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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6 1,260회 0건



34. 같이 자? 아니면 따로 자?



나는 TV를 끄고, 주방으로 갔다. 잔을 한 개 더 들고 와서 두 개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리고 나는 CD 플레이어에 파워스위치를 넣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서 수정이와 함께 잔을 들어 건배하고 한 모금씩 마시면서, 인류의 풍요를 상징한다는 와인의 시큼한 맛을 즐긴다.

지금 나오는 곡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타이스의 명상곡, 그러니까 바이올린을 위한 Meditation 이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바이올린 독주곡이다. 타이스가 젊은 날의 화려했던 방탕한 삶을 뉘우치는 내용이다. 수정이가 내게 물었다.



"저 타이스처럼 .. 우리 지금 방탕한 삶을 살고 있니?"
"글쎄 ..."

"우리가 죽어갈 때, 우리는 무엇을 참회할까?"

"우리는 지금 우리의 젊은 날을 살고 있을 뿐이야.
오늘을 어떻게 살았든, 우리의 삶이 끝날 때에는 우리의 오늘에 대한 뉘우침이 어떤 형태로든 꼭 있지 않을까?"



음력으로 보름인가? 휘엉청 밝은 달빛이 창가에 부숴진다. 밤이 늦어서인지 소름 끼치도록 조용하다. 한낮에는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니까 서늘하다. 이제 여름도 끝나고, 가을이 어딘가에 오고 있다는 말이겠지. 한수정이 가을을 데리고 온 것 같다. 한수정의 손가락에서 내가 준 반지 한개가 불빛에 반짝인다. 그런데 윤기숙 때문에 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는 유감스럽게도 두 개이다.



"나는 미친 듯이 공부만 하다시피 했는데 ..."
"많이 힘들었지?"

"힘? .. 들지. .. 힘이야 들죠.
3년 동안에 했어야 하는 양을 나는 2년 만에 끝내버렸으니까.
하아. .. 그렇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너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으로 다 참을 수 있었거든."

"그리워하지 말고, 기다리지 말자고 했는데. .."

"너에게는 그게 가능했어?"
"군에 있으면 그것은 불가능해. 너는 독종이니까, 가능할 줄 알았어."

"내 앞에 있는 너는 1등이었어.
그래서 나 스스로 김태현 너를 "나의 1등"으로 선택했었어.
또 어느 날 네가 나를 "너의 2등"으로 인정해 주었고. ..."

"그래서 나는 우리 커플링을 준비했는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서 내 1등이 사라졌거든.
그 때 내 목표가 사라져버렸는데 어쩌라고?"

"야아아.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군에 간 것이었지."

"너는 내가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내 목표였단 말이다.
그런 내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무너지는 것이 제일 두려웠어.
그래서 나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했고,
너를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면서 다 참고 살았어.
이것은 나 스스로 한 일이니까 나는 후회하지 않아.
오늘 우리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나한테 내 1등이 다시 돌아와 있고 ..."



내 옆에 앉은 한수정이 잔을 탁자 위로 내려놓고, 가늘게 숨을 내쉬며 창문으로 시선을 던진다. 지금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데 한수정은 나의 어깨로 한 팔을 얹는다.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는 수정이의 눈빛이 흔들린다. 끈나시로 된 짧은 원피스가 가리기를 거부하여 드러나 있는 수정이의 하얀 몸이 불빛에 반짝인다. 그 반짝임에 내가 넋을 잃고 이끌려간다.



"너무 오래만이라서 내가 관리가 안되네.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겠어."
"전에도 내 앞에서 너는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던데?"



수정이가 내 어깨에 가만히 얼굴을 기댄다. 나는 수정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아직 촉촉한 느낌이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내 손을 수정이의 손이 와서 잡는다. 그녀는 내 손을 뺨으로 끌어내린다. 수정이의 살포시 감긴 눈에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손바닥으로 수정이의 부드럽고 따뜻한 뺨을 감싼다. 그 뺨이 내 손 안에 쏘옥 들어온다.

