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100도(33도)를 오르내렸던 지난 8월 초순의 기록의 일부.
나 연준형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내로서, 주희라는 꽃다운 절색의 아내를 둔 45세의 家長으로서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다.
아내 주희는 아직 30대 중반으로 보여지지만 실은 42세로 미술렛슨과 학교 특활교육을 담당하며 미모는 전혀 시들지 않아있고 주부와 아내로서 정성스레 나를 내조하고 있다.
미국생활에 나름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정착했다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 또래의 40대 사내들에게서 그들의 아들들이 보이스카웃에서 잘 나가며 차후 상위권 캘리포니아대학 입학은 따다 놓은 당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너스레를 들을때 위축되기도 한다.
여럿이서 함께 술에 취하면 그네들이 지금의 애엄마(아내)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 조져서 자기것으로 만들었는지의 무용담을 설파하거나, 혹은 그냥 인연이니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맺어지더라라는 식의 너스레를 떨때 할말이 없이 입을 다무는 소시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속사정에 대해서는 그저 여려 기념일을 지내고 여행을 자주 하고, 저녁 산책을 자주 한다는것 말고는 우리 부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무용담을 떠벌이는 그네들이 내게 부러워하는건 내 아내의 남다르게 빼어난 미모 외에는 없는듯 하다.
반대로 나도 그네들에게 크게 내세울건 없지만서두, 나른하면서도 빡빡한 생활에 일정 정도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진 못해도 아내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자부하고 있다.
또한 내가 충실하고 근면한 가장이라고 내 아내가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때때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 보내는 아내의 찬사이니 제3자가 들은 것도 아닐것, 남들이 인정 안하면 그만일듯 하다.
“전 핸들 안 잡아요, 그러니깐 알아서 잘 하세요.”
아내를 옆에 태우고 거라지를 나와 선루프 근처의 단추를 누르자 백밀러로 우리 집의 셔터가 서서히 내려가는게 비추어진다.
산길 비슷한 굴곡을 벗어나와 태평양 바닷가가 보이는 1번 하이웨를 타고 시속 50마일로 북상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의 아이폰6를 이용하여 차내 블루투스를 조작하며 음악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첫 행선지는 엘에이 남서쪽인 팔로스 버디스에서 101번하이웨를 타고 북상하여 세시간이 걸리는 덴마크식 분위기를 패러디한 관광지 솔뱅.....
그 다음 우리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 피츠모비치를 거쳐 근방의 와이너리를 방문한뒤 동북쪽으로 가서 1년전에 예약해야 방을 구한다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Half Dome 있는 곳의 빌라에서 일박을 할 것이다.
다음엔 북상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박을 하고 다시 주 경계선을 넘어 캘리포니아 위에 있는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를 갈것이고, 비의 도시라는 워싱톤주의 시애틀까지 북상할 것이다.
거기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이커 스노칼리 국립공원과 플래시드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아래로 꺽어 롤로 국립공원으로 해서 내려올 것이다.
바닷가에 사는 우리는 이렇게 산과 숲속으로 둘러 쌓인 길을 그리고 있다.
계속 남하하며 솔트 레이크를 방문한 후에는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팜스프링으로 내려오는 9박 10일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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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번갯불에 콩궈먹듯 치뤘던 결혼식때 그녀는 심신이 허약해지고 우울증 증세마저 나타나기 시작했었기에 거의 내가 그녀를 업고, 안고, 끌고 다니다시피 했다.
10년이 넘은 당시에도 한국내 신혼부부들도 안간다던 제주도, 올레길을 끝까지 돌지는 못했지만 나와 함께 한국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힘없이 기뻐하던 주희였다.
미국에 돌아온 이듬해에 그녀에게 적절히 살이 붓고, 나는 훨씬 좋은 직업을 구했고 주희가 원하던 대학원에 보내고 다시 결혼식을 제대로 올렸다.
그때 역시 미국인이라면 소나 개나 간다는 하와이로 밀월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얇고 훤히 비치는 긴 드레스를 입고 해변가를 거닐며 주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내게 물었었다.
(준형씨....할 말 있어요.)
(뭔데?)
주희는 내게 팔짱을 낀채였지만 표정은 지금까지 별로 보지 못한 엄격한 선생님같은 모습이었다.
그 상태로 적절히 뜸을 들이며 나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당신의 연씨 성으로 바뀐 내 이름의 면허증이랑 소셜을 보면서....여기에 오니깐 이제야 실감이 나요)
(1년이나 있었으면서도 이제야 실감이 나?)
나 역시 주희와 같은 고백이지만 그녀와 이제 공공연히 함께 있을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지만 고초를 겪은 후유증을 겪으며 막상 함께 일생을 시작하는 보통 신혼부부들과는 다른 감정 속에 살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야기,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말씀이에요. 불쾌하게 느낀다면 절 야단쳐 주세요)
(그렇게 말하니깐 괜히 겁나쟎아.....빨리 해봐)
(준형씨, 제가 겁나세요?!)
주희의 정색에 내가 적쟎이 놀랐다.
그녀가 정색을 한 이유는 내가 그녀의 말이나 행동에 주눅들어 있으리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다.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고 회자되듯, 그녀는 과단성있고 다소 무대뽀적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주희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
(.......그래요. 그토록 우리 두 사람이 꿈꾸던 한 가정을 이루었구요. 근데.....하지만 엄연히 제가 결혼생활,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몇년이나 선배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요.
준형씨가 한국에서 군대에 있을때 저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가정생활을 했죠.)
내가 알던 주희는 늘 겸손하고 따뜻했다.
그러나 그녀의 따뜻함이라는 것이 바로 가정주부라는 포지션과 비록 아이를 낳진 않았지만 어머니로서의 속성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미숙한 나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순종해주었을 뿐, 그녀 입장에선 내게 답답한 면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긴 했다.
다만 그녀가 너무 티를 안내기에 나조차도 미숙한 총각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섹스에 대해서도 완전한 삽입을 하는 법, 깊숙히 사정하는 법조차도 그녀에게 교습을 받아야 했다.
그조차도 주희는 선생님같은 태도가 아닌 자상한 누나나 어머니같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내 원래의 처지를 잊었을 뿐이다.
(전 처음 대니라는 남자에게 체류신분 해결과 경제력에만 이끌려 결혼한건 아니었어요. 나름 매력을 느꼈고 사랑을 확신했고, 함께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녀의 말이 맞다.
돈과 신분에만 이끌려 한 결혼이라는건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일뿐, 일정한 매리트들이 종합되어 결혼하게 된건 사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주희가 굳이 내게 그런 불쾌한 일들을 왜 꺼내드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정리되더군요. 대니가 왜 그리 바깥으로 돌았는가에...저만이 갖는 결혼생활에 대한 판타지에 대해 그는 관심이 없었고.....그래서 전 사사건건 대니의 취미생활에 대해서만 시비를 걸기 시작했죠. 예전 시어머니에겐 그냥 의무만 해주면 그만이다 생각했고, 진심으로 대하질 않았어요.....그게 대니를 계속 바깥으로 돌게한거였어요. 혼자만의 결혼판타지를 생각하며 자위까지 했고, 혼자 야한 속옷을 입고 화장까지 하고, 대니로부터 의심이나 비웃음을 사면서 악순환까지.....그러다가 탈출구를 찾은게 당신이었어요)
주희가 내게 하는 증언은 그전의 말과는 다소 핀트가 달랐다.
늘 그녀는 신파극의 주인공같았고 비련의 여성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녀는 하와이 신혼여행의 그때 매우 이성적이었고 지나간 자기자신까지 수치심없이 거울에 비춘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으음.......그랬구나)
(처음 1년간은 행복했어요. 임신했다가 유산하기까진. 그런데 그때의 대니의 태도는 나를 벼랑에 밀어넣을것 같이 냉정했던거에요. 저나 대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두 사람만의 관계를 다른 곳으로 신경쓰지 않길 원해서였지만 대니의 입장은 또 달랐던걸 몰랐던 거에요.)
주희는 담담하게 옛날 이야기를 늘어 놓고 내가 듣기엔 다소 거북한 말을 하는걸 알면서도 내 팔짱을 놓치려 하질 않았다.
(초심을 잃어버린거죠. 대니와 내가 처음부터 잘 맞지 않는 커플인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서로를 떳떳히 보고 만나고 함께 있게 되길 바랬던 그 시절 늘 잊지 않도록 해요. 저는 당신을 만난 덕에 ‘여자’가 되었어요. 당신 앞에서 여자로 살길 원해요. 화장을 해도 옷을 입어도 당신을 위해서만 할거에요. 우리가 울면서 만나고 헤어지던 그때, 그때를 잊지 않았으면 해요. 아무리 행복해도 그 행복이 당연한게 된다면 그건 그냥 습관이 될것 같아요....)
주희의 마지막 말에서는 억양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냥 주희의 몸을 거칠게 돌려세우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누가 보던 말던 내 손은 그녀의 긴 드레스를 말아 엉덩이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그 덕택에 우리는 여러 기념일들을 지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생일과 한국과 미국에서 따로 올린 결혼기념일까지 해서 네번, 또 우리의 첫만남 기념일과 더불어 첫날밤 기념일, 첫 여행 기념일 이렇게 7번의 기념일을 지낸다.
첫날밤 기념일은 신혼여행 첫날밤이 아닌, 당시 총각이었던 나와 유부녀였던 주희의 첫날밤을 말한다.
총각과 미시 유부녀의 만남, 내게는 ‘첫 성경험’, 주희에게는 ‘첫 혼외정사’였던 기념일이다.
나의 회사일정과 주희의 학교나 렛슨일정만 잘 조절해 좋으면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으면 집에서 적절한 조명아래 아주 조그만 2인용 케이크만 썰어놓고 와인이나 위스키를 따라놓고, 침실의 대형 TV에서 그때의 사진들을 둘러본다.
당시 컴퓨터에 저장했던 사진들이 이토록 유용할지는 몰랐다.
지금 우리는 첫 여행 기념일을 지내는 의미에서 역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솔뱅에 도달하기 한시간전 거리인 Santa Barbara에서 내려서 공원으로 들어가 주희가 만든 샌드위치와 오렌지쥬스로 점심을 먹었다.
백인 정치인들이 은퇴한뒤 노년을 지내기 위해 온다는 그곳, 개발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에 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았지만 별로 변한것이 없고 낯이 친근한 고도이며 美都이다.
찬란한 태양볕은 엘에이에서는 바쁘게 일하라고 채근하고 쪼는 느낌이다.
엘에이와 더불어 남가주쪽에 도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찬란한 태양볕 아래 모든 사람들이 여유롭다는 느낌에 감탄하지만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생활은 무척이나 바쁘고 삭막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대부분의 옅은 홍색의 건물 지붕들을 감싸는, 참으로 따사롭고 여유로움을 비치고 있는듯 하다.
주희와 만나 난생 처음 맛본 경험으로 인한 성취감, 수컷으로서의 만족감,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한다는 것에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묘한 정복감으로 들렀던 장소중 하나였던 고도이자 미도인 Santa Barbara...
그후로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막상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곳을 다시 찾지는 않았었다.
주희는 차에서 내릴때가 되면 안절부절 못하고 떠는 모습이 둔감한 내게 전달되며 결국 그녀는 치마의 오른쪽 레이스를 애써 내리려 한다.
그래봐야 허벅지의 반도 못 가리는 치마라 소용에 닿지는 않지만, 여전히 노팬티로 외출과 여행을 해야 하는 그녀의 긴장감을 엿볼수 있다.
내가 오른쪽 문으로 가서 내 몸으로 그녀의 실루엣을 가려주고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한다.
그녀와 두번째로 만날때 내가 패티시적 호기로 한 명령, 야외노출 비슷한 패튀시를 즐기기 위해 한 행위들은 주희의 평생의 행위가 되어버렸다.
주희는 집안에서 늘 치마만을 입지만 일주일중 팬티를 입는 날은 두번 정도에 불과했다.
노팬티 상태의 주희와 집안에 있을때는 긴장이 감돈다.
섹스를 할때는 거칠것없는 심플함에 매료된다.
반면에 웬지 허전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주희가 일주일에 두번 입는 팬티는 유난히도 작고 예쁘고 섹시한 팬티였지만, 치마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팬티라인과 색깔은 오히려 TV를 보거나 저녁 디져트를 먹는 내게 오늘 밤의 판타지를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노팬티보다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도 잠자리에 들어섰을때, 팬티를 벗길때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탱탱한 고무줄의 질감.....
눈앞에 펼쳐진 예쁜 디자인, 그 안에는 역시 숨길수 없는 주희의 예쁜 보지가 내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
내가 예전에 주희에게 풀타임 노팬티를 명령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내가 주희의 팬티를 처음으로 벗길때 익숙하게 엉덩이를 들고 이리저리 살짝 살짝 돌리는 동작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처녀가 아니라는 증명이기도 했고 6년간의 부부생활을 경험중인 유부녀라는 표지이기도 했기에 어딘지 모르게 나는 거기에 반발감을 갖고 있었다.
물론 가끔 주희가 팬티를 입었을때, 내가 그것을 벗길때, 익숙하게 "팬티벗겨짐을 당하는" 주희의 모습에 어떤 거부감은 없다.
주희는 나와 같이 마트를 갈때는 긴 치마를 입어도 팬티를 안입는다.
집 근처의 비치를 나갈때는 오늘의 여행복장처럼 짧은 원피스에 노팬티를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10일에 가까운 원거리여행, 장기여행, 기후와 토질이 다른 지역을 여러곳 거치는 여행에 단 한벌의 팬티도 소지하지 않은채 떠나는 상태인지라 주희의 긴장과 떨림은 감출수가 없다.
