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여신의 폭발 & 그럼 저 쪼끄만게?
지혜는 주방의 식탁에서 의자를 갖다가 엄마 앞쪽으로 놓고, 엄마와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그것도 내 코 앞에서.
"엄마, 엄마는 내가 <왜 울었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혹시 내가 오빠를 유혹하거나 덮칠까봐 겁나?"
"글쎄 .."
"나, 오빠랑 뽀뽀는 몰라도, 섹스할 마음 아직은 전혀 없거든요.
내가ㅣ 미성년자이니까, 오빠도 나랑 하다가 잘못되면 쇠고랑 차잖아?
나, 그런 식으로 오빠 인생에 걸림돌이 돼서 방해할 마음 전혀 없어."
"나는 그런 말이 아니 .."
"또 내가 오빠랑 섹스했다고 해도, 그게 뭐가 잘못됐어?
솔까말로 나 오빠 아기 임신하고싶어.
그럼 오빠가 다른 여자한테 한눈 팔지 않고 나한테 집중할껄?"
"아니. 얘 말하는 것좀 봐. 지혜야."
"오빠가 엄마 사위라고 생각해봐. 그게 말이 될 얘기야?
우리 집? 어떤 집인데?
엄마, 아빠 이혼하고, 엄마 혼자 PC방 하고 사는데,
저런 오빠가 우리 집 사위로 말이 되느냐고?
그래, 아빠는 제일전자 서영환 전무야.
그러면 뭐해?
서전무는 엄연히 새엄마랑 가정을 꾸렸는데,
이제와서 서전무가 나나 엄마한테 무슨 소용이냐구."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막 하니?"
"엄마한테는 심한 말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엄청 현실적인 말이거든요."
"그래. 지혜 네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내가 감당을 못하겠다.
내가 너한테 좋은 엄마이려면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것이 다 인줄 알았는데 .."
"그런 시절은 이제 지나갔죠.
지금 나?
이번에 오빠랑 공부하면서,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시간에 잠 안자고 공부해.
화학이랑 물리도 책을 읽으면 읽혀.
그런데도 영어는 아직 무리야.
학교 쌤들 수업이 이제야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우리가 두세달 공부했어?
이제 겨우 일주일이거든요.
이게 저 오빠의 파워야.
엄마는 저런 오빠를 사위로 들일 욕심도 안생겨?"
"그게.. 지혜야. . .그러니까 .. 나는 .."
"돈?
저 오빠 아직 대학생이야.
지금 우리한테서 버는 돈이 얼마지?
또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얼마를 벌을까?
내 계산으로 한달에 팔, 구백은 거뜬히 벌어.
그럼, 그게 대학생이 버는 돈 맞아?
만일 오빠가 다 때려치우고 과외바닥에 들어선다고 생각해봐.
한달에 이, 삼천 못벌 것 같아?
솔까말로 도대체 저 오빠에게 아직 뭐가 부족해?
이 정도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가 있어?
우리 주제에 이 오빠는 완벽남 아닌가?"
"나는 아니라는 말 한 적이 없는데.. 너는 왜 .."
"오빠가 나를 얼마나 아껴주고 사랑하는줄 엄마가 알기나 해?
오빠는 지금까지 내가 하자는 것 다 해주고,
내가 투정부리는 것까지 전부 다 받아줬어.
오늘도 나 밤 늦게 오빠한테 상담받는다고 올라와서 울어버렸어.
엄마 아빠한테 해보지 못한 것을 나는 오빠한테 다 했거든.
그래도 이 착한 오빠는 싫다는 소리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
이 오빠 사위 안삼고 놓친다면, 엄마는 인생을 잘 못 사는 것 같아."
그때까지 나는 조용히 와인을 홀짝이고 있었다.
지혜는 자기 가슴 속에 묻어둔 얘기를 터뜨리는 것 같다.
아이린은 꾸중 듣는 어린이처럼 지혜에게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다.
아이린의 눈에서도 눈물방울이 반짝인다.
이것은 분명 집안 일이니까 내려가서 하면 좋으련만,
내 앞에서 이렇게 하면서 나를 또 곤란하게 만든다.
이제는 나도 한마디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서지혜."
"어? 오빠, 왜?"
"너 나랑 처음에 한 약속 기억해?"
"오빠한테 수업 받으려면 엄마 울지않게 하라고?"
"오늘 또 엄마가 내 앞에서 또 우시네.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하지?"
"엄마, 이 오빠 말하는 것 잘 봐바.
절대 처움부터 나를 나무라지 않아.
내 입으로 내가 잘못한 것을 불게 만들어.
내 꼬투리를 확실하게 잡아서, 나를 아예 꼼짝 못하게 하거든.
그리고 나서 자기가 할 말을 마음 놓고 해.
엄마처럼 넘겨짚고, 오해하고, 섣불리 덤비냐?
엄마가 나한테 상처를 준다면, 이 오빠는 지금부터 내 상처를 감살꺼야.
잘 보고 배워."
"야. 서지혜. 이건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난 오늘 솔까말 했어.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너한테는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 너랑 나랑은 공부하는 사이야."
"누가 아니래?"
"그런데 무슨 임신을 해?"
"아. 그거? 그 정도로 오빠를 사랑한다고."
"사랑은 한쪽만 하면 너무 아파.
둘이 같이 하면 엄청 행복할 수도 있어.
네가 나한테 나를 사랑할만한 것을 발견했으면,
내 눈에도 너한테서 그럴만 한 것들이 보여야겠지?"
"난 확실하게 보여줄꺼거든요.
나한테는 지금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그런 사람이 마음을 약하게 먹고,
이 시간에 나한테 와서 울고 짜고 하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를 보이는 정황 만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
너도 잘 한 것 없거든.
그런데ㅍ네가 엄마를 그렇게 몰아세워서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만들면 되니?"
"엄마, 봤지?
