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다. 결국 이 녀석이 만들어준 지연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녀를 안았지만 그 것 때문에 난 다시 녀석과 마주 앉게 된 것이다. 마왕의 이야기에 지연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계속하지.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아침 10시에 만나서 라이딩 코스를 원래는 다른 곳으로 가려다 누나한테 오늘 팔당호 방향으로 가자고 하고 바꿨습니다. 가는 중에 한 번 휴식을 했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누나 표정이 안 좋으시더군요. 새벽까지 술을 드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기분이 별로 인지는 잘 판단이 안됐지만 점심 무렵 유원지에 와서 칼국수를 먹으며 도토리전병에 막걸리를 시키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셨어요.
식사 중에 누나가 칼국수는 많이 남기면서 막걸리는 한 병 더 시키자고 하셔서 점심 먹으면서 막걸리 2병을 나눠 마시고... 제가 이 곳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집안 어르신이 운영하다가 외국으로 나가면서 당분간 운영을 하게 됐다고 했죠. 여기서 근무하는 여사님에게는 수영장에 물을 좀 채워주시고 집으로 들어가시라고 미리 전화를 해서 카페는 비어 있었고요.
팔당호를 바라보면서 차 한 잔을 하다가 더 경치가 좋은 곳이 있는 데 잠깐 산책을 가자고 하며 누나와 산을 올랐어요. 술 한 잔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가는 동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별장 옆을 지날 때 어르신이 저 집도 당분간 맡아줄 것을 부탁해서 지난 달부터 관리하고 있기는 한데 가족 단위로 오는 여행객에게 펜션으로 임대를 해볼까 생각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별장 뒤편 산길을 같이 올랐죠.
소로를 따라 10분 쯤 올라가면 개울이 있는 데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 있는 데다 주변 흙이 미끄러웠습니다. 전 징검다리가 있는 곳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어요. 깜짝 놀란 누나가 넘어져있는 제게 손을 내밀었는데 제가 발목을 삐어서 일어날 때 한 쪽 발로 일어나려다 누나 손을 너무 세게 잡아당긴 탓에 같이 물에 빠지게 됐죠.
허리 정도 차는 물에 두 명이 같이 빠져서 한동안 어이없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 날 누나 복장은 하얀색 반팔 티셔츠에 자전거를 탈 때 입는 검정 레깅스였는데 원래도 몸에 붙는 옷이 물에 젖으니 더...
제 발목을 삔 탓에 누나가 부축을 해서 10분간 오른 산길을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왔습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할 때도 전 필요 이상으로 여성 회원의 몸에 닿는 걸 피하는 터라 솔직히 누나와 그렇게 가까이서 몸이 닿은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제 가슴이 누나의 팔과 어깨와 등에, 누나의 엉덩이가 제 허벅지 부근에 계속 닿게 됐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산을 내려왔을 때 누나와 난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옷은 흙투성이였습니다. 몇 번 넘어 졌거든요. 내려오자마자 일단 수영장으로 옷을 입은 채 들어가 그 곳에 있는 물로 옷에 묻은 흙을 씻어 냈고 그러면서 서로 물을 튕기며 장난도 쳤는데 움직일 때마다 언주 누나의 매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조금 후에 제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 주방 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드렸고 바로 욕실로 들어갈 수 있게 집 안에 있었던 제 티와 반바지, 수건을 챙겨 드렸습니다. 그런데 욕실 문 앞에 있던 블라인드가 망가져 있어서 내려오지 않았고 그 걸 붙잡고 고쳐보려던 저는 누나 씻는 동안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고 이 것 저 것 바쁘니까 신경 쓰시지 말고 씻으시라고 하고는 욕실을 나왔습니다.
조금 있다 물소리가 들려 안을 들여다보니 누나의 풍만한 가슴과 그 곳의 까만 털이 훤히 비치더군요. 전 옷을 모두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은 후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샤워장 쪽을 감상하다가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누나에게 세탁기에 넣게 옷을 모두 주시라고 했죠.
누나가 멈칫 하더니 샤워 부스 밑으로 옷을 주셨는데 속옷은 자신이 빤다고 하셨습니다. 전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니까 그냥 넣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고 속옷까지 받아서 욕실을 나왔는데 그 동안도 누나의 몸은 샤워부스 창 시트지 사이로 계속 보이고 있었습니다. 엄청 흥분이 되더군요.
누나가 속옷도 없이 제 티와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걸 밖에서 기다리다 식탁 위에 마실 물이 있다고 하고는 제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누나가 밖에서 보면 누나 몸을 보며 느낀 흥분감이 가시지 않아서 상당히 커진 제 거기의 윤곽이 보였을 지도...
