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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3 1,291회 0건








70. 가짜 키스 말고, 진짜 키스 할래?




화장실에서 나온 나와 윤기숙은 CAD실 컴퓨터에 빈 자리가 생길 때까지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낮은 소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제법 많이 했다. 생각해보니까 나와 윤기숙은 지금까지 공부나 일 말고 개인적인 얘기는 별로 한 적이 없던 것 같다.



"한수정 언니가 이메일로 나한테 심부름을 시키는데 .."
"무슨 심부름?"

"날더러 오빠를 잘 감시하랜다."
"나를? 감시? 왜?"

"그런데 내가 감시를 하려고 해도, 오빠가 학교에 나타나야 감시를 하지.
그렇다고 오빠가 다니는 회사에 내가 가서 붙어있을 수도 없고.
솔까말, 거기 여자들도 엄청 꼬리치고 대들지?"

"거기는 그래 봤자 내년 초면 끝이야."
"그러니까 오빠는 지금 거기서 은근히 즐기는 거야?"

"야아아. 너는 권혜주랑 오라리오에서 하는 밀당질로는 부족한거니?"

"신촌은 혜주가 있으니까 나는 신경 안 써.
우리는 바로바로 연락을 하거든.
오빠가 누구랑 왔다, 얼마 계산하고, 몇 시에 나갔다, 뭐 이런 것. 흐흐."

"그럼 다른 데를 새로 개척하는 수 밖에 .."

"완전 나쁘다. .. 오빠, 그러지 마."

"술 마시러 갔는데 감시 받는다고 생각해봐.
술이 넘어가기는 하겠니?"

"넘어가든, 안 넘어가든, 오빠는 술 별로 마시지도 않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다 가서 기분 좋게 술 한잔 마시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냐?"

"마시고 싶으면 마시세요.
문제는 여자라니까, 누가 술 갖고 뭐래? 하하."

"에휴. .. 내가 어쩌다가 요 모양 요 꼴이 됐는지 .. "

"보는 나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자학하지 마.
이번 학기에는 내가 어떻게 못 하겠거든요.
내년에 오빠 복학만 해보세요.
내가 오빠를 아예 내 옆구리에 꽁꽁 묶어서 달고 다닐꺼니까. .. 헤헤."

"진짜 고민이네.
생각해보니까 내년이면 너나 나나 같은 학년이잖아?"

"하아. .. 그 생각을 이제야 하셨수?
내가 지금 오빠를 얼마나 기다리는 줄 모르지?"

"너 자꾸 그러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는 수도 있거든?"

"편입? 얼마든지 하셔!
그거 나라고 못하라는 법 있어?"



윤기숙은 컴퓨터 빈 자리가 생겼다면서 CAD실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우리는 프로젝트 파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몇 가지를 나와 같이 연습했다. 윤기숙은 꼭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자꾸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저쪽 옆에서 나 있는 쪽을 보고 있는 예비군 아저씨가 한 명 있거든."
"누구?"



나는 윤기숙이 가리키는 쪽을 쳐다봤다. 그는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나서 윤기숙은 피곤하다면서 내게 기대기도 하고, 어깨와 목에 마사지를 해달라고도 했다. 가끔씩 내 뺨을 쓰다듬거나, 내 머리칼을 쓸어서 넘겨주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 우리는 CAD실을 나왔다. 윤기숙은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둡다. 우리는 내 차에 타고, 나는 시동을 걸면서 윤기숙에게 물었다.



"이제 진상들한테 확실하게 보여준 거니?"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딱 한 명밖에 안 나왔어.
오빠가 평일에 꼭 와줘야 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데?"

"그건 나도 모르죠.
남자들 몇 명이 나를 넘어뜨리기로 내기를 걸었다는 말이 있어.
진짜 기분 드럽고, 엄청 나쁘고 .."

"기숙이 네가 예쁜게 죄야. 어쩌겠니?"
"그건 나도 알거든요. .. 헤헤"

"이제 여왕님을 어디로 모실까요?"
"혜주네 가게 갈래?"

