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골든벨
“그래서 결론이 뭐야?”
현석의 표정은 치솟는 화를 간신히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간단해요. 이혼!”
현석의 손이 당장에 선경의 뼘을 돌려세울 것처럼 올려졌다. 선경은 눈에 힘을 주며 부릅떴다. 때려보라는 듯이.
“내가 당신과 당신 집안에 여태 투자한 것이 얼만데 감히 이혼을 말해?”
“투자…라고요?”
어이가 없었다. 결혼이 한낱 삶을 위한 투자에 불과했고 자신은 그의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래, 투자! 왜? 내가 내 행복을 위해서 한 투자가 문제 있어?”
“그랬군요. 당신 겨우 이 정도 인간이었군요.”
선경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경이 말했다.
“더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나머진 변호사를 통해서 하도록 하죠.”
“이게 정말!”
현석이 벌떡 일어서며 선경의 얼굴을 향해 거칠게 손을 날렸다. 그리고
“악!”
선경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 눈을 감았다. 곧 이어 밀려올 통증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 더 두려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눈을 떴다. 누군가 현석의 치켜든 손을 잡고 있었다.
“말로 하시죠.”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폭력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뭐야? 이 여자가 누군지 알아? 내 마누라야, 마누라! 근데 왜 참견이야!”
“마누라건 누구건 간에 폭력은 폭력인 거죠.”
“뭐야? 너 이거 안 놔?”
현석이 손을 빼려다 되지 않자 왼손 주먹을 상대를 향해 날렸다.
“어이쿠!”
허공을 때린 주먹과 때맞춰 놓은 손으로 인해 중심을 잃은 현석이 한쪽 옆으로 쓰러졌다.
“도련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가시죠.”
재복 아저씨라고 했다. 늘 지훈을 가까이에서 보살펴주는.
“죽어, 이 새끼야!”
어느새 몸을 일으킨 현석이 의자를 집어 들고 아저씨를 향해 휘둘러 대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놀란 선경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낮게 깔렸다.
“으으으……”
선경이 가렸던 손을 치우며 고개를 들자 바닥 한쪽에 쓰러져있는 현석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그는 여유 있게 옷 매무새를 고치고는 선경에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 친구도 잠시 급소를 맞고 힘을 쓰지 못할 뿐이지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잠시 후면 다시 일어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혹시 저 사람이 아저씨에게 죄를 덮어 씌울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모든 상황이 녹화되었으니까요.”
“어디에요?”
선경이 주위를 둘러봤다. 매장 안 어딘가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 것이긴 하겠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주인의 협조가 필요할 터였다.
“이 매장에도 카메라가 있겠지만, 실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선글라스를 가리켰다.
“설마, 그게?”
“기술 발전이 참 놀랍죠?”
선경도 속으로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져있던 현석이 주춤거리며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선경은 등을 돌렸다. 이제 다시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문제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저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 올랐을 때, 지훈이 선경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금요. 마침 아저씨께서 도와주셔서 괜찮았어요.”
“아닙니다. 도련님께서 혹시 모르니 가보라고 하셨기에 그런 것이죠. 도련님 말씀이 아니었으면 아가씨가 크게 봉변을 당하실 뻔 했습니다.”
“다행이었군요.”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해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미 선경씨 사정이 어떤지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일단 출발하죠. 아저씨!”
지훈의 말과 함께 차가 서서히 도로 위를 미끄러져갔다. 그리고 착잡한 심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는 선경의 눈에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이제 막 거리로 나와 자신과 지훈이 탄 차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현석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벌써 하루의 해가 사라진 오피스텔 창가에는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들만 가득했다. 낮을 가득 메웠던 인간 군상들마저 차가워진 바람에 쫓기듯 듬성듬성해지고 거리에 흩어지는 낙엽들만이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오후 늦게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먹구름이 더욱 거리를 스산하게 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선경의 마음도 눈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만큼 차갑게 식어있었다. 인생의 길이란 것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제 선경이 어떤 길을 택하든 그것이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선택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다.
(도전과 응전이란 말처럼 지금의 내 선택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여린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을 자꾸만 다독여야 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선경은 결코 독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똑! 똑!”
노크 소리에 선경이 어깨를 움찔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다.
“똑! 똑!”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서 그런지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선경이 불을 켜고는 문을 열었다. 천천히 열리는 문과 함께 굳어진 표정의 한 얼굴이 나타났다. 희영이었다.
