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꼬이는 사건
우리가 둘러본 곳은 플러스홈, 애니원, 일레븐이다. 플러스 홈의 뒤에는 영국 자본이 버티고 있고,애니원은 미국 마트이며, 일레븐은 일본 마트이다. 시장이 개방된 것은 좋지만 저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매일 우리 나라에서 돈을 긁어서 자기 나라로 가져가는 것이다.
뒤에서 보이지 않게 플러스홈을 틀어쥐고 있는 영국 자본은 어느 날 갑자기 팔아 치우고 사라질 것이다. 저들은 세계 곳곳에서 치고 빠지기를 하는 기업이다. 저들이 아직 나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는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일 것이다.
미국 마트는 예상과는 달리 적자라면서 언젠가는 철수할 것 같다. 일본마트 일레븐은 우리 나라에서 돈을 벌어다가 혹시 야쿠자들의 비자금으로 쓰는 것이 아닐까?
한강 유통이 어느 날 일본이나 중국에 매장을 오픈 한다면 임영선의 아빠는 얼마나 좋아할까? 그런데 이 회사가 지금 당장은 마트 사업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철수하느냐를 놓고 고민중이다. 그것도 자기 나라에서 말이다. 말도 안되는 한심한 상황이다.
나는 보수적이거나, 애국적인 인간은 못된다. 그렇지만 개방된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자본의 흐름을 보는 눈 정도는 갖고 있다. 정치가들은 시장을 개방해서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어서 챙기는지는 모르겠다.
감자 한바구니는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상추는 어느새 금치가 되었다. 삼겹살은 1인분에 50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7000원을 넘고있지만, 그램 수도 다라서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해의 물가인상률이 2%라고 떠든다. 지나가던 개와 고양이들마저 유리창 너머로 이 뉴스를 보고 웃느라고 요란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2%인가? 서민을 위한 2%는 절대로 아니다. 구조조정 때문에 기업에서의 일자리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고 있다. 물가는 말도 안되게 오른다. 남편들의 월급은 절대로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가정 주부들은 매일매일 한숨을 쉬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절약한다. 그래도 이 나라의 아줌마들은 식구들을 먹이고 입혀야 한다. 그러려면 닫은 지갑을 여는 수 밖에.
가정 주부들이 이렇게 애끓는 마음으로 지불하는 돈을 외국 마트들은 매일매일 이 나라에서 긁어 모아서 자기 나라로 가져간다.
그래도 해마다 이 나라의 경제 성장율은 몇퍼센트이다. 국민이야 잘살든 못살든 그것은 정부의 관심이 아니다. 해마다 물가 인상율이 X% 아래쪽이니까 매우 낮아서 안정적이고, 경제 성장율만 Y% 달성하면 잘사는 나라, OECD 회원국임을 목에 잔득 힘을 주고 떠드는 나라다. 거런 소리를 듣고있자면 저 사람들이 OECD가 무엇인지 알기나 알면서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나라의 국민들은 이민가고 싶어한다. 진짜 하는 꼴을 보면 헬조선이다. 씨X. 단군할아버지가 이런 나라를 만들려고 고조선을 세우지는 않았을텐데.
나라마트를 키운다. 일본 도쿄와 오오사카에 그리고 베이찡과 난징, 샹하이에 나라마트를 오픈한다. 일본과 중국의 돈을 긁어서 담아온다. 이것이 과연 누구의 꿈일까? 최수희와 임영선이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세상은 이렇고, 내 생각은 저런데, 나라마트의 회장님 비서이고 또 딸이기도 한 임영선은 아직도 PB 상품과 NB 상품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다니. 영광있으라, 축복있으라, 대한민국 만만세다.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다.
우리는 플러스 홈에서 음료수가 전시된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콜라의 대명사인 카코 콜라가 전시되어있는데, 1.8 리터 한병에 1630원이다. 플러스홈 콜라는 1.5리터 한병에 790원이다. 플러스홈 콜라도 역시 생산은 카코콜라에서 했다.
"임비서, 수희누나. 이 두가지 콜라를 비교해보세요."
"1630원 빼기 790원 하면 840원. 카코콜라가 840원 비싸네?"
"아니면 플러스홈 콜라가 840원 싸든가? 절반정도네?"
"당연한 .. 어라? 언니, 그게 아니잖아요?"
"으이구우. .. 하나는 1.8 리터이고 다른 하나는 1.5 리터잖아.
양이 다른데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빼기만 하면 돼요?
둘 다 1 리터로 통일시켜요."
“하아. .. 어떡해?”