풀메이크업을 위해 별도의 메이크업 백도 준비했고, 스타킹, 브래지어, 란제리, 얇은 오버코트 등 갖가지 복장을 준비했건만 막상 원피스나 치마류는 허벅지의 절반도 안 미치는 것이 대부분인데가, 팬티는 단 한벌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식사를 마친뒤 주희는 쥬스병과 샌드위치를 쌌던 랩을 비닐봉투에 담았고, 주희는 자리에서 허벅지 부분의 치마를 살짝 손으로 잡아내리며 내 팔짱을 끼며 화장실을 가리킨다.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주희는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다.
그리고 내 몸에 한쪽 몸을 꽉 붙인다.
아마도 그렇게해서 치마를 흔들리지 않게 붙들려 하는것 같다.
초여름이지만 제법 공기는 서늘한 편이라 주희가 입은 옷의 치마부분은 A형으로 허벅지의 중간에도 못미치는 상태에서 레이스 부분이 360도로 거의 쫙 펴지는 의상이었기 때문이다.
팬티를 입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9박 10일이라는 장기간, 장거리 여행에 입을 단벌의 팬티조차 소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주희의 생리가 지난주에 끝나긴 했지만서두 관계후의 분비물 처리와 유원지의 흙먼지의 유입을 의식한 듯이 몇장의 부착식 생리대를 챙기는 것으로 질위생에 대한 대비를 한듯 하다.
주희는 화장실에서 오래 머물겠지만 그전처럼 지루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할 적에 집 근방에 있는 서부 해안가 1번 하이웨이를 타고 올라오다가 중간에 내륙쪽으로 진행했기에 2시간 반 걸리는 거리가 3시간이 넘어버렸다.
또, 언젠가부터의 습관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때 과거를 돌아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의 지난 수기도 장거리 여행때 든 여러가지 사고의 편린들을 정리하고 종합한 것이다.
일정한 왜곡과 과장과 덧붙임, 혹은 삭제된 것도 있을 것이라곤 생각한다.
그러니 그 시간 동안에 나름 허벅지나 골반에 새어나온 것들이 꽤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의 뒷처리도 뒷처리지만 가글링도 할 것이고 루즈도 다시 손을 볼 것이다.
“소화시킬겸 다운타운 구경이나 할까? 별로 볼건 없지만”
“많이 걷나요?”
아무래도 주희에게는 이런 의상으로 걷는다는게 부담스러울수밖에 없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가면 누구보다도 대담해지는 것도 주희이다.
아직까지도 주희는 미니원피스차림에 노팬티로 공중들 앞을 나갈때는 무척이나 신중하고 떠는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주희는 대담해진다.
나는 주희가 그런 것에 무감각해지는걸로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주희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 흥분하기까지 한다.
그걸 내가 최초로 일깨워 주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동네에 변한 것이 있다면 다운타운 중심가-말이 그렇지 좁은 4차선의 도로의 길이가 이백미터도 안되고 건물도 높아봐야 3층에 불과한 곳이 온통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는 은퇴한 백인노인들은 품위손상을 염려해서인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동안에도 주희는 여전히 주위를 의식하고 있는듯 했다.
“왜 겁먹었어?”
“내 학생들중 UCSB 간애들 몇명 있어요. 이런데서 이런 차림으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는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던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 그녀의 허벅지, 정확히는 치마의 레이스를 잡아 눌러 주었지만 여전히 주희는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사실, 미국 아이들이나 미국화된 아이들의 경우는 여스승의 그런 모습을 보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지만 주희는 이렇게 일정한 계층의 나잇대가 모이는 곳을 꺼려하는듯 했다.
아니나다를까, 둘 사이의 흐르던 정적을 깨고 높은 톤의 백인 발음의 감탄사가 우리를 향해 들려온다.
"Oh, hi! Mrs.Yeon!! It"s Betty!!"
티셔츠에 반바지차림의 나이어린 백인 여자 아이가 주희를 부르며 저기 한쪽에서 다가온다.
주희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이윽고 침착하게 몸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역시 그녀를 향해 놀라우면서도 반가운체를 한다.
스무살이 안된 백인처자는 내게도 아는체를 하는 바람에 나도 대충 엉거주춤 반가운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베티라고 하는 백인 아가씨는 주희의 복장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재작년에 미술특과반을 가르쳤던 아이에요. 설마 여기 다니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그 여대생을 간신히 보내고 난뒤에 주희는 여전히 이곳엔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 했다. 주희의 그 말은 이곳을 빨리 이탈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그곳을 천천히 빠져나와 공용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
주희가 조수석에 앉을때 그녀의 야들한 치마가 뜨거나 놀지 않도록 엉덩이에 깔아주는 것도 내 임무였다.
차 안에 들어가면 둘만의 공간이겠지만 차에 타는 순간만큼은 복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주희의 표정과 분위기는 생각지도 않은 제자를 그런 곳에서 만났다고 해서 일그러지지는 않은듯 하다.
이미 세시가 가까운 시각은 선글래스를 껴야할 정도로 태양은 작렬한다.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었던 곳중의 하나였지만 너무 변했네요”
주희는 화장도구를 꺼내고 선바이져를 내려 메이크업 미러를 마주하고 볼의 컬러를 매만진다.
Santa Barbara는 변화가 거의 없는 곳이며, 12년만에 찾아든 지금도 변화라곤 다운타운의 번화가뿐이다.
물론 젊은 애들이 우글거린다는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적어도 하드웨어상으론 변한게 없다.
30대 초반이었던 우리가 갔을때와 40대 초중반이 된 우리가 갔을때의 느낌이 변한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변한 현실일수도 있겠다.
이곳을 다시 찾는 우리의 시야가 변한 것일게다.
이민생활이라는건 하나의 거대한 섬과도 같다.
한국에 출장을 갈때 매번 변한다는 느낌이 강렬하다.
게다가 엘에이의 변방인 팔로스버디스에 사는 나에게는 가끔 엘에이시를 방문할 때조차 변화를 느낄 정도로 외부 환경은 늘 변한다.
“그래도 당신한테 배운 학생이 대학다니면서 아는체하는거 보람스럽지 않아?”
“보람요? 그런거 잘 몰라요. 당신을 가르친 여자 선생님이 노팬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원피스 차림으로 활보한다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우자랑 함께라면 쿨하게 받아들이겠지?”
“.......우리때까지만 해도 교육이 넘 보수적이었죠......”
한시간쯤 지나 우리는 Solvang이라는 풍차로 도배된 덴마크를 패러디한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드디어 돌아오게 되는군.......왜 여태까지 여기에 다시 올 생각을 못했을까?”
자동차에서 나와 주희의 허리를 한쪽팔로 감으며 그곳에서 가장 높은 풍차를 바라보면서도 홀로 감회에 어린듯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대부분이 덴마크나 북구라파식의 악세사리를 파는 곳으로 한몫보는 곳이었기에 변할 것이 없다.
이곳은 바람이 잘 불기로 유명한 곳이라서인지 주희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긴장한다.
챙모자가 날릴까봐가서가 아니라 미니원피스가 뒤집어질 우려 때문일게다.
하지만 도톰하면서도 동그랗고 탄력있는 주희의 둔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그곳에 오는 청춘 20대 여성들을 제압할수 있는 무기로 그녀의 탱탱한 히프는 여전히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40줄에 들어선 유부녀의 섹시한 히프선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수 있지만 주희는 내게 팔짱을 찐하게 끼고 걷는다.
애정표현이라기보다는 불안감과 초조감과 수치심의 표현이 더 맞는다.
하지만 몇몇 가게들을 지나치면서 서서히 내 팔에 가해지는 압력이 잦아들면서 주희는 자신이 노팬티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잊어가는듯 하다.
“화장실 다녀올께요. 기다리고 계세요”
데쟈뷰.....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그 장소, 그 자리, 변하지 않은 곳. 변했다면 우리의 관계가 변했고 10여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주희는 왜 나더러 ‘당신도 다녀오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 전에 비하여 ‘여보’라는 자연스러운 호칭으로 변했고, 당시 내게 자신을 집어던지듯 맡겼었던 루이비똥가방은 온데 간데 없다.
대신 주희는 루이비똥 대신 샤넬핸드백을 든채로 화장실로 향했다는 것.
아, 또 다른게 있다.
나는 이곳에 그녀와 처음 들렀을때 주희의 핸드백에 여분용 팬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가 한참 혼이 난적이 있다.
하지만 주희는 내게 화를 낸뒤 오히려 그녀의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승부수에 감탄했었다.
10년이 조금 지난 주희는 그대로 핸드백을 들고 화장실을 가지만 그녀의 핸드백에 팬티가 없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알고 달통한다는 것은 싱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시 이십분 후에야 화장실에서 나온 주희의 화장은 많은 것이 변했다.
입술은 완전히 빨간 립스틱을 발랐었지만 방금전에 비하여 글로씨한 반짝이가 더해졌고 아이섀도의 라인이 투톤에서 트리플 톤으로 변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시 내 팔짱을 끼는 주희의 모습은 변한것이 없다.
주희는 어깨걸이와 가슴을 감싸는 슬립형 원피스 위에 블라우스를 걸친 투피스형의 복장을 했다.
치마 부분은 엉덩이의 절반에 꽉 끼지만 그 아래로부터는 쫘악 풀려서 개방된 아주 섹시하고 야한 것이었다.
내가 그런걸 입으라고 강제한바도 아니지만 주희는 분명 어제 저녁에 짐을 싸는 한시간 동안 많은 것을 고민했을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공중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해하고 동요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옷을 골랐을 것이었다.
2인용 자전거를 고르는 곳에 갔을때, 우리가 찾는 모델은 몇대 없었을 뿐아니라 그나마도 렌트나가 있었고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에서 운전을 하고 루프와 좌석이 달린 뒷쪽은 그냥 편하게 앉아 가는 모델이었다.
“그냥 둘이서 젓는거라도 빌릴까? 내가 페달질하면 되지”
주희는 대답도 없이 잠자코 있었다는 것은 은근한 반대와 더불어 그녀의 불쾌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한시간동안 그냥 걸어서 구경다녀요, 우리”
결국 그 자전거를 타고야 말겠다는 주희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나는 주희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가 이윽고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시켰다.
한시간이면 특정한 가게에서 죽치지 않는한 그곳을 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Dannish Chocolate점에서 초코렛을 한점씩 맛보고 북구라파식 시계점에서 시계구경을 한참 했다고 생각했지만 겨우 3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때마침 자전거점의 종업원말대로 우리가 찾던 모델의 자전거가 나왔고 주희는 그것을 보자 어린애처럼 발랑 뛰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 앉아 풍광을 감상할 주희를 위해 홀로 페닯질을 감당해야 했다.
이미 방금전에 몇번을 지나온 장소를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고 있다.
자전거가 주는 매력은 자동차에 앉아서 가는 각도와도 달랐고 선채로 걸어가면서 사물을 관찰하는 각도와도 다른 특이한 것이 있었다.
“으헉...헉헉!..........읍, 헉!, 하아, 하아.........합!”
주희를 뒤에 태운 자전거를 혼자서 저으면서 5분 만에 터져나오는 신음과 탄성이다.
겨우 이 정도에 기력이 다해서 온갖 신음과 탄성을 내지르며 거친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이.
12년전 주희를 데리고 이곳에 왔을때도 그랬을까?
33살의 피끓고 싱싱한 젊음이 있었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 여자를 위해서라면 모든걸 다 바치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잠재해 있을때는 전혀 힘든지 몰랐을 것이다.
당시 내가 똑같은 모델의 자전거에 주희를 뒷자리에 태우고 끌면서 어쨌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지금 이때 자전거가 잠시 뒤뚱거리며 무게 중심이 변하는것과 동시에 내 등날개쭉지에 물컹한 젖가슴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운전중인 두 팔겨드랑이 사이로 또 다른 갸냘픈듯하면서도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두 팔이 끼어들면서 내 젖가슴을 감싼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착 감기는 주희의 왼쪽 안면부가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거야....그때도 그랬어.......!)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12년전 주희는 어느 순간에 자전거 뒷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후에서 나를 끌어안은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30대 초입의 남의 집 유부녀였던 주희도 내가 원하던 짧은 원피스에 노팬티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도 주희은 짧은 치마에 노팬티이지만 40이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창피한 것도 없고,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때서야 내겐 지나간 기억들, 아니 감정의 편린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주희의 안면부는 내 오른편 어깨에서 왼편 어깨로 여러번을 바뀌었지만, 노팬티에 짧은 치마가 펄럭이며 탐스러운 궁둥이가 드러나든 말던 그대로 내 등 뒤에 밀착해 있다.
그 순간부터 주희는 내게 모든걸 던지기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에게 싸인을 보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주변 상황이라던지 그런 것에 집착하는 바람에 우리의 관계는 오랫동안 힘겹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그날밤에 정식으로 청혼을 했더라면.
유부녀였던 상관없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더라면, 우리가 겪었던 고초는 안 겪어도 될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
“자꾸 뒤돌아보지 마요. 그대로 가요....저도 신경 안써요”
내가 뒤돌아보는 이유까지 주희는 알고 있다.
그녀의 펄럭이는 치마와 드러나는 희여멀건하면서도 곡선이 진 희여멀건한 엉덩이를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자전거를 움직이면서 그게 제대로 보일리가 없다는 것이며 굳이 이런 상태에서 뭔가를 확인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Solvang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다.
자전거 위에 일어서 있는 주희의 치마가 뒤집어지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주희는 더 이상 치마끝을 잡지 않았고 오직 잡은건 내 가슴일 뿐이다.
갑자기 거시기가 발딱 선다.
가슴이 뭉클해져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왜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는 모르겠다.
뭉클해져 온 가슴, 자칫하면 습기가 고일 눈가, 딱딱해지고 커진 생식기.
그때서야 팔랑거릴 주희의 짧은 치마와 드러날수밖에 없는 그녀의 히프가 떠오르며 주변을 살피지만 주변의 남녀노소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전혀 관심없는 대중들 앞에서 플레이를 하며 반응을 신경쓰는 형국이었다.
