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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Shadows] - 1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1 23:53 1,033회 0건
정임은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곁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그녀는 보통 남자들과는 다른 체취를 느끼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창문 블라인드를 만지던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들이마신 숨을 멈추었다. 주방에서 나오는 준태와 마주치고 멈칫했다.

“........!?”

싱크대 앞에 서 있는 지연은 불안한 마음에 공연히 그릇을 들고 허둥지둥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들어온 정임은 조미료를 병에 쏟아 넣고 있었다. 지연은 스킨십을 당하던 광경을 정임에게 들킨 것 같아서 눈치를 살피다가 무관심한 정임의 태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평소에 묻지 않았던 말을 물었다.

“아기가 몇 살이라고 했지요?”
“이제 다섯 살에요.”

“건강하지요?”
“네.”

“엄마 닮아서 예쁘겠네요.”
“주위 사람들이 귀엽다고 해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던 그녀들은 어색함을 모면했다. 지연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불안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피곤한데도 잠이 들지 못해 뒤척였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려고 침실을 나섰던 그녀는 어둠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준태의 모습을 발견했다.

의도적으로 준태를 외면한 지연은 주방으로 가서 냉수를 마셨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를 피해 침실로 향하던 그녀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팔을 붙잡고 쳐다보는 그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수 없엇다. 잠들어 있는 식구들과 남편이 깨어날 것만 같아서 두렵기도 했지만 윤리적인 의식과달리 육체는 점점 그의 손길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팔을 움켜잡은 손을 뿌리쳐야한다고 하면서도 지연은 준태의 방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더 이상 거부할 의지도 없이 그녀는 침대 위에 눕혀졌다. 잠들어 있는 남편을 두려워하는 불안감에서인지 그의 손길에 그녀의 육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육체는 그의 혀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한 열기를 감당치 못하고 꿈틀거렸다. 그리고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남성을 받아드렸다.

“아 읍~~~~! 도, 도련님.......”
“헙~!”

한동안 형수를 가까이 하지 못했던 준태는 당장 오르가즘을 느낄 것만 같았다. 다른 날보다 그녀의 보지 속이 뜨거운 열기로 페니스를 감싸고 꿈틀거렸다. 그는 참을 수 없는 흥분에 페니스를 빠르게 진퇴시켰다. 그녀는 몸속에 숨겨진 살갗이 마찰 당할 때마다 구름 위로 치솟았다가 깊은 늪으로 추락하는 엑스터시에 빠져들었다.

“아 으~~! 아 읍~~! 하 으~!!”

정숙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던 지연은 결국 준태의 등을 움켜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의 신음 소리를 잠들어 있는 식구들이 듣고 깨어날 것만 같았다. 입술을 깨문 그녀는 베개를 잡아당겨 입을 막았다.

“읍~~! 읍~~! 읍......하 읍......”
“헛, 아 핫, 하 으........”

지연은 의지와 다르게 거친 신음을 흘렸다. 남성이 보지속을 빠르게 헤집으면서 거친 호흡이 흘러나왔다. 남성이 질벽을 짓누르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둔부를 들어 올렸다. 한동안 습한 신음 소리와 함께 남녀의 발가벗은 알몸이 엉킨 상태로 정지되었다. 사정할 것만 같은 준태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올려다보던 지연이 시선을 외면하면서 혼잣말처럼 작은 신음을 흘렸다.

“아~! 조, 조금만 더........”
“........!?”

정지된 상태이지만 준태는 페니스를 휘감고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는 질 벽의 감촉에 진절머리를 쳤다. 그는 보지 속에서 용솟음치는 페니스를 빼냈다. 끈적이는 마찰음과 함께 남성이 보지속에서 빠져나가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그리고 둔부를 들어올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 흣~! 난 몰라......”
“........!”