샤워를 하고 몸을 닦고 나서 가지고 들어간 속옷을 입으려다 발을 잘못 디뎌 안에서 다시 넘어졌어요.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와 제 비명소리 때문에 놀란 누나가 욕실 문을 열고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옷을 입으려다 미끄러졌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제가 속옷을 입고 나서 샤워 부스 문을 열고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다가 절 부축해 욕실을 나왔고 거실 소파에 좀 눕혀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 주셨어요.
그리고 누나에게 거실 서랍장에 있는 구급상자에 붕대를 꺼내달라고 부탁했고 발목을 붕대로 고정한 뒤에 오늘은 자전거 타기는 힘들 것 같고 여기서 누나 옷이 마르고 상처가 좀 가라앉을때까지 잠깐 쉬었다가 상처가 나아지면 천천히 걸어서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전 소파에서, 누나는 안방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게 됐는데 언주 누나는 그 전날 술을 마신데다가 그 날도 자전거를 타고 와서 낮술을 마시고 산에 다녀온 게 피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누나의 반바지를 벗기고 그 곳을 더듬었는데 그때 까지도 깨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곧 삽입을 했고 그 후에 누나가 눈을 뜨고 절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전 눈이 뒤집혀 있어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게 그 날 있었던 일입니다. 형님이 원하시는 비법 같은 건 없는데...“
“물에 빠진 건 우연히 일어난 일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솔직한 걸 원하시는 것 같은데... 의도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럼 이언주 원장이 손을 내밀었을 때 빠뜨린 것도?”
“음... 예... 의도적이죠.”
"발목을 다치긴 한 건가?"
"음... 다친 척 했습니다."
“혹시 욕실 앞에 블라인드가 망가져 있던 것도?”
이유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전원카페로 데리고 와서 집안 어른이 별장을 맡기고 외국으로 갔다고 말한 것도 거짓인가?”
“그 별장을 그전부터 관리해 온건 사실이지만 언주 누나에게 말한 건 그 날이 처음입니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그 곳으로 모시고 가는 게 부자연스러워 질 것 같아서...”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 데 별장엔 단 둘 밖에 없었는데 왜 방에 들어가 잠들기를 기다린 후에 움직인 거지? 그냥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나 아니면 붕대를 감아줄 때 소파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만약 자네가 쉬었다가 가자고 했을 때 이언주씨가 옷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냥 콜택시를 불러서 빨리 올라가자고 할 수도 있고 소파에서 자네가 잠을 청할 때 방에 들어가서 자지 않고 밖을 잠깐 둘러본다고 나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 부분을 물어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언주 누나가 깨어 있을 때 누나를 안으려 하면 누나 입장에서는 그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아니면 형식적으로라도 저항을 하게 될 수 가 있습니다. 그럼 저도 강하게 나가야 되는데... 섹스까지 갈 수야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누나의 동의를 받아야합니다. 그 동의가 어떤 거든 간에... 예를 들면... 저한테 화를 내며 니가 이럴 줄 몰랐다고 맘대로 해보라고 할 수도 있고, 못이기는 척하며 몸을 열어줄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상상 못하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겠지만... 예를 들면 제가 누나를 좋아하는 만큼 누나도 절 좋아했다든지...
그런 눈에 보이는 동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이가 있는 유부녀 입장에서... 도의적으로 안했어야 할 동의니까요.
하지만... 피곤해서 잠들어 있는 상황에서 제가 옷을 벗기고 있는 줄 몰랐다면 그리고 이미 몸 위에 남자가 올라타서 저항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면... 별장에서 벌어진 일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는 거니까...
누나에게는 심적으로라도 도망갈 구멍이 생기고, 전 죽일 놈이 되는 거죠.”
“ 그럼 누나가 방에 들어가 잠이 들지 않았다면 그 날 아무 일도 없었을 수도 있다는 건가?”
“제가 먼저 소파에서 누워 잠을 청하면서 방에 침대가 있으니 잠깐 눈 좀 붙이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 잠든 척 했고요.”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뭐지?”
“글쎄요. 그 일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어야 합니다. 누나는 잠이 들지 않고 있었고, 제가 와서 옷을 벗기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응...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게 왜 전적으로 자네 책임이 되어야 하는 거냐니까?”
이유성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언주 누나 같이 흐트러짐 없는 분들일수록 명분을 중요시 여깁니다.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가 젊은 남자하고 잘 명분이 뭐가 있을까요? 사랑해서... 정도가 있을까요? 나 누나를 사랑하니까 저랑 같이 잘래요 하면 통할까요?
