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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7 1,256회 0건



23. 윤기숙 : 싸움닭, 여친, 퀸




나는 윤기숙의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워주었고, 윤기숙도 다른 또 하나의 반지를 꺼내서 내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윤기숙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하아. .. 오빠 손에 맞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맞네요.
진짜 완전 다행이다."

"기숙이 너 .. 이렇게 되면 이것은 커플링이라는 말인데?"

"맞아.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거야."
"야아. 윤기숙! 정신차려!"

"내 정신이 어때서?
내가 취하기를 했어?
아니면 정신이 이상해지기라도 했다는 얘기야?"

"정신이 말짱한데, 어떻게 네가 날더러 사귀자는 말을 해?"

"오빠, 왜그래요? 무서워요? 하하하."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오니?"

"오빠, 진짜 재미있다. 하하하."
"너, 오늘 진짜 엄청 이상해."

"오빠, 걱정하지 말고 내 부탁이나 들어주세요."
"이 반지 끼고 우리 사귀자고?"

"사귀는 거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
"그럼?"

"우리 둘이 사귄다고 소문나게 조금만 도와주세요."



나는 그제서야 윤기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귀자면서 윤기숙에게 느끼하게 접근하는 남자들 때문에 나랑 사귄다고 소문이나 확 나버렸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다. 나는 윤기숙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알았어."
"고마워요."



윤기숙은 내 뺨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다. 나도 얼떨결에 윤기숙의 어깨에 팔을 둘러서 윤기숙을 안아버렸다. 우리는 잠시 동안 이렇게 있었다.

윤기숙은 내게서 떨어져 나가서 룸을 나갔다. 잠시 후에 권혜주의 뒤를 따라 윤기숙이 룸 안으로 들어섰다. 권혜주가 잔을 들면서 내게 말했다.



"오빠, 같이 한잔 해요."
"그래."

"오빠가 우리 기숙이 행복하게 해주셔야 해요. 알았죠?"
"어? 그래. 그래야지."



권혜주는 한 모금 마시고 또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에는 한철수와 오하영이 들어왔다. 얘네들은 우리 건너편에 앉으며 윤기숙에게 부러워하는 눈길을 던진다.



"기숙이 너 .. 어떻게 네가 태현이 오빠한테 고백할 생각을 했어?"
"형. 기숙이한테 이렇게 쉽게 넘어가도 되는 거요?"

"오빠."


기숙이가 나를 불러서 나는 기숙이에게 얼굴을 돌렸다. 기숙이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고 부드럽게 빨아당겼다. 그런데 자지러지는 것은 오하영이다.



"어머머. 얘. 기숙아."

"왜? 우리가 이러니까 보기 이상해?
내 앞에서 그 동안 너희 둘이 쭉쭉 빨아댄 것은 전혀 생각 안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형. .. 이건 아무래도 형이 밑지는 장사 같은데 .."

"야. 한철수! 너 진짜 여기서 튕기고 싶어?"



윤기숙은 커플링을 끼고 있는 우리 둘의 손을 나란히 들고 저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18금이거든요.
오빠나 나나 18살 넘은 게 언제지?
그런데 우리가 지금 키스 못할 이유가 딱히 있어? 하하하"

“하하하. 말 되네.”



윤기숙은 반지를 끼고 잇는 내 손을 가져다가 자기 뺨에 댔다. 또 절대로 나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내 어깨에 한쪽 팔을 올리고 내게 몸을 붙여왔다. 그런데 내 몸을 누르는 윤기숙의 볼륨은 절대로 내가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윤기숙의 진심이 아니고 단지 한철수와 오하영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내 자신이 처량해진다.

나는 내 입장이 난처해졌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런데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오하영은 투덜거리는 투로 한마디 했다.



"아무튼 .. 두 사람 축하해."
"형. 그럼 한수정 누나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야! 한철수. 너 혹시 같은 한씨라고 걱정하는 거야?
하필 오늘 같은 날 이 자리에서 한수정 언니 얘기를 꺼내서 초를 쳐야 속이 시원하니?"

"맞아. 내가 봐도 철수 너 완전 심했다."



한철수는 나와 한수정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오하영과 윤기숙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내일 회사 때문에 들어가야 해."
"오빠, 피곤하시죠? 우리 나가요."



윤기숙도 일어서면서 내게 팔짱을 낀다. 나는 계산대로 가서 권혜주에게 내 카드를 건네주었다.



"철수네 테이블까지 같이 계산해요."

"오빠, 오늘 내가 계산할껀데요?"
"아냐. 나랑 사귀면 첫날이니까 내가 계산해야지."