지연의 달아오른 표정을 내려다보는 준태는 또 다른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남성을 받아드린 그녀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바라보는 만족감이었다. 그는 또 다른 체위로 그녀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옆으로 누운 그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페니스를 둔부 사이로 밀어 넣었다. 진액으로 흥건한 보지 속으로 미끄덩하고 페니스가 빨려 들어갔다.

“하 읍~! 아 흐, 하 아~! 아 후........”
“허 읏, 헛, 헛........”

헐떡거리는 준태는 지연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둔부 사이에 박힌 페니스를 빠르게 진퇴시켰다. 의아스럽게 느끼던 그녀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체위에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정상 체위와 다리게 숨겨진 살갗들이 짓이겨지는 엑스터시를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젖꼭지를 주무르는 그의 손을 누르며 허우적거렸다.

“읍~! 핫~! 흐, 읏, 하으, 읍........”
“핫, 으, 하,.......”

지연의 육체는 한동안 준태를 멀리하려고 억제되었던 본능의 불길에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그가 다시 정상 체위로 보지 속에 페니스를 밀어 넣고 헐떡거렸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는 그녀가 활처럼 허리를 휘고 침대에 머리를 늘어트린 순간 페니스가 뜨거운 샘물로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하 읍~!”
“헛~!”

준태는 지연의 허리를 부둥켜안으며 경직되었다. 그의 페니스에서 뿜어져 나온 진액이 그녀의 보지 속을 흥건한 늪으로 만들었다. 나른해진 그들은 거칠었던 호흡을 진정시키며 서로의 발가벗은 알몸을 껴안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발기되는 남성을 의식한 그녀의 질 벽이 꿈틀거렸다. 살짝 눈을 떠서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희열을 갈구하고 있었다.
“.........!”
“.........!”

무언의 눈빛을 교환한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준태는 결국 다시 발기된 페니스로 보지 속을 헤집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두 번이나 그에게 매달리며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본능에 휘말렸다. 그들은 오래간만에 해후한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그녀는 잠들어 있는 그를 확인하고 침대에서 얼어났다.

시동생을 내려다보는 지연은 사랑해서 육체를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육체관계를 통해서도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동생의 방을 나온 그녀는 샤워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지친 몸으로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남편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면 언제나 식구들은 철새처럼 집 떠날 준비를 한다. 시선이 마주쳐도 낯선 이방인들처럼 말없이 식탁 앞에 모여 신 회장을 기다린다. 지연은 요즘 시어머니 미란의 표정이 유난히 굳어 있다고 느꼈다. 아마도 그녀가 의류 매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식욕이 없는 지연은 먼저 수저를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남편이 입고 나갈 옷을 꺼내놓던 그녀의 시선이 화장대 위에 놓인 남편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난 지연은 습관처럼 주방으로 갔었다. 시간제 파출부였던 문 정임이 이미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 정임을 가정부로 채용 한지 오래되었어도 지연은 주방부터 들어선 것이었다. 침실로 다시 들어가니 남편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무심코 남편의 어깨너머로 향했었다.

“........!?”

지연은 그 순간 남편이 비밀번호를 풀고 확인하는 휴대폰 액정 화면을 떠올렸다. 분명히 여자 사진으로 기억하기에 그녀는 호기심을 느꼈다. 남편이 들어오지 않을까 염려되어 방문을 살핀 그녀는 남편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숫자판을 누르던 남편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남편의 전화번호를 거꾸로 누른 것이다.

휴대폰이 열리고 같은 이름들의 전화와 통화한 내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따금 낯선 이름과 전화번호도 있었지만 정 수빈, 이 은주, 송 유미 등과 반복적으로 통화를 했었다. 정 수빈은 지연도 알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고 체조 코치였다. 송 유미 또한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예전에 집에 들렀었고 준태의 남자 친구라고 알고 있었다.

지연은 이 은주라는 이름이 생소하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자들의 이름이기에 지연은 왠지 불쾌했다. 사진과 영상들이 갤러리에 저장되어 있었다. 대부분 송 유미가 연습하고 있는 장면들이었다. 무심코 사진들을 넘겨보던 그녀는 다시 처음부터 자세히 살폈다.

