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도발 : 여신 & 윤기숙
지혜가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 차림으로 내 등 뒤에서 나를 보고 웃고있다. 그런데 그 원피스는 깊게 파인 브이(V)넥이고, 그 브이(V)넥 아래로는 단추 3개가 가슴에서 배꼽 근처까지를 단단히 잠그고 있다.
내가 돌아서서 지혜를 볼 때, 차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린이 떠오르면서 걱정되었다. 나는 우선 지혜가 오피스텔 건물을 빠져나가는 것을 무슨 수로든지 막고, 아이린에게는 빨리 이 상황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 지혜가 이 시간에 웬 일이야?"
"자려고 하니까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엄청 땡기는데, 냉장고에 없는거야. 그래서 요 앞에 편의점에 갈까 해서.."
"그럼 왜 계단으로 내려와? 거기서 혹시 누구랑? .. 흐흐흐"
"이 시간에 아이스크림 먹을껀데, 살을 조금이라도 어떻게 해야죠. 오빠는 자기가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러는 줄 알아?"
"지혜 너는 평상시보다 요렇게 버러럭 할 때가 엄청 귀여운 것 알아? 하하."
"진심?"
"정말. 리얼. 혼또니."
"그럼 오빠한테는 항상 버러럭 할꺼야. 알아서 해."
"맘대로. .. 아이스크림이라면 나한테도 있거든요. 올라가자."
"그럼 나야 좋지만, ... 지금 오빠 방에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인데 .."
"그럼, 복도에서 기다려. 내가 통째로 갖다줄께. 아니면 네 방에서 기다릴래? 겨우 그것 때문에 이 시간에 지혜가 건물 밖에 나간다는 것도 그렇잖아?"
"그럴까?"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겨우 7층까지만 올라가는데, 나에게는 마치 70층을 올라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겹게 느껴진다. 지혜가 순순히 따라와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지혜는 자기방으로 가지 않고 7층으로 나를 따라왔다.
"기다릴래? 아님 들어와서 같이 먹을래?"
"어? .. 들어가지 뭐."
"그럼 냉장고에 찾아봐. 나는 화장실에 가서 손좀 씻을께."
지혜가 원피스를 펄럭이며 모퉁이를 돌아서 주방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선 바지 주머니에 있는 전화기를 꺼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린에게 톡을 보냈다.
"지혜가 편의점에 가려고 나가는 것을 내 방에 데려다 놨어요. 혼자 집으로 가세요."
혹시라도 답장이 올 지를 몰라서 아이린과 대화하는 카톡 창을 열어놓은 채로 전화기를 옆에 두고 나는 세면기에 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그런데 다 씻고 나올 때까지 아이린에게서 답장은 오지않았다.
나는 소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지혜에게로 가서 옆자리에 앉았다..
"맛있어?"
"죽인다. 오빠도 먹을래?"
"아냐. 나는 에스라인에 도전하는 중이거든요. 너 먹는 것 보고만 있어도 맛있다. "
"오빠가? 에스라인? 오빠, 왜 이렇게 웃겨? 하하."
"체하겠다. 아이스크림 먹고 체하면 약이나 있을란가 모르겠네."
"자꾸 웃기면 진짜로 체한다. 하하."
방안이 더운 것도 아닌데 지혜는 원피스의 앞에 브이(V) 넥 아래쪽에 있는 단추 1개를 풀어놓고있다. 그 단추는아까 엘리베이터에서만 해도 분명 잠겨있었다.
지혜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몸을 약간 숙이고 있어서, 지혜의 쇄골에서 아래로, 또 브래지어가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두개로 갈라지는 곳, 그리고 양쪽으로 두개의 뽀얀 살덩어리가 볼록 솟아 오른 부분까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원피스의 아랫자락도 사타구니까지 위로 접혀 올라가있다. 눈부실 정도로 뽀얀 허벅지 사이에서는 볼록 튀어나온 빨간색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지혜에게는 눈길을 둘 데가 마땅치않아서,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고, 리모콘으로 TV를 켰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바꾸고 있는데, 지혜가 갑자기 내 손에 있는 리모콘을 빼앗아서 TV를 꺼버렸다.
"오빠, 평소에 안하던 짓을 왜 하는거야?"
"평소에 TV 보거든요."
"내가 지금 TV보는 걸 말해? 왜 내 가슴을 들여다보느냐고."
"참나. .. 보라고 풀어놓은 것 아니었어?"
"아니거든요."
"알았어. 아니라면 미안해."
"또 볼꺼야?"
"보지말라면 안봐야지."
"보지말라고 했다고 안보겠어? 안보는 척 하고 다 볼꺼면서."
"어? 어떻게 알았지? 하하."
"오빠니까 봐준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콱!"