"거기는 어제 가고, 오늘 또 가냐?"
"그래? 나는 매일 가다시피 하는데."

"너야 혜주가 있으니까 그러겠지.
나는 그게 아니거든."

"알았어. .. 으음. .. 그럼 .. "
"빨리 말해."

"오빠, 오늘 ... 음. .. 우리 집에 갈래?"
"너네집?"

"지난 주에 학교 앞으로 투룸을 얻어서 이사했거든.
아무리 가짜 남친이지만, 커플링도 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그럼 화분이라도 하나 사야 하는데 ..
이사까지 했는데, 진작에 말을 하지 그랬어?"

"아직 누구를 초대할 상황이 아니라서 말을 안하고 있었어."



우리는 학교 앞으로 가다가 마트에 들렀다. 나는 간단한 것 하나만 살 생각을 하고 카트 한 개를 밀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새 집에 필요한 것 있으면 골라."
"그럼 엄청 비싼 걸로 골라도 돼요?"

"너도 참. .. 예쁘니까 봐준다.
기숙이 마음대로 골라.
이 마트에서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어? 하하."

"그러다가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할라. 하하."

"웬만하면 화분 강추다."
"화분보다는 .. 벽에 기대어 세울 수 있는 전신거울이 .. "



우리는 그 거울을 카트에 싣고 가서 내 카드로 계산을 했다. 윤기숙은 내일 배달해달라는 부탁 했다. 그 거울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내 차에 싣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이다.



"오빠가 차를 갖고 왔으니까 아예 장을 봐?"
"그렇게 해."

"다른 것은 몰라도 와인 한 박스는 꼭 사자. 하하."
"무슨 한 박스를 사? 너 그러다가 완전 술꾼 된다. 하하."



윤기숙은 이사를 하기는 했는데, 시험 준비 때문에 새 집에는 아직 아무 것도 사다 놓은 것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에는 몇 가지만 사자고 시작했다. 그런데 윤기숙은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띄는 것을 닥치는 대로 카트에 담았다. 카트 두 개가 금방 수북해졌다. 윤기숙이 카트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장보는 거야.
그런데 오빠랑 같이 오니까 내가 완전 겁을 상실한 것 같다."

"왜?"

"지금 이거 완전 충동구매잖아.
못나와도 30만원 정도는 나오겠다.
지금이야 집에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으니까 상관없지만. .."

"이렇게 한꺼번에 사서 싣고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윤기숙은 몇 가지를 더 넣었다. 이제 카트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꽉 채워졌다.



"윤기숙이 이런 것도 없이 살았다고?"
"며칠 안됐잖아. 시험 때문에 어쩔 수도 없었고."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그런데. .. 갑자기 우리 엄마가 엄청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

"웬일이니? 너도 참. 지금 왜 하필 엄마 생각을 해?"

"이렇게 오빠랑 같이 오니까, 내가 내 남편이랑 같이 장보러 나온 기분이거든.
우리 엄마는 늘 혼자 다니니까 이런 맛을 모르잖아."

"아빠가 같이 안 해주셔?"

"우리 아빠는 가정을 안 좋아하시나봐.
우리를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아빠한테 정이나 사랑 이런 것을 도통 못 느껴.
아빠한테서는 그런 것을 받아본 적도 없고."

"옛날 분들 중에서는 그러시는 어른들 많아."

"그래. 어른들한테는 가정이 귀찮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애들한테는 가정이 필수거든.
결혼을 한 부부건, 동거를 하는 남녀건 애들한테는 엄마 아빠가 필수 아냐?
어른이 없이 애들이 어떻게 크냐?
우리 아빠는 나한테 너무 심했어."

"그래. 가정은 어른에게는 불필요할 수 있지만, 애들한테는 반드시 필요하지."

"있지만 없는 남자.. 그게 우리 아빠야.
그래서 나한테는 오빠가 처음으로 엄청 든든하게 느껴지는 남자야."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을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럼 나쁘다고 할꺼야?"