유독 송 유미만을 촬영한 것도 이상하지만, 남편과 함께 촬영한 사진들이 지연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유미가 준태의 친구인데 남편과 함께 집으로 왔던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지연은 두 사람의 표정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사진 속의 유미는 어리게만 볼 수가 없었다. 마치 다정한 연인 같은 느낌이었다.

지연은 비록 쇼윈도 부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도 남편의 사생활은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자 전화번호들이 반복적으로 표시된 통화 내역에 그녀는 예민해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남편이 혹시 다른 여자에게 정을 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내이면서도 남편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남편은 돌부처라고 하지만 그녀도 여자이기에 어쩌면 질투인지도 모른다.

“음........!?”

남편의 휴대폰을 살피며 상상하는 지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침실 앞으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서둘러 남편의 휴대폰에 적힌 전화번호들을 메모했다. 그리고 남편의 휴대폰을 제자리에 놓고 문 앞으로 다가섰다.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과 어깨를 스치며 거실로 나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혼란스러웠다.

인테리어가 한창 진행 중인 백화점에 나온 지연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인테리어 담당 기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남편 휴대폰 속에 있던 사진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준태에게 휘말리고 있지만,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아내로 생각하지도 않는 남편이 새삼스럽게 원망스러웠다.

지연은 인테리어 작업을 바라보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남편의 휴대폰 속에 있던 여자 이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예감이 사실이던 착각이던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캠퍼스 시절이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요즘 백화점에 나오기 시작하며 만났던 친구 전화번호를 눌렀다. 서너 명의 친구들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친구가 알려주는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한 시간 후 선글라스를 착용한 지연은 백화점 앞의 커피숍에서 울긋불긋한 셔츠를 걸친 낯선 남자와 마주앉아 있었다.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심부름센터 직원이었다. 미리 심부름센터 소장과 전화 통화를 했던 그녀는 탁자 위에 돈 봉투와 메모지를 밀어 놓았다.

“여기 적힌 사람과 전화번호로 조사해 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런데 뭐를 조사해야 합니까?”

“소장님한테 말씀드렸지만 가족 관계, 어떻게 생활하는지, 요즘 뭐를 하고 있는지, 알아 날수 있는 것은 모두 다요.”
“여자들인 것 같은데, 사모님 남편 분이 바람이라도 나신 겁니까, 그래서 뒷조사를.....?”

“그런 건 묻지 말고,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모두요.”

빙긋이 웃음을 흘린 직원이 돈 봉투를 호주머니에 넣더니 메모지를 집어 들고 살폈다. 지연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주의 시선을 의식하며 두리번거렸다.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지만 무엇인가 더 자료가 필요할 것만 같아서 망설였다.

“빠른 시일 내에 연락 주세요. 사례금은 더 드릴 테니까요.”
“일 해봐야 되겠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주춤거리던 지연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직원이 그녀와 메모지를 번갈아 쳐다봤다. 돌아선 그녀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메모지를 들여다보던 직원이 하이힐 소리와 함께 걸어가는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둔부가 흔들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직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출입문을 열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을 확인하고는 커피숍을 나갔다.

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성민의 하루하루 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체육관과 집을 오가는 시간이 지루하기도 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정 수빈과 이 은주, 그리고 전국체전 본선을 준비하는 유미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갔던 성민이 검은 봉지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성민이 봉지 하나를 정 수빈에게 건네주었다.

“어!? 아이스크림이네!”
“더운데 잠시 쉬면서 먹으라고.......”

“오늘 더워서 연습도 안 되니 수영장이나 갈까!?”
“수영장......!?”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민에게 수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멀찌감치 이 은주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더십이 강한 수빈에 비해 은주는 활달하기는 해도 수동적이었다. 수빈이 봉지를 높이 들어 올려 보이며 소리쳤다.

“아이스크림이다! 잠간 먹고들 해!”