내 손가락은 수정이의 목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와서 쇄골 라인에서 멈춘다. 수정이가 내 손을 다시 턱으로 가져간다. 내 손가락이 수정이의 붉은 입술을 덮고 스치듯 매만진다. 수정이는 내 손가락으로부터 냄새를 맡은 후에, 입을 열고 내 집게손가락을 입 안에 머금는다. 수정이의 입이 다물어지고, 입안에 든 손가락을 혀가 이리 저리 휘감고 깊숙이 빨아들인다. 수정이가 입안에서 내 손가락으로 주는 자극이 내 몸으로 바닷물처럼 퍼져온다. 내 손가락이 참지 못하고 움직이면서 수정이의 잇몸과 입천정을 어루만진다.

나는 손가락을 빼내고 수정이의 목을 부드럽게 잡으며 수정이의 입술을 내 입으로 덮는다. 수정이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수정이의 입을 열어서 내 혀를 밀어 넣는다. 수정이는 내 혀를 거칠게 빨아들인다. 내 혀는 수정이의 입에서 나오고, 수정이의 혀가 따라 나온다. 나도 수정이의 혀를 부드럽게 빨아당긴다.



"흐으. .. 으응.."



나는 수정이의 입술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수정이의 말랑거리는 입술은 내 입술을 촉촉하게 빨아당긴다. 수정이의 팔이 내 목을 감고 힘주어 당긴다. 내 팔도 수정이의 연약한 등을 감아 당긴다. 내 입술과 혀는 번갈아 가며 수정이의 뒤틀려있는 하얀 목덜미를 오르내린다.



"하아.."



내 귓가에 맴도는 수정이의 신음소리가 창가에서 부숴져 흩어지는 달빛처럼 은은하고 조용하게 이어진다. 그렇지만 수정이가 내쉬는 숨소리는 바람처럼 거칠다.

부드러운 수정이의 숨결이 내 얼굴로 밀려오고, 내 입술에 수정이의 감미로운 촉촉한 입술이 빨아들이는 것으 느껴진다. 내 손은 수정이의 등을 쓸어내려 허리까지 가서 수정이의 몸을 당긴다. 힘없이 내게 끌려온 수정이의 몸이 내게 밀착해오고, 수정이의 가슴이 내 가슴을 누른다. 수정이는 내 입에서 입술을 떼어내고 내 뺨을 어루만진다.



"믿을 수가 없어."
"뭐가?"

"김태현이 이렇게 내 눈 앞에 있다니.."
"그럼 내가 귀신 도깨비이야?"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내 입술은 수정이의 귀로 간다. 귓볼을 입에 넣고 빨다가 이로 지긋이 깨물고 혀로 누르면서 비틀었다. 한수정의 몸이 움찔하더니 부르르 떤다. 내 혀가 수정이의 귓바퀴의 앞면과 뒷면을 쓸고 다니면서 핥다가, 귓구멍으로 파고들듯이 하며 휘젓는다. 나의 뜨거운 숨이 수정이의 귀를 쓰나미처럼 덮어버린다. 수정이의 몸이 비틀리면서 꼭 붙어있던 하아얀 다리가 천천히 벌어진다.



"하윽. .. 하지마. 나 전기통하.. 흐윽.. .. 하아앙. .. 싫어."



한수정이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에 내 입은 그녀의 귀에서 떨어져 나왔다. 수정이의 뺨이 불타는 것처럼 빨갛다. 거친 숨을 할딱거리며 내뿜는 수정이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하아. .. 김태현. .. 불타는 것 같아."




내 손은 이미 한수정의 무릎을 쓰다듬으면서 허벅지로 향하고 있다. 한수정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내 손목을 잡는다. 원피스는 이미 끝까지 밀려 올라가 있다.

나는 또 다시 한수정의 귀를 입에 물었다. 귓바퀴를 통째로 입에 넣고 혀로 괴롭히다가 천천히 조금씩 내보내주었다. 귀 뒤를 혀로 핥으면서 뒷목으로 조금씩 천천히 이동했다.




"하아앙.. 흐윽. .. 하지마. .."