"그건 절대 아니지."



우리는 물건을 차에 싣고 윤기숙의 투룸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엄청난 양의 물건을 들고 오기가 쉽지 않았다. 거의 이삿짐을 나르는 수준이다. 내가 세 번, 윤기숙이 두 번을 오르내렸다.

윤기숙은 물건을 대충 정리하고, 나는 윤기숙을 도왔다. 그리고 나서 윤기숙은 나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었다. 투룸은 4층에 있고, 창은 도로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전망은 전혀 좋지 않다. 집은 침실 하나, 거기 붙어있는 옷방 하나, 작은 거실과 욕실, 그리고 뒤쪽으로 주방과 베란다이다. 오피스텔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이다.



"박스를 풀지도 않고 그냥 쌓아두기만 해서, 아직은 너무 어수선하지?
집 정리는 시험 끝나면 하려고, 집들이도 미뤘어.
그러고 보니까 오빠가 처음으로 온 손님이네. 하하."

"집 떠나면 고생일텐데 .."

"집에서 여기까지 택시로 30분이나 걸리나?
이 정도면 호강이지 무슨 고생이야?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취하는 애들이 고생이지."

"그렇기는 해."



나는 창 밖을 내다본다. 학교를 등지고 있어서 밤 거리가 엄청 현란하다. 저기는 분명 노래방이나 술집 들이 있는 곳이다. 간판들은 번쩍이면서 학생들을 유혹할 것이다. 오늘도 많은 남녀 학생들은 젊음과 낭만을 핑계로 저 밤거리로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일 아침이면 머리가 지끈거려서, 또 지갑이 텅 비어있어서 후회를 하겠지. 윤기숙도 내 옆에 서서 나와 같이 창 밖을 내다본다.



"그런데 .. 이 동네가 낯설지가 않은 것 같은데, ... 여기가 어디지?"

"오빠! 정말 몰라서 물어?
오빠네 동네 바로 옆이거든.
저 앞에 큰 사거리에서 오빠는 왼쪽, 나는 오른쪽이잖아.
저기 보이는 신호등을 건너서 똑바로 주욱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어디일까?"

"그게. .. 그런가?
그럼 이제 우리는 이웃사촌인거니? 하하."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내가 음식 솜씨가 있어야 오빠한테 도움이 될텐데. .."

"나 지금 엄청 잘 먹고 잘 사는 중이야.
그런 도움 전혀 필요 없거든요.
기숙이 네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나한테 오는 것이 훨씬 현실적일껄?"

"오빠야 지혜 엄마가 다 해주니까 그렇지.
그 대신 장보러 갈 때 가끔 오빠가 차로 가끔씩 도와줘.
오늘 한꺼번에 해오니까 진짜 좋더라."

"그러자. 차는 언제 살껀데?"

"나한테 차 살 돈이 아직은 없죠.
이번에 엄마 차를 물려받으려고 협상중이야."



윤기숙은 내 옆에 서서 내게로 몸을 기대온다. 나는 윤기숙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우리는 몸을 돌려서 서로 마주보고 섰다. 나는 두 팔로 윤기숙의 허리를 감았다. 윤기숙의 두 팔이 내 어깨에 걸쳐지고, 머리는 내 어깨에 얹혀진다. 윤기숙의 숨소리가 내 목으로 쏟아진다. 나는 윤기숙을 당겨 안았다. 윤기숙은 내게 안겨와서 고개를 똑바로 들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오빠."
"응?"

"내가 오빠한테 안기고, 키스하고 그러니까, 나 이상한 여자 같지?"
"그거야 전부 가짜 아니었나?"

"오빠는 내 첫 남자야."

"야아! 정신차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는 아빠가 있기는 있어.
그런데 그냥 있는 아빠일 뿐이야.
한 달에 한두번 얼굴만 잠깐 보는 아빠야.
오빠나 남동생도 없고.
학교에서 만나는 애들은 그냥 그렇고. ..
오빠를 알면서 남자란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남자가 좋으니?"
"그게 아니라 오빠가 남자라서 참 좋아."

