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여신의 고민과 눈물
그때 현관문이 삐리릭 소리를 내고 열리면서 지혜가 안으로 들어선다.
"여신 왔지롱. .. 헤헤."
지혜는 나를 보자마자 내 뺌을 양손으로 잡고 내 입술을 빨았다.
쪽쪽하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났다.
한참동안 내 입술을 빨던 지혜가 내게 안겨왔다.
나는 지혜를 꼬옥 안았다.
마치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느낌이다.
이렇게 지혜를 안을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
"여기서 기다린다더니?"
"어이구우. 그래쩌여?
내가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다고,
만나던 여자도 그냥 내팽개치고 언능 왔쩌여?"
"야아아! 안그랬거든."
"하하. 알았어.
쪼끔 오바했더니 왜 이렇게 버러럭이야?
나, 여기서 오빠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가느라고 내려갔었어.
오빠도 지금 화장실에 들어갈 자세네? 하하."
"이 화장실 그냥 쓰지, 화장실 간다고 내려가?"
"에혀. 여자는 화장실에서 하는 일이 좀 복잡해. 오빠한테는 없는 것도 있고."
"그럼 걍 패쓰. 나 샤워한다."
나는 샤워를 하고, 지난 번처럼 곤란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으려고 바로 옷방으로 갔다.
지혜는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TV에 열심인지 엄청 조용하다.
지혜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나에게는 낯설다.
테이블에는 영어 단어장과 연습장이 놓여있다.
"이 야심한 밤에 어인 일로 왔어?"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있다가, 갔다가, 다시 온건데?"
"그니까. 무슨 일이냐고?"
"나에게 상담이 필요해."
"여신에게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해줘야지.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거야?"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자기가 이제 들어와놓고 왜 나한테 뒤집어 씌운대?"
"뭐?"
"맞잖아? 난 한시간 전에 이 방에서 오빠랑 통화했고, 쭈욱 여기 있었거든요?"
"한시간 전도 벌써 밤 11시 넘었었는데?"
"난 8시부터 계속 오르락 내리락 했거든요. 내 다리통 굵어지면 오빠 책임이야."
"이러언. 그래. 무슨 상담이 필요해?"
"고민 상담."
"고민? 여신한테도 고민이 있어? 말해봐."
"첫번째 고민은. .. 와인!"
"요게. 쪼끄만게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해?"
"원래는 아니었는데, 오빠한테서 술냄새가 솔솔 나니까, 갑자기 쫙 땡기네. 헤헤"
"나야 친구들이랑 있다보니까 마신거고. 넌 아직 고딩인데 허구헌날 술타령이야?"
"살다보면 땡기는 날이 있거든? 그게 바로 오늘이야."
"요새 매일 땡기더만? 땡긴다고 바로바로 마셔대면 중독 돼요."
"딱 오늘만 마시고 이번 주 내내 입에도 안댈꺼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아아. 지인짜아. 와인 한잔으로 엄청 치사하게 나오네."
지혜가 버러럭 했다.
그런데 버럭럭 하는 지혜에게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보면 볼수록 하는 짓마다 매력덩어리이다.
지혜에게는 섣불리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와인병을 꺼내고, 바로 코르크 마개를 뽑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혜는 나를 보고 있다가 잔을 꺼내고, 냉장고에서 안주로 먹을 것도 주섬주섬 꺼낸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마실 생각이었으나, 지혜는 소파로 옮겼다.
내가 잔에 와인을 따르려고 하자, 지혜는 자기가 따르겠다며 와인병을 손에 든다.
지혜가 조심스럽게 와인을 따르는 모습이 엄청 진지해보인다.
그러니까 또 얘가 엄청 귀엽다.
"와인이 준비됐으니까 첫번째 고민은 해결 됐고. .. 그 다음 고민은?"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뭐가 해결 됐다는 거야?"
우리는 허공에서 잔을 부딪힌다.
지혜의 입으로 와인 한 모금이 들어간다.
"아오오. 셔!"
"그렇게 신 것이 뭐가 좋다고 자꾸 마셔?"
"치이. 자기도 마시면서."
"나는 신 맛이 좋거든. .. 그래. .. 이제 마셨으니까 고민이나 말해봐."
"오빠. .. 나. .. 공부하면 정말로 전망이 있을까?"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너한테 수업을 할 것 같아?
