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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1 23:51 1,260회 0건






84. 쉬는 날 : 이런 일, 저런 일





전화에서 윤기숙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밝고 명랑하다.



"오빠?"

"시험 때문에 많이 바쁘지?
오늘 낮에 학교에서 보면 어떨까해서."

"웬일이래?
오늘은 시간이 되나봐요?"

"주중에도 한번 오라고 지난 번에 네가 그랬잖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오늘 내가 발표 두 개를 해야해서 지금 많이 바쁜데.""
"알았어. 그럼 발표나 잘 해."


"그거랑은 상관 없이, 오늘 밤에 나한테 올래요?"

"왜? 내 애들 공부는 어쩌라고?"

"그 공부 끝나고 말이야.
나도 시험 때문에 그 때까지는 공부하니까."

"그래? 그럼 나중에 어찌 되나 함 보자."

"오늘 안보면 무슨 일이 하나 터질지도 몰라.
이거 터지면 세상이 쫌 시끄러울껄요? 하하."

"터지긴 뭐가 터지는데?
이거 완전 협박받는 기분인데?"

"협박이 아니야.
내가 치사하게 오빠한테 무슨 협박을 해?
정 궁금하시면 나중에 봐요. 오케이?"



윤기숙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분명 협박성이 다분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설마 윤기숙도 치명적인 내 약점을 잡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사이에는 그럴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윤기숙에게 잡힐 약점이 아직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은희는 지난 주에 홍콩으로 출장을 갔었다. 그런데 서울로 돌아온 후에는 몸이 안 좋아서,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주말에 전화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이야말로 최은희를 만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나는 최은희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좀 어때요?"
"그저 그래."

"요새 죽이 엄청 잘 나온다던데, 죽이라도 드세요?"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 자기 지금 여기 올 시간 돼?"

"예. 안 그래도 누나한테 가보려고 전화했어요."
"진짜 보고 싶다. 빨리 올래?"

"지금 시동 걸었으니까 30분 정도만 기다리세요."



나는 중간에 죽을 사 들고 최은희의 오피스텔로 갔다. 그녀의 오피스텔 문 앞에서 벨을 누르자, 최은희가 문을 열어준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그녀는 엄청 반겨준다.

이런. 최은희의 얼굴이 반쪽이다. 눈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머리에 빗질은 했는지 머릿결은 단정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괴롭다. 이곳이 최은희에게는 이국땅이다. 그런 최은희가 집에서 혼자 누워서 앓고 있는데, 지금까지 와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나는 잠옷바람인 그녀를 안았다. 우리는 뺨을 마주 댔다. 열은 없는 것 같다. 최은희의 울먹이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하아. .. 자기가 정말로 와주었구나."

"그럼, 내가 거짓말로 올 리가 있어?
더 일찍 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니까 고맙다고."

"약은 먹었어요?"
"진통제랑 해열제만."

"여기서 이러면 누나 피곤하지?
우리 소파로 가요."

"나 지금 어지러워.
눕고 싶은데. .. 침대로 가면 안될까?"

"일단 소파에서 이것부터 먹고."



나는 최은희를 소파에 기대서 앉게 하고, 죽을 꺼내서 열었다.



"잣죽이야. 엄청 맛있거든요."
"목이 부었을텐데 넘어갈까?"

"천천히,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자.
이렇게 먹지도 않고 누워만 있으면 안 아픈 사람도 아파."

"꼭 아빠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하하"



최은희가 어린 애처럼 맑게 웃는다. 최은희는 목소리도 약간 이상하다. 나는 숟가락으로 죽을 조금씩 떠서 최은희의 입에 넣어주고, 그녀는 아기처럼 착하게 받아 먹는다. 그렇지만 절반도 먹지 못한다. 나머지는 내가 먹었다. 나는 정수기의 더운 물로 녹차를 만들어서 몇 숟가락을 떠먹였다.



"하아. .. 이제 자기 얼굴이 보이네. 헤헤."



나는 최은희를 거의 안다시피 하여 침대로 가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당겨서 나는 그녀의 옆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이마, 볼 그리고 뺨까지 쓰다듬었다. 최은희가 내 손등에 손을 포갠다. 나는 그녀의 입에 키스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려서 내 입을 피한다.



"안돼. 자기한테 옮아.
몸살이거든. 이제 열만 조금 내렸어."

"그럼 처음에 엉덩이 주사를 맞지 그랬어?"
"주사는 아프잖아. 히히."

"에이. 어른이 뭐 이래?"
"캐나다에서 감기 몸살 때문에는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거든 .."