"다행이네."
"우리 .. 가짜 키스 말고, 진짜 키스 할래?"



윤기숙의 얼굴이 벌써 내 얼굴과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있다. 윤기숙의 눈꺼풀이 닫힌다. 내 입술에는 향긋한 윤기숙의 입술이 겹쳐진다. 나는 윤기숙의 입술을 혀끝으로 핥았다. 윤기숙의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살짝 열린다. 나는 아래 입술을 살짝 물고 음미하면서 천천히 빨아들였다. 윤기숙의 허리를 감은 내 팔에 힘이 들어가고, 내 어깨와 목을 잡은 윤기숙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우리의 두 몸은 서로에게 당겨져서 밀착한다. 윤기숙은 까치발을 들으면서 가슴을 위로 치켜든다.내 가슴에 윤기숙의 가슴이 와서 뭉클하고 누른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빨아당겼다. 윤기숙의 뭉클한 가슴과 부드럽게 말랑거리는 입술 때문에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 동안 막혀있던 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하아. .. 오빠 키스 때문에 난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하하."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올 뻔 했다. 키스하다 숨막혀 죽다. 하하하."

"보는 사람도 없고 .. 완전 좋은데?"
"됐으니까 와인 한잔 하자. 목이 탄다.
그 동안 키스 실력이 엄청 늘었구나?"

"오빠도 좋기는 좋았구나? 하하."



윤기숙이 와인 병을 꺼내 들더니 갑자기 한숨을 내쉰다.



"하아. .. 어떡해?"
"왜?"

"와인은 샀는데, 잔이 없네.
맛있는 와인을 종이컵에 마실 수도 없고 ..."

"그건 아니지."

"냉장고에 캔맥주가 딱 한 개 있거든.
오빠, 맥주 생각 있어?"

"그러지 말고, 와인은 나한테 가서 마시자."
"그럴까?"



윤기숙은 옷방에 가서 옷을 갈이입고 나온다. 짧은 스커트와 어깨까지 나오는 큼직한 박스티이다. 그 사이에 나는 아이린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PC방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윤기숙의 투룸에서 나와서 내 차에 탔다. 길을 따라서 일직선으로 오니까 금방 우리 집 앞 골목이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 우선 아이린의 PC방으로 올라갔다. 윤기숙은 전에 몇 번 와서 놀았던 적이 있다면서 아이린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린도 윤기숙을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나는 아이린에게 애들이 우리 학교 공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나중에 데려오라고 했다.

나는 윤기숙과 함께 내 오피스텔로 왔다. 주방에서 윤기숙은 식탁에 상을 차린다. 나는 소파에서 전화기를 열어보았더니 임영선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와있다. 그녀가 나에게 주말에 연락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늘 중으로 연락 하라니까."



임영선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좋든 싫든 회사에서 또 일주일간을 만나야 한다. 그 일주일을 평화롭게 보내려면 아무래도 전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임영선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은 오늘이죠?"
"흥! 왜 전화를 이제 하는데?"

"지금이라도 하면 되는 거 아냐?
일이 이제 끝났으니까 이제 하죠."

"미안. 자기 화났어?"

"아니. 내가 감히 임비서님한테 어떻게 화를 내?
무슨 일인데 그래?"

"아빠랑 오늘 낮에 태현씨를 만나려고 했는데."

"나, 어차피 내일 출근 할껀데?
내일 보면 안돼?"

"내일은 내일이고, 당연히 내일도 볼꺼거든.
이렇게 됐으니까, 더 이상 어쩌겠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봐요."

"임비서님도 잘 쉬세요."
"내일 기대해."



임영선은 전화를 끊었다. 윤기숙은 나에게 자기 집으로 다시 가자고 했다.



"이사한 새 집에 가서 조촐하게 마셔요.
가까우니까 가는 것이 힘드는 것도 아니고 .."

