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스토리가 너무 빤한가요?
어쩌지? 다 들켜버렸네요ㅠㅜ
재만이 유사장이란걸 너무쉽게들 알아차립니다요
제딴엔 감추고 돌렸는데ㅋㅋㅋ
암튼 그만큼 몰입해서 읽는다는 증거같아 기분좋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늦은아침, 창문을열고 담배를피는 재만에게 영애가말한다
간밤에 두번째 섹스가 끝나고 두사람은 약속이나한듯 깊게 잠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에도 빠졌고 요란스럽게 뜀박질도 했다
지친몸으로 처녀총각때처럼 연달아 두번의섹스는 그들을 KO시키기에 충분했다
밤새 펑펑울어 눈이 퉁퉁부어있었지만 그들의표정엔 행복한미소가 가득차있었다
<글쎄요... 무엇부터 해야할지>
<전.... 남편한테 재만씨의 존재를 말할거예요>
<흠....... 그리곤요>
<깔끔하게 이혼해야죠>
<수긍할까요?>
<상관없어요.... 그렇게 할거니까>
<나도 얘기할래요>
<풉.... 수긍할까요?>
<상관없어요.... 제겐 영애씨가 있으니까>
<호호호>
<하하하>
의기투합한 그들이 각자의 남편과 아내에게 톡을보낸다
<배고프다>
아침해가 따가울만큼 점심때가 다되어서야 은주가 눈을떴다
그때까지도 엎드린채 자고있는 성민에게 투정을부린다
<일어나봐요 성민씨>
<음음.....>
<잠꾸러기야 씨이>
<아이고 고거 몇분먼저 일어났다고 생색은>
<뭣좀 멕이고 잡아먹든지...... 밤새 괴롭히고>
<풉 누가 괴롭혔다고 그래... 자기가 날 안재웠지>
<어머? 내가 그만하라고 그만하라고 사정을했건만>
<맞아 사정했지..... 더해달라고 더해달라고>
<치이.....>
<후훗... 이리와>
<싫어욧! 내가 죽으면 배고파서 죽은줄알아욧!>
<룸서비스 시킬까?>
<바닷가왔는데 회먹어요 응?>
<카톡왔숑>
성민의폰에 알림이왔고 폰을집어든 그가 톡을 확인한다
영애의 톡이였다
[같이있는거 알아. 할얘기 있으니까 6시에 천북항 선착장으로와]
천북항이라면 지금 성민의호텔에서 멀지않은거리였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것도 알고있는건가?
후다닥 창문을열어 밖을 내다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왜그래요?>
<영애가 알고있어..... 지금 같이있는거>
<어머... 어떡해요..>
<6시에 만나자고하는데>
<............>
<이렇게된이상 밝혀야지>
<성민씨......>
<당신과 영애가 껄끄럽게됐네>
<성민씨랑 지훈씨도.... 이제겨우 화해했는데....>
<...........>
지훈의 강간사건으로 멀어졌다면 멀어졌지만 오래담아둘 사이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아내를 취하고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땐 어떻게나올지 걱정이었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대처하는 지훈이지만 상황이 어떻게변할지는 아무도모른다
주먹다짐은 각오하고있지만 그런 간단한문제가 아니었다
경찰서에서 나올때 말하지못한게 후회된다
이제 결정할 때가되었다
칼자루는 영애가 쥐고있다
성민은 톡을 읽었지만 별다는 제스츄어가 없는걸로보아 고민중일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미치도록 궁금해할것이고 영애의입에서 무슨말이나올지 역시 궁금할것이다
영애의 결론은 하나였다
아니, 결론은 나지않은상태 였고 오로지 희망사항일뿐 되도록 많은재산을 배분받아 보란듯이 살고싶었다
이제 성민은 은주와살든말든 자신은 재만과 새출발하면 된다
재만역시 그의아내에게 톡을보냈고 알았다는 짧은 답장을 받는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가고 하늘엔 석양이 짙게 물들었다
천북항에는 밤낚시를 떠나려는 배들이 채비를 준비중이었고 다들 들뜬분위기에서 떠들썩했다
성민의차가 주차장에 들어섰고 차에서내린 그가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로가?>
영애에게 전화하는 성민의 목소리가 차분하다
<뉴프린스호 배로와>
배들이 정박해있는쪽으로 발길을옮기자 영애의 톡이온다
[같이와]
어디선가 보고있는것 같았다
은주에게 말을하고 차에서 내리게한다
어느정도 예상을했고 어차피 한번은 부딛힐일이기에 은주역시 마음의준비를 하고있었다
영애가말한 배로가자 일반적인 낚싯배는 아닌듯 깔끔했고 마치 작은 유람선같이 외부가 잘 꾸며져있었다
배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발판을놓고 그들을 맞이한다
<안으로 가셔유>
전형적인 토박이사람 같았다
능글거리는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거같아 마음이 편치않았고 마치 다알고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문을열고 실내로 들어선 성민과 은주는 호화로운 실내인테리어에 두리번거리며
큰 쇼파에 홀로 앉아있는 영애를본다
<앉아>
그녀의앞에는 와인이 한병 놓여있었고 이미 두어잔을 마신듯했다
차가운말투로 여전히 시선은 와인잔을 바라보고있었다
먼저 은주가 말을걸었고 뒤따라 성민이 입을연다
<영애야....>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마>
<...........>
<긴말 안할께 이혼하자>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말라고.... 이제부터 나한테 여보라고 부를사람은 당신이아냐>
<미안해 영애야>
<니말은 듣고싶지않으니 조용히 있어줘... 같이부른건 두사람이 같이보고 같이결정 하라는거야>
은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서려하자 손을 내밀어 가로젖는다
<이쯤됐으면 당신이 어떡해야할지 판단이 설텐데>
<그래.... 어떻게할까>
<위자료로 현금50억, 지금 분당집과 제주땅전부 나한테넘겨>
<영애야>
<민재는 당신이키워... 당신닮은 아들조차 보기싫으니까...