이제 날더러 <이것이 잘못이다.> 라고 콕 집잖아?
완전 깔끔하지?
내가 변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나오면 나는 그냥 당하는 수 밖에 없어.
이러니까 오빠 말에는 내가 불만을 가질 수가 없지.
내가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 오빠 말을 잘 듣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이 남자, 내가 완전 사랑하고 싶다고."
"요게. 쪼끄만게 벌써 사랑타령이야?"
"엄마 또 봤지?
자기가 나한테 너무했다고 생각이 드니까 나한테 반박할 길을 열어주잖아?
물론 쓰잘데기 없는 거지만, 이거 하나라도 어디야? 하하."
"무슨 반박을 할건데?"
"오빠, 사랑은 어린이집 다니는 코흘리개들도 하거든요? 하하하."
이 말에 나와 아이린은 물론이고 지혜까지 빵터졌다.
우리는 와인을 더 마시고 헤어졌다.
당연히 나와 지혜는 아이린을 데려다주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지혜는 계단에서 내게 키스를 열번도 더했다.
"오빠, 엄마가 오늘 왜 저러는 줄 알아?"
"글쎄? 지혜가 걱정돼서?"
"낮에 오빠랑 공부하면서 내가 몇번 엄마한테 들켰잖아?
아까 그 일로 꼬투리를 잡아서 확 다 터뜨리려고 덤비다가 내 반격에 쓰러진거지."
"넌 엄마한테 그러고 나면 속이 시원하니?"
"아니. 내 마음도 엄청 아파.
그렇지만 한번 이렇게 빡씨게 해놓아야, 내가 마음놓고 오빠랑 키스하죠. 안그래? 하하."
"그렇게도 엄마랑 맞장 뜨고싶으면, 나 안보는 데에 가서 둘이 해결하든가."
"아니지. 내 응원군 오빠가 내 옆에 떡하고 버티고 있어야지.
안그랬더라면 내가 오늘처럼 절대로 할 수 없었어.
내가 시작만 해놓고 늘 엄마한테 당하기만 했지.
내가 엄마를 이겨서 뭐하겠어? 엄마가 불쌍하잖아?"
"나 .. 돌아버릴 것 같아."
"괜찮아. 마음 놓고 돌아. 내가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줄께. 헤헤."
침대에 누워서 나는 지혜가 엄마에게 대들면서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지혜가 나한테 고백을 한 것 같다.
그것도 <사귀자>가 아니라 <결혼하자>라고.
쪼끄만게.
제법 야무지고, 제법 당차단 말이야.
공부만 쪼끔 잘해주면 좋으련만.
*=*=*=*=*
다음날 월요일에 아침 일찍 수희에게 전화했다.
"지금 내 차 갖고 누나한테 갈께요. 준비하고 기다리세요."
"언제 와?"
"지금 출발하니까, 안막히면 20분 정도?"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수희에게 올라갔다.
수희는 문을 열어주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나에게 안겨온다.
우리는 미친 듯이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자기 엄청 나빠."
"왜? 어제 연락 안해서 삐진거야?"
"삐진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나 진짜 바빴다. 학교, 일, 집, 차, 후배들 .."
"어머머. 그랬어?
난 또 그것도 모르고 어디서 술마시는 줄 알고, .."
"누나는 나를 완전 술주정뱅이로 취급하는거야?"
"절대 아니야. 오해하지 마."
"이제 나가자. 출근해야지."
나는 수희를 차에 태워서 회사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같이 차에서 내려서 들어가는데, 수희는 내게 팔짱을 낀다.
내 팔을 바짝 당겨서 가슴을 지긋이 누른다.
우리 뒤에서 또 요란하다.
"어머머. 이제 쟤들은 아예 출근을 같이하네?"
"그럼 혹시 어제 밤에? 아니면 주말을 통재로?"
목소리로 보면 분명 조애린, 곽은숙 그리고 나혜지이다.
수다로 보면 최고로 완벽한 트리플이다.
최수희가 이 말을 듣고 발끈해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선다.
나도 돌아서서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나 수희는 톡 쏘는 말을 한다.
"누나들 안녕. 좋은 아침입니다."
"언니, 어제 밤에 아니면 주말에 우리가 뭘 어쨌는데요?"
"아니. .. 뭐 .."
"우리 카플하거든요?
아침에 막내가 우리 아파트에 와서 나를 태우고 왔는데, 밤 역사가 왜 나온대요?"
"그래. 그건 혜지 네가 엄청 오바한거야."
"그니까 왜 월요일 아침부터 눈앞에서 알짱거려서 천불을 나게 하느냐고."
"하이고오. .. 막내야. 노친네들 도저히 안되겠다. 우리 뒤따라가자."
"아니, 수희씨, 뭐라고? 노친네?"
"언니보고 안그랬거든요."
"나 멀고 또 누구?"
"누군 누구야? 노친네지. 안그래요 어르신? 하하하"
"어이구우. 미쳐 돌아버리겠네."
"그건 언니 혼자 알아서 해요."
"거기, .. 이제 그 정도에서 고만해요."
"막내야. 우리도 그 카플에 끼워주면 안되겠니?"
"수희 누나가 찬성하면요. 하하."
"저것 봐. 저것들 아무래도 이상해."
"맞아요. 우리 막내랑 나랑 이상해요. 그것도 아주 엄청 많이요. 하하."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외근 일지를 들고 바로 외근을 나섰다.
수희와 나는 아침에 카플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서 만나서 같이 출근하기로 했다.
마포대교가 시도때도 없이 너무 자주 막히기 때문이다.
외근 다니는 것도, 폼은 안나지만, 회사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저녁때 들어가서 외근일지를 반납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강과장이 나를 부른다.
"이거 고용계약서인데, 싸인 해요."
"읽어보지 않아도 되겠죠?"
"한부 복사해서 집에 가져가서 읽어요.
우리도 다 똑같은 계약서로 일하거든.
