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아이린과 지혜의 밀당
아이린이 우리에게 왔으므로 어쩔 수 없이 나는 지혜의 몸을 밀쳐냈다. 지혜는 내게서 떨어져나갔고, 아이린은 지혜를 나무라는 투로 투덜거린다.
"뭐야아. 급하다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해서 왔더니, 사람이 와도 쳐다도 안보니?"
"내가 쫌 바빴거든. .. 헤헤."
"둘이 붙어서 할 짓 안할 짓 다 해놓고 바빴다는 말을 하면 뻔뻔하죠."
"엄마. 기분 나빴어? 나 안할 짓은 안했거든요?
그럼 내가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은 안해봐?"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글쎄. .. 내가 오늘 오빠네 학교 도서관에서 오빠네 과에 다니는 언니들을 만났거든."
"그래. 그 자리에 끼겠다고 나갔잖아?"
"나 오늘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
그니까 있잖아요. 오빠가 과학 고등학교 다닐 때 @%#$^@$%$%"
"어머어머, 아니 그럼 그 외계인이 지금 지혜 과외샘이라고? 하하하."
"그니까 저 오빠랑 사귀면 공대 퀸이..@#$!$%!$#%"
"하아. .. 그럼 태현씨가 퀸 킬러야? 아니면 퀸을 양성하는 선생님? 남자? 하하하"
소파에서 지혜가 아이린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나는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가 끝났는데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나는 침실로 가서, 거실에서 하는 이야기 소리가 들리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침실의 문은 닫지 않고 열어두었다. 반바지와 티셔츠는 벗고 팬티만 입고 침대에 누웠다. 모녀가 거실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는 점점 아득하게 들리고,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 후에 누군가 내 입술에 키스하는 바람에 나는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났다. 분명 지혜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그냥 있었다. 지혜는 내 입술을 천천히 빨아당기고 있다.
내가 눈을 뜨자 지혜는 깜짝 놀라면서 입을 떼고 얼굴을 들었다. 지혜는 내 침대에 걸터앉아서 내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혜도 팬티와 브래지어만 하고 있다. 침대 앞에 있는 의자에는 잠옷 원피스가 가지런히 걸쳐있다.
"나 얼마나 잤어?"
"40분 정도?"
"아빠한테 가려면 언제 나가야 해?"
"오빠가 피곤해서 잔다고, 아빠한테 엄마가 우리 대신 가셨어.
우리는 오늘 나가지 않아도 돼."
요게 이제는 침대로 올라와서 아예 내 옆으로 눕는다. 우리는 몸을 옆으로 세워서 마주본다. 나에게 안겨오는 사랑스런 지혜를 나는 꼬옥 안았다. 지혜는 내 가슴에 얼굴을 대고 비빈다. 지혜가 하는 짓이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내 얼굴을 바라보던 지혜가 눈을 꼬옥 감고 내 귀에 입을 가까이한다. 촉촉한 지혜의 목소리가 귀에서 흩어진다.
"오빠"
"응?"
"나 어떡해?"
"왜? 엄마한테 혼났니?"
"아이. 내가 왜 혼나?"
"그럼 왜 그러는데?"
"아까 엄마 나가고 나서 아래층 내 방에 가서 샤워하는데 자꾸 오빠 생각이 나서 ..."
"......"
"......"
"오늘 영심이 언니가 한 말은 잘 알아들었겠지?"
"나 바보 아니거든."
"그럼 언니 말대로, 너는 먼저 실력을 쌓고, 그 다음에 나한테 덤벼야지."
"하아. .. 오빠가 나한테 약속하면."
"무슨 약속을 해?"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다른 여자 절대 안쳐다보고 나를 기다려 줄 것."
"그게 말이지. .. 지혜야, 나도 지혜 생각하면 얼마든지 그러고 싶은데 .."
"그렇지?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오빠를 가만 안놔두지?
어이구우. 이 자뻑아!"
"그거 사실인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오빠가 지금까지 판을 있는 대로 키워놓아서 그런거잖아?"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고, 좋은 향기도 펄펄 날리는데,
나비가 어떻게 그 꽃을 모르는 척 해?"
"말은 잘해요. 참나.