“어서 와.”
문고리를 잡은 채 희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희영이 조심스레 안쪽을 살폈다.
“괜찮아. 나 혼자야.”
그제서야 희영이 안으로 들어섰고, 선경은 잠시 밖을 살펴보고는 문을 닫았다.
“찾기 어렵지는 않았지?”
“어. 근데 왜… 보자고 했어?”
“왜라니? 친구가 친구 좀 보겠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
가시를 품은 선경의 말에 주변을 살피던 희영이 불안한 눈으로 선경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부른 거 아니야?”
“그렇기도 하고.”
선경이 소파에 가서 앉을 동안에도 희영은 무엇이 불편한지 멀뚱히 자리에 서 있었다.
“안 무너져. 이리와 앉아.”
그제서야 희영이 소파 한 켠에 거리를 두고 앉았다.
“마실 거 줄까?”
“아니.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내가 아는 너는 이미 틀어져버린 우리 사이를 다시 해보겠다고 나설 만큼 미련이 많은 애는 아니니까. 지금도 그 생각이 맞을 거라고 나는 믿고.”
“무,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내심을 들킨 듯 희영이 조금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 태도에 선경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져 갔다.
“그런데 꼭 올 거라고 하더군.”
“누가! 누가 말야?”
희영이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있어, 어떤 사람. 지금 여기 있는 건 아니고. 여긴 나 혼자니까 그렇게 불안한 표정하지 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할말만 해!”
“그래. 나 이혼하기로 했어.”
“……”
“놀라지 않는군. 그이한테 아니 현석씨한테서 이미 들은 모양이지?”
“그건 니들 두 사람의 문제야. 나하곤 상관없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너희 두 사람, 아니 넌 내 인생에 꽤나 깊숙이 간여된 것으로 아는데?”
“무슨 증거로 그 딴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단지 네가 현석씨와 그렇고 그런 관계 정도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말야……”
희영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
희영이 긴장한 것이 역력했다. 숨이 가빠오는지 가슴이 아까보다 더 들썩였다.
“현석씨 회사내 골프 모임 말야. 너도 거기에 참석한 적이 있다며?”
“누,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니야? 이상하네. 그 모임에 참석한 누군가가 마침 내 해드폰에 있던 네 프로필 사진을 보고는 대번에 알아보던데.”
“나와 상관없는 그런 모임에 내가 왜?”
“나도 그게 신기해. 왜 갔을까? 무슨 인연으로 말야?”
“헛소리 하지 마. 내가 왜 그 딴 모임에 가겠어?”
“그 딴… 모임? 그 모임이 어때서? 골프 좋아하는 사람끼리 친목 도모하는 곳인데 갈 수도 있지. 너도 골프 꽤나 좋아하잖아.”
“어림없는 소리! 어디서 변태 새끼들이나 모아 놓은 곳에……”
순간 날카롭게 바라보는 선경의 눈빛에 희영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딴 이야기나 하자고 날 불렀어?”
“……”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을 한 건 맞아. 사과할 마음도 충분히 있어. 그렇다고 시답잖은 이야기나 하자고 사람을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시답지 않다고?”
선경의 음성이 날카롭게 높아졌다.
“니가 거기서 뭘 어떻게 했는지는 상관없어. 그렇지만 네가 그 모임에 날 끌어들이려 했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 용서할 수가 없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희영의 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마찰음이 허공을 갈랐다.
“짝!”
희영의 얼굴이 한 켠으로 돌아갔다.
“너어!”
손자국이 붉게 선명한 뺨을 어루만지며 희영이 흥분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희영을 선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려봤다.
“왜? 증거를 보여줘? 그래야 인정할래?”
선경이 소파 앞 테이블에 있던 서류봉투에서 A4 용지묶음을 희영 앞에 던졌다.
“그럼 확인해 봐. 지난 6개월간 네가 현석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야. 거기 접힌 곳에 보면 네가 나를 그 모임에 데려가서 재미있게 놀아보라는 친절한 문구도 적혀있지.”
희영이 떨리는 손으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세상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너의 착각일 뿐이야. 진실은 언제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법이거든.”
“……”
선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가로 걸어가서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이제 가서 니가 해야 할 일을 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테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희영은 무언가 말을 뱉으려다 말았다. 문을 열고 선 선경의 차가움이 평소의 그녀와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지금 저 문을 나서지 않으면 다시는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마저 들었다.