하지만... 뚜렷한 명분 없이 아는 남동생이 자신의 몸에 반해서 잠자는 사이에 강제로... 어떤 이유가 없이 당한 거죠. 그렇게 관계가 시작된다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걸 지켜드려야 언주 누나의 가정이나 사회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그래야 누나와 제 관계가 더 부드럽게 지속될 가능성이 많겠죠.“
“자네 말이 틀리다는 건 아니고... 만약 유부녀 입장에서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관계를 지속한다면... 그 건 욕정 때문이라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럴 바에야 오히려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않나?”
“약간 바꾸어 말하면... 유부녀 입장에서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젊은 남자가 너무 원해서... 게다가 그 남자하고 어쩔 수 없이 관계까지 맺은 사이라... 할 수 없이 만나는 거라고 믿게 할 수는 있겠죠.
욕정 때문에 만나지만... 그 건 자신의 욕정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의 몸을 너무 원해서라고 믿게...“
“모든 걸 자네 혼자 안고 가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군. 책임져야 하는 관계가 싫어서 호스트바까지 갔었던 사람이... 앞뒤가 맞는 말인가?”
“감정을 책임지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언주 누나 같은 여자와의 만남에서 모든 실수는 제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누나가 제게 책임지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면 또 달라지겠지요.“
우연히 오정희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 관계를 맺은 후에 있었던 일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지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걸 생각하고 오정희의 방에 들어갔던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을 난 진작부터 마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날 이언주와 정사 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지?”
“음... 한참 동안 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누나가 너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언제부터 자신을 여자로 생각했는지 물으셨습니다.
전... 죄송합니다.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제가 감히 누나를 어떻게 여자로 생각하겠냐고... 죄송합니다. 아까 누나의 벗은 몸이 너무 예뻐서,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갑자기 그만... 그 말을 되풀이 했죠. 다른 할 말도 없었고요.
언주 누나는 앞으로 네 얼굴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며 계속 한숨을 쉬셨고... 전 조용히 나가서 옷을 가져다 드린 후에 콜택시를 불렀어요. 그리고...“
“이언주가 자네 얼굴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쉴 정도라면 다음 만남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은데... 누나는 헬스클럽에 계속 나왔나?”
“그게 제가 누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서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헬스클럽에 나가지 않았어요. 누나도 그 날 이후 운동하러 나오지 않으셨고요.
그러다 제가 2주일이 넘도록 헬스클럽에 나가지 않자 지연 누나가 전화를 했어요. 지연 누나는 언주 누나와 함께 저녁 시간에 저에게 코치를 받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안보이니까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던 거죠.
전 지연 누나에게 앞으로 헬스클럽에 못나가게 될 것 같다고 몸이 좋아지면 인사드리러 간다고 이야기 하고 끊었는데.... 그 걸 언주 누나에게 이야기를 했나 봐요.
한 달이 지날 무렵에 언주 누나가 이곳에 오셨어요. 자전거도 두고 갔고 제가 몸이 안좋다는 소식을 들어서 무슨 일인지 걱정돼서 들렸다고 했는데... 제가 수염도 깎지 않고 반 폐인이 되다시피 해서 누워 있으니까 주방에 들어가시더니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며칠 만에 밥을 먹고 있으려니 눈물이 나서... 누나한테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렸더니... 그 일은 잊고 직장에 나오라고... 젊은 사람이 그런 일 때문에 폐인 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셨어요.
전 누나가 자꾸 눈앞에 어른 거려서 지금은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그러다 며칠 전부터 모든 걸 다 놓고 싶고 밥도 먹기 싫어 굶고 있던 차에 누나가 왔다고...
그러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누난 결혼한 여자 생각해서 뭐하냐고 하시고...
그렇게 안고 있으려니 누나의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고 며칠 동안 먹은 것이 없는 데도 흥분이 돼서 키스를 하며 누나의 몸을 더듬게 됐어요. 제가 미친 듯이 옷을 벗기려 드니까 언주 누나가 묻더군요. 내가 안아주면 내일부터 출근할거냐고...
그 다음엔...“
김유미와 오정희의 이야기를 듣고 오지 않았다면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상상했을지 모르지만 세 번째 듣는 비슷한 스토리에 익숙해진 난 그동안 이유성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언주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누나가 행복하기를 바랐겠죠.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게 폐인처럼 있어야 했나? 그냥 출근만 하지 않고 여기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이언주가 찾아오면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안는 것도 가능하잖아.”