그래서 여자가 오빠를 꼬셨다 이 말이네?"
"지금까지는 그랬거든요."
"그렇다면 .. 으음 .. 오빠가 나도 그 꽃 중에 하나로 봐주면 안돼?"
"너도 꽃은 꽃이지. 물론 나도 지혜를 꽃으로 봐.
그런데 지혜는 아직 피지 않고 봉오리만 맺혀있는 꽃이야.
그러니까 나 말고 다음 나비들이 자라서 또 오거든요.
그 때에는 너도 활짝 필꺼야."
"싫어. 난 지금 당장 필껀데?"
"우길 일을 우겨라. 고집도 부릴 데에 부리고."
"오빠는 고등학교 몇 년동안 다녔어?"
"2년."
"3년 아니었어? 왜 2년?"
"과학고에서는 2년만에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이 다 끝나거든.
그래서 2학년 말에 수능을 칠 자격이 있어.
나머지 1년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을 당겨 배우고, 실험하고 뭐 그러는거야.
수능 점수 나오면 바로 대학에 가는 거지, 뭐하러 그 1년을 더 다니냐?"
"초등, 중 해서 9년, 고등 2년, 대학 2년, 군대 2년, 이번 해 1년 하면 합이 모두 16년이네?"
"그걸 지금 왜 계산해?"
"그럼 오빠는 몇 살 때 초등 학교에 들어갔어?"
"7살때."
"중학교 13, 고등학교 16, 대학교는 18, 군대는 20, 제대했으니까, 지금 23살이네."
"7 더하기 16 해도 23 이거든요. 뭣하러 그걸 전부 다 계산하냐?"
"오빠가 몇살때 뭐햇나 보느라고. .. 헤헤.
나는 지금 18살에 고2 인데, 오빠는 내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
"그게 왜? 겨우 2년 빠른데 뭘 그래?"
"우리 나이에 2년 차이면 그거는 하늘과 땅 차이야.
그니까 지금 오빠 나랑 겨우 5살 차이 나는 거 맞지?"
"5살 차이가 왜 지금만? 우리는 영원히 5살 차이야."
"그 5살 차이를 갖고 왜 나를 어린 애 취급 해?"
"웃겨. 2년 차이는 하늘과 땅이고, 5년은 겨우 5년?"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 10년 차이 나는 줄 알았네."
"지혜가 오해하는구나.
우리는 5살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지혜 네가 미성년자라는 것이 문제야.
이게 내가 법에 걸리고, 내가 쇠고랑을 차게 돼요.
너 제발 이해 좀 해라.
이제 알겠니?"
"그거 정도는 오빠가 버프 시전 하면 안돼?"
"돌겠네. .. 내 나이를 퍼서 너한테 줄까?
이 나라 법이 문제라니까, 버프 시전이 왜 나와?"
"우리만 입 다물면 되지 않을까?"
"시끄러워!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 읍. .. 으읍. .."
지혜는 내 입술을 빨았다. 이제는 나도 지혜의 키스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지혜의 촉촉하고 빨간 입술이 내 입술과 혀를 부드럽게 빨아당길 때, 내 입술이나 혀가 녹아나가는 것 같다. 나도 지혜의 입술을 빨면서 풋풋하게 피어 오르는 향긋함에 취해갈 때 지혜의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린다.
지혜가 처음에 키스할 때에는 막무가내로 빨아대거나,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하면서 빠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거칠었다. 이제는 달콤하고 감미로움이 느껴진다. 지혜의 키스에는 이제 지혜의 믿음이 들어있고, 또 지혜가 자신만만해 하는 키스이다.
나는 내 입을 들어내고, 지혜의 머리를 쓸어 올려서 넘겨주고, 여린 뺨을 어루만진다. 지혜의 발그레한 뺨은 마치 복숭아에 불그레한 색이 물들어있는 것 같다. 시원스런 이마와 함께 오똑 솟아오른 매끈한 콧날이 지혜의 마스크에서 고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면, 큼직한 두 눈에서는 당돌함을 느끼게 한다. 도톰한 빨간 입술이 말할 때마다 열리고 닫히면서 오물거린다. 쳐다보는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킨다.