희영이 종이 뭉치를 떨구고 문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선경을 지나쳐 문을 나가자 선경은 말없이 문을 닫았다. 철커덕 문이 닫히자 희영은 닫힌 문을 흘깃 바라보고는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핸드백에서 황급히 핸드폰을 찾아 꺼내 들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꽤나 가까운 사람인 듯 희영이 누른 것은 단축번호였다.
“나에요. 여기 맞아요.”
“……”
“네. 혼자 있어요.”
“……”
“알았어요.”
통화를 마칠 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희영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이내 선경이 있는 오피스텔의 문도 살짝이 닫히는 것을 희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밤, 서울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고,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내렸다. 선경이 있는 오피스텔도 흠뻑 비를 맞으며 도심 속에 서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더욱 차들의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 빈 공간 속을 헤치며 SUV 한대가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는 지하 3층 주차장, 엘리베이터가 있는 근처에 주차했다. 이어 건장한 체격의 세 사람이 머리를 감싼 우의를 입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낀 채 차에서 내려 커다란 여행용 카트 가방을 끌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선경이 있는 층의 복도였다. 그들은 구조를 잘 아는 듯 망설임 없이 선경이 있는 우측 복도 맨 끝 문으로 와서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문에 갖다 댔다. 그러자 터치식과 카드식을 겸한 잠금장치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
문고리를 아래로 당기자 문이 열렸다. 선두의 사람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 나머지 두 사람도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미리 준비한 듯 붉은 빛을 내는 작은 손전등을 들고 소리를 죽이며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로 다가간 한 명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수건이었다. 옆에 다가선 또 한 명이 작은 병의 뚜껑을 열고 손수건을 든 자에게 건넸고, 그는 손수건에 병을 갖다 대고 속에 담긴 무언가를 적셨다. 그리고 자는 사람의 코와 입에 빠르게 손수건을 갖다 눌렀다. 침대에 있던 사람은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죽은 듯 늘어졌다. 한 명이 불을 켰다. 드디어 환하게 밝혀진 방안에서 침대 발치에 있던 자가 침대보를 휙 제쳤다.
드러난 침대 위의 사람은 여자였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발치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군살 없이 매끈한 몸과 뽀얀 살결은 이내 남자의 눈을 놀라게 했고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이글거리게 했다. 그 자가 여자가 입고 있던 드레스 형태의 잠옷 끝자락을 잡고 양쪽으로 당기자 옷은 힘없이 반으로 갈라져 나갔다. 불빛 아래 드러난 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나머지 두 명도 선글라스를 벗고 입술에 침을 발랐다.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다.
병을 건넸던 자가 여자의 브래지어를 제쳐 올렸다.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된 여자의 가슴이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손으로 유두를 눌러보던 그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으로 여자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발치에 있던 자는 어느 새 조금 더 올라와 앙증맞은 검은색 팬티를 잡고 그대로 쭉 여자의 발끝까지 당겨와 벗겨냈다. 아무런 방어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수풀 우거진 여자의 그곳이 세 명 모두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가슴을 만지던 자가 급하게 입을 여자의 가슴에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팬티를 손에 든 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자도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몸을 굽혀 혀를 여자의 중심에 가져다 대며 맛을 봤다. 이미 그자의 중심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칠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지금은 안돼!”
여자의 머리맡에 있던 자가 그들을 제지했다.
“기왕에 울린 골든벨이야. 모두에게 순서가 갈 테니 서둘 것 없어. 어서 정리하고 가는 게 좋아.”
그 말에 아쉬운 듯 두 명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슴을 만지던 자가 품에서 또 다른 무엇인가를 꺼내 여자의 입에 물렸다. 재갈이었다. 여자가 깨어나서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였다. 머리맡에 있던 자가 손을 내밀자 발치에 있던 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가면이었다. 곧 여자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리워졌고, 입에 물린 재갈과 연결하여 뒤에서 묶였다. 이제 여자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가면과 재갈은 풀리지 않을 듯 보였다.
그들이 다시 복도에 모습을 보인 것은 불과 몇 분 뒤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처음 올 때 그 모습 그대로 조금 무거워진 듯한 카트 가방을 끌며 그들은 지하로 내려갔고, 뒷문을 열어 가방을 싣고는 비를 뚫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저 멀리 번쩍이는 번개의 불빛이 그나마 차의 모습을 잠시 비췄을 뿐이었다.