물론 그들중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주희의 치마가 확 젖껴지는 순간을 포착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 목격자들을 찾아낸다던지 따져 물을수는 없는 일이었을게다.
반대로 주희의 자기 방어본능과, 감추고자 하는 본능이 지금 이 시간에야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실감할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 후에 주희는 나조차 놀랄 정도로 대담했기 때문이다.
자전거포에 도착하여 반납절차를 밟기 전에 주희는 그리 강하지 못한 완력으로 내 어깨를 붙잡아 돌린다.
“어머, 땀좀봐.....아까 당신 등에도 땀이 홍건하던데, 모텔에 가면 샤워부터 해야겠어요,........가만 있어봐요. 어린애같이, 이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에는 손수건이 달려 있었고 그녀의 익숙한 손길에 의하여 이마와 목의 땀이 닦여졌고, 나는 고양이가 주인 소녀에게 손질을 받듯 그녀에게 모든걸 맡겼다.
시간은 넉넉했으나 늘 이 곳에 머물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주차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공용 주차장의 한켠에 있는 문 두개짜리 은색 대형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주희는 익숙한 동작으로 엉덩이 밑의 치마를 왼손으로 잡으며 가죽 쇼파에 착석한다.
나 역시 그녀의 오른편 치마의 레이스를 잡아 펴준뒤 문을 닫고 내 자리로 가 앉은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나는 주희의 빨간 립스틱과 글리터가 정성껏 칠해진 입술에 염치도 없는 내 맨입술을 맞대고 오무리기를 여러차례.
“쪽! 쪽! 쪽! 쪼오옥! 쪽,쪽!”
입맞춤 시간이 길어지자 주희의 눈이 감기며 대신 트리플톤의 아이섀도우가 발라진 눈두덩이가 크게 드러난다.
주희와 입맞춤을 나눈 내 입술엔 끈쩍한 기름기가 느껴진다.
여자들은 왜 늘상 이런 불편한 것을 발라야만 할까....가끔 생각한다.
시동기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주희는 시트벨트를 하고 등을 완전히 의자에 밀착시켰다.
14년도식 캐딜락 CTS쿠페는 조용하게 엄청난 토크를 뿜으며 순식간에 55마일 (90킬로미터)까지 좁은 2차선 국도에서 가속한다.
“아까 우리 자전거 탈때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어?”
“모르겠어요....전 그냥 일어서서 당신한테 기대고 붙잡고 있었쟎아요. 자전거를 몰던 당신이 알지 않을까요? 정말 그때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나요?”
주희는 오히려 내가 했던 질문을 받아서 내게 던지고 있다.
101번 프리웨이로 들어서며 속도가 90마일(140킬로)로 올라서자 악셀레이터에서 살짝 발을 떼면서 감속했다.
“흠흠.......안전 운행에 신경쓰느라고 남들 볼 틈이나 있나? 그래서 당신한테 물었던거야”
“왜요,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갑자기 뜨끔하는 감각이 팔뚝에 새겨졌다.
주희의 긴 손톱,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은 무방비 상태의 내 굵은 팔뚝의 표피부분을 꼬집었다.
정확히 약점을 공략했고 허를 찔린 셈이다.
하지만 그런 육신적 감각의 표시가 아니라, 주희가 아무 생각없는듯 했던 말도 내게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극히 짧은 치마에 노팬티라는 것에 대해 주희도 아까 Santa Barbara에서만도 혹시 옛 제자들을 보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에 주눅들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껍데기를 벗어던진 주희는 너무나도 내게 솔직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주희는 그녀의 아이폰 6로 내 차의 오디오장치를 원격으로 조정하며 90년대의 가요를 틀었다.
‘김밥’이라는 노래....그녀와 내가 만났을때도 이미 한철 지난 노래였건만 주희는 가끔 여행할때 이 노래를 즐겨 튼다.
순간, Honda Civic의 비좁은 실내에 요란하게 스틱으로 변속을 해가고 후가시를 넣으며 낮고 불안한 차체로 이 중장거리 여행에, 주희라는 부유하고 품위있고 아름다운 유부녀를 동행하던 시기가 펼쳐진다.
유난히 시끄러웠던 그차, 하지만 부유한 주부였던 주희는 단 한마디의 불평불만도 불쾌한 표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은 급가속을 하건 100마일을 넘기던 무감각할 정도의 쾌적한 6기통에 투도어 캐딜락의 고급가죽소파에 앉아 미끈한 다리를 쭉 뻗고 허리를 뒤로 재끼는 동작이 너무나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주희는 그것도 지겨운듯 선바이져의 메이크업미러를 열어 화장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며 립펜슬을 꺼내 입술라인의 정돈한다.
San Luis Obtismo라는 곳, Heart Castle이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에 가려는 계획은 없다.
우리가 첫 여행을 갔을때, 나도 그곳에서는 그냥 넓기만 한 저택이라는 것 정도만 느꼈었고, 도리어 주희는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던걸 기억했었다.
당시 3천스퀘어 피트 (80평)에 살던 주희는 그녀의 삶을 패러디한 저택이 그곳이라서인지 도리어 빨리 거기서 내려오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단둘이서 56평에 해당하는 2천 스퀘어피트의 단독주택에 살며 그리 황량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스트캐슬의 사람냄새 안나는 박물관도 아니고, 사람사는 집도 아닌 역사 속의 어느 저택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기에 약 못 미치는 곳에 Enda Valley Winery라는 곳에 당도하였다.
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연록색의 물결, 포도를 재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Winery라면 샌프란시스코 이북지역이 더 유명했지만 중가주 지역도 부담없이 가기엔 괜챦은데다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Pismo Beach라는 추억의 그 장소에 다시 가는게 중요했다.
바람이 유난히 불어서 주희의 A형 원피스 치마는 펄럭이고 드문드문 엉덩이와 허벅지의 중간 부분이 시야에 스치기도 하지만 주희는 이제 더 이상 치마에 손을 대지 않은채 가볍게 나의 팔짱을 끼고 걷다가 탄성을 지른다.
나는 한손을 주희의 허리를 휘감아 오른쪽 레이스 치마끝을 붙잡은채 걸었다.
“와아......포도밭.........! 조오기 언덕 위도 그냥 포도밭이 연결되었네요. 여기서 그냥 몇시간 앉아서 그림그리면 안될까요?”
“급할거 없지 뭐. 한두군데 취소하더라도 원하는 구도가 잡혔으면 여기서 그림그려. 기다려주는건 할수 있어”
“그냥 해본 소리에요.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당신 분명 기다려준다고 해놓고 와인으로 배채우면 저더러 운전대 잡으라고요? 전 분명히 말하지만 여행때 운전, 안해요!”
경치 이야기에서 그림이야기로, 그러다가 엉뚱하게 와인과음, 그리고 누가 핸들을 잡는가가 그녀의 한마디의 말 속에서 화제가 순식간에 이동한다.
주희는 장거리 여행때 거의 운전을 안하는데, 주희의 뿔난 말을 듣다보니 그건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
12년전 나는 주희더러 짧은 원피스를 입되 팬티는 입지 말라고 요구했었고 주희는 그것을 따라주었다.
지금도 주희는 자기가 알아서 노팬티로 여행을 따라나선다.
여자에겐 무척이나 생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불안한 일임에 틀림없다.
전날의 내 정액과 더불어 질분미물, 소변찌꺼기, 일부 생리혈까지 받아들여낼 팬티가 없다는 것은 여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2피트 반도 채 안되는 그녀의 하체 속으로 야외의 온갖 흙먼지에 그녀의 여린 보지가 그대로 노출되어야 하는건 말할 것도 없다.
실내로 들어간 주희와 나는 계속해서 조금 격한 논쟁을 하며 와인을 골랐다.
찾아간 곳은 그리 비싼 와인류는 아니었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품질좋은걸 고를수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25불짜리 샤도나이와 피놋누아르를 한 병씩 구입했고, 나중 저녁때 디져트로 먹을 진판델 포도 한송이를 구입했다.
바깥으로 나가 자리를 잡자마자 주희는 주차장으로 걸어가, 조수석 차문을 열고 구입한 와인 두병과 포도를 넣고 계속 뒷좌석을 뒤지고 있다.
바람이 펄펄 불며 그녀의 밀짚모자와 치마의 레이스를 흔든다.
주희의 짧은 원피스자락은 완전히 위아래로 재껴졌고 허벅지까지 끼어든 커피색 스타킹의 허벅지 끝선까지 드러났지만 엉덩이는 결국 보이지는 않는다.
어지간한 미니원피스는 어지간한 바람에 엉덩이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어 있다고 한다.
자바에서 디자이너로 일한적이 있는 주희가 내게 가끔 하던 말이다.
뒷좌석에서 2B연필과 A4용지의 두배에 해당하는 소형 스켓치북을 꺼내온 주희는, 파라솔에 앉자마자 와인은 뒷전인채 앞의 풍광을 스케치한다.
주희는 선글라스를 벗고 다리를 꼬고 장시간을 그렇게 있다가, 다리를 다시 바꾼다.
그녀가 향한 방향은 언덕 아래 포도농장이 보이는 곳이었기에 치마가 허벅지를 완전히 드러낼때까지 축 쳐졌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주희는 커피색 스타킹을 신었다.
그녀가 다리를 꼬자 허벅지 끝의 밴드가 드러날 정도로 치마가 뒤와 아래로 젖혀졌다.
이런 장면, 그렇게 살짝 풀어진 상태로 여자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장면이 상당히 섹시하긴 하다.
다리를 꼬며 치마는 뒤로 젖혀진채 허벅지 끝선을 감싸고 있는 스타킹의 밴드, 그 위에 살짝 노출된 히프, 내 여자지만 정말 아름답다.
초여름의 바람과 더불어 그녀의 머리결과 치마끝이 살짝 흔들리며 약간 비릿한 보징어 냄새가 내 흉부로 찾아든다.
아까부터 운전해서 올때부터 좁은 차 안에서는 전혀 주희의 보징어냄새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쩌면 습관이 되어서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다.
평소 주희와 외출을 할때 주희가 팬티를 입었을때는 보징어 냄새가 안나지만 노팬티때는 확실히 보징어냄새가 나긴 한다.
순간적으로 주희를 덮쳐 이곳에서 섹스를 하고픈 욕망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녀의 작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놓아둔채 주희의 그림그리는 장면, 치마가 허벅지 전체를 드러낸 모습을 스마트폰에 몇장 담았다.
몇잔을 조금씩 시음하다가 풀 글라스로 시킨 와인은 백포도주 계통의 샤도나이.
실은 주희가 고른 와인이었고 나는 잠시 라벨을 보다고 기쁜척 동의해주었을 뿐이다.
주희는 와인이나 리쿠어에 대해 조예가 깊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공부를 했다.
12년전, 다른 사내의 아내였던 주희의 집에 엉겁결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집 주인은 미주가였다 했고, 30여종의 와인과 또 다른 30여종의 값비싼 세계 각국의 위스키들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막상 그 집의 주부였던 주희는 거기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던 나는 열심히 술의 레이블을 읽고 맛을 궁금해 했지만 주희는 거기에 대해 냉랭했다.
(뭔지는 몰라요. 남편이 비싼 돈을 주고 산거래요. 비싼거니까 좋겠죠 뭐.)
그럼에도 생각지도 않게 주희가 나를 위해서 용기있게 따들었던 술은 무려 $200짜리였다는걸 나중에 검색해 보고나서야 알았다.
웬지 향부터가 범상치 않았고 쫙쫙 빨아들여지면서도 기분좋게 취하는것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그 덕에 한 가정의 주부인 주희와 더불어, 그녀의 남편과 공유하는 침대 위에서 주희와 당시 남편의 결혼사진이 내려다보는 아래서 대담하게 정사를 치를수 있었다.
주희는 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그녀가 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때 전공과는 관계없이 학부에 와인클래스까지 수강했을 정도였다.
지금 내 집의 응접실에는 20개를 꽂을수 있는 와인 테이블이 있지만 실제로는 10여종의 와인밖에 없다.
와인을 많이 진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주희에게 배웠다.
병을 안 딴 상태로도 오래 있으면 맛이 변하기에 적은 양만 구입해서 마시고, 수시로 새로운 것을 구입하는 것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이던 보드카던 위스키던 멕시코산 선인장 댓킬라던, 마트나 대형리쿠어 스토어를 가도 그녀를 대동하지 않으면 나는 술을 구입할수 없다.
(전남편 대니의 취미라면 무조건 미워했죠. 내게서 남편을 앗아가버린 취미중의 하나였으니깐요. 근데 지금은 오히려 술에 흥미를 갖는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 술을 너무 좋아하니깐 맞춰주려다가 그리된것 같기두 하구...)
술에 대해 철저히 냉담하던 주희가 지금 대가가 된 것은, 내가 밖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주희는 고백한다.
술을 마시는 장소는 집이어야 했고, 같이 마시는 사람도 주희여야 했기 때문이다.
(술생각나면 일하는 도중이라도 전화나 카톡줘요. 조미료 범벅인 바깥 안주보다 정성이 들어간 안주가 더 좋쟎아요? 누구보다 예쁜 여자가 술시중드는데 바깥에서 굳이 마셔야 하나요?)
실은 밖에서 술을 마시는건 고작해야 1년에 2회에 불과하다.
물론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분위기와 친교를 마시는것이지만 주희는 그런 것에 대해 별로 이해를 하려하지 않는다.
“어머, 벌써 반이나 드셨네?”
주희의 스켓치북에 연필의 데싱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스켓치북을 내려놓고 와인잔을 들고 내게 건배를 청한다.
(이건, 어때요? 치마 부분이 너무 긴가요?)