“음... 제가 멀쩡한 모습으로 보고 싶었다고 하면 누나 역시 나도 보고 싶었다고 해야 그림이 완성되는 데... 언주누나는 마음속으로 절 그리워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기는 힘든 입장일겁니다.
그래서 전 그냥... 명분을 하나 더 만든 겁니다. 그렇게 폐인처럼 누워 있으면 여자들은 동정심에 약해서 만약 얼굴만 보고 가려고 왔다고 하더라도 그냥 가기는 힘들 것이고 그러다 누나가 멀쩡한 젊은 놈 폐인 되는 걸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그 후에 헬스클럽에 출근을 하면 언주 누나는 자신이 안아 주면서 나오게 했으니까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하게 하려고 이후에도 가끔은 ...”
“혹시... 혹시 말인데... 이언주와 자네가 동시에 보이지 않으면 지연이가 자네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자네가 몸이 안 좋다는 걸 이언주에게 이야기 해줄 거라는 것도 계획에 있던 일인가?”
“여자들은 몇 번 보면 언니라고 부르면서 친해지던 데요. 제가 출근하지 않는 이유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헬스클럽에 이야기 해뒀기 때문에 언주 누나가 운동을 하러 가시면 알게 됐을 겁니다.
하지만 언주 누나 성격에 헬스클럽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렇게 되면 제가 몸이 안 좋다는 걸 알 수 없을 수도 있죠.
그래서 지연 누나한테 전화가 왔을 때 살짝 말을 했어요. 혹시 언주 누나와 연락이 되면 제가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헬스클럽을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오정희에게 전화를 해줬던 벌목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도 니가 시킨 일이지 라고 묻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이 자식은 이언주가 자전거를 찾으러 온다는 명분으로 다시 올 거라는 계산까지 하고 있었을 놈이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내가 묻는 말에 너무 자세히 대답해 주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언주와 만난 일들에 대해 적당히 이야기해도 됐을 텐데... 왜 자신의 의도와 계획까지 상세히 들려주는 거지?
“그런데... 자네와 이언주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나한테 적당히 둘러 대도 될 텐데... 그 일이 일어났던 곳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그렇게까지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이유는 뭐지? 나야 자네가 말해주는 대로 들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여쭤볼게 있습니다... 형님이 원하시던 언주 누나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최대한 숨김없이 말씀드렸습니다. 혹시 더 이상 원하시는 게 있으시나요?”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처음엔 요즘 만나시는 중학교 여선생님을 형님의 여자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물으셨다가 그게 곤란하면 언주 누나를 어떻게 제 여자로 만들었는지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전 대부분 말씀 드렸고요... 혹시 추가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나요?
녀석은 지연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은 우발적이라고 표현했다. 그게 궁금하긴 한데...
“이제 자네가 말한 벽이 허물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의 의미를 알겠군. 빈틈이 생길 때까지 내색도 하지 않고 이언주 곁에 있었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음...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자네가 지연이와 결혼을 한 건 의외의 일이 되는군. 자넨 책임을 져야 하는 처녀와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을 거고 지연인 애인이 있긴 하지만 결혼을 안한 상태였으니...”
“그게 궁금하신가요?”
“응. 말해줄 수 있겠나?”
“말해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인가요? 그렇다면 절 찾아오신 이유가 정말로 저에게 여자를 다루는 비법이 있다고 믿고 그 걸 들으러 오신 겁니까?”
“응. 그건 아까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이유성이 커다란 눈망울을 몇 번 깜박거리더니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면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리고... 한 참 후에 입을 뗀 이유성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군요. 처음에 그 걸 물으셨을 때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어떻게 가야 할지... 복잡한 실타래가 엉켜있는 것 같은데...
하나씩 풀어가 볼 수밖에 없군요.
먼저... 형님은 누구시죠? 아는 분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저한테 준 명함의 주인인 서울지방경찰청 서남원 계장님은 나이가 50세 정도 되고 대머리라고 문자가 왔어요. 지연 누나와 법원에 같이 있었던 걸로 봐서는 보통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뿔싸! 알고 있었나. 중간 중간에 낌새가 이상하더라니... 엎질러진 물... 여기서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다. 난 어깨를 세우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녀석에게 물었다.
“그럼 아까 일식집에서 화장실을 다녀올 때 알아 본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지금까지 모른 척 하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한 이유는 뭐야?”