"그냥 콱 잘라서 똑같게 맞춰? 하하."
"저런. .. 1630원 나누기 1.8 리터 하시고, 790원 나누기 1.5리터 하세요."
"그러니까 카코 콜라는 1 리터에 905.5원, 플러스홈 콜라는 1.5리터에 526.6원."
"905.5원 빼기 526.6원 하니까 378.9원."
"거보세요. 840원 싼 것이 아니죠. 41% 정도 되나?"
"작은 병에 조금 덜 들어가니까 저절로 싸게 나오는 것도 싼 값이라고 헷갈리네."
"바로 그 점도 놓치면 안돼."
임영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있던 수첩에 메모를 시작했다.
"우선은 카코콜라가 생산해서 카코콜라라는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거든요.
그러면 카코콜라는 NB 상품입니다.
이제 카코콜라가 생산해서 플러스홈에서 플러스홈 콜라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기 때문에
플러스홈의 입장에서 보면 플러스홈 콜라가 PB상품 또는 PL 상품입니다. 이해 됐죠?"
"알았어요."
"자체 개발 상품(Private Label Product)은 어떤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다른 기업의 상표를 붙인 제품을 말해요. 줄여서 PL상품, OL상품(Own Label), 또는 PB상품(Private Brand)이라고도 해요."
"아하. .. 플러스홈 콜라처럼.
그럼 값이 싸게 나오는 이유는?"
"자체 개발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요.
그러니까 우선은 유통구조가 단순해요.
그러면 각 유통 단계별로 들어가야 하는 중간 유통 마진이 줄어들겠죠.
또 마케팅 비용도 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상품가격이 이렇게까지 낮아요?"
"그것만은 아니야.
모든 상품 가격에는 거품이 껴있거든.
예를 들면 광고를 거의 하지 않으니까 가격에 포함되어있는 광고비는 완전히 빠지잖아.
또 마케팅비로 숨겨지는 리베이트는 공짜겠어?"
"그렇겠네. 카코콜라는 TV광고까지 하니까.
그러고 보면 이거 완전 거품가격이네?"
"905.5원에서 378.9원이 거품이라고 보면 되겠지? 40% 정도야."
"와아아. 소비자가 완전 봉이네. 씨X노무쉬퀴들."
"언니, 아무리 그렇다고 욕까지 해요?"
"욕먹을 짓을 하는 자들에게 욕을 하는 것이 뭐 어때서?"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은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PB 상품으로는 할 수 있어."
"흠. .. 생산자는 제 값을 어차피 챙기니까 원가에서는 손해 볼 일은 없을테고.."
"그래요. 또 생산자입장에서는 PB상품도 자기가 생산한 상품이거든요.
생산자는 자기 상품을 유통업체가 보유한 광대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걔네들이 겨우 그 돈을 벌자고 생산하지는 않을꺼거든.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겠네.”
"그럼 과연 두 제품의 질적인 차이는 없을까? 똑같은 품질인가요?"
"광고할 때는 그렇다고 하겠지만 절대 아닐꺼야.
소비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어.
할인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원재료 일부를 빼거나 낮은 품질 재료를 쓴다는 말도 있거든.
소비자들이 "싸긴 한데, 정말 좋은 건가?", "품질이 동일하다면서 어떻게 훨씬 싸게 파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갖게 하면 안돼."
"그럼 이 제품에는 뭐가 어떻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카코콜라는 자기 상품이 그만큼 덜 팔리는데 우리가 PB 상품을 해달라고 하면 순순히 응해줄까?"
"그러니까 협상을 해야지."
"그럼 그 협상은 한상무님 몫이네. 하하."
"또 법률적인 문제도 있을꺼야."
"무슨 법? PB법? 하하."
"NB상품은 당연히 덜 팔리니까 이익이 별로 생기지 않거든.
그러면 반드시 트집을 잡아.
예를 들면 골든존에는 PB 상품만을, NB는 불편한 위치에 진열한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공정거래법에 걸릴 수도 있어."
"우리 법무팀에 전문가들 있으니까 그런 것은 더 알아보면 돼요."
"우리 나라에 쌀 개방이 됐거든.
여기저기에서 값이 싼 쌀이 들어오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겠죠.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아 농업계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 만일 외국에서 농산물 가격을 올린다면?
PB의 경제논리도 이러한 "쌀" 개방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가 판매권을 잡고 있으니까 생산자나 소비자를 손에 쥐고 흔들 수도 있단 말이야.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스스로 감독해야 해요."
"이건 뭐 .. 와서, 머리 아프게 공부만 하고 가네?"