되지도 않을 애를 돈 벌 목적으로 공부시키지는 않거든요."
"으음. .."
"내년에 고3이 되면 대학에 갈 준비를 해야하거든. 그 때는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어."
"무슨 준비?"
"여기 저기 진학상담 받고, 대학 찾아서 수시 원서 쓰고, 생활기록부 작성하고, 등등.."
"그럼 고2때 공부를 해 두라 이 말씀이셔?"
"그래. 지금 공부하는 것도 지혜한테는 딱히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야.
미리 놀고, 이제 공부하려고 덤비니까.
만일 거꾸로라면 어땠겠어?"
"고1때 열공, 고2때 방황?"
"그래. 그랬다면 완전 망하는 거죠.
고3때 만회가 될 것 같으니?
고3은 고2때 배운 것을 복습하는 정도만 하거든. 한두가지 빼고."
"오빠 말을 듣고 있으면 하면 될 것도 같은데 ..."
"돼! .. 될 것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되게 돼 있어."
"그런데 이 불안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글쎄.. 공부 안하고 놀았다는 자책감?
새로 배우는 것들이 어렵게 느껴지고,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지은 죄가 많다 이거야?"
"죄는 무슨? 놀때 놀았으면, 공부할 때 빡씨게 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너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이건 완전히 지혜답지 않거든?"
"아아. 그거?
영어 숙제가 이번 주에 단어장 외우는거야."
"그럼 외우면 되지."
"그게 외워서 될 것이 아니야.
이 단어장에 1800단어가 들어있는데,
영어샘이 이번 주에 900 단어, 다음 주에 900 단어를 외워서
깔끔하게 정리하잰다."
"그대로 외우면 안돼?"
"900단어를 1주일 동안에 외운다고?
내가 다른 과목 전부 손 놓고 단어만 외워도 안돼.
오늘 외운다고 해도 2, 3일 지나면 또 까먹고.
900단어가 애들 장난하는 것이 아니잖아?"
"지혜야."
"응?"
"그러니까 너는 단어 외우다가 꼭지 돌았구나?"
"별 이상망칙한 단어들이 엄청 많고 ..."
"그 숙제는 너를 위한 숙제가 아니라,
영어 잘하는 애들을 위한 숙제 같다."
"그런 것도 있어?"
"영어 잘하는 애들을 생각해봐.
걔네들은 그거 봐도, 아는 것이 많으니까,
외워야 할 단어들이 별로 많지 않거든.
너는 그 동안 그런 쪽으로 신경을 안썼으니까
대부분이 모르는 단어이고,
또 그 많은 단어들을 싸그리 다 외워야 하는 입장이고."
"그니까. .. 쫌 놀다가 공부하려고 덤볐더니 단어가 발목을 잡잖아."
"그거 다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외우는 데 까지 외우고, 부지런히 복습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럼 숙제를 다 못하는데?"
"그 단어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마세요.
너는 포기하지 말고 하는 데 까지만 해요.
그 단어를 모조리 다 외웠다고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왜? 단어를 많이 알면 영어를 잘하는 것 아냐?"
"영어가 단어뿐이냐? 문법이나 어법은 어쩌고? 지문 독해는 또 어쩐대?"
"하긴. .."
"지혜야. 너는 여신이잖아?
그런 고민은 하지말고, 나랑 같이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나를 믿고 따라와주면 안되겠니?"
"....."
지혜는 조용히 와인을 마신다.
이러는 지혜가 내 눈에 한없이 딱해보인다.
내 가슴이 먹먹할 정도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지혜의 그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야."
"아니야. 오빠는 내 마음을 몰라. 몰라도 한참 몰라."
"지혜가 아무리 결심을 암팡지게 하고, 첫발을 내디뎠다고 해도,
순풍에 돗달기는 불가능해.
바다에 어떻게 순풍만 있겠니?
앞으로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그 결심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순간이 여러번 올 꺼야.
때로는 이것이 해서 될 일인가 의심스럽고.
때로는 이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거야.
그렇지만 그런 것은 다 틀린 생각들이야.
이런 생각들은 네가 부지런히 노력만 해서 잘 되려는 것을 방해해.
너를 방황하게 하고, 고민하게 할꺼야.