지혜는 한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더니 내 코 앞에 대고 흔든다. 다른 손으로는 사타구니까지 접혀 올라간 원피스 아랫자락을 천천히 끌어 내린다. 그러나 열려있는 단추는 채우지 않고, 양쪽으로 벌어져서 약간 젖혀진 옷자락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혜는 마치 내가 가슴만 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아래쪽에 허벅지 사이를 본 것도 지혜는 분명 알고있을 것이다. 지혜의 뺨에는 붉은 색이 스며들고, 지혜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서 내 눈길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아침을 일찍 먹고 공부하기로 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혜나 나나그냥 하는 말이었을 뿐 별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지혜는 자러 내려가겠다고 일어섰고, 나도 지혜를 데려다주려고 같이 일어섰다.
지혜는 현관을 향하여 앞장서서 걷는다. 그런데 엉덩이쪽에서 원피스 아랫자락이 접힌채로 펴지지 않아서 조그만 빨간 팬티가 가리고 있는 큼직한 엉덩이가 보였다. 이상하게 지혜는 빨간 팬티가 감싸고 있는 엉덩이를 유난히 씰룩거리는 것 같다. 지혜는 현관에서 신을 신고 보통때처럼 내 입술에 키스를 여러번 했다.
나는 밖에 나가기 전에 지혜에게 엉덩이에 원피스 자락이 올라가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뭐야아아. 그럼 오빠는 여기까지 오면서 다 본거야?"
"엉덩이랑 빨간 팬티? 그것 말고 또 볼꺼나 있어?"
"여신 엉덩이랑 팬티를 봐놓고, 또 뭘 더 보려고?"
"나도 방금 잠깐동안 얼핏 봤거든. 별로 본 것도 없어. 안심해."
"오빠 완전 응크미네. .. 그런데 예쁘기는 해?"
"뭐가? 빨간 팬티?"
"오늘 본 것 전부 다. 가슴이랑, 엉덩이랑, 팬티랑."
"야. 여신한테 예쁘지 않은 것이 있기나 해?"
"하긴. .. 내가 쫌 .. 하하."
"그런데 너 오늘 완전 도발한 것 알아?"
"앞으로 두고 봐. 계속 그렇게 쭈욱 갈꺼니까. 하하."
"하긴, 뭐. .. 여신께서 도발하시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우리는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계속 키스했다. 지혜가 나와 키스하는 것이 이제는 지혜에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오늘은 지혜가 가슴을 나에게 더 세게 밀어붙이고, 또 한쪽 다리로 내 허벅지를 감는 것도 훨씬 힘을 많이 주어서 세게 감고, 또 훨씬 오래 했다.
이번에 지혜를 데려다주는 데에는 평소보다 시간이 세배 정도 걸린 것 같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이린은, 내가 어제 부탁한 대로, 아침 8시에 내 방으로 와서 나를 깨웠다. 아이린은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나는 아이린을 도와서 그릇을 씻고 청소도 했다.
우리는 10시쯤에 지혜와 경식이를 불러올렸다.
지혜는 너무 이르다고 투덜거렸지만 밥 한공기를 모두 비웠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 내내 얼굴은 붉은 색이었고, 자꾸 다리를 내 다리에 대고 비볐다. 경식이는 오래만에 잠을 푹 자서 오늘 공부하는데에 컨디션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좋아했다.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린은 지극히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아이린은 나와 눈길이 자주 마주치고, 아이린의 뺨에도 붉은 빛이 감돈다.
"오늘은 11시 30분부터 4시까지 공부하자. 콜?"
"콜."
"준비해서 30분 후에 올라오세요."
애들은 내려가고, 아이린은 설거지를 하고, 나는 샤워를 했다.
우리가 공부하는 동안에 아이린도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무지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딱한 아이린은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이 모습을 본 지혜가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엄마가 졸고 있으면 우리 전부 다 졸립거든. 차라리 가게로 가서 청소라도 하세요."
"아이 참. 어제 밤에 잠을 설쳤더니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공부는 공부거든요."
아이린은 지혜에게 잔소리 몇번을 듣고 나서, 가기 싫어하는 발걸음으로 오피스텔을 나섰다. 우리는 4시까지 논스톱으로 공부하고 끝냈다.
어제 밤에 지혜가 말한 대로 지혜의 도발은 공부하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남방 앞의 단추를 세개나 풀어놓는 바람에 나는 계속 긴장해있었다. 별로 더운 날씨가 아닌데도, 덥다면서 결국은 아예 남방을 벗어버렸다. 그런데 다행히도 남방 안에는 어깨끈이 있는 민소매를 입고있었다.
지혜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가르쳐주었다. 지혜는 열심히 듣고 이해는 한다. 그런데 지혜는 자꾸 내게 기대오거나, 자기 다리로 내 다리를 감거나 비비는 일은 계속했다. 그래도 나중에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는데, 두개만 틀리고 다 맞았다. 지혜는 얼굴에 여유있는 웃음을 짓고있다.