"거기서는 엄마가 이것 저것 다 챙겨주셨지만, 여기서는 혼자라는 것을 생각해야죠.
혼자 살면서 아플 때에는 일단 낫고 봐야 해.
예쁘고 아리따운 최은희 박사님 몰골이 이게 뭐야?"

"보기 흉해?"
"됐고. 두 시까지는 의사들 점심시간이니까, 지금 준비해서 가면 돼요."

"그럼 .. 자기도 같이 가줄꺼지?"

"당연하지. 내가 누나를 혼자 보낼 것 같아?
링거도 맞고, 왕주사도 맞고, 약도 받아오고, 전부 다 하자.
쓸데없이 고집 부리면 누나만 손해야."

"갈께."



나는 그녀를 부축해서 욕실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커피를 조금 내려서 혼자 마셨다. 한참 있다가 그녀가 벗은 몸으로 욕실 밖으로 나오는데, 보니까 샤워를 한 모습이다. 나는 또 녹차를 만들어서 그녀에게 갔다. 그녀는 화장대에 앉아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헤어드라이어로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고 나서 녹차를 마시게 했다.



"안그래도 목이 심하게 부은 것 같던데. .. 자기, 고마워."
"감기 몸살에는 물을 많이 마시면서 푹 쉬라는 말 기억 안나요?"

"그렇기는 한데, 자꾸 화장실에 가기가 귀찮아서 .. 헤헤."

"누나가 게으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몸이 안 좋으니가 그렇겠지?"

"모올라아. 아프니까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



나는 그녀를 데리고 동네에 있는 내과 의사에게 갔다. 그녀는 의사에게 링거를 맞게 해달라고 했다. 최은희는 엉덩이에 왕주사도 맞고,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링거도 맞았다. 또 처방전을 받아서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3일분의 약도 샀다.

나는 최은희를 차에 태워서 육게장을 파는 식당을 찾아갔다. 입맛이 없어서 먹기 싫다는 것을 얼르고 구슬러서 절반 정도를 먹게 했다. 나중에 집으로 오면서 구토가 나려고 하는가 물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녀의 오피스텔로 돌아와서 그녀를 잠옷으로 갈아 입힌 후에 침대에 눕게 했다. 최은희는 누워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내 옆에 누워서 나를 안아줄래?"
"누나가 많이 외롭구나."

"외롭기도 하고, 엄마 생각도 나고 ..
잠시만 자기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어. 히히."

"그러세요."

"그런데 그러다가 자기한테 옮으면 어쩌지?
애들 시험 공부가 아직 남았다고 들었는데."

"누나 말대로 키스만 안 하면 괜찮지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옮으려면 옮아라."



나는 최은희가 하라는 대로, 그녀의 옆에 누워서 최은희를 품에 꼬옥 안았다. 최은희도 내 품으로 파고 들면서 안겨온다.



"아. .. 너무 좋다."

"내가 더 일찍 와서 이렇게 해 줬어야 했는데.
오늘에야 시간이 났어. 미안해."

"자기 바쁜 것 알고 있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마.
오늘은 회사에는 안 나갔어?"

"그 동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오늘은 쉬는 날이야."
"쉬는 날 이렇게 나한테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



그런데 애들 공부 때문에 나는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최은희의 이마에 키스했다.



"갔다가 늦게라도 다시 올께요. 푹 쉬고 있어요."
"기다릴께."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애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도 아이린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조해수가 기분이 엄청 좋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지혜가 구박을 해도 대들지 않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웃어 넘긴다. 그러니까 지혜가 더 짜증스러워한다.



"오빠, 저 띨빵이가 오늘 왜 저러는지 알아?"
"글쎄? 모르겠는데."

"쟤네 엄마가 여기 이 건물에 오피스텔 하나를 샀대.
그래서 주말에 저게 이사 들어온대."

"그럼 잘 된 것 아냐?
밤 늦게 집에 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

"공부하러 온다더니 왜 와서 사는 것까지 하느냐고."

"야. 서지혜. 너 왜 그러는데?
내가 네 방에서 같이 살자는 것도 아니거든."

"아오. .. 시끄럽고.
너 완전 재수없거든."



낮에 조해수 엄마가 계약한다도 한 것이, 세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산다는 것을 말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지혜와 경식이도 하나씩 샀는데, 조해수라고 사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데 지혜가 유난히 눈에 쌍심지를 켠다. 그런데 어쩌랴. 저러는 지혜가 더 귀여운 것을.

조해수는 지혜에게 잃은 점수를 만회할 생각인지, 경식이에게는 엄청 잘한다. 경식이는 어느새 조해수를 해수 누나라고 부르며 애교도 부린다. 이것이 또 지혜에게는 엄청 못 마땅하다.