"이런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것도 모르면 되겠어?"
"임비서."
"예?"
"우리 쪽에서 PB상품으로 기획할 수 있는 것을 조사하는 데에 1일,
생산자와 협상해서 생산하는 데에 1주일 잡으면,
보름 정도 후에는 판매가 가능하거든.
그러면 판매 1주일 전에는 매장마다 PB상품 광고를 시작하는 거야.
광고할 때는 PB와 NB 의 품질을 솔직하게 비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요.
오늘 보니까 판매가격은 40% 정도까지 할인하면 될 것 같죠?
요새는 인터넷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보를 엄청 빨리 그리고 자세하게 수집합니다.
그러니까 미리 정확하게 공개하는 쪽이 훨씬 당당하게 승리합니다."
"알았어요. 또 하실 말씀 있어요?"
"이번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는거잖아요?
많은 종류나, 많은 양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만에 팔아치울 수 있는 양을 계획합시다.
재고가 남아도 문제가 되면 안되니까, 음료수, 화장지나 물티슈 같은 생필품에서 시작합니다.
음료수가 싸다고 해서 고객은 음료수만 사러 매장에 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그 날에는 다른 상품들도 가능한 한 많은 품목을 할인가격으로 같이 판매합니다.
또 이들 상품에 붙일 레이블 디자인을 당장 시작해야 하거든요.
빠른 시간 내에 디자이너 3명 정도 섭외 해오세요.
나중에는 의류로도 확장할 생각이니까 기왕이면 의상 디자이너로 하세요."
"더 필요한 것은 기획서 만들다 보면 나오겠죠?"
"한상무님도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시니까 그분 의견도 들어야 해요."
"와아아. .. 오늘 밤에 아빠한테 이거 다 가르치려면 엄청 빡시겠다. 하하."
우리는 회사로 돌아왔다. 내 방에 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배도 고프고 엄청 피곤하다. 최수희와 임영선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하품을 했다.
"숙녀가 커피서비스를 하는데 하품이라니?"
"미안. 참으려고 해도 나와버리네."
"도대체 밤마다 잠은 안자고 뭐하는 거야? 혹시? 하하"
"임비서, 우리 자기는 투잡맨이라니까."
"나는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은데?"
"벌써?"
"오늘도 일찍 가겠다고? 혹시 집에 뭐 있는 것 아니야?"
"나는 오늘 할 일은 다 했거든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일이 사무실에 처박혀 앉아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
"그러지 말고 오후에 기획서 쓰는 것 조금만 봐주고 가요."
"아오. .. 진짜 까도남이네."
"알았어요."
"졸리면 저쪽에 침대 펴줄께 눈좀 붙이시든가."
"아무래도 자기는 점심 먹고 나서 한숨 자야 할 것 같아."
내가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임영선은 보이지 않고 최수희 혼자서 기획서를 쓰고 있다.
"정혜영이라는 여자분이 와서 자기를 찾는다는데?"
"지금?"
"자기 화장실에 갔었을 때 자기 전화기로 전화 왔는데, 임비서가 받았거든.
지금 임비서가 데리러 내려갔어."
임영선이 아이린과 조해수 엄마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 방에는 아직 소파가 없다. 나는 일든 그녀들을 원탁에 앉도록 했다. 조해수 엄마라는 여자는 아이린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미모는 아이린보다 엄청 딸리지만, 화장이나 옷차림 때문인지 분위기는 비슷해 보인다. 아이린의 소개로 우리는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가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방인가요?"
"회장실 옆방이라고 하던데요?"
"어제부터 이 방에서 일을 시작했거든요. 방안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무 썰렁하죠?"
임영선이 차를 들고 들어왔다. 조해수 엄마가 물었다. 그런데 임비서가 바로 껴들었다.
"선생님은 무슨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이런데서 하신대요?"
"이 분은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이 아니고, 회장님 비서이십니다."
"하아. .. 죄송합니다."
"아이. 참. 난 또 그런 줄 알고 .."
"그런데 죄송하지만 두분께서는 누구세요?
김비서님 어머님은 아닌 것 같고 .."
"나한테 공부하는 고등학생 어머님이시라니까."
"아. 예에. .."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려고 일어섰다. 그런데 최수희와 임영선도 따라 나선다. 눈치가 이렇게도 없을까? 이 두 여인의 방문은 회사일 때문이 아니고, 내 개인적인 손님이니까 빠져주면 안되나?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 나를 감시라도 하는 걸까?
"점심식사는 우리끼리 따로 하고 싶은데 .."