“그건 형님이 언주 누나와 저 사이를 알고 있고 누나의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으니... 저야 형님이 누구든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닙니까? 도대체 누구세요? 지연 누나와는 어떤 관계신거죠?“
아직도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 녀석과 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금의 내가 삼십 대 초반의 헬스클럽 트레이너하고 붙어서 승산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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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까지 한 편 정도 더 써볼 생각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계속하지.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아침 10시에 만나서 라이딩 코스를 원래는 다른 곳으로 가려다 누나한테 오늘 팔당호 방향으로 가자고 하고 바꿨습니다. 가는 중에 한 번 휴식을 했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누나 표정이 안 좋으시더군요. 새벽까지 술을 드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기분이 별로 인지는 잘 판단이 안됐지만 점심 무렵 유원지에 와서 칼국수를 먹으며 도토리전병에 막걸리를 시키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셨어요.
식사 중에 누나가 칼국수는 많이 남기면서 막걸리는 한 병 더 시키자고 하셔서 점심 먹으면서 막걸리 2병을 나눠 마시고... 제가 이 곳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집안 어르신이 운영하다가 외국으로 나가면서 당분간 운영을 하게 됐다고 했죠. 여기서 근무하는 여사님에게는 수영장에 물을 좀 채워주시고 집으로 들어가시라고 미리 전화를 해서 카페는 비어 있었고요.
팔당호를 바라보면서 차 한 잔을 하다가 더 경치가 좋은 곳이 있는 데 잠깐 산책을 가자고 하며 누나와 산을 올랐어요. 술 한 잔을 해서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가는 동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별장 옆을 지날 때 어르신이 저 집도 당분간 맡아줄 것을 부탁해서 지난 달부터 관리하고 있기는 한데 가족 단위로 오는 여행객에게 펜션으로 임대를 해볼까 생각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별장 뒤편 산길을 같이 올랐죠.
소로를 따라 10분 쯤 올라가면 개울이 있는 데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 있는 데다 주변 흙이 미끄러웠습니다. 전 징검다리가 있는 곳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어요. 깜짝 놀란 누나가 넘어져있는 제게 손을 내밀었는데 제가 발목을 삐어서 일어날 때 한 쪽 발로 일어나려다 누나 손을 너무 세게 잡아당긴 탓에 같이 물에 빠지게 됐죠.
허리 정도 차는 물에 두 명이 같이 빠져서 한동안 어이없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 날 누나 복장은 하얀색 반팔 티셔츠에 자전거를 탈 때 입는 검정 레깅스였는데 원래도 몸에 붙는 옷이 물에 젖으니 더...
제 발목을 삔 탓에 누나가 부축을 해서 10분간 오른 산길을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왔습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할 때도 전 필요 이상으로 여성 회원의 몸에 닿는 걸 피하는 터라 솔직히 누나와 그렇게 가까이서 몸이 닿은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제 가슴이 누나의 팔과 어깨와 등에, 누나의 엉덩이가 제 허벅지 부근에 계속 닿게 됐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산을 내려왔을 때 누나와 난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옷은 흙투성이였습니다. 몇 번 넘어 졌거든요. 내려오자마자 일단 수영장으로 옷을 입은 채 들어가 그 곳에 있는 물로 옷에 묻은 흙을 씻어 냈고 그러면서 서로 물을 튕기며 장난도 쳤는데 움직일 때마다 언주 누나의 매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조금 후에 제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 주방 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드렸고 바로 욕실로 들어갈 수 있게 집 안에 있었던 제 티와 반바지, 수건을 챙겨 드렸습니다. 그런데 욕실 문 앞에 있던 블라인드가 망가져 있어서 내려오지 않았고 그 걸 붙잡고 고쳐보려던 저는 누나 씻는 동안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고 이 것 저 것 바쁘니까 신경 쓰시지 말고 씻으시라고 하고는 욕실을 나왔습니다.
조금 있다 물소리가 들려 안을 들여다보니 누나의 풍만한 가슴과 그 곳의 까만 털이 훤히 비치더군요. 전 옷을 모두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은 후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샤워장 쪽을 감상하다가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누나에게 세탁기에 넣게 옷을 모두 주시라고 했죠.
누나가 멈칫 하더니 샤워 부스 밑으로 옷을 주셨는데 속옷은 자신이 빤다고 하셨습니다. 전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니까 그냥 넣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고 속옷까지 받아서 욕실을 나왔는데 그 동안도 누나의 몸은 샤워부스 창 시트지 사이로 계속 보이고 있었습니다. 엄청 흥분이 되더군요.
누나가 속옷도 없이 제 티와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걸 밖에서 기다리다 식탁 위에 마실 물이 있다고 하고는 제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누나가 밖에서 보면 누나 몸을 보며 느낀 흥분감이 가시지 않아서 상당히 커진 제 거기의 윤곽이 보였을 지도...