이번 여행만도 주희의 가방에는 6벌의 미니원피스와 5벌의 잠옷과 실내복을 겸한 미니뷰티슬립, 두벌의 윙과 원피스 위에 걸칠 세벌의 블라우스, 차가운 밤공기나 갑자기 추워질수 있는 날씨를 대비한 두벌의 얇고 긴 코트, 속에 입을 섹시한 세벌의 언더웨어, 몇벌의 긴 스타킹, 세벌의 소프트 브래지어와 한벌의 하드 브래지어가 들어가 있었다.
그걸 아는 이유는 여행 삼일전부터 주희가 드레싱 룸에서 오래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들어가 보았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그녀에게 내가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주희가 가져오거나 준비하지 않은게 있다면, 바로 ‘팬티’였다.
팬티를 입지 않고 극히 짧은 치마, 게다가 어떤 것은 쫙 펴지기까지 하는 치마를 입고, 5박 6일동안 여벌의 팬티 한장 없이 긴 여행을 떠났을땐 내가 반드시 해주어야 하는 배려였다.
술을 깨야 한다는 주희의 억지에 우리는 팔짱을 낀채로 근처를 산책했다.
바위가 있는 조금 높은 곳에 도달하자 또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보통 여자같으면 꺼려할것 같았지만 지평선까지 펼쳐진 포도농장의 장관을 그저 놓치기는 싫었다.
주희의 몸을 낀채로 우리는 그 바람을 한참 맞고 있었고 내 왼편의 몸에는 그녀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나는 주희의 몸을 조심스레 내게로 돌렸다.
그녀의 거울같은 선글라스를 벗길때 마치 팬티를 벗기는것 같은 가벼운 흥분이 인다.
종류를 정확히 알수 없는 트리플 색상의 아이섀도우와 가운데는 두텁고 관자놀이까지 길쭉하게 그어진 아이라인, 정돈되게 서 있는 눈썹이 드러난다.
“남편 앞에서 아름다운 눈을 가릴거야?”
“적당히 가리는 것도 좋죠?”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주희의 길쭉하고 부드럽고 도톰한 입술, 빨간색 립스틱과 반짝거리는 립글로스가 섞인 섹시한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고 오므렸다 폈다.
“쪽, 쪽, 쪽”
주희의 입술도 내 입술과 동시에 쪽쪽거리며 오무렸다 펴는 협력운동을 한다.
사실 그런 종류의 뽀뽀는 서로가 오무렸다 펴는 시간에 차이가 있는 것이 더 좋긴 하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이 오무렸다 펴지는 시간에 오차가 있을때까지 계속 키스신을 벌였다.
늘상 느끼지만 주희의 입술은 약간 미끄러우면서도 접착제가 발라진것 같은 감촉은 일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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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출근을 앞에 두고 집의 거라지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가벼운 포옹과 동시에 입술을 맞춘다.
아침의 주희는 다소 길죽한 홈드레스에 가벼운 베이직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웃눈썹을 길게 그렸고 모노톤의 아이섀도우를 가볍게 그렸고 컬러 립글로스를 바른 상태로 나를 배웅한다.
아주 기초적인 색조화장이지만 아침에 일어나 그 정도만이라도 할 시간은 그리 녹녹치 않을 것이다.
출근 키스는 그냥 습관이 되었다.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웬지 찝찝하고, 막상 입맞춤을 해도 별 감정도 없다는 그런 느낌.
쪼조조족!~ 쪼오옥!.. 쭉, 쭈우우욱!.....쪼옥! 쩝~
(하아.......오늘 금요일이라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해요. 아무때고 전화해주실수 있죠? 매시지나 카톡도 좋아요)
(음.........노력할께)
(세시에 끝나요. 일찍 들어오세요, 당신!)
매일 얼굴보는 사이가 된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도 금요일날 하루 종일 학교에 있을때 전화해달란다.
일하다보면 괜히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 나름 노력을 하긴 하는 남자라는 것을 자부하며 출근길에 나선다.
(연이사님, 사모님이랑 금슬이 좋으신것 같아요.)
내가 오래전에 채용한 Jane이라는 32세의 미혼여성은 출근하자마자 나를 아래 위로 살짝 스캔하면서 뜻모를 소리를 지껄인다.
(그냥 그런저런 평범한 부부일뿐이죠 뭐)
내 사생활적인 이야기는 남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묻지도 않는다.
사생활을 이야기하다보면 나와 주희의 결혼이력에 대해서도, 내가 말하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미루어 짐작할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불륜커플 출신이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약점이었다.
남자인 나는 상관없지만 내게는 최소한 주희가 그런 식으로 불륜 유부녀 출신이라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견딜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커뮤니티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것이다.
(아침부터 웬 부부 금슬 타령?)
(말씀하실때 연이사님 입에서 루즈 냄새 나는거 모르시죠? 연이사님께서 사무실로 들어올때부터 여자 향수냄새 배어있고 제가 결재받으러 책상에 가면 화운데이션 냄새까지 베어 있으세요. 사모님도 정성이 대단하시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렇구나, 집사람이 꼼꼼한 편이기도 하지요.)
(연이사님은 여자 입장에서 보아도 매력적인 분이에요. 근데 웬만큼 똑똑한 여자가 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분이세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고 단호한 면이 보이는 그런거요.......그래서 절세미녀인 사모님을 얻으셨을지도 몰라요. 사모님 연세를 안지 얼마 안되었지만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요. 저랑 비슷하거나 한두살 언니 정도?)
(예끼, 이 사람, 농담도.....내가 도둑놈인줄 아나?)
그렇게 가볍게 여직원과 유모로스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내 방으로 가는 순간 불편한 마음이 살짝 스쳤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도둑놈이라는 단어는 띠동갑에 가까운 여자를 취한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도둑놈 맞다.
권태기에 빠진 남의 아내를 도둑질했었으니깐.
입술뽀뽀, 프렌치키스, 혀키스, 목키스는 기본이고 보지빨기에 항문빨기까지 코스로 해치웠고, 질내사정에 대해 거부감을 비치던 주희의 의사와 관계없이 늘 질내사정을 해댔고, 그것도 모자라 내 흔적을 그녀의 몸 속에 오래 남기게 하기 위해 질세척도 못하게 했으니깐.
남의 유부녀였던 주희에게 노팬티 미니스커트를 강요했고, 나만을 위한 특별하고 정성스러운 화장을 요구했으니깐.
유부녀였던 주희의 집에 가서 그들 부부의 침대 위에서 주희를 안고 딩굴면서 그 집의 문패를 떼어버리고 내 문패를 올리겠노라고 소리쳤으니깐.
남의 아내이며, 유부녀이며 남의 집 가정주부를 임신까지 시킨적이 있으니깐....
그녀가 주희를 절세미녀라고 표현하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리긴 하지만 Jane이라는 여자가 나와 손발을 맞추는 일을 하면서 나의 그런 면까지 세세히 분석했다는 점이 거부감이 들었다.
하긴 몸매는 비례가 완벽했고 165센치의 키도 적당했고 52킬로의 몸무게도 적당했다.
무엇보다도 쭉쭉 뻗은 전체 실루엣에서 움푹패인 허리와 미끈하게 역삼각처럼 내려가는 허벅지를 이어주는 주희의 큰 엉덩이는 중간이음새가 아닌 그녀의 몸의 중심이었다.
주희는 히프가 다른 여자와 비교하여서도 무척 크지만 주책없이 면적만 넓은게 아니라 아주 동글하게 곡선지어져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주희의 히프는 오히려 그리 커보이지는 않다.
아주 크진 않지만 툭 튀어나온 유방도 숨길수 없는 것이었다.
주희의 처녀시절, 아니지.........이렇게 말할때는 좀 슬프다....
남의 집 유부녀 시절 그녀는 49킬로였다.
10년의 세월이 지난후의 52킬로라면 그리 늘어난 수치도 아니고 눈으로 쉽게 보이는 부분도 아니었다.
또한 주희와 어딜 가던 늘 남들의 눈길을 끄는건 사실이었다.
주희는 가끔 회사에 쳐들어와 음식을 챙겨주거나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는 일이 있다.
실은 내가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지 감시하는게 주목적이었지만, 도리어 여직원들은 주희의 풍모에 더 주눅드는것 같았다.
두 여직원들은 주희보다 7살에서 10살에서 젊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들에게 들은 절세미녀라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이었고, 주희에 대한 같은 여자로서의 완벽한 항복문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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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내 손은 그녀의 치마속, 아니 바로 엉덩이로 기어 올라간다.
오른쪽 손등에는 그녀의 치마의 질감이 느껴졌고 손바닥에는 주희의 히프의 부드럽고 단단함이 느껴졌으며, 손가락에는 그녀의 피부에서 전해져 오는 말초적 감각들이 전해진다.
42세의 나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탓에 아직도 탱탱하고 부드럽다.
어느덧 내 손가락은 그녀의 허벅지 가운데를 통과하며 손등에는 물컹하고 축축한 두개의 산등성이 비슷한 것을 통과한다.
그녀가 들고 있던 스켓치북을 살짝 뺏어 들었을때 전혀 저항감없이 느껴진다.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스켓치북을 그녀의 왼편 엉덩이의 치마를 가려준다.
하지만 오른편 검지 손가락은 날카롭게 그 산등성이같은 곳을 저항없이 뚫고 올라간다.
“우우웁............으”
주희는 가벼운 반항을 하지만 입술이 내 입술에 점령당했기에 엉뚱한 신음소리로 바뀐다.
주희는 다리를 그리 벌리지 않았지만 내 손가락이 저항없이 뚫고 올라갈수 있다는 것에 나는 비애감을 느낀다.
그녀와 첫날밤을 보냈을때, 싱겁게 삽입이 되었던 그 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름 어렵게 삽입이 되고 그 고통에 몸부림칠 여인의 모습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이곳에 처음 왔던 그날, 아니 그 몇달 전에 첫날밤을 보냈을때,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한지 6년이 되어가는 유부녀의 보지는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것을 환산한다면 주희는 두 남자와 7년 더하기 10년의 결혼생활을 한 셈이니 보지가 헐렁한 것을 문제 삼을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참을수가 없다.
이런 여자와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신은 왜 처음부터 숫처녀 숫총각으로 서로를 만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때, 이미 그녀의 보지는 그리도 헐거워져 있을수밖에 없었을까하는 생각은 엉뚱한 남자인 대니의 패니스에 의해 몇년간 부지런히 뚫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분노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낯선 정액에 온통 속이 적셔졌을 그녀의 질내를 떠올리자 입술을 깨물고 싶어졌다.
“하아.......하아........우웁......으으아.....”
주희는 조용하지만 정숙한 신음을 내질렀다.
물컹물컹하고 보돌보돌한 질벽의 터널이 떨리고 있음을 내 손가락을 통해 나의 뇌리로 전송한다.
충분히 적셔진 내 손가락은 이제 보지의 뒷편을 찾는다.
주희의 보지는 다른 여자에 비해서 좀 더 밑에 있어서 항문과는 아주 가까왔다.
그렇지만 손가락이 보지에서 항문으로 옮기는 것, 더군다나 이렇게 서 있는 상태에선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
왜냐하면 주희의 히프는 상당히 도톰했고 안으로도 내실이 있었기에 항문의 위치가 상당히 깊은 편에 속했다.
부르르.....살짝 주희는 바이브레이션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을때 내 손가락에는 조금 다른 피부의 질감과 주름을 만났다.
우우웁........
다시 입술을 포갠 상태라 주희는 입이 막힌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대신 그녀의 콧김이 격해지고 뜨거워지고 있다.
젖은 손가락은 주희의 항문주름을 닦아내고 있다.
“화장실 안 가도 돼?”
“괜챦아요”
우리는 적당히 그 정도 선에서 끝맺었다.
“언제 스켓치북이 당신 손에?”
“당신 치마 가려주었지”
“맨궁둥잇살을 가려준거겠죠?”
주희의 표정은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은 표정으로 역시나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같았다.
스켓치북의 소재가 아닌, 자기를 지켜줄 남자임을 확신했을때 자신의 확신과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같은거다.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그것도 노팬티로 일주일 가까운 외지여행을 다니는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일깨워준 것은 나였지만, 본인도 그런 적당히 불안한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차 안에 들어가자 주희는 물티슈를 뽑아 정확히 내 오른손을 닦아준다.
자기의 보지와 항문을 만진 손이 오른쪽 검지와 중지였다는 것을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니.
“이쪽 봐봐요”
그 다음으로는 마른 휴지로 내 입술을 꼼꼼히 닦아준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지에는 버얼건 색상이 크레파스처럼 묻어나고 있다.
주희의 입술에는 립스틱이 여전히 발려져 있었지만 표피 바깥 부분의 반짝이는 색상은 전부 죽어 있었고 주희의 입술라인 바깥으로 잘못 칠한 크레용처럼 립스틱이 번져 있다.
주희는 여행이나 외출중의 바깥 키스를 경험한 뒤에는 늘 내 입술의 흔적부터 지워준다.
이것이 끝나고 나서야 주희는 선바이져를 열어 메이컵 미러를 보며 그녀의 입술을 체크하며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나서 핸드백을 열어 거즈로 번져진 립스틱을 지운다.
그 다음엔 빨간 립스틱이 남아 있는 입술의 표면에 다크핑크 색상의 립스틱을 덧바르고 있다.
227번 도로를 타고 다시 101번 도로를 타서 20분쯤 지나자 6시가 지난다.
태양이 그 시간까지도 작렬하는 피츠모 비치에 도착하였다.
말없이 꾸벅꾸벅 졸던 주희는 진입로변에 도착하자 눈을 번쩍 뜨고 좌우를 살핀다.
하지만 진입로에서부터 그 지역의 풍광은 많이 변했다.
내륙쪽인 오른편은 비록 번화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주택가가 건설되어 12년만에 찾아가는 우리에겐 어색함을 선사한다.
차내의 네비게이터는 코테이지 인이라는 곳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좀 낯설었다.
나 연준형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내로서, 주희라는 꽃다운 절색의 아내를 둔 45세의 家長으로서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다.
