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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1 1,268회 0건
** 겨우 한편 썼습니다.
힘들여 썼으니까 예쁘게 봐주십쇼. ㅋㅋ .. - Ja"dore -







85. 주말 일기




요즈음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하고 초조해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있다. 마치 바늘 방석에 앉은 것처럼, 또 마치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이렇게 사는 것은 사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그런 나와는 아무 상관없이 꾸준히 흐른다.


주말에는 조해수가 이사를 한다. 그런데 조해수는 시험이 가까워졌다면서, 이사 때문에 시험공부를 쉬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사하는 일은 조해수의 엄마가 맡았다.


토요일에는 낮에 내 오피스텔에 모여서 시험공부를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지혜의 선동으로 우리는 조해수가 이사들어온 오피스텔을 구경하러 갔다. 구조는 똑같지만, 조해수 아빠가 인테리어를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하게 꾸며주어서인지 전혀 다른 집 같다. 조해수는 엄마에게 엄청 고마워한다. 방마다 이삿짐들이 쌓여있다. 이 짐들을 풀어서 정리하는 것은 내일 일요일에 조해수 엄마가 해준다고 한다.

방 구경이 끝나고 애들은 모두 우리 학교 공대 도서관으로 갔다. 나는 애들을 내 차로 태워다주고, 밤 늦게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아이린에게 넘겼다. 그리고 나는 주은혜의 디자이너팀이 일하는 것을 도우려고 마음 먹고 도서관에서 바로 회사로 갔다.



디자인 작업실에서는 모두들 바쁘게 일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옷을 디자인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샘플용 옷울 직접 만든다. 무대 아래에서는 옷을 갈아입는 중이고, 또 무대 위에서는 방금 만들어진 샘플용 옷을 입고 여러가지 자세를 잡으며 사진 촬영도 한다. 그런데 어느 곳을 보아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주은혜에게 놀라는 투로 물었다.


"와우. 주말인데도 너무 열심이신데요?"

"우리야 뭐.. 기왕에 칼을 뽑았으니까 무우건 호박이건 썰어야 하는 입장이잖아?
김비서도 마음을 조급하게 먹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바쁘신데 내 생각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
또 모두 열심히 일하시는 것이 보기에 너무 아름다워요."

"겉에서 보면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이렇게 일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생존의 발악이야.
그런데 오늘은 쉬는 날인데 김비서는 웬일로 왔지?"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 해서요."

"이 일은 우리끼리 해도 충분하거든요.
괜히 김비서가 우리를 거들겠다고 덤비면, 우리 일에 오히려 방해가 돼요."

"그렇겠어요. 내 생각이 짧았네요."

"김비서는 차라리 우리한테 먹을 것을 조달해주면 어때?"

"먹을 것?"

"밤 12시쯤 되면 출출하고 엄청 땡기거든. 히히.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은 절대 들여오면 안돼. 여기는 알코올 반입 금지구역이야."




나는 임영선과 최수희를 디자인 작업실로 불러들여서 디자이너들이 먹을 것을 필요로한다는 것 을 설명했다. 나와 그녀들은 길 건너에 있는 마트에 가서 고기, 야채, 음료수들을 사고, 임영선이 법인카드로 계산을 했다. 또 밥을 해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우리는 임영선의 집에 가서 밥솥이며 고기 굽는 판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해왔다. 우리가 날라오는 짐을 보고 주은혜는 깜짝 놀란다.




"지금 살림 차려? 이게 다 뭐래?
내 말은 야식이니까, 그냥 떡볶이나 순대를 조금 사오라는 것이었는데."

"다들 이렇게 밤에까지 일하시려면 잘 먹어야죠."
"미치겠다. 야심한 밤에 이렇게 먹어대면 우리 몸매는 어쩌라고?"

"하아. 그런 문제가 있었네요.
언니,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다시 다 가져가고 차라리 떡볶이랑 순대를 사올까요?"

"무슨 말을 그렇게 몰상식하게 하는데?
눈 딱 감고, 하루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지않을까? 하하."

"언니, 그럼 드시고 나서 나중에 딴 소리하기 없기예요. 아셨죠?"




최수희는 팔을 걷고 음식 준비를 시작하고, 임영선은 서툴지만 최수희를 돕는다. 그녀들이 요리하는 곳에서 음식 냄새가 작업실 전체로 퍼진다. 주은혜는 작업대 하나를 치우고 식탁을 차린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식탁으로 덤벼든다. 밤 11시에 갑자기 파티가 열리기라도 한 것 같다. 이들이 즐겁게 먹는 것을 보고있는데, 내 마음에서는 갑자기 최은희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나는 도서관에 있는 애들을 데리러 가야한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임영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렇지만 최수희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야아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기껏 요리한 것을 먹지도 않고 그냥 가?
15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안되냐?"

"아니야. 임비서가 이해해야 해요.
우리 자기가 투잡맨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오늘 여기에 오눈 것도 쉽지는 않았을꺼야."

"역시 수희 누나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니까."



나는 디자인실을 빠져나오눈데, 뒤에서 주은혜도 뭐라고 하는 것 같지만 최수희가 말리는 것 같다.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최은희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뭐해?"
"이제 자려고 양치하러 가."

"몸은 좋아졌어요?"
"일 할 정도는 돼."

"저녁은 먹었고?"
"한참 전에 먹었지. 지금쯤이면 소화가 다 됐을껄?"

"또 먹을래?"