*** 11부는 7일(토) 20시경 올려집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현석의 표정은 치솟는 화를 간신히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간단해요. 이혼!”
현석의 손이 당장에 선경의 뼘을 돌려세울 것처럼 올려졌다. 선경은 눈에 힘을 주며 부릅떴다. 때려보라는 듯이.
“내가 당신과 당신 집안에 여태 투자한 것이 얼만데 감히 이혼을 말해?”
“투자…라고요?”
어이가 없었다. 결혼이 한낱 삶을 위한 투자에 불과했고 자신은 그의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래, 투자! 왜? 내가 내 행복을 위해서 한 투자가 문제 있어?”
“그랬군요. 당신 겨우 이 정도 인간이었군요.”
선경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경이 말했다.
“더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나머진 변호사를 통해서 하도록 하죠.”
“이게 정말!”
현석이 벌떡 일어서며 선경의 얼굴을 향해 거칠게 손을 날렸다. 그리고
“악!”
선경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 눈을 감았다. 곧 이어 밀려올 통증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 더 두려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눈을 떴다. 누군가 현석의 치켜든 손을 잡고 있었다.
“말로 하시죠.”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폭력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뭐야? 이 여자가 누군지 알아? 내 마누라야, 마누라! 근데 왜 참견이야!”
“마누라건 누구건 간에 폭력은 폭력인 거죠.”
“뭐야? 너 이거 안 놔?”
현석이 손을 빼려다 되지 않자 왼손 주먹을 상대를 향해 날렸다.
“어이쿠!”
허공을 때린 주먹과 때맞춰 놓은 손으로 인해 중심을 잃은 현석이 한쪽 옆으로 쓰러졌다.
“도련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가시죠.”
재복 아저씨라고 했다. 늘 지훈을 가까이에서 보살펴주는.
“죽어, 이 새끼야!”
어느새 몸을 일으킨 현석이 의자를 집어 들고 아저씨를 향해 휘둘러 대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놀란 선경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낮게 깔렸다.
“으으으……”
선경이 가렸던 손을 치우며 고개를 들자 바닥 한쪽에 쓰러져있는 현석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그는 여유 있게 옷 매무새를 고치고는 선경에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 친구도 잠시 급소를 맞고 힘을 쓰지 못할 뿐이지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잠시 후면 다시 일어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혹시 저 사람이 아저씨에게 죄를 덮어 씌울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모든 상황이 녹화되었으니까요.”
“어디에요?”
선경이 주위를 둘러봤다. 매장 안 어딘가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 것이긴 하겠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주인의 협조가 필요할 터였다.
“이 매장에도 카메라가 있겠지만, 실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선글라스를 가리켰다.
“설마, 그게?”
“기술 발전이 참 놀랍죠?”
선경도 속으로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져있던 현석이 주춤거리며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선경은 등을 돌렸다. 이제 다시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문제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저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 올랐을 때, 지훈이 선경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금요. 마침 아저씨께서 도와주셔서 괜찮았어요.”
“아닙니다. 도련님께서 혹시 모르니 가보라고 하셨기에 그런 것이죠. 도련님 말씀이 아니었으면 아가씨가 크게 봉변을 당하실 뻔 했습니다.”
“다행이었군요.”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해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미 선경씨 사정이 어떤지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일단 출발하죠. 아저씨!”
지훈의 말과 함께 차가 서서히 도로 위를 미끄러져갔다. 그리고 착잡한 심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는 선경의 눈에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이제 막 거리로 나와 자신과 지훈이 탄 차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현석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벌써 하루의 해가 사라진 오피스텔 창가에는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들만 가득했다. 낮을 가득 메웠던 인간 군상들마저 차가워진 바람에 쫓기듯 듬성듬성해지고 거리에 흩어지는 낙엽들만이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오후 늦게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먹구름이 더욱 거리를 스산하게 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선경의 마음도 눈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만큼 차갑게 식어있었다. 인생의 길이란 것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제 선경이 어떤 길을 택하든 그것이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선택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다.
(도전과 응전이란 말처럼 지금의 내 선택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여린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을 자꾸만 다독여야 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선경은 결코 독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똑! 똑!”
노크 소리에 선경이 어깨를 움찔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다.
“똑! 똑!”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서 그런지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선경이 불을 켜고는 문을 열었다. 천천히 열리는 문과 함께 굳어진 표정의 한 얼굴이 나타났다. 희영이었다.
“어서 와.”
문고리를 잡은 채 희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희영이 조심스레 안쪽을 살폈다.