아내 주희는 아직 30대 중반으로 보여지지만 실은 42세로 미술렛슨과 학교 특활교육을 담당하며 미모는 전혀 시들지 않아있고 주부와 아내로서 정성스레 나를 내조하고 있다.
미국생활에 나름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정착했다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 또래의 40대 사내들에게서 그들의 아들들이 보이스카웃에서 잘 나가며 차후 상위권 캘리포니아대학 입학은 따다 놓은 당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너스레를 들을때 위축되기도 한다.
여럿이서 함께 술에 취하면 그네들이 지금의 애엄마(아내)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 조져서 자기것으로 만들었는지의 무용담을 설파하거나, 혹은 그냥 인연이니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맺어지더라라는 식의 너스레를 떨때 할말이 없이 입을 다무는 소시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속사정에 대해서는 그저 여려 기념일을 지내고 여행을 자주 하고, 저녁 산책을 자주 한다는것 말고는 우리 부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무용담을 떠벌이는 그네들이 내게 부러워하는건 내 아내의 남다르게 빼어난 미모 외에는 없는듯 하다.
반대로 나도 그네들에게 크게 내세울건 없지만서두, 나른하면서도 빡빡한 생활에 일정 정도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진 못해도 아내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자부하고 있다.
또한 내가 충실하고 근면한 가장이라고 내 아내가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때때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 보내는 아내의 찬사이니 제3자가 들은 것도 아닐것, 남들이 인정 안하면 그만일듯 하다.
“전 핸들 안 잡아요, 그러니깐 알아서 잘 하세요.”
아내를 옆에 태우고 거라지를 나와 선루프 근처의 단추를 누르자 백밀러로 우리 집의 셔터가 서서히 내려가는게 비추어진다.
산길 비슷한 굴곡을 벗어나와 태평양 바닷가가 보이는 1번 하이웨를 타고 시속 50마일로 북상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의 아이폰6를 이용하여 차내 블루투스를 조작하며 음악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첫 행선지는 엘에이 남서쪽인 팔로스 버디스에서 101번하이웨를 타고 북상하여 세시간이 걸리는 덴마크식 분위기를 패러디한 관광지 솔뱅.....
그 다음 우리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 피츠모비치를 거쳐 근방의 와이너리를 방문한뒤 동북쪽으로 가서 1년전에 예약해야 방을 구한다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Half Dome 있는 곳의 빌라에서 일박을 할 것이다.
다음엔 북상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박을 하고 다시 주 경계선을 넘어 캘리포니아 위에 있는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를 갈것이고, 비의 도시라는 워싱톤주의 시애틀까지 북상할 것이다.
거기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이커 스노칼리 국립공원과 플래시드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아래로 꺽어 롤로 국립공원으로 해서 내려올 것이다.
바닷가에 사는 우리는 이렇게 산과 숲속으로 둘러 쌓인 길을 그리고 있다.
계속 남하하며 솔트 레이크를 방문한 후에는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팜스프링으로 내려오는 9박 10일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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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번갯불에 콩궈먹듯 치뤘던 결혼식때 그녀는 심신이 허약해지고 우울증 증세마저 나타나기 시작했었기에 거의 내가 그녀를 업고, 안고, 끌고 다니다시피 했다.
10년이 넘은 당시에도 한국내 신혼부부들도 안간다던 제주도, 올레길을 끝까지 돌지는 못했지만 나와 함께 한국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힘없이 기뻐하던 주희였다.
미국에 돌아온 이듬해에 그녀에게 적절히 살이 붓고, 나는 훨씬 좋은 직업을 구했고 주희가 원하던 대학원에 보내고 다시 결혼식을 제대로 올렸다.
그때 역시 미국인이라면 소나 개나 간다는 하와이로 밀월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얇고 훤히 비치는 긴 드레스를 입고 해변가를 거닐며 주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내게 물었었다.
(준형씨....할 말 있어요.)
(뭔데?)
주희는 내게 팔짱을 낀채였지만 표정은 지금까지 별로 보지 못한 엄격한 선생님같은 모습이었다.
그 상태로 적절히 뜸을 들이며 나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당신의 연씨 성으로 바뀐 내 이름의 면허증이랑 소셜을 보면서....여기에 오니깐 이제야 실감이 나요)
(1년이나 있었으면서도 이제야 실감이 나?)
나 역시 주희와 같은 고백이지만 그녀와 이제 공공연히 함께 있을수 있다는 것에 감격했지만 고초를 겪은 후유증을 겪으며 막상 함께 일생을 시작하는 보통 신혼부부들과는 다른 감정 속에 살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야기,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말씀이에요. 불쾌하게 느낀다면 절 야단쳐 주세요)
(그렇게 말하니깐 괜히 겁나쟎아.....빨리 해봐)
(준형씨, 제가 겁나세요?!)
주희의 정색에 내가 적쟎이 놀랐다.
그녀가 정색을 한 이유는 내가 그녀의 말이나 행동에 주눅들어 있으리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다.
모든 여자가 다 그렇다고 회자되듯, 그녀는 과단성있고 다소 무대뽀적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주희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
(.......그래요. 그토록 우리 두 사람이 꿈꾸던 한 가정을 이루었구요. 근데.....하지만 엄연히 제가 결혼생활,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몇년이나 선배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요.
준형씨가 한국에서 군대에 있을때 저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가정생활을 했죠.)
내가 알던 주희는 늘 겸손하고 따뜻했다.
그러나 그녀의 따뜻함이라는 것이 바로 가정주부라는 포지션과 비록 아이를 낳진 않았지만 어머니로서의 속성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미숙한 나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순종해주었을 뿐, 그녀 입장에선 내게 답답한 면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긴 했다.
다만 그녀가 너무 티를 안내기에 나조차도 미숙한 총각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섹스에 대해서도 완전한 삽입을 하는 법, 깊숙히 사정하는 법조차도 그녀에게 교습을 받아야 했다.
그조차도 주희는 선생님같은 태도가 아닌 자상한 누나나 어머니같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내 원래의 처지를 잊었을 뿐이다.
(전 처음 대니라는 남자에게 체류신분 해결과 경제력에만 이끌려 결혼한건 아니었어요. 나름 매력을 느꼈고 사랑을 확신했고, 함께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녀의 말이 맞다.
돈과 신분에만 이끌려 한 결혼이라는건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일뿐, 일정한 매리트들이 종합되어 결혼하게 된건 사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주희가 굳이 내게 그런 불쾌한 일들을 왜 꺼내드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정리되더군요. 대니가 왜 그리 바깥으로 돌았는가에...저만이 갖는 결혼생활에 대한 판타지에 대해 그는 관심이 없었고.....그래서 전 사사건건 대니의 취미생활에 대해서만 시비를 걸기 시작했죠. 예전 시어머니에겐 그냥 의무만 해주면 그만이다 생각했고, 진심으로 대하질 않았어요.....그게 대니를 계속 바깥으로 돌게한거였어요. 혼자만의 결혼판타지를 생각하며 자위까지 했고, 혼자 야한 속옷을 입고 화장까지 하고, 대니로부터 의심이나 비웃음을 사면서 악순환까지.....그러다가 탈출구를 찾은게 당신이었어요)
주희가 내게 하는 증언은 그전의 말과는 다소 핀트가 달랐다.
늘 그녀는 신파극의 주인공같았고 비련의 여성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녀는 하와이 신혼여행의 그때 매우 이성적이었고 지나간 자기자신까지 수치심없이 거울에 비춘 모습을 설명하고 있었다.
(으음.......그랬구나)
(처음 1년간은 행복했어요. 임신했다가 유산하기까진. 그런데 그때의 대니의 태도는 나를 벼랑에 밀어넣을것 같이 냉정했던거에요. 저나 대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두 사람만의 관계를 다른 곳으로 신경쓰지 않길 원해서였지만 대니의 입장은 또 달랐던걸 몰랐던 거에요.)
주희는 담담하게 옛날 이야기를 늘어 놓고 내가 듣기엔 다소 거북한 말을 하는걸 알면서도 내 팔짱을 놓치려 하질 않았다.
(초심을 잃어버린거죠. 대니와 내가 처음부터 잘 맞지 않는 커플인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서로를 떳떳히 보고 만나고 함께 있게 되길 바랬던 그 시절 늘 잊지 않도록 해요. 저는 당신을 만난 덕에 ‘여자’가 되었어요. 당신 앞에서 여자로 살길 원해요. 화장을 해도 옷을 입어도 당신을 위해서만 할거에요. 우리가 울면서 만나고 헤어지던 그때, 그때를 잊지 않았으면 해요. 아무리 행복해도 그 행복이 당연한게 된다면 그건 그냥 습관이 될것 같아요....)
주희의 마지막 말에서는 억양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냥 주희의 몸을 거칠게 돌려세우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누가 보던 말던 내 손은 그녀의 긴 드레스를 말아 엉덩이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그 덕택에 우리는 여러 기념일들을 지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생일과 한국과 미국에서 따로 올린 결혼기념일까지 해서 네번, 또 우리의 첫만남 기념일과 더불어 첫날밤 기념일, 첫 여행 기념일 이렇게 7번의 기념일을 지낸다.
첫날밤 기념일은 신혼여행 첫날밤이 아닌, 당시 총각이었던 나와 유부녀였던 주희의 첫날밤을 말한다.
총각과 미시 유부녀의 만남, 내게는 ‘첫 성경험’, 주희에게는 ‘첫 혼외정사’였던 기념일이다.
나의 회사일정과 주희의 학교나 렛슨일정만 잘 조절해 좋으면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여의치 않으면 집에서 적절한 조명아래 아주 조그만 2인용 케이크만 썰어놓고 와인이나 위스키를 따라놓고, 침실의 대형 TV에서 그때의 사진들을 둘러본다.
당시 컴퓨터에 저장했던 사진들이 이토록 유용할지는 몰랐다.
지금 우리는 첫 여행 기념일을 지내는 의미에서 역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솔뱅에 도달하기 한시간전 거리인 Santa Barbara에서 내려서 공원으로 들어가 주희가 만든 샌드위치와 오렌지쥬스로 점심을 먹었다.
백인 정치인들이 은퇴한뒤 노년을 지내기 위해 온다는 그곳, 개발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기에 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았지만 별로 변한것이 없고 낯이 친근한 고도이며 美都이다.
찬란한 태양볕은 엘에이에서는 바쁘게 일하라고 채근하고 쪼는 느낌이다.
엘에이와 더불어 남가주쪽에 도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찬란한 태양볕 아래 모든 사람들이 여유롭다는 느낌에 감탄하지만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생활은 무척이나 바쁘고 삭막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대부분의 옅은 홍색의 건물 지붕들을 감싸는, 참으로 따사롭고 여유로움을 비치고 있는듯 하다.
주희와 만나 난생 처음 맛본 경험으로 인한 성취감, 수컷으로서의 만족감,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한다는 것에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묘한 정복감으로 들렀던 장소중 하나였던 고도이자 미도인 Santa Barbara...
그후로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막상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곳을 다시 찾지는 않았었다.
주희는 차에서 내릴때가 되면 안절부절 못하고 떠는 모습이 둔감한 내게 전달되며 결국 그녀는 치마의 오른쪽 레이스를 애써 내리려 한다.
그래봐야 허벅지의 반도 못 가리는 치마라 소용에 닿지는 않지만, 여전히 노팬티로 외출과 여행을 해야 하는 그녀의 긴장감을 엿볼수 있다.
내가 오른쪽 문으로 가서 내 몸으로 그녀의 실루엣을 가려주고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한다.
그녀와 두번째로 만날때 내가 패티시적 호기로 한 명령, 야외노출 비슷한 패튀시를 즐기기 위해 한 행위들은 주희의 평생의 행위가 되어버렸다.
주희는 집안에서 늘 치마만을 입지만 일주일중 팬티를 입는 날은 두번 정도에 불과했다.
노팬티 상태의 주희와 집안에 있을때는 긴장이 감돈다.
섹스를 할때는 거칠것없는 심플함에 매료된다.
반면에 웬지 허전한 마음도 든다.
그래서 주희가 일주일에 두번 입는 팬티는 유난히도 작고 예쁘고 섹시한 팬티였지만, 치마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팬티라인과 색깔은 오히려 TV를 보거나 저녁 디져트를 먹는 내게 오늘 밤의 판타지를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노팬티보다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도 잠자리에 들어섰을때, 팬티를 벗길때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탱탱한 고무줄의 질감.....
눈앞에 펼쳐진 예쁜 디자인, 그 안에는 역시 숨길수 없는 주희의 예쁜 보지가 내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
내가 예전에 주희에게 풀타임 노팬티를 명령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내가 주희의 팬티를 처음으로 벗길때 익숙하게 엉덩이를 들고 이리저리 살짝 살짝 돌리는 동작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처녀가 아니라는 증명이기도 했고 6년간의 부부생활을 경험중인 유부녀라는 표지이기도 했기에 어딘지 모르게 나는 거기에 반발감을 갖고 있었다.
물론 가끔 주희가 팬티를 입었을때, 내가 그것을 벗길때, 익숙하게 "팬티벗겨짐을 당하는" 주희의 모습에 어떤 거부감은 없다.
주희는 나와 같이 마트를 갈때는 긴 치마를 입어도 팬티를 안입는다.
집 근처의 비치를 나갈때는 오늘의 여행복장처럼 짧은 원피스에 노팬티를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10일에 가까운 원거리여행, 장기여행, 기후와 토질이 다른 지역을 여러곳 거치는 여행에 단 한벌의 팬티도 소지하지 않은채 떠나는 상태인지라 주희의 긴장과 떨림은 감출수가 없다.