지혜는 입술 사이로 내 귀를 물었다. 지혜의 혀가 내 귀 전체를 핥는다. 내 입술을 빨듯이 귓볼을 빤다. 지혜는 혀를 길게 내밀어서 내 목을 조금씩 천천히 핥으며 내려온다. 나는 지혜에게 물었다.
"지혜, 너 요새 야동을 너무 열심히 보는구나?"
"어? 어떻게 알았어?"
"내 허벅지에 대고 비비는 것을 보면, 벼개랑 이불에 대고 많이 해본 솜씨 같은데 .."
"하고싶어 미칠 때에는 그렇게라도 해야지. 오빠는 안해?"
"난 안해도 되거든."
"오빠한테는 여자가 항상 많다 이 말이네.
진짜 완전 사악하다."
"그 말이 아닌데?"
"아니라고? 그럼 혹시 오빠 그거에 문제 있어?"
"응. 그것도 엄청 심각해."
"이 뻥쟁이. .. 전에 오빠 잘 때 보니까 문제 전혀 없던데?"
"나 잘 때? 무엇을 봤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지?"
"뭐. .. 불룩 서 있더만."
"그게 다야?"
"오빠, 지금 다 알면서 묻는 거지?"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지마."
"뭐. .. 안에 손 넣고 잠시 만져봤지."
"그게 다가 아닐껄."
"팬티 속에서 너무 답답해 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팬티 밖으로 꺼내주고."
"계속해. 거짓말 하면 화낸다."
"그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해? 오빠 거기에 키스했다. 왜?"
"요게 정말. .. 네가 과연 키스만 했을까?"
"입에 넣고 몇 번 빨아준 것이 전부 다야."
"빠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어? 또 그 못된 친구들?"
"그걸 왜 배워?
요새 야동 보면 어떻게 하라고 다 나오잖아?"
사실 나도 그 기억밖에는 없다. 그 날, 내가 자고 있을 때, 지혜가 한 짓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맞다. 쪼끄만게 벌써 ...
지혜의 가슴이 브래지어에 갇혀서 빵빵하게 보인다. 지혜가 윗몸을 일으켜서 양 손으로 내 가슴과 배를 쓰다듬다가, 퇴화한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덜리면서 괴롭힌다. 혀를 내밀어서 내 젖꼭지를 덮어 누르고, 빨아들인다. 짜릿하면서 내 몸이 꼬인다. 위에서 빨리니까 아래쪽에 있는 남성까지도 요동을 친다. 내가 지혜의 젖꼭지를 빨 때 지혜 몸도 이럴까?
"하아아. 오빠꺼는 찌찌가 너무 작아. 하하."
"지혜 찌찌도 크지는 않더만."
"내꺼는 빨면 커지잖아? 오빠꺼는 빨아도 커지는 것도 없어."
오늘 지혜의 브래지어는 고리가 앞에 있어서 앞에서 열리도록 되어있다. 지혜는 내 입술을 빨면서 내 두 손을 브래지어의 고리로 가져갔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고리를 풀었다. 붙어있던 두 개의 컵이 분리되어 아래로 쏟아지면서 열리고, 지혜의 몸이 내 위로 밀착되면서, 가슴에 달려있는 두개의 몽실한 덩어리가 내려와서 내 가슴 위를 누른다. 지혜가 몸을 꼼지락거리면서 브래지어를 벗어서 던진다.
지혜의 허벅지는 내 배를 양쪽에서 조여오고, 지혜의 은밀한 그 부분은 내 배를 지긋이 눌러온다. 나는 지혜의 몸을 안았다. 지혜의 몸은 다시 내 몸 위로 포개지면서 밀착해온다. 지혜의 몸이 너무 가볍다. 저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처럼, 허공에 떠있는 새털처럼, ..
"오빠."
"어?"
"오빠가 내 옆에 없으면 불안한데,
오빠 이 가슴에 엎드려있으면 편안하고 참 좋단 말이야."
"엎드려도 꼭 이렇게 벗고 엎드려 있어야 하니?"
"우리 가슴과 마음과 심장까지 최대한 가까이 붙어있게 하고 싶거든."
"내 생각은 안하니?"