"그럼 잔을 가져가야 하나?"

"오빠 와인 잔 엄청 많네.
다음에 사다 줄께, 지금 몇 개만 빌려줘."



내 옷방에는 뜯지 않은 와인잔 세트가 하나 있었다. 언젠가 집에서 갖다 놓은 것이다. 그것을 윤기숙에게 내주었다. 윤기숙은 비닐 팩에 양초와 먹을 것들을 몇 가지 더 담았다. 나는 잔이 들어있는 상자를, 윤기숙은 먹을 것이 담긴 비닐 팩을 들고 윤기숙의 집으로 걸어갔다. 둘이 얘기하면서 걸으니까 15분 정도 걸렸다.

윤기숙은 집에 도착하자 주방에 있는 테이블에 다시 상을 차렸다. 나는 윤기숙의 CD를 뒤지다가 이무지치의 CD를 발견했다. CD Player 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음악이 천천히 방안에 뿌려진다. 현악기의 줄이 떨면서 만들어내는 음에 내 영혼도 따라서 떨릴 것 같다. 내가 와인 병을 열고 와인을 잔에 따른다.


우리는 식탁 옆쪽의 벽에 기대고 서있었다. 테이블 위에서는 접시 위에 세워진 양초 3개가 불꽃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잔을 들었다.



"너 새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고마워, 오빠."

"건배."



우리는 한모금씩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윤기숙이 몸을 내게 기대온다. 짧은 스커트 밖으로 뻗어 내린 윤기숙의 다리와 내 다리가 맞닿았다. 윤기숙의 몸에서 향기가 올라온다.

윤기숙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내 목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머리를 내 어깨에 얹는다. 윤기숙의 떨리는 숨결이 내 목으로 쏟아진다.



"오빠."
"응?"

"남자랑 이러고 있는 것이 처음인데.. 너무 좋다."
"그래?"

"오빠가 첫남자라서 그러나? 헤헤"



나는 윤기숙의 이마에 내 뺨을 댔다. 내 뺨을 조금 내려서 내 뺨과 윤기숙의 뺨이 거로 맞닿게 했다. 내 팔은 그녀의 등을 감고 있다. 손을 펴서 윤기숙의 허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윤기숙의 몸이 움찔거렸다. 우리의 얼굴이 마주하면서 우리는 키스를 시작했다. 서로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빨아들인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키스이니까.

나는 입을 떼어냈다.



"앉지도 않고 서서 와인도 마시고 키스도 하고 .."
"불편하니? 그럼 앉을래?"

"엄청 낭만적이라서 해본 소리야.
오빠한테 이런 면도 있네.
그래서 수정이 언니가 오빠한테 가면 갈수록 더 끌린다는 말인가?"



나는 피식 웃었다.

고개를 숙이자 헐렁한 박스티가 윤기숙의 하얀 어깨와 목덜미를 드러내서 보여준다. 라운드 목깃이 앞으로 벌어지면서 뽀오얀 살결의 가슴 봉우리까지 들여다 보인다. 한쪽 가슴은 내 팔을 누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대로이다.



"오빠,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어? 기숙이 가슴."

"내 가슴? 보이기는 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이는 한 손으로 목깃을 약간 당기고, 고개를 숙여서 스스로 옷 안을 들여다본다.



"와아아."
"왜?"

"이러고 보니까 진짜 엄청 섹시해 보인다.
오빠한테는 어때 보여?"

"나한테도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들여다 봤지."

"사실 그게 ..."
"어?"

"아까 급하게 옷을 갈아입는다고 브라를 깜빡 해서 .."
"어때? 나 때문에는 마음 쓰지 마."



윤기숙은 내 손 하나를 잡고 자기 가슴 위에 얹었다. 나는 손을 넓게 펴서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가슴을 옷 위에서 덮었다. 윤기숙은 내 손을 누른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받쳐 올리듯이 가슴을 꼬옥 쥐었다가 놓았다. 윤기숙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오빠. .. 하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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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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