수빈의 목소리를 듣고 코치들과 선수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모두들 수빈과 성민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받아들고 의자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뒤늦게 유미가 이마에 흘린 땀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수빈 옆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손을 내밀었다.

“코치님! 저는 안줘요?”
“넌, 오빠한테 달라고 해.”

수빈이 빈 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녀는 유미가 성민의 친척 동생이라고 의식하고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말한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던 성민은 남은 봉지를 들고 체육관 입구로 걸어가고 있었다. 유미는 부리나케 그를 쫓아가 팔을 잡고 손을 내밀며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오빠! 아니.......감독님 저는 안주세요?”
“........!?”

봉지를 펼쳐드는 성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미는 수빈의 말을 받아 반사적으로 그를 불렀던 것이다. 뒤늦게 실수한 것을 느끼고 그녀는 무한한 표정으로 허리를 비비꼬았다. 그는 어차피 모두 유미를 친척 동생 인줄 알고 있기에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며 그가 말했다.

“괜찮아! 모두 알고 있잖아......”
“.......!”

이따금 성민은 훈련에 지친 유미를 데리고 영화관을 가거나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했다. 대부분 정 수빈이나 이 은주와 동행했다. 수영장 가자고 제안했던 정 수빈이 코치들과 상의를 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알리자 모두들 좋아하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단체로 수영장을 찾은 성민은 문밖으로 나오며 수건을 집어 들었다. 상체를 들어낸 그는 흘러내리는 물기를 문지르며 선수들과 어울린 정 수빈에게 시선을 향했다. 수영복을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몸매는 예전보다 살집이 올라 더욱 육감적이었다. 그녀에 비해 체구가 작은 이 은주는 날씬하면서도 통통한 몸매로 성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핫~!”
“헤헤헤......히히~!”

넋을 놓고 있던 성민은 누군가 별안간 등을 떠미는 바람에 물속에 빠졌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유미가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영복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앙증맞고 깜찍했다. 거친 호흡을 뿜어내던 그는 관심이 없는 표정으로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유미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덥석 들어 올려 끌어안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마 얏~!”

“하하하.......!”
“호호호......!”

놀라는 유미의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향한 코치와 선수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방심하고 있었던 유미는 놀라기도 했지만 숨조차 쉴 수 없어 성민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그의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아 잉! 놀랬잖아요.”
“하하하......! 그러기에 왜 장난을 쳐.”

“못 됐어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유미의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근육이 드러난 성민의 가슴에 안긴 것을 의식한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그에게 마구 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그에게 벗어나 물고기처럼 파닥이며 헤엄쳐 밖으로 나갔다. 물을 흠뻑 뒤집어쓴 그를 보고 그녀는 양 손가락을 볼에 대고 혀를 낼름거렸다.

jS백화점 매장 안은 냉방 시설로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마치고 개장한 숙녀 의류 매장은 북적거리는 고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언론과 매스컴으로 홍보를 했던 영향도 있지만 예전부터 많은 여성들이 찾는 유명 매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메이커 상품뿐 만아니라 특히 수입품 코너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점원들과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지시하는 민 지연은 직접 고객들을 상대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벨소리가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몇 번인가 울리던 전화벨 소리이지만 통화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손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멈추어 서서 망설였다.

잠시 생각하던 지연은 손가방을 집어 들고 매장을 빠져 나왔다. 며칠 전에 의뢰했던 심부름센터 직원의 전화였다. 매장도 중요하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화점을 나온 그녀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유난히 길어지는 것만 같았다. 커피숍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곧 바로 울긋불긋한 셔츠를 걸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주보고 앉는 지연을 보고 남자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남자의 시선이 앞가슴을 향한 것을 알고 내려다봤다. 길을 건너면서 덥기에 무심코 단추를 푼 것이다. 그녀는 얼른 단추를 채우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남자의 두툼한 입술을 쳐다봤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네! 내가 바빠서, 어떻게 됐나요.....!?”