샤워를 하고 몸을 닦고 나서 가지고 들어간 속옷을 입으려다 발을 잘못 디뎌 안에서 다시 넘어졌어요.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와 제 비명소리 때문에 놀란 누나가 욕실 문을 열고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옷을 입으려다 미끄러졌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제가 속옷을 입고 나서 샤워 부스 문을 열고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다가 절 부축해 욕실을 나왔고 거실 소파에 좀 눕혀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 주셨어요.
그리고 누나에게 거실 서랍장에 있는 구급상자에 붕대를 꺼내달라고 부탁했고 발목을 붕대로 고정한 뒤에 오늘은 자전거 타기는 힘들 것 같고 여기서 누나 옷이 마르고 상처가 좀 가라앉을때까지 잠깐 쉬었다가 상처가 나아지면 천천히 걸어서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전 소파에서, 누나는 안방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게 됐는데 언주 누나는 그 전날 술을 마신데다가 그 날도 자전거를 타고 와서 낮술을 마시고 산에 다녀온 게 피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누나의 반바지를 벗기고 그 곳을 더듬었는데 그때 까지도 깨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곧 삽입을 했고 그 후에 누나가 눈을 뜨고 절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전 눈이 뒤집혀 있어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게 그 날 있었던 일입니다. 형님이 원하시는 비법 같은 건 없는데...“
“물에 빠진 건 우연히 일어난 일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솔직한 걸 원하시는 것 같은데... 의도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럼 이언주 원장이 손을 내밀었을 때 빠뜨린 것도?”
“음... 예... 의도적이죠.”
"발목을 다치긴 한 건가?"
"음... 다친 척 했습니다."
“혹시 욕실 앞에 블라인드가 망가져 있던 것도?”
이유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전원카페로 데리고 와서 집안 어른이 별장을 맡기고 외국으로 갔다고 말한 것도 거짓인가?”
“그 별장을 그전부터 관리해 온건 사실이지만 언주 누나에게 말한 건 그 날이 처음입니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그 곳으로 모시고 가는 게 부자연스러워 질 것 같아서...”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 데 별장엔 단 둘 밖에 없었는데 왜 방에 들어가 잠들기를 기다린 후에 움직인 거지? 그냥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나 아니면 붕대를 감아줄 때 소파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만약 자네가 쉬었다가 가자고 했을 때 이언주씨가 옷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냥 콜택시를 불러서 빨리 올라가자고 할 수도 있고 소파에서 자네가 잠을 청할 때 방에 들어가서 자지 않고 밖을 잠깐 둘러본다고 나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 부분을 물어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언주 누나가 깨어 있을 때 누나를 안으려 하면 누나 입장에서는 그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아니면 형식적으로라도 저항을 하게 될 수 가 있습니다. 그럼 저도 강하게 나가야 되는데... 섹스까지 갈 수야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누나의 동의를 받아야합니다. 그 동의가 어떤 거든 간에... 예를 들면... 저한테 화를 내며 니가 이럴 줄 몰랐다고 맘대로 해보라고 할 수도 있고, 못이기는 척하며 몸을 열어줄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상상 못하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겠지만... 예를 들면 제가 누나를 좋아하는 만큼 누나도 절 좋아했다든지...
그런 눈에 보이는 동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이가 있는 유부녀 입장에서... 도의적으로 안했어야 할 동의니까요.
하지만... 피곤해서 잠들어 있는 상황에서 제가 옷을 벗기고 있는 줄 몰랐다면 그리고 이미 몸 위에 남자가 올라타서 저항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면... 별장에서 벌어진 일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는 거니까...
누나에게는 심적으로라도 도망갈 구멍이 생기고, 전 죽일 놈이 되는 거죠.”
“ 그럼 누나가 방에 들어가 잠이 들지 않았다면 그 날 아무 일도 없었을 수도 있다는 건가?”
“제가 먼저 소파에서 누워 잠을 청하면서 방에 침대가 있으니 잠깐 눈 좀 붙이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 잠든 척 했고요.”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뭐지?”
“글쎄요. 그 일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어야 합니다. 누나는 잠이 들지 않고 있었고, 제가 와서 옷을 벗기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응...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게 왜 전적으로 자네 책임이 되어야 하는 거냐니까?”
이유성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언주 누나 같이 흐트러짐 없는 분들일수록 명분을 중요시 여깁니다.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가 젊은 남자하고 잘 명분이 뭐가 있을까요? 사랑해서... 정도가 있을까요? 나 누나를 사랑하니까 저랑 같이 잘래요 하면 통할까요?