아이린은 지혜의 오피스텔에 점심을 준비해서 4시에 먹도록 해주었다. 밥을 먹고 나서 경식이는 놀러 나가고, 지혜는 내 방에서 공부를 계속한다고 했다. 아이린도 지혜와 함께 내 방에 머무르면서 가끔씩 PC방에 가보겠다고 했다.
윤기숙에게서 카톡이 왔다.
"설계실습실에서 만나기러 했어요. 6시에 정문에서 만나요."
나는 준비를 하고 5시 반쯤에 텔을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공하던 지혜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오늘도 어떤 여자랑 만나는거지?"
"여자도 오고, 남자도 와. 후배들이랑 같이 공부하러 가는거야."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안될 것은 없지만, 지혜가 엄청 지루할텐데?"
"그냥 해본 소리야. 긴장 풀어. 하하."
나는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으로 차를 타고갔다. 윤기숙은 정문 안쪽에 잇는 벤치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윤기숙의 앞쪽에 차를 세웠다. 윤기숙이 나를 알아보고 일어서서 차로 오는데, 미니스커트와 제법 깊게 파인 라운드티를 입고있다.
윤기숙을 차에 태워서 건축학과 설계 실습실로 갔다. 거기에는 이미 한철수와 오하영도 와있다. 얘네 커플을 보니까 내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래도 나는 태연한 척 하고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윤기숙도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앉는다. 내 팔에는 윤기숙의 가슴이 눌려온다.
"오빠."
"형."
"이 웬수들."
"헤헤."
저들은 신세타령과 걱정거리들을 이야기 하다가 하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일반 물리학이나 수학은 단원별로 나누어서, 각자 미리 준비해온 것을 발표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만 내가 코멘트를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만나는 날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으로 정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오하영은 벌써 술타령이다. 기특하게도 나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오빠, 오늘은 우리가 한잔 살께요."
"차 가져와서 못마셔."
"대리 안돼요?"
"안돼. 이따가 엄마한테도 가야하고 .."
"저 나이에도 엄마타령이네. 오빠는 아직도 마마보이야?"
그런데 조용히 듣고있던 윤기숙이 갑자기 내 팔을 흔들며 말했다.
"오빠, 오늘 오빠랑 신촌 권혜주한테 가기로 약속 했는데, 어떻해요?"
"그 약속을 누구랑 했는데?"
"권혜주."
"너도 참. .. 가는 건 나랑 하면서 약속은 왜 혜주랑 한대?"
"오빠는 당연히 가는 줄 알았죠. 내가 가는데, 어떻게 오빠가 안갈 수가 있어?"
"뭐야? .. 그럼 철수랑 하영이는?"
"안타깝지만 쟤네들은 다음 기회에..."
"싫어. 우리도 낄꺼야."
"그럼 가더라도 우리 서로 쌩까고 따로 놀자. 알았지?"
나는 세명을 모두 태웠다. 윤기숙은 내 옆자리에, 커플은 뒤로 탄다. 나는 신촌으로 갔다. 가면서 나는 윤기숙에게 무슨 일로 신촌에 가는가를 물었다. 윤기숙도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장님이 룸 얘기를 했잖아? 내가 그 룸을 오늘 저녁에 예약했거든."
"그 룸에서 뭐할껀데?"
"글쎄? 아직은 딱히 ..."
"뭐야? 기숙이가 오빠랑 룸에 간다고?"
"형, 기숙이랑 둘이만 가는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나야. 뭐. .. 오빠 확 잡아 먹을꺼거든. 하하하."
나는 이 셋의 밀당질에 또 낚이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웠다. 스터디에서 공부할 계획도 세워졌고, 나도 같이 하겠다고 승낙을 했는데, 나한테 더 이상 무슨 일이 생길수 있을까 생각하고 안심을 하려고 했지만 뭔가가 불안하다.
와인바 앞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혜주가 타이트한 검은 원피스차림으로 몸의 볼륨을 유난히 강조하며 나와 윤기숙을 안쪽에 있는 비지니스룸으로 안내한다. 한철수와 오하영은 닭쫒던 개처럼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고 서있다. 나는 그 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윤기숙은 불만에 찬 표정으로 한철수에게 한마디 한다.
"그 대신에 분위기 보고 알아서 적당할 때 일찍 빠져."
"걱정 마."
권혜주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앞장서서 걷는다. 그녀는 룸 앞에서 문을 열고 우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권혜주가 따라들어와서 미리 준비해둔 양초에 일일이 불을 붙인다. 테이블과 주변에 크고 작은 색색의 양초가 있는데, 20개는 되는 것 같다. 벽에는 두개씩 세개씩 묶어놓은 고무풍선도 있고, 리본도 걸려있다. 한철수와 오하영의 입이 벌어진다.