"야. 조해수. 너 내 동생한테 눈독 들이지 마."
"어머머. 어쩌지? 경식이처럼 귀여운 연하남이 엄청 땡기거든. 하하."
"해수 누나. 나도 누나처럼 예쁜 연상녀가 완전 내 이상형 같아. 헤헤."

"저것들이 진짜. 누구 뚜껑 열리는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리나?"

"네 뚜껑 안 열려도 우리 지금 정신줄 엄청 꽉 붙잡고 있거든요."

"안돼. 지혜 누나 뚜껑 열려서 좋을 일은 전혀 없거든요."



얘네들이 이렇게 말로는 옥신각신 하지만, 그래도 별 잡음 없이 공부를 끝낼 수 있었다. 자정이 되니까 애들은 모두 돌아갔다.


나는 윤기숙의 집으로 갔다. 원래는 최은희에게 바로 갈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궁금해서 잠시 들르기로 했다.



"무슨 일이 터진다는 건데?"

"글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없는데?
오빠가 안 오면 몰라도, 왔으니까 아무 일 없을껄?"

"만일 내가 안 왔더라면?"
"그럼 안 온거죠. 뭐. .. 별 일 있겠어요?"

"뭐야아. 그럼 나 완전 낚인거니?"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하.
그러니까 오빠도 방탕한 생활을 고만 접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어때?"

"내가 방탕하니?"

"그러니까 내가 한 그 말에 벌벌 떨고 바로 낚였겠지? 하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었어봐.
내가 무슨 소리를 하던 아무 상관이 없었을껄?"

"참나. .."

"그런데 오빠는 사람이 왜 그 모양이야?"
"왜? 또?"

"한수정 언니가 오빠한테 보낸 이메일 벌써 며칠째 읽지도 않는다며?"
"애들 시험 전에는 그런 것에 일체 손 안 댈껀데?"

"나랑도 그 때 그 일이 있고 나서, 다시는 쳐다도 안보고 말이야."
"회사 일 때문에야. 주말에도 나가서 일했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미안해. 그런데 그것은 네 오해야."




알고 보니까 윤기숙의 불만은 전혀 엉뚱한 데에 있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면서 나는 윤기숙을 안고 키스하면서 간신히 달랬다.


나는 윤기숙에게 최은희가 감기몸살로 앓아 누워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어떡하지?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나랑 같이 갔다 오자."

"벌써 새벽 한시야.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봐야 하거든.
그 대신에 내일 전화를 드릴께."

"잠시 가면 될텐데 .."
"갔다가 금방 돌아오면 괜찮은데, 오빠는 그러지 않을꺼잖아."



나는 윤기숙의 집에서 나와서 바로 최은희에게 전화를 하고 그리로 갔다. 내가 벨을 누르자 최은희는 문을 열고 바로 나온다. 그런데 잠옷 바람이 아니라, 외출복을 입고 있다. 우리는 그 길로 바로 밖으로 나간다.



"배고파."

"그러면 이제 몸살 끝이다. 축하해요.
특별히 먹고 싶은 것 있어요?"

"자기랑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 헤헤."

"새벽 두 시에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는다?"
"맥도널드나 롯데리아도 좋고, 감자탕도 괜찮아."

"패스트 푸드는 아니지. 일단 차에 타요."



시내로 들어오는데 24시간 감자탕 집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감자탕을 먹고 돌아왔다. 최은희도 반 그릇 정도는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그녀는 양치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한참 있다가 최은희가 나왔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녹차를 만들었고, 소파에 앉아서 녹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나중에 최은희가 피곤하다고 해서 침대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옷 벗겨줘."



나는 그녀의 옷을 전부 벗기고 잠옷을 입혔다. 그녀는 내 손을 꼬옥 잡고 침대에 눕는다.



"나, 하고 싶어."
"오늘은 안돼요."

"왜?"
"아플 때 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다시 아프게 돼요."

"아이. .. 참."



최은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린다. 뺨이 버얼겋다.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녀 옆에 누워서 그녀를 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자고 가."
"안돼."

"그것도 안돼?"
"애들한테 밖에서 자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어?"

"그럼 이따가 또 올꺼야?"
"회사 직원들 만나야 하는데 .. 이따가 올 수 있으면 전화하고 올께."



나는 최은희의 이마와 볼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는 못하게 했지만 내가 우겨서 그녀의 입술에도 키스했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새벽 다섯시이다.

역시 내 침대에서는 지혜가 자고 있다. 그런데 잠자는 지혜의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나는 또 소파에서 잤다. 아침에 지혜가 또 잔소리를 하면서 나를 깨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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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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