새엄마랑 잘아는사이니 어렵지도않겠네>
<..............>
<내가말한것중 한가지라도 싫으면 소송할께... 절반은 건지겠지만 구질구질하겠지?>
<그럴필요없어>
<오호 쿨하시네... 그럼 하루라도 빨리 내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하지>
<모든 서류정리는 당신변호사를 보내... 더이상 얼굴 마주치기 싫으니까>
<알았어>
<지금 당신이한말, 내가한말 전부 녹음됐어... 필요하면 복사해서 보내줄께>
<이렇게까지 하는....>
<왜? 각오하지 않았어?>
<..............>
<심하다고 생각해? 이혼이... 위자료가?>
<이혼할만큼 심각한건 아냐>
<이혼은싫고 은주랑은 살고싶다?>
<............>
<끝까지 가증스럽군.... 그판단에 도움을 주고싶어지네... 재만씨 나오세요>
등뒤 방문을 쳐다보며 영애가 재만을불렀고 성민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영애의 다부진말에 할말이 없었다
삐꺽 방문이열리고 재만이 나와 영애의옆에 선다
한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올리고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죽으려고했어.... 당신이나 은주나 전부 꼴보기싫어서 차라리 내가 죽으려고했어
저기저.... 바닷물에 뛰어든걸 이분이 구해주셨고.....
그래도 당신전처 살려준 은인인데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겠지?>
성민이 천천히 고개를들어 그를본다
!!!!!!!!!!!!
<아니 유반장님>
<엇.... 대표님>
재만은 지희의남편인 유반장이었다
성민은 그가 왜 이자리에있는지 의아했지만 며칠전 병가를내고 휴가신청했다는 말을 생각해냈다
<아프시다고...>
<그럼 영애씨가 대표님...>
<허허.... 이런...>
성민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깨질듯 아파온다
처음부터 잘못된 수순이었다
유반장역시 아내의 외도를눈치채 영애와 같은심정으로 죽으려왔다는 말에 자신의 가슴을 한없이 내려친다
지훈과 성부장의 관계를 말렸어야하는 자신이 바보같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때 지훈과 그녀의 관계가 없었다면 유반장이 이곳에 오지 않았을것이고
영애는 지금쯤 바다에빠져 죽었을것이다
어떤게 나은건지 정리가되질 않는다
지훈과 지희까지 6명전부 얽히고鰕?웃지못할 일이었다
자신은 지훈의아내를 취했고 지훈은 유반장의아내를, 유반장은 다시 자신의아내와 필연적인 운명으로 만났다
하지만 그들앞에서 성부장의 남자가 지훈이라는걸 밝힐순없었다
유반장한테만큼은 지훈을 숨겨주고싶었다
아니, 지훈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보호본능이 더 절실했으리라
어디서부터 엉켜진 실타래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허헛>
헛웃음이 나왔다
유반장역시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많이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안타까운 상황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준 성민을 끔찍하게 배신한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아내를 구해주었다는 명목하나로 애써 자위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놀란건 영애도 마찬가지였다
유반장이 뭐하는사람인지는 몰라도 남편성민과 밀접한 관계임을 눈치챘다
절대 웃을수없는 상황이었지만 저절로 웃음이나왔다
<손님이 또 오셨구만요>
어눌한말투의 배주인이 문을열고 영애에게 말했다
성민은 직감적으로 손님이 지희라는걸 눈치챘다
아주 끝장을보려는 생각같았다
머뭇거리며 문을여는 지희뒤에 지훈이 놀란 토끼눈으로 들어선다
그역시 지희혼자 보낼수없어 같이왔으리라
성민이 그를 쳐다보곤 깊은한숨을 내쉰다
자신만 말하지않으면 그들의관계가 드러나지 않을거란 생각이 십여초만에 무너졌다
아니, 그전에 자신과 은주의 관계를 더이상 숨길수없다는 난처함에 나온 한숨이리라
재만이 어느새 영애옆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제 전부 모였군요.... 후훗 지훈씨였어요?>
영애가 낮은톤으로 짧게말했고 불쌍하게만 여겼던 지훈이 재만이 죽고자하는 원흉이었다니 웃음이나왔다
지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재만을 쳐다본다
아직 사태파악중인 지훈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일뿐이다
<여.... 여보>
<일단앉아.... 김실장님도 앉으세요>
지희가 놀란표정으로 재만을 쳐다보며 불러보지만 그는 사무적인말투 뿐이었다
한참을 입구에 서있던 지희와 지훈이 성민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마주앉아있는 은주가 고개를 처박은채 전혀 예상하지못한 일에 당황해했고 그모습을 지훈은 의아해한다
침묵을깨고 영애가 말한다
<재만씨 아내분이 지훈씨랑 엮여있을줄은 또몰랐네요>
<영애씨... 이게 어찌된거예요? 성민아.... 당신은또 왜 여기있어?>
<지훈씨 진정하세요...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영애가 흥분한 지훈을 진정시키자 재만이 입을열었다
성민과 은주는 여전히 고개를숙인채 미동도 않고있었다
<모두들 짐작하신 그대로입니다... 저도 오늘.. 아니 지금 이자리에서야 알았네요.....