테이블 앞에는 넓직한 공간이 있고, CD 플레이어와 서라운드스피커도 있다. 그런데 이 CD 플레이어에는 USB 단자도 있어서 고객은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MP3 파일로 USB 에 담아와서 재생을 시킬 수 있다. 윤기숙이 자기가 준비해온 USB를 꽂아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테이블에는 와인과 안주가 준비되어있고, 권혜주는 윤기숙과 함께 과일화채를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한철수와 오하영이 내게 물었다.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글쎄? 석가탄신일?"
"그런데 뭐지? 기숙이 쫌 오바하는 것 아니야?"
"형, 혹시 형이 오늘 기숙이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는 것 같은데요?"
"미친. 넌 제발 철좀 들어라. 쓸데없이 헛소리 하지말고 와인이나 열어."
"오빠, 내 말이!"
"내 계산으로 술과 안주 그리고 룸까지 하면 20만원으로도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윤기숙이네 집이 아무리 부자라고는 해도 이것은 쫌 이상하잖아?"
"야 임마. 내가 윤기숙한테 프로포즈를 왜 하느냐고. 그것부터 우선 오하영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해볼래? "
"맞아. 이 한심한 철수는 한수정 언니 얘기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오빠가 이해하세요."
"하영이 너도 한수정을 보지도 못했잖아?"
"오빠, 오빠랑 한수정 언니의 러브스토리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시죠?"
"그거 다 지난 옛날 얘기인데 뭘 아직까지 그러냐?"
"그 얘기는 우리과 여자들이 두고두고 엄청 부러워하는 스토리예요. 이 오빠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한수정 누나 이번 여름 방학때 들어온다는 말도 있던데요?"
"글쎄? 졸업 때문에 시간이 날지는 자기도 모르겠단다. 수정이 본인도 모르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드디어 권혜주와 윤기숙이 과일화채와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권혜주는 와인잔 두개를 더 가져왔다. 한철수는 잔마다 와인을 따르고, 권혜주는 그릇에 화채를 담았다. 윤기숙은 권혜주에게 오하영과 한철수를 소개하고 서로 인사를 시켰다. 권혜주는 한숨을 쉬면서 한마디 했다.
"미리 말했으면 충분하게 준비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부족하겠다."
"미안해. 나나 철수는 쫌 있다가 나갈꺼야."
"그런데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정도 파티를 하는건지 알고싶은데.."
"한철수.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황공하면 됐지, 그것이 왜 궁금한데?"
"글쎄. 우리는 그냥 와인마시러 오는 줄 알고 따라왔는데, 와서 보니까 이건 뭐 ..."
"기숙아, 사실 나도 쪼끔 궁금하기는 해."
"그러지 말고 한잔씩 마시고 나가. 여기는 나랑 오빠가 알아서 할꺼니까."
나는 오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궁금했다. 권혜주는 일해야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윤기숙은 마시자고 했고, 우리는 건배를 하고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오하영과 한철수는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잔을 비우자 윤기숙이 오하영과 한철수를 쫓아냈다. 두 사람은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룸을 나갔다.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윤기숙에게 물었다.
"나한테도 말해주지 않을꺼니?"
"오빠는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데요?"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
"알긴 알더라도 오빠 입에서 하는 말로 직접 듣고싶어요."
"도대체 무슨 일로 우리가 지금 이 룸에 있냐고."
"하아. .. 천천히 얘기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야아아.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냐?"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오빠만 몰라? 그게 말이 돼요?"
"여자가 촛불을 켜고 남자랑 와인을 마신다는 말은 로맨틱하자는 말인데..."
"내가 오빠랑 로맨틱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글쎄?"
"일단 한 잔 마셔요."
윤기숙은 와인이 그녀의 입맛에 딱 맞는다면서 더 마시자고 했다. 혀를 꺼내서 자기 입술을 핥는 윤기숙은 더없이 요염한 요정같은 모습이다. 가끔씩 내 팔에 가슴을 밀어붙히거나, 내게 입술을 삐쭉 내밀어온다.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할 태세이다. 이것이 과연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나는 와인 마실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윤기숙이 교태를 부리면서 잔을 채우는 바람에 계속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윤기숙은 가끔씩 일부러 나에게 몸을 숙이면서 벌어진 라운드 티 속의 가슴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참 후에 윤기숙이 드디어 결심한 듯이 가방을 열고 무엇인가를 꺼내는데, 그것은 반지통이었다. 윤기숙은 반지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나에게 몸을 숙이며 반지를 건네주고 자기 손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오빠가 끼워주세요."
나는 손에 반지를 받으면서 잠깐 동안 윤기숙의 앞가슴을 들여다본다. 라운드 티는 가슴에서 들떠있고, 그 공간으로 윤기숙의 하얀 가슴이 앞으로 볼록 솟아있다.
=*=*=*=*=*=
야하게 쓴 소설이 야설이라던데, 이 정도면 야설이 될 정도로 야했나요?