찡그린 얼굴로 이 말을 뱉은 한수정은 나에게 매달려온다. 턱이 치켜 올라가고, 조금 열린 입술 사이로 애타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입술이 타 들어가는 듯, 혀를 꺼내서 입술을 적신다. 나는 그 혀와 입술을 동시에 빨아버렸다.



"하앙. .. 아앙. .. "



한참 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우리는 서로에게서 떨어져나갔다. 나는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왔다. 한수정은 생수병을 열고 물을 마신다.




"너, 섹스 많이 해본 솜씨네."
"그럴 나이잖아. 또 남자고."

"그럼 나는 너한테 뭔데?
너, 그 때 나 사랑한다고 안했어?"

"그래. 했어."

"사랑하는 내가 있어도 너는 다른 여자들이랑 섹스를 할 수 있다 이거니?"

"왜 섹스를 사랑이랑 묶으려고 해?
내 생각으로는 섹스는 단순한 육체적 액션일 뿐이야.
사랑은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고.
섹스에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서 섹스와 사랑을 같다고 놓을 수는 없죠."

"그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있다고?"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보는데?
어떻게든지 성적 자극이 와서 흥분을 일으키고,
그 흥분이 뇌에 전달되고,
뇌에 있는 성적흥분중추에 역치자극 이상의 자극신호가 도달했을 때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아닌가?"

"그럼 너 그 왕꼴통 선배 아직 기억해?"
"그래."

"내가 그 선배랑 무슨 문제를 일으켰을 것 같아? 잠자리를 가졌을 것 같니?"
"그것은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고, 너희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닐까?"

"내가 그렇게 했더라도, 너한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니?"

"그 사건이 발생하느냐, 발생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데에
제3자인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는 것 뿐이야.
그렇다고 해서 그 사건의 가치를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
사건의 발생과 사건의 가치는 다른 문제가 아닐까?
살면서 좋은 일만 일어나고,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거든."

"그럼 나 지금 당장 그 남자랑 모텔 간다면 너는 말릴래? 아니면 안말리고 그냥 내버려 둘래?"

"그냥 둬야지. 네 몸을 갖고 네가 결정해서 뭔가를 하는데, 나에게 말릴 권리가 있어?
단, 네가 그렇게 했을 때, 내 기분이 좋고, 나쁘고는 있어.
내가 기분 나쁘니까 널더러 하지 말라고 하면 말이 되니?""

"돌겠네.
좋아. 그럼 우리 지금 서로 사랑해?"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해?
우리가 간단하게 그냥 예전으로 돌아가?
우리가 과거에 사랑했었으니까,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사랑하자고 하면,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


"웃겨. .. 도대체 뭐가 말이 안돼?"

"우리 사이에는 3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잖아?
그 시간 동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변했겠지?
이렇게 변해버린 한수정과 김태현은 과거와는 다른 사람들이겠지?"

"난 별로 변한 것도 없어. 내가 보기에 너도 별로 안 변했어."

"사랑이라는 것을 경솔하게 잠시 동안 하다가 나중에 때려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얼마 동안을 다시 만나면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하긴. .. 지난 번에도 우리는 2년간 만나고 결정했으니까."
"이번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
"뭘 어떻게?"

"같이 자? 아니면 따로 자?"
"같이 자자."

"하앙. .. 자기야."


나와 한수정은 침대로 갔다.





=*=*=*=*=*=




어제 저는 걱정을 했는데, 좋은 반응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제는 분명 너무 길게 썼으니까, 오늘은 짧게 .. ㅋㅋ

이 말씀은 농담이고, 저더러 불토라고 나오라고 해서요.
오늘 술 조금만 마시고, 이 다음 얘기 되도록 빨리 써서 올릴께요.

죄송요.

어쨌든 주말 잘 보내세요.




아, 참. 앞에있는 글에 추천 , 댓글 달지 않으신 님들 ..쫌 괘씸~!!!

그래서 그러는데..
이 다음 글이 침대로 가서 벌어질 그 다음 일들이니까,
이번 댓글이나 추천수 보고 결정하는 것도 밀당질 할 좋은 껀수가 되네요. ㅋㅋ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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