그러다가 결국 너는 허송세월을 하게 되고,
너의 꿈을 이루지 못할꺼야.
그래서 고민이나 방황은 바로 망하는 지름길이야.
그러니까 너는 이런 잘못된 생각들을 넘어서서 극복해야 해.
네가 너를 확실하게 믿고,
네가 너에 대해서 든든하게 자신감을 가져야 해.
너도 너를 믿지않는다면 누가 너를 믿겠어?
지혜야.
이 세상을 살다보면 공부보다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세상을 살면서 보면 공부만큼 쉬운 것도 별로 없거든?
공부가 마음대로 안된다고 좌절하면,
이 세상에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 돼.
너는 지금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있잖아?
그동안 놀았던 전적이 있으니까, 전교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무리일꺼야.
그렇지만 어느 정도 딛고 올라가는 일은 충분히 가능해.
너는 하면 올라가게 돼있어.
믿어지니?
우리 내기해도 좋아.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하는 거야.
우리 지혜 .. 내가 도와줄께.
내가 받쳐주고, 밀어주고, 끌어주고, 다 할께.
너를 믿고, 또 나를 믿고, 우리 같이 하면 안되겠니?"
지혜는 고개를 숙이고 내 말을 듣고있다.
먼 길을 달려와서 지친 몸을 쉬고 있는 한마리 사슴처럼,
지혜는 조용하고,
지혜에게서는 가냘픈 숨소리만 들린다.
어느새 지혜의 눈이 젖는다.
지혜의 양쪽 어깨가 흔들린다.
지혜의 눈에서 뺨으로 눈물 방울이 데구르르 흘러내린다.
지금 저 쪼끄만게 눈물로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지혜의 눈에서 막 나온 저 작은 눈물 방울 하나가
이제는 엄청난 바닷물이 되어 내 마음으로 밀려드는 것 같다.
이러다가 내 눈도 젖을 것 같다.
이러다가 내가 지혜를 안아버릴 것 같다.
나는 물티슈팩을 열고 한장을 꺼냈다.
한 손으로 지혜의 손을 당겨다가 물티슈를 쥐어주었다.
지혜는 물티슈가 아니라
다른 손의 손등으로 얼굴을 문질러서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보고있는 내가 엄청 답답하다.
내 손에 물티슈를 잡고,
다른 손으로 지혜의 어깨를 당겨와서 지혜의 눈물을 닦아준다.
지혜는 내게 거의 안기다시피 하고있다.
지혜는 눈물을 쏟아내고, 나는 그 눈물을 닦아준다.
지혜의 눈매와 지혜의 뺨을 물티슈로 닦는다.
지혜는 눈으로 울고,
나는 이러는 지혜를 보고 마음으로 운다.
그렇지만 닦아도 소용없는 눈물이다.
지혜가 또 쏟아내는 것이 눈물이다.
지혜가 또 쏟아내면 또 흐르고, 또 흐르는 것을 나는 또 닦는다.
그러나 나는 지혜에게 울지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주제에.
내가 뭐가 잘나고, 대단하다고,
지혜에게 울어라 말아라 하겠는가?
울고 싶을 때에는 울어야 한다.
울어서 속이 시원해질 것이라면, 왜 울지 말아야 하나?
울고 있는 이 순간에 지혜의 마음은 가장 진심일 것이다.
저 진심 속에 지혜가 우뚝 서기를 바란다.
지혜의 진심과 나의 진심이 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혜는 내게로 쓰러지듯 와라락 안겨왔다.
나는 지혜를 안고 머리를 쓰담쓰담 하며 어깨를 토닥토닥 했다.
우리는 한동안 이러고 있었다.
지혜는 계속 흐느끼며 내 티셔츠에 얼굴을 비빈다.
오늘 울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울자.
내 전화기에 전화가 들어온다.
아이린이다.
"가게에서 내려왔는데, 방에 불이 켜있어서요."
"지혜가 와있어요."
"아니. .. 이 시간에 우리 지혜가 왜요?"
"그럴 일이 있어요."
아이린은 갑자기 다짜고짜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잠시 후면 아이린이 들이닥칠 기세이다.
아마도 아이린은 자기가 자기 아파트로 걸어올라가겠다고 말하면,
내가 내려가서 바래다줄 줄 알고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혜가 내 방에 있다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나는 지혜에게 말했다.
