루하루 먹고 산다는 자체에 힘이 들 정도로 힘든 하루를 살고 계셨어. 그러던 어느 날...
“안녕하세요, 형수!”
“어머, 인철 씨 오셨어요. 지금 애기 아빠 집에 없는데...”
“알아요, 그래서 왔어요.”
“무슨 일로...?”
“잠깐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아, 네...”
아빠가 알고 지내는 동네 양아치 같은 후배가 우리 엄마와 함께 내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섰고 방에 들어서자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어.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에요? 헉! 이렇게 많은 돈을...”
“애기 우유 값이라도 하시라고요.”
“인철 씨... 정말 고마워요. 애기 아빠 들어오면 제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 드릴...”
“형수!”
“헉!”
돈 봉투를 받아 든 엄마가 너무 고마워 아빠가 외출 하고 돌아오면 전해주겠다는 말을 하려는 찰라... 동네 후배가 엄마를 품에 안았어. 엄마는 저항을 했지만 남자 힘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었지.
“인철 씨, 왜... 왜 이래요?!”
“형수... 가만히 있어 봐요.”
“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요!”
“우와~ 젖이 아주 탱글탱글 하네.”
“싫... 싫어!”
“이렇게 맛좋은 젖을 형님은 왜 혼자 먹고 있던 거지? 하하하!”
“꺄아악!”
“푹~”
“아아아...! 구멍이 아주 찰지네!”
“흐흑...”
“퍽퍽퍽...!”
우리 집 방 밖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고 아빠가 피우는 담배 연기는 흔들렸지. 후배에게 돈을 받고 엄마의 몸을 팔았던 거였어. 그 후 엄마는 돈 봉투를 손에 쥔 채 목을 매고 자살했고 아빠 혼자 나를 키울 자신이 없어 그 당시 살던 동네에서 거리가 있는 고아원에 나를 버리게 되었지.
***
수정이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말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그 노인 환자가 수정이와 이런 인연이 있었을 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랬구나... 수정아, 많이 힘들었겠네.”
“언니...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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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라 두 편 연속으로 올려드립니다. 늪에 빠진 여인도 이제 슬슬 마무리 모드로 가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고~ 다음주에 만나요^^
재밌으시면 추천과 댓글, 꼭 부탁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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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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