- Ja"dore -
지혜가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 차림으로 내 등 뒤에서 나를 보고 웃고있다. 그런데 그 원피스는 깊게 파인 브이(V)넥이고, 그 브이(V)넥 아래로는 단추 3개가 가슴에서 배꼽 근처까지를 단단히 잠그고 있다.
내가 돌아서서 지혜를 볼 때, 차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린이 떠오르면서 걱정되었다. 나는 우선 지혜가 오피스텔 건물을 빠져나가는 것을 무슨 수로든지 막고, 아이린에게는 빨리 이 상황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 지혜가 이 시간에 웬 일이야?"
"자려고 하니까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엄청 땡기는데, 냉장고에 없는거야. 그래서 요 앞에 편의점에 갈까 해서.."
"그럼 왜 계단으로 내려와? 거기서 혹시 누구랑? .. 흐흐흐"
"이 시간에 아이스크림 먹을껀데, 살을 조금이라도 어떻게 해야죠. 오빠는 자기가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러는 줄 알아?"
"지혜 너는 평상시보다 요렇게 버러럭 할 때가 엄청 귀여운 것 알아? 하하."
"진심?"
"정말. 리얼. 혼또니."
"그럼 오빠한테는 항상 버러럭 할꺼야. 알아서 해."
"맘대로. .. 아이스크림이라면 나한테도 있거든요. 올라가자."
"그럼 나야 좋지만, ... 지금 오빠 방에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인데 .."
"그럼, 복도에서 기다려. 내가 통째로 갖다줄께. 아니면 네 방에서 기다릴래? 겨우 그것 때문에 이 시간에 지혜가 건물 밖에 나간다는 것도 그렇잖아?"
"그럴까?"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겨우 7층까지만 올라가는데, 나에게는 마치 70층을 올라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겹게 느껴진다. 지혜가 순순히 따라와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지혜는 자기방으로 가지 않고 7층으로 나를 따라왔다.
"기다릴래? 아님 들어와서 같이 먹을래?"
"어? .. 들어가지 뭐."
"그럼 냉장고에 찾아봐. 나는 화장실에 가서 손좀 씻을께."
지혜가 원피스를 펄럭이며 모퉁이를 돌아서 주방쪽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선 바지 주머니에 있는 전화기를 꺼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린에게 톡을 보냈다.
"지혜가 편의점에 가려고 나가는 것을 내 방에 데려다 놨어요. 혼자 집으로 가세요."
혹시라도 답장이 올 지를 몰라서 아이린과 대화하는 카톡 창을 열어놓은 채로 전화기를 옆에 두고 나는 세면기에 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그런데 다 씻고 나올 때까지 아이린에게서 답장은 오지않았다.
나는 소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지혜에게로 가서 옆자리에 앉았다..
"맛있어?"
"죽인다. 오빠도 먹을래?"
"아냐. 나는 에스라인에 도전하는 중이거든요. 너 먹는 것 보고만 있어도 맛있다. "
"오빠가? 에스라인? 오빠, 왜 이렇게 웃겨? 하하."
"체하겠다. 아이스크림 먹고 체하면 약이나 있을란가 모르겠네."
"자꾸 웃기면 진짜로 체한다. 하하."
방안이 더운 것도 아닌데 지혜는 원피스의 앞에 브이(V) 넥 아래쪽에 있는 단추 1개를 풀어놓고있다. 그 단추는아까 엘리베이터에서만 해도 분명 잠겨있었다.
지혜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몸을 약간 숙이고 있어서, 지혜의 쇄골에서 아래로, 또 브래지어가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두개로 갈라지는 곳, 그리고 양쪽으로 두개의 뽀얀 살덩어리가 볼록 솟아 오른 부분까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원피스의 아랫자락도 사타구니까지 위로 접혀 올라가있다. 눈부실 정도로 뽀얀 허벅지 사이에서는 볼록 튀어나온 빨간색이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지혜에게는 눈길을 둘 데가 마땅치않아서,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고, 리모콘으로 TV를 켰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바꾸고 있는데, 지혜가 갑자기 내 손에 있는 리모콘을 빼앗아서 TV를 꺼버렸다.
"오빠, 평소에 안하던 짓을 왜 하는거야?"
"평소에 TV 보거든요."
"내가 지금 TV보는 걸 말해? 왜 내 가슴을 들여다보느냐고."
"참나. .. 보라고 풀어놓은 것 아니었어?"
"아니거든요."
"알았어. 아니라면 미안해."
"또 볼꺼야?"
"보지말라면 안봐야지."
"보지말라고 했다고 안보겠어? 안보는 척 하고 다 볼꺼면서."
"어? 어떻게 알았지? 하하."
"오빠니까 봐준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콱!"