풀메이크업을 위해 별도의 메이크업 백도 준비했고, 스타킹, 브래지어, 란제리, 얇은 오버코트 등 갖가지 복장을 준비했건만 막상 원피스나 치마류는 허벅지의 절반도 안 미치는 것이 대부분인데가, 팬티는 단 한벌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식사를 마친뒤 주희는 쥬스병과 샌드위치를 쌌던 랩을 비닐봉투에 담았고, 주희는 자리에서 허벅지 부분의 치마를 살짝 손으로 잡아내리며 내 팔짱을 끼며 화장실을 가리킨다.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주희는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다.
그리고 내 몸에 한쪽 몸을 꽉 붙인다.
아마도 그렇게해서 치마를 흔들리지 않게 붙들려 하는것 같다.
초여름이지만 제법 공기는 서늘한 편이라 주희가 입은 옷의 치마부분은 A형으로 허벅지의 중간에도 못미치는 상태에서 레이스 부분이 360도로 거의 쫙 펴지는 의상이었기 때문이다.
팬티를 입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9박 10일이라는 장기간, 장거리 여행에 입을 단벌의 팬티조차 소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주희의 생리가 지난주에 끝나긴 했지만서두 관계후의 분비물 처리와 유원지의 흙먼지의 유입을 의식한 듯이 몇장의 부착식 생리대를 챙기는 것으로 질위생에 대한 대비를 한듯 하다.
주희는 화장실에서 오래 머물겠지만 그전처럼 지루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할 적에 집 근방에 있는 서부 해안가 1번 하이웨이를 타고 올라오다가 중간에 내륙쪽으로 진행했기에 2시간 반 걸리는 거리가 3시간이 넘어버렸다.
또, 언젠가부터의 습관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때 과거를 돌아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의 지난 수기도 장거리 여행때 든 여러가지 사고의 편린들을 정리하고 종합한 것이다.
일정한 왜곡과 과장과 덧붙임, 혹은 삭제된 것도 있을 것이라곤 생각한다.
그러니 그 시간 동안에 나름 허벅지나 골반에 새어나온 것들이 꽤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의 뒷처리도 뒷처리지만 가글링도 할 것이고 루즈도 다시 손을 볼 것이다.
“소화시킬겸 다운타운 구경이나 할까? 별로 볼건 없지만”
“많이 걷나요?”
아무래도 주희에게는 이런 의상으로 걷는다는게 부담스러울수밖에 없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가면 누구보다도 대담해지는 것도 주희이다.
아직까지도 주희는 미니원피스차림에 노팬티로 공중들 앞을 나갈때는 무척이나 신중하고 떠는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주희는 대담해진다.
나는 주희가 그런 것에 무감각해지는걸로 생각했었다.
실제로는 주희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 흥분하기까지 한다.
그걸 내가 최초로 일깨워 주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동네에 변한 것이 있다면 다운타운 중심가-말이 그렇지 좁은 4차선의 도로의 길이가 이백미터도 안되고 건물도 높아봐야 3층에 불과한 곳이 온통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는 은퇴한 백인노인들은 품위손상을 염려해서인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동안에도 주희는 여전히 주위를 의식하고 있는듯 했다.
“왜 겁먹었어?”
“내 학생들중 UCSB 간애들 몇명 있어요. 이런데서 이런 차림으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는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던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 그녀의 허벅지, 정확히는 치마의 레이스를 잡아 눌러 주었지만 여전히 주희는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사실, 미국 아이들이나 미국화된 아이들의 경우는 여스승의 그런 모습을 보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지만 주희는 이렇게 일정한 계층의 나잇대가 모이는 곳을 꺼려하는듯 했다.
아니나다를까, 둘 사이의 흐르던 정적을 깨고 높은 톤의 백인 발음의 감탄사가 우리를 향해 들려온다.
"Oh, hi! Mrs.Yeon!! It"s Betty!!"
티셔츠에 반바지차림의 나이어린 백인 여자 아이가 주희를 부르며 저기 한쪽에서 다가온다.
주희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이윽고 침착하게 몸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역시 그녀를 향해 놀라우면서도 반가운체를 한다.
스무살이 안된 백인처자는 내게도 아는체를 하는 바람에 나도 대충 엉거주춤 반가운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베티라고 하는 백인 아가씨는 주희의 복장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재작년에 미술특과반을 가르쳤던 아이에요. 설마 여기 다니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그 여대생을 간신히 보내고 난뒤에 주희는 여전히 이곳엔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 했다. 주희의 그 말은 이곳을 빨리 이탈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그곳을 천천히 빠져나와 공용주차장에서 차를 찾았다.
주희가 조수석에 앉을때 그녀의 야들한 치마가 뜨거나 놀지 않도록 엉덩이에 깔아주는 것도 내 임무였다.
차 안에 들어가면 둘만의 공간이겠지만 차에 타는 순간만큼은 복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주희의 표정과 분위기는 생각지도 않은 제자를 그런 곳에서 만났다고 해서 일그러지지는 않은듯 하다.
이미 세시가 가까운 시각은 선글래스를 껴야할 정도로 태양은 작렬한다.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었던 곳중의 하나였지만 너무 변했네요”
주희는 화장도구를 꺼내고 선바이져를 내려 메이크업 미러를 마주하고 볼의 컬러를 매만진다.
Santa Barbara는 변화가 거의 없는 곳이며, 12년만에 찾아든 지금도 변화라곤 다운타운의 번화가뿐이다.
물론 젊은 애들이 우글거린다는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적어도 하드웨어상으론 변한게 없다.
30대 초반이었던 우리가 갔을때와 40대 초중반이 된 우리가 갔을때의 느낌이 변한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변한 현실일수도 있겠다.
이곳을 다시 찾는 우리의 시야가 변한 것일게다.
이민생활이라는건 하나의 거대한 섬과도 같다.
한국에 출장을 갈때 매번 변한다는 느낌이 강렬하다.
게다가 엘에이의 변방인 팔로스버디스에 사는 나에게는 가끔 엘에이시를 방문할 때조차 변화를 느낄 정도로 외부 환경은 늘 변한다.
“그래도 당신한테 배운 학생이 대학다니면서 아는체하는거 보람스럽지 않아?”
“보람요? 그런거 잘 몰라요. 당신을 가르친 여자 선생님이 노팬티에 아슬아슬한 미니원피스 차림으로 활보한다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우자랑 함께라면 쿨하게 받아들이겠지?”
“.......우리때까지만 해도 교육이 넘 보수적이었죠......”
한시간쯤 지나 우리는 Solvang이라는 풍차로 도배된 덴마크를 패러디한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드디어 돌아오게 되는군.......왜 여태까지 여기에 다시 올 생각을 못했을까?”
자동차에서 나와 주희의 허리를 한쪽팔로 감으며 그곳에서 가장 높은 풍차를 바라보면서도 홀로 감회에 어린듯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대부분이 덴마크나 북구라파식의 악세사리를 파는 곳으로 한몫보는 곳이었기에 변할 것이 없다.
이곳은 바람이 잘 불기로 유명한 곳이라서인지 주희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긴장한다.
챙모자가 날릴까봐가서가 아니라 미니원피스가 뒤집어질 우려 때문일게다.
하지만 도톰하면서도 동그랗고 탄력있는 주희의 둔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그곳에 오는 청춘 20대 여성들을 제압할수 있는 무기로 그녀의 탱탱한 히프는 여전히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40줄에 들어선 유부녀의 섹시한 히프선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수 있지만 주희는 내게 팔짱을 찐하게 끼고 걷는다.
애정표현이라기보다는 불안감과 초조감과 수치심의 표현이 더 맞는다.
하지만 몇몇 가게들을 지나치면서 서서히 내 팔에 가해지는 압력이 잦아들면서 주희는 자신이 노팬티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잊어가는듯 하다.
“화장실 다녀올께요. 기다리고 계세요”
데쟈뷰.....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그 장소, 그 자리, 변하지 않은 곳. 변했다면 우리의 관계가 변했고 10여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주희는 왜 나더러 ‘당신도 다녀오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 전에 비하여 ‘여보’라는 자연스러운 호칭으로 변했고, 당시 내게 자신을 집어던지듯 맡겼었던 루이비똥가방은 온데 간데 없다.
대신 주희는 루이비똥 대신 샤넬핸드백을 든채로 화장실로 향했다는 것.
아, 또 다른게 있다.
나는 이곳에 그녀와 처음 들렀을때 주희의 핸드백에 여분용 팬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가 한참 혼이 난적이 있다.
하지만 주희는 내게 화를 낸뒤 오히려 그녀의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승부수에 감탄했었다.
10년이 조금 지난 주희는 그대로 핸드백을 들고 화장실을 가지만 그녀의 핸드백에 팬티가 없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알고 달통한다는 것은 싱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시 이십분 후에야 화장실에서 나온 주희의 화장은 많은 것이 변했다.
입술은 완전히 빨간 립스틱을 발랐었지만 방금전에 비하여 글로씨한 반짝이가 더해졌고 아이섀도의 라인이 투톤에서 트리플 톤으로 변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시 내 팔짱을 끼는 주희의 모습은 변한것이 없다.
주희는 어깨걸이와 가슴을 감싸는 슬립형 원피스 위에 블라우스를 걸친 투피스형의 복장을 했다.
치마 부분은 엉덩이의 절반에 꽉 끼지만 그 아래로부터는 쫘악 풀려서 개방된 아주 섹시하고 야한 것이었다.
내가 그런걸 입으라고 강제한바도 아니지만 주희는 분명 어제 저녁에 짐을 싸는 한시간 동안 많은 것을 고민했을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공중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해하고 동요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옷을 골랐을 것이었다.
2인용 자전거를 고르는 곳에 갔을때, 우리가 찾는 모델은 몇대 없었을 뿐아니라 그나마도 렌트나가 있었고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에서 운전을 하고 루프와 좌석이 달린 뒷쪽은 그냥 편하게 앉아 가는 모델이었다.
“그냥 둘이서 젓는거라도 빌릴까? 내가 페달질하면 되지”
주희는 대답도 없이 잠자코 있었다는 것은 은근한 반대와 더불어 그녀의 불쾌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한시간동안 그냥 걸어서 구경다녀요, 우리”
결국 그 자전거를 타고야 말겠다는 주희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나는 주희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가 이윽고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시켰다.
한시간이면 특정한 가게에서 죽치지 않는한 그곳을 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Dannish Chocolate점에서 초코렛을 한점씩 맛보고 북구라파식 시계점에서 시계구경을 한참 했다고 생각했지만 겨우 3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때마침 자전거점의 종업원말대로 우리가 찾던 모델의 자전거가 나왔고 주희는 그것을 보자 어린애처럼 발랑 뛰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 앉아 풍광을 감상할 주희를 위해 홀로 페닯질을 감당해야 했다.
이미 방금전에 몇번을 지나온 장소를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고 있다.
자전거가 주는 매력은 자동차에 앉아서 가는 각도와도 달랐고 선채로 걸어가면서 사물을 관찰하는 각도와도 다른 특이한 것이 있었다.
“으헉...헉헉!..........읍, 헉!, 하아, 하아.........합!”
주희를 뒤에 태운 자전거를 혼자서 저으면서 5분 만에 터져나오는 신음과 탄성이다.
겨우 이 정도에 기력이 다해서 온갖 신음과 탄성을 내지르며 거친 호흡을 해야 한다는 것이.
12년전 주희를 데리고 이곳에 왔을때도 그랬을까?
33살의 피끓고 싱싱한 젊음이 있었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 여자를 위해서라면 모든걸 다 바치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잠재해 있을때는 전혀 힘든지 몰랐을 것이다.
당시 내가 똑같은 모델의 자전거에 주희를 뒷자리에 태우고 끌면서 어쨌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지금 이때 자전거가 잠시 뒤뚱거리며 무게 중심이 변하는것과 동시에 내 등날개쭉지에 물컹한 젖가슴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운전중인 두 팔겨드랑이 사이로 또 다른 갸냘픈듯하면서도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두 팔이 끼어들면서 내 젖가슴을 감싼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착 감기는 주희의 왼쪽 안면부가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거야....그때도 그랬어.......!)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12년전 주희는 어느 순간에 자전거 뒷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후에서 나를 끌어안은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30대 초입의 남의 집 유부녀였던 주희도 내가 원하던 짧은 원피스에 노팬티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도 주희은 짧은 치마에 노팬티이지만 40이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창피한 것도 없고,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때서야 내겐 지나간 기억들, 아니 감정의 편린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주희의 안면부는 내 오른편 어깨에서 왼편 어깨로 여러번을 바뀌었지만, 노팬티에 짧은 치마가 펄럭이며 탐스러운 궁둥이가 드러나든 말던 그대로 내 등 뒤에 밀착해 있다.
그 순간부터 주희는 내게 모든걸 던지기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에게 싸인을 보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주변 상황이라던지 그런 것에 집착하는 바람에 우리의 관계는 오랫동안 힘겹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그날밤에 정식으로 청혼을 했더라면.
유부녀였던 상관없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더라면, 우리가 겪었던 고초는 안 겪어도 될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
“자꾸 뒤돌아보지 마요. 그대로 가요....저도 신경 안써요”
내가 뒤돌아보는 이유까지 주희는 알고 있다.
그녀의 펄럭이는 치마와 드러나는 희여멀건하면서도 곡선이 진 희여멀건한 엉덩이를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자전거를 움직이면서 그게 제대로 보일리가 없다는 것이며 굳이 이런 상태에서 뭔가를 확인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Solvang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다.
자전거 위에 일어서 있는 주희의 치마가 뒤집어지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주희는 더 이상 치마끝을 잡지 않았고 오직 잡은건 내 가슴일 뿐이다.
갑자기 거시기가 발딱 선다.
가슴이 뭉클해져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왜 심리적으로나 생리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는 모르겠다.
뭉클해져 온 가슴, 자칫하면 습기가 고일 눈가, 딱딱해지고 커진 생식기.
그때서야 팔랑거릴 주희의 짧은 치마와 드러날수밖에 없는 그녀의 히프가 떠오르며 주변을 살피지만 주변의 남녀노소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전혀 관심없는 대중들 앞에서 플레이를 하며 반응을 신경쓰는 형국이었다.