하지만... 뚜렷한 명분 없이 아는 남동생이 자신의 몸에 반해서 잠자는 사이에 강제로... 어떤 이유가 없이 당한 거죠. 그렇게 관계가 시작된다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걸 지켜드려야 언주 누나의 가정이나 사회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그래야 누나와 제 관계가 더 부드럽게 지속될 가능성이 많겠죠.“
“자네 말이 틀리다는 건 아니고... 만약 유부녀 입장에서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관계를 지속한다면... 그 건 욕정 때문이라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럴 바에야 오히려 사랑해서 그랬다고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않나?”
“약간 바꾸어 말하면... 유부녀 입장에서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젊은 남자가 너무 원해서... 게다가 그 남자하고 어쩔 수 없이 관계까지 맺은 사이라... 할 수 없이 만나는 거라고 믿게 할 수는 있겠죠.
욕정 때문에 만나지만... 그 건 자신의 욕정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의 몸을 너무 원해서라고 믿게...“
“모든 걸 자네 혼자 안고 가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군. 책임져야 하는 관계가 싫어서 호스트바까지 갔었던 사람이... 앞뒤가 맞는 말인가?”
“감정을 책임지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언주 누나 같은 여자와의 만남에서 모든 실수는 제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누나가 제게 책임지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면 또 달라지겠지요.“
우연히 오정희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 관계를 맺은 후에 있었던 일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지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걸 생각하고 오정희의 방에 들어갔던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을 난 진작부터 마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날 이언주와 정사 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지?”
“음... 한참 동안 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누나가 너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언제부터 자신을 여자로 생각했는지 물으셨습니다.
전... 죄송합니다.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제가 감히 누나를 어떻게 여자로 생각하겠냐고... 죄송합니다. 아까 누나의 벗은 몸이 너무 예뻐서,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갑자기 그만... 그 말을 되풀이 했죠. 다른 할 말도 없었고요.
언주 누나는 앞으로 네 얼굴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며 계속 한숨을 쉬셨고... 전 조용히 나가서 옷을 가져다 드린 후에 콜택시를 불렀어요. 그리고...“
“이언주가 자네 얼굴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쉴 정도라면 다음 만남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은데... 누나는 헬스클럽에 계속 나왔나?”
“그게 제가 누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서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헬스클럽에 나가지 않았어요. 누나도 그 날 이후 운동하러 나오지 않으셨고요.
그러다 제가 2주일이 넘도록 헬스클럽에 나가지 않자 지연 누나가 전화를 했어요. 지연 누나는 언주 누나와 함께 저녁 시간에 저에게 코치를 받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안보이니까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던 거죠.
전 지연 누나에게 앞으로 헬스클럽에 못나가게 될 것 같다고 몸이 좋아지면 인사드리러 간다고 이야기 하고 끊었는데.... 그 걸 언주 누나에게 이야기를 했나 봐요.
한 달이 지날 무렵에 언주 누나가 이곳에 오셨어요. 자전거도 두고 갔고 제가 몸이 안좋다는 소식을 들어서 무슨 일인지 걱정돼서 들렸다고 했는데... 제가 수염도 깎지 않고 반 폐인이 되다시피 해서 누워 있으니까 주방에 들어가시더니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며칠 만에 밥을 먹고 있으려니 눈물이 나서... 누나한테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렸더니... 그 일은 잊고 직장에 나오라고... 젊은 사람이 그런 일 때문에 폐인 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셨어요.
전 누나가 자꾸 눈앞에 어른 거려서 지금은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밥을 먹어도 술을 마셔도... 그러다 며칠 전부터 모든 걸 다 놓고 싶고 밥도 먹기 싫어 굶고 있던 차에 누나가 왔다고...
그러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누난 결혼한 여자 생각해서 뭐하냐고 하시고...
그렇게 안고 있으려니 누나의 가슴과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고 며칠 동안 먹은 것이 없는 데도 흥분이 돼서 키스를 하며 누나의 몸을 더듬게 됐어요. 제가 미친 듯이 옷을 벗기려 드니까 언주 누나가 묻더군요. 내가 안아주면 내일부터 출근할거냐고...
그 다음엔...“
김유미와 오정희의 이야기를 듣고 오지 않았다면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상상했을지 모르지만 세 번째 듣는 비슷한 스토리에 익숙해진 난 그동안 이유성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언주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누나가 행복하기를 바랐겠죠.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게 폐인처럼 있어야 했나? 그냥 출근만 하지 않고 여기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이언주가 찾아오면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안는 것도 가능하잖아.”
“음... 제가 멀쩡한 모습으로 보고 싶었다고 하면 누나 역시 나도 보고 싶었다고 해야 그림이 완성되는 데... 언주누나는 마음속으로 절 그리워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털어놓기는 힘든 입장일겁니다.