김실장님 아내분과 윤대표님의 외도로 영애씨가 상처를받아 죽으려했고
제가 우연히 발견해 구해드려 어젯밤 같이지냈습니다...
제처역시 다른남자가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게 김실장님인줄은 몰랐구요....>
재만의 차분한말에 모두들 조용히 듣고만있었다
이상황을 가장늦게 알아챈 지훈의마음이 착잡했다
아내에게 뭐라고 큰소리라도 치며 따지고싶었지만 자신역시 유사장의 아내와 불륜관계였다
또 그것때문에 유사장은 지희를 호출했던 것이고 혼자 보낼수없어 따라온것이다
유사장앞에서 은주의 행동만을 탓할순없었다
그들은 각자의 속마음은 접어둔채 한시라도 빨리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도 당당한사람은 없었으며 영애와 재만외에는 그누구도 입을열수없었다
그들 두사람은 각기 배우자에게 버림받은 피해자였지만
그들역시 상처받은 괴로움으로 죽으려했다는것 말고는 이미 불륜관계였으니
엄밀히 따지면 이들보다 떳떳할것도 없었다
<영애씨를 알게된지 겨우 하루도 안지났지만 저희는 서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걸 알았습니다
미래를 약속했구요...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줄거예요
어제일로..... 서로 많이 의지하게 됐습니다>
재만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윤대표님이나 제아내가 반대해도... 아니, 반대할수 없는 입장이겠지만.... 우린 결혼할겁니다
이미 약속했어요.... 이제 당신들 의사를 듣고싶습니다>
<맞아요... 우리는 내목숨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거예요...>
영애의 똑부러진 말투에 성민의 입술이 부르르떨린다
지훈의 눈이감기고 지난세월을 회상하듯 한숨이나왔다
은주와 지희는 여전히 고개조차 들지못한채 죄인처럼 손을 모으고있었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해.... 내 거취는 내가 알아서할께>
<아니, 이자리에서 결정해주길바래... 그게 은주에대한 예의아니야?>
영애의 날카로운 지적에 다시금 힘들게 입을열었고 그의얼굴을 슬쩍 은주가 쳐다본다
<은주씨하고 상의해봐야지 혼자 어떻게 결정해>
<됐다..... 성민이 너는 저여자랑살아... 난 지희씨랑 살께... 이렇게되면 전부 공평하네>
<여보......>
<하핫.... 아직 여보이긴 하나보네... 어떻게 당신이 그럴수있지? 그것도 성민이랑?>
<당신은요? 당신은 뭘 잘했어요? 나가서 바람이나피고>
<그만들하세요! 김실장님은 어떻게 제처와 그럴수있습니까? 그러라고 일가르쳐 주라고했나요? 이자리에서 떳떳한 사람은 아무도없습니다..서로 자기얼굴에 침뱉지마세요....
여섯명 전부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뿐이예요>
자칫 흥분할수있는 분위기를 재만이 제압시킨다
피해자이자 가해자... 모두에게 성립될것이다
누구한명 토다는사람 없다는건 모두들 그의말을 인정하는것이었다
이젠 돌아가서 각자 결정을 할것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면 이일이 좋은계기가 될수있을것이고
그렇지않다면 서로에게 짐이될수도 있었다
<알아들었으면 이제모두 돌아가세요... 우린 이배로 신혼여행 떠나야 하니까>
영애가 차갑게 말을던지며 재만의손을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남아있던 네명은 서로 바라만볼수밖에 없었지만 어제까지 자신의 아내였던 여자가
다른남자와 신혼여행을 간다는 믿지못할 상황에 성민이 쓴웃음을 짓는다
항구의 어느횟집에 둘러앉은 네사람의 표정이 좋지않았다
술한잔하자는 지훈의 제의로 들어오긴했지만 자리에 앉을때부터 그들의 갈등은 시작되었다
은주는 남편옆에 앉아야하는지 성민옆에 앉아야하는지 고민했고 어디를앉든 이자리가 끝나고 돌아갈때
누구의 차를 타고가야하는지 쉽게 답이 생각나지않았다
<난 이자식옆에 앉기싫으니까 당신이 그쪽에앉아>
지훈의 한마디로 자리배치가 끝났다
여자는 여자끼리 앉고 지훈과 성민이 나란히앉으면 될일이었지만 지훈이먼저 감정을 드러낸다
<미안하다 지훈아>
<이것도 죽은 부모님에대한 복수냐>
<미안하다>
<됐다..... 마음떠난여자 관심없다... 이제 니가 데리고 살든지 말든지해>
<지훈씨.....>
<후훗... 여보라고 안하네>
<미안하단말은 안할께... 어차피 이상황에서 회복하긴 힘들거구....>
<언제부터야>
<왜라고 묻는게 먼저아냐?>
<남녀가 바람피는데 이유있겠어? 나보다 나은가보지>
<서너달..... 됐어...>
<다행이군.... 우리애들 친자확인은 안해도 되지?>
<지훈씨>
<술이나마시구 다뒈져버리자>
소주잔가득 술을부어 단숨에 비워버린다
성민도 자신의잔에 소주를따라 똑같이 마신다
불안해하듯 그모습을 쳐다보는 지희가 소리죽여 은주에게 말한다
<사모님... 죄송해요..>
<누가 사모님이예요? 지희씨가 뭘 잘못했다고 저여자한데 죄송해요?>
<그래도.....>
<아무말마세요... 지희씬>
지훈이 큰소리로 지희에게 화내듯이 말하자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표정이되었고
은주가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치켜뜨고 지훈에게 따진다
<편드는거야? 흥 웃긴다>
<너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남편 벌어다주는돈으로 펑펑쓰며 노는여자랑
생계때문에 악착같이 노가다판에서 버는여자랑은 달라 까불지마>
<그럼 돈이나벌지 남자는왜꼬셔?>
<유치한소리 하려거든 나가... 내가꼬셨어.. 그래 꼬시는데 6개월걸렸다 왜?