"어머머. 감사. 고맙. 또 감사.
오빠 완전 짱인것 알아요? 하하하."



윤기숙은 권혜주 앞이라서 그런지 일부러 많이 오바하는 것 같다. 권혜주는 계산을 끝내고 나에게 카드를 되돌려주면서 말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도 기숙이가 진심 부럽네.
잘생긴 남자 치고, 착한 남자는 드물다던데,
그래도 오빠는 착한 남자 맞죠?"

"얘는 계산이나 하지 웬 잔소리야?
이 오빠 착한 남자가 아니면 내가 왜 목을 매겠니?"

"기숙이 너, 이 오빠가 나쁜 남자라서 버릴꺼면, 나한테 미리 말해. 하하하."
"그럴 일 전혀 없을꺼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야, 그럼 이제부터 저 오빠가 너 말고 다른 여자랑 여기에 나타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어? 그럼 .. 까이거 걍 119로 신고해버려. 하하하."

"뭐야? 119로?"
"야. 오빠가 그러면 그거는 완전 난리난거 아니니?
그럼 당연히 119죠.
거기 말고 다른데 아는 데 있으면 그리 하든가.
난 신경 안써. 너 알아서 해."

"저게 뭘 믿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저거 오늘 완전 광대상승이네."



윤기숙은 내 팔짱을 끼고 가게를 나섰다. 한철수와 오하영 커풀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리 뒤를 따라온다. 나는 밖에 나와서 앞뒤로 똑같다는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했다. 윤기숙이 오하영에게 유난히 큰 소리로 강조하듯이 말했다.



"오빠는 어제처럼 나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갈꺼거든.
너네는 너네가 알아서 가야겠다?"

"걱정 마. 우리가 신촌에 한두번 오는 것도 아닌데 .."



대리운전 기사가 와서 나는 내 차의 키를 넘겨주고 윤기숙과 함께 뒷좌석으로 탔다. 윤기숙은 내게 기대오면서 내 목에 한쪽 팔을 걸었다. 또 재빨리 내 얼굴을 당겨서 내 입술을 빨았다. 그런데 쪽쪽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차 밖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밖에서 차 안을 들여다보는 둘에게 반대 쪽의 손을 흔들었다. 차 밖에 있는 두 사람은 차 안에서 우리가 하는 애정행각을 들여다보며 경악스러워하는 표정을 한다. 윤기숙은 활짝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하아. .. 자기들은 내 앞에서 안그랬나?"



차가 출발하자 기숙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게서 떨어져서 바로앉는다. 나는 기숙이를 그녀의 집 앞에 내려주고, 내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지혜가 나를 반겨준다.
지혜는 아직 거실에 있는 내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어? 오빠, 오늘은 일찍 오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지. 엄마는 들어가셨니?"

"응."




나는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나오기를 소파에서 기다리던 지혜가 내게 물었다.



"오빠, 와인 마실꺼지?"
"너는 오늘부터는 술을 입에도 안댄다며?"

"그건 어제 생각이고, 오늘은 안그래. 하하."



지혜는 와인병과 잔을 꺼내왔다. 나에게 잔을 건네주고 와인을 따랐다. 그런데 지혜가 내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았다.



"이거 .. 무슨 반지야? 아까 나갈 때 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응? .. 이거? .. 음 .."

"후배들이랑 공부하러 나간다더니,
술냄새를 풍기고, 반지까지 끼고 들어와?
설마 결혼 반지는 아니겠고."

"뭐? 결혼반지?
얘가 무슨 소리를 이렇게 험악하게 해?"

"그니까 이게 도대체 뭐냐고"

"이번 여름 방학때 동아리에서 봉사활동을 나가거든.
거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한다고 선배들한테 강제로 팔았어.
나도 선배 축에 든다며 하나를 사라고 떠맡기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왔어."

"그렇게 뜻 깊은 반지면 오빠가 한개 더 사와.
그걸로 우리 커플링 하자."

"18금이라서 몇 개 없었거든.
금방 다 팔리고 없던데."



순진한 지혜에게 나는 생각나는 대로 거짓말을 해서 임기응변으로 둘러댔다. 지혜는 자기가 똑같은 걸로 하나 더 맞추겠다면서 내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갔다.

며칠 후에는 지혜가 나에게 반지를 되돌려주었고, 지혜도 손가락에 똑같은 모양의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경식이가 지혜와 내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고 우리에게 물었다.