지혜는 한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더니 내 코 앞에 대고 흔든다. 다른 손으로는 사타구니까지 접혀 올라간 원피스 아랫자락을 천천히 끌어 내린다. 그러나 열려있는 단추는 채우지 않고, 양쪽으로 벌어져서 약간 젖혀진 옷자락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혜는 마치 내가 가슴만 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아래쪽에 허벅지 사이를 본 것도 지혜는 분명 알고있을 것이다. 지혜의 뺨에는 붉은 색이 스며들고, 지혜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서 내 눈길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아침을 일찍 먹고 공부하기로 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혜나 나나그냥 하는 말이었을 뿐 별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지혜는 자러 내려가겠다고 일어섰고, 나도 지혜를 데려다주려고 같이 일어섰다.
지혜는 현관을 향하여 앞장서서 걷는다. 그런데 엉덩이쪽에서 원피스 아랫자락이 접힌채로 펴지지 않아서 조그만 빨간 팬티가 가리고 있는 큼직한 엉덩이가 보였다. 이상하게 지혜는 빨간 팬티가 감싸고 있는 엉덩이를 유난히 씰룩거리는 것 같다. 지혜는 현관에서 신을 신고 보통때처럼 내 입술에 키스를 여러번 했다.
나는 밖에 나가기 전에 지혜에게 엉덩이에 원피스 자락이 올라가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뭐야아아. 그럼 오빠는 여기까지 오면서 다 본거야?"
"엉덩이랑 빨간 팬티? 그것 말고 또 볼꺼나 있어?"
"여신 엉덩이랑 팬티를 봐놓고, 또 뭘 더 보려고?"
"나도 방금 잠깐동안 얼핏 봤거든. 별로 본 것도 없어. 안심해."
"오빠 완전 응크미네. .. 그런데 예쁘기는 해?"
"뭐가? 빨간 팬티?"
"오늘 본 것 전부 다. 가슴이랑, 엉덩이랑, 팬티랑."
"야. 여신한테 예쁘지 않은 것이 있기나 해?"
"하긴. .. 내가 쫌 .. 하하."
"그런데 너 오늘 완전 도발한 것 알아?"
"앞으로 두고 봐. 계속 그렇게 쭈욱 갈꺼니까. 하하."
"하긴, 뭐. .. 여신께서 도발하시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우리는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계속 키스했다. 지혜가 나와 키스하는 것이 이제는 지혜에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오늘은 지혜가 가슴을 나에게 더 세게 밀어붙이고, 또 한쪽 다리로 내 허벅지를 감는 것도 훨씬 힘을 많이 주어서 세게 감고, 또 훨씬 오래 했다.
이번에 지혜를 데려다주는 데에는 평소보다 시간이 세배 정도 걸린 것 같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이린은, 내가 어제 부탁한 대로, 아침 8시에 내 방으로 와서 나를 깨웠다. 아이린은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나는 아이린을 도와서 그릇을 씻고 청소도 했다.
우리는 10시쯤에 지혜와 경식이를 불러올렸다.
지혜는 너무 이르다고 투덜거렸지만 밥 한공기를 모두 비웠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 내내 얼굴은 붉은 색이었고, 자꾸 다리를 내 다리에 대고 비볐다. 경식이는 오래만에 잠을 푹 자서 오늘 공부하는데에 컨디션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좋아했다.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린은 지극히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아이린은 나와 눈길이 자주 마주치고, 아이린의 뺨에도 붉은 빛이 감돈다.
"오늘은 11시 30분부터 4시까지 공부하자. 콜?"
"콜."
"준비해서 30분 후에 올라오세요."
애들은 내려가고, 아이린은 설거지를 하고, 나는 샤워를 했다.
우리가 공부하는 동안에 아이린도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무지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딱한 아이린은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이 모습을 본 지혜가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엄마가 졸고 있으면 우리 전부 다 졸립거든. 차라리 가게로 가서 청소라도 하세요."
"아이 참. 어제 밤에 잠을 설쳤더니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공부는 공부거든요."
아이린은 지혜에게 잔소리 몇번을 듣고 나서, 가기 싫어하는 발걸음으로 오피스텔을 나섰다. 우리는 4시까지 논스톱으로 공부하고 끝냈다.
어제 밤에 지혜가 말한 대로 지혜의 도발은 공부하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남방 앞의 단추를 세개나 풀어놓는 바람에 나는 계속 긴장해있었다. 별로 더운 날씨가 아닌데도, 덥다면서 결국은 아예 남방을 벗어버렸다. 그런데 다행히도 남방 안에는 어깨끈이 있는 민소매를 입고있었다.
지혜가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가르쳐주었다. 지혜는 열심히 듣고 이해는 한다. 그런데 지혜는 자꾸 내게 기대오거나, 자기 다리로 내 다리를 감거나 비비는 일은 계속했다. 그래도 나중에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는데, 두개만 틀리고 다 맞았다. 지혜는 얼굴에 여유있는 웃음을 짓고있다.