너는 몇번만에 저새끼꾀임에 넘어갔는지몰라도 적어도 너처럼 싸구려는 아냐>
<어머....>
<지훈아>
<왜? 저여자가 꼬신거니? 아님 니가꼬셨어? 그래 몇번만에 꼬리치고 앵기든? 하루? 일주일?>
<왜이래 목소리낮춰>
<쪽팔리긴 한가보네.... 여자가 그리도없었니?>
지훈이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고 술잔을 바닥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참에 술방울이 튀어 그의바지와 얼굴에 튀었고 지희가 재빨리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열녀났네>
<은주씨도 그만해요>
그모습을 아니꼽게 쳐다보던 은주의 비꼬는말을 성민이 제지시켰다
더이상 이자리는 의미가없다고 판단하고 지훈에게 말한다
<지훈아 오늘은 그만하자... 다음에 정리해서 다시보자>
<나도 니들얼굴 쳐다보며 술먹기싫다 꺼져>
<은주씨는 내차로 친정집에 내려줄께>
<장인장모님께 새사위 인사도 드리고>
<지훈아>
<그리고 너! 니현장 물건 언제뺄지모른다 각오하고 준비해라>
한창 공사중인 송도현장의 공정을 갑자기빼버리면 공기에 차질이 생기는건 불보듯 뻔한일이었다
물론 다른업체로 대체하면 되겠지만 그큰물량을 급작스레 맞춰줄업체도 없고
자재의 시리얼이달라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계약위반을한 지훈의책임이 먼저겠지만 지훈의손해에 비해 열배, 백배이상 타격이 돌아갈것이다
정말로 지훈이 독한마음을 먹는다면 이현장을 마지막으로 건설업에서 손을빼야하는 처지가 될수도있다
<그런일은 없길바랄께>
<물론 그래야겠지.... 내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뭔데>
<저여자 데리고가... 지금 입고있는옷 외엔 집에서 더이상 가져갈거 없어
아이들은 내가키워.... 딴남자 좆에 환장한 엄마한테 못맡기지 절대>
<흐흑....>
아이들얘기에 은주가 감정을 추스리지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맨몸으로 나가라는 소리였다
소송을한다면 같이산 세월이있어 절반가까이는 얻어낼수있지만 나중일이었다
성민이 그녀의 가방을 집어들며 일어났다
<그럴께..... 은주씨 가요>
훌쩍거리는 은주를부축해 자리를 떠났다
마음속 한쪽이 허해진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일인지 너무도 복잡하게 물려있다
친구의여자와 바람을피면서 친구인 자신에게 복수한다고 했다
그런 파렴치한놈에게 무릅까지 꿇으며 용서를빌엇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도무지 이해가되질 않았다
<지훈씨..... 흑흑...>
한참을 울먹이던 표정으로 그모습을 지켜보던 지희가 울음을 터뜨린다
지희역시 똑같은 상황일텐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게 미안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지훈에게 민망할것이다
딴놈좆에 환장했다는 은주에게 퍼부은말이 지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거란 생각을 하지못했다
<미..... 미안해요..지희씨.....>
<흑흑......>
옆에있는 지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들썩이며 울먹이던 그녀가 지훈의 가슴에 안겨온다
<이배로 어디까지 갈수 있어요?>
석양이 물들은 바다를 유유히 거르며 영애와 재만은 뱃머리에앉아 와인을 마시고있었다
나란히앉은 재만의어깨에 살포시기댄 영애가 재만에게 묻는다
<글쎄...... 외국은 못가겠죠>
<우리.... 이배에서 내리지말아요>
<안내리고 쭉~~ 여기서 살자고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영애씨가 그러고싶으면 그렇게해요.... 근데 이배 렌트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까짓거 사버리죠 머 호호>
두사람은 지난 괴로움은 다 잊은듯 밝은표정으로 대화를나눈다
성민과 지희일행이 모두 돌아간뒤 그들의 뒷모습을보며 객실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그것이 그토록 흥분되고 두사람의 기분을 달뜨게할줄 몰랐다
승리자가되어 고향에 돌아오는 느낌이 이런것이리라
점점 노을이 진해지고 두사람의 모습도 어둠속에 가려진다
어쩌지? 다 들켜버렸네요ㅠㅜ
재만이 유사장이란걸 너무쉽게들 알아차립니다요
제딴엔 감추고 돌렸는데ㅋㅋㅋ
암튼 그만큼 몰입해서 읽는다는 증거같아 기분좋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늦은아침, 창문을열고 담배를피는 재만에게 영애가말한다
간밤에 두번째 섹스가 끝나고 두사람은 약속이나한듯 깊게 잠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에도 빠졌고 요란스럽게 뜀박질도 했다
지친몸으로 처녀총각때처럼 연달아 두번의섹스는 그들을 KO시키기에 충분했다
밤새 펑펑울어 눈이 퉁퉁부어있었지만 그들의표정엔 행복한미소가 가득차있었다