막내도 안심해도 돼."
나는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강과장에게 주었다.
박은희대리는 미리 준비해둔 오렌지쥬스를 돌렸다.
나와 6인방은 함께 건배했다.
"우리 막내,
내일은 놀고, 모레 수요일부터는 더 이상 알바생이 아니야.
정규직으로 올라선 것, 진심으로 축하해."
6인방은 내가 정규직으로 바뀐 것을 손뼉치며 축하해주었다.
나혜지가 말했다.
"과장님, 우리 회식은 언제 해요?"
"회식? 지난 금요일에 했는데, 또 해?"
"막내야. 안되겠다. 너랑 나랑 우리 둘이 나이트 함 땡기자."
"누나, 제가 요새는 쪼끔 바쁜데. .."
"안바쁠 때 가면 되지. 하하."
"나혜지씨. 내가 먼저 막내 데리고 가보고, 막내 매너가 어떤지 말해줄께요. 하하."
"그걸 필요까지 없어요. 막내 정도는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있거든요. 하하."
"막내는 지난 금요일 회식이 좋기는 했니? 혹시 나이트로는 안쏠려?"
"누나, 회식이건, 나이트건,
또 다시 스타킹을 목에 걸고,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쓸 생각을 하면 아찔한데요?"
"가슴에 브라도 했었거든?"
"숨도 막히고, 심장도 벌렁거리지? 하하."
"뭔가도 딱딱하고 커다랗게 될껄? 하하하."
"아오. 막내 저 탱탱한 엉덩이를 확 터뜨려버리려고 했는데."
"누나. 성희롱인데요?"
"가서 신고햇!"
"네?"
"나도 네가 내 가슴이랑 엉덩이 만지고,
막대기로 자꾸 찔렀다고 신고하면 되거든. 누가 더 크게 당할까?"
"내가 언제?"
"필요없어. 우리 같이 노래방에 가서 술마신 것은 맞잖아? 그거면 다 돼. 하하."
"몰랐을꺼다."
"무서운 세상이네요."
"남자가 하는 신고보다 여자가 하는 신고가 훨씬 더 잘 먹혀들어가요.
워낙 많은 남자들이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한테 당했다고 신고하면?
경찰은 남자 말을 믿으려고 하지를 않아.
여자는 조신한 척 하면서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면 대부분 오케이야.
정황상 남자는 술취해서 잘 모르니까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뻔하잖아?
여자가 남자를 성희롱 했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냐? 하하하."
나와 최수희는 퇴근해서, 나는 최수희를 집에 태워다주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최수희는 나에게 올라가자고 했지만,
나는 다음 알바 때문에 가야한다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내 책상에서는 지혜가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중이다.
그런데 옷을 보니까 평상복 차림이다.
아무래도 지혜가 오늘 학교에 가지 않은 것 같다.
"왜 결석했어?"
"대체휴일."
"그게 갑자기 왜 그런데?"
"징검다리 휴일이라나 뭐라나. 오늘 쉬고, 대신 방학을 하루 줄인대."
"경식이는?"
"경식이도 나랑 같이 하루 종일 여기서 공부하고, 이제 막 친구들이랑 PC방 갔어."
"그런데 왜 어제 그 말 안했어?"
"글쎄?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거든? 그런 말 할 정신도 없었잖아. 헤헤."
"괜히 서둘러서 왔네."
"흥. .. 안그랬으면 또 어떤 여자랑 밥먹고 술마시고 했겠지?"
"그건 아니고. .. 천천히 올 수도 있었다고. 급하게 온다고 약간 밟았거든."
"그럼, 시간 있으니까 이따가 나랑 드라이브 가면 안될까?"
"이따가는 밤인데?"
"뭐 어때? 하루 종일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
"간만에 공부 쫌 하려니까 온 몸이 거부하냐? 하하."
"그으래애. 가자 응?"
"가도 되는데, 나 눈좀 붙이고. 어제 잠을 설쳐서 엄청 피곤하거든."
"알았어. 가서 자. 여신께서 재워줘?"
"안그러면 고맙지. 너 그러면 오던 잠도 도망가겠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다.
나는 씻고 바로 침대로 갔다.
눕자마자 지혜가 소리없이 쏙 들어왔다.
지혜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빠, 잘 자요. 내 꿈 꾸고, 알았지?"
지혜는 내 입술에 몇번 키스하고 나갔다.
너무 힘주어 하는 바람에 내 입술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키스때문일까?
조금 자다보면 지혜가 또 내 입술을 빨면서 잠을 깨우겠지.
한참을 자고있는데, 정말 내 입술이 빨리고있다.
비몽사몽간에 하는 생각.
지혜겠지?
그런데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핥는다.
그 혀가 내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내 입을 채운다.
내 혀를 데리고 나가서 빨고있다.
지혜가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
그럼 아이린일까?
눈을 뜨면 간단히 알 수 있는데, 그러기 싫다.
눈을 뜨는 순간 이 상황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이다.
누군가의 손이 배에 있는 이불을 들춘다.
나의 이녀석은 잠에서 깨어났다고 해서 아침인 줄 알고 있나보다.
빳빳하게 서서 텐트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있다.
이불을 들춘 손이 와서 그 녀석을 옷 위에서 잡는다.
나도 모르게 그리로 힘이 불끈 들어간다.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그 손은 잠시 멈칫 하다가, 다시 약간 힘을 주어 감싼다.
그런데 그녀의 손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인다.
이 녀석은 마음놓고 껄떡댄다.
고얀 녀석.
잡혀있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그야말로 행복한 구속이다.
이대로 잠에서 깨어나고싶지 않다.
그 손은 바지를 열고 갇혀있는 그 녀석을 해방시킨다.
아까 샤워하고 팬티를 입지 않았는데, 들통나버렸다.
그 따뜻한 손가락이 기둥을 차분히 감아서 쥐어오는 느낌이란 ...