"잘난 오빠 생각을 내가 왜 해야 하는데? 하하."
지혜는 앙큼스럽게 웃으며 내 두 손을 지혜의 양쪽 엉덩이로 당겨갔다. 그런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면서 지혜의 팬티가 가리지 않은 엉덩이를 움켜쥔다. 지혜가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 같다. 말랑말랑하던 엉덩이가 갑자기 단단해진다. 내 아랫배에 대고 비비는 지혜의 그 부분을 가리고 있는 팬티가 이미 촉촉해진 것이 느껴진다. 지혜의 허리가 요염하게 뒤틀리며, 지혜가 비비면서 서서히 힘을 준다.
"하아. .. 아흑. .. 하악. .. "
지혜는 내 손바닥을 지혜의 허벅지 사이로 가져갔다. 팬티에 싸인 지혜의 도톰한 은밀한 부분은 이제 내 손바닥에 얹혀서 비벼진다. 나도 내 손바닥에 힘을 준다. 지혜는 턱을 치켜올리고, 내 손바닥이 습기와 열기에 젖는다. 지혜의 가슴은 내 입에 물려진다. 나는 지혜의 가슴을 빤다. 지혜의 숨결과 신음이 거칠어지고, 몸짓도 격해진다.
"우리 이제 고만하자."
"하아. .. 너무 신기해.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오빠는 어떻게 다 참을 수 있어?"
"나라고 왜 힘들지 않겠어? 그렇지만 내가 참는 수 밖에 없잖아?"
"이러다가 오빠나 나나 참는 데에 달인이 되겠다."
"지혜야. 아직은 이대로 더 참아보자."
"오빠가 참는데, 나라고 별 수 있어?"
나는 지혜를 안고 몸을 옆으로 굴려서, 지혜가 내 몸에서 내려오게 했다. 지혜를 품에 안고 등들 다독거렸다. 숨을 할딱이는 지혜를 바라보기가 너무 애처롭다.
"너, 야동 보면서 어디까지 따라 했지?"
"뭘 어디까지 해? 무슨 말이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나 혼자는 그냥 이렇게 만지고, 비비고, 누르는 것이 전부야.
오빠랑은 키스하고, 가끔씩 오빠가 내 가슴 빨아주고, 엉덩이 만져주고.
더 이상은 없어."
"손가락이나 바나나, 이런 것 혹시 집어넣었어?"
"미쳤어? 요새 딱풀이나 볼펜 이런 것들도 집어넣는다는데,
난 집어넣는 것은 절대 안해.
나도 하다보면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그냥 들어갈 때도 있어.
넣고 싶어 미치겠다구.
그런데 솔직히 염증 생길까봐 겁나서 넣지는 못하겠어."
"으음 ..."
"오빠, 오늘 진짜 말 잘했다.
내가 오빠한테 이러는 것이 오빠한테는 섹스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보여?"
"나는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나이가 18 이면, 그런 호기심이나 가질 나이는 벌써 지났지.
어른인 당신들은 욕망의 해소 때문에 섹스하는 거잖아?
그런 욕망이 18살인 나한테는 왜 없겠어?
내가 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내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어. 미안하다."
"요새는 생리라든가 섹스에 대한 욕구에 대한 나이가 예전보다는 훨씬 내려갔잖아?
요새 세상은 섹스에 사랑을 결합시켜서 말하는 시대도 아니고.
요새 우리 학교에도 돈 때문에 모텔 가고, 수업 마치면 노래방 도우미 뛰고, ..
이러는 애들이 하나둘인 줄 알아?
성인이 되는 나이를 법으로 정했던 그 시대랑 지금이랑은 엄연히 다르잖아?
오빠가 그런 것을 모를 리도 없고."
"그래도 있는 법은 지켜야지."
"그러지마.
나도 나에 대해서 자신할 수가 없어.
언젠가는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뭐가 들어가도 들어가.
그치만 난 그런 것은 싫어.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오빠라구."
"그러지 말고 네 나이랑 비슷한 남친을 생각해봐."
"야아아. 우리 5년차이면 나랑 비슷한 나이 아냐?
엄마 말대로, 오빠는 내가 사랑하고 또 오빠도 나 싫지 않잖아?"