<글쎄요... 무엇부터 해야할지>
<전.... 남편한테 재만씨의 존재를 말할거예요>
<흠....... 그리곤요>
<깔끔하게 이혼해야죠>
<수긍할까요?>
<상관없어요.... 그렇게 할거니까>
<나도 얘기할래요>
<풉.... 수긍할까요?>
<상관없어요.... 제겐 영애씨가 있으니까>
<호호호>
<하하하>
의기투합한 그들이 각자의 남편과 아내에게 톡을보낸다
<배고프다>
아침해가 따가울만큼 점심때가 다되어서야 은주가 눈을떴다
그때까지도 엎드린채 자고있는 성민에게 투정을부린다
<일어나봐요 성민씨>
<음음.....>
<잠꾸러기야 씨이>
<아이고 고거 몇분먼저 일어났다고 생색은>
<뭣좀 멕이고 잡아먹든지...... 밤새 괴롭히고>
<풉 누가 괴롭혔다고 그래... 자기가 날 안재웠지>
<어머? 내가 그만하라고 그만하라고 사정을했건만>
<맞아 사정했지..... 더해달라고 더해달라고>
<치이.....>
<후훗... 이리와>
<싫어욧! 내가 죽으면 배고파서 죽은줄알아욧!>
<룸서비스 시킬까?>
<바닷가왔는데 회먹어요 응?>
<카톡왔숑>
성민의폰에 알림이왔고 폰을집어든 그가 톡을 확인한다
영애의 톡이였다
[같이있는거 알아. 할얘기 있으니까 6시에 천북항 선착장으로와]
천북항이라면 지금 성민의호텔에서 멀지않은거리였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것도 알고있는건가?
후다닥 창문을열어 밖을 내다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왜그래요?>
<영애가 알고있어..... 지금 같이있는거>
<어머... 어떡해요..>
<6시에 만나자고하는데>
<............>
<이렇게된이상 밝혀야지>
<성민씨......>
<당신과 영애가 껄끄럽게됐네>
<성민씨랑 지훈씨도.... 이제겨우 화해했는데....>
<...........>
지훈의 강간사건으로 멀어졌다면 멀어졌지만 오래담아둘 사이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아내를 취하고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땐 어떻게나올지 걱정이었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대처하는 지훈이지만 상황이 어떻게변할지는 아무도모른다
주먹다짐은 각오하고있지만 그런 간단한문제가 아니었다
경찰서에서 나올때 말하지못한게 후회된다
이제 결정할 때가되었다
칼자루는 영애가 쥐고있다
성민은 톡을 읽었지만 별다는 제스츄어가 없는걸로보아 고민중일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미치도록 궁금해할것이고 영애의입에서 무슨말이나올지 역시 궁금할것이다
영애의 결론은 하나였다
아니, 결론은 나지않은상태 였고 오로지 희망사항일뿐 되도록 많은재산을 배분받아 보란듯이 살고싶었다
이제 성민은 은주와살든말든 자신은 재만과 새출발하면 된다
재만역시 그의아내에게 톡을보냈고 알았다는 짧은 답장을 받는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가고 하늘엔 석양이 짙게 물들었다
천북항에는 밤낚시를 떠나려는 배들이 채비를 준비중이었고 다들 들뜬분위기에서 떠들썩했다
성민의차가 주차장에 들어섰고 차에서내린 그가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로가?>
영애에게 전화하는 성민의 목소리가 차분하다
<뉴프린스호 배로와>
배들이 정박해있는쪽으로 발길을옮기자 영애의 톡이온다
[같이와]
어디선가 보고있는것 같았다
은주에게 말을하고 차에서 내리게한다
어느정도 예상을했고 어차피 한번은 부딛힐일이기에 은주역시 마음의준비를 하고있었다
영애가말한 배로가자 일반적인 낚싯배는 아닌듯 깔끔했고 마치 작은 유람선같이 외부가 잘 꾸며져있었다
배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발판을놓고 그들을 맞이한다
<안으로 가셔유>
전형적인 토박이사람 같았다
능글거리는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거같아 마음이 편치않았고 마치 다알고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문을열고 실내로 들어선 성민과 은주는 호화로운 실내인테리어에 두리번거리며
큰 쇼파에 홀로 앉아있는 영애를본다
<앉아>
그녀의앞에는 와인이 한병 놓여있었고 이미 두어잔을 마신듯했다
차가운말투로 여전히 시선은 와인잔을 바라보고있었다
먼저 은주가 말을걸었고 뒤따라 성민이 입을연다
<영애야....>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마>
<...........>
<긴말 안할께 이혼하자>
<여보>
<여보라고 부르지말라고.... 이제부터 나한테 여보라고 부를사람은 당신이아냐>
<미안해 영애야>
<니말은 듣고싶지않으니 조용히 있어줘... 같이부른건 두사람이 같이보고 같이결정 하라는거야>
은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서려하자 손을 내밀어 가로젖는다
<이쯤됐으면 당신이 어떡해야할지 판단이 설텐데>
<그래.... 어떻게할까>
<위자료로 현금50억, 지금 분당집과 제주땅전부 나한테넘겨>
<영애야>
<민재는 당신이키워... 당신닮은 아들조차 보기싫으니까...