한동안 이상한 애들이랑 관계를 하지 않은 탓에 이런 느낌도 오래 만이다.
앗!
이 녀석이 어느새 위험수위에 도달한다.
이제는 참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급해졌다.
더 이상 꾸물 대다가는 대형사고를 칠 것 같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벌떡 일어나버린다.
"헛!"
"앗!"
그녀가 놀라는 것을 약간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내가 먼저 놀라는 척 연기를 한다.
나는 거의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향하여 달린다.
어둠 속에서 그녀도 엄청 놀라서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화장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나는 나 혼자의 힘으로 나의 위기를 시원스럽게 극복한다.
내 생각에 그녀는 분명 아이린이었다.
뒷처리를 하고 재빨리 침실로 간다.
아무도 없다.
거실과 주방 어디에도 개미새X 한마리도 없다.
배란다 쪽을 내다보아도 아무도 없다.
옷방에도 없다.
지혜는 공부한다더니 어디갔지?
아이린은 어느 새 사라졌지?
내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무시하고 다시 욕실로 간다.
샤워하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는다.
그런데 거실에 지혜가 와있다.
"엄마가 밥먹으러 내려오래."
"엄마가? 너는 왜 공부하다가 사라졌어?"
"엄마가 아까 와서 나를 데리고 내려갔어."
"너도 엄마랑 같이 밥했니?"
"아니. 밥은 엄마가 하고, 우리 둘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얘기 좀 했어."
"그럼, 엄마는 계속 네 방에만 있었어?"
"화장실에도 안가고 지금까지 나랑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는데?"
그럼 도대체 누구였어?
나 말고도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있는 사람은 네사람 뿐이다.
지혜, 경식, 아이린, 그리고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하하하.
말이 안되고. .. 패쓰.
경식이가 와서 나한테 그런 몰상식한 짓을 했을 리는 없다.
또 경식이는 지금 PC방에서 게임중일 것이다. .. 패스.
그것은 분명 여자였다.
그녀는 분명 아이린이었다.
나는 아이린의 키스와 지혜의 키스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아이린의 입술과 지혜의 입술도 당연히 구별할 수 있다.
잠결이라서 잘못 보았다는 말이 안통한다.
나는 눈만 감고있었을 뿐, 잠에서 절반 정도는 깨어있었다.
말 그대로 비몽사몽에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아이린은 지혜랑 같이 있었다고 한다.
누구였지?
허깨비였나?
그럴 정도로 내 몸이 허해졌나?
나는 어리둥절해서 서있다.
지혜가 와서 내 팔을 잡아끈다.
그런데 지혜의 두 뺨에 왜 이렇게 붉은 빛이 돋아있지?
나는 지혜의 손에 이끌려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
지혜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내 입술을 빨아댄다.
분명 이런 입술키스는 아니었다.
우리는 지혜의 방으로 내려갔다.
"너는 거기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30분이나 걸리니?"
"오빠가 샤워하러 가는 바람에. 내 전화기도 여기에 두고 갔고."
식탁에 앉았는데 지혜가 자꾸 내 눈길을 피한다.
"경식이는 저녁 안먹어요?"
"9시까지는 게임만 하고, 저녁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대요. 하하."
"지혜야, 지금이 몇시지?"
"8시 다돼가요."
나는 아이린에게 물었지만 지혜 대신에 아이린이 대답했다.
내가 완전 잘 못 본것 같다.
그럼 저 쪼끄만게?
더 한심한 것은 나다.
아직 두 사람의 키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다니.
나는 두 사람의 입술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래도 모르겠다.
식사 후에 우리는 여의도로 산책을 나갔다.
지난 번에 아이린과 같이 왔던 곳이다.
"가까이 살면서도 오늘 처음으로 와보네. 엄마도 처음이지?"
"응? .. 으으응. .. 아닐껄?"
"엄마는 와봤었구나.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나?"
"글쎄. .. 기억이 ..."
아이린과 지혜는 내 뒤에서 무슨 얘기를 열심히 하면서 소근거린다.
나는 그 쪽으로는 신경을 끄고, 조깅복차림으로 운동중인 여자들의 빵빵한 몸매를 감상한다.
괜찮다싶은 여자가 지나가면 넋을 잃을 정도이다.
"오빠, 안그래?"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이 오빠 뭐야아?"
"아마 조깅복녀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팔려있나봐."
"맞다.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전에 왔을 때도 .."
"엄마가 오빠랑 전에 여기 와봤다고?"
"아니, 다른 남자랑 .."
"뭐야? 엄마! 엄마 지금 타락한거야? 어떤 남자랑 이런 데를 왔다는 거야?"
"조용히 해. 지나가는 사람들 다 듣잖아."
"지금 그게 왜 문제냐고. 빨랑 말 안해? 언넘이었어?"
"그놈이었어. 이제 됐지? 하하."
"하아. .. 엄마 지인짜. 완전 구제불능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
나는 아이린을 차로 아파트 앞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나와 지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한 층 올라가고 키스,
또 한 층 올라가고 또 키스,
이렇게.
우리는 7층 내 방에까지 왔다가 키스하면서 다시 5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나는 지혜를 방에 들여보내고 내 방으로 올라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거실을 바라보면서 신을 벗는다.
어라?
뭐지?
*=*=*=*=*
이제 광복절 휴일도 끝이네요.
이번에 보니까 왕싸가지 아베총리는 미국이랑 짝짜꿍하던데,
우리 아찌들은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고,
더위도 마지막이기는 하지만 아직 여전한 것 같고.
아마도 한동안은 별 낙이 없을 것 같아요.
이럴 때 제라도 힘이 되어드리는 글을 써야하는데 ..
죄송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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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시고, 성공하시고, 아들딸 많이 낳으시고, 로또에 당첨되시고, 모두 부자 되세요.