"어? 커플링이네? 누나랑 형이랑 둘이 사귀는구나?"
"아니야. 오빠네 동아리에서 봉사활동 기금을 마련하느라고
선배들에게 강제로 파는 것을 오빠가 사왔대."



지혜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자기 동생에게 거짓말을 한다.
쪼끄만게 완전 뻔뻔스럽다.




* * *


그 다음 주에는 학교에서 5월축제가 열렸다. 윤기숙은 날더러 하루만 시간을 내달라고 졸랐다. 나는 마지막 날 목요일 저녁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내가 학교에 나타난 것은 9시가 훨씬 넘어서였고 행사는 모두 끝난 후였다. 그날 윤기숙은 나에게 전화를 해서 공대 퀸에 당선되었다고 말했다. 또 한수정이 떠오른다.

나와 윤기숙은 정문에서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 공대에서 운영하는 주점으로 걸어갔다. 윤기숙이 전화해서 오하영과 한철수를 불렀다. 우리는 감자튀김을 놓고 맥주를 마셨다. 나중에는 또 다른 선배와 후배들도 왔다. 복학생들도 몇 명이 보였다. 윤기숙은 자기에게 추근거렸던 남자라며 나에게 조용히 몇 명의 남자를 가리켰는데, 그 중에 세 명 정도는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다.

내 입학 동기 주영심도 왔다. 영심이는 나를 보고 오래만이라며 엄청 반가워했다. 그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 여친, 그러니까 윤기숙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야, 김태현. 너 우리과 여자 후배랑 사귄다며?"



윤기숙은 이 말을 듣고 당당하게 맞섰다.



"언니, 그 여자 후배가 바로 저인데요."
"너는 윤기숙? 오늘 공대퀸에 뽑혔다며?"

"네, 맞아요."
"얘는 어떻게 건드렸다 하면 퀸만 건드려?"

"야, 내가 퀸을 건드리냐? 나랑 사귀던 애들이 퀸이 되는 거지."
"그거나 그거나. 그니까 내 말은 너는 꼭 퀸이랑 사귄다고."

"그게 아니라 사귀던 애들이 퀸이 되는 거라니까."
"아휴.. 이 소심남 또 쪼잔남까지.."

"언니, 그건 아니죠."



윤기숙이 발끈하며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카랑카랑한 윤기숙의 목소리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갑자기 사태가 심각해짐을 느낀 오하영과 한철수가 윤기숙의 좌우로 붙었다. 주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윤기숙에게 찝쩍거렸다는 남자들도 우리를 본다. 주영심의 친구들도 그녀의 좌우로 왔다

나는 한철수에게 눈짓을 해서 윤기숙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윤기숙은 막무가내이다.



"이건 아니죠. 내가 엄연히 여기 있는데,
내가 사귀는 남자보고 쪼잔남이니 소심남이니 하면 그게 말이 돼요?
언니 저에게 사과하세요."

"야아. 나는 지금 김태현이랑 얘기하는 중이거든.
나랑 태현이는 입학 동기야.
여기에 네가 껴서 사과하라고 할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거든요.
이 남자가 쪼잔남 소심남이면 이 남자랑 사귀는 저는 뭔데요?
그런 말은 저한테도 영향이 오거든요.
그러니 저는 안낄 수가 없죠."



둘 사이에 큰 소리가 오고가자 내가 나섰다.



"영심아. 네가 한 말을 내가 들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기숙이가 듣고 기분이 상했나 보다.
네가 사과하고 끝내라."

"야아. 내가 사과를 하고 싶어도 잘못한 것이 있어야 사과하지.
너랑 나랑 그런 말도 못할 사이냐?"

"우리끼리 주고 받은 말 때문에 제3자가 기분이 상했다면
너도 생각을 다시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너, 지인짜 완전 어이없네.
얘가 퀸이라고 날더러 무조건 사과하라는 거니?"

"얘가 왜 이래?
그게 퀸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



윤기숙이 뭐라고 더 대들 판이었는데 한철수와 오하영이 끌다시피 해서 주점을 나갔다. 그 바람에 주영심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주영심과 건배해서 한잔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주점을 나서는데, 주영심도 따라 나선다.



"수정이는 퀸이라 해도 천사같은 애인데, 저건 어찌 된 게 싸움닭이냐?"
"그걸 왜 나한테 그래? 걔한테 직접 말하지."

"어라? 너네 둘 다 완전 대책없다.
그럼 수정이랑은 이제 끝났니?"

"글쎄?"
"뭐라고?"


이 때 윤기숙이 나를 부르며 우리에게로 왔다. 영심이는 기숙이를 보고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기숙이가 영심이를 불러서 사과를 했다.