새엄마랑 잘아는사이니 어렵지도않겠네>
<..............>
<내가말한것중 한가지라도 싫으면 소송할께... 절반은 건지겠지만 구질구질하겠지?>
<그럴필요없어>
<오호 쿨하시네... 그럼 하루라도 빨리 내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하지>
<모든 서류정리는 당신변호사를 보내... 더이상 얼굴 마주치기 싫으니까>
<알았어>
<지금 당신이한말, 내가한말 전부 녹음됐어... 필요하면 복사해서 보내줄께>
<이렇게까지 하는....>
<왜? 각오하지 않았어?>
<..............>
<심하다고 생각해? 이혼이... 위자료가?>
<이혼할만큼 심각한건 아냐>
<이혼은싫고 은주랑은 살고싶다?>
<............>
<끝까지 가증스럽군.... 그판단에 도움을 주고싶어지네... 재만씨 나오세요>
등뒤 방문을 쳐다보며 영애가 재만을불렀고 성민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영애의 다부진말에 할말이 없었다
삐꺽 방문이열리고 재만이 나와 영애의옆에 선다
한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올리고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죽으려고했어.... 당신이나 은주나 전부 꼴보기싫어서 차라리 내가 죽으려고했어
저기저.... 바닷물에 뛰어든걸 이분이 구해주셨고.....
그래도 당신전처 살려준 은인인데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겠지?>
성민이 천천히 고개를들어 그를본다
!!!!!!!!!!!!
<아니 유반장님>
<엇.... 대표님>
재만은 지희의남편인 유반장이었다
성민은 그가 왜 이자리에있는지 의아했지만 며칠전 병가를내고 휴가신청했다는 말을 생각해냈다
<아프시다고...>
<그럼 영애씨가 대표님...>
<허허.... 이런...>
성민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깨질듯 아파온다
처음부터 잘못된 수순이었다
유반장역시 아내의 외도를눈치채 영애와 같은심정으로 죽으려왔다는 말에 자신의 가슴을 한없이 내려친다
지훈과 성부장의 관계를 말렸어야하는 자신이 바보같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때 지훈과 그녀의 관계가 없었다면 유반장이 이곳에 오지 않았을것이고
영애는 지금쯤 바다에빠져 죽었을것이다
어떤게 나은건지 정리가되질 않는다
지훈과 지희까지 6명전부 얽히고鰕?웃지못할 일이었다
자신은 지훈의아내를 취했고 지훈은 유반장의아내를, 유반장은 다시 자신의아내와 필연적인 운명으로 만났다
하지만 그들앞에서 성부장의 남자가 지훈이라는걸 밝힐순없었다
유반장한테만큼은 지훈을 숨겨주고싶었다
아니, 지훈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보호본능이 더 절실했으리라
어디서부터 엉켜진 실타래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허헛>
헛웃음이 나왔다
유반장역시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많이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안타까운 상황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준 성민을 끔찍하게 배신한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아내를 구해주었다는 명목하나로 애써 자위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놀란건 영애도 마찬가지였다
유반장이 뭐하는사람인지는 몰라도 남편성민과 밀접한 관계임을 눈치챘다
절대 웃을수없는 상황이었지만 저절로 웃음이나왔다
<손님이 또 오셨구만요>
어눌한말투의 배주인이 문을열고 영애에게 말했다
성민은 직감적으로 손님이 지희라는걸 눈치챘다
아주 끝장을보려는 생각같았다
머뭇거리며 문을여는 지희뒤에 지훈이 놀란 토끼눈으로 들어선다
그역시 지희혼자 보낼수없어 같이왔으리라
성민이 그를 쳐다보곤 깊은한숨을 내쉰다
자신만 말하지않으면 그들의관계가 드러나지 않을거란 생각이 십여초만에 무너졌다
아니, 그전에 자신과 은주의 관계를 더이상 숨길수없다는 난처함에 나온 한숨이리라
재만이 어느새 영애옆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제 전부 모였군요.... 후훗 지훈씨였어요?>
영애가 낮은톤으로 짧게말했고 불쌍하게만 여겼던 지훈이 재만이 죽고자하는 원흉이었다니 웃음이나왔다
지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재만을 쳐다본다
아직 사태파악중인 지훈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일뿐이다
<여.... 여보>
<일단앉아.... 김실장님도 앉으세요>
지희가 놀란표정으로 재만을 쳐다보며 불러보지만 그는 사무적인말투 뿐이었다
한참을 입구에 서있던 지희와 지훈이 성민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마주앉아있는 은주가 고개를 처박은채 전혀 예상하지못한 일에 당황해했고 그모습을 지훈은 의아해한다
침묵을깨고 영애가 말한다
<재만씨 아내분이 지훈씨랑 엮여있을줄은 또몰랐네요>
<영애씨... 이게 어찌된거예요? 성민아.... 당신은또 왜 여기있어?>
<지훈씨 진정하세요...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영애가 흥분한 지훈을 진정시키자 재만이 입을열었다
성민과 은주는 여전히 고개를숙인채 미동도 않고있었다
<모두들 짐작하신 그대로입니다... 저도 오늘.. 아니 지금 이자리에서야 알았네요.....