추천이나 댓글 안주시는 님들은 그냥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ㅋㅋ
- Jadore -
지혜는 주방의 식탁에서 의자를 갖다가 엄마 앞쪽으로 놓고, 엄마와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그것도 내 코 앞에서.
"엄마, 엄마는 내가 <왜 울었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혹시 내가 오빠를 유혹하거나 덮칠까봐 겁나?"
"글쎄 .."
"나, 오빠랑 뽀뽀는 몰라도, 섹스할 마음 아직은 전혀 없거든요.
내가ㅣ 미성년자이니까, 오빠도 나랑 하다가 잘못되면 쇠고랑 차잖아?
나, 그런 식으로 오빠 인생에 걸림돌이 돼서 방해할 마음 전혀 없어."
"나는 그런 말이 아니 .."
"또 내가 오빠랑 섹스했다고 해도, 그게 뭐가 잘못됐어?
솔까말로 나 오빠 아기 임신하고싶어.
그럼 오빠가 다른 여자한테 한눈 팔지 않고 나한테 집중할껄?"
"아니. 얘 말하는 것좀 봐. 지혜야."
"오빠가 엄마 사위라고 생각해봐. 그게 말이 될 얘기야?
우리 집? 어떤 집인데?
엄마, 아빠 이혼하고, 엄마 혼자 PC방 하고 사는데,
저런 오빠가 우리 집 사위로 말이 되느냐고?
그래, 아빠는 제일전자 서영환 전무야.
그러면 뭐해?
서전무는 엄연히 새엄마랑 가정을 꾸렸는데,
이제와서 서전무가 나나 엄마한테 무슨 소용이냐구."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막 하니?"
"엄마한테는 심한 말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엄청 현실적인 말이거든요."
"그래. 지혜 네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내가 감당을 못하겠다.
내가 너한테 좋은 엄마이려면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것이 다 인줄 알았는데 .."
"그런 시절은 이제 지나갔죠.
지금 나?
이번에 오빠랑 공부하면서,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시간에 잠 안자고 공부해.
화학이랑 물리도 책을 읽으면 읽혀.
그런데도 영어는 아직 무리야.
학교 쌤들 수업이 이제야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우리가 두세달 공부했어?
이제 겨우 일주일이거든요.
이게 저 오빠의 파워야.
엄마는 저런 오빠를 사위로 들일 욕심도 안생겨?"
"그게.. 지혜야. . .그러니까 .. 나는 .."
"돈?
저 오빠 아직 대학생이야.
지금 우리한테서 버는 돈이 얼마지?
또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얼마를 벌을까?
내 계산으로 한달에 팔, 구백은 거뜬히 벌어.
그럼, 그게 대학생이 버는 돈 맞아?
만일 오빠가 다 때려치우고 과외바닥에 들어선다고 생각해봐.
한달에 이, 삼천 못벌 것 같아?
솔까말로 도대체 저 오빠에게 아직 뭐가 부족해?
이 정도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가 있어?
우리 주제에 이 오빠는 완벽남 아닌가?"
"나는 아니라는 말 한 적이 없는데.. 너는 왜 .."
"오빠가 나를 얼마나 아껴주고 사랑하는줄 엄마가 알기나 해?
오빠는 지금까지 내가 하자는 것 다 해주고,
내가 투정부리는 것까지 전부 다 받아줬어.
오늘도 나 밤 늦게 오빠한테 상담받는다고 올라와서 울어버렸어.
엄마 아빠한테 해보지 못한 것을 나는 오빠한테 다 했거든.
그래도 이 착한 오빠는 싫다는 소리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
이 오빠 사위 안삼고 놓친다면, 엄마는 인생을 잘 못 사는 것 같아."
그때까지 나는 조용히 와인을 홀짝이고 있었다.
지혜는 자기 가슴 속에 묻어둔 얘기를 터뜨리는 것 같다.
아이린은 꾸중 듣는 어린이처럼 지혜에게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다.
아이린의 눈에서도 눈물방울이 반짝인다.
이것은 분명 집안 일이니까 내려가서 하면 좋으련만,
내 앞에서 이렇게 하면서 나를 또 곤란하게 만든다.
이제는 나도 한마디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서지혜."
"어? 오빠, 왜?"
"너 나랑 처음에 한 약속 기억해?"
"오빠한테 수업 받으려면 엄마 울지않게 하라고?"
"오늘 또 엄마가 내 앞에서 또 우시네.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하지?"
"엄마, 이 오빠 말하는 것 잘 봐바.
절대 처움부터 나를 나무라지 않아.
내 입으로 내가 잘못한 것을 불게 만들어.
내 꼬투리를 확실하게 잡아서, 나를 아예 꼼짝 못하게 하거든.
그리고 나서 자기가 할 말을 마음 놓고 해.
엄마처럼 넘겨짚고, 오해하고, 섣불리 덤비냐?
엄마가 나한테 상처를 준다면, 이 오빠는 지금부터 내 상처를 감살꺼야.
잘 보고 배워."
"야. 서지혜. 이건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난 오늘 솔까말 했어.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너한테는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 너랑 나랑은 공부하는 사이야."
"누가 아니래?"
"그런데 무슨 임신을 해?"
"아. 그거? 그 정도로 오빠를 사랑한다고."
"사랑은 한쪽만 하면 너무 아파.
둘이 같이 하면 엄청 행복할 수도 있어.
네가 나한테 나를 사랑할만한 것을 발견했으면,
내 눈에도 너한테서 그럴만 한 것들이 보여야겠지?"
"난 확실하게 보여줄꺼거든요.
나한테는 지금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그런 사람이 마음을 약하게 먹고,
이 시간에 나한테 와서 울고 짜고 하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를 보이는 정황 만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
너도 잘 한 것 없거든.
그런데ㅍ네가 엄마를 그렇게 몰아세워서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만들면 되니?"
"엄마, 봤지?