물론 그들중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주희의 치마가 확 젖껴지는 순간을 포착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그 목격자들을 찾아낸다던지 따져 물을수는 없는 일이었을게다.
반대로 주희의 자기 방어본능과, 감추고자 하는 본능이 지금 이 시간에야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실감할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 후에 주희는 나조차 놀랄 정도로 대담했기 때문이다.
자전거포에 도착하여 반납절차를 밟기 전에 주희는 그리 강하지 못한 완력으로 내 어깨를 붙잡아 돌린다.
“어머, 땀좀봐.....아까 당신 등에도 땀이 홍건하던데, 모텔에 가면 샤워부터 해야겠어요,........가만 있어봐요. 어린애같이, 이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손에는 손수건이 달려 있었고 그녀의 익숙한 손길에 의하여 이마와 목의 땀이 닦여졌고, 나는 고양이가 주인 소녀에게 손질을 받듯 그녀에게 모든걸 맡겼다.
시간은 넉넉했으나 늘 이 곳에 머물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주차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공용 주차장의 한켠에 있는 문 두개짜리 은색 대형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주희는 익숙한 동작으로 엉덩이 밑의 치마를 왼손으로 잡으며 가죽 쇼파에 착석한다.
나 역시 그녀의 오른편 치마의 레이스를 잡아 펴준뒤 문을 닫고 내 자리로 가 앉은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나는 주희의 빨간 립스틱과 글리터가 정성껏 칠해진 입술에 염치도 없는 내 맨입술을 맞대고 오무리기를 여러차례.
“쪽! 쪽! 쪽! 쪼오옥! 쪽,쪽!”
입맞춤 시간이 길어지자 주희의 눈이 감기며 대신 트리플톤의 아이섀도우가 발라진 눈두덩이가 크게 드러난다.
주희와 입맞춤을 나눈 내 입술엔 끈쩍한 기름기가 느껴진다.
여자들은 왜 늘상 이런 불편한 것을 발라야만 할까....가끔 생각한다.
시동기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주희는 시트벨트를 하고 등을 완전히 의자에 밀착시켰다.
14년도식 캐딜락 CTS쿠페는 조용하게 엄청난 토크를 뿜으며 순식간에 55마일 (90킬로미터)까지 좁은 2차선 국도에서 가속한다.
“아까 우리 자전거 탈때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어?”
“모르겠어요....전 그냥 일어서서 당신한테 기대고 붙잡고 있었쟎아요. 자전거를 몰던 당신이 알지 않을까요? 정말 그때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나요?”
주희는 오히려 내가 했던 질문을 받아서 내게 던지고 있다.
101번 프리웨이로 들어서며 속도가 90마일(140킬로)로 올라서자 악셀레이터에서 살짝 발을 떼면서 감속했다.
“흠흠.......안전 운행에 신경쓰느라고 남들 볼 틈이나 있나? 그래서 당신한테 물었던거야”
“왜요,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갑자기 뜨끔하는 감각이 팔뚝에 새겨졌다.
주희의 긴 손톱,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은 무방비 상태의 내 굵은 팔뚝의 표피부분을 꼬집었다.
정확히 약점을 공략했고 허를 찔린 셈이다.
하지만 그런 육신적 감각의 표시가 아니라, 주희가 아무 생각없는듯 했던 말도 내게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극히 짧은 치마에 노팬티라는 것에 대해 주희도 아까 Santa Barbara에서만도 혹시 옛 제자들을 보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에 주눅들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껍데기를 벗어던진 주희는 너무나도 내게 솔직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주희는 그녀의 아이폰 6로 내 차의 오디오장치를 원격으로 조정하며 90년대의 가요를 틀었다.
‘김밥’이라는 노래....그녀와 내가 만났을때도 이미 한철 지난 노래였건만 주희는 가끔 여행할때 이 노래를 즐겨 튼다.
순간, Honda Civic의 비좁은 실내에 요란하게 스틱으로 변속을 해가고 후가시를 넣으며 낮고 불안한 차체로 이 중장거리 여행에, 주희라는 부유하고 품위있고 아름다운 유부녀를 동행하던 시기가 펼쳐진다.
유난히 시끄러웠던 그차, 하지만 부유한 주부였던 주희는 단 한마디의 불평불만도 불쾌한 표정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은 급가속을 하건 100마일을 넘기던 무감각할 정도의 쾌적한 6기통에 투도어 캐딜락의 고급가죽소파에 앉아 미끈한 다리를 쭉 뻗고 허리를 뒤로 재끼는 동작이 너무나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주희는 그것도 지겨운듯 선바이져의 메이크업미러를 열어 화장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며 립펜슬을 꺼내 입술라인의 정돈한다.
San Luis Obtismo라는 곳, Heart Castle이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에 가려는 계획은 없다.
우리가 첫 여행을 갔을때, 나도 그곳에서는 그냥 넓기만 한 저택이라는 것 정도만 느꼈었고, 도리어 주희는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던걸 기억했었다.
당시 3천스퀘어 피트 (80평)에 살던 주희는 그녀의 삶을 패러디한 저택이 그곳이라서인지 도리어 빨리 거기서 내려오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단둘이서 56평에 해당하는 2천 스퀘어피트의 단독주택에 살며 그리 황량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스트캐슬의 사람냄새 안나는 박물관도 아니고, 사람사는 집도 아닌 역사 속의 어느 저택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기에 약 못 미치는 곳에 Enda Valley Winery라는 곳에 당도하였다.
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연록색의 물결, 포도를 재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Winery라면 샌프란시스코 이북지역이 더 유명했지만 중가주 지역도 부담없이 가기엔 괜챦은데다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Pismo Beach라는 추억의 그 장소에 다시 가는게 중요했다.
바람이 유난히 불어서 주희의 A형 원피스 치마는 펄럭이고 드문드문 엉덩이와 허벅지의 중간 부분이 시야에 스치기도 하지만 주희는 이제 더 이상 치마에 손을 대지 않은채 가볍게 나의 팔짱을 끼고 걷다가 탄성을 지른다.
나는 한손을 주희의 허리를 휘감아 오른쪽 레이스 치마끝을 붙잡은채 걸었다.
“와아......포도밭.........! 조오기 언덕 위도 그냥 포도밭이 연결되었네요. 여기서 그냥 몇시간 앉아서 그림그리면 안될까요?”
“급할거 없지 뭐. 한두군데 취소하더라도 원하는 구도가 잡혔으면 여기서 그림그려. 기다려주는건 할수 있어”
“그냥 해본 소리에요.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당신 분명 기다려준다고 해놓고 와인으로 배채우면 저더러 운전대 잡으라고요? 전 분명히 말하지만 여행때 운전, 안해요!”
경치 이야기에서 그림이야기로, 그러다가 엉뚱하게 와인과음, 그리고 누가 핸들을 잡는가가 그녀의 한마디의 말 속에서 화제가 순식간에 이동한다.
주희는 장거리 여행때 거의 운전을 안하는데, 주희의 뿔난 말을 듣다보니 그건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
12년전 나는 주희더러 짧은 원피스를 입되 팬티는 입지 말라고 요구했었고 주희는 그것을 따라주었다.
지금도 주희는 자기가 알아서 노팬티로 여행을 따라나선다.
여자에겐 무척이나 생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불안한 일임에 틀림없다.
전날의 내 정액과 더불어 질분미물, 소변찌꺼기, 일부 생리혈까지 받아들여낼 팬티가 없다는 것은 여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2피트 반도 채 안되는 그녀의 하체 속으로 야외의 온갖 흙먼지에 그녀의 여린 보지가 그대로 노출되어야 하는건 말할 것도 없다.
실내로 들어간 주희와 나는 계속해서 조금 격한 논쟁을 하며 와인을 골랐다.
찾아간 곳은 그리 비싼 와인류는 아니었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품질좋은걸 고를수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25불짜리 샤도나이와 피놋누아르를 한 병씩 구입했고, 나중 저녁때 디져트로 먹을 진판델 포도 한송이를 구입했다.
바깥으로 나가 자리를 잡자마자 주희는 주차장으로 걸어가, 조수석 차문을 열고 구입한 와인 두병과 포도를 넣고 계속 뒷좌석을 뒤지고 있다.
바람이 펄펄 불며 그녀의 밀짚모자와 치마의 레이스를 흔든다.
주희의 짧은 원피스자락은 완전히 위아래로 재껴졌고 허벅지까지 끼어든 커피색 스타킹의 허벅지 끝선까지 드러났지만 엉덩이는 결국 보이지는 않는다.
어지간한 미니원피스는 어지간한 바람에 엉덩이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어 있다고 한다.
자바에서 디자이너로 일한적이 있는 주희가 내게 가끔 하던 말이다.
뒷좌석에서 2B연필과 A4용지의 두배에 해당하는 소형 스켓치북을 꺼내온 주희는, 파라솔에 앉자마자 와인은 뒷전인채 앞의 풍광을 스케치한다.
주희는 선글라스를 벗고 다리를 꼬고 장시간을 그렇게 있다가, 다리를 다시 바꾼다.
그녀가 향한 방향은 언덕 아래 포도농장이 보이는 곳이었기에 치마가 허벅지를 완전히 드러낼때까지 축 쳐졌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주희는 커피색 스타킹을 신었다.
그녀가 다리를 꼬자 허벅지 끝의 밴드가 드러날 정도로 치마가 뒤와 아래로 젖혀졌다.
이런 장면, 그렇게 살짝 풀어진 상태로 여자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장면이 상당히 섹시하긴 하다.
다리를 꼬며 치마는 뒤로 젖혀진채 허벅지 끝선을 감싸고 있는 스타킹의 밴드, 그 위에 살짝 노출된 히프, 내 여자지만 정말 아름답다.
초여름의 바람과 더불어 그녀의 머리결과 치마끝이 살짝 흔들리며 약간 비릿한 보징어 냄새가 내 흉부로 찾아든다.
아까부터 운전해서 올때부터 좁은 차 안에서는 전혀 주희의 보징어냄새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쩌면 습관이 되어서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다.
평소 주희와 외출을 할때 주희가 팬티를 입었을때는 보징어 냄새가 안나지만 노팬티때는 확실히 보징어냄새가 나긴 한다.
순간적으로 주희를 덮쳐 이곳에서 섹스를 하고픈 욕망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녀의 작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놓아둔채 주희의 그림그리는 장면, 치마가 허벅지 전체를 드러낸 모습을 스마트폰에 몇장 담았다.
몇잔을 조금씩 시음하다가 풀 글라스로 시킨 와인은 백포도주 계통의 샤도나이.
실은 주희가 고른 와인이었고 나는 잠시 라벨을 보다고 기쁜척 동의해주었을 뿐이다.
주희는 와인이나 리쿠어에 대해 조예가 깊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공부를 했다.
12년전, 다른 사내의 아내였던 주희의 집에 엉겁결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집 주인은 미주가였다 했고, 30여종의 와인과 또 다른 30여종의 값비싼 세계 각국의 위스키들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막상 그 집의 주부였던 주희는 거기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던 나는 열심히 술의 레이블을 읽고 맛을 궁금해 했지만 주희는 거기에 대해 냉랭했다.
(뭔지는 몰라요. 남편이 비싼 돈을 주고 산거래요. 비싼거니까 좋겠죠 뭐.)
그럼에도 생각지도 않게 주희가 나를 위해서 용기있게 따들었던 술은 무려 $200짜리였다는걸 나중에 검색해 보고나서야 알았다.
웬지 향부터가 범상치 않았고 쫙쫙 빨아들여지면서도 기분좋게 취하는것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그 덕에 한 가정의 주부인 주희와 더불어, 그녀의 남편과 공유하는 침대 위에서 주희와 당시 남편의 결혼사진이 내려다보는 아래서 대담하게 정사를 치를수 있었다.
주희는 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그녀가 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때 전공과는 관계없이 학부에 와인클래스까지 수강했을 정도였다.
지금 내 집의 응접실에는 20개를 꽂을수 있는 와인 테이블이 있지만 실제로는 10여종의 와인밖에 없다.
와인을 많이 진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주희에게 배웠다.
병을 안 딴 상태로도 오래 있으면 맛이 변하기에 적은 양만 구입해서 마시고, 수시로 새로운 것을 구입하는 것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이던 보드카던 위스키던 멕시코산 선인장 댓킬라던, 마트나 대형리쿠어 스토어를 가도 그녀를 대동하지 않으면 나는 술을 구입할수 없다.
(전남편 대니의 취미라면 무조건 미워했죠. 내게서 남편을 앗아가버린 취미중의 하나였으니깐요. 근데 지금은 오히려 술에 흥미를 갖는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이 술을 너무 좋아하니깐 맞춰주려다가 그리된것 같기두 하구...)
술에 대해 철저히 냉담하던 주희가 지금 대가가 된 것은, 내가 밖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주희는 고백한다.
술을 마시는 장소는 집이어야 했고, 같이 마시는 사람도 주희여야 했기 때문이다.
(술생각나면 일하는 도중이라도 전화나 카톡줘요. 조미료 범벅인 바깥 안주보다 정성이 들어간 안주가 더 좋쟎아요? 누구보다 예쁜 여자가 술시중드는데 바깥에서 굳이 마셔야 하나요?)
실은 밖에서 술을 마시는건 고작해야 1년에 2회에 불과하다.
물론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분위기와 친교를 마시는것이지만 주희는 그런 것에 대해 별로 이해를 하려하지 않는다.
“어머, 벌써 반이나 드셨네?”
주희의 스켓치북에 연필의 데싱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스켓치북을 내려놓고 와인잔을 들고 내게 건배를 청한다.
(이건, 어때요? 치마 부분이 너무 긴가요?)