"언니, 우리가 서로 얼굴 안볼 사이도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언성 높인 것은 사과할께요. 정말 죄송했어요.
그 대신 언니가 오빠한테 그런 말 한 것은 사과 하든지 말든지
언니 알아서 하세요."


그런데도 영심이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윤기숙은 내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오빠는 내일도 출근해야지? 이제 가자."
"싸움닭처럼 싸움만 하고 그냥 가지 말고, 더 놀지 그래?"

"아냐 됐어. 그만 가요."



정문까지 왔는데, 거기 있는 벤치에서는 오하영과 한철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아까 그 영심이 언니한테는 내가 엄청 미안하네."
"됐어. 영심이도 애가 착해서 .."

"나는 그 자리에서 그 남자들한테 내가 오빠랑 사귄다고
내 입으로 확실하게 선전포고를 하고 싶었거든.
그러다 보니까 영심이 언니를 약간 이용한 것이 됐잖아."

"나중에 만나면 미안하다고 하고 밥 한번 사면 될꺼야."



윤기숙.
그러고 보면 얘도 참 무서운 애다.



* * *



나는 계속해서 회사에 출퇴근을 했고, 저녁에는 지혜와 경식이에게 수업을 해주었다. 주말에는 이틀씩 저녁에 학교에 나가서 기숙이네 스터디를 봐주었다. 끝나고 나면 윤기숙과 신촌에서 와인을 마셨다. 그 대신에 금요일 저녁은 쉬는 날로 정하고, 주로 최수희의 아파트에서 보냈다. 아이린과도 주로 주말에 기회만 있으면 같이 침대에 가지만, 항상 지혜와 경식이 때문에 조마조마해야 했다.


경식이와 지혜는 거의 미친 듯이 공부에 파고들었다. 6월 말에는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쳤는데, 쪼끄만 지혜는 바닥에 있던 점수들을 모두 반의 평균 점수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경식이도 성적을 확실하게 끌어올렸다.

아이린과 나는 지혜와 경식이가 보는 앞에서 인터넷으로 NEIS 에 접속하여 지혜와 경식이의 성적을 하나씩 확인했다. 아이린은 감격해 하면서 지혜와 경식이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우리 지혜랑 경식이가 해낼 줄 알았어."

"엄마, 내가 오빠 없이 어떻게 했겠어?
그치만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맞아. 형, 고마워."

"아냐. 내가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열심히 공부해서 해낸 사람은 내가 아니고 지혜랑 경식이야."



자식들을 양 팔에 하나씩 안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린을 보고 있는 나도 눈이 젖는다. 나는 공연히 창가로 가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창 밖에는 볼 것도 별로 없었다.



* * *



학교에 나가서 하는 스터디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철수, 오하영, 윤기숙도 공부가 된다면서 좋아했다.

우리가 와인 마시러 가면 한철수와 오하영도 꼭 따라온다. 윤기숙은 한철수와 오하영이 보는 앞에서 자주 나에게 키스한다. 한번은 윤기숙이 일부러 신음 소리까지 제법 크게 내면서 입술도 빨고 혀도 빨았다. 우리를 보는 오하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머. 어쩜. .. 얘가 왜 이래?"
"뭘 갖고 그래? 너네는 이 정도로 안했니?"

"우리는 그냥 거의 뽀뽀 수준이잖아?
그런데 너는 완전 딥키스야.
섹스할 때 하는 프렌치 키스잖아?"

"섹스? 그거 얼마 안있으면 우리도 할꺼니까 걱정 마."

"뭐야? 언제 할껀데?"

"오빠, 우리 언제 할까?
100일 기념일이 어때? 하하하."



그렇지만 윤기숙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항상 나에게 사과한다.



"오빠, 아까 불쾌하셨죠? 미안해요."
"됐어."

"그치만, 그건 내 진심이기도 해요."
"그러지 마. 나중에는 기숙이 너만 엄청 힘들어져."

"한수정 언니 때문에요?"
"누구 때문이건 상관없이 .."

"오빠, 한수정 언니 말고 다른 여자가 또 있구나?"
"야아. 그 말이 지금 왜 나와?"

"오빠가 버러럭 하는 것을 보니까 하나 둘이 아니네. 하하."




만날 때마다 이러다가 윤기숙에게 정이 들까봐 걱정스럽다.




- 제1부 끝 -




=*=*=*=*=*=*=





이렇게 헤서 제 1부는 막을 내리고
제 2부에서 뵙겠습니다.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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