이제 날더러 <이것이 잘못이다.> 라고 콕 집잖아?
완전 깔끔하지?
내가 변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나오면 나는 그냥 당하는 수 밖에 없어.
이러니까 오빠 말에는 내가 불만을 가질 수가 없지.
내가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 오빠 말을 잘 듣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이 남자, 내가 완전 사랑하고 싶다고."
"요게. 쪼끄만게 벌써 사랑타령이야?"
"엄마 또 봤지?
자기가 나한테 너무했다고 생각이 드니까 나한테 반박할 길을 열어주잖아?
물론 쓰잘데기 없는 거지만, 이거 하나라도 어디야? 하하."
"무슨 반박을 할건데?"
"오빠, 사랑은 어린이집 다니는 코흘리개들도 하거든요? 하하하."
이 말에 나와 아이린은 물론이고 지혜까지 빵터졌다.
우리는 와인을 더 마시고 헤어졌다.
당연히 나와 지혜는 아이린을 데려다주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지혜는 계단에서 내게 키스를 열번도 더했다.
"오빠, 엄마가 오늘 왜 저러는 줄 알아?"
"글쎄? 지혜가 걱정돼서?"
"낮에 오빠랑 공부하면서 내가 몇번 엄마한테 들켰잖아?
아까 그 일로 꼬투리를 잡아서 확 다 터뜨리려고 덤비다가 내 반격에 쓰러진거지."
"넌 엄마한테 그러고 나면 속이 시원하니?"
"아니. 내 마음도 엄청 아파.
그렇지만 한번 이렇게 빡씨게 해놓아야, 내가 마음놓고 오빠랑 키스하죠. 안그래? 하하."
"그렇게도 엄마랑 맞장 뜨고싶으면, 나 안보는 데에 가서 둘이 해결하든가."
"아니지. 내 응원군 오빠가 내 옆에 떡하고 버티고 있어야지.
안그랬더라면 내가 오늘처럼 절대로 할 수 없었어.
내가 시작만 해놓고 늘 엄마한테 당하기만 했지.
내가 엄마를 이겨서 뭐하겠어? 엄마가 불쌍하잖아?"
"나 .. 돌아버릴 것 같아."
"괜찮아. 마음 놓고 돌아. 내가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줄께. 헤헤."
침대에 누워서 나는 지혜가 엄마에게 대들면서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지혜가 나한테 고백을 한 것 같다.
그것도 <사귀자>가 아니라 <결혼하자>라고.
쪼끄만게.
제법 야무지고, 제법 당차단 말이야.
공부만 쪼끔 잘해주면 좋으련만.
*=*=*=*=*
다음날 월요일에 아침 일찍 수희에게 전화했다.
"지금 내 차 갖고 누나한테 갈께요. 준비하고 기다리세요."
"언제 와?"
"지금 출발하니까, 안막히면 20분 정도?"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수희에게 올라갔다.
수희는 문을 열어주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나에게 안겨온다.
우리는 미친 듯이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자기 엄청 나빠."
"왜? 어제 연락 안해서 삐진거야?"
"삐진 것은 아니지만..."
"주말에 나 진짜 바빴다. 학교, 일, 집, 차, 후배들 .."
"어머머. 그랬어?
난 또 그것도 모르고 어디서 술마시는 줄 알고, .."
"누나는 나를 완전 술주정뱅이로 취급하는거야?"
"절대 아니야. 오해하지 마."
"이제 나가자. 출근해야지."
나는 수희를 차에 태워서 회사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같이 차에서 내려서 들어가는데, 수희는 내게 팔짱을 낀다.
내 팔을 바짝 당겨서 가슴을 지긋이 누른다.
우리 뒤에서 또 요란하다.
"어머머. 이제 쟤들은 아예 출근을 같이하네?"
"그럼 혹시 어제 밤에? 아니면 주말을 통재로?"
목소리로 보면 분명 조애린, 곽은숙 그리고 나혜지이다.
수다로 보면 최고로 완벽한 트리플이다.
최수희가 이 말을 듣고 발끈해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선다.
나도 돌아서서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나 수희는 톡 쏘는 말을 한다.
"누나들 안녕. 좋은 아침입니다."
"언니, 어제 밤에 아니면 주말에 우리가 뭘 어쨌는데요?"
"아니. .. 뭐 .."
"우리 카플하거든요?
아침에 막내가 우리 아파트에 와서 나를 태우고 왔는데, 밤 역사가 왜 나온대요?"
"그래. 그건 혜지 네가 엄청 오바한거야."
"그니까 왜 월요일 아침부터 눈앞에서 알짱거려서 천불을 나게 하느냐고."
"하이고오. .. 막내야. 노친네들 도저히 안되겠다. 우리 뒤따라가자."
"아니, 수희씨, 뭐라고? 노친네?"
"언니보고 안그랬거든요."
"나 멀고 또 누구?"
"누군 누구야? 노친네지. 안그래요 어르신? 하하하"
"어이구우. 미쳐 돌아버리겠네."
"그건 언니 혼자 알아서 해요."
"거기, .. 이제 그 정도에서 고만해요."
"막내야. 우리도 그 카플에 끼워주면 안되겠니?"
"수희 누나가 찬성하면요. 하하."
"저것 봐. 저것들 아무래도 이상해."
"맞아요. 우리 막내랑 나랑 이상해요. 그것도 아주 엄청 많이요. 하하."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외근 일지를 들고 바로 외근을 나섰다.
수희와 나는 아침에 카플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서 만나서 같이 출근하기로 했다.
마포대교가 시도때도 없이 너무 자주 막히기 때문이다.
외근 다니는 것도, 폼은 안나지만, 회사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저녁때 들어가서 외근일지를 반납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강과장이 나를 부른다.
"이거 고용계약서인데, 싸인 해요."
"읽어보지 않아도 되겠죠?"
"한부 복사해서 집에 가져가서 읽어요.