이번 여행만도 주희의 가방에는 6벌의 미니원피스와 5벌의 잠옷과 실내복을 겸한 미니뷰티슬립, 두벌의 윙과 원피스 위에 걸칠 세벌의 블라우스, 차가운 밤공기나 갑자기 추워질수 있는 날씨를 대비한 두벌의 얇고 긴 코트, 속에 입을 섹시한 세벌의 언더웨어, 몇벌의 긴 스타킹, 세벌의 소프트 브래지어와 한벌의 하드 브래지어가 들어가 있었다.
그걸 아는 이유는 여행 삼일전부터 주희가 드레싱 룸에서 오래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들어가 보았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그녀에게 내가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주희가 가져오거나 준비하지 않은게 있다면, 바로 ‘팬티’였다.
팬티를 입지 않고 극히 짧은 치마, 게다가 어떤 것은 쫙 펴지기까지 하는 치마를 입고, 5박 6일동안 여벌의 팬티 한장 없이 긴 여행을 떠났을땐 내가 반드시 해주어야 하는 배려였다.
술을 깨야 한다는 주희의 억지에 우리는 팔짱을 낀채로 근처를 산책했다.
바위가 있는 조금 높은 곳에 도달하자 또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보통 여자같으면 꺼려할것 같았지만 지평선까지 펼쳐진 포도농장의 장관을 그저 놓치기는 싫었다.
주희의 몸을 낀채로 우리는 그 바람을 한참 맞고 있었고 내 왼편의 몸에는 그녀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나는 주희의 몸을 조심스레 내게로 돌렸다.
그녀의 거울같은 선글라스를 벗길때 마치 팬티를 벗기는것 같은 가벼운 흥분이 인다.
종류를 정확히 알수 없는 트리플 색상의 아이섀도우와 가운데는 두텁고 관자놀이까지 길쭉하게 그어진 아이라인, 정돈되게 서 있는 눈썹이 드러난다.
“남편 앞에서 아름다운 눈을 가릴거야?”
“적당히 가리는 것도 좋죠?”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주희의 길쭉하고 부드럽고 도톰한 입술, 빨간색 립스틱과 반짝거리는 립글로스가 섞인 섹시한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고 오므렸다 폈다.
“쪽, 쪽, 쪽”
주희의 입술도 내 입술과 동시에 쪽쪽거리며 오무렸다 펴는 협력운동을 한다.
사실 그런 종류의 뽀뽀는 서로가 오무렸다 펴는 시간에 차이가 있는 것이 더 좋긴 하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이 오무렸다 펴지는 시간에 오차가 있을때까지 계속 키스신을 벌였다.
늘상 느끼지만 주희의 입술은 약간 미끄러우면서도 접착제가 발라진것 같은 감촉은 일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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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출근을 앞에 두고 집의 거라지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가벼운 포옹과 동시에 입술을 맞춘다.
아침의 주희는 다소 길죽한 홈드레스에 가벼운 베이직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웃눈썹을 길게 그렸고 모노톤의 아이섀도우를 가볍게 그렸고 컬러 립글로스를 바른 상태로 나를 배웅한다.
아주 기초적인 색조화장이지만 아침에 일어나 그 정도만이라도 할 시간은 그리 녹녹치 않을 것이다.
출근 키스는 그냥 습관이 되었다.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웬지 찝찝하고, 막상 입맞춤을 해도 별 감정도 없다는 그런 느낌.
쪼조조족!~ 쪼오옥!.. 쭉, 쭈우우욱!.....쪼옥! 쩝~
(하아.......오늘 금요일이라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해요. 아무때고 전화해주실수 있죠? 매시지나 카톡도 좋아요)
(음.........노력할께)
(세시에 끝나요. 일찍 들어오세요, 당신!)
매일 얼굴보는 사이가 된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도 금요일날 하루 종일 학교에 있을때 전화해달란다.
일하다보면 괜히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 나름 노력을 하긴 하는 남자라는 것을 자부하며 출근길에 나선다.
(연이사님, 사모님이랑 금슬이 좋으신것 같아요.)
내가 오래전에 채용한 Jane이라는 32세의 미혼여성은 출근하자마자 나를 아래 위로 살짝 스캔하면서 뜻모를 소리를 지껄인다.
(그냥 그런저런 평범한 부부일뿐이죠 뭐)
내 사생활적인 이야기는 남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묻지도 않는다.
사생활을 이야기하다보면 나와 주희의 결혼이력에 대해서도, 내가 말하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미루어 짐작할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불륜커플 출신이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약점이었다.
남자인 나는 상관없지만 내게는 최소한 주희가 그런 식으로 불륜 유부녀 출신이라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견딜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커뮤니티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것이다.
(아침부터 웬 부부 금슬 타령?)
(말씀하실때 연이사님 입에서 루즈 냄새 나는거 모르시죠? 연이사님께서 사무실로 들어올때부터 여자 향수냄새 배어있고 제가 결재받으러 책상에 가면 화운데이션 냄새까지 베어 있으세요. 사모님도 정성이 대단하시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렇구나, 집사람이 꼼꼼한 편이기도 하지요.)
(연이사님은 여자 입장에서 보아도 매력적인 분이에요. 근데 웬만큼 똑똑한 여자가 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분이세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고 단호한 면이 보이는 그런거요.......그래서 절세미녀인 사모님을 얻으셨을지도 몰라요. 사모님 연세를 안지 얼마 안되었지만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요. 저랑 비슷하거나 한두살 언니 정도?)
(예끼, 이 사람, 농담도.....내가 도둑놈인줄 아나?)
그렇게 가볍게 여직원과 유모로스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내 방으로 가는 순간 불편한 마음이 살짝 스쳤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도둑놈이라는 단어는 띠동갑에 가까운 여자를 취한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도둑놈 맞다.
권태기에 빠진 남의 아내를 도둑질했었으니깐.
입술뽀뽀, 프렌치키스, 혀키스, 목키스는 기본이고 보지빨기에 항문빨기까지 코스로 해치웠고, 질내사정에 대해 거부감을 비치던 주희의 의사와 관계없이 늘 질내사정을 해댔고, 그것도 모자라 내 흔적을 그녀의 몸 속에 오래 남기게 하기 위해 질세척도 못하게 했으니깐.
남의 유부녀였던 주희에게 노팬티 미니스커트를 강요했고, 나만을 위한 특별하고 정성스러운 화장을 요구했으니깐.
유부녀였던 주희의 집에 가서 그들 부부의 침대 위에서 주희를 안고 딩굴면서 그 집의 문패를 떼어버리고 내 문패를 올리겠노라고 소리쳤으니깐.
남의 아내이며, 유부녀이며 남의 집 가정주부를 임신까지 시킨적이 있으니깐....
그녀가 주희를 절세미녀라고 표현하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리긴 하지만 Jane이라는 여자가 나와 손발을 맞추는 일을 하면서 나의 그런 면까지 세세히 분석했다는 점이 거부감이 들었다.
하긴 몸매는 비례가 완벽했고 165센치의 키도 적당했고 52킬로의 몸무게도 적당했다.
무엇보다도 쭉쭉 뻗은 전체 실루엣에서 움푹패인 허리와 미끈하게 역삼각처럼 내려가는 허벅지를 이어주는 주희의 큰 엉덩이는 중간이음새가 아닌 그녀의 몸의 중심이었다.
주희는 히프가 다른 여자와 비교하여서도 무척 크지만 주책없이 면적만 넓은게 아니라 아주 동글하게 곡선지어져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주희의 히프는 오히려 그리 커보이지는 않다.
아주 크진 않지만 툭 튀어나온 유방도 숨길수 없는 것이었다.
주희의 처녀시절, 아니지.........이렇게 말할때는 좀 슬프다....
남의 집 유부녀 시절 그녀는 49킬로였다.
10년의 세월이 지난후의 52킬로라면 그리 늘어난 수치도 아니고 눈으로 쉽게 보이는 부분도 아니었다.
또한 주희와 어딜 가던 늘 남들의 눈길을 끄는건 사실이었다.
주희는 가끔 회사에 쳐들어와 음식을 챙겨주거나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는 일이 있다.
실은 내가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지 감시하는게 주목적이었지만, 도리어 여직원들은 주희의 풍모에 더 주눅드는것 같았다.
두 여직원들은 주희보다 7살에서 10살에서 젊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들에게 들은 절세미녀라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이었고, 주희에 대한 같은 여자로서의 완벽한 항복문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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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내 손은 그녀의 치마속, 아니 바로 엉덩이로 기어 올라간다.
오른쪽 손등에는 그녀의 치마의 질감이 느껴졌고 손바닥에는 주희의 히프의 부드럽고 단단함이 느껴졌으며, 손가락에는 그녀의 피부에서 전해져 오는 말초적 감각들이 전해진다.
42세의 나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탓에 아직도 탱탱하고 부드럽다.
어느덧 내 손가락은 그녀의 허벅지 가운데를 통과하며 손등에는 물컹하고 축축한 두개의 산등성이 비슷한 것을 통과한다.
그녀가 들고 있던 스켓치북을 살짝 뺏어 들었을때 전혀 저항감없이 느껴진다.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스켓치북을 그녀의 왼편 엉덩이의 치마를 가려준다.
하지만 오른편 검지 손가락은 날카롭게 그 산등성이같은 곳을 저항없이 뚫고 올라간다.
“우우웁............으”
주희는 가벼운 반항을 하지만 입술이 내 입술에 점령당했기에 엉뚱한 신음소리로 바뀐다.
주희는 다리를 그리 벌리지 않았지만 내 손가락이 저항없이 뚫고 올라갈수 있다는 것에 나는 비애감을 느낀다.
그녀와 첫날밤을 보냈을때, 싱겁게 삽입이 되었던 그 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름 어렵게 삽입이 되고 그 고통에 몸부림칠 여인의 모습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이곳에 처음 왔던 그날, 아니 그 몇달 전에 첫날밤을 보냈을때,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한지 6년이 되어가는 유부녀의 보지는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것을 환산한다면 주희는 두 남자와 7년 더하기 10년의 결혼생활을 한 셈이니 보지가 헐렁한 것을 문제 삼을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참을수가 없다.
이런 여자와 왜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신은 왜 처음부터 숫처녀 숫총각으로 서로를 만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때, 이미 그녀의 보지는 그리도 헐거워져 있을수밖에 없었을까하는 생각은 엉뚱한 남자인 대니의 패니스에 의해 몇년간 부지런히 뚫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분노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낯선 정액에 온통 속이 적셔졌을 그녀의 질내를 떠올리자 입술을 깨물고 싶어졌다.
“하아.......하아........우웁......으으아.....”
주희는 조용하지만 정숙한 신음을 내질렀다.
물컹물컹하고 보돌보돌한 질벽의 터널이 떨리고 있음을 내 손가락을 통해 나의 뇌리로 전송한다.
충분히 적셔진 내 손가락은 이제 보지의 뒷편을 찾는다.
주희의 보지는 다른 여자에 비해서 좀 더 밑에 있어서 항문과는 아주 가까왔다.
그렇지만 손가락이 보지에서 항문으로 옮기는 것, 더군다나 이렇게 서 있는 상태에선 그리 녹녹치는 않았다.
왜냐하면 주희의 히프는 상당히 도톰했고 안으로도 내실이 있었기에 항문의 위치가 상당히 깊은 편에 속했다.
부르르.....살짝 주희는 바이브레이션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을때 내 손가락에는 조금 다른 피부의 질감과 주름을 만났다.
우우웁........
다시 입술을 포갠 상태라 주희는 입이 막힌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대신 그녀의 콧김이 격해지고 뜨거워지고 있다.
젖은 손가락은 주희의 항문주름을 닦아내고 있다.
“화장실 안 가도 돼?”
“괜챦아요”
우리는 적당히 그 정도 선에서 끝맺었다.
“언제 스켓치북이 당신 손에?”
“당신 치마 가려주었지”
“맨궁둥잇살을 가려준거겠죠?”
주희의 표정은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은 표정으로 역시나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같았다.
스켓치북의 소재가 아닌, 자기를 지켜줄 남자임을 확신했을때 자신의 확신과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같은거다.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그것도 노팬티로 일주일 가까운 외지여행을 다니는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일깨워준 것은 나였지만, 본인도 그런 적당히 불안한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차 안에 들어가자 주희는 물티슈를 뽑아 정확히 내 오른손을 닦아준다.
자기의 보지와 항문을 만진 손이 오른쪽 검지와 중지였다는 것을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니.
“이쪽 봐봐요”
그 다음으로는 마른 휴지로 내 입술을 꼼꼼히 닦아준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지에는 버얼건 색상이 크레파스처럼 묻어나고 있다.
주희의 입술에는 립스틱이 여전히 발려져 있었지만 표피 바깥 부분의 반짝이는 색상은 전부 죽어 있었고 주희의 입술라인 바깥으로 잘못 칠한 크레용처럼 립스틱이 번져 있다.
주희는 여행이나 외출중의 바깥 키스를 경험한 뒤에는 늘 내 입술의 흔적부터 지워준다.
이것이 끝나고 나서야 주희는 선바이져를 열어 메이컵 미러를 보며 그녀의 입술을 체크하며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나서 핸드백을 열어 거즈로 번져진 립스틱을 지운다.
그 다음엔 빨간 립스틱이 남아 있는 입술의 표면에 다크핑크 색상의 립스틱을 덧바르고 있다.
227번 도로를 타고 다시 101번 도로를 타서 20분쯤 지나자 6시가 지난다.
태양이 그 시간까지도 작렬하는 피츠모 비치에 도착하였다.
말없이 꾸벅꾸벅 졸던 주희는 진입로변에 도착하자 눈을 번쩍 뜨고 좌우를 살핀다.
하지만 진입로에서부터 그 지역의 풍광은 많이 변했다.
내륙쪽인 오른편은 비록 번화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주택가가 건설되어 12년만에 찾아가는 우리에겐 어색함을 선사한다.
차내의 네비게이터는 코테이지 인이라는 곳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좀 낯설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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