"곧 엄마 오실꺼야."
"엄마가 왜? 이시간에 여기를 왜 와?"
"너 여기 있다고 내가 말씀 드렸거든."
"에이. 참. .."
지혜는 떨어져 앉았다.
그런데 지혜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은 것 같다.
지혜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혜의 얼굴이 닿았던 내 티셔츠도 지혜의 눈물로 제법 많이 젖어있다.
아마도 10년 동안에 울을 울음을 터뜨린 모양이다.
무엇이 지혜를 이정도로 울게 했을까?
내 예상대로 문이 열리고, 아이린이 들어섰다.
아이린은 지혜 옆에 내 반대쪽으로 앉았다.
그녀는 나와 지혜, 그리고 탁자에 와인을 본다.
또 그녀는 지혜의 젖은 눈이 퉁퉁 부어있는 것을 본다.
"지혜가 술마시고 주정부렸어요?"
"엄마는? 내가 엄마처럼 그러는 것 봤어?"
"얘가 왜 화를 내? 술이랑, 눈물을 보면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나한테 술주정하면서 우냐고 말하면, 우리 둘 사이에 더 이상 대화가 안된다."
지혜는 또 다시 내게 쓰러졌다.
지혜는 또 흐느낀다.
아이린은 놀란 눈으로 지혜를 보는데, 긴장한 표정이다.
나는 지혜의 어깨를 안으며 아이린에게 설명해주었다.
"지혜가 공부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또 지혜의 생각대로 안되는 것이 공부잖아요?
그래서 우리 아가씨가 너무 크게 실망을 한 것 같아요.
답답하니까 잠도 안오고,
그래서 나한테 올라왔어요."
지혜가 바로 앉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는 여자들이랑 놀고있다가도,
내가 전화하니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택시타고 달려왔어.
이 남자는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나한테 정말 필요한 얘기,
내가 아직 모르고 있었던 얘기를 해줬거든.
나, 오빠 말에 완전 감동먹고 징징짰어.
그런데 엄마는 뭐야?
내가 지금 술주정 부린다고?
이게 엄마가 자기 딸한테 할 소리야?"
"지혜야. 그 .. 그건. .."
"자기 딸 자식이 남자 품에 안겨서 울고있는 일이
보통 늘 일어나는 일이야? 아니잖아?
그럼 엄마는 엄마니까, 무슨 일이 있는지 자초지종을 먼저 알아보고,
조심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야?
이게 눈물 한두 방을 흘린 것인지 내 눈을 봐요.
오빠 티셔츠를 저정도로 적셨잖아?
이게 나한테 늘 있는 일이냐고?"
"지혜야. .. 잠시 .. 내가 .."
"엄마랑 나랑 ..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어? 이건 말이 안돼."
지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나는 지혜가 화장실 아니면 문, 둘 중에 무엇을 택할지를 몰랐다.
나는 지혜보다 빨리 튀어나가서 현관 문을 막아섰다.
"위로 엄청 나오더니, 아래로도 급해. 헤헤."
지혜가 웃었다.
웃는 지혜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놓이면서 눈이 시큰해왔다.
지혜야, 너는 나의 진정한 여신이다.
지혜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문에 쇠줄을 걸어두고, 재빨리 주방으로 가서 와인잔을 소파로 가져왔다.
아이린에게 와인을 따라서 잔을 아이린 앞에 놓아주었다.
그런데 아이린의 눈이 젖어있다.
모녀가 오늘 같이 울기로 작심했나?
나는 아이린의 손을 꼬옥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잘 될꺼야."
그런데 그때 변기에서 물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달리다시피하여 화장실 앞으로 갔다.
엄청 바쁘다.
그런데,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몸이 훨씬 빨랐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혜는 옷을 바로 입고 세면기에서 손을 씻는다.
원피스차림의 뒤태에는 나를 끄는 뭔가가 있다.
지혜가 나가려고 시도한다면 막을 생각으로 나는 현관 문 쪽으로 섰다.
지혜는 나를 보고 다시 한번 씨익 웃는다.
그리고 소파 쪽으로 걸어간다.
나도 안심을 하고 지혜의 뒤를 따른다.
저 웃음의 의미는 뭐지?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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