우리도 다 똑같은 계약서로 일하거든.
막내도 안심해도 돼."
나는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강과장에게 주었다.
박은희대리는 미리 준비해둔 오렌지쥬스를 돌렸다.
나와 6인방은 함께 건배했다.
"우리 막내,
내일은 놀고, 모레 수요일부터는 더 이상 알바생이 아니야.
정규직으로 올라선 것, 진심으로 축하해."
6인방은 내가 정규직으로 바뀐 것을 손뼉치며 축하해주었다.
나혜지가 말했다.
"과장님, 우리 회식은 언제 해요?"
"회식? 지난 금요일에 했는데, 또 해?"
"막내야. 안되겠다. 너랑 나랑 우리 둘이 나이트 함 땡기자."
"누나, 제가 요새는 쪼끔 바쁜데. .."
"안바쁠 때 가면 되지. 하하."
"나혜지씨. 내가 먼저 막내 데리고 가보고, 막내 매너가 어떤지 말해줄께요. 하하."
"그걸 필요까지 없어요. 막내 정도는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있거든요. 하하."
"막내는 지난 금요일 회식이 좋기는 했니? 혹시 나이트로는 안쏠려?"
"누나, 회식이건, 나이트건,
또 다시 스타킹을 목에 걸고,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쓸 생각을 하면 아찔한데요?"
"가슴에 브라도 했었거든?"
"숨도 막히고, 심장도 벌렁거리지? 하하."
"뭔가도 딱딱하고 커다랗게 될껄? 하하하."
"아오. 막내 저 탱탱한 엉덩이를 확 터뜨려버리려고 했는데."
"누나. 성희롱인데요?"
"가서 신고햇!"
"네?"
"나도 네가 내 가슴이랑 엉덩이 만지고,
막대기로 자꾸 찔렀다고 신고하면 되거든. 누가 더 크게 당할까?"
"내가 언제?"
"필요없어. 우리 같이 노래방에 가서 술마신 것은 맞잖아? 그거면 다 돼. 하하."
"몰랐을꺼다."
"무서운 세상이네요."
"남자가 하는 신고보다 여자가 하는 신고가 훨씬 더 잘 먹혀들어가요.
워낙 많은 남자들이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한테 당했다고 신고하면?
경찰은 남자 말을 믿으려고 하지를 않아.
여자는 조신한 척 하면서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면 대부분 오케이야.
정황상 남자는 술취해서 잘 모르니까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이 뻔하잖아?
여자가 남자를 성희롱 했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냐? 하하하."
나와 최수희는 퇴근해서, 나는 최수희를 집에 태워다주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최수희는 나에게 올라가자고 했지만,
나는 다음 알바 때문에 가야한다면서 서둘러 집으로 왔다.
내 책상에서는 지혜가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중이다.
그런데 옷을 보니까 평상복 차림이다.
아무래도 지혜가 오늘 학교에 가지 않은 것 같다.
"왜 결석했어?"
"대체휴일."
"그게 갑자기 왜 그런데?"
"징검다리 휴일이라나 뭐라나. 오늘 쉬고, 대신 방학을 하루 줄인대."
"경식이는?"
"경식이도 나랑 같이 하루 종일 여기서 공부하고, 이제 막 친구들이랑 PC방 갔어."
"그런데 왜 어제 그 말 안했어?"
"글쎄?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거든? 그런 말 할 정신도 없었잖아. 헤헤."
"괜히 서둘러서 왔네."
"흥. .. 안그랬으면 또 어떤 여자랑 밥먹고 술마시고 했겠지?"
"그건 아니고. .. 천천히 올 수도 있었다고. 급하게 온다고 약간 밟았거든."
"그럼, 시간 있으니까 이따가 나랑 드라이브 가면 안될까?"
"이따가는 밤인데?"
"뭐 어때? 하루 종일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
"간만에 공부 쫌 하려니까 온 몸이 거부하냐? 하하."
"그으래애. 가자 응?"
"가도 되는데, 나 눈좀 붙이고. 어제 잠을 설쳐서 엄청 피곤하거든."
"알았어. 가서 자. 여신께서 재워줘?"
"안그러면 고맙지. 너 그러면 오던 잠도 도망가겠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다.
나는 씻고 바로 침대로 갔다.
눕자마자 지혜가 소리없이 쏙 들어왔다.
지혜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오빠, 잘 자요. 내 꿈 꾸고, 알았지?"
지혜는 내 입술에 몇번 키스하고 나갔다.
너무 힘주어 하는 바람에 내 입술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키스때문일까?
조금 자다보면 지혜가 또 내 입술을 빨면서 잠을 깨우겠지.
한참을 자고있는데, 정말 내 입술이 빨리고있다.
비몽사몽간에 하는 생각.
지혜겠지?
그런데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핥는다.
그 혀가 내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내 입을 채운다.
내 혀를 데리고 나가서 빨고있다.
지혜가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
그럼 아이린일까?
눈을 뜨면 간단히 알 수 있는데, 그러기 싫다.
눈을 뜨는 순간 이 상황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이다.
누군가의 손이 배에 있는 이불을 들춘다.
나의 이녀석은 잠에서 깨어났다고 해서 아침인 줄 알고 있나보다.
빳빳하게 서서 텐트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있다.
이불을 들춘 손이 와서 그 녀석을 옷 위에서 잡는다.
나도 모르게 그리로 힘이 불끈 들어간다.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그 손은 잠시 멈칫 하다가, 다시 약간 힘을 주어 감싼다.
그런데 그녀의 손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인다.
이 녀석은 마음놓고 껄떡댄다.
고얀 녀석.
잡혀있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그야말로 행복한 구속이다.
이대로 잠에서 깨어나고싶지 않다.
그 손은 바지를 열고 갇혀있는 그 녀석을 해방시킨다.
아까 샤워하고 팬티를 입지 않았는데, 들통나버렸다.