“사모님이 특별히 부탁하시기에 직원들 총동원해서 조사한 겁니다.”
“........!”

직원은 수수료라도 더 받을 욕심으로 말하지만 지연의 시선은 그의 손에 들린 각봉투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직원이 내미는 각 봉투를 빼앗듯이 집어서 열었다. 신상 조회에 관련된 서류들과 사진들이었다. 첫 사진은 그녀의 남편이 무릎을 꿇고 유미의 슈즈를 신겨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남편을 올려다보는 유미의 표정, 유미의 등을 껴안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인형 같은 몸매가 드러나는 발레복을 착용한 유미는 귀엽고 깜짝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연의 또 다른 느낌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표정과 제법 숙성한 몸매였다. 지연은 남편이 정치나 사회가 아닌 TV 프로그램을 주시하고 있는 화면을 봤었다. 가슴의 윤곽이 들어나 보이는 걸 그룹이 엉덩이를 흔들며 율동하는 장면이었다.

지연은 남편조차 어린 여자들을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 사진 몇 장을 넘기며 살피던 지연의 손이 떨렸다. 어두운 승용차 안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남편의 목에 매달린 여자, 그리고 그 여자와 키스를 하는 남편의 사진이었다. 남편과 같이 찍힌 이 은주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연은 온 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준태에게 안겼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울러 남편과 그녀가 발가벗은 알몸으로 침대 위에 뒹구는 상상을 했다. 그녀는 귓가에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가 동굴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울림 같았다.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조사하느라고 힘들었습니다.”
“음......!? 그만 두라고 연락할 때까지 계속하세요.”

지연은 손가방을 열고 돈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녀는 들이마신 숨을 내쉴 수조차 없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키스를 하는 정도이지만, 여자로서의 직감이 있었다. 은연중에 그녀는 자신의 예측이 벗어나기를 바라던 마음이었다. 급히 사진을 각봉투에 넣느라고 서두른 탓에 증빙 서류들이 탁자 밑으로 떨어졌다.

“........!?”

서류를 집으려고 탁자 밑으로 손을 뻗은 지연은 흠칫했다. 동시에 엎드린 직원의 시선이 벌어진 앞가슴 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알몸을 들어내고 있는 심정이었다. 앞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린 그녀는 서류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직원에게 고개를 까닥여 보이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다리를 헛집은 것처럼 하이힐 뒤축이 흔들렸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비틀거리면서도 발전한다. 지연은 교양과 도덕적인 의식 속에 살아온 것이 후회되었다. 부모의 보수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서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신적인 지주였던 남편에게 배반을 당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연에게 남편은 현실이고 세상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배반은 그녀 스스로 울타리 속에 갇히고 있었다는 암시였다. 그녀는 그 울타리를 걷어내고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생활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자신의 남자로 쟁취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자신이 의류 매장을 운영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적극적인 생활에 도전하라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주위의 여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집안에서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숨겨두지 않고 표출했다. 그녀는 시아버지 신 회장에게 직접 도움을 청했다.

“아버님 감사해요! 매장 오픈 할 텐데 매스컴에 광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버님이 도와주세요.”
“아! 그래. 내가 홍보 부에 연락하지! 열심히 해.”

식구들 시선이 모두 지연을 향했다. 평소와 다르게 상냥한 그녀의 말투와 표정 때문이었다. 식구들 각자 그녀를 대하는 느낌은 다르지만, 미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식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후에 미란이 지연에게 톡 쏘아붙였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 모양인데, 네가 직접 매달릴 필요 없단다.”
“........!?”

“직원들이 있잖니! 너는 매장에만 붙어 있을 생각 말고 집안일에도 신경 써라. 요즘 반찬이 매일 똑같은데, 반찬거리도 좀 사다놓고.”
“어머니가 하세요. 매장 오픈하고 저는 바빠요.”