김실장님 아내분과 윤대표님의 외도로 영애씨가 상처를받아 죽으려했고
제가 우연히 발견해 구해드려 어젯밤 같이지냈습니다...
제처역시 다른남자가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게 김실장님인줄은 몰랐구요....>
재만의 차분한말에 모두들 조용히 듣고만있었다
이상황을 가장늦게 알아챈 지훈의마음이 착잡했다
아내에게 뭐라고 큰소리라도 치며 따지고싶었지만 자신역시 유사장의 아내와 불륜관계였다
또 그것때문에 유사장은 지희를 호출했던 것이고 혼자 보낼수없어 따라온것이다
유사장앞에서 은주의 행동만을 탓할순없었다
그들은 각자의 속마음은 접어둔채 한시라도 빨리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도 당당한사람은 없었으며 영애와 재만외에는 그누구도 입을열수없었다
그들 두사람은 각기 배우자에게 버림받은 피해자였지만
그들역시 상처받은 괴로움으로 죽으려했다는것 말고는 이미 불륜관계였으니
엄밀히 따지면 이들보다 떳떳할것도 없었다
<영애씨를 알게된지 겨우 하루도 안지났지만 저희는 서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걸 알았습니다
미래를 약속했구요...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줄거예요
어제일로..... 서로 많이 의지하게 됐습니다>
재만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윤대표님이나 제아내가 반대해도... 아니, 반대할수 없는 입장이겠지만.... 우린 결혼할겁니다
이미 약속했어요.... 이제 당신들 의사를 듣고싶습니다>
<맞아요... 우리는 내목숨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거예요...>
영애의 똑부러진 말투에 성민의 입술이 부르르떨린다
지훈의 눈이감기고 지난세월을 회상하듯 한숨이나왔다
은주와 지희는 여전히 고개조차 들지못한채 죄인처럼 손을 모으고있었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해.... 내 거취는 내가 알아서할께>
<아니, 이자리에서 결정해주길바래... 그게 은주에대한 예의아니야?>
영애의 날카로운 지적에 다시금 힘들게 입을열었고 그의얼굴을 슬쩍 은주가 쳐다본다
<은주씨하고 상의해봐야지 혼자 어떻게 결정해>
<됐다..... 성민이 너는 저여자랑살아... 난 지희씨랑 살께... 이렇게되면 전부 공평하네>
<여보......>
<하핫.... 아직 여보이긴 하나보네... 어떻게 당신이 그럴수있지? 그것도 성민이랑?>
<당신은요? 당신은 뭘 잘했어요? 나가서 바람이나피고>
<그만들하세요! 김실장님은 어떻게 제처와 그럴수있습니까? 그러라고 일가르쳐 주라고했나요? 이자리에서 떳떳한 사람은 아무도없습니다..서로 자기얼굴에 침뱉지마세요....
여섯명 전부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뿐이예요>
자칫 흥분할수있는 분위기를 재만이 제압시킨다
피해자이자 가해자... 모두에게 성립될것이다
누구한명 토다는사람 없다는건 모두들 그의말을 인정하는것이었다
이젠 돌아가서 각자 결정을 할것이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면 이일이 좋은계기가 될수있을것이고
그렇지않다면 서로에게 짐이될수도 있었다
<알아들었으면 이제모두 돌아가세요... 우린 이배로 신혼여행 떠나야 하니까>
영애가 차갑게 말을던지며 재만의손을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남아있던 네명은 서로 바라만볼수밖에 없었지만 어제까지 자신의 아내였던 여자가
다른남자와 신혼여행을 간다는 믿지못할 상황에 성민이 쓴웃음을 짓는다
항구의 어느횟집에 둘러앉은 네사람의 표정이 좋지않았다
술한잔하자는 지훈의 제의로 들어오긴했지만 자리에 앉을때부터 그들의 갈등은 시작되었다
은주는 남편옆에 앉아야하는지 성민옆에 앉아야하는지 고민했고 어디를앉든 이자리가 끝나고 돌아갈때
누구의 차를 타고가야하는지 쉽게 답이 생각나지않았다
<난 이자식옆에 앉기싫으니까 당신이 그쪽에앉아>
지훈의 한마디로 자리배치가 끝났다
여자는 여자끼리 앉고 지훈과 성민이 나란히앉으면 될일이었지만 지훈이먼저 감정을 드러낸다
<미안하다 지훈아>
<이것도 죽은 부모님에대한 복수냐>
<미안하다>
<됐다..... 마음떠난여자 관심없다... 이제 니가 데리고 살든지 말든지해>
<지훈씨.....>
<후훗... 여보라고 안하네>
<미안하단말은 안할께... 어차피 이상황에서 회복하긴 힘들거구....>
<언제부터야>
<왜라고 묻는게 먼저아냐?>
<남녀가 바람피는데 이유있겠어? 나보다 나은가보지>
<서너달..... 됐어...>
<다행이군.... 우리애들 친자확인은 안해도 되지?>
<지훈씨>
<술이나마시구 다뒈져버리자>
소주잔가득 술을부어 단숨에 비워버린다
성민도 자신의잔에 소주를따라 똑같이 마신다
불안해하듯 그모습을 쳐다보는 지희가 소리죽여 은주에게 말한다
<사모님... 죄송해요..>
<누가 사모님이예요? 지희씨가 뭘 잘못했다고 저여자한데 죄송해요?>
<그래도.....>
<아무말마세요... 지희씬>
지훈이 큰소리로 지희에게 화내듯이 말하자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표정이되었고
은주가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치켜뜨고 지훈에게 따진다
<편드는거야? 흥 웃긴다>
<너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남편 벌어다주는돈으로 펑펑쓰며 노는여자랑
생계때문에 악착같이 노가다판에서 버는여자랑은 달라 까불지마>
<그럼 돈이나벌지 남자는왜꼬셔?>
<유치한소리 하려거든 나가... 내가꼬셨어.. 그래 꼬시는데 6개월걸렸다 왜?