그 따뜻한 손가락이 기둥을 차분히 감아서 쥐어오는 느낌이란 ...
한동안 이상한 애들이랑 관계를 하지 않은 탓에 이런 느낌도 오래 만이다.
앗!
이 녀석이 어느새 위험수위에 도달한다.
이제는 참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급해졌다.
더 이상 꾸물 대다가는 대형사고를 칠 것 같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벌떡 일어나버린다.
"헛!"
"앗!"
그녀가 놀라는 것을 약간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내가 먼저 놀라는 척 연기를 한다.
나는 거의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향하여 달린다.
어둠 속에서 그녀도 엄청 놀라서 뒤로 물러섰을 것이다.
화장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나는 나 혼자의 힘으로 나의 위기를 시원스럽게 극복한다.
내 생각에 그녀는 분명 아이린이었다.
뒷처리를 하고 재빨리 침실로 간다.
아무도 없다.
거실과 주방 어디에도 개미새X 한마리도 없다.
배란다 쪽을 내다보아도 아무도 없다.
옷방에도 없다.
지혜는 공부한다더니 어디갔지?
아이린은 어느 새 사라졌지?
내 전화기가 울리는 것을 무시하고 다시 욕실로 간다.
샤워하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는다.
그런데 거실에 지혜가 와있다.
"엄마가 밥먹으러 내려오래."
"엄마가? 너는 왜 공부하다가 사라졌어?"
"엄마가 아까 와서 나를 데리고 내려갔어."
"너도 엄마랑 같이 밥했니?"
"아니. 밥은 엄마가 하고, 우리 둘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얘기 좀 했어."
"그럼, 엄마는 계속 네 방에만 있었어?"
"화장실에도 안가고 지금까지 나랑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는데?"
그럼 도대체 누구였어?
나 말고도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있는 사람은 네사람 뿐이다.
지혜, 경식, 아이린, 그리고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하하하.
말이 안되고. .. 패쓰.
경식이가 와서 나한테 그런 몰상식한 짓을 했을 리는 없다.
또 경식이는 지금 PC방에서 게임중일 것이다. .. 패스.
그것은 분명 여자였다.
그녀는 분명 아이린이었다.
나는 아이린의 키스와 지혜의 키스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아이린의 입술과 지혜의 입술도 당연히 구별할 수 있다.
잠결이라서 잘못 보았다는 말이 안통한다.
나는 눈만 감고있었을 뿐, 잠에서 절반 정도는 깨어있었다.
말 그대로 비몽사몽에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아이린은 지혜랑 같이 있었다고 한다.
누구였지?
허깨비였나?
그럴 정도로 내 몸이 허해졌나?
나는 어리둥절해서 서있다.
지혜가 와서 내 팔을 잡아끈다.
그런데 지혜의 두 뺨에 왜 이렇게 붉은 빛이 돋아있지?
나는 지혜의 손에 이끌려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
지혜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내 입술을 빨아댄다.
분명 이런 입술키스는 아니었다.
우리는 지혜의 방으로 내려갔다.
"너는 거기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30분이나 걸리니?"
"오빠가 샤워하러 가는 바람에. 내 전화기도 여기에 두고 갔고."
식탁에 앉았는데 지혜가 자꾸 내 눈길을 피한다.
"경식이는 저녁 안먹어요?"
"9시까지는 게임만 하고, 저녁은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대요. 하하."
"지혜야, 지금이 몇시지?"
"8시 다돼가요."
나는 아이린에게 물었지만 지혜 대신에 아이린이 대답했다.
내가 완전 잘 못 본것 같다.
그럼 저 쪼끄만게?
더 한심한 것은 나다.
아직 두 사람의 키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다니.
나는 두 사람의 입술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래도 모르겠다.
식사 후에 우리는 여의도로 산책을 나갔다.
지난 번에 아이린과 같이 왔던 곳이다.
"가까이 살면서도 오늘 처음으로 와보네. 엄마도 처음이지?"
"응? .. 으으응. .. 아닐껄?"
"엄마는 와봤었구나.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좋아졌나?"
"글쎄. .. 기억이 ..."
아이린과 지혜는 내 뒤에서 무슨 얘기를 열심히 하면서 소근거린다.
나는 그 쪽으로는 신경을 끄고, 조깅복차림으로 운동중인 여자들의 빵빵한 몸매를 감상한다.
괜찮다싶은 여자가 지나가면 넋을 잃을 정도이다.
"오빠, 안그래?"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이 오빠 뭐야아?"
"아마 조깅복녀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팔려있나봐."
"맞다.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전에 왔을 때도 .."
"엄마가 오빠랑 전에 여기 와봤다고?"
"아니, 다른 남자랑 .."
"뭐야? 엄마! 엄마 지금 타락한거야? 어떤 남자랑 이런 데를 왔다는 거야?"
"조용히 해. 지나가는 사람들 다 듣잖아."
"지금 그게 왜 문제냐고. 빨랑 말 안해? 언넘이었어?"
"그놈이었어. 이제 됐지? 하하."
"하아. .. 엄마 지인짜. 완전 구제불능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
나는 아이린을 차로 아파트 앞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나와 지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한 층 올라가고 키스,
또 한 층 올라가고 또 키스,
이렇게.
우리는 7층 내 방에까지 왔다가 키스하면서 다시 5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나는 지혜를 방에 들여보내고 내 방으로 올라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거실을 바라보면서 신을 벗는다.
어라?
뭐지?
*=*=*=*=*
이제 광복절 휴일도 끝이네요.
이번에 보니까 왕싸가지 아베총리는 미국이랑 짝짜꿍하던데,
우리 아찌들은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고,
더위도 마지막이기는 하지만 아직 여전한 것 같고.
아마도 한동안은 별 낙이 없을 것 같아요.
이럴 때 제라도 힘이 되어드리는 글을 써야하는데 ..
죄송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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