"싫지 않은 것은 사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지."
"그럼 오빠도 나를 사랑하면 되거든."
"또 고집통 나온다.
사랑이나 섹스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지,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 "
"물도 흐르라고 수로를 만들어 줄 수 있는거잖아?"
"이러언. .. 그래. 일단 알았어."
"알았으면? 접수한 게 다야?"
"미안하지만, 일등급!"
"또 나온다.
그 일등급 얘기가 왜 안나오나 했다.
그것은 내가 알았다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지혜는 뾰로통 해서 옷을 입고 내려가버리고, 나는 욕실로 샤워하러 갔다. 내가 지혜의 인생에 왜 이렇게 깊이 개입하고 있을까? 나에게 덤벼드는 저 질풍노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나중에 아이린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혜가 덥혀놓은 내 몸은 그날 밤에 최수희의 침대에서 열기를 내뿜었다. 최수희는 나중에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며 제발 고만하자고 하소연을 했다. 새벽이 돼서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방효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방효은이 내 후배라는 것을 알았다면 뽑지 않았을거야."
최수희는 이 말만을 하고 더 이상은 얘기를 피했다.
나는 최수희의 집을 나서서 엄마에게 갔다. 토요일 하루 종일 엄마를 도와서 장도 보고, 청소도 했다. 그날 저녁에는 아빠와 같이 소주도 마셨기 때문에, 엄마는 집에서 그냥 자고 가라고 했지만, 밤 늦게 대리운전으로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아이린이 와서 같이 커피를 마셨다. 아이린은 나에게 지혜 아빠가 나를 꼭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이틀 전 금요일 저녁에 침대에서 지혜와 있었던 일을 아이린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린의 얼굴에서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웃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아이린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기 남자 맞아?"
"누나가 더 잘 알면서 왜 나한테 물어?"
"지혜가 그렇게까지 덤벼들었다는데, 자기는 도대체 그걸 어떻게 참았어?"
"말도 마. .. 죽음의 문 앞에까지 왔다갔다 했어."
"자기. .. 진짜 외계인 아냐?
18살 먹은 여자가 발가벗고 올라타는데, 그걸 참다니.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돼."
"알았어. 내가 누나한테 약속할께.
다음에 한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누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할께."
"아이 ..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
"어쨌든."
"요새 애들이 빠르기는 한데 .."
"누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지혜가 야동 보면서 따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조만간에 지혜가 일을 낼 것 같아."
"아이. 참 .. 학교에서 성교육 받았을텐데 .."
"그 순간에 그런 것이 생각날까?"
"실은 .. 그저께 밤에 지혜랑 한바탕 했거든."
"누나가? 지혜랑 다퉜어?"
"아니. 토론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했어?"
"애가 덩치도 쫌 있는 편이고, 조숙한 것도 있고.
요새 한참 그 생각 때문에 미치겠대요.
공부에 집중도 못하겠고, 이번 학기에 벼르고 있는데, 사실 그것도 걱정이래.
어떻게 힘들게 시작한 공부인데 .. 손에서 놓고 다른 길로 빠지기는 싫다고 했어."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데 .."
"그래서 지혜는 날더러 눈감아달래."
"누나가 뭘 눈감아?"
"지혜가 자기랑 관계를 하겠대. 그 대신 공부는 상위권에 도전해보겠대."
"지금 그게 모녀간에 할 대화야?"
"애가 저렇게 절박하게 얘기하는데, 난들 어쩌겠어?"
"그래서 나를 어쩌겠다는 거야?"
"일단 관계를 갖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고 나면 생각이 덜해지지지 않을까?"
"엄마나 딸이나 .. 정상 아니다."
"이런 말 하는 내 마음은 지금 편할 것 같아?
나도 지혜가 이걸로 이렇게 힘들어하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
지혜에게 필요한 것이 남자라면,
또 지혜가 그 남자로 자기를 선택한다면,
내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막아?"
"아무리 그렇다고 엄마가 나한테 와서 내 딸이랑 침대에 가라는 말을 해버리면 어떻해?"
"그럼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해?"
"나야 모르지. 내가 딸을 키워봤어야 알지."