아이린은 지혜의 오피스텔에 점심을 준비해서 4시에 먹도록 해주었다. 밥을 먹고 나서 경식이는 놀러 나가고, 지혜는 내 방에서 공부를 계속한다고 했다. 아이린도 지혜와 함께 내 방에 머무르면서 가끔씩 PC방에 가보겠다고 했다.
윤기숙에게서 카톡이 왔다.
"설계실습실에서 만나기러 했어요. 6시에 정문에서 만나요."
나는 준비를 하고 5시 반쯤에 텔을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공하던 지혜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오늘도 어떤 여자랑 만나는거지?"
"여자도 오고, 남자도 와. 후배들이랑 같이 공부하러 가는거야."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안될 것은 없지만, 지혜가 엄청 지루할텐데?"
"그냥 해본 소리야. 긴장 풀어. 하하."
나는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으로 차를 타고갔다. 윤기숙은 정문 안쪽에 잇는 벤치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윤기숙의 앞쪽에 차를 세웠다. 윤기숙이 나를 알아보고 일어서서 차로 오는데, 미니스커트와 제법 깊게 파인 라운드티를 입고있다.
윤기숙을 차에 태워서 건축학과 설계 실습실로 갔다. 거기에는 이미 한철수와 오하영도 와있다. 얘네 커플을 보니까 내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래도 나는 태연한 척 하고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윤기숙도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앉는다. 내 팔에는 윤기숙의 가슴이 눌려온다.
"오빠."
"형."
"이 웬수들."
"헤헤."
저들은 신세타령과 걱정거리들을 이야기 하다가 하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일반 물리학이나 수학은 단원별로 나누어서, 각자 미리 준비해온 것을 발표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만 내가 코멘트를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만나는 날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으로 정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오하영은 벌써 술타령이다. 기특하게도 나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오빠, 오늘은 우리가 한잔 살께요."
"차 가져와서 못마셔."
"대리 안돼요?"
"안돼. 이따가 엄마한테도 가야하고 .."
"저 나이에도 엄마타령이네. 오빠는 아직도 마마보이야?"
그런데 조용히 듣고있던 윤기숙이 갑자기 내 팔을 흔들며 말했다.
"오빠, 오늘 오빠랑 신촌 권혜주한테 가기로 약속 했는데, 어떻해요?"
"그 약속을 누구랑 했는데?"
"권혜주."
"너도 참. .. 가는 건 나랑 하면서 약속은 왜 혜주랑 한대?"
"오빠는 당연히 가는 줄 알았죠. 내가 가는데, 어떻게 오빠가 안갈 수가 있어?"
"뭐야? .. 그럼 철수랑 하영이는?"
"안타깝지만 쟤네들은 다음 기회에..."
"싫어. 우리도 낄꺼야."
"그럼 가더라도 우리 서로 쌩까고 따로 놀자. 알았지?"
나는 세명을 모두 태웠다. 윤기숙은 내 옆자리에, 커플은 뒤로 탄다. 나는 신촌으로 갔다. 가면서 나는 윤기숙에게 무슨 일로 신촌에 가는가를 물었다. 윤기숙도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장님이 룸 얘기를 했잖아? 내가 그 룸을 오늘 저녁에 예약했거든."
"그 룸에서 뭐할껀데?"
"글쎄? 아직은 딱히 ..."
"뭐야? 기숙이가 오빠랑 룸에 간다고?"
"형, 기숙이랑 둘이만 가는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나야. 뭐. .. 오빠 확 잡아 먹을꺼거든. 하하하."
나는 이 셋의 밀당질에 또 낚이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웠다. 스터디에서 공부할 계획도 세워졌고, 나도 같이 하겠다고 승낙을 했는데, 나한테 더 이상 무슨 일이 생길수 있을까 생각하고 안심을 하려고 했지만 뭔가가 불안하다.
와인바 앞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혜주가 타이트한 검은 원피스차림으로 몸의 볼륨을 유난히 강조하며 나와 윤기숙을 안쪽에 있는 비지니스룸으로 안내한다. 한철수와 오하영은 닭쫒던 개처럼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고 서있다. 나는 그 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윤기숙은 불만에 찬 표정으로 한철수에게 한마디 한다.
"그 대신에 분위기 보고 알아서 적당할 때 일찍 빠져."
"걱정 마."
권혜주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앞장서서 걷는다. 그녀는 룸 앞에서 문을 열고 우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권혜주가 따라들어와서 미리 준비해둔 양초에 일일이 불을 붙인다. 테이블과 주변에 크고 작은 색색의 양초가 있는데, 20개는 되는 것 같다. 벽에는 두개씩 세개씩 묶어놓은 고무풍선도 있고, 리본도 걸려있다. 한철수와 오하영의 입이 벌어진다.