그래서 전 그냥... 명분을 하나 더 만든 겁니다. 그렇게 폐인처럼 누워 있으면 여자들은 동정심에 약해서 만약 얼굴만 보고 가려고 왔다고 하더라도 그냥 가기는 힘들 것이고 그러다 누나가 멀쩡한 젊은 놈 폐인 되는 걸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그 후에 헬스클럽에 출근을 하면 언주 누나는 자신이 안아 주면서 나오게 했으니까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하게 하려고 이후에도 가끔은 ...”
“혹시... 혹시 말인데... 이언주와 자네가 동시에 보이지 않으면 지연이가 자네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자네가 몸이 안 좋다는 걸 이언주에게 이야기 해줄 거라는 것도 계획에 있던 일인가?”
“여자들은 몇 번 보면 언니라고 부르면서 친해지던 데요. 제가 출근하지 않는 이유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헬스클럽에 이야기 해뒀기 때문에 언주 누나가 운동을 하러 가시면 알게 됐을 겁니다.
하지만 언주 누나 성격에 헬스클럽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렇게 되면 제가 몸이 안 좋다는 걸 알 수 없을 수도 있죠.
그래서 지연 누나한테 전화가 왔을 때 살짝 말을 했어요. 혹시 언주 누나와 연락이 되면 제가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헬스클럽을 그만두게 될 것 같다고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오정희에게 전화를 해줬던 벌목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도 니가 시킨 일이지 라고 묻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이 자식은 이언주가 자전거를 찾으러 온다는 명분으로 다시 올 거라는 계산까지 하고 있었을 놈이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내가 묻는 말에 너무 자세히 대답해 주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언주와 만난 일들에 대해 적당히 이야기해도 됐을 텐데... 왜 자신의 의도와 계획까지 상세히 들려주는 거지?
“그런데... 자네와 이언주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나한테 적당히 둘러 대도 될 텐데... 그 일이 일어났던 곳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그렇게까지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이유는 뭐지? 나야 자네가 말해주는 대로 들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여쭤볼게 있습니다... 형님이 원하시던 언주 누나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최대한 숨김없이 말씀드렸습니다. 혹시 더 이상 원하시는 게 있으시나요?”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처음엔 요즘 만나시는 중학교 여선생님을 형님의 여자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물으셨다가 그게 곤란하면 언주 누나를 어떻게 제 여자로 만들었는지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전 대부분 말씀 드렸고요... 혹시 추가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나요?
녀석은 지연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은 우발적이라고 표현했다. 그게 궁금하긴 한데...
“이제 자네가 말한 벽이 허물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의 의미를 알겠군. 빈틈이 생길 때까지 내색도 하지 않고 이언주 곁에 있었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음...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자네가 지연이와 결혼을 한 건 의외의 일이 되는군. 자넨 책임을 져야 하는 처녀와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을 거고 지연인 애인이 있긴 하지만 결혼을 안한 상태였으니...”
“그게 궁금하신가요?”
“응. 말해줄 수 있겠나?”
“말해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인가요? 그렇다면 절 찾아오신 이유가 정말로 저에게 여자를 다루는 비법이 있다고 믿고 그 걸 들으러 오신 겁니까?”
“응. 그건 아까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이유성이 커다란 눈망울을 몇 번 깜박거리더니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면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리고... 한 참 후에 입을 뗀 이유성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군요. 처음에 그 걸 물으셨을 때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어떻게 가야 할지... 복잡한 실타래가 엉켜있는 것 같은데...
하나씩 풀어가 볼 수밖에 없군요.
먼저... 형님은 누구시죠? 아는 분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저한테 준 명함의 주인인 서울지방경찰청 서남원 계장님은 나이가 50세 정도 되고 대머리라고 문자가 왔어요. 지연 누나와 법원에 같이 있었던 걸로 봐서는 보통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뿔싸! 알고 있었나. 중간 중간에 낌새가 이상하더라니... 엎질러진 물... 여기서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다. 난 어깨를 세우고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녀석에게 물었다.
“그럼 아까 일식집에서 화장실을 다녀올 때 알아 본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지금까지 모른 척 하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한 이유는 뭐야?”
“그건 형님이 언주 누나와 저 사이를 알고 있고 누나의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으니... 저야 형님이 누구든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닙니까? 도대체 누구세요? 지연 누나와는 어떤 관계신거죠?“
아직도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 녀석과 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금의 내가 삼십 대 초반의 헬스클럽 트레이너하고 붙어서 승산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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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까지 한 편 정도 더 써볼 생각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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