"안돼요. 김비서님이 납치당하실 것 같아요. 하하."
"식당까지는 같이 가고, 테이블만 따로 잡을께요."
우리가 내 방을 나서는데 회장도 회장실에서 막 나오고 있다. 그는 임영선을 불렀다. 둘 사이에 하는 말은 아마도 내 손님에 대한 얘기인 것 같다. 회장이 와서 임영선의 소개로 두 여인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조해수의 엄마가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혹시 제일 그룹이라고 아십니까?"
"알죠. 이 나라에서 사업하면서 제일그룹을 모르면 말이 되겠습니까? 하하."
"얘는 제 친구인데요. 제일그룹 서영환 전무의 부인입니다."
"야아. 거짓말 하면 안되지. 지금은 이혼했으니까 전처입니다."
"예에? 아니 .. 이럴 수가?
그럼, 김비서가 학업을 지도한다는 학생들이 서전무님 자제분들이라는 말입니까?"
"예. 이번에 거기에 제 딸도 끼워달라고 부탁하러 제가 오늘 여기까지 찾아 왔어요."
"그럼 사모님 부군께서 하시는 일은요?"
"혹시 대하건설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알다마다요, 우리 한강 유통의 협력사입니다.
몇년째 우리 매장에서 하는 공사를 맡아서 하고있지요."
"얘는 그 대하건설 조사장 와이프인데요."
"어이쿠. 김비서가 회사 밖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거야?"
"아빠, 김비서는 고등학생들한테 과외수업을 한다니까요."
"김비서."
"예?"
"두분 사모님들 점심식사 대접하는 일은 내가 하면 안될까?"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럴 일이 생기거든. 내가 따로 부탁할 일도 있고 .."
"회장님, 오늘은 저희 두 사람이 선생님께 식사 대접을 하러 나왔는데요.
요새 애들 시험공부 때문에 밤 늦게까지 수고를 너무 많이 하시거든요."
"그럼 사모님들 대신에 제가 선생님께 대접을 하면 되겠습니까? 하하하."
하여간에 일은 완전 어이없게 꼬여버렸다. 우리 회장은 나와 임영선, 최수희 그리고 아줌마 두 명을 차 두 대에 태워서 강남의 갈비집으로 갔다. 회장이 왜 그러는지, 그 내막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이 자리에서도 여신처럼 빛나는 아이린의 미모 때문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날은 회장이 한우를 사는 바람에 아줌마나 아가씨들이 마음껏 먹었다. 그녀들은 모두 살을 빼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한다고 했다. 스커트와 바지의 호크를 풀기까지 했다.
"터질 것 같아."
"뭐가? 배?"
"치마 호크 말이야."
"내 바지도 마찬가지야. 난 벌써 풀었어. 하하."
"댁에 가시면 서전무님이나 조사장님께 제 예기를 잘 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하하."
"회장님께서 우리 선생님께 잘 해주시면 한번 생각해볼께요. 하하."
“맞아. 이렇게 꼴랑 밥 한끼로 그런 부탁을 하시면 곤란하죠.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제부터는 김비서를 김선생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하하."
"우리 선생님이 아직은 대학생인데, 회사에서 일을 잘 하나요?"
"잘 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비상 사태가 생겼는데, 김선생님이 119 구조대원으로 해결하는 중입니다."
"어머. 우리 선생님께서 그 정도예요?"
"김선생님한테 하도 욕심이 나서, 제가 과외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애들과 한 약속을 깰 수 없다면서 고집을 부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더 욕심이 가요."
"어머머. .. 그렇게 까지?"
"저 친구 우선순위를 보면, 1순위가 과외수업, 그리고 2순위가 회사라니까요."
살다 보면 대부분의 일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다. 일이 이렇게 꼬이면 예상보다 훨씬 나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산 너머에는 항상 산이 또 있고, 강 건너에는 또 강이 있지 않던가?
그런데 아주 드물게, 어쩌다 한번은, 가뭄에 콩나듯이, 놀래 자빠질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잘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 꼬인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우리는 회사로 돌아왔다. 회장은 모두 회장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차를 마시자고 했다. 회장이 말하는데 누가 반대할까? 그는 우리에게 커피와 차를 대접했다.
나중에 우리는 내 방으로 건너왔는데, 조해수 엄마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여기 회장님의 사위가 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럼 혜영이는 사위를 뺏겼다고 속상해서 어쩌나? 하하."
"야아아. 무슨 소리야?
갑자기 사위 얘기가 왜 나와? 하하."
아이린의 얼굴에 조용히 홍조가 번진다.