“괜찮아. 나 혼자야.”
그제서야 희영이 안으로 들어섰고, 선경은 잠시 밖을 살펴보고는 문을 닫았다.
“찾기 어렵지는 않았지?”
“어. 근데 왜… 보자고 했어?”
“왜라니? 친구가 친구 좀 보겠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
가시를 품은 선경의 말에 주변을 살피던 희영이 불안한 눈으로 선경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부른 거 아니야?”
“그렇기도 하고.”
선경이 소파에 가서 앉을 동안에도 희영은 무엇이 불편한지 멀뚱히 자리에 서 있었다.
“안 무너져. 이리와 앉아.”
그제서야 희영이 소파 한 켠에 거리를 두고 앉았다.
“마실 거 줄까?”
“아니.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내가 아는 너는 이미 틀어져버린 우리 사이를 다시 해보겠다고 나설 만큼 미련이 많은 애는 아니니까. 지금도 그 생각이 맞을 거라고 나는 믿고.”
“무,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내심을 들킨 듯 희영이 조금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 태도에 선경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져 갔다.
“그런데 꼭 올 거라고 하더군.”
“누가! 누가 말야?”
희영이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있어, 어떤 사람. 지금 여기 있는 건 아니고. 여긴 나 혼자니까 그렇게 불안한 표정하지 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할말만 해!”
“그래. 나 이혼하기로 했어.”
“……”
“놀라지 않는군. 그이한테 아니 현석씨한테서 이미 들은 모양이지?”
“그건 니들 두 사람의 문제야. 나하곤 상관없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너희 두 사람, 아니 넌 내 인생에 꽤나 깊숙이 간여된 것으로 아는데?”
“무슨 증거로 그 딴 소리를 하는 거야?”
“난 단지 네가 현석씨와 그렇고 그런 관계 정도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말야……”
희영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
희영이 긴장한 것이 역력했다. 숨이 가빠오는지 가슴이 아까보다 더 들썩였다.
“현석씨 회사내 골프 모임 말야. 너도 거기에 참석한 적이 있다며?”
“누,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아니야? 이상하네. 그 모임에 참석한 누군가가 마침 내 해드폰에 있던 네 프로필 사진을 보고는 대번에 알아보던데.”
“나와 상관없는 그런 모임에 내가 왜?”
“나도 그게 신기해. 왜 갔을까? 무슨 인연으로 말야?”
“헛소리 하지 마. 내가 왜 그 딴 모임에 가겠어?”
“그 딴… 모임? 그 모임이 어때서? 골프 좋아하는 사람끼리 친목 도모하는 곳인데 갈 수도 있지. 너도 골프 꽤나 좋아하잖아.”
“어림없는 소리! 어디서 변태 새끼들이나 모아 놓은 곳에……”
순간 날카롭게 바라보는 선경의 눈빛에 희영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딴 이야기나 하자고 날 불렀어?”
“……”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을 한 건 맞아. 사과할 마음도 충분히 있어. 그렇다고 시답잖은 이야기나 하자고 사람을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시답지 않다고?”
선경의 음성이 날카롭게 높아졌다.
“니가 거기서 뭘 어떻게 했는지는 상관없어. 그렇지만 네가 그 모임에 날 끌어들이려 했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 용서할 수가 없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희영의 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마찰음이 허공을 갈랐다.
“짝!”
희영의 얼굴이 한 켠으로 돌아갔다.
“너어!”
손자국이 붉게 선명한 뺨을 어루만지며 희영이 흥분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희영을 선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려봤다.
“왜? 증거를 보여줘? 그래야 인정할래?”
선경이 소파 앞 테이블에 있던 서류봉투에서 A4 용지묶음을 희영 앞에 던졌다.
“그럼 확인해 봐. 지난 6개월간 네가 현석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야. 거기 접힌 곳에 보면 네가 나를 그 모임에 데려가서 재미있게 놀아보라는 친절한 문구도 적혀있지.”
희영이 떨리는 손으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세상 모두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너의 착각일 뿐이야. 진실은 언제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법이거든.”
“……”
선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가로 걸어가서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이제 가서 니가 해야 할 일을 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테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희영은 무언가 말을 뱉으려다 말았다. 문을 열고 선 선경의 차가움이 평소의 그녀와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지금 저 문을 나서지 않으면 다시는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마저 들었다.