너는 몇번만에 저새끼꾀임에 넘어갔는지몰라도 적어도 너처럼 싸구려는 아냐>
<어머....>
<지훈아>
<왜? 저여자가 꼬신거니? 아님 니가꼬셨어? 그래 몇번만에 꼬리치고 앵기든? 하루? 일주일?>
<왜이래 목소리낮춰>
<쪽팔리긴 한가보네.... 여자가 그리도없었니?>
지훈이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고 술잔을 바닥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참에 술방울이 튀어 그의바지와 얼굴에 튀었고 지희가 재빨리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열녀났네>
<은주씨도 그만해요>
그모습을 아니꼽게 쳐다보던 은주의 비꼬는말을 성민이 제지시켰다
더이상 이자리는 의미가없다고 판단하고 지훈에게 말한다
<지훈아 오늘은 그만하자... 다음에 정리해서 다시보자>
<나도 니들얼굴 쳐다보며 술먹기싫다 꺼져>
<은주씨는 내차로 친정집에 내려줄께>
<장인장모님께 새사위 인사도 드리고>
<지훈아>
<그리고 너! 니현장 물건 언제뺄지모른다 각오하고 준비해라>
한창 공사중인 송도현장의 공정을 갑자기빼버리면 공기에 차질이 생기는건 불보듯 뻔한일이었다
물론 다른업체로 대체하면 되겠지만 그큰물량을 급작스레 맞춰줄업체도 없고
자재의 시리얼이달라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계약위반을한 지훈의책임이 먼저겠지만 지훈의손해에 비해 열배, 백배이상 타격이 돌아갈것이다
정말로 지훈이 독한마음을 먹는다면 이현장을 마지막으로 건설업에서 손을빼야하는 처지가 될수도있다
<그런일은 없길바랄께>
<물론 그래야겠지.... 내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뭔데>
<저여자 데리고가... 지금 입고있는옷 외엔 집에서 더이상 가져갈거 없어
아이들은 내가키워.... 딴남자 좆에 환장한 엄마한테 못맡기지 절대>
<흐흑....>
아이들얘기에 은주가 감정을 추스리지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맨몸으로 나가라는 소리였다
소송을한다면 같이산 세월이있어 절반가까이는 얻어낼수있지만 나중일이었다
성민이 그녀의 가방을 집어들며 일어났다
<그럴께..... 은주씨 가요>
훌쩍거리는 은주를부축해 자리를 떠났다
마음속 한쪽이 허해진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일인지 너무도 복잡하게 물려있다
친구의여자와 바람을피면서 친구인 자신에게 복수한다고 했다
그런 파렴치한놈에게 무릅까지 꿇으며 용서를빌엇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도무지 이해가되질 않았다
<지훈씨..... 흑흑...>
한참을 울먹이던 표정으로 그모습을 지켜보던 지희가 울음을 터뜨린다
지희역시 똑같은 상황일텐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게 미안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지훈에게 민망할것이다
딴놈좆에 환장했다는 은주에게 퍼부은말이 지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거란 생각을 하지못했다
<미..... 미안해요..지희씨.....>
<흑흑......>
옆에있는 지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들썩이며 울먹이던 그녀가 지훈의 가슴에 안겨온다
<이배로 어디까지 갈수 있어요?>
석양이 물들은 바다를 유유히 거르며 영애와 재만은 뱃머리에앉아 와인을 마시고있었다
나란히앉은 재만의어깨에 살포시기댄 영애가 재만에게 묻는다
<글쎄...... 외국은 못가겠죠>
<우리.... 이배에서 내리지말아요>
<안내리고 쭉~~ 여기서 살자고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영애씨가 그러고싶으면 그렇게해요.... 근데 이배 렌트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까짓거 사버리죠 머 호호>
두사람은 지난 괴로움은 다 잊은듯 밝은표정으로 대화를나눈다
성민과 지희일행이 모두 돌아간뒤 그들의 뒷모습을보며 객실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그것이 그토록 흥분되고 두사람의 기분을 달뜨게할줄 몰랐다
승리자가되어 고향에 돌아오는 느낌이 이런것이리라
점점 노을이 진해지고 두사람의 모습도 어둠속에 가려진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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