"선생님, 우리 해수 잘 부탁드립니다."
"해수 ..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텐데요?"
"그래도 하겠다고 악착같이 덤벼요.
거기서 집에 오면, 새벽 세시 네시까지 잠을 안자고 계속 공부해요.
지금까지 과외로 학원으로 아무리 시켜도 도통 안하던 애거든요.
내가 쟤를 키우면서 지금처럼 저렇게 독을 품고 덤비는 것은 처음 봐요."
"어머머. 우리 지혜 하는 것을 보더니 뚜껑이 열렸나? 하하."
"해수가 그 정도로 하겠다고 덤빈다니까, 그럼 저도 시작은 해보겠습니다."
"역시 .. 듣던 대로 까칠하시네요.
다른 선생님들은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던데."
"야아. 여기도 직접 봐라.
저쪽에 저 정도 미모의 여비서가 두명이나 있잖아?
이 정도면 월급이 보통이겠어?
또 나도 지금 우리 집 한쪽 기둥을 뽑아서 바쳤거든.
이 정도 버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학생을 더 받겠니?
나나 지혜가 얼마나 부탁했는지 알아?"
"네 말이 맞기는 맞는데 .."
"나는 애가 둘이니까 기둥 두개 뽑았어.
너는 해수 혼자니까 한개만 뽑아."
"있는 기둥 뭐하겠어?
딸 키워서 시집 보내는데 쓰면 되는 거지."
"잘 생각 했어."
"그런데 .. 혹시 이 회장님이 선생님을 사위 삼으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아?
이 집에도 딸이 둘인가 있다고 들었는데."
"얘는 또 사위타령이네. 하하."
"본 것이 있으니까 생각을 좀 해봐.
어떤 대학생이 이렇게.. 이런 데서 일하냐?"
"글쎄. 네 말을 듣고 보니까 ..."
두 아줌마는 사위타령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녀들을 작별하고 임영선은 회사 1층의 로비까지 배웅했다.
임영선이 돌아와서 구석에다가 라꾸라꾸침대를 폈다.
“김비서. 한숨 자고 와.”
“추워서. .. 이불이 있어야 하는데.”
“맞다. 어쩐다?”
“그냥 참고 있을게. 빨리 쓰기나 해.”
“안되겠다. 내가 쓸 테니까, 언니가 김비서랑 같이 퇴근하세요.
“내가 왜 벌써 퇴근을 해?”
“기획서는 어차피 내일 아침에 손봐야 하고, 바깥 매장은 오전에 다 돌았거든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잖아요?”
"그..런..가..?"
"제가 모셔다 드려요?"
"아니야. 지하철도 있고, 택시도 있는데 뭣하러 그래?
임비서는 빨리 기획서나 끝내요."
임비서의 배려로 나와 최수희는 두시 반에 퇴근했다. 그런데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택시 안에서 졸다가 내리니까 최수희네 아파트였다.
최수희가 워낙 보채는 바람에 잠은 한숨도 못잤다. 다섯시에 최수희네 집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서 애들이 올 때 까지 거실의 소파에서 자는 수 밖에 없었다.
"오빠. 감기 걸린다고 소파에서 자지 말랬잖아!"
꼬마천사 지혜의 앙칼진 소리에 잠을 깼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공부를 했다. 그날 저녁 공부는 그럭저럭 졸지않고 넘길 수 있었다.
그 대신에 애들이 가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뻗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내 옆에는 지혜가 자고있었다.
나는 팬티 한장만을 걸치고 있었고, 지혜의 손은 내 팬티 안에 들어와서 내 남성을 잡고있다. 내 손은 지혜의 원피스 앞자락으로 들어가서 지혜의 가슴에 얹혀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지혜의 가슴을 그대로 움켜쥐고 지혜의 몸을 당겨서 안았다. 지혜가 잠결에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지혜의 전화기에서 알람이 울었다.
나는 얼른 지혜를 깨웠다. 아이린도 지혜를 깨우러 왔다. 지혜와 아이린은 내려갔고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아이린은 다시 와서 나를 키스로 깨웠다. 나는 아이린을 안고 그녀의 입술을 빨았으나 갑자기 임영선이 데리러 온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아이린을 포기하고 욕실로 달렸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
그 장면을 짧게나마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ㅋㅋ
나중에는 확실(!!) 하게 쓰겠습니다. ㅋㅋ
<바람이 남긴 흔적>이라는 단편을 몇회로 나누어 연재하려고 올렸는데 ..
반응은 여엉 아니네요. 참나 ..
-Ja"dore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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