테이블 앞에는 넓직한 공간이 있고, CD 플레이어와 서라운드스피커도 있다. 그런데 이 CD 플레이어에는 USB 단자도 있어서 고객은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MP3 파일로 USB 에 담아와서 재생을 시킬 수 있다. 윤기숙이 자기가 준비해온 USB를 꽂아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테이블에는 와인과 안주가 준비되어있고, 권혜주는 윤기숙과 함께 과일화채를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한철수와 오하영이 내게 물었다.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글쎄? 석가탄신일?"
"그런데 뭐지? 기숙이 쫌 오바하는 것 아니야?"
"형, 혹시 형이 오늘 기숙이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는 것 같은데요?"
"미친. 넌 제발 철좀 들어라. 쓸데없이 헛소리 하지말고 와인이나 열어."
"오빠, 내 말이!"
"내 계산으로 술과 안주 그리고 룸까지 하면 20만원으로도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윤기숙이네 집이 아무리 부자라고는 해도 이것은 쫌 이상하잖아?"
"야 임마. 내가 윤기숙한테 프로포즈를 왜 하느냐고. 그것부터 우선 오하영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해볼래? "
"맞아. 이 한심한 철수는 한수정 언니 얘기를 몰라서 하는 소리야. 오빠가 이해하세요."
"하영이 너도 한수정을 보지도 못했잖아?"
"오빠, 오빠랑 한수정 언니의 러브스토리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시죠?"
"그거 다 지난 옛날 얘기인데 뭘 아직까지 그러냐?"
"그 얘기는 우리과 여자들이 두고두고 엄청 부러워하는 스토리예요. 이 오빠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한수정 누나 이번 여름 방학때 들어온다는 말도 있던데요?"
"글쎄? 졸업 때문에 시간이 날지는 자기도 모르겠단다. 수정이 본인도 모르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드디어 권혜주와 윤기숙이 과일화채와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권혜주는 와인잔 두개를 더 가져왔다. 한철수는 잔마다 와인을 따르고, 권혜주는 그릇에 화채를 담았다. 윤기숙은 권혜주에게 오하영과 한철수를 소개하고 서로 인사를 시켰다. 권혜주는 한숨을 쉬면서 한마디 했다.
"미리 말했으면 충분하게 준비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부족하겠다."
"미안해. 나나 철수는 쫌 있다가 나갈꺼야."
"그런데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정도 파티를 하는건지 알고싶은데.."
"한철수.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황공하면 됐지, 그것이 왜 궁금한데?"
"글쎄. 우리는 그냥 와인마시러 오는 줄 알고 따라왔는데, 와서 보니까 이건 뭐 ..."
"기숙아, 사실 나도 쪼끔 궁금하기는 해."
"그러지 말고 한잔씩 마시고 나가. 여기는 나랑 오빠가 알아서 할꺼니까."
나는 오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궁금했다. 권혜주는 일해야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윤기숙은 마시자고 했고, 우리는 건배를 하고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오하영과 한철수는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잔을 비우자 윤기숙이 오하영과 한철수를 쫓아냈다. 두 사람은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룸을 나갔다.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윤기숙에게 물었다.
"나한테도 말해주지 않을꺼니?"
"오빠는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데요?"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
"알긴 알더라도 오빠 입에서 하는 말로 직접 듣고싶어요."
"도대체 무슨 일로 우리가 지금 이 룸에 있냐고."
"하아. .. 천천히 얘기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야아아.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냐?"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오빠만 몰라? 그게 말이 돼요?"
"여자가 촛불을 켜고 남자랑 와인을 마신다는 말은 로맨틱하자는 말인데..."
"내가 오빠랑 로맨틱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글쎄?"
"일단 한 잔 마셔요."
윤기숙은 와인이 그녀의 입맛에 딱 맞는다면서 더 마시자고 했다. 혀를 꺼내서 자기 입술을 핥는 윤기숙은 더없이 요염한 요정같은 모습이다. 가끔씩 내 팔에 가슴을 밀어붙히거나, 내게 입술을 삐쭉 내밀어온다.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할 태세이다. 이것이 과연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나는 와인 마실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윤기숙이 교태를 부리면서 잔을 채우는 바람에 계속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윤기숙은 가끔씩 일부러 나에게 몸을 숙이면서 벌어진 라운드 티 속의 가슴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참 후에 윤기숙이 드디어 결심한 듯이 가방을 열고 무엇인가를 꺼내는데, 그것은 반지통이었다. 윤기숙은 반지 하나를 꺼냈다. 그녀는 나에게 몸을 숙이며 반지를 건네주고 자기 손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오빠가 끼워주세요."
나는 손에 반지를 받으면서 잠깐 동안 윤기숙의 앞가슴을 들여다본다. 라운드 티는 가슴에서 들떠있고, 그 공간으로 윤기숙의 하얀 가슴이 앞으로 볼록 솟아있다.
=*=*=*=*=*=
야하게 쓴 소설이 야설이라던데, 이 정도면 야설이 될 정도로 야했나요?
- Ja"dore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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