“뭐라고........!?”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란이 지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평상시 대답조차 못하고 듣고만 있던 지연이었다. 빤히 쳐다보는 미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지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정부를 도와 설거지를 마치고 주방을 나갔다. 그녀를 가르치며 한마디 하려고 손을 뻗쳤던 미란의 미간이 흔들렸다.

집을 나오는 지연은 시어머니의 질린 표정을 떠올리며 왠지 통쾌했다. 특히 그녀는 남편이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다가 돌아서서 바라보던 눈빛의 의미가 무척 궁금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것인가, 아니면 정신마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앞으로 예전과 다른 남편의 표정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백화점으로 가서 매장 현황을 체크한 그녀는 남산에 있는 여고로 갔다.

지연이 찾아간 여고는 송 유미가 다니고 있는 선화 실업 여고였다. 그녀는 유미를 직접 만나서 남편에게 접근을 하지 못하게 타이를 생각이었다. 체육관으로 찾아가면 남편을 만날 것 같기에 직접 학교로 찾아온 것이다. 학생들은 모두 첫 수업 시간에 들어가 있어서 교정은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녀는 친척이라면서 급히 전달할 것이 있다는 이유로 면회 신청을 했다.

첫 수업 교시가 끝나는 벨이 울렸다. 유미는 되도록 수업 시간에 참석하려고 하지만 피곤해서 하품이 저절로 나왔다. 전국체전 예선을 통과하고 그녀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몇몇 친구가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선생님이 그녀를 불렀다.

“송 유미! 친척이 면회 왔다.”
“네.......!?”

유미는 지금까지 학교를 찾아왔던 사람은 부모뿐이기에 의아스러웠다.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는 교무실 옆의 면회실로 다가갔다. 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여자인 것은 확실한데 무늬 유리창이어서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더욱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낯설지 않은 신 감독의 아내였다. 유미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나, 알아보겠니?”

“네......!?”

유미는 왠지 표정이 굳어 보이는 지연을 마주하고 앉았다. 지연은 사복이나 운동복을 걸친 유미를 봤으니 교복을 입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연은 직감적으로 남편의 은밀한 스푼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었다. 막상 마주하고 앉으니 지연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

“너, 리듬체조 하지?”
“네.”

“너 코치 받을 다른 사람이 없니?”
“무슨 말씀......!?”

“너도 수업에 들어가야 하고, 나도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말하겠다. 내 남편이 누구인지 아니?”
“.......!?”

“나는 내 남편이 시아버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시아버님도 그러기를 바라고.”
“........!”

지연은 확실치 않기에 남편과 유미의 불륜 관계를 직접 추궁할 수는 없었다. 유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찾아온 의도를 전혀 인수가 없었다. 문득 준태와 관련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연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말인데, 남편이 다른데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래. 그러니 다른 코치를 찾아가서 너도 내 남편을 멀리했으면 좋겠다. 네가 우리 도련님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까지는 말리고 싶지 않아.”
“.........”

“네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니 이번에는 충고하는 거다. 만약 내말을 듣지 않으면 사람들을 시켜서 내 남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밖에 없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

“어린 너한테 설명하기도 그렇구나! 내가 비용을 줄 테니 다른 코치를 알아보도록 해.”
“..........!?”

지연은 가방에서 수표가 든 봉투를 꺼내 유미 앞에 밀어 놓았다.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는 유미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무슨 말이던 내뱉고 싶은 유미는 갑자기 숨이 차고 답답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지연이 다짐을 하듯이 말했다.

“왜 대답이 없니.....!? 돈은 충분하니까, 알아들었으면 가봐라.”
“이건 필요 없어요.”

묵묵히 듣고 있던 유미가 차갑게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돈 봉투를 던지듯이 지연 앞으로 밀어 놓았다. 문 앞으로 다가가던 그녀가 홱 돌아서서 지연을 노려보다가 사라졌다. 지연은 순진하게만 보였던 유미가 돌변해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는 눈빛에 흠칫했다. 음산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의외로 독살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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