희영이 종이 뭉치를 떨구고 문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선경을 지나쳐 문을 나가자 선경은 말없이 문을 닫았다. 철커덕 문이 닫히자 희영은 닫힌 문을 흘깃 바라보고는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핸드백에서 황급히 핸드폰을 찾아 꺼내 들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꽤나 가까운 사람인 듯 희영이 누른 것은 단축번호였다.
“나에요. 여기 맞아요.”
“……”
“네. 혼자 있어요.”
“……”
“알았어요.”
통화를 마칠 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희영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이내 선경이 있는 오피스텔의 문도 살짝이 닫히는 것을 희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밤, 서울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고,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내렸다. 선경이 있는 오피스텔도 흠뻑 비를 맞으며 도심 속에 서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더욱 차들의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 빈 공간 속을 헤치며 SUV 한대가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는 지하 3층 주차장, 엘리베이터가 있는 근처에 주차했다. 이어 건장한 체격의 세 사람이 머리를 감싼 우의를 입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낀 채 차에서 내려 커다란 여행용 카트 가방을 끌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선경이 있는 층의 복도였다. 그들은 구조를 잘 아는 듯 망설임 없이 선경이 있는 우측 복도 맨 끝 문으로 와서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문에 갖다 댔다. 그러자 터치식과 카드식을 겸한 잠금장치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
문고리를 아래로 당기자 문이 열렸다. 선두의 사람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고 이어 나머지 두 사람도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미리 준비한 듯 붉은 빛을 내는 작은 손전등을 들고 소리를 죽이며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로 다가간 한 명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수건이었다. 옆에 다가선 또 한 명이 작은 병의 뚜껑을 열고 손수건을 든 자에게 건넸고, 그는 손수건에 병을 갖다 대고 속에 담긴 무언가를 적셨다. 그리고 자는 사람의 코와 입에 빠르게 손수건을 갖다 눌렀다. 침대에 있던 사람은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죽은 듯 늘어졌다. 한 명이 불을 켰다. 드디어 환하게 밝혀진 방안에서 침대 발치에 있던 자가 침대보를 휙 제쳤다.
드러난 침대 위의 사람은 여자였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발치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군살 없이 매끈한 몸과 뽀얀 살결은 이내 남자의 눈을 놀라게 했고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이글거리게 했다. 그 자가 여자가 입고 있던 드레스 형태의 잠옷 끝자락을 잡고 양쪽으로 당기자 옷은 힘없이 반으로 갈라져 나갔다. 불빛 아래 드러난 여자의 모습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나머지 두 명도 선글라스를 벗고 입술에 침을 발랐다.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렸다.
병을 건넸던 자가 여자의 브래지어를 제쳐 올렸다.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된 여자의 가슴이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손으로 유두를 눌러보던 그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으로 여자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발치에 있던 자는 어느 새 조금 더 올라와 앙증맞은 검은색 팬티를 잡고 그대로 쭉 여자의 발끝까지 당겨와 벗겨냈다. 아무런 방어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수풀 우거진 여자의 그곳이 세 명 모두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가슴을 만지던 자가 급하게 입을 여자의 가슴에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팬티를 손에 든 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자도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몸을 굽혀 혀를 여자의 중심에 가져다 대며 맛을 봤다. 이미 그자의 중심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칠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지금은 안돼!”
여자의 머리맡에 있던 자가 그들을 제지했다.
“기왕에 울린 골든벨이야. 모두에게 순서가 갈 테니 서둘 것 없어. 어서 정리하고 가는 게 좋아.”
그 말에 아쉬운 듯 두 명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슴을 만지던 자가 품에서 또 다른 무엇인가를 꺼내 여자의 입에 물렸다. 재갈이었다. 여자가 깨어나서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였다. 머리맡에 있던 자가 손을 내밀자 발치에 있던 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가면이었다. 곧 여자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리워졌고, 입에 물린 재갈과 연결하여 뒤에서 묶였다. 이제 여자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가면과 재갈은 풀리지 않을 듯 보였다.
그들이 다시 복도에 모습을 보인 것은 불과 몇 분 뒤였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처음 올 때 그 모습 그대로 조금 무거워진 듯한 카트 가방을 끌며 그들은 지하로 내려갔고, 뒷문을 열어 가방을 싣고는 비를 뚫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저 멀리 번쩍이는 번개의 불빛이 그나마 차의 모습을 잠시 비췄을 뿐이었다.
*** 11부는 7일(토) 20시경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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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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