"아이. 참 .. 얘가 하필 .."
지혜와 경식이는 개학을 준비한다고 했다. 나와 아이린은 새 개의 오피스텔에 있는 냉장고를 채웠고, 애들 방을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런데 내 마음은 혼란스럽다.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는 내 텔로 올라왔다. 내 방도 정리하고 또 회사에 다닐 준비도 했다. 그렇지만 한수정이 도착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내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이다. 지혜가 내 방에 들어왔다.
"오빠, 나 오늘 공항에 같이 간다고 했지?"
"꼭 같이 가야겠어? 그럴 필요가 있니?"
"한수정 언니가 궁금해.
아무래도 그 언니 앞으로 내 롤모델이 될 것 같아."
"너 웃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무슨 롤모델? 하하."
"그러니까 오늘 공항에 나가서 보겠다는데, 같이 갈꺼지?"
"알았어. 4시 반에 출발한다."
지혜는 내려갔다가 나중에 시간에 맞춰서 다시 올라왔다. 나는 외출 준비를 한다고 진에 남방을 입었다. 그런데 지혜가 말린다.
"오빠, 진짜 웃긴다."
"내가?"
"한수정 언니가 몇년만에 만나는 남자일텐데, 이렇게 입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우리는 이렇게 입는 것에 익숙한 사이거든요."
"오빠를 생각하면서 설레이는 가슴을 다독거릴 언니 생각을 해봐.
언니는 오빠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예쁜 옷으로 골라 입었을까?
상대방에 맞춰서 옷을 입는 것이 예의라고 내가 말 안해줬나?"
지혜는 자기가 골라서 산 그 어두운 바다색 슈트를 입게했다. 지혜도 그 예쁜 원피스을 입고있다. 우리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지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오늘 우리 공항패션으로 오케이다. 안그래?"
"난 이런 옷보다 편한 옷이 좋은데."
"자꾸 입으면 적응되고, 그러면 편해져."
쪼끄만게 도대체 못하는 말이 없다.
우리는 내 차를 타고 학교 정문으로 갔다. 주영심은 윤기숙과 함께 학교 안에서 정문으로 내려오다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태현이 심장은 지금 일초에 몇번 뛸까?"
"야아. 나 지극히 정상이거든?"
"오빠가 쫌 냉혈인간인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지혜도 가니?"
"네. 집에 있어봤자 별로 할 일도 없고 ..."
"너도 보통은 아닐 것 같다. 하하."
"윤기숙은 한수정 알지도 못하는데, 너도 갈래?"
"지혜처럼 나도 딱히 할 일이 없네? 하하."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내 옆자리에는 지혜가 앉아있고, 뒷자리에서는 주영심과 윤기숙이 꾸벅꾸벅 졸고있다. 지혜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한마리 새처럼 계속 종알거린다. 자고있는 윤기숙과 주영심을 의식해서인지, 지혜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내 귀에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거의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이다.
"지혜는 기분이 좋은가봐?"
"오빠랑 드라이브 하니까. 헤헤."
우리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대합실로 들어섰다. 주영심은 전광판에서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한다.
우리는 주영심을 따라서 한수정이 들어올 게이트 앞으로 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돼."
"언니, 비행기는 도착했나요?"
"아직. 그런데 태현이 너 설마 한수정을 못알아보는 것은 아니겠지?"
"나 아직 깜빡깜빡 안하거든."
마치 갑자기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느낌이다.
대합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나는 주영심과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빠, 언니. 이거 드세요."
지혜와 윤기숙이 우리에게 종이컵에 든 아메리카노를 내민다.
*=*=*=*=*=*
우일주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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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너그럽게 용서하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mentor88님, 눈꽃바다님, 짱님, 봉황꽃님, 버섯은티모님, 당근삼개님, 닭군23님, 산적오리2님 ..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으음. .. [고민스러운 표정]
이번 얘기에서는 태현이 지혜와 또 아이린과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 대화 내용은 제가 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베드신 다음으로 고민한 부분입니다.
야설이니까 이 정도로 썼는데, 아무래도 이건 말이 안되죠?
그래도 이것 이상은 생각이 안나요.
애교로 봐주세요.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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