"뭐야? 이 시간에 먹기는 뭘 먹어?
아니, 그럼 자기가 지금 이리로 오겠다는 거니?"

"나 지금 회사에서 출발할꺼니까 30분 정도만 기다려요."

"와우. .. 미치겠다. 나 완전 감동먹고 있거든.
그런데 30분이면 1800초야. 어떻게 기다리지? 하하."



내가 지금 출발한다는 말을 하자 최은희가 엄청 좋아한다.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을 그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최은희가 침대에 혼자 뎅그라니 누워있울 모습을 상상하자 내 마음이 애처로워진다.



나는 급한 마음에서 평소보다 약간 빠르게 달렸다. 그래도 신호등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내가 벨을 누르자 문을 열어주는 최은희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아직 건강을 되찾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안으로 들어서는 나에게 최은희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안긴다. 나도 벽에 기대며 그녀의 허리를 당겨 깊이 안았다. 우리의 몸이 밀착하고, 그녀의 모리가 내 어깨로 또 그녀의 얼굴이 내 목에 온다.



"누나. 우리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우리 잠시만 이러고 있자.
너무 보고싶었거든."



내 목을 감은 최은희가 두 팔에 힘을 주며 내게 몸을 더 밀착시킨다. 나도 최은희의 허리를 더울 힘주어 당겼다. 내 목으로 쏟아지는 최은희의 숨길을 느끼며, 내 가슴에 뭉클하는 최은희의 벅찬 가슴을 한 손으로 덮고 지긋이 눌렀다.

최은희는 내 얼굴을 당겨가서 내 입술을 거침없이 빨아들인다. 최은희의 입술은 마치 빨간 빛깔의 파도처럼 내 입술과 혀를 삼킬듯이 빨아들인다. 때로는 그녀의 입술과 혀가 내 입 전체를 안팎으로 여리고 섬세하게 터치한다.

최은희가 빨아당기는 템포에 맞추어 나도 그녀의 가슴을 꼬옥 움켜쥐기를 반복한다. 최은희의 허리를 감고있던 내 손이 최은희의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최은희의 다리 하나가 내 다리를 감아오면서, 최은희가 나에게 쓰러지듯 온몸으로 내 몸을 눌러온다.

잠시 후에 내가 최은희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누나. 배 고프다면서?"
"그렇기는 한데 .."

"그럼 더 늦기 전에 나가자."
"또 시내로 들어갈꺼야?"

"어디든 지금 이 시간에도 문 열은 곳을 찾아야지."



우리는 최은희의 오피스텔 근처에서 24시간 영업하는 김밥집을 찾아냈다. 거기서 매콤한 떡볶이와 순두부 백반을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오늘은 나 혼자 두고 가지마."
"내일 아침부터 애들이랑 공부해야해."

"나도 오늘은 혼자 자기 싫거든."
"그럼 어떡하지?"



나는 아침까지 잘 수는 없고,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하는데,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은희는 막무가내이다.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최은희의 오피스텔로 왔다. 최은희는 욕실에 들어가고, 나는 주방에서 정수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녹차를 만들어서 마시고 있었다.

최은희가 욕실에서 나와서 주방으로 왔다. 나는 최은희에게 줄 녹자도 준비해서 소파로 내려왔다.



"하아. .. 이 시간에 이렇게 먹었으니 .."
"왜? 부족해?"

"아니야. 먹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잖아."
"나는 이 시간에도 자주 먹는데."

"남자랑 여자랑 같아?"
"많이 다르지는 않을껄요? 나도 비만은 싫어해."

"그 몸에 비만이 뭐야? 군살은 하나도 없더만."



어느 새 우리는 손을 잡고있다. 최은희의 따뜻한 손이 내 손에 잡혀있고, 내 손은 최은희의 손에 잡혀있다. 누가 먼저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지난 번에 둘이 같이 보낸 밤이 내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우리는 고개를 돌려 마주보고, 최은희는 얼굴을 내 어깨로 가져와서 얹었다. 나는 최은희의 숨결을 내 목에서 느끼며, 최은희의 손을 잡고있는 내 손을 들어올렸다. 내 입술을 그녀의 손등에 또 손가락에 대고 살짝 누른다. 최은희는 나에게 손을 맡긴 채로 이러는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이 최은희의 손을 잡았고, 그녀의 손에 입맞춤까지 했다. 그런데 내 가슴이 설레이거나 뛰지도 않고, 얼굴이 화끈거리지도 않는다. 내 정신은 이성의 끈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다. 내 감정에 조금도 동요가 일어나지 않고 차분하다.

이것은 내가 최은희와 나 사이에 있는 한수정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최은희를 대한 애처로운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는 마음으로 최은희를 대하는 것은 내가 회사에 벌여놓은 일 때문이 아닐까?

지금 최은희는 내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다. 공부도 MBA 과정이나 박사 과정까지 할 만큼 했고, 자기 분야에서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의 직업은 은행원이고, 그녀는 자기가 살고있는 캐나다에서는 다들 부러워하는 맥꼴 은행에서 근무한다.

그렇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그녀가 감기 몸살을 앓을 때, 그녀가 낯선 나라에 와서 혼자 오피스텔에 누워서 앓고 있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그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그녀는 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최은희를 보호하거나 동정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그런데도 요새 며칠 사이로 최은희를 안타까워하는 내 마음이 그녀에게 유난히 쏠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입을 최은희의 입술로 가져갔다. 최은희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두 